posted by RushAm 2016. 10. 23. 01:06

JYP 개혁파들이 가장 처음으로 했어야 했던 일은 모래시계처럼 윗쪽에 어마어마한 모래가 쌓여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는 지극히 느린 정체현상을 해소하는 일이었습니다. 앞서 PART1에서 유망주들의 동시다발적 데뷰가 불가능한 정체상황이 심한 기획사라는 설명도 드렸었는데요. 이런 정체현상이 비록 JYP에 국한된 부분은 아니지만, JYP의 경우 박진영에게 일원화된 실무 결정체계가 이원화되지 못하는 자타의적 환경으로 인해 이와 같은 부분이 더욱 극심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연습생들도 지극히 박진영의 취향과 그룹 컨셉, 그리고 미래 계획에 맞춰서 짜여졌기 때문에 우선 정체되어서 세대별로 플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모여든 연습생들의 교통정리가 필요했습니다.


DAY6가 밴드 컨셉의 노망주로 기획된 데에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PART1 당시에 비해 아이돌 시장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데뷰하지 않은 연습생들의 이직은 험난합니다. 연예계 소식에서 연습생들이 기획사를 옮겨서 데뷰하는 것이 흔하게 보이는 시기이긴 하지만 저번에 설명해드렸듯이 어디까지나 지금 있는 회사의 직위를 모두 버리고 신입으로 들어가는 수준의 대우를 각오하거나 혹은 3대 기획사가 아닌 한단계 낮은 중소 기획사로 이적하는 랭크 격하를 각오해야만 하죠, 대부분은 연습생이 3대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반 이상 성공했다고 어기게 되니까요. 우리 사회에서 삼성맨이 인정받는 풍토와 비슷하다랄까요?


분위기는 그것이 대중들에게 용인되는 상황이 조금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JYP연습생에게 있어 상황은 그 이전보다 썩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전에는 사내에서 분파가 되어 만들어지는 회사가 있었고, 각 지역별 계열사들이 이들 연습생들을 소화해주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메인스트림에 올려주는 역할을 했었지만, 2013년 이후부터는 이들 기획사들이 JYP 유산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데 대부분 실패하는 통에 이렇다할 계열에 가기가 힘들어진 것도 있습니다. 사실 JYP가 이 부분에서는 3대 기획사 중에서 가장 상황이 안좋은 시점이기도 하고 또한 3대 기획사 중 더 이상 '믿고 쓰는'이미지가 많이 떨어진 부분도 연습생들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어찌 보면 JYP가 조용히 망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이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트와이스는 표면적으로는 JYP의 사운을 걸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이미지의 그룹입니다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JYP에서 안고 갈 수 있는 인재들을 최대한 안고 가겠다는 측면에서 연습생 중 가장 대중적으로 팔릴 만한 연습생들을 추려서 보호 엔트리에 묶는 작업이고, 또 하나는 그 다음 트와이스를 메인스트림에 올리는 데에 성공할 경우 그들을 확실한 JYP 소속으로서 묶는 작업이 있겠죠.



다국적 그룹으로서의 행보도 매우 특이했습니다. 이미 미쓰에이에서 철저하게 실패를 맛본 바 있는 다국적체계는 오히려 후속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트와이스에서 더 강화되었습니다. 멤버 절반 가까운 인원을 동아시아 국적으로 채웠으며 실제 선발 예정이었던 후보 중에는 더 다양한 국적의 후보들도 있었으니까요. 어찌 보면 2PM이나 GOT7이 나름 기반을 잡아놓은 일본 시장을 잡기 위한 방안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미쓰에이 때 표면적으로는 다국적 그룹을 표방하며 중국인 멤버를 투입한 작전이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되어버린 전철을 잘 알고 있는 JYP로는 단순히 스타성을 따라갔을거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실제로 트와이스는 3명이나 되는 일본인 멤버에 비해 정식으로 일본에서 제대로 된 싱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비중으로 인해 밑바닥부터 차분히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이 전략적인 선택이건 우연의 일치이건 간에 현재 상황은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일본 활동은 딱 2개 그것도 모두 한국 관련 활동의 연장


이건 대만 국적 맴버로 선발된 쯔위 역시 이런 이유로 딱히 양안관계를 고려할 필요 없이 선발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JYP는 어차피 중국에 어떤 기반을 닦지도 않았고 (박진영이 관심을 가졌을 턱이 없다고 보입니다만) 에초 추구하는 음악이나 팬덤을 일으키는 특성 자체가 중국 시장이나 그를 중심으로 한 권역을 커버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함을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구성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트와이스는 오디션으로 뽑혔다는 특성도 있겠지만 특별히 트와이스, 아니 조금 더 나아가서 소속사의 지분을 어느 정도 나누어 갖고 있는 주주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멤버 한명한명이 각자의 개별 인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들을 프로듀스하며 언제든지 트와이스 이후, 혹은 JYP 이후를 대비하여 각자의 인지도와 캐릭터, 존재감을 쌓아나가는 데에 적극적입니다. 여기에 JYP의 신세력은 그야말로 기획 단계에서의 개입이 아닌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나서고 있죠, 트와이스는 그룹 자체의 팬덤보다는 철저하게 멤버 개개인의 팬덤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모여져 트와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트와이스라는 그룹은 그 이름 자체에서 브랜드 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고 그 자체로 높이려는 시도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냥 트와이스는 이 현란한 멤버를 태운 '캐리어'로서의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입니다.


지금까지의 걸그룹의 일치단결적인 (그룹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그룹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들의 뮤비에서는 늘 각자 개인이 표현하고 싶은 어떤 색깔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고, 그 이미지는 상호 보완될지언정 결코 다른 멤버와 섞이지 않는다. 트와이스의 컨셉을 한 가지로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


그리고 이 그룹에게, 어쩌면 예견되었을 수도 있을 그 사건이 터지죠



사건 내용은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대로 대단히 투명하게 모든 과정이 공개되었으며 그 결과도 매우 스트레이트하게 결과가 바로바로 보이는 매우 급박한 전개양상을 보입니다. 이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JYP가 매우 미숙하게나마 스캔들이 일어난 당사자 외에 트와이스 전체 차원에서 어떤 해명이나 구명 활동은 물론 박진영이 전면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박진영이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며, 쯔위를 유투브에 내세운 뒤에도 그에 대한 한마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사건처럼 내세우고 있는 어떤 그룹에 문제가 크게 생길 경우 직접 발벗고 나서서 해당 맴버를 제명하는 등 매우 단호한 활동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여론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에서도 철저하게 쯔위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언급했다고 하는 것은 공식 입장, 그것도 JYP엔터의 대표로서 남긴 사과문 뿐이었고 이것도 대단히 형식적인, 사실상 쯔위가 찍은 사과 동영상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죠.


박진영을 제외한 JYP 전체와 쯔위는 상당히 급박하게 움직입니다. 공식적으로 대처한 사과문만 3개에 전례없이 쯔위 본인이 스스로 나와 동영상으로 사과를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내용은 보시다시피 프로답지 않은 헛발질스러운 사과문의 연속이었고, 미성년자인 본인을 직접 영상에 등장시켜 사과문을 읽게 만드는 대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이 건으로 인해 트와이스 자체가 어쩌면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등장하기도 했죠.


이미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방식은 지금까지 JYP가 늘 해왔던 '문제가 되는 맴버는 반드시 그룹 전체를 위해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 골라낸다'라는 방식과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행동입니다. 앞서 제가 꽤 많은 지면을 통해서 설명했던 것처럼 이 대처 방법은 어찌보면 그룹 자체의 수명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쯔위가 살고 쯔위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존중하는 데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욕을 먹는 대상은 철저하게 쯔위가 아닌 JYP로 일원화되었습니다. 보기에는 매우 미숙했지만 이러한 대처 방법은 같은 컨셉으로 맴버 각자의 지분을 통해 운영되는 일본의 AKB계열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인데요. 여기에서 '아니 AKB는 문제 생기면 바로 퇴출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지분'이 명확한 멤버의 경우 얘기가 다릅니다. 그만큼 쯔위는 멤버 중에서도 트와이스의 초기 주목도와 화제를 상당 부분 가져간 당시 기준 거의 핵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미네기시 미나미: 남친스캔들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삭발의 사과식이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메인 뉴스에 보도되는 등 화제를 낳으며 분위기는 미네기시에 대한 비난에서 동정 여론으로 반전되고 그 비난 여론은 고스란히 그런 심한 짓을 시킨 기획사의 악랄함에 집중된 사례, 기획사는 아무리 욕을 먹는다고 해도 AKB의 인기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결과론적인 비교가 가능


여기까지가 쯔위를 사과영상에 올린 표면적인 이유라고 한다면 또 하나는 박진영이 굳이 쯔위를 지금까지 하던 대로 쳐내지 않은 이유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JYP의 현 상황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데요. 바로 예전만 못한 JYP의 위상과 더불어 JYP 내 엑소더스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식스틴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유망주들 중 전소미를 비롯한 가능성있는 파이널리스트들이 대거 IOI와 IBI등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당시 기준으로 트와이스는 개개인의 팬덤 가치에 비해 아직 트와이스 자체의 인기가 높지 않았던 상황인데다 쯔위는 그 팬덤 중에서도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JYP는 쯔위를 어떤 이유에서든 주저앉혔어야만 했고 그런 이유로 쯔위를 '함부로 사과영상에 세웠다'라는 여론에 '부모와 상의했다'라는 것은 진실에 가까울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쯔위는 신중하게 데려가야만 했었을테니까요.


쯔위 사건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쯔위 사건 이후 트와이스가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내지 못하거나 어떤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쯔위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JYP EXIT, 그리고 JYP 개혁파의 회사 재건 실패로 인한 투자 세력들의 손절매가 이어지는 나비효과까지 이들 소녀들에게 너무 심한 짐을 지우는게 아닌가싶을만큼 트와이스는 JYP에게 있어서도 정말 성공하지 않으면 미래 자체가 없는 그야말로 강제 히든카드 그 자체였습니다. 그 결과는 사실 누가 그 출구전략을 대비했던 하지 않았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에게 조금씩은 비극이 된다는 부분 이들이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최선을 다한 자에게 승리의 여신은 미소를 보냈고

길고 긴 밤의 어둠이 떠오른 태양으로 인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데뷔싱글 우아하게와 치어업의 차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우아하게에서는 그나마 조금은 섞이는 모습을 보였던 트와이스가 철저하게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 즉 트와이스의 기획이 완전히 정착되어 안정화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무대 내에서 군무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개인 파트 포인트 댄스를 받쳐주는 선에서 그치고 있으며 이런 전략은 치어업의 대 성공을 통해 옳은 방향임을 증명해냈다.


트와이스에 대한 결과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금도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 보고 계신 그대로입니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없었던, 혹은 그냥 시도하기만 했을 뿐 굉장히 위태로웠던 하나의 실험이 그저 운좋게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가 트와이스 이후 JYP에 남거나 혹은 추가로 모인 연예계의 인재들이 여성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입니다. 어찌 보면 트와이스 모델은 지금까지 그룹 자체에 개인을 희생시켰던 한국형아이돌에서 개인을 위해 그룹과 기획사가 기꺼이 희생하는, 그래서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몰려드는 하나의 정규 루트로서 강제적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멤버를 자르지 않고 그룹을 건져낸 JYP 개혁파도 아직 숙제는 많습니다. 당장 이 끝없이 몰려들 기세인 여초위주의 인재 풀에서 기획의 다양성을 꾀해야만 합니다. 새로 런칭하려는 남자 아이돌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나 반응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 지나치게 트와이스에 대한 이미지가 커지는 데에 따른 운용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지금 제가 감히 예상할 수 있을 미나, 모모, 사나 이 세사람의 출신지인 케이한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한의 분위기로 인한 제 2의 쯔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과연 같은 방법으로 극복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위험 요소까지, 이들의 미래는 아직은 다소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정말 오랜 시간동안 JYP라는 이름 하에서 젊음을 날려먹고 꿈이 어긋나왔던 역사가 반전되어 풋내기스럽지만 겨우 기획사로서의 본래 일에 충분한 역할을 하는 서포트 역할이 점진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큰 성과입니다. 아직까지 아이돌에 대한 절대적인 소유권과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어느 정도 손해는 있었을지언정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JYP 자신들의 미래 그리고 그 JYP를 보고 몰려드는 유망주들이 옳은 방향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


당장은 해가 지지 않는 피로감을 모른 채 달려가겠지만, 언젠가는 백야에 지치게 될 것을 대비해야만 하겠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틈이 없겠지요, 언젠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기획사의 수명은 천년 만년이 아니며 개혁파의 목적 역시 손절매였던 만큼 이 한때의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는 기획사의 미래는 사실 지금의 성공으로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적어도 대단한 것을 이룩하면서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이 길도 결코 나쁘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결코 평가절하하기 힘들 테니까요




아이돌 기획사 열전 PART 2 -JYP엔터테인먼트 편을 마칩니다.



트리비아

1. 아예 장외로 나가서 IOI를 지원하는 박진영과 트와이스의 번외경기 승부는 어떨지

2. 이번 TT에서는 아마 정연 정도가 부각되지 않을까

posted by RushAm 2016. 9. 22. 14:56

최근에 한정하여 박진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많이 소비되었던 부분이라면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말은 일면 우스꽝스럽지만 보아 유희열, 양현석의 그 수많은 조언들은 단 한 마디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고 그들은 딱히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싫은 새로운 캐릭터를 얻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진영은 의외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굉장히 잘 어울렸고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단지 개인의 인기만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도움이 될만한 인재를 얻어갈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진영, 더 엄밀히 말해 JYP의 선택을 받은 오디션 참가자들의 이후 행보는 다른 참가자들의 선택 (SM은 서열문제로 시끄러워 논외로 치더라도) 에 비해 상당히 지지부진했습니다. 3대 기획사의 푸시도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뭔가 오디션, 즉 자신이 처음부터 어떤 컨셉에 맞춰서 육성한 게 아닌 후천적인 측면에서 다 된 인재를 영입해서 이를 활용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대단히 미숙한 기획적 한계를 드러내고 마는데요. 여기에서 JYP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해왔던 기획사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맙니다. 사실상 '유망주들의 포텐셜'을 획일화시켜서 육성해왔고 그 외의 컨셉에 맞는 다양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죠. 


기획사의 역량은 스팟성 기획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는데에서 판가름난다. 3대 기획사 어느 누구도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들을 제대로 뒷받침해서 폭발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현실안주와 배부른 돼지처럼 지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인지도 측면에서 투자와 시간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기때문에 즉시 데뷰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강력한 팬덤의 화력을 통한 초동물량이 차트올킬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만큼 팬덤을 단기간에 강화시키는 데에도 기획사가 투자하는 데뷰 방식보다 훨씬 순기능에 가깝게 자리잡게 된다는 것도 고무적이죠. 무엇보다 해당 팬덤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고, 대세를 타서 순풍만 제대로 얹을 수 있도록 이미지 소비를 적절히 조절하면 한다면 의외의 롱런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데뷰 수단임에는 분명합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착실히 만들어나간 캐릭터가 아니다보니 단기간에 신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포텐셜 및 능력을 파악하여 속성으로 플랜을 짜야 하고 그에 맞는 컨셉과 안무, 곡까지 모두 만들어내야한다는 부담이 따르죠 .때문에 그것이 단기간, 즉 오디션빨이 빠지지 않을 시간 내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잊혀지기 전에) 반드시 오버그라운드에 내보내야 합니다. 안그러면 회사 내에서는 그냥 포텐셜이 다한 노망주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리고 사람들의 주목도는 급격히 식어버리니 가치가 예전만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한마디로 이 오디션을 거친 유망주를 데뷰시켜서 성공시킨다는 것은 타성에 젖은 기획사면 두말할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기획사라고 할지라도 밑천이 그대로 드러날 만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겨우 성공시킬까 말까 할 정도로 보통 어려운게 아닌 것입니다. 이 어려운 데뷰 환경에 대해 기획사들의 경험도 부족했을 뿐더러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스팟성 집중 기획을 완성시킬 만한 역량도 갖추지 못했던거죠. 그렇다고 그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가 이 나라에 없느냐면 그것도 아닌데, 다만 이 3대 기획사들이 매너리즘과 자기만족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뒤로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거나 문을 아예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 이들 기획사가 점점 각자의 원색으로 고착화되어 다채로운 업계 변화 속도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이에 대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IOI야 말로 오디션 출신 그룹이 어떻게 하면 돈을 뽑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컨셉에 대한 고민을 그다지 깊게 하지 않고 일단, 무난한 곡과 무난한 여름컨셉으로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데뷰하여 차트올킬을 해내는 모습은 일면 '부실한 완성도'로 비난받았을지언정 낮은 포텐셜과 열악한 기획 환경의 프로젝트 그룹으로서는 굉장히 좋은 스타트, 팬덤 손실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칭찬받을만 하다. 에초 대중성을 기대한 그룹이 아니었고 소유권도 애매했던 성격 파악이 절묘했던 것


이런 3대 기획사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특정 그룹의 데뷰를 앞둔 해당 그룹에 합류하기 위한 자체 유망주 내 오디션을 TV프로그램에 올리는 이른바 '쟈니즈 주니어'식 마케팅입니다. YG의 한 보이그룹도 이런 식의 데뷰 과정을 거쳤고, (이는 YG편에서 후술할 예정이므로 조금 기다려주세요) 어쩌면 3대 기획사 중 가장 이런 부분에 폐쇄적일수 있을 JYP (PART1 JYP 편 참조) 마저도 이런 대세적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는지 새로 데뷰하는 신인 걸그룹의 자체 유망주 선발 오디션을 칸무리로 올리는 강수를 두게 되죠. 물론 中편에서 언급한 대로 이미 JYP의 기존 정체성이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뭐든 돈 대는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말입니다.


...


식스틴




그런데 이 오디션 프로그램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알려진 평균시청률은 0.5%, 체감 인지도는 더 낮은데다 이렇다할 화제를 낳은 것도 아니고 생긴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정도의 팬덤 기반을 잡은 것 외에는 어떤 소득도 없었습니다. 더우기 오디션 프로그램 이미지를 이어서 흥행을 전담했어야 할 박진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고 오디션에서 살아남은 멤버들은 박진영의 의도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여러모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분투했지만, 필자가 사실상 JYP 힘의 균형이 넘어갔음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마치 IMF시기 외부 세력에 의한 냉혹하고 자비없는 구조조정으로 큰 상흔이 남는 것처럼 오히려 JYP에서 길러지던 연습생들이 일거 퇴사하거나 다른 쪽으로 데뷰하는 등의 내홍을 겪은 것까지 포함하면 표면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았던 셈인데요.


무엇보다 식스틴은 다른 기획사의 내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기획사의 의도가 표면상으로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철저하게 팬투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기획사 입장에서 말 그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 안배, 좀 나쁘게 말하면 끼워팔기를 하거나 외모적으로 비주얼 담당을 한두명 끼워서 다소 포텐이 늦게 터지는 대기만성형 맴버를 보완하거나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단순히 순위경쟁을 하게 되면 그냥 노래를 제일 잘하고 외모도 제일 예쁘고 예능도 제일 뛰어난 어찌보면 어벤저스가 탄생하게 되는것이죠. 이쯤되면 기획사는 초기 기획 단계의 거의 모든 역할을 포기할수밖에 없고 또한 마구 뒤섞여있는(것처럼 보이는) 멤버 구성을 어떻게든 그럴싸한 컨셉과 각자의 캐릭터, 그리고 파트 배분 등을 통해서 연출을 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게 됩니다. 


1위부터 8위까지 결국 연습생 내에서 소위 '즉시 팔릴' 멤버들이 모두 소비되어 버렸다는 점도 JYP로서는 대단히 큰 악수인 셈 출혈 대 서비스 사장님이 미쳤어요


식스틴이 그렇게까지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그들도 인식했는지 굳이 식스틴 버프를 이어가기 위해 데뷰를 서두르는 무리수를 두기보다 방종 이후 4개월 정도 착실하게 준비해서 나왔다는 것이 표면적인 팩트입니다만, 이미 데뷰가 정해져있고 결성이 이루어지는게 확정된 그룹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곡을 준비하는데 그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는 측면에서 다소 나쁘게 말하면 JYP가 그만큼 즉시 그 버프를 이어갈만큼 속도전에 경험도 자신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신구세력 통틀어 공통으로 당시 안고 있던 약점이었을테니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겠습니다만 당시 TF팀이 JYP에서 끌어올수 있는 모든 에이스들을 탈탈 털어넣은 블루칩 덩어리들을 대한민국 걸그룹 시장이라는 레드오션에 던져넣는 데에 간을 보고 타이밍을 쟤 가며 골머리를 앓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JYP는 신구세력 공히 성공이 급했고 또한 절박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억울하겠지만 현실은 아직 박진영일수밖에 없었던 냉혹한 현실


이런 서바이벌 미션과도 같은 트와이스의 첫 스타트가 잘 끊어졌다면 그건 JYP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었겠지만 현실은 당연하게도 냉혹했습니다. JYP의 신인 걸그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주목도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는데에 실패했음은 물론. 공개 직후 곡의 전개 방식에 대한 생소함과 클리셰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그리고 너무 쉽사리 이런 대세적 비판에 대중이 동요되면서 초기 차트의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죠. 너무 갑작스러운 JYP의 변화에 대중이 적응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데에 필요한 시간을 너무 급격하게 단축하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었습니다만, 마음의 여유가 그닥 많지 않았던 JYP의 신 세력으로서는 정말이지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을것입니다.


연착륙따윈 없는 이들 급진개혁파의 미쳤다면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시도가 조용히 실패로 덮어질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질 무렵... 다들 그저 그런 데뷰로 미쓰에이 때보다 퇴보한 데뷰 성적에 좌절하고 있을 때 즈음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각본있는' 반전드라마가 쓰여지기 시작합니다.



업계 내에서 하늘만이 점지해준다는 바로 그것 '차트 역주행'


이 부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들어보면 크게 '트와이스가 비주얼로 빠지는 맴버가 없었기 때문에 슬로우스타트가 가능' 했던 부분이라던지 '음악이 처음에 들을때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긴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데요 물론 대중의 평가가 절대적인 이 성적에 대한 설명이므로 이 사태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보기 힘든 데뷰 싱글 걸그룹이 보여준 이 기현상을 설명하기에 이 두 가지만으로는 다소 설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죠. 지금까지의 챠트 역주행이 위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변곡점이 먼저 존재했고 그 이후에 비주얼과 음악성을 인정받는 선 주목 후 평가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다가왔던 두가지 변곡 중 하나는 지금까지 JYP와 전혀 다른,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매우 건강한 기획사의 모습이었다면 또 하나는 'JYP가 또?'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JYP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지 트와이스 하나가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정말 끝내주는 모험에 다르지 않았던 이 미친짓은 아마 어느 누구도 몰랐고 또 실제로 예측 불가능했으며 다수의 예측을 멋지게 빗나가버렸던 정말이지 역대급이라고 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죠. 어쩌면 신구세력이 내부 세력 정리가 이루어진 것이 1라운드였다면 제 2라운드는 바로 이 시점 대중의 '평가'가 아닌 '판정'이었습니다.




마치 푸른 밤하늘에 뜬 태양처럼...




...


JYP 편 에필로그 '트와이스'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RushAm 2016. 8. 20. 12:41

JYP에게 있어서 원더걸스란, 지금은 거의 전설적인 걸그룹이 된 소녀시대를 태초부터 압살했던, 더구나 딱히 물량이나 외모적, 기획력이 아닌 순수하게 JYP의 연출력만으로 정상에 오른 그룹이라는 부분, 그리고 그 JYP의 꿈인 미국 진출 그리고 '비'로 이루려 했던 HOT 100에 입성시키는 위업을 결국 만들어낸 JYP에게 효녀같은 그룹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그 어떤 그룹보다 JYP스럽고 또 그래야만 했으며 그들의 이름이 존재하는 한 JYP엔터는 사명을 바꾸지 말아야 할 명분을 갖춘 셈이지요. 네 적어도 지금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또 보고 계시는 그 원더걸스까지는 그랬습니다.




上 편에서 언급한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일종의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드렸었는데요. 그것은 JYP의 검증된 대형주 원더걸스를 가운데 두고 과연 앞으로의 JYP가 지금까지의 해오던 방식 그대로 가는 것이 맞는것인가 아니면 정말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경쟁적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다른 그룹도 아닌 원더걸스가 그 타겟이 되었느냐면 앞서 서술한것처럼 박진영 본인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다른 의미로 봤을때 2013년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이전의 JYP 그룹 중 어떤 새로운 실험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남은 다른 그룹에 전혀 없기 떄문이기도 했습니다.


이 는 약간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인지도 측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그룹에 비해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다른 그룹보다 훨씬 더 박진영의 이미지를 많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새로운 실험에 대한 파괴력을 더 순수하게 가늠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2PM이나 미쓰에이가 뭔가 지금까지와 다른 음악과 무대연출을 가지고 컴백했다고 한다면 앗!? 이녀석들 하던 짓과 다른 짓을 하는데? 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뭐야 이거 구리네 안들어!라고 생각할까요...




시장 반응은 의외로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어지간히 충격적이지 않으면 아예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차게 식어있기도 하고 또 그런 새로운 시도가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2PM과 미쓰에이의 그룹 컨셉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이었으니까요 다시말해서 TV에서 틀어주지 않는 한 팬덤이 아닌 계층이 '일단 들어보자'까지 이끌어낼 파괴력이 그 두 그룹에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한번 국민그룹을 찍고 내려온 그룹의 브랜드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원더걸스의 새 음반 'REBOOT'는 지난 3년간 핫펠트를 앞세운 구조조정파와 선미를 앞세웠던 박진영파가 제각각의 실험을 끝내고 처음으로 맞붙은 일종의 전쟁과도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구 세력과 신 세력이 표면적으로는 공동작업으로 앨범을 만들었지만, 양쪽 모두 나름의 새로움이라는 키워드 하에서 기획력을 총동원한 작품이죠.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타이틀곡과 그 컨셉은 박진영의 차지였습니다만, 앨범 내에서의 존재감은 타이틀곡을 까마득하게 압도합니다. JYP에서 볼 수 없는 공동작곡 그리고 마치 YG의 종가라인을 연상시키는 멤버들의 자체생산능력에 대한 결과물을 밥상 위에 올려놓은 것이죠.



마치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유로 탈퇴한 선예와 또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유로 그룹을 나간 소희의 경우 역시 상당 부분 상징성이 있다. 원더걸스의 전성기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두 사람이고 둘 모두 그룹 기획과 운영에서 철저하게 메인스트림으로 키워졌던 존재들이었으니까, I FEEL YOU 발표 직전 이루어진 이 두 사람의 탈퇴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당연하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밑반찬보다 메인 디쉬로 나온 찌개에 일단 열광을 했고 모든 평가는 그 찌개에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REBOOT, 아니 REBOOT라는 메뉴에 나온 I FEEL YOU 라는 요리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었고 그 평가는 결코 박진영 쪽에 흡족하게 돌아가지 않은 듯 합니다. 오히려 앨범 자체로는 국내 외 평단에서 기대 이상의 평가를 이끌어내면서 이 보이지 않고 잘 눈치채기 힘들었던 대결은 생각외로 너무 빨리 결판이 나버렸지요.


I FEEL YOU의 활동은 불과 3주 만에 끝나버렸다. 후속곡조차 없이...


지금까지 JYP가 박진영 개인 혹은 소속사로서 키워냈던 그룹들은 언제나 중간에 멤버가 탈퇴하고 또 그것을 수습하지 못하고 보통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그룹 자체의 소속사가 바뀌는 내홍을 겪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JYP가 키운 그룹 중 이 태그를 비켜나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원더걸스는 최소한 멤버들의 탈퇴는 있었을지언정 그룹의 소속사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JYP가 이제 더 이상 이전의 JYP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죠. 원더걸스는 분명히 소속사를 옮겼다. 2013년 이전의 JYP에서 2015년 8월의 JYP로 말입니다.


양 현석이 처음 킵식스를 내세웠을때처럼 박진영도 가장 자신있는 포멧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인벤토리 속 자산을 통해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증명했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원더걸스를 통해 매우 경제적인 관점에서 검증이 되었어야 했던 것이죠. 결과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판가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만 마치 의도적으로 지은 듯한 앨범 이름 REBOOT처럼 이 앨범 이전과 이후의 JYP 분위기는 정말 극단적으로 달라지게 됩니다.


이후 전례없는 작곡가 언플까지 해가며 이미 검증된 인벤토리에 또 한번 도전하긴 합니다만 결과는 기존 팬덤을 안고 있었음에도 초동 반토막에 음원진입 18위...


제 가 앞서 제시했던 2013년 10월이 일종의 '구조조정 시작의 시기'라고 했다면 원더걸스의 REBOOT앨범이 활동을 시작하고 종료한 이 시점은 약 2년간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내부 평가를 끝내고 종결을 짓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그럼 이렇게 구조조정을 끝내고 각자의 역할이 예전과 달라지게 된 JYP에 올려진 새로운 체계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가 남았는데요.


원 래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끼와 번데기를 이제 막 탈피한 나비가 가장 약한 것처럼 이들의 첫 날갯짓으로 인한 비행은 자칫하면 채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추락해버릴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JYP의 어느 한 쪽은 이들의 날갯짓을 응원하고 또 어느 한쪽은 썩 낙관하지 않는 가운데, 통설적으로 전혀 맞지 않게 3개월이라는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날개를 착실히 말렸던 나비가 2015년 10월 날아오르게 됩니다. 모든 이들이 진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JYP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들이 말이죠.



下편에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6. 7. 15. 12:00

어떤 회사가 상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무엇이 필요할까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차분히 재무재표를 만들고 주식 상장 심사 기준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 이런 것들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다릅니다. 무엇보다 상장이라 함은 그동안 투자했던, 그리고 그 동안 이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임원들에게 그 댓가가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무엇보다 그들이 이번 상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가 최우선시됩니다. 


이런 부분은 지극히 표면적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만 하면 그냥 떼돈이 굴러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투자자들은 예전처럼 상장주 공모에 그렇게 열을 올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사람을 키워내서 사람을 파는 전형적인 무형자산 사업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유형적 회사 자산이나 성장 전망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지 상장만 하면 잘 될거라는 기대감에 상장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엔터테인먼트 업체도 적지 않은데요. '비'가 JYP에서 독립해서 상장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처음 설립 당시부터 상장을 염두에 둔 회사였습니다. 비의 독립에는 정말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그들은 비라는 이슈메이킹을 극대화한 시점에서 적절하게 JYP에서 독립시켜 체리피킹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입니다만 그 이후 키워낸 가수들의 잇따른 성적부진, 비 본인의 급격한 인지도 하락 등 이렇다할 주가상장요인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결국 군 입대와 제대를 기점으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JYP와 인수합병 우회상장의 희생물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생각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례를 남기면서 말이죠



비를 떠나보낸 JYP도 그 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진출'이라는 커다란 상징물을 최전성기에 잃어버린 타격은 그 후 주식시장 상장까지 투자자들을 무려 5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전편에서 언급했던 JYP의 이른바 '돈 쏟아붓기'식의 미국진출은 예언했던 대로 돈줄이 말라붙어버리는 즉시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원더걸스는 보여지는 화려함 속에 처첨하고 현실적인 굴욕을 겪으며 핫 100 진입까지 그야말로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지만 핫 100진입 떡밥은 JYP를 주식상장의 길로 이끌어내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그 수치 하나로 실적 하나로 버텨오던 JYPㅇ제국은 그 뒤로 더 이상 지속가능한 동력을 잃었고 JYP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였던 JYP 미국법인이 쌓아가는 연간 수십 수백억 규모의 부채를 JYP 본사가 감당할 차원을 아득히 초월해버린 시점이 되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GG를 치게 됩니다. 


그렇게 JYP가 만든 JYP에 의한 JYP는 그 구심점과 철학을 모두 잃어버리고 오로지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던 기획사에서 보통의 기획사가 갖춰야 할 (그동안 JYP가 미처 갖추지 못했던) 상식적인 부분을 채워나가기 시작하는데요. 제가 왜 PART 1과는 달리 JYP를 제일 첫 꼭지로 뽑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JYP의 구조조정. 엔터테인먼트업계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그것도 엔터테인먼트를 알지도 못하는 외부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진 점이죠.


정욱 /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JYP의 IMF구제금융


2013년까지 이어지는 소속가수들의 고른 부진(?)과, 미국 사업의 악화일로를 통해 사실상 거의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을 JYP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방법이라고 한다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갔지만 상장을 못한 JYP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지 않았던 사실상의 공멸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제이튠엔터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이라송한 것이 제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JYP에는 당시 어떤 해외진출 떡밥도, 성장동력도 남아있지 않은 그야말로 '수지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기획사였기 때문에 한창 해외진출 떡밥이 충만했던 비조차 실패했던 JYP가 과연 이 상장으로 기사회생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토록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악수 중의 악수라고 강조했던 주식상장이 JYP에게는 전혀 엉뚱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는데요


JYP는 지난 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굉장히 기형적인 회사였습니다. 박진영 1인이 프로듀서 작사 작곡 편곡, 캐스팅, 안무, 의상, 무대컨셉까지 모두 장악하고 그를 위한 그에 의한 그 자체인 기획사였기 때문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데뷰할 수 있는 그룹과 그 소화할 수 있는 파이는 지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마치 병목현상이 벌어지듯 회사의 역량 중 대부분을 유망주 양성에 쏟아붓고 정작 데뷰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기획사로 이적하는 유망주들을 미처 붙잡지 못했습니다. 이에 지쳐 자신만의 유망주 세력을 모아 독립한 회사들도 여럿 생길만큼 이 기형적 조직의 불균형과 이를 단지 단 한명의 제왕적 결정권으로 처리하는 체계는 어느 누가 봐도 비효율적이었으며 영리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JYP는 우회상장을 통해 상장사로서 갖춰야 할 기틀을 억지로 갖춰나가면서 체질개선을 하기 시작합니다. 돈먹는 하마였던 JYP 미국 법인을 즉시 정리한 것은 물론 수많은 우호관계에 있으면서 유망주를 소비해주던 계열 회사와의 관계도 속속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뻗어있는, 어쩌면 몸통줄기보다 더 굵어서 몸통의 허리를 휘게 만들었던 불필요한 지사나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던 차명 그룹사들을 중앙집중, 일원화시키기 시작한것도 이 무렵인데요. 이같은 JYP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새우등이 아주 직격탄을 맞은 중소 기획사들도 여럿 생겼는데 이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JYP의 이같은 강력한 구조조정은 단지 회사 내부 조직의 기형적인 부분을 다듬는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야구팀의 리빌딩처럼 단지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를 비롯한 코칭스테프 역시도 이같은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박진영 1인 권력집중체계부터 우선적으로 손을 보기 시작하여, 메인 스트림쪽에 외부 작곡가 영입 및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하게 되는 아마도 창립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JYP는 단지 이미 완성된 전문가들만을 초빙하는 것이 아닌 작곡부터 시작하는 유망주를 모으거나 아예 내부 아이돌 유망주를 프리프로듀스 쪽으로 돌리는 마치 YG의 종가라인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육성 라인 자체를 분업화하는 복수의 박진영 키즈 육성 대책도 바로 이 무렵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변화가 말 그대로 IMF 구제금융 당시처럼 대단히 강제적으로 그리고 아무 대책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하다보니 JYP가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고 안정화되기까지는 2013년 10월 이후에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도 매우 놀라운 것이 JYP는 철저하게 구제금융시스템으로 급진적 변화를 시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완벽한 경제학에 기초하여 연착륙을 시도했다는 것이죠.


아직 JYP의 시스템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례도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최소화된 리스크 상에서 실험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실험들은 고스란히 JYP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실험, 대중들의 반응 등을 종합한 데이터로서 남게 됩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사실은 JYP가 더 이상 기획단계에서 최종목표를 '특정 국가 진출' 및 그에 따른 언론플레이를 통한 주가진작이 아닌 보다 내실을 갖추며 적어도 자생이 가능한 그럴싸한 회사로서 기틀을 다지는 데에 주력했다는 부분이죠. 


지금까지 JYP는 정말 많은 씨앗이 있었지만 그 씨앗을 뿌릴 땅이 너무나도 좁았고 그 씨앗을 좁은 땅에 억지로 심다 보니 서로 한정된 양분을 나눠먹다가 죄다 싹이 트지 않거나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JYP는 2013년 말 이후부터는 3대 기획사라는 타이틀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아가며 미련을 갖는 자세에서 탈피하여 당분간은 다른 회사들에게 대세를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착실하게 리빌딩을 해서 재반격을 노리는 쪽을 택했다는 부분이 적어도 JYP에게 있어서는 정말 잘 먹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초에 JYP가 뭔가 잃을 만한 것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면 제가 누차 강조한대로 상장 그리고 이같은 경제학적 측면의 경영간섭이 JYP에겐 악수가 되었겠지만 웃프게도 JYP는 전혀 회사같지 않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기때문에 이러한 체질개선이 오히려 약이 되었던 부분이겠죠. 


아쉽게도 이는 JYP의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는 보약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항생제를 먹여서 어떻게든 팔아제끼려는 학교 앞 문방구의 병든 병아리 신세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왜 JYP에게 일어나는 일종의 변화를 IMF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알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사례가 지금 바로 여러분 눈 앞에서 나타나고 있기에 우선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JYP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근미래의 변화를 상징하는 바로 이 그룹으로 말이죠




中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9. 13. 03:15

한류가 난리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아리송해하던 사람들도 속속 실물 증거들이 나오자 '오오!'하며 간증을 해버리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도 꽤 실물 자체는 굳건해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들은 한결같이 지금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언젠가는 세계 최대의 음반 시장인 미국을 석권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미국을 부르짖었던 JYP와 최근 대세를 몰아 미국 진출을 타진하는 SM이 대표적인데요. 완전히 상반된 길을 통해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들 두 회사 중 과연 어느 쪽이 얼마나 미국에 다가서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JYP의 전략은 생각보다 매우 명쾌합니다. 미국에서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인이 듣는 정서가 있고 그 정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팝문화'에 기반하며 그 시기 한국에 있는 누구보다 그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연구했던 박진영 자신이 미국 진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음악은 철저하게 미국 색깔에 맞춰나가게 되는데요. JYP의 미국 진출은 임정희, 비, 원더걸스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데 이 중 원더걸스는 아직 현재진행형으로 결론을 유보할 수 있지만 임정희와 비의 경우는 확실한 실패 사례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데요. 미국팝 키드라고 자부하는 적임자에게 무엇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던 것일까요?

빌보드를 매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의 음악 유행이라는게 생각보다 꽤 변화무쌍한 편입니다. 첫 주에 복고바람이 불었다가 그 다음주에 갑자기 댄스팝이 핫100 1위를 먹고 전주 1위는 보이지도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거죠. 이게 이른바 '주류'라고 불리는 빌보드계의 트랜드인데, 이런 주류는 대부분 '세터'와 '리더' 즉 그 트랜드를 만들고 이끌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기획사나 레이블들이 독식하게 됩니다. 주식시장에서 워런 버핏이 투자하는 종목이 오르는것처럼 그들이 어떤 장르를 띄우겠다고 선언하면 업계 판도가 그 장르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죠. 당연히 미래를 '아는'것보다 미래를 '만드는'쪽이 훨씬 성공할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이 분...


그리고 이 트랜드를 만들고 이끄는 리더들 뒤에는 언제나 그 트랜드를 '완벽히' 소화하여 시장의 파이를 키우면서 그 키워진 파이를 먹는 세력 이른바 '대세'들이 있게 됩니다. 이 대세들은 트랜드 정보를 누구보다 가장 먼저 캐치하여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빠른 시점에서 제작에 착수, 가장 완벽한 시기에 가장 완벽한 작품을 내놓는 역할을 하게 되는거죠. 이들 역시 성공 가능성이 높고, 돈을 많이 벌게 됩니다. 이들은 주로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을 유력 아티스트들에게 공급하는 공급책 역할도 겸하게 되는데요. A급 팝스타들이 받는 곡들의 장르가 대체적으로 천편일률성을 띄는 것도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이 분 정도...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쫒아 한발 늦은 타이밍에서 떨어지는 고물을 받아먹는 중간세력층이 존재하고, 그들이 먹다 떨어뜨린 먼지를 쓸어담는 하층세력이 존재하는데요. 중간세력이 시작된 시점을 1단계로 봤을 때 하층세력까지 각 단계별로 최소 10단계 이상은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복잡한 먹이사슬이 왜 가능한지는 두말할필요도 없이 시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음반 시장이 아무리 커도 미국 하류 5단계 정도의 떡고물이 최대치라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2위 일본 역시 잘나가던 때에나 겨우 주류 끝자락 정도를 노려볼만 한 수준이었지, 지금은 중간층 2단계 정도에도 못미치는 수준인거죠.

이렇듯 미국 음반 시장에서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주류 라인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실력은 기본이고,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정보전에도 강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운까지 따라줘야만 합니다. JYP는 바로 이 주류 라인에 합류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인데요. 이 라인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정해져있는 만큼 진입 장벽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 있습니다. 질량보존의 법칙과도 같이 메이저 라인이 먹고 남은 떡고물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시장을 나눠먹는 트리구조가 되어있다면 이미 수익지출 구조가 바늘하나 들어가기 힘들 만큼 꽉 짜여져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세터, 리더, 대세, 중간세력, 하층 할것없이 어느 하나 '새로운' 도전자를 받아들일 상황이 못됩니다. 떡고물이 10이 떨어진다면 그 아래에 있는 세력은 2만으로 케파가 딱 맞춰져 있는 회사 5개가 있는 생태계인데, 만일 여기에 새로운 회사가 끼어들게 된다면 그 회사가 2 이상을 먹던 1도 못먹던간에 원래 있던 회사들은 2에 맞춰져 있는 케파를 수정할 틈도 없이 궤멸하게 되니 저항이 심해질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미국에서는 제 3세계 음악이라고 하는 (이 부분은 아래에 따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한국계 프로듀서가 이 라인에 끼어든다는 것은 인종, 민족적 보수성에 따른 시장 저항까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밟히고...


이런 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하겠지만, 지극히 불필요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새로 끼어들기 위해서는 그 계층에 있는 다른 회사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니까요. 수익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라인 전체가 등을 돌리지 않도록 많은 로비를 벌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유력 작곡가와 친분을 쌓아야 하고, 적어도 트랜드 세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중간세력 2단계 정도의 든든한 백은 필수로 있어야만 하죠.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이 아니면 '하류세력' 중 곧 도태될 세력이 어느쪽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들의 도움이 없이는 도태되는 타이밍에 맞춰 진입하려는 수많은 진입 경쟁자들보다 더 빠른 타이밍에 침투해야 하는 시간싸움에 이길 수 없기 떄문입니다.

원더걸스가 HOT 100위 최초 진입에 눈물짓는 이유, HOT100진입이 쾌거라며 JYP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아동복 매장에서 1달러에 팔렸다는 사건은 선뜻 와 닿지 않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비록 1달러에 팔리는 하류라인이지만 '메이저'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이들은 이 라인에 진입한 이상 적어도 그 라인의 그 계층에서만큼은 지속적으로 JYP의 아이돌이나 아티스트를 메이저 본류에 올려놓을 전용 포트를 만들어놓은 셈이 된 것입니다. 물론 그 이상의 라인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많은 투자 혹은 운이 따라주어야만 하겠지만 적어도 '단계적인 발전 가능성', 그리고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안정적인 대세 라인'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기업 사원보다 9급 공무원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죠.



문제는 이들이 반드시 착실하게 '윗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말씀드렸지만, 어디까지나 이 트리구조에서 하위층은 케파를 맞출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만을 나눠먹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적인 자금 유입 없이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인데요. 외부 자금의 유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외환관리법과, 미국의 연방법을 동시에 준수해야하기때문에 세금 부담도 그만큼 많아지며, 현지 노하우가 없는 만큼 다른 기업들에 비해 배 이상의 지출을 야기하게 됩니다. 과연 이런 자금력을 지속적으로 받쳐줄 수 있을 만한 자금동원력이 유지될지가 미지수라는 점을 우선 들 수 있겠고요.

두 번째로는 이들의 트랜드 체이스 능력이 과연 미국 본토에서 활동중인 기획사들에 견줄 수 있거나 비교우위를 보일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대세의 정보 속도전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본류에서 JYP가 가질 수 있는 위치, 즉 대세와 독창성의 벨런스를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가 불투명하다는 약점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언어의 장벽은 물론이고 타지인이 가지게 될 어쩔 수 없는 불리함에 대응하는 JYP의 대응은 애석하게도 '유행을 타지 않는 복고'라는 키워드였던 모양입니다. 이걸로 어떻게든 핫100을 맞춘 것은 칭찬받을만한 부분입니다만, 이후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원더걸스의 활동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질만큼 현지화된 전략을 취하게 되죠.



사실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지나치게 미국 라인을 지키려고 노력한 나머지 '국내 시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다소 안좋은 모습 중 하나가 내수에서 돈을 벌어 해외마케팅에 쓰는 라인인데, 사실 이게 제대로 국내에 회수만 된다면야 딱히 욕할 부분은 아니거든요. 그러나 JYP는 미국 진출에 올인, 그것도 미국 내수 중에서도 하류쪽 컨셉을 맞추려 들다보니 미국 빌보드 1위권 가수들도 국내에서 히트하기 어려운 판국에 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신선하게 받아들여줄 준비가 될 리 만무했습니다. 결국 JYP는 내수에서의 활동을 포기한 댓가로 매 활동마다 거의 밑빠진독에 물붓는 식의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끝이 안보이는 미국 시장 공략의 이같은 출혈 행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SM은 JYP와 완전히 정 반대의 노선을 취합니다. 필자의 지난 글 '대한민국 걸그룹 - 일본의 로리문화가 침투했다고?' 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SM의 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JYP처럼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반드시 '조금이라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는 한 엉덩이를 떼지 않는 묵직한 대기업의 행보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 있겠죠.

메이저 기획사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정도를 걸을 것으로 보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SM은 국내 활동에 있어서도 실질적 구매층과 객단가가 높은 계층만을 집중적으로 빨아먹는 소수정예 정책을 취하기 때문이죠. 이런 행보는 해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매니아층의 실구매력이 높기도 하고, SM이 표면적으로 유럽 내 인기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유투브 조회수, 광장에서의 플래시몹, K팝 동호회 등을 우리나라에서 서브컬쳐 인터넷 문화가 대중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를 비교해본다면 이해가 쉽게 되실 텐데요.


언제부터인가 걸그룹팬들이 오덕스러워졌다, 아니 그들이 오덕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SM이 매니아 계층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그들의 공략에 주력하느냐면, 그들의 활동은 굉장히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고 수치적으로도 굉장히 낙관적인 수치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제연구소에서도 어떤 제품을 그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한정해서 여론을 분석하지는 않겠죠. 당연히 전국민,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선호도를 조사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하겠지만, 그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한정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은, 소들에게 파리채가 필요하니까 모든 동물은 파리채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판단한 일화와 다르지 않게 되갰죠.

이런 매니아층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은 SM에게 있어 커다란 두 가지 메리트를 제공해주는데요. 하나는 이들의 활동이 가시적이기때문에 그로 인한 전시 치적을 과시할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앞서 걸그룹 컬럼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소수정예'식 확실한 고정 수익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음반 판매량이 다른 가수들에 비해서 적지만 그 음반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음반에 어떤 특전을 넣어서 1장 뿐만이 아니라 많게는 4~5장 정도를 살 수 밖에 없는 전략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겠죠.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사실 SM이 늘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을 정복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면에는 한국보다 더한 아시아권의 '돈 안되는 치적성 성과'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의 2011년 1/4분기 매출 분포를 보면 총 매출 200여억원 중 150억원 가량을 국내에서, 나머지 5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고 나와있는데요. 그 50억원 중 40억원 가량을 일본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중 일본과 국내를 제외한 12억 인구의 중국과 동아시아 전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고작 1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이는 우리나라에 일본 문화가 본격적으로 개방되었던 2000년대 초반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DVD, 일본 음반의 정식 수입 판매량과 비견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인데요. 이는 SM이 얼마나 '소수정예'의 구매에 지독하게 의지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도의적인 '무상 문화 활동'에 지나치게 묵인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나쁘게만 말할 것도 아닐 것이 사실 SM이 노리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틈새 시장은 의외로 굉장히 가능성이 풍부한 편입니다. JYP가 미국을 직접적으로, 그것도 메이저 라인만을 노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독립리그에서 '확실히 돈을 챙기는' 스타일인것이죠.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권, 남미, 유럽 미국 모두 사실 '아시아 문화'를 즐기는 매니아층은 예전부터 매우 꾸준히 '고정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시장을 지금까지는 거의 90%이상을 '일본 JPOP'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몇 년간 일본 시장에 불어닥친 어떤 '심각한 변화'로 인해 음반 시장에 새로운 투자와 신인 발굴에 정체가 벌어지고, 밀리언 스타들이 예전만 못한 기량을 보여주는 부진 속에 해외 시장에서 팬층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대안으로 KPOP이 선택받게 된 것이죠.


다만 이 문화가 미국이나 유럽이라고 해서 메이저로 당당하게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 문화에 심취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오덕' 취급 이상을 받기 어려울 만큼 뭔가 '당당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취향'인 것만은 분명하고, 이들 문화가 메이저 챠트에 털끝만큼의 영향을 끼칠 만큼의 파괴력을 미국이나 유럽 전역에 어필할 만큼 시장 권력이 강할 리도 없습니다. 아직도 아시아 문화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은 '아시아 문화' 상품을 구매할 때 아주 부끄러운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SM이 유럽정복의 근거라며 내세우는 공연 순식간에 매진, 추가 공연 요구, 커버 댄스 대회 성황, 유투브 조회수 같은 것들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라르크라는 록그룹이 내한공연을 했을 때 불과 1시간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었다는 일화도 있었고, 엄연히 일본 캐릭터와 음악 가수들을 흉내내는 동호회가 국내 곳곳에 성황중이며, 음악을 카피하거나 안무를 커버하는 이벤트 역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역시 이를 두고 '일본 문화가 한국을 정복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일본 만화가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으며, 라르크의 매진 소식에는 경악을 금치 못해할만큼 이런 소식에 일본 언론은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일부 한국인의 활동일 뿐 한국을 정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일본 문화 전체가 한국에 스며든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특정 회사', '특정 소속사'의 쾌거를 국가 전체의 경사로 보기 힘들다는 일본 언론의 이유있는 무관심이 있었던 것이죠.

라르크 내한공연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 SM의 미국 진출에 대한 해석을 내리자면 '일본 JPOP'이 가지고 있었던 이른바 '아시아 오덕들' 시장을 먹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즉 '상륙' 자체는 JYP가 겪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유럽에서 했던 '이벤트 쇼'를 미국에서 동일하게 연출해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것이죠. 미국의 '아시아 오덕'을 정복한 것이 미국을 정복한 것도 아니니까요. 이미 아시아 오덕은 아시아에서 나오는 문화 콘텐츠를 구매할 의사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계층이기 때문에,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국 문화 콘텐츠를 당당히 경쟁에서 이겨서 팔아서 국위선양했다는 식의 자뻑은 상당히 무리수가 될 것입니다.

다만 SM은 JYP가 그랬던 것처럼 굳이 미국 메이저 취향에 맞는 음악을 양산하려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으례 듣던 음악을 가사 번역 없이 한글판 그대로 수출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임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SM이 딱히 음악에 대해 자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편이 일단 더 잘 팔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시장은 '아시아 오덕'인데 굳이 영어가사로 불러서 어색한 작품이 나오는 것을 그들이 원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일단 한국 가사 그대로 수출해야 국내에 국위선양 드립을 하기도 훨씬 수월할뿐더러 결정적으로 투자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기에도 더할나위없는 효과를 주니, 그들로서는 돈은 들고 곡 형태를 망가뜨려가면서까지 영어가사를 넣을 이유가 없게 됩니다.

그들의 음반은, CD장이 아닌 침대 밑, XBOX 혹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숨겨져 있다.


정석대로 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어보이는 JYP, 우회로를 택했지만 미국 정복이라는 실질적 대의보다는 눈가림식 치적에 치중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SM 중 누가 더 미국 진출에서 큰 성과를 거둘지는 속단하기 이릅니다. JYP역시 정석을 유지하기에는 자금력에 슬슬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SM은 아예 시장의 실질적 수익에는 관심도 없으니까요. 만일 두 회사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가 된다면 먼저 두각을 나타낼 쪽은 SM이 될 것입니다. 팬 응집력은 오덕파워만한게 없으니까요. 우리는 유럽때 그랬던 것처럼 또 미국이 '한류에 열광한다' 고 보도되는 기사와 특집 다큐를 한동안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급성장 뉴스 이후에는 이렇다할 소식이 들려오기 힘들 것 같네요. 물론 JYP도 돈만 꾸준하고 충분히 가져다박는다면야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지금도 자금력이 바닥을 향해 돌진하는 마당에 개미 투자자들에게 기대는 시한부 돈줄이 언제 마르게 될지 몰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결론은 SM,JYP 어느쪽도 'KPOP'을 가지고 '미국을 정복'할 가능성은 참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만, 미국을 정복했다는 기쁨의 자위만큼은 충분히 누리게 해줄 능력이 충만해 보이니,
우리 모두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공화국 연구소 - 대한민국 아이돌 기획사 열전 JYP엔터테인먼트편 (부록) 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8. 20. 22:19
JYP는 유명 프로듀서의 이름을 직접 쓴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린 기획사라고 상 편에서 말씀드린 바 있었죠? 이름을 건 기획사가 JYP한 곳만은 아닙니다만, 그 기획사의 능력을 처음부터 인정받은 상태에서 프로듀서의 이름값과 검증된 제작 능력으로 신인의 가치를 높이는 식의 회사는 달리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만큼 JYP가 프로듀서로서 복합적으로 능력을 대중으로부터 장기간 검증된 사례를 통해 인정받아왔기 때문이었고, 그 능력은 어떤 컨셉 디자인만이 아닌 작사, 작곡, 안무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뻗어있었으니까요.


물론 이 능력들은 god를 비롯해서 대부분 성공을 거두긴 합니다만, 중 편에서 말씀드렸던바와 같이 음악 장르가 R&B, 혹은 80년대 영미권 댄스팝 음악의 어레인지에 한정되다보니 '새로움'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특히 JYP의 그룹은 어떤 음악적 컨셉의 변동 없이 R&B그룹이면 R&B만 주구장창하게 되고 댄스팝 그룹이면 댄스팝만 쭉 하게 되니까요. 아무리 박진영이 가진 음악에 대한 식견이 넓다고 해도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80년대에 멈춰있습니다. 음악적 세련됨에 있어서는 개선을 거듭합니다만, 그 컨셉은 철저하게 자신이 최고라고 믿고 있는 그 시대의 그것을 고집스럽게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죠.

그것을 극복하고자 그가 택한 퍼포먼스 위주의 프로듀스는 의외로 빠른 시점인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비의 4집 I'm coming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It's raining 때보다 한층 더 음악성을 베제하고 철저하게 퍼포먼스에 보조를 맞추는 수준의 음악을 추구했는데요. (멜로디부분은 아예 피쳐링을 맡겨버리고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음악 성향은 이후 퍼포먼스 컨셉으로 기획된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다소 영향을 끼치게 되죠


문제는 월드스타로 칭송을 받으며 기세를 올리던 비의 능력적 한계가 점차 정점을 찍고 있었다는 것이 바로 이때부터 감지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4집 이후 비와 박진영의 결별은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던 비가 박진영을 배신한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요. 사실 계약이라는게 한쪽이 일방적으로 기분이 상해서 계약이 틀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계약은 어차피 상호 윈윈을 위해 맺는건데 한쪽이 입장이 틀어졌다면 한쪽이 양보하는 형태가 되는 게 맞거든요. 왜냐하면 에초 계약을 맺는 관계라면 상대방이랑 계약을 맺는 편이 안 맺는 것에 비해 자신에게 이익이 그것도 꽤 크게 된다고 생각해서 맺는 것이니까요. 즉 비 역시 뭔가 박진영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들어서 재계약을 안했던게 맞지만 박진영 역시도 당시에 사활을 걸고 비를 잡을 만한 가치를 못느꼈다는 의미가 됩니다.

비 입장에서는 박진영의 해외 진출에 관한 경쟁력에 의구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가 가진 '미국 진출'과 관련된 능력이라는게 비가 얼핏 보기에는 단지 미국인들로 하여금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점과 자신의 이름값을 이용해서 해외 진출 관련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것 뿐이었거든요. 비는 아마 이런 부분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더불어 박진영이 추구하는 음악이 실제 미국 시장 초연에서 아시아 교민들로 가득채운 공연장의 모습과 유수의 언론들이 그에게 내린 평가는 '마이클잭슨 이미테이션'이라는 다소 냉혹한 평가가 나온 게 아마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박진영으론 안된다'라는 마음을 굳히기에 충분했던것이죠.

그런데 사실 비가 이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게, 비 자신이 아시아투어를 꾸준히 다니면서도 실제 체감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점점 식어가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비가 새로운 음악을 계속 내놓고 그 음악이 아시아를 호령할만한 상품성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면 새로운 앨범과 곡을 발표하는 족족 반응이 식어간다는건 모순되니까요. 물론 여기에는 드라마 풀하우스의 약빨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방영 1년을 넘겨 비의 인기가 한물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더불어 실제로 박진영의 음악이 그 풀하우스 버프를 이어갈만큼 아시아권에서 매력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던 것 때문입니다.

대만의 F4는 드라마 버프를 잘 이어간 사례로 꼽힌다.


이런 변화의 조짐을 느낀 건 박진영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그의 음악이 아시아에 통했는지의 여부보다는 비가 가진 상품성이 '풀하우스 버프'에 그 폭발력이 응집되었을뿐, 비 자체가 가진 가치를 오판했음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와 굳이 재계약을 안할 이유는 없었는데요. 다소 거품이 빠지긴 했어도 비는 아직 미국 시장에서 도전할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이 미국 내 아시아계 시장 공략이라는 점과 '비'가 가진 아시아권에서의 성과로 인해 '미국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떡밥이 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는 것이죠.

이런 부분은 비의 젊은 헐기와 패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은 말 그대로 굶주린 맹수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보수적인 방침을 용납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편으로는 박진영이 가진 능력에 대한 의구심 중 그가 결국 미국 진출에 있어서 가질 수 있었던 강점은 미국형 음악을 추구하는 것도, 미국에 있다는 수많은 인맥도 아닌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능력'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상한 건 박진영은 철저하게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자금유치를 할 뿐 회사의 명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선뜻 회사를 주식상장하지 않았는데요. 비는 바로 이 점을 예의주시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있었던 일은,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대로입니다.

 

박진영이 주식상장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필자가 이전에도 누차 강조했던 대로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꼰대 투자자들이 명목적으로 '경영 참여와 간섭'이 법적으로 가능해지는 '주식투자'는 사실상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티스트로서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세우고 직접적인 경영권보다는 실무 참여 권한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박진영으로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식상장은 하지 않으려 했는데요. 비 입장에서는 한창 미국 진출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조만간 풀하우스 버프가 없어진다는 것을 감지했기에 초초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미국 마케팅에서 돈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치명적임에도 고집스럽게 박진영 네트워크만을 활용한 투자 유치를 고집하는 박진영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을테니까요.

비가 JYP를 나온 직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제이툰 엔터테인먼트와 관계를 맺고, 우회상장시키는 일이었다. 제이툰엔터테인먼트는 경영권 간섭이라는 떡밥 대신 경영 책임을 철저히 비 자신이 아닌 투자자와 바지사장이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비의 미국 진출 점진적 실패로 인해 책임 소재가 분산되면서 비는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경영 일원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점으로 각종 소송에 휘말리는 등 외부적인 악재에 일일히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박진영은 비와의 결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퍼포먼스'위주의 아이돌을 기획합니다. 텔미댄스, 노바디댄스로 거의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기세였던 원더걸스, 본격 퍼포먼스 머신들로 구성된 2PM까지 보이, 걸 그룹 투톱라인을 갖추었죠. 이 두 그룹은 사실상 서로 번갈아가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만, 이 성공 뒤에는 JYP의 예견된 몰락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실 표면적인 붐 조성 면에서는 정말 나무랄데가 없었습니다만, 문제는 '돈'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퍼포먼스는 음반에 담을 수 없습니다. 디지털 음원 역시 마찬가지죠. 원더걸스의 텔미, 노바디, 2PM의 데뷰곡부터 지금까지의 주요 곡들, 미쓰에이의 주요 곡까지 모두 음반, 디지털 음원 매상은 조성된 붐에 비해 형편없을 정도였습니다. 텔미 CD판매고가 5만장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뉴스에 보도될 정도였으니까요. 왜냐하면 이들 음악 모두 '음악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큰 매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무와 퍼포먼스에 상품성을 집중시켰는데 정작 그 안무와 퍼포먼스를 팔 수 있는 수단이 되기에는 지금의 음반 시장 수익 구조로는 너무도 큰 한계가 있었던것이죠.


이들이 노릴 수 있는 수익 모델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팔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 '행사'밖에 없었는데요. 문제는 우리나라 행사들이 으례 그렇듯 '개런티'에 대단히 민감해서 대박톱스타를 섭외하기보다는 가성비를 따지는 분위기가 지방으로 갈수록 분명해지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이미 정상급 개런티를 받을 수 있는 JYP의 아이돌들이 섭외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로 아주 비싼 행사를 골라서 뛸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런 행사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게 아니기때문에 결국 타산 맞추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이 정도 끕이 아니면 안된다는 이야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퍼포먼스 위주로 기획 노선을 수정했다는 것은 결국 기존 god 라인을 타기 위해 들어왔던 JYP의 수많은 보컬 유망주들의 데뷰가 급격히 정체되어버리고 마는데요.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연습생이 한 번 메이저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면 짬 문제나 타사간의 팽팽한 긴장관계 탓에 이적은 곧 낙오라는 각오로 버텨야만 합니다. 거기에 회사명이 JYP, 그리고 박진영이라는 프로듀서로서의 명성에 너무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미지가 이미 대중에게 뿌리깊게 고착되어 버렸다는 점이 JYP에 남아있는 연습생들의 미래에 암운으로 작용하게 되는데요.

JYP에서 나오는 아이돌 그룹은 대중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히 '박진영'이 프로듀스를 했다고 믿습니다. 박진영의 성공 전례로 인해 그의 프로듀스 능력에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신인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평판까지 끌어올리는게 가능해서 JYP는 이를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활용해왔는데요. 문제는 박진영이 아무리 천재라고 할지라도 2개 그룹 이상을 동시에 기획하고, 그들에게 나오는 곡을 작사, 작곡, 편곡에다가 안무에 무대의상 기획, 캐릭터 컨셉, 퍼포먼스, 데뷰 플랜까지 모두 신경쓴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JYP는 아무리 많아도 한번에 2개 그룹 이상을 키워낼 수가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보유중인 연습생 수는 이런 소수정예 시스템에 걸맞지 않게 너무 많다는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는 것이죠.

퍼포먼스 위주로 그룹을 기획하게 되면 사실 맴버 전체가 노래나 랩을 잘 할 필요가 없어진다. 노래나 랩은 각각 한 명씩 총 2명에게 맡겨버리고 나머지 맴버는 가능한 퍼포먼스를 부각시키는 위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연습생'들 사이에서 뽑을 명목이 사라지니까, 미쓰에이의 맴버 절반이 중국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해외진출을 노리는 한편, 퍼포먼스 위주의 그룹에서는 다국적 그룹을 꾸려도 특별히 저항이 덜할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기자를 꿈꾼다던 소희가 원더걸스에 합류한 이유도 특별히 다르지 않은데, 이처럼 가창력과 관계없이 선발된 원더걸스 이후 거의 JYP의 거의 모든 그룹은 맴버 중 최소 한명 이상을 중편 이상의 영화 혹은 드라마 '정극'에 출연시키고 있다. 가능한 '해외 수출'이 가능한 드라마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는데 이는 비가 누린 풀하우스 버프의 재림을 노린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그렇다고 박진영의 프로듀스 능력이 이처럼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를만큼 모든 면에서 완벽했느냐면 그렇지만도 않았는데요. 물론 안무와 퍼포먼스는 확실히 국내를 주름잡을 만큼의 상품성을 갖추고 있었고, 음악 역시 하던 만큼은 해왔습니다만, 문제는 그가 기획하는 캐릭터와 컨셉이 너무 80년대의 로망스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복고컨셉' 을 잘 구사하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자리잡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가 '복고'를 키워드로 집중 기획한 노바디나 텔미 이외에 나온 기획들은 어딘가모르게 어중간하고,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한계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의상과 캐릭터 컨셉은 거의 최악이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이같은 그의 고리타분한 기획에 태클을 걸 수 있을 만한 대내외적인 환경이 전혀 뒷받침되지 못했습니다. 이미 텔미와 노바디, 한 번도 아니고 두번 연속으로 성공시킨 그의 절대사례는 아무도 그의 기획에 토를 달 수 없게 만들었을테니까요. 아무튼 원더걸스 이후 그룹들은 복고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보이는 그룹 컨셉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모르게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지 못한데다 의상은 뜬금없이 컨셉은 복고인듯한데 세련되게 튜닝한 흔적만이 곳곳에 남아있는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그룹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2PM과 미쓰에이가 대표적인데, 특히 미쓰에이의 지금까지 보여준 의상은 공히 최악에 가깝다. 2PM이야 처음부터 짐승돌이라는 (이마저도 박진영이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컨셉이 분명했기에 문제가 없지만 미쓰에이의 컨셉은 싱글 두장에 정규 1집까지 나온 지금 시점까지 제대로 잡혀있지 않고 있다.


JYP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소리없이 곪아가며 하나 둘씩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는데요.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원더걸스 원년맴버 현아였습니다. 현아는 건강상의 문제로 원더걸스를 하차했으며, 박재범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윤리적 문제를 저질러 영구 탈퇴를 시켜버렸는데요. 이중 현아의 케이스가 좀 특이한 사례입니다. 그녀를 복귀하게 만들어준 그룹 포미닛은 JYP가 아닌 JYP 전 대표 홍승성이 세운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였기 때문이죠.

JYP의 대표를 지냈던 홍승성이 세운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반드시 거론되어야만 하는 회사가 JYP 소속 작곡가였던 방시혁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이 두 회사는 설립 시기는 제각각 다릅니다만, 이들 기획사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수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가 마치 짜맞추기라도 하듯 2009년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JYP'연습생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현아와 박재범 스캔들이 있었던 2년간의 텀 속에 JYP 대표 홍승성과 작곡가 방시혁, 그리고 수많은 JYP 연습생들에게 저 둘의 사건, 그리고 박진영이 보여준 한계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그들이 굳이 JYP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차리는 기획사로 옮길 만한 동기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말입니다.

이들이 과연 순수한 신인이었다면?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기본적으로 빠른 비트의 아이돌 음악을 추구합니다만, 가능한 퍼포먼스보다는 보컬에 중점을 두며 결정적으로 전속 작곡가를 과감히 베재한 외부 작곡가 체제를 택한 점이 JYP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인데요. (비스트의 신사동호랑이, 포미닛의 용감한 형제가 대표적) 굉장히 기본에 충실한 아이돌을 배출하고 있고 음악 중심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음원이나 음반 판매량도 괜찮은 편이며 기획사가 음악에 신경쓰지 않고 기획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획 전환이 매우 빠른 편입니다. 그래서 소속 아이돌은 유연하게 새로운 컨셉을 준비하며 포텐을 폭발시킬 수 있는 여력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시혁이라는 JYP출신의 걸출한 작곡가가 이끄는 기획사 답게 아예 처음부터 퍼포먼스를 철저히 배제하고 보컬의 능력과 완성도 높은 음악만을 추구합니다. 당연히 JYP에서 노래깨나 한다는 발라드 R&B 연습생들은 죄다 이쪽으로 옮겨온 모양새인데요. JYP가 JOO이후 이렇다할 발라드 라인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퍼포먼스 위주의 정책에 밀려 데뷰에 기약이 없던 연습생들이나, 실패한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던 중고 유망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2AM 역시 빅히트쪽으로 완전히 무게추가 옮겨지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죠.

이들 중 JYP에 남았거나 JYP에서 데뷰한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JYP에서 나와 JYP 출신 간부들이 세운 회사들로 어떤 기약도 없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이유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적 후 활동하는 모습과 단기간에 이루어낸 급격한 성장과 성공가도, 그리고 그들이 가진 개개인의 놀라운 포텐셜을 보면 JYP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어디에 있었고, 이들이 그런 JYP에서 무엇을 느낀 것인지를 결과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god의 박준형, 원더걸스의 현아, 그리고 2PM의 박재범까지, 혹은 그 속에서 이미 드러나지 않은 사이에 더 많이 있을 수도 있었던 JYP내부의 고름들이 실제로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들이 아무 미련 없이 JYP를 나왔다는 팩트만이 존재할뿐


야망도 크고 능력도 충만한 프로듀서가 가요계 판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음악적 고집이 있어서도 안되고, 성공을 위해 노선을 너무 쉽게 바꾸어버려서도 안된다는 것을 잘 가르쳐주는 듯한 JYP의 사례는 단순히 한 기획사의 오판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루었다는 점, 그리고 그 희생은 지금 현재 진행형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빅 3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는 소화 불가능한 세 불리기의 말로, 그리고 실패에 대한 부분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프로듀서의 한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결국 한 사람의 오판으로 누구 하나 승자가 되지 못한 이 바닥이 재현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JYP엔터테인먼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2010년 12월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 박진영 편 방영분 중

 



...들어가지 마세요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JYP엔터테인먼트'편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8. 4. 05:55
god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박진영은 '고생'을 계급화시키는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길고 지겹기로 유명한 JYP의 연습생 기간은 '실력'을 키운다기보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고생'이라는 개념이 강한 편인데요. 왜냐하면 SM처럼 음악최우선주의를 표방하거나 특정 국가의 아이돌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식으로 회사 체계를 잡아나가는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JYP에는 특별한 육성과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그룹 기획도 대단히 즉흥적이며 보수적이고 어떤 철학이나 컨셉이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기때문에 JYP의 연습생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이 성향을 파악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게 되는데요.


이런 생지옥이 따로 없는 JYP에 오래 붙어있으며 이른바 '의무고생기간'을 '비'가 훌륭히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물론 불행한 가정사도 있었고 그 이전 첫 데뷰 실패 이후의 생긴 악바리같은 근성 때문이기도 했죠. 아무튼 그가 우여곡절끝에 데뷰를 하고 지금의 월드스타에 반열에 오르게 도는 것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 '비'라는 존재가 꽤나 신화와 같은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긴 합니다만, 의외로 비의 성공은 상당히 얻어걸림성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그의 얻어걸림을 증명할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당시 남자 솔로 가수의 극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었던 절대지존 '유승준'의 병역 문제로 인한 급작스런 퇴장입니다. 이미 남성 솔로 가수로서는 최고의 위치에 오르며 가요계와 예능을 지배했던 그의 퇴장으로 인해 이른바 '짐승남'아이콘에 공백이 생기게 되는데요. 유승준이 가졌던 시장은 기존 아이돌 그룹이 10대들의 코묻은돈을 뺏는 시장이 아닌 20대 이상의 실구매층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만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고 기준이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었죠. 재능적인 측면에서 거의 완벽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만큼 제대로 된 유망주가 나오지 않는 한 투자 대비 리스크가 엄청나기에 기존 기획사들도 군침만 삼킬 뿐 섣부르게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이죠. 유승준의 독주는 이런 이유로 가능했으며, 그의 퇴장 이후 기라성같은 기획사들이 그의 공백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무주공산의 시장을 가져올 히든카드를 내놓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난리통 속에 (정말 유승준을 대체한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비'의 데뷰가 이루어졌지만, 사실 '비'는 '유승준'에 비하면 데뷰 당시의 임팩트가 상당히 부족한편이었습니다. 데뷰 직후부터 유명 통신회사의 CF를 찍고, 박진영이 손수 정성스례 푸시를 해주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만, 안타깝게도 가창력이나 댄스 실력은 물론 20대 이상 여성들을 사로잡을 가장 큰 포인트인 '페로몬'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일단 나이도 너무 어렸고 딱히 잘생겼다고 말하기 힘든데다, 당시에는 이렇다할 자기만의 스타일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가진 포텐셜을 제대로 폭발시키지 못했다고 봐야할것 같습니다. 당시 비의 이미지는 어떻게 보면 동년배인 10대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었고, 의욕적으로 출연한 드라마 역시 10대 학원물의 성격이 강했으니까요.


그러던 도중 비가 천운으로 얻어걸린 드라마 작품이 바로 '풀하우스'입니다. 이 드라마는 '동거'라는 소재와 순정만화의 대가 원수현 작가의 원작이 가진 성격으로 인해 미니시리즈 방영 시간대 주요 시청 결정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 후반 이상의 여성 시청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게 되는데요. 여기에는 물론 이전 작품 상두야 학교가자의 정극 경험과 음반 시장에서 거둔 어느 정도의 성공을 바탕으로 캐스팅이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베재하지 못합니다만, 사실 풀하우스 제작 당시 남자 연예인의 대대적 병역 비리가 터지며 20대 젊은 남자 배우들이 줄줄이 군대에 끌려가버리는 통에 드라마 업계에 엄청난 남자 배우 기근이 겹친 시점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비의 캐스팅이 이루어졌을지는 의문입니다.

당시 풀하우스의 경쟁작으로 대두되던 '형수님은 열아홉'에는 무려 '윤계상'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


풀하우스의 메가톤급 성공은 드디어 20대 여성 팬층이 비를 '유승준'을 대체할 수 있는 '남자'로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풀하우스에서 보여준 무수한 상의탈의씬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그는 풀하우스로 인해 20대 팬층에 거의 완벽하게 안착한 상태였고 이런 변화를 박진영이 놓칠리 만무했습니다. 사실 데뷰 당시부터 풀하우스 이전까지의 앨범이나 활동 컨셉에 있어 어떤 캐릭터를 부여받기보다 단순히 남자솔로가수로서 '음악성'(가창력이 아닌)을 인정받는 수준에 그쳤던 그가 박진영의 집중 관리를 받은 직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캐릭터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2집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 3집 It's raining의 뮤직비디오 영상,
음악적으로도 확실한 멜로디 라인이 존재했던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는 달리 It's raining은 그야말로 박진영식 '랩'으로 점철되어 멜로디라인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곡을 선보였다. 이전 박진영 본인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런 곡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라도 간단히 뽑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실제로도 노래 자체보다 그의 호흡 퍼포먼스가 대중들에게 부각되어 각인되었음은 물론 이를 충분히 의도적으로 노린 듯한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실제 무대에서의 상의 탈의 및 의상의 기본 노출 빈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며, 풀하우스에서 터진 20대 여성팬층을 흡수하는데 총력을 다한다.



풀하우스 종영 1개월만에 발표된 비의 3집은 그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는 역사적 의미 이외에도 JYP로 하여금 두 가지 큰 역사적 흐름의 변화를 야기시키는데요. 그 중 하나가 上편에 언급했던 'god'의 5집 실패 직후의 은퇴 해체입니다. 그들의 실패와 동시에 성공을 거둔 비의 사례는 이제 막 탄생한 JYP의 향후 방향성과 색깔을 결정짓는데 크게 기여하게 되죠. 이는 박진영이 '비'를 통해서 '음반 시장'이 급격하게 음악 자체를 소비하는 것에서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에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이에 대한 속사정은 조금 복잡합니다.

먼저 god와 비 사이에 있던 박진영을 논하기 전에 그가 가수를 키우기로 결심한 동기, 즉 대의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른바 '팝송 키드'라고 불린 세대인데요. 때문에 그의 음악은 어딘가모르게 그의 어리고 젊었던 시절 한국 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던 음악의 감성이 스며있습니다. 그의 음악 패턴은 기본적으로는 '복고'를 추구하지만 '창작'을 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가능하면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거둔 음악 포멧을 사용하기보다는 이른바 '미국 로컬 시장에서의 복고'를 추구하는데요. 기본적인 줄기는 같으면서도 당시 한국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른바 '매니악'한 음악을 들여와 리폼하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흔히 박진영이 표절 시비가 붙는 곡들이 대부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라는 점, 그리고 그 표절 시비가 의외로 아슬아슬하게 이슈를 매번 이탈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런데 이 복고라는 키워드와 '팝송 키드'로서의 음악적 감각을 통해 창작된 음악은 그 개성이 분명하고 국내 시장에 한정된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반면에 레파토리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신선함'을 준 이후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음악이 아무리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이고 우리나라가 그들의 음악 센스보다 몇년을 뒤진다고 해도 어쨌든 옛날 곡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아무리 샘플링을 세련되게 리폼한다고 해도 기본 베이스가 구식이라는 한계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좁다는 점도 문제였죠. 한마디로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인데, 0부터 새로 써내려가는 순수 창작보다 기존에 있는 음악 포멧을 리폼하는 정도로 새로움을 어필하는게 훨씬 힘들고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박진영은 꽤 오랫동안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초반 2집, 3집까지는 가지고 있는 팝송 키드의 레파토리로 신곡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4집,5집까지 점점 롱런하게 되면 '음악 컨셉'만으로 새로움을 보여주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가 비 3집의 가공할만한 성적으로 어찌보면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새로운 자신의 능력과 그에 대한 시장성을 깨닫게 됩니다. 음악적으로는 이미 '순수 창작'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만큼 고지식화가 정착된 그였지만 '퍼포먼스'는 얼마든지 '순수 창작'이 가능할 창작 에너지가 충만했던 것이죠. 여기에는 그가 거의 기본 베이스 이외에 멜로디 라인을 거의 손보지 않은 채 랩으로 떡칠한 날림작 'It's raining'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점이 주효했습니다. 비의 3집을 듣는 많은 사람들은 비의 호흡 퍼포먼스에 열광했을뿐 음악이 급조된 날림이었다는 걸 인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가 만든 안무와 퍼포먼스는 음악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며 그 상품성을 입증해냅니다.

비 3집 이후 JYP에 몰아닥친 변화는 박진영의 프로듀스 컨셉의 변화와 일치한다. 이 새로운 컨셉을 잘 보여주는 두 그룹 원더걸스와 2PM은 모두 곡 초반에 거의 모든 승부를 걸듯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내세워 관객기선을 제압하는데 반해 곡 자체는 초반 퍼포먼스에 비해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을 줄 만큼 완성도가 떨어진다.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 자체만으로 뭔가 '새롭다'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박진영의 이같은 '안무' 혹은 '퍼포먼스' 제작 능력에 의한 성공은 단지 비의 풀하우스 버프처럼 우연히 시장의 흐름에 맞아떨어진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박진영은 음악 제작 능력 이상으로 안무와 퍼포먼스 제작 능력이 뛰어났으며 그것이 음악만으로 인정받았던 가요계의 판도를 바꿀 만큼 엄청난 '상품성'을 가질 수준의 완성도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안무는 지금까지 '춤'을 반드시 '음악'에 따라붙는 곁다리에서 음악 없이 안무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반열에 올릴 만큼 혁신적이었는데요. 실제로 원더걸스의 '텔미', '노바디'에서 보여준 그의 안무 콘텐츠는 [곡 중심/안무 곁다리]의 판도를 적어도 그가 연출한 무대에서만큼은 [안무 중심/곡 곁다리]로 역전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음악'없이 출 수 있는 춤, 음악이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안무, 그가 만드는 안무가 단지 시기적인 운을 타고난 것이 아닌 언제 나와도 성공할수밖에 없는 가치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한계에 봉착했던 새로움에 대한 과제도 해결했음은 물론 대안으로 내놓은 컨셉이 대박을 터뜨리는 가운데 JYP의 앞날에는 별로 거칠 것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적 감각과 높은 상품적 포텐셜을 가진 그만의 독보적 안무 제작 능력으로 국내 가요 시장을 지배해나가는 JYP에 점차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단지 그의 이름을 건 JYP라는 회사 이름 때문에 그들이 위기를 맞게 되리라곤 당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할수도 없었습니다.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7. 25. 02:38
SM엔터테인먼트 도입부분에 들었던 서태지 계보에서 갈라져나온 세 가지 세력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그의 음악을 인정하고 필요한 부분을 취했던 쪽이 SM엔터테인먼트 쪽이었다면 이번에 다루게 될 JYP 엔터테인먼트 (이하 JYP)는 서태지의 음악을 극렬히 비판하며 좋게 말하면 독자적인 노선, 나쁘게 말하자면 그의 음악과 반대되는 성향만을 골라서 간다는 식으로 자존심을 지켜왔던 기획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서태지가 '일본통'이었다면 JYP는 자칭 '미국통'이었기 때문에 에초 흐름의 급이 달랐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난 노는 물이 달라!


JYP는 이른바 1인 기획사로 시작하여 간간히 태흥기획이나 싸이더스를 통해 프로듀서로 소속, god를 기획,배출하는 등 프로듀서로서 명성을 쌓은 뒤 별도의 기획사로 독립하게 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지금도 그는 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프로듀서로서의 활동을 쌓고 기획사는 그의 명성에 의존하여 기획사명을 바꾼 형태가 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어떤 회사로서의 체계는 잡혀있다고 하더라도 박진영이 실무이사급은 될지언정 직접적인 경영 즉 CFO에 간섭받을 가능성이 있는 권한을 갖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돈에 욕심이 없었다거나 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리만큼 경영실권을 회피하는 행보를 보이며 기획 그 자체에 집중했던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Post Seotaji

이런 이유로 JYP는 스타들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이 아닌 이미 'JYP'라는 스타 프로듀서의 브랜드 가치를 등에 업고 탄생한 기획사라는 점에서 기존 기획사들과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물론 이는 JYP의 독립기획사 설립이나 경영권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신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전략이 있었는데요. 물론 일개 가수가 새로운 가수를 만들어낸다는 단순한 이슈만으로는 그다지 주목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박진영을 단순히 좀 지저분한 스타일의 댄스 보컬리스트가 아닌 음악적 조예가 깊은 아티스트로 인정하게 된 게기가 하나 있었는데요. 다름아닌 음악 대통령 '서태지'를 공개적으로 디스한 거의 최초의 가수라는 이력입니다.
 

서태지가 우리나라에 들여온 (당시의 표현 그대로) '랩'이라는 장르는 국내 음악계에 혁명이라 일컬어질만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 서태지의 음악을 비판한 비평가나 음악 전문가들은 박진영 이외에도 제법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비평의 내용을 살펴보면 '악보도 없는 음악이 무슨 음악이냐', '컴퓨터 음악은 인간미가 떨어진다' 같은 지극히 보수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것을 무조건 거부하고 배척하는 식의 비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박진영은 단순한 거부감 표출이 아닌 서태지의 음악 장르 자체 완성도에 대한 비판 시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점이 이들의 비판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던 것이죠.

1995년 11월 1째주 SBS 인기가요 1위 후보 발표장면, 서태지 4집 활동 당시 이렇다할 가수들은 전부 활동을 미루거나 자취를 감추었던 것과는 달리 박진영은 '청혼가'를 내놓으며 서태지와 대등하게 맞서는 쪽을 택했다. 그는 결과를 떠나 서태지를 피하지 않았다는 이미지를 남기는데 성공하며 서태지 은퇴 이후 박진영이 그 반사이익을 누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가 모 방송에 나와 서태지의 '난 알아요'부터 쓰인 랩뮤직 라임들이 거의 대부분 '랩'의 장르적 룰을 어겼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데요. (무려 이에 대해 대학 논문까지 내려고 했다는 첨언까지 덧붙였었다) 사실 이 비판의 내용이 정확했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서태지가 하는 음악은 지금까지 없었던 음악이었기때문에 무조건 그가 하는 음악에서 태초의 신비만을 느꼈을 뿐 그가 틀렸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대중에게 있어 박진영의 이러한 '학구적'인 모습은 그를 일개 '댄스가수'에서 어쩌면 서태지 이상의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티스트로 대우해주게 만들어주는 배경이 됩니다. 다만 당시 음악계는 서태지가 틀렸는지 아닌지조차 판단할 수 없을정도로 이 '랩'이라는 장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박진영'이 날린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비평이 정말 맞는 말인지 판단할 수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신이 될 수 없었던 아이들...

이런 박진영이 키우는 아티스트, 게다가 서태지가 떠난 공백의 충격파를 흡수하기엔 단순히 음악적 한계가 분명한 아이돌로 매워지고 있었던 그 공백을 대놓고 노린 그룹 god는 음악적 재능이나 맴버들의 가치 이전에 박진영이라는 네임벨류로 먼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악적 색깔에서 그의 느낌이 묻어나온다는 평가에서부터, 김태우와 박준형이 균형을 맞춰주는 R&B와 정통랩의 조화까지, 그동안 컨셉이 맞추는데 급급해 불안한 음악적 완성도를 용인할수밖에 없었던 SM의 음악에 점차 질려가고 있을 무렵 등장한 god의 타이밍은 정말 절묘했습니다. 이들은 아이돌은 무조건 키크고 잘생겨야 성공한다는 편견을 벗었음은 물론 대형 전문 기획사의 버프가 없이 프로듀서 한 명의 능력과 명성만으로 아이돌 그룹의 궤도진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컸다고 평가할 수 있었죠.

god는 당대 아이돌 중 가장 슬로우스타트를 한 사례에 손꼽힌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god의 기획사였던 싸이더스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이었던데다가 god를 전후해서 가수는 고사하고 이렇다할 연예인을 키워내거나 소속 운영한 전례가 손꼽힌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은 god이후 싸이더스의 행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런데 당시 god를 박진영이 기획하고 곡을 주고 키워냈다는 인식 때문에 싸이더스의 역할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만, 사실 god가 국민그룹이 되기까지 싸이더스가 했던 역할을 무시하기 힘듭니다. god가 실질적으로 국민그룹이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god의 육아일기까지 god를 이끈 건 박진영의 버프가 아닌 싸이더스의 인맥과 역량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로 싸이더스는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MBC 예능국과의 라인을 매우 탄탄하게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 치면 칸무리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만한 (지금도 지상파에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그룹 이름을 내건 주말 가족시간대 버라이어티 편성을 안겨다주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싸이더스는 단순히 가수 매니지먼트사가 아닌 영화, 음악, 공연예술, 방송연예에 이르기까지 성역이 없는 복합엔터테인먼트사를 표방했기 때문에 가수를 직접 육성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미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신인을 집중투자 후 적절히 자금을 회수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노하우도 풍부하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바닥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점과 소속 연예인들의 근속기간이 업계 평균 이상이라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즉 소속 연예인이 어떻게 해야 '회사'차원에서 이익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영수완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런 싸이더스의 성향은 아무래도 전문 가수 매니지먼트사의 개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던데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가치를 홍보 소모품이나 상품 요소 정도로 치부하는 식의 보여지는 가치관 때문에 SM을 비롯한 많은 음악 전문 매니지먼트사의 갖은 비판과 견제를 받기 시작하는데, 이는 싸이더스에 협력하고 있는 박진영이라고 해서 불만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싸이더스가 시총 2천억의 위엄을 자랑했던 당시 시총 300억에 불과했던 SM의 싸이더스를 향한 극렬한 디스는 그들의 영업수완에 대한 질투심의 발로였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던 SM이 이제는 싸이더스의 스타들 막굴리는 시스템에다 노예계약 옵션까지 도입하며 6년만에 시총 2천억을 달성하는 아이러니한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라는 점은 또 다른 이야기...


god의 활동 중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 중에서 크게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는 '잇따르는 교통사고', 또 하나는 '리더 박준형의 그룹 제외 시도 스캔들'이 될 텐데요. 무리한 스케줄 편성으로 인한 과속 탓에 벌어졌던 잇따른 교통사고는  '벌때 바짝 벌자'는 싸이더스의 성향과 연관을 안지을수가 없는 노릇이었고, 리더 박준형을 god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움직임 역시 상품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관련 부가가치 상품 매출만 봐도 답이 나오니까) 맴버를 사전에 제외함으로서 향후 재계약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측면이 없었다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실력파를 선호하는 박진영으로서는 김태우와 함께 god의 음악적 중심을 잡아주는 박준형의 탈퇴를 그냥 두고볼 리 없었고, 때마침 팬들 역시 박준형의 맴버 제외 시도가 있을때마다 반대 여론을 만들어준 덕에 박준형은 god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게 됩니다만, 잊을 때마다 나왔던 교통사고와 주기적으로 꺼냈던 박준형 맴버 제외 카드는 싸이더스와 박진영의 관계를 좋지 않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가수 보호를 내세웠던 박진영이 자신의 이름을 건 기획사를 직접 설립하고 god를 이적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되는데요. 그런데 이때 아주 묘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다름아닌 JYP의 설립과god의 이적이 맞물리는그  시점에 윤계상의 군입대가 결정, god에서 이탈하게 된 것입니다. god는 인기 구심점이었던 맴버를 잃은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고, JYP체계에서는 이렇다할 성과 없이 4인 체계로 한 장만의 앨범과 뒤이은 전국투어 콘서트의 흥행 참패 충격을 뒤로 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윤계상은 군복무 뒤, 보란듯이 싸이더스에 남아 각종 드라마, 영화의 주연을 따냈음은 물론 연기자로서 거품이 아닌 착실한 내공을 쌓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수 출신 연기자로서는 보기 드문 롱런을 기록하고 있다. 싸이더스와는 2009년 말 결별했지만 그는 싸이더스 소속으로 군 제대 이후만 따져도 크고 작은 영화 4편에 주연급 캐스팅을 해내며 연기자로서 충분한 기회와 가능성을 부여받았다는 평가다.

god가 이렇게 좋지 않은 뒷맛을 남긴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박진영이 당시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아이돌이나 가수를 육성하는 데에는 단지 좋은 곡을 쓰고, 좋은 능력을 갖춘 맴버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음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 다시말해 싸이더스라는 기획사의 능력과 수완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god가 박진영이라는 스타 프로듀서의 버프를 받았다는 것, 그러나 그 박진영을 스타 프로듀서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근본적인 홍보 전략 자체조차 싸이더스의 능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던것이죠.

하지만 이를 단지 싸이더스의 능력 부재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개운치 않은 결과론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들이 god로서 활동을 끝내고 각자 홀로서기를 할 때 어느 누구 하나 JYP에 남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국민그룹 god의 아쉬운 마지막 모습이 과연 박진영이 역량부족을 드러낸 결과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100% 자신의 계획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그룹에 대한 미련을 전혀 남기지 않은 의도된 부분이 있었는지가 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의문으로 남고 있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SM엔터테인먼트가 동방신기를 데뷰시키기 전에 기존 유망주들을 정리하듯 박진영이 어떤 변화를 감지하고 그의 성향을 대폭 수정하는 가운데 기존 전략에 맞춰 육성되었던 가수들을 정리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만, SM보다는 내부적인 치부를 드러내는 헛점을 잘 노출하지 않았던 그의 전략 탓에 아직까지는 이 당시의 변화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활동중인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에서 다시 보고 싶은 그룹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god,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HOT가 각각 해체와 활동 중지를 선언했을 당시 사회적인 파장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이들의 쓸쓸한 퇴장은 많은 점을 시사하게 만들고 있다.


다만 아쉬운대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대신해주고 있는 듯한 JYP발 최종병기가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god의 쓸쓸한 퇴장과 동시에 전혀 다른 스타일로 포텐셜을 폭발시키며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누군가가...


中 편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0. 4. 25. 09:43
그냥 단편 기획으로 생각했던 게 쓰다보니 길어질 것 같아 일단 4부작으로 나누었습니다.
어쩌다보니 반말체로 시작했는데 그냥 반말체로 끝내볼까 합니다. 양해 바랍니다.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들, 그들은 그들과 같이 호흡했던 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팬들은 하나의 세대로서 함께 존재한다. 서태지 세대, HOT 세대 등 약 5년여간의 주기를 거치는데 5년은 정확하게 13세부터 18세까지 즉 1318을 거치는 주기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직후부터 팬을 시작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아이돌 팬 역시 함께 졸업한다. 그렇게 고정팬층이 사라지는 아이돌은 자연스럽게 신인들에 치여 퇴출되고 또 다시 새로운 별이 나타나는 주기가 반복되고 있다.
                Seotaiji 15th Anniversary
 Seotaiji 15th Anniversary by taijin Jung 저작자 표시비영리


 
사회현상까지 일으킬만큼 폭발적인 아이돌그룹의 인기만큼이나 퇴출 후 그들의 관심이 세간에서 멀어지는 것 역시 빠르다. 그들에게 팬들은 남지 않고, 팬들을 위해 그들은 남아주지 않는다. 기획사의 전폭적인 영업력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은 뭐 하나 할 수 있는 어떤 자구책조차 없이 껍데기만 남아 연예계에 버려지고 당연하게도 그들에게는 홀로 일어설 힘따윈 없다. 서태지, 신승훈, 김건모 ... 하물며 조용필까지 예전만 못할지언정 시대를 풍미한 가수로서 가요계에 남아 그들을 사랑했고 그들에게 청춘을 걸었던 팬들을 만날 수 있는 힘은 '음악성'이라는 단단한 기반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이들에게 음악성을 바라기에는 한참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니까...

왜 그들은 가요계...아니 연예계에서 끊임없는 퇴출과 해체, 정든 맴버와의 결별, 소속사와의 분쟁을 수십년째 반복해오며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 자기자신들의 존재를 팬들 앞에서 지워버리는 것일까?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공화국 연구소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의 문제점과 현주소를 짚어보고 이같은 병폐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불공정 계약

아이돌 그룹의 노예계약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 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간의 불공정 계약 분쟁과 이에 따르는 양측의 여론전쟁은 매번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 채 어느 한쪽도 승리자가 되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그들을 응원하던 팬들은 그들에게 걸었던 학창시절 청춘의 추억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채 울부짖는다. 겉보기에는 떠나는 자와 떠나는 자를 잡는 자의 실갱이로 보이는 이 구도는 사실 3자구도로 봤을 때 돈을 더 벌고 싶은 자 (아이돌)와 돈을 더 주고 싶지 않은 자 (기획사)의 싸움일 뿐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순수하게 떠나지 않기만을 기원하는 쪽은 어느쪽도 아닌 그들을 응원하던 팬들 뿐이었다. 1318을 졸업하고 아이돌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더라도 누구나 첫사랑을 잊지 못하듯 언제나 그 자리에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소녀시절 추억으로 좋은 모습만 간직하고 싶었을 뿐인 그들에게 남는 건 결국 아무것도 없다.

어느 한쪽도 승리하지 못하는 이 지리멸렬한 싸움은 왜 시대가 변하고 그 문제에 대한 분석과 지적이 매번 끊임없이 반복 지적되고 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당연하겠지만 여기에는 뿌리부터 잘못되어 있는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의 병폐가 작용하고 있다. 우선 기획사의 역할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 대한민국의 기획사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원석을 처음부터 발굴해내 자신들만의 철학에 맞는 완벽한 로봇으로 길러내는 데에 수억을 쏟고 그렇게 만들어진 그들에 맞는 장기 플랜을 준비하고 그걸 그대로 운용하면서 중간중간 발생하는 스캔들 등의 리스크까지 관리해내야만 한다. 당연하겠지만 여기에는 정말 천문학적인 인건비가 들어갈수밖에 없고 기획사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거대화될수밖에 없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젊은이들이 흔히 '취업'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까? 우선 원하는 목표 기업을 정하고 그 기업이 요구하는 입사 기준에 맞게 자신을 준비한다. 토익 점수를 원하면 토익학원에 다니고 면접이 까다로우면 면접대비학원, 논술이 필요하면 논술학원, 특정 자격시험이 필요하면 또 그에 맞는 학원을 다닐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앞으로 지원하게 될 회사에서 지원해줄리는 없다. 모두 자비로 자신을 그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추어 도전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취업 풍경이다.

그런데 똑같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연예계의 경우는 기획사 문만 통과하면 그 뒤로는 음악 실력 향상과 댄스, 연기 등 거의 대부분의 자가발전비용을 기획사 책임 하에 전액 부담하는 것이 완전히 일반화되어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사회적 문제가 작용했는데 첫번째가 HOT를 필두로 아이돌 산업이 최전성기를 맞던 20세기말 무렵 사이비 연예기획사가 급증하며 나이 어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고액의 레슨비를 받아 가로채는 사기 사건이 기승을 부린 후 메이저 기획사들이 길거리 캐스팅에 있어 레슨비를 요구하지 않는 풍토가 관행으로 자리잡은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오디션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지망생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부실했기에 조금 가능성 있고 외모가 좀 된다 싶은 아이들을 주먹구구식으로 캐스팅하는 방식이 산업 전반에 뿌리깊게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헛점이 많은 캐스팅 방식은 뒷돈, 성상납 등 다양한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 아이돌 산업 특유의 이른바 '팔리는 캐릭터'이론이 접목되면서 점차 음악성이나 기타 예능 관련 재능과는 거리가 먼데다 공정성마저 결여된 선발 기준이 고착화된다. 음악이나 연기는 가르치면 그만이지만 외모는 아무리 뜯어고친다 한들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할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시장이 점차 그 음악이 어떤 음악이냐보다는 누가 부른 음악이냐에 더 관심을 갖는 즉 '음악이 별로면 뜰 수가 없는 음악시장'에서 '음악이 별로더라도 잘나가는 아이돌이 부르면 팔린다'는 식의 가치관 대 이동이 이미 끝난 상황이었으니까, 당시 기획사들의 선택을 비난하기에는 음악 시장이 어지간히도 미쳐있었던 것 같다.

어떤 재능도 없이 그냥 소녀들에게 팔릴 만한 외모를 가진, 그리고 컨트롤하기 쉬운 뚜렷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선발해 그들을 만드는 모든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이러한 관행은 이른바 인격체에 대한 '지분 개념'을 만들기에 이른다. 이들은 에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녀석들이었고 기획사에 들어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기획사의 돈을 들여 가르쳤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보상받아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인데 당연하게도 법적인 효력이 없기 때문에 분쟁의 불씨로 남을 수 밖에 없었고 이것이 결국 대부분의 기획사와 이이돌 간 분쟁의 주요 원인이라 하겠다.

우선 기획사의 역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축소되어야 한다. 기획사는 말 그대로 '기획'에만 충실한 기획사가 되어야 함이 옮다. 오디션은 '연습생'을 뽑는 게 아니라 '즉시전력'을 뽑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와야 하며 이러한 선발 과정에는 어떤 불합리한 절차 없이 투명하게 진행, 있을 수 있는 혼란을 사전에 잠재워야만 한다. 기획사는 회사이며 그들에게 있어 지망생은 재산이라기보다는 고용된 사원이라는 인식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관행'보다 법이 우선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지망생 역시 단지 사회적 우월함을 위한다든지 신기루같은 꿈을 동경하여 연예계로 나서는 불확실한 미래만으로 쉽게 도전을 결정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업계도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신의 가치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든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연예계에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을 잘 살려 진출을 꿈꾼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획사의 오디션이 아니라 노래와 연기 연습 그리고 개인 트레이닝을 통해 자기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기획사에게 자신의 가치를 보이고 지불받는 파트너 관계로서 계약에 임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태 키워줬더니 배신하더라'는 논리는 '부모'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쓸 자격이 없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그런 사회다. 노예 제도가 없는 대한민국에서 인간에게 있어 계약서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수 없다. 물론 그 반대편에 있는 피계약자 역시 자신이 응당 해야 할 역할인 '자기계발'을 회사에게 떠넘겨서도 안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할것도 없이 두 가지 모두 거의 동시에 바뀌지 않는 한 어느 한쪽의 희생만으로는 답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아이돌 산업의 '계약'문제이니만큼 급진적이지 않더라도 보다 차분히 산업 전반의 성숙화를 도모함이 옮을 것이다.

계약은 결국 지분싸움이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관행'이라는 패착이 가져온 아이돌 산업의 불공정 계약 문제는 말로서는 한없이 단순한 '인식 변화'라는 대수술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문제다. 관행이란 어떤 산업을 막론하고 '기존 세력에게 한없이 유리하게 짜여진 트릭'임에는 분명하므로 끊임없이 세대교체를 이루어야 할 사회 전반에 있어 좋은 영향은 단 1g도 끼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이를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결정권자인 기득권자들은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그대로 있는 것이 전혀 손해될 게 없기에 바뀌기를 거부하고 있고 그렇게 아이돌 산업은 서서히 도려내기 힘든 깊숙한 곳까지 썩어들어갈 뿐이다. 누가 순순히 쥐고 있는 권리를 기꺼히 나누는 데에 기쁘게 협조해줄 것인가?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월급을 결정하는 조례안에 만장일치를 누른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결코 쉽지 않을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다음 편에서는 기획사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4부작 기획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 목차

제 1부 : 계약
제 2부 : 기획사
제 3부 : 2PM, 동방신기
제 4부 : 쟈니즈, 에이벡스


posted by RushAm 2009. 9. 10. 09:44
일단 사건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발언권을 얻기가 참 수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언제나 손잡이가 뜨거울때는 문을 열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사건의 직접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도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사건이 생각보다 일찌감치 결론이 지어지는 바람에 이 글도 꽤 빨리 쓰여지게 되어 조금 아이러니한 기분이다. 뒤늦은 입장 바꾸기도 동정론도 아닌 그냥 그 당시 상황을 추측해보려는 차원에서 쓰는 글이므로 개인적인 사견일 뿐 진실에 어느 정도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보증할 수 없기에 이를 분명히 해두는 바이다. 또한 지난 성명에서와 같이 사건의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재범군에 대한 '옹호'나 '비난'처럼 양쪽 차원이 아닌 문제의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음을 아울러 밝혀둔다.

우선 재범군의 전 소속팀 2PM의 소속사 JYP가 가지고 있는 본래 색깔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JYP는 일간에 알려진 것처럼 '미국적'인 선진형 음악을 하는 곳이 아니라 미국에서 벤치마킹한 그룹 혹은 음악 트랜드를 과거 몇십년대에 걸쳐 분석, 샘플링한 뒤 한국의 현 시대 흐름에 걸맞는 기획으로 탈바꿈시키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기획사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나 영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세계적인 트랜디 세터로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적어도 이미 성공한 전례가 있는 음악 트랜드를 다시 가져와서 세련되게 리폼한 다음 한국 시장에 최적화시켜 내놓는데에는 어느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JYP의 히트메이커라는 이름 뒤에는 실제로 '히트'만을 위해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한 채 기획된 대본대로 움직여야 하는 가수들의 어려움이 있게 되는데 몇 년 전 비가 JYP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야하게 생각했지만 아마도 비는 JYP의 이러한 부분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반증으로 이후 'JYP'측이 '원더걸스와의 비교'발언을 통해 비를 직설적으로 깎아내린 부분이 이를 증명해준다.



 감이 잘 안오시는 분들을 위해 지금까지의 JYP의 행보를 살펴보도록 하자, 싸이더스와 이름을 공유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JYP가 기획했던 것으로 잘 알려진 GOD의 경우 도중 윤계상의 군입대와 박준형의 맴버 배제론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이후 결국 조용히 그 자취를 감추었는데, 물론 제각각 솔로 앨범 활동이나 뮤지컬, 정극 등 맴버들이 제각각 자신의 하고 싶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손호영을 비롯해 JYP가 독립적인 기획사로 만들어진 지금까지도 어느 누구하나 해체 이후 회사로부터 재기를 위한 도움을 받았다는 맴버를 찾을 수가 없다. JYP의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량현량하'의 경우 잘된 기획으로 많은 화제를 뿌리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정작 상품성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어 새로 도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방출되었고 그들이 성인이 되어 군대에 갔다는 뉴스만이 신선함을 주었던 사건처럼 JYP는 가지고 있는 상업성을 생각만큼 능숙하게 감추지 못한 채 곳곳에서 드러내왔다.

재범군 사건처럼 너무 과거사만 들먹이는 게 아닌가 싶어 좀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면 JYP소속으로 지난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JOO'의 경우 데뷰 직후부터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팬들로부터 적발되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적이 있는데 이 당시 JYP는 여론의 추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판단하여 JOO의 활동을 강행했지만 결국 잠재되어있는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 패안이 되어 실패했고, 결국 그녀는 1년 넘게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그녀와 단적으로 비교되는 인물이 SM의 '보아'인데 그녀 역시 데뷰 초 이른바 '보아의 일기'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이쪽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 완벽한 루머였음에도 자극적인 소재로 인해 파장이 JOO와는 비교조차 되지 못했다) 1집 활동에 상당힌 위기를 맞게 되지만 SM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1집 후속곡 '사라'로 음악적 존재감을 어필하여 스스로 루머를 이겨내게끔 만들었다. 물론 그 후 그녀의 일본행과 귀국 후의 큰 성공 '움직이는 벤처기업'이라는 유행어의 본고장으로 만들기까지 어떻게 보면 보아 본인의 노력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그 노력이 꽃피기 전에 단 한순간의 선택으로 그녀를 영원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뜨릴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절대권한을 가진 'SM'의 선택이 없었다면 그녀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기획사의 권한과 그에 따른 역할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JYP는 이처럼 철저한 기획과 그 기획을 소화해줄만한 맞춤형 '유닛'들을 생산해내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에 유망주를 길러내는 과정에서도 다른 기획사와는 다소간의 차이를 보인다. JYP가 기획한 아이돌 그룹들을 잘 살펴보면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게 '맴버별로 제각각의 개성을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룹 전체가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스크립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원더걸스의 노바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곡들과 2PM의 10점만점에 10점이 대표적) 이런 이유로 인해 JYP에서는 유망주들이 '하고 싶은 음악'이나 '하고 싶은 안무'같은 개인의 욕망은 철저하게 무시된 채 진두지휘하는 기획사에 의해 계산된 유닛들로 구성되어 기계적인 반복이 가능할 만큼 트레이닝을 이룬 후 상품으로 출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나오는 '불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음악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가장 음악성이 뛰어나다는 JYP로 들어왔는데 이건 무슨 SM보다 더 꼭두각시를 만들어대고 있으니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실망을 하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어렵게 합격한 기획사인데, 도중에 포기하면 인생 망가질것 같고, 이 연습생 생활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건지 알 길이 없고... 아마 다른 기획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JYP의 연습생 시절은 암울함 그 자체일것으로 생각된다. 일례로 YG의 경우 그 목적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연습생들 중 가능성이 보이는 맴버들을 기존에 데뷰한 아이돌 그룹에 옵저버로 잠시 활용하는 (피쳐링이나 백댄서 등으로) 형태로 이들의 막연함을 달래기도 하는데, JYP의 경우 워낙 데뷰 전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강하게 고수하는 부분도 있지만 철저하게 계산된 프로젝트에 '옵저버'가 들어갈 틈바구니란 에초부터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 어떤 재능을 보였기에 재범군이 JYP로 발탁되엇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연습생 시절 비교적 자유분방한 의견개진이 가능한 문화권에서 살아온 그가 JYP로부터 받는 충격은 아마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일기인지 메일인지 모르는 글을 잘 보면 '한국인들은 랩 같지도 않은 랩을 듣고 좋아라 한다'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당시 그가 어떤 심정으로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읽어낼 수 있다. 그는 아마 미국의 50센트나 에미넴 같은 래퍼를 꿈꾸었던 것 같지만 한국 시장에서 그 둘의 음반 판매량이 지금의 2PM음반 판매량과 비교가 될 리 없는 게 현실이었을테니까, 에초 레벨 문제를 떠나서 음악을 소비하는 취향적 문제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JYP는 이런 그의 희망을 가볍게 묵살하고 지극히 한국인이 듣기에 무리가 없고 '한국에서 팔릴 수 있는' 음악을 반복적으로 연습을 강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그가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며 그가 다른 연습생이 아닌 미국인 친구와 마이스페이스라는 미국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적어도 JYP의 분위기 상 그의 편이 되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이미 JYP는 그런 식으로 원더걸스를 범국민적인 아이돌로 만들어낸 '성공전례'가 있기에 그들의 육성 과정은 JYP 내부에서는 법 그 이상으로 치부되지 않았을지 싶은데, 이런 환경에서 JYP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신격모독과 다름없을만큼의 프렛셔를 수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쯤해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과연 그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다시말해 '짐승남'으로 2PM이 원더걸스에 이어 범국민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에 시동을 걸 만큼 위상이 달라진 시점에서까지 마이스페이스에 남긴 생각과 크게 다름없는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점인데, 개인적으로는 '아니다'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여기에는 재범군 본인의 사례보다 지금 상황을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결과론'이 이미 나와있다. 다름아닌 원더걸스인데, 그녀들이 국민적 걸그룹으로 각광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곡 '텔미'가 전국을 한바탕 강타한 뒤 맴버들에 의해 텔미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속속 알려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 알려진 것들 중에 주목할 만한 사실은 '맴버들이 텔미 곡을 받고 의상을 받아들고 하기가 싫어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는 부분으로, 이를 통해 원더걸스 역시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JYP의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원더걸스가 그때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을까? 대답은 NO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 '성공'했으니까 아무리 기가 센 사람이라도 저절로 입이 닥쳐질만큼 엄청난 '대성공'을 거두었으니까, 결국 JYP의 말대로 됐으니까, 국민들은 JYP가 가르쳐준 대로 하니까 자신들을 국민적인 걸그룹으로 칭송해주고 있으니까, 종교로 보자면 이미 기적을 본 그들에게는  JYP에 대한 불신이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JYP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연습생 시절 제각각 개성적인 음악적 꿈을 가지고 있던 젊은이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음악을 버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지만 결국 자신들의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없었고 JYP가 가르쳐준 음악이 '대한민국'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키워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사실 맴버들이 거부감을 갖는 걸로 따지면 '텔미'보다 '노바디'가 훨씬 더 했겠지만 (모두 같은 옷에 나오지도 않는 마이크에 정해진 루트에 의한 안무, 빤짝이 의상에 전혀 트랜디하지 않은 음악까지) 맴버들은 이미 텔미의 성공으로 인해 JYP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텔미때보다 훨씬 높은 싱크로를 보여줄 수 있었고 이에 힘입어 '노바디'는 기획 당시의 포텐셜을 모두 폭발시키며 텔미 이상의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다. 즉 재범군도 2PM이 이미 본 궤도에 올라온 상황에서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반드시 거짓이라고는 보기가 힘들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적어도 그는 TV에서 '지금의 성공'에 취해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그의 표정 어디에서도 예전 음악에 대한 미련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니까. 그의 마이스페이스에 나온 사상대로라면 그들에게 붙여진 '짐승남'이라는 타이틀에 경기를 일으키고도 남았겠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별로 가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만 그 역시도 JYP의 능력을 인정하고 자신을 버린 채 지금의 인기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던 게 아니었을지 싶다.


다시 본 사건으로 돌아와보자 JYP의 재범군에 대한 조치, 대단히 신속 정확하다. 다른 맴버들의 상품성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2PM의 해체 대신 무려 '리더'인 재범군의 탈퇴를 선언한다. 그것도 사건이 터진지 하루만에 나온 공식 사과문에 이은 3일만에 결정된 조치였다. 정말이지 상업성에 있어서는 미숙함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만일 그들이 언론을 통해 '어떤 입장 표명'을 했거나 그를 위한 변명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재범군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남은 맴버들 나아가 2PM이 가진 상품적 가치가 훼손이 아닌 송두리째 날아갈수도 있는 형국이었으니까, 그들은 다른 걸 생각하지 않고 신속하게 아무 미련이나 애착, 정 없이 재범군을 퇴장시켰다. 여론은 의도한 대로 재범군에 대한 동정론으로 흐르고 있지만 이는 재범군 본인에게 아닌 '2PM'에게 득이 되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며 이를 JYP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재범군은 적어도 JYP소속으로는 두 번 다시 한국에서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지금 심정이 어떤지를 대강 알 것 같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로 '상업성'의 극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증명해준 JYP가 받은 타격은 그렇게 크지 않다. 2PM은 건져냈고 여론도 반전됐으니까, 모든 이야기의 핀트를 조금도 남김없이 재범군 한명에게 집중시키는데에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서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받는 타격은 최소화하면서 내치는 그의 등에 '과녁'을 그려넣어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살마저 그에게 모두 향하도록 만드는 극악함을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다. 재범군의 잘못은 적어도 '한국 연예계'에서는 절대 통용될 수 없는 그 무엇이었지만 문제는 과연 그 하나에게 돌을 던지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이었을지, 과연 이같은 사태를 '회사'의 입장이 아닌 '연예인 지망생'의 입장에서 해결하려는 작은 움직임조차 없이 끝나버리는 논란이 자연스러운것인지 생각보다 서둘러 내려진 결론을 보며 한층 씁쓸함이 느껴진다. 결국 언론의 한 방이 이 사건을 천천히 생각해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과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의 자정 능력을 앗아간 게 아닌가 싶어 아쉬움이 더하다. 결국 뭐 하나 변한게 없이 사건이 끝나버린 재범군 사건, 이 사건에서 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다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상업적 본성을 드러낼수밖에 없었던 기획사 JYP와 한국에서는 사형선고를 받아버린 재범군, 또 한번 감정의 뇌관에 상처를 입은 한국 연예계의 소비자만이 남았을 뿐이다.

아 참, 언론은 좀 득을 봤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