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10. 15. 07:35
역대 최고 시청율 기록을 가지고 있는 '히어로'로 대표되는 게츠쿠는 그동안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게츠쿠라는 이름이 이미 하나의 품질보증브랜드화가 되다보니 시청자들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작품 대부분이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은 편인데요. 분명 평균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크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거의 없음에도 이미 올라가 있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낮아질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후지 TV가 히어로 이후로 10년 가까이 재미를 보고 있는 게츠쿠 브랜드가 지금은 역으로 그 브랜드에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어쨌든 게츠쿠에는 광고주들이 몰리고 있고 그만큼 제작비도 풍부하지만 그만큼 매 분기별로 항상 좋은 작품만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작진을 괴롭히고 게다가 시청율이 기본 15% 이상 나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혹평이 날아드니 제작진으로서는 게츠쿠 팀이라는 자존심에 마냥 취해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3/4분기 작품들 중 오랫만의 게츠쿠의 위용을 되찾을 법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던 버저비트 ~ 벼랑 끝의 히어로 (이하 버저비트)는 이러한 게츠쿠의 현실을 상당 부분 잘 반영해주고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드라마이저 연재가 늦어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죠. 지금까지의 드라마이저 작품들은 프리뷰 즉 드라마 초반부터 중반까지 시청한 후 일드팬 분들에게 작품을 '소개'혹은 '권장'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상대가 게츠쿠이니만큼 보다 자세한 '리뷰'라는 형태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소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금의 게츠쿠에 딱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선 지금의 게츠쿠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버저비트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 게츠쿠의 법칙 제 1 - 놓쳐버린 지난화를 볼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야 실시간으로 방영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녹화된 본을 구해서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일본 역시 이런 저런 사정 상 모든 시청자들의 '본방 사수'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9시면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귀가시간보다는 조금 이르다고 볼 수 있죠. 더구나 집에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바로 TV부터 켜는 열혈 시청자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월요일 저녁 약속이라도 잡혀버린다면, 그 주의 방영분은 못본다고 봐야겠죠. 만일 연속성이 있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라면 지난 화를 보지 못한 채로 다음 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청이 딜레이되거나 최악의 경우 시청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게츠쿠 제작진들은 이런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의 줄기는 기본적으로 '파격'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주 고전적이고 사람들이 이미 식상해할만한 설정을 대거 채용합니다. '삼각관계', '선악관계', '질투와 배신' 뭐 이런 것들 말이죠. 이런 작품들이라면 이미 첫 화만 봐도 다음 화의 내용이 머릿속에 대충 그려질 만큼 익숙한 소재들인데요. 바로 이 점을 게츠쿠는 십분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지난 화를 보지 않아도 이번 주 방영분을 보면 충분히 지난 주의 스토리라인이 머릿 속에 상세히 그려질 수 있는 그런 소재들을 '도의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것이 트랜디함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일단 '시청자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입니다.

버저비트 역시 기본은 농구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식상하리만큼 지겨운 갈등 구조와 뻔히 보이는 러브라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첫 화에 까발릴건 전부 까발려버리는 거죠. 등장인물 역시 첫 화에 등장한 등장인물 이외에 최종화까지 단 한명의 신캐릭터도 등장시키지 않는데요. TBS 드라마처럼 작품 후반부에 이야기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이 등장한다는 건 게츠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밖에도 첫 화에 등장한 인물들이 끝까지 시청자들을 배신하지 않고 매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는데요. 순둥이는 매화 똑같은 순둥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한심한 놈은 매화 한심하며 악녀는 매화 욕 먹을 짓만 골라서 합니다. 그 설정이 도중에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 될 수 있겠네요. 설정이 변하면 시청자들은 왜 그 캐릭터가 지난화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성격이 변했는지 궁금해할 것이고, 그 결과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시청자 이탈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버저비트에서도 야마삐는 끝까지 우유부단했고 사키는 마지막까지 착해지지 않았죠 ^^;

* 게츠쿠의 법칙 제 2 - 스토리는 옴니버스, 아니면 스토리형 옴니버스(?)
캐릭터에 얽혀 있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 편성 측면에서도 결코 깊고 심오한 스토리를 쓰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히어로 역시 보기에는 대단히 무거워 보이지만 결국 매화 게스트를 활용한 연속성 없는 옴니버스 스토리를 채용하여 초반부를 보지 못한 시청자라도 중반부터 보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1/4분에 방영되었던 '보이스'역시 소재는 매우 무겁지만 결국 스토리는 매화 다른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옴니버스를 채용하고 있죠.

버저비트는 이른바 스토리형 옴니버스를 채용한 사례인데요. 분명 스토리의 연결성이 있지만 매화 시작부분에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고 작품 마지막부분에 그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연결성 없는 연속극'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러브라인을 보면 더 이상 갈등 구조가 나오기 힘든 상황인데도 매화 억지로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로 노골적인데요. 물론 제작진이 무능해서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게츠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시청율이니만큼 드라마의 어떤 부분을 희생해서라도 시청율을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쨋든 시청자들은 '욕하면서도 보니까'요

*게츠쿠의 법칙 제 3 - 결말은 여운없이 깔끔하게
버저비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결말이 너무 허접하게 마무리지어졌다는 혹평이 많습니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비해 실망스러운 결말이었라는 평이 지배적인데요. 물론 각본가의 역량이 부족해서일수도 있고, 후지TV의 드라마 제작 능력이 완숙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츠쿠는 결말이 인상적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 게츠쿠는 버저비트를 끝으로 폐지되는 시간대가 아니기 때문이죠. 게츠쿠의 시청율 프리미엄을 이어받아주어야 할 차기작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버저비트가 정말 시청자들에게 아쉬움 없이 완벽한 결말로 만족감이 극대화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버저비트에 대한 작품적 가치는 급상승합니다. DVD판매량도 늘겟죠. 하지만 대신 게츠쿠가 몰락하게 됩니다. 만일 버저비트가 너무 완벽한 결말을 내줘버리면 그대로 게츠쿠까지 같이 막을 내려버리는 수도 있는 것인데요. 그 작품에 대한 여운이 너무 깊게 남아버린 나머지 바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마저 없어지게 만들기 때문이죠. 만일 버저비트가 완벽한 결말에 의해 최고의 작품으로 마무리지어졌다면 시청자 게시판에는 버저비트 2기를 만들어달라는 글이 넘쳐날테고 버저비트 후속으로 나올 도쿄 DOGS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몰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츠쿠는 버저비트 하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 뒤의 차기작 그리고 그 뒤의 차기작까지 모두 사용해야 할 브랜드이기 때문에 후지 TV로서는 얼른 버저비트에 대한 정을 끊고 차기작을 봐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죠. 역대 게츠쿠 중 '이 작품이 끝났구나'하는 상쾌한 결말을 내준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답은 더 명확해집니다. 그 유명한 히어로조차도 결말은 그리 개운한 편이 아니었으니까요. 후지 TV의 드라마들이 시청율에 비해 DVD판매가 부진한 이유, 이제 아실 것 같으신가요?

*게츠쿠의 법칙 제 4 - 서비스컷을 풍부하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역시 드라마는 20대부터 40대 사이의 여성들이 주 시청자들입니다. 때문에 소재들도 대부분 '여성들' 위주로 짜여지게 되고 주인공 역시 남성 원톱인 경우가 많죠 (여성 원톱인 경우 '꽃보다 남자'처럼 여성 중심의 미소년물이거나 OL 혹은 골드미스들이 주인공일떄가 많습니다) 물론 조연들 역시 각자 개성이 풍부한 남자들이 주를 이루고요. 여자 캐릭터는 꼭 필요한 역할 이외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옵니다. 히어로 역시 기무타쿠의 매력을 뒷받침해줄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들이 넘치는 데에 반에 여자 캐릭터는 마츠 다카코 이외에 제대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 않던가요?

버저비트는 OL들의 국민남동생 야마삐를 필두로 젠틀맨 이미지의 표본 이토 히데아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것은 물론 이들 캐릭터들을 거의 매회 벗김(...)으로서 여성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는 이른바 몸을 사리지 않는 서비스 정신(?)을 보여줍니다. 매회 거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샤워씬이라든지 탈의실에서의 상의탈의나 복근을 자랑하는 모습 등 여성 시청자들이 만족할만한 장면들을 매회 가득 채워놓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야마삐는 농구 시즌이 아닌 챕터에서는 집에서 목욕하며 회상하는 씬을 통해서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서비스를 아끼지 않으며 여성 시청자들을 듬뿍 만족시키고 있는데요. 그밖에도 시청등급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성관계 장면의 묘사라든지 농구 장면을 보다 때깔 좋게 표현하는 장면 등 서비스 컷만큼은 아낌 없이 제공하는 점 역시 게츠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되겠습니다.

*게츠쿠의 법칙 제 5 - 철저한 목적성, 캠페인 효과
스폰서는 목숨'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매니악한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대사인데요. 게츠쿠는 이전부터 매번 같은 스토리라인을 쓰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적어도 배경 소재만큼은 충실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히어로의 배경이 되는 '검찰청'이나 보이스의 배경 소재가 되는 '법의학' 모두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접하기 힘든 소재들이기 떄문에 소재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끄는 효과가 있죠. 그것이 결국 검찰청에서 연애하는 거였던 법의학자들이 탐정놀이를 하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소재를 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해당 분야 전문 단체'의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히어로의 경우는 '검찰청'의 자문을 구해야 하고 보이스는 '법의학자'들에게, '버저비트'는 일본농구협회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죠. 그런데 이들이 그냥 협찬만 해주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어쨌든 후지 TV는 이들을 광고주와 같은 '스폰서'로 대우해주고 있기 때문에 후지TV의 협조요청에 대부분의 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는 것이죠. 후지 TV는 이러한 적극적인 협조에 '드라마'로 화답합니다. 히어로의 경우 그동안 일반 국민들과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던 검찰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보이스는 법의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데에 성공했죠. 버저비트 역시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프로농구를 부흥시키기 위해 드라마 내에서 정말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농구를 가능한 화려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주인공의 대화 화제는 언제나 '일본의 농구는 인기가 없다. 하지만 경기는 재미있다.' , 'TV공중파는 중계는 물론 스포츠뉴스에서조차 경기 결과를 보기 힘들다'는 식으로 일본 농구협회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대변해주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런 불합리한 인기스포츠 위주의 편향성이 알려지게 되고 결국 하나의 여론이 되어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드라마는 사람들의 인식을 뒤바꿀 만한 힘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그걸 후지TV가 모를 리 없습니다. 스폰서가 기뻐할때까지 노력해주는 후지TV의 이런 헌신적인 모습은 많은 스폰서들을 감동시키고 있고 결국 게츠쿠로 돈을 몰아주고 있는 것입니다.


게츠쿠의 법칙 이외에도 버저비트는 오랫만에 돈을 잔뜩 바른 화려한 캐스팅으로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데요. 특히 지금까지 대부분을 CG처리에 의존해왔던 스포츠드라마들과는 달리 직접 농구 실력을 갖춘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고 있어 보다 현실감 넘치는 농구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는 점도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습니다. 모처럼 화려하게 갖춰진 캐스팅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특별히 '버저비트 주요 캐릭터 & 캐스팅 분석'시간을 마련해보았습니다.



1. 카미야 나오키 - 야마시타 토모히사
캐릭터 평 : 상냥함과 우유부단함을 동시에 갖춘 어른들에게는 철없어 보이고 아이들에게는 우상에 가까운 피터팬같은 캐릭터입니다. 사랑에 대해서도 서툴기보다는 판타지가 강하며 꿈을 쫒은 사람들이 으례 그렇듯 현실에 먼저 눈을 뜬 사람들과 쉽게 대립하는 타입입니다. 순수하면서도 그만큼 한번 돌아서면 다시 뒤돌아서지 않는 옹골찬 모습도 있지만 그만큼 양면의 모습 모두가 물렁하기 때문에 좋고 싫음이 확실하게 느껴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공화국 연구소 ~ 바람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대하여~ 에서 등장하는 '바람 피우는 여자에게 속아넘어가기 가장 쉬운' 타입이며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상대를 끝까지 신뢰하지만 확인한 뒤의 상처가 깊게 남는 약점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캐스팅 평 : 야마삐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그럭저럭이었지만 이번 작품으로 야마삐가 왜 여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사 처리와 눈빛 연기가 그것인데요. 우선 대사 처리의 경우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없습니다. 강렬한 임팩트는 없지만 마치 시청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굳이 캐릭터를 애써 강조하려 들지 않고 편안하게 대사를 읊는데요. 이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어려운게 연기자들은 누구나 대사에 감정몰입을 지나치게 해서 그 대사를 오버스럽게 살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마치 일상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닙니다. 너무 흐릿하게 연기해서도 안되고 너무 분위기를 살려서도 안되는 미묘한 중심에 서 있는 자연스러움을 캐치하는 능력이 야마삐에게는 그 누구보다 충만합니다. 어차피 임팩트 있는 대사는 매화 한 두개 정도이고 너머지 99%는 일상의 대화라는 점을 생각해볼때 극 전체를 생각해본다면 야마삐의 이같은 능력은 앞으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두번째는 '눈빛'인데요. 일상적인 대사는 매우 자연스럽지만 결정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야마삐는 '눈빛'으로 상당 부분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이게 강렬하게 째려보거나 눈빛이 이글거린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눈에서 대사가 나오는 듯한 그런 느낌인데요 (써놓고 보니 좀 이상하네요) 일본어를 잘 모르더라도 대사가 잘 들리지 않더라도 야마삐의 대사는 상당히 알아듣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사 전달력은 정확한 발음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야마삐가 몸소 증명해주고 있는 것 같군요. 어쨌든 이 눈으로 말하는 것 글로 설명하기는 상당히 피곤한 것 같아 직접 보시라는 말씀밖에는 더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여성팬들은 야마삐의 '눈으로 말하는' 감미로운 대사들에 빠저드는지도 모르겠네요. 여자분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2. 시라카와 리코 - 키타가와 케이코
캐릭터 평 : 솔직함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일면 보이시 캐릭터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보이시한 캐릭터들은 절대 저런 느낌이 아니죠. 기본적으로 이런 캐릭터는 남자와의 관계 자체를 꽤나 힘들어하기 때문에 (남녀관계는 솔직해지면 솔직해질수록 손해라죠?) 그래서 카와사키와 잘 엮이지 못하고 오히려 솔직한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카미야와 잘 엮일 수 밖에 없는 타입입니다. 여자사회에서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타입인데 말수가 적고 상대의 말을 늘 진지하게 들어주는 자상함을 갖춘 카미야가 그녀에겐 적격인 셈이죠. 카와사키처럼 너무 정석적인 리드로 그녀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그녀에게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바람을 잘 피우지 않는 대신 한번 완전하게 마음을 굳히기가 꽤 어려운데요. 때문에 의심도 많고 자신의 모습이나 감정에 대해서도 상당히 열등감이 심한 편입니다.

캐스팅 평 : 세라문 드라마판 이후로 개인적으로는 정말 오랫만에 만나보는 그녀입니다. 이미 주연급 배우로 성장해 있을줄은 몰랐네요 놀랐습니다. 리코라는 캐릭터가 소화하기 꽤 까다로운 복잡한 감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조금 함량 미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캐릭터를 지배하지 못하고 극중 내내 캐릭터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부는 지존급으로 좋군요. 피부에 윤기가 흐르다 못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이런 타입의 여성분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요 에휴~ 연예인만 아니었어도... 쩝 ^^;

3. 나나미 나츠키 - 아이부 사키
캐릭터 평 : 자 드디어 캐릭터평을 쓰기로 마음먹게 만든 캐릭터 나츠키의 차례네요. 필자가 얼마 전에 쓴 '바람을 피우는 여자'의 모든 특징을 갖추고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부분을 감추기 위해 알리바이 일부를 떡밥으로 제공하는 것부터 자신의 필요성에만 근거해 양쪽 모두를 가지려 한다는 점, 결정적인 현장을 들켰을 때 (사진 참조) 이게 다 너 때문이다는 식으로 카미야를 째려보는 눈빛, 3자 대면이 되었을 때 제빨리 자신의 포지션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를 캐치하여 일방적으로 한쪽을 몰아붙이는 모습까지 지극히 전략적인 모습 그 자체입니다. 제 연구 보고서가 무색해질 만큼 이 캐릭터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될 정도로 말이죠. 드라마에서는 카미야를 그리워하는 걸로 보이지만 실은 렌을 택한 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후회하는 것 뿐입니다. (극중에서는 렌이 대단히 가부장적인 타입으로 나오죠.) 뒤늦게 자상함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는 부분 역시 현대 여성들의 모순적 오판을 잘 드러내주는 부분입니다. 왜 이런 캐릭터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는 대부분 20대 이상의 여성들이 보기 때문이죠. 드라마든 스포츠든 욕을 곁들여가며 보는 것이 감칠맛을 더해주는 법입니다 (응?)

캐스팅 평 : 한마디로 최악의 캐스팅입니다. 캐릭터의 완성도가 좋을 뿐 아무리 차가운 느낌의 분장을 하고 커리어 우먼의 모습으로 꾸며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든 사키의 무색무취감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익숙하지 않은 악녀연기의 어색함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잡는데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며 치어리더 복장이 어울리는 체형이 아닌 점도 감점요인입니다. 무엇보다 나름 차가워보인다고 무표정연기를 하거나 쏘아보는 연기를 자주 선보입니다만, 모니터링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입니다. 아이부 사키가 색깔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까지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결국은 배우 본인보다는 제작진의 미스캐스팅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아이부 사키는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연기변신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군요.

4. 요요기 렌 - 카네코 노부아키
캐릭터 평 : 악역으로 나오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 좋아합니다. 사실 세상에는 악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 렌은 사악하게 표현되지면 결국 남에게는 피해를 주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나츠키가 강간을 당한 것도 아니고 결국 자기 스타일대로 스트레이트하게 사는 것 뿐이거든요. 농구에 있어서만큼은 카미야처럼 포지티브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남자다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줄 아는 노력파입니다.

캐스팅 평 : 이런 과감한 캐스팅이 게츠쿠에서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크로우즈 제로에서 인상적인 역할로 등장하긴 합니다만 비중이 크진 않았는데요. 록 밴드 드러머로 유명세가 있는 분 같습니다만 아무튼 농구도 곧잘 하는 것 같고 대사가 많이 없는 것 치곤 제법 선이 굵은 연기가 만족스럽습니다. 한 눈에 봐도 이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는지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개성 넘치는 외모가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주고 있네요.

5. 에비나 마이 - 칸지야 시호리
캐릭터 평 : 흔히 볼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이네요. 재미있는건 주인공은 분명 카미야인데 카미야에게는 이렇다할 상담자가 없고 오히려 리코에게는 이런 듬직한 상담자가 있다는 점이 역시 여성향 드라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꽤나 보수적이면서도 연애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연애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어 신중한 타입이네요. 이런 타입이 골라주는 사람은 100%입니다. 여자분들에게는 이런 친구만큼 든든한 사람도 없어요.

캐스팅 평 : 스윙 걸즈의 청순가련 요시에가 벌써 이런 역할을 맡게 되네요. 에초 연기 내공 자체가 다른 출연 배우와는 차원이 만큼 극 전체의 미숙함을 아우르는 포스를 풍겨줍니다. 극 전체의 이야기 흐름이 다소 지루한 부분을 개운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120% 소화해주고 있는데요. 아직 젊디 젊은 그녀, 이런 다양한 역할이 그녀에게 있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 배우들은 한 가지 이미지로 쭉 밀고나가는 게 결과론적으로는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많아서 말이죠 (이토 미사키처럼 말이죠^^;;; )

6. 우츠노미야 토오루 - 나가이 마사루
캐릭터 평 :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답답함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만, 나중을 생각하면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남자로서는 가장 바람을 피울 확율이 적은 타입입니다. 다만 여자가 바람피는 것까지 용서해줄 만큼 아량이 지나치게 넓은 게 단점이죠. 사랑의 관점이 소유가 아닌 기다림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듯한 캐릭터입니다.

캐스팅 평 : 주로 코믹물의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의 진지한 연기를 처음 본 저로서는 조금 적응이 되지 않네요. 내공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나름 듬직하고 무게있는 역할을 잘 소화하긴 합니다만 표정이 너무 굳어 있다는 점이 좀... 그래도 역시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적어도 일단 농구 드라마인 버저비터에 알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7. 카와사키 토모야 - 이토 히데아키
캐릭터 평 : 보기에는 젠틀해 보이지만 상당히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고쳐나가려하기보다는 순간을 모면하려는 생각이 더 강하죠. 사과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거나 해서 여자에게 눈물을 이끌어내면 그걸로 용서를 받아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부류 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나마도 안하는 정형돈같은 캐릭터보다는 훨씬 낫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타입은 나중에 페이스가 말리게 되면 '바람피우는 남자'의 전형을 보여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죠. 소유욕도 강한 만큼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쉽게 뿌리치지 못하며 선 안에 들어오는 여자에 대한 포괄적인 소유욕도 강한 편입니다.

캐스팅 평 : 선수 출신 감독으로는 다른 선택이 없었겠습니다. 연기 내공이나 캐릭터와의 싱크로면에서는 가장 잘 된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이야기가 너무 카미야쪽으로 흘러가다보니 딱히 이렇다할 이야기 전개 능력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카미야의 성장에도 연애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요.




게츠쿠 드라마가 이런 저런 비판을 받고 있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드라마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고 후지TV같은 방송국이 있어야 TBS같은 방송국도 나름 먹고 살수 있는 토대가 마련이 되는 것이지요. 적대적 공생관계란 이런 느낌일까요? 색깔없이 3사 모두 똑같은 트랜디 드라마만 만들어내는 데에 여념이 없던 한국도 각 방송국별로 나름의 색깔을 갖추어가는 등 긍정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방송국마다 각자 잘 하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는 또 나름 소화해주는 시청자층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문화는 다양성과 함께하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는 법이죠. 주구장창 TBS의 진지한 드라마만 보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후지TV의 가벼운 드라마만 보고 있어도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한때 '농구드라마 = 농구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식으로 한국의 테마 드라마의 지나친 연애위주의 스토리 전개에 대한 전문성 결여를 풍자하는 유행어가 떠돌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어떤 테마 드라마든 연애라는 요소가 빠지면 제작자든 시청자든 허전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제작잔들도 비난을 감수하고 연애 스토리를 넣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요는 얼마나 어색하지 않게 농구라는 소재에 사랑이라는 코드를 녹아들게 만드느냐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테마 드라마는 그런 측면에서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기에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농구 드라마지만 실제로는 사랑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별로 싫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듯이 이들의 사랑도 이들의 꿈을 향한 도전의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농구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이지만, 그래서 무척 식상하지만 그 식상함 속의 마력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드라마 '버저비트' 였습니다.
ブザ--~崖っぷちのヒ-ロ-~ (FTV)
2009년 7월 13일부터 매주 월요일 21시 방영
출연 : 山下智久 (야마시타 토모히사)     北川景子     (키타가와 케이코)
         相武紗季   (아이부 사키)                貫地谷しほり (칸지야 시호리)  外
각본 : 大森美香  (오오모리 미카)
연출 :
永山耕三  (나가야마 코죠)
posted by RushAm 2009. 9. 22. 10:44
흔히 '잘 된 작품'을 말하고자 할 때 '어떤 점이 훌륭하고' 어떤 점이 잘 되었고 어떤 점이...등등의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쓰여진 글은 개인적인 사견으로 보았을 때 글로서의 가치가 그닥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는 것 이외에 아무런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했으니까, 비평은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고 그 의견이 타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쉽지만 호평은 '추천사'와 같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 작품의 품질보증'을 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쓰는 부담이 한결 심한데, 필자가 처음에 '웹툰'과 관련된 글을 연재하기에 앞서 '비평'이라는 키워드를 택하게 된 이유도 필자의 능력 상 '호평'이나 '리뷰'를 소화해낼 능력이 갖춰지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좋은 작품'에 대한 평가를 '어떤 면이 좋다'라고 부분적인 부분을 칭찬하기보다는 '약점이 없다'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곤 한다. 어떤 부분이 좋다는 것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그 사람과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 이외에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일 가능성이 있지만 '약점이 없다'는 것은 적어도 장르적인 취향을 제외한 과반 이상의 독자들에게 '비평'을 받을 거리가 없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으니까 취향에 따른 평가 번복이 필요가 없다. 좋은 작품도 약점이 많을 수 있으며 그럭저럭 평범한 작품이지만 약점이나 빈틈을 찾기 어려운 작품이 있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구분하여 양쪽 모두 제각각 걸맞는 평가를 내려 주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웹툰비평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보기 시작한 '웹툰'들은 언제부터인가 단순 감상이 아닌 '비평'을 위한 감상이 되기도 한다. 뭔가 흐름이 엉키거나 페이스 다운이 일어나거나 문제점이 발견되면 가치없이 냉정한 비평을 가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편협된 시각으로 바라보던 중 앞서 언급한 '약점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도무지 발견하기 힘든' 웹툰이 바로 '카라멜 마끼아또'였다. 결국 마지막화에 이르러서까지 이렇다할 약점을 찾지 못하게 되어 웹툰비평 연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시점에 (하다못해 10회라도 채웠다면 모르겠지만) 특집편(백기)를 내걸게 만든 작품 '카라멜 마끼아또', 그 작품의 어떤 부분이 필자를 매료시켰는지 익숙하지 않은 호평을 시작해본다.

웹툰 작가들이 도전 만화가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할때는 '프로 의식'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나이와 관계없이 말 그대로 '도전'하는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올라가는 팜 시스템이다보니 일단 독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단시간내에 주목을 끌 수 있는 요소들을 내세우거나 일단 가볍게 잘 먹히는 '옴니버스'방식을 택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공감을 얻고 웹툰으로 올라오게 되면 웹툰에 올라왔다는 기쁨에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일주일 내내 공을 들여 컬러링이나 펜선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내놓는다. 물론 그 뒤에는 선플과 악플이 공존하게 되고 이로 인한 사기 저하와 초반에 무리한 페이스 조절 실패로 약 20회분을 기점으로 '부상'혹은 '병'등의 이유로 연재를 거르기도 하는데, 그 이후로는 작품 퀄리티나 아이디어를 아끼는 측면에서 대단히 보수적인 성향으로 변하며 철저하게 반응을 살피면서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면서 가능한 장기 연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마감에 대한 공포감이 생기는 것도 이때부터인데, 만화 자체를 그리는 즐거움보다 '마감'에 쫒기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통으로 인해 만화가 '일'로 둔갑되어버리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카라멜 마끼아또는 이런 일반적인 시작 단계부터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도전하는 비장함보다는 만화를 그리는 즐거움이 화면 가득히 독자에게 전해지는 듯한 이 느낌은 사실 작가가 의도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풍겨나오는 것이어서 한층 신선하다. 처음부터 어떤 욕심이나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만화를 그리는 즐거움'그 자체를 연재 시작부터 끝까지 잃지 않고 유지한 점, 단 한번도 오버 페이스가 아닌 자신만의 페이스를 가지고 질질 끄는 기분 없이 그리고 싶은 대로, 표현하고 싶은 대로, 솔직하게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었다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91화까지 잠시간의 휴식 없이 달려오면서도 작품의 흐름, 작화 품질에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특별한 불만을 일으키지 않았음은 물론, 작가 본인 스스로도 마지막까지 이른바 '초심'을 잃지 않고 마감에 대한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단 한번도 겉으로 표출한 적이 없었다는 점 역시 다른 작가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부분으로 작가가 얼마만큼 작품 활동을 '즐거워'했는지를 새삼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카라멜 마끼아또을 보면서 놀랐던 부분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점에 있다. 단순히 '내 작품이 소중하다'는 소유욕이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 펜선, 착화 색깔 심지어 지나가는 간판 하나까지 김명현 작가에게는 카라멜 마끼아또를 구성하는 요소 어디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캐릭터를 작품의 구성 요소가 아닌 독립적인 생명체로 표현하여 '내가 탄생시켰지만 개별적인 인격을 가진 인격체'로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웹툰에서 무심코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캐릭터에 자기 자신의 모습과 가지고 있는 지식을 투영시켜 이야기를 구성하는 '구성 요소'로 치부하는 것인데, 카라멜 마끼아또는 자기 자신의 경험을 캐릭터에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독립적인 인격을 부여하고 이 상황에서 그 캐릭터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관찰자적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켰다는 점이 독자들로 하여금 만화를 보는 것이 아닌 '캐릭터'가 '연기'하는 '지면상의 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때문에 카라멜 마끼아또에서는 작가에 의해 남자주인공이 무리하게 엄친아가 될 필요도, 여자주인공이 초큐트한 공주님이 될 필요도 없어지게 된 셈이다. 주인공 이노마와 연이를 비롯해 등장 인물 대부분은 성격이나 행동에 빈틈이 있고 잘생기고 예쁘고 얌전함과는 거리가 먼, 하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캐릭터들보다도 감정 표현에 제약 없이 자유롭고 솔직하다. 작가가 중간 후기에서도 밝혔듯 연애 소재 만화로는 최초로 어느 한쪽 성별에 치우치지 않고 남녀 모두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가 공존시킴으로서 마치 소년연애만화의 남자주인공과, 꽃보다 남자의 여자주인공이 모두 등장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이래적이게도 남성, 여성향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들을 커플로 매치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주인공에 대한 미움'이라는 감정보다는 평범한 연애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해와 갈등에 초점을 맞춘 점도 특이할만한 점인데, 특히 갈등 부분에서 흔히 지겹도록 써먹는 '삼각관계'를 가능한 배제하고 다소 고전적인 '신파형'소재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꾸며낸 점이 특히 그렇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연애만화에서 정말 지겨우리만큼 주인공을 두고 다른 남자, 혹은 여자가 접근하여 라이벌이 생기는 (결국은 다시 주인공을 택하는 여자주인공 그리고 라이벌은 '좋은 승부였다'면서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구도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소재 자체로서는 카라멜 마끼아또쪽이 훨씬 고전적인 소재임에도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웹툰이 현재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아주 혁신적인 조건을 갖춘 연재 마당임에도 불구하고 지면 연재와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는 많은 웹툰 작가들과 이를 바라보는 만화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다른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도 캐릭터가 움직이는 등의 소소한 시도들을 볼 수 있지만 카라멜 마끼아또는 '컷의 연결'을 통한 스톱모션이나 화면 비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파노라마 씬 등 작화적인 제약 사항을 타파하고자하는 다양한 시도들은 물론이거니와 매화 '독자들의 러브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와 달님의 레이디오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웹'이라는 공간적 장점을 십분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작품 전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모습은 그 성과 여부를 떠나 노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방해요소'로 지적하기도 했던 '달님의 레이디오'나 독자 사연 코너는 역으로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카라멜 마끼아또의 세계관이 현실적이지 못한 동화같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작품 세계관을 구축하는 핀 포인트 캐릭터 '달님'을 통해 독자들의 일상적인 사연을 작품 내로 흡수함으로서 현실과 작품 사이의 괴리감을 없에 보다 작품을 현실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있다. 작품을 보고 있다보면 어느새 매일 보는 해와 달이 예사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처럼, 사실상 동화적인 설정에 가까운 '달님'캐릭터가 만들어놓은 카라멜 마끼아또의 비현실적 세계관을 독자들의 삶과 결부시켜 어느새 일상 속에 캐릭터가 투영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것, '웹'이라는 공간이 단지 움직이는 그림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아마도 처음으로 증명해준 사레가 아닐까 싶다.

무려 마흔여덣컷이 들어간 문제작 (?)


만화가는 대부분 자신이 '작품의 조물주'라고 어기며 작품의 모든 부분을 자신이 관장하려는 성향이 있다. 정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내는 이야기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스토리의 흐름 전반이 독자들에게 읽혀지게 되고 새로운 신작으로서의 가치는 그만큼 반감된다. 물론 신작의 가치가 '참신함'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재가 아닌 '스토리'로서의 신작이 아니고서야 작가 본인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신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신작이라는 개념은 '지을 작作' 즉 한 덩어리의 전편이 될 수도 있고 다음 시즌, 다음 챕터, 다음 컷, 심지어는 밑그림 펜선이 다음에 어디에 그어질 것인지까지 모두 신작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기에 창작은 그 자체만으로 쉽게 말하기 힘든 어려움이 존재하며 그래서 더 좋은 작품, 더 나은, 지금까지완 다른 것을 그려내기 위해 마감에 시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살짝 비껴나갈 수 있는 치트키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작가 자신이 작품의 '조물주'라는 우월함을 버리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고, 두 번째는 캐릭터를 '로봇'이 아닌 '인격체'로 그려내야 한다는 것, 정해준 기계적인 대사를 내뱉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에게 귀를 기울여 캐릭터가 말하는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단지 독자들에게 말풍선으로 번역해주는 역할이 되는 것, 마지막으로 '겸손함'에 대한 컴플랙스를 버리고 자기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작품애'를 가지고 어느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자기 작품을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가장 많이 정주행해보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작가이기 이전에 내 작품에 내가 팬이 되어 열심히 읽어보고 내가 만든 스토리, 아니 내가 잠시 생명을 불어넣은 캐릭터들이 만들어나가는 각본없는 드라마를 관객의 입장에서 즐겨보면 자신이 작품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줄고 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사견으로 김명현 작가는 이 치트키에 가장 근접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카라멜 마끼아또의 스토리를 축약해보면 너무나도 평범하고 뻔한 스토리,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별로 극적이지 않은 스토리지만, 단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이상으로 스토리 자체에 상당한 몰입감을 느낀 독자는 필자 뿐만이 아닐 테니까, 카라멜 마끼아또가 완결이 된 직후 덧글란에 쏟아지는 시즌 2에 대한 염원은 '스토리'에 감명을 받은 게 아닌 '우리 주변의 이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 사람들의 아쉬움일 것이다. 하지만 감히 예상컨데 아쉽게도 시즌 2를 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스토리'는 이어나가면 되지만 '이야기'는 끝이 정해져 있으니까, 그도 그걸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울리지 않게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그의 차기작을 기대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카라멜 마끼아또를 처음 본 것도 연재가 시작된 지 꽤 지난 90화부터였고 보게 된 계기도 챕터 이름이 '중간 정리'라길래 (오호 간단하게 지금까지 스토리를 한번에 볼 수 있겠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처음부터 보기 시작한 이유는 '연이'가 내 타입이었기 때문 작가가 정리해준 스토리가 중간에 끊겨버려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일 만큼 이 작품에 대한 기대는 커녕 편견과 오해가 가득한 상태에서 접하게 시작했었기에 오히려 제 3의 눈으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의 웹툰처럼 마우스 스크롤을 휙휙 내려서 매주 한 편씩 1분만에 보는 심심풀이 땅콩처럼 보던 습관에서 벗어나 배용준의 커피 광고처럼 한박자 천천히 한 컷을 조용히 눈에 담으면서 보는 습관이 필요하니까, 처음부터 너무 많은 기대를 하거나 다른 웹툰에 대한 매너리즘이 수반되면 그의 작품에서 나오는 빛을 보기 쉽지 않을 테니까,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기다릴 뿐... 그가 들려주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언젠가 다시 한번 들어볼 수 있기를 기다려보며 글을 마친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김명현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일상날개짓'입니다.

다음부터는 정상적으로 비평 들어갑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28. 10:25
20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가장 장수한 유행어는 무엇일까? 다름아닌 '썰렁해!'이다.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이 단어는 사실 유행하기 전 개그맨 최병서씨가 '병팔이의 일기' 라는 코너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어감 자체로 웃음을 유도했을 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 단어가 가진 힘은 '기존 개그'를 비판하는 역설적인 개그 코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개그나 유머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반영구적인 지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썰렁하다는 의미는 유행에 지나치게 뒤쳐져있거나 대중적으로 개그 코드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이른바 '마이 개그'인 경우를 뜻하며 최근에는 유행에 뒤쳐진 개그라는 의미보다는 마이개그, 즉 어떤 특정한 계층이나 배경 지식이 수반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소수들만의 개그인 경우 그 소수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이같은 반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개그라는게 이쯤 되면 이미 개그 혹은 유머로서의 가치가 크게 반감된다고 할 수 있다. 그냥 단순히 1인과 1인 사이에 주고받는 농담 정도라면 아무런 상품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썰렁해'라는 가벼운 힐난 정도로 끝나겠지만,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가치를 사람들에게 파는 프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도 처음부터 '편의점'처럼 특정 계층을 소재로 다룬게 아닌 대놓고 '객관적 시각'을 표명했다면 더더욱 있어서는 안될 일일 것이다. '실질관객동화'는 그래서 약관 스무살의 프로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스타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인지 비평을 시작하는 기분이 이전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다

'실질관객동화'는 마치 메이저리그에 데뷰한 김병현의 사례처럼 아주 특별하다. 작가에 대해서 알려진 바도 별로 없을뿐더러 거의 데뷰작에 가까운 작품이 도전, 베스트를 순식간에 각개격파하고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요일 웹툰에 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면 역시 젊은 나이에 비교적 다른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은 독창적인 포맷을 주창했으며 그 포맷이 아주 적은 확율이지만 시대적 트랜드와 독자들의 성향에 한 방에 명중하는 커다란 운을 부여받았기 때문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작가 본인의 노력이 단지 운 만으로 치부되기는 힘든 감이 없지 않은만큼 단지 보여지는 부분만으로 그의 포텐셜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더 아쉽게 느껴지는지도 모르는 부분이 바로 왜 데뷰작으로 '실질객관동화'를 택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작품이 데뷰작으로는 정말 이례적인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에 대한 문제는 터무니없는 결과론이 될 수도 있겠으나 타이틀에서 보이는 것처럼 작품 역시 동화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컨셉에서 나온 작품이니만큼 신인 작가, 특히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직 한계가 있을 약관의 나이에 도전할 만한 장르는 아니지 않은가 하는 섣부른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며 실제로 그 걱정이 개인적인 판단에 의거했을 때 상당 부분 들어맞고 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나름대로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보이기는 하나, 초창기의 '한차원 다른 재조명'보다는 주로 패러디에 의존하는 모습이 짙어지고 있으며 이는 실질객관동화만이 가지고 있었던 아주 특별한 개성이었던 '예측 불가능한 세계관'이 '예측 가능'하게 되고 있다는 아주 치명적인 문제를 내포하게 된다. 연재를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를 미리 정해두고 있는 것 같은 뉘양스를 풍기고 있는 걸로 봐서는 100회 조금 넘는 수준에서 완결이 될 것으로 보이고 있지만 과거 베스트작 시절에 보여주었던 센스가 점차 독자들에게 간파당하고 있는 실정에서 미리 준비해둔 것으로 보이는 갖가지 소재들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패러디'이든 '재조명'이든 여기에 쓰이는 동화와 쓰이는 웃음 소재들을 선정하는 데에 한계가 너무 명확하다보니 작가 본인의 경험 부족과 맞물려 매화 상당히 어렵게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작가의 연령대가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하다보니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연령대 범위가 너무 좁은 개그 코드를 삽입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고 작가는 작가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이레벨 개그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게 개그를 제대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풀어내는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동료 만화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하고 있는 독자들의 반응 중에는 '어랏?'하는 반응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어쨌든 개그 옴니버스를 추구하고 있는 실질객관동화의 생명력에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경험 부족을 이유로 안주시키기에는 문제가 꽤 깊다.

다만 재미있는 점은 그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매번 한결같이 '실소도 웃음입니다'라는 주장을 작가의 말에 써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험 부족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빵 터지는 작품이 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웃으셨다면 좋게 봐달라는 젊은 작가다운 센스라고나 할까? 자신의 개그가 좁은 계층에게만 통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충분히 알고 그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는 자세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건방진 겸손'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데, 작품만큼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으로 아직 처녀작에 불과한 실질객관동화이지만 작품의 마지막, 그리고 차기작에 대한 작가 본인에 거는 기대를 숨기기 어렵게 만들어준다.

천편일률적인,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수도 있었던 옴니버스 웹툰에서 젊은 발상에서 등장한 보기 드물게 '신작'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는 작품이 나와주었다는 점은 무엇보다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조금 나중에 이 포맷을 써먹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독자로서 가지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름의 파란 사과는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지만 사과는 역시 늦가을 사과가 인정받듯이 작가는 베스트 시절과 지금의 시간차가 거의 나지 않음에도 '그림체'나 다시 재구성한 내용적 측면에서 이전보다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며 그것도 아직 질풍노도의 청소년기처럼 '급성장'중인 만큼 지금 작품도 좋지만 너무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자신의 성장 포텐셜을 정체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일개 독자로서 가지는 유일한 바람이다. 진심으로 그의 '비상식적인' 성장을 기원해보며 비평을 마칠까 한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무적핑크님께 감사드립니다.
요청하신 웹툰 주소 링크입니다.
'실질객관동화' 보러가기
다음주는 번외판 '웹.툰.호.평'이 나올 예정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8. 12. 12:21
산케이그룹의 극우결정체 후지테레비의 드라마 러쉬가 TBS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통파 드라마에서 트랜디 드라마로 인기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옮겨간 지금 시청자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보다 잠시동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인스턴트 드라마를 찾고 있으며 그런 시장을 가장 잘 소화해주고 있는 방송사는 단연 후지TV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이 후지TV의 최근 5년간 드라마 라인업을 보면 답이 충분히 나올 만큼 그들의 전략은 노골적이며 또한 집요합니다. 마치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처럼 TBS와 후지TV는 서로 극단적인 형태의 드라마를 양산해내고 있고 현 시점에서는 시청율이 높은 후지TV의 압승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요.

그러나 후지TV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TBS의 패권을 빼앗아 오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노하우에서 나오는 '작품의 깊이'입니다. 이는 시청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상품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수치로 측정하기 참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가장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면 역시 DVD판매율이겠지요. 후지TV는 방영 당시의 시청율은 높지만 작품 자체가 상품적 가치로 평가받는 DVD시장에서는 맥을 못추는 반면 TBS는 시청율과 관계없이 DVD판매량에서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시청율은 광고주와 관련이 되어 있고 광고주는 작품성과 관계없이 일단 사람들이 그 드라마로 인해 광고를 많이 보면 장땡일테니까요.

이는 TV방송국으로서는 아무리 배알이 좋은 제작진이라도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입니다. 단지 후지 TV라는 이유로 그런 편견을 갖게 만들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으며 실제 매우 트랜디한 드라마라 할지라도 제법 작품성을 갖춘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만, 시청자들의 인식을 뒤집을만큼 혁명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죠 (일본은 뒤집는 요리가 많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뒤집기'가 참 힘든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도에, 레슬링에 열광하는지도 모르죠) 내부적으로도 이쯤 되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최근 작품들 속에서는 아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캐스팅에 돈을 쏟아붓고 제작 현장은 저예산 일색이었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제작 환경부터 연출진에 이르기까지 예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메인프로듀스 측면에서 꽤나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으니까요. 물론 후지TV의 트랜디함은 그대로 살리면서 말이죠. 원래는 이 소재로 BOSS를 다룰 예정이었습니다만 문득 시작한 이 드라마가 갑자기 눈을 사로잡아버렸습니다. 후지 TV의 트랜디 떡밥의 궁극체를 보여주는 문제작 오토멘 ~ 여름 (オトメン 乙男 ~夏 이하 오토멘)을 소개합니다.


소개합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딱히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만한 요소는 모두 다 갖춘 작품입니다. 식상한 러브라인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아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시트콤 타입의 검증된 원작에 국민남동생 후보 오카다 마사키, 일본에서는 다소 중고유망주로 취급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여신급 국민여동생으로 칭송받는 '카호'를 투톱으로 내세운 캐스팅에 도의적으로 가족시간대를 피해 젊은층의 시청율 확보가 가능하고 기후적으로 덥지 않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토요 심야 시간대를 택했다는 점까지 뭐 하나 후지TV답지 않은 것이 없는 드라마인데요. 동시간대에 방영중인 닛테레의 여행버라이어티와 TV아사히의 스마스테이션이 지극히 20대 후반 이상의 고연령대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토멘의 시간대 편성 역시 전략적으로 상당히 우수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후지TV의 토요드라마는 심야시간 답게 탐정, 추리, 법정을 소재로 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만, 이런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간대에 대한 설정을 과감하게 뒤엎는 부분도 다른 방송국에서는 조금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겠지요.


제작진 구성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후지TV표 드라마의 색깔과는 다른 신선함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메이저 경력이채 5년에 미치지 못하는 풋내기 각본가와 감독을 필두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이 보여주는 아마추어리즘이 시청자로 하여금 보는 부담을 덜게 만들어주는 플러스 요인이 되어주는 한편 오랜 경력에 따른 철학적 매너리즘으로 인해 자칫 즐겁고 명랑한 원작 분위기를 해칠 우려도 있는 부분을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철학'이 아닌 '오마쥬'를 추구하며 원작 재현에 충실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연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대본 이해에 있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경력만큼 잊어버리고 사는 그것을 이들 풋내기 콤비는 충실히 해내주었고 시청자들도 이에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모하지만 위험하지 않았던 후지TV의 도박이 첫 판에서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네요.


드라마가 버라이어티에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닛테레의 '더 퀴즈쇼'가 잘 보여주었다면 오토멘은 심야시간대에 졸린 눈을 번쩍 띄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매력적인 투톱을 내세웠다는 것을 십분 활용하기라도 하듯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연들의 비중을 축소하고 오카다 마사키, 카호 투톱의 출연 비중을 늘려 마치 카메라가 이 둘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인데요. 원작 자체가 워낙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카메라는 30분 남짓되는 비교적 짧은 방영시간 내내 이 둘의 매력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데에 충실해주고 있습니다. 오카다 마사키, 카호의 팬이라면 마치 그들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보는 것만큼 만족스러움이 느껴질 법한 후지TV만의 서비스인데요. 특히 엔딩 크레딧은 그중 백미라고 꼽기에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원작이 워낙 톡톡 튀는 여류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었기에 드라마 역시 다분히 여성 취향에 맞춰져 있습니다만, 남자들이 보기에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게끔 생각외로 벨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는 점도 특이할만한 부분입니다. 경력 5년 안팎의 풋내기로 드라마판 하니와 클로버에서 영화판보다 한층 원작에 충실한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두드러진 철학은 없지만 짧은 경력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보여주는 타니무라 마사키 감독의 원작 재구성 능력이 한층 빛을 발하는 느낌인데요. 특히 심야드라마로서는 결코 짧지 않은 (심야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수면시간을 고려해서 50분을 넘기는 프로그램 편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35분의 러닝타임임이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원작의 톡톡 튀는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톱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연기 경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콘테스트형'캐스팅 구성을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대사에 대한 몰입도가 다소 낮은 것이 흠입니다만 스토리라인에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없고 화면 연출이 대사의 부정확한 전달력을 보완해할만큼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기에 크게 지적될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면 색감을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강조한 부분이라든지 표정 연기의 어색함을 화면의 흐름으로 대체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부분도 곳곳에서 보이는데요 이런 부분이 어쩔 수 없는 미봉책이 아니라 오히려 만화 원작에 가까운, 다시말해 만화를 읽는 세대들이 보기에 상당히 익숙한 화면 전개이기 때문에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나름의 노하우일수도 있겠는데요. 35분동안 드라마의 색깔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컬러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듯한 기분, 전차남 이후 실로 오랫만에 등장한 뉴타입 드라마가 아닐까 합니다.


아버지의 느닷없는 커밍아웃으로 시작해서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했던 소녀가 느닷없이 페로몬 풀풀 풍기는 남자로 변하는 충격적인 후크, 순정만화에서 나올 법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사뭇 뻔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소년 소녀가 있습니다. 테디베어를 손질하고 여자보다 더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소년과 양아치 몇명쯤은 간단히 쓰러뜨리는 괴력의 소녀,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 어떤 기상천외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애니메이션보다 더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즐겁게 볼 수 있는지도 모르는 드라마 '오토멘'입니다.

オトメン - 乙男 ~夏 (FTV)
2009년 8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23시 30분 방영
출연 : 岡田将生 (오카다 마사키)          夏帆(카호)
         木村了      (키무라 료)                  佐野和真  (사노 카즈마)  外
원작 : 菅野文     (칸노 아야)
각본 : 野口照夫  (노구치 테루오)
연출 :
谷村政樹  (타니무라 마사키)
posted by RushAm 2009. 8. 6. 19:27
몇년 전 '엄마 어렸을 적에'라는 작품전이 생각지도 못한 인기몰이를 하며 롱런했던 적이 있었다. 초창기 작품전을 기획했던 주최측조차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클레이 인형 작품전이 이처럼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기성세대'들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안정화된 지위를 확보하면서 잃어버린 향수를 되찾으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의 7080 붐이 몇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라든지, 아저씨돌의 귀환이라 일컬어지는 과거 아이돌 그룹 출신 맴버들의 연예계 복귀 등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만화나 애니메이션계에서도 이는 에외가 아니어서 일본의 경우 아무리 포켓몬, 코난,짱구 등이 날고 긴다 한들 아직까지 시청율 톱을 달리고 있는 건 '치비 마루코짱'이다. 온 가족 포멧이라고 불리지만 결코 젊은 층의 시청율이 높지 않은 이 작품은 언제나 애니메이션 통합 시청율 1위를 고수하며 몇십년째 순항중이다. 한국의 경우 이와는 조금 다르게 성공 여부가 철저하게 극단화되어 있는데, 젊은층의 외면 속에서도 나름의 성공을 일군 '검정고무신'이나 가족물 컨셉으로 수입되어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우리집' (한국명 아따맘마) 등이 이른바 '복고'와 '생활속의 공감'이라는 외면하기 힘든 떡밥을 가지고 성공한 반면, 치비마루코짱의 경우 뛰어난 캐릭터성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와 다소 다른 공감대를 추구한 부분에서 어필에 실패, 높은 라이센스 비용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이처럼 '복고'는 업계에 있어 제법 검증된 보증수표임에도 잘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제한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다가, 그들이 반드시 시장성 확보를 보증해주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들에게 반드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킬링 테마를 찾아내는 어려움 등이 있어, 성공 확율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초반 스토리에서 보여주었던 이른바 '인생 다시 살기 프로젝트'와는 조금 동떨어진 '80년대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다소 이래적인 세대교체식 복고를 추구했는데 지금까지의 복고가 다분히 5~60년대 출생 7~80년대 젊은 세대를 표방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이 연재 초반부터 지금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꾸준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비단 복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인생 다시 살기'라는 코드를 대리만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스토리적 기대감을 형성시켜준 영향도 크다. 누구나 몇 년 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그렇게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텐데 라는 만인 공통의 공감코드를 복고 코드와 결부시켜 함께 작극한 것이 주효 대리만족을 원하는 독자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는 점이 에상 이상의 인기를 얻고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초반 스토리 전개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연재를 이어가기 위한 보험 측면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복고 코드를 지나치게 오랜 기간 활용하여 본궤도 스토리인 '남기한의 인생 다시 살아 엘리트 되는 성장과정' 이 다소 등한시되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될 수 있다. 연재 초반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요인은 '복고'가 아닌 '남기한이 지식은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 조숙아로 성공하는 설정'에 매료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던 '학생때로 돌아가 비상식적인 초등학생의 대 활약상'의 카타르시스를 아직까지 뭔가 속시원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도 최근 이를 인지한 듯, 매회 복고 소재를 사용한 1회성 스토리에서 벗어나 중간고사나 과학 퀴즈 대회 등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로 전개 속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소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 만큼 매회 스토리 전개가 다소 매끄럽지 못하고 사건, 위기, 전개 등이 다소 맥빠지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스토리 전개가 전혀 예측 불가능한 부분도 문제, 추리 미스터리물처럼 긴박한 전개에서의 예측 불가성은 또다른 흥미 요소이지만 여기에서 예측 불허는 곧 스토리의 설득력 부족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몇년째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마린블루스라는 웹툰이 있다. 웹툰으로서는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이 작품은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정말 여러가지 시도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소속사가 팬시회사이다보니, 각종 팬시 상품은 물론, 주제가,플래시 애니메이션 등 대부분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을 쏟아부을 수 있는 자본적 배경이 주어졌음에도 정작 눈에 띄게 성공한 사례는 '다이어리상품과 몇몇 팬시 정도가 전부이다. 그나마 음악의 경우 이름있는 뮤지션이 참여하여 완성도가 높았음에도 다이어리와 함께 팔리는 수준에서 소화되었던 상업적으로는 굴욕에 가까운 처우를 받기도 했다.

앞서 정열맨 편에서도 언급했었지만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한 다양한 파생 미디어의 생산은 매우 반길만한 일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거대한 아마추어 시장의모태가 되었던 게 파생 미디어이기때도 했던 것처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닌 참여를 유도하여 ucc등의 뉴미디어를 통한제작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다소 짧게 언급했지만 '파닥파닥 송'을비롯한 작품 내 곡들이 실제 곡으로 (비상업적으로 작품만을 위해) 제작되어 공개된다던지 하는 식의 다양한 시도는 좋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연재가 시작된지 반년여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초반 '파닥파닥 송'의 성공적인 훅을 이어나갈만한 이렇다할 전개 포인트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목요 웹툰 톱을 달리던 인기에서 최근 3위까지 밀릴 만큼 점진적으로 독자들의 관심도를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작가도 이를 인지한 듯 최근에 들어 복고 옴니버스를 포기하고 본격적인 장편에피소드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고작 선악구도를 잡는 데에 한달여가 소요되었을 만큼 스토리를 추스리기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남기한 이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개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비중이 적어 생성될 수 있는 스토리 복선을 자체적으로 넓히지 못하는 한계를 타파에 나가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타이틀 하나에 웹툰의 초반 독자 유입이 결정될 만큼 웹툰에 있어서 타이틀이 갖는 의미는 절대적이다, 타이틀에 이 웹툰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재미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모두 내포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타이틀에 걸맞는 스토리 전개와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감도 존재한다.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는 타이틀로 독자들을 후킹하는데에는 충분히 성공적이었으나 타이틀에 거는 기대치만큼의 전개와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데에는 아직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그 결과 보이지 않는 팬의 이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이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초반 많은 독자들이 기대했던 만큼 아직 작품적으로나 작가 역량 측면에서 충분한 포텐셜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필자 개인적으로도 완성도 측면에서 조금 더 분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의 잠재되어 있는 또 다른 참여 의지를 움직일 수 있었던 보기 드문 힘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니만큼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서도 보다 고무적인 내용으로 희망이 아닌 현실을 어필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미티'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실질객관동화'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7. 10. 16:37
NHK라는 방송국은 다른 나라 국,공영방송국과는 좀 색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게츠큐같은 슈퍼 프라임 타임이나 그밖에 일상적인 시간대에서는 민영방송사에 시청율 싸움에서 항상 완패하면서도 드라마 시청율에서는 톱 혹은 최소 상위 5위권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며 아침 시간대 뉴스 시청율은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늘 NHK를 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시청료 징수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 특히 젊은 세대들은 거의 보지 않는 채널의 대표고유명사처럼 굳어져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죠. 물론 아직 시청율의 대부분은 30대 중 후반 이상의 남성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긴 해도, NHK시청율 문제가 이미 10년 전부터 불거져 나온 문제임을 생각해볼때 그들 역시 10년 전에는 NHK를 보지 않는 젊은 세대였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글쎄요?

요는 벨런스입니다. NHK는 주 시청자층이 30대 이상이라고 해서 결코 30대 이상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만을 편성하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교양만 가득해보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민영방송들의 타이틀들이 너무 자극적인것이지 NHK가 결코 흥미가 없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아닌 것입니다. 한글도 그렇지만 일본어도 정말 여러가지 표현이 있는데 같은 말이라도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뇌에 자극 양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민영방송에서 정말 정신없이 자사 프로그램 광고를 1,2,3초 스팟으로 혼란스럽게 내보내는 1초 경제학을 시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NHK는 상업광고는 물론 어지간해서는 프로그램 광고조차도 넣지 않습니다. 사뭇 초라해보일수도 있지만 보다 보면 이것만큼 편안한것도 없죠. 여기에 프로그램 컨텐츠의 질적인 측면까지 만족시킨다면 NHK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른바 프리미엄 채널로 인정받는 셈입니다. 아랫것들은 요란한 빈수레쯤으로 치부하는것처럼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NHK는 젊은 층의 시청율 향상에 꾸준한 투자를 거듭해왔고, 소재면에서 트랜디하지는 않아도 정서에 크게 위협되지 않고, 여기에 교육적이고 전 연령대가 보기에도 무난한 프로그램들을 다수 편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승부처로 드라마의 경우에는 '캐스팅'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안정적인 원작'을 내세운 '떡밥'을 뿌리면 완벽한 후리카케 ...가 아닌 젊은층 공략이 완성되는 것이죠. 성공한 사례 중 대표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의 카드캡터 사쿠라, 메이저,오늘부터 마왕, 츠바사 크로니클 정도가 있겠고 드라마의 경우 원작의 안정성을 내세운 베터리, 나나세 다시 한번 등과 캐스팅 떡밥으로 언론 노출을 노린 '천지인' 그리고 오늘 드라마이저에서 다루게 될 '사쿠라바 나나미' 떡밥의 '트윈 스피카' 로 대표되는 모쿠하치 (NHK의 목요일 8시 드라마)가 있습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아이돌 '사쿠라바 나나미'를 전면에 내세우는 실로 NHK답지 않는 과감함을 보여준 '트윈 스피카' (ふたつのスピカ 이하 후타스피)가 NHK에게 반쯤 등돌린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필하며 나와주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일단 드라마 후타스피는 NHK에서 일전에 방영했던 애니메이션은 고사하고 원작마저 사뿐히 무시해주는 스토리라인을 보여줍니다. 원작은 유령이 등장하는 다소간의 판타지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드라마라는 한계때문에 표현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령의 등장이 처음부터 없이 주인공 카모가와 아스미의 성장 드라마로 전개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읽히는 스타트인데요. 연기에 있어서는 풋내기에 가까운 사쿠라바 나나미 원톱이 가능할까 대단히 걱정스러웠습니다만, 원작처럼 분위기에 맞춰 감정조절을 잘 해야하는 역할이 아닌 단순히 밝고 명랑한 캐릭터로 설정이 바뀌어서인지 버거워하는 가운데에서도 무난히 소화해주고 있습니다. 그라비아 출신들의 연기 데뷰가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역시 상대가 NHK라서 그런지 대단히 준비를 많이 하고 나온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그나마 긍정적인데요.

문제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의도는 분명히 보이는 '스토리 재창작'이 과연 후타스피라는 이름을 일부러 달고 나와야만 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심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원작처럼 감수성을 자극하는 타입과는 전혀 관계없는 (적어도 초반 1분까지는 그런 스토리로 갈 것 같았습니다만...) 열혈 우주 오타쿠 소녀의 우주 도전기가 되어가고 있는 드라마판 후타스피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설정과 기초 설정만 빌려온 완전히 독립적인 작품으로 나와주고 있는데요. 내용 상에서도 타이틀에 대한 스토리가 아주 잠깐 언급됩니다만 그에 얽힌 무언가가 없이 그냥 단순히 설정을 했다..는 정도에 그치는 정도입니다. 단순히 사쿠라바 나나미를 위해서 스토리를 뜯어고쳤을 리는 만무하겠고, 드라마라는 미디어 특성 탓에 유령에 대한 표현이 애매해질 수도 있겠습니만, 데스노트의 성공을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데 과연 여기에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우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배역과 스텝진을 들 수 있겠습니다, 아빠와 딸의 7일간으로 알려진 아라이 슈코의 감미로운 각본은 후타스피에서도 무난하게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원작 영화팬들을 절망시킨 드라마판 혐오스런 미츠코의 일생을 연출한 야마모토 타케요시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 여기에 사쿠라바 나나미를 받쳐주려는 의도까지는 좋았지만 다이토 슌스케, 나카무라 유이치 등 지나치게 검증된 인기와 연기력에 의존한 배역을 추구한 탓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맞지 않는 (소꿉친구가 실제 나이로는 6살차이) 캐스팅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는 점은 드라마를 몰입하는 데에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와는 다르게 현실과 무척 가깝게 느껴지는 메채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세계를 현실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드라마를 현실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그에 비해 훨씬 많겠지요? 한낱 공상과학영화들이 실제로 미래과학발전상을 대변해준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할때 가장 재현력이 훌륭한 포멧이라면 역시 드라마를 포함한 실사계일테니까요. 그래서 NHK는 실사 드라마를 만들 때 두가지 점을 신경쓰게 됩니다. 하나는 사극에서처럼 '역사적'혹은 '과학적'인 고증이고 또 하나는 전 세계로 송출되는 국영방송인만큼 '일본에 대한 이미지 고취'가 되는 것이죠.

다시말해 드라마에서 유령이 등장하거나, 주인공이 약해서 유령에게 상담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즉 학교가 메인이 아닌 유령과의 시간이 메인이 되는 원작은 NHK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설정인 셈입니다. 가능하면 NHK는 일본의 우주 관련 시설이 화면에 더 많이 등장해야 하고, 고민이 발생하는 곳도, 그 고민을 해결하고 성장하는 장소도 학교가 되어야하죠. 배경은 마치 PPL광고처럼 NHK로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찌기 미국이 자신들의 과학, 우주 기술력을 각종 SF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간접 홍보한 전례를 NHK가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어필하고자 하는 것이죠. 유령이 등장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이미지가 한동안 신비의 동양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원인이 80년대를 전후로 헐리우드에 대량으로 유입된 무협영화에 기인했던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과학적인 부분을 내세우면서 다소 언벨런스하게 등장하는 '최첨단 과학 속에 증명불가능한 환영체'라는 말도 안되는 설정을 과감하게 버려야만 했던 것이죠.

현재 3회까지 방영되었습니다만 총 7회 분량의 드라마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전개를 볼 때 앞으로 더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 없어보입니다. 3.1%대를 기록한 시청율 측면에서도 기존 모쿠하치 드라마들에 비해 특별히 나아진 성적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고, 성장 드라마치고는 전개가 무척 빠른 편이지만 매 화 새로운 부분에 대한 긴장감이 주어지기보다는 평이한 스토리 속에서 무난하게 지켜보는 타입의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데요.흔히 표현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더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느낌입니다. NHK는 분명 능력도 있고 의지도 충분합니다만, 역시 국영 방송이라는 대의적 제약이 트랜디적인 창작에 있어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고 말았네요. 인기 있는 배우의 캐스팅 이외에도 몇 가지의 숙제가 더 주어진 셈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꿈꾸었던 우주에 대한 꿈, 그 꿈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채 성장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꿈은 꿈꾸는자의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듯 여기 우주를 꿈꾸었고 지금도 그 꿈 그대로를 간직한 채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단지 꿈에서 깨지 않은 철부지인지 아니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거창한 응원보다는 조용히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이야기 '후타츠노 스피카'였습니다.
Twin Spica - ふたつのスピカ (NHK)
2009년 6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8시 방영
출연 : 桜庭ななみ (사쿠라바 나나미)          大東俊介(다이토 슌스케)
         向井理  (무카이 오사무)                      中村優一  (나카무라 유이치)  外
각본 : 荒井修子  (아라이 슈코)
연출 :
山本剛義  (야마모토 타케요시)
posted by RushAm 2009. 6. 23. 15:31
옴니버스 개그 소재 작품들이 연재가 계속되면서 소재 고갈과 더불어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함정이 있다면 '표절 논란'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찾아내고 공감할 수 있는 개그 소재란 사실 많지 않기때문에 '공감'을 코드로 하는 이상 소재의 겹침은 어쩔 수 없고, 결국 누가 먼저 사용 (체험)했느냐가 승부를 가르곤 하는데, 전혀 표절이 아님에도 어쩌다보니 겹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간혹 경험담이 아닌 '소재 공모'를 통해 얻은 꼭지라던지, 유머 책 등이 출처인 경우도 있고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마감시간에 쫒겨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도 한다.

비단 만화계뿐만 아니고 문화 예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창작의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이 딜레마는 원인도 다양할뿐더러 '우연의 일치'라는 예외조항으로 인해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어쩌다보니 한정된 범위 안에서 희귀한 확율로 겹쳤던지, 혹은 대놓고 오마쥬를 했던지 어쨌든 결과는 '안 걸리면 만사형통'인 상황이니까 우연으로 인한 억울함보다는 의도적 실행에도 적발되지 않는 쪽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 있다. 창작자로서의 자존심을 지켜가며 얻는 '자존감'의 가치가 지금 당장 마감을 지켜내고 얻을 수 있는 안정감을 얻는 데에 따르는 위험 부담쪽이 상대적으로 적다면 가치 판단에 양심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그만큼 좁아지기 마련이다.

생활의 참견은 등장 시기와 작가의 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재 초반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힘든 단순한 그림채라든지 이렇다할 개성이 없이 '출연진'으로의 역할에 한정되는 캐릭터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개그 옴니버스 작품에 비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초딩'의 지지 없이 인기작품이 되기 힘든 네이버 웹툰 독자층의 특성 상 작품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연재 환경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사료된다.

이 부분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일면 최신 트랜드에 맞지 않는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초반부터 충분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작품 자체에 지나치게 몰입시키지 않고 소재 공모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품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서 장기 연재에 따르는 소재 고갈에 대비한 관록을 발휘한 측면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초반에 오버 페이스로 어떻게든 매너리즘을 만들어보려는 신인 옴니버스 작가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으로 연재 공백이나 소재 고갈로 인한 퀄리티 저하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생활의 참견은 2008년 2월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이후 초반 30화분까지 월,수 연재에 신작과 베스트작을 격차 연재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즉 다시 말해 네이버에서 연재를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닌 개인 블로그라던지 다른 포탈에서 연재를 이어오던 작품을 네이버로 이적하여 연재를 재개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묘한 점은 작가 블로그, 팬 카페 어디에서도 이전에 연재하던 연재처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베스트 선정작이 있다는 것은 선정된 작품 이외의 이전 연재작이 있다는 설명이 가능한데, 이전 연재작이 어디에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베스트 선정작'이라는 단어가 자꾸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다름아닌 챕터 13 '분노의 위기 대처법'때문이다. 2008년 3월 17일 월요일 베스트 선정작으로 연재된 챕터인데 아무래도 네이버 웹툰 이용자의 대다수가 10~20대의 젊은층이다보니 이 챕터에 대한 반응도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일면 별 문제가 없는 챕터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에 의해 최근까지도 꾸준히 '소재 표절'에 대한 의혹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문제는 생활의 참견이 지금까지 '소재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 '소재 공모'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소재를 받아들이고 있는 데에 반해 그 소재 공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이런 저런 문제들, 특히 '표절'같은 매우 민감한 문제에 대해 별다른 대처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반 비정기적으로나마 업데이트되던 작가 블로그의 '작품 후기'는 연재가 중단된지 오래이며 팬 카페에서도 일부 문제점을 인식하는 독자들도 불 수 있지만 1년 이상이 지난 챕터이다보니 문제 의식이 다소 덜한 감이 있다.

그러나 웹툰은 1회성이 아닌 처음부터 몇 번이고 다시 읽는 이른바 '정주행'독자들이 많은 특징이 있는 만큼 단순히 '지난 일'로 치부하기엔 문제가 있다. 더구나 최근까지도 정주행을 하고 있는 독자들에 의해 표절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챕터가 의도적인 표절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한 소재 출처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우연인지 혹은 그 외의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앞으로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충분히 입장 표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무려 '베스트 선정작'이 아니던가? 단순히 과거 포탈이나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챕터 중 일부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이미 챕터 13은 네이버로 이적하면서 '베스트'라는 이름으로 작가든 네이버든 베스트 챕터를 선정한 측에 의해 '연재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검토받은 연재분이기 때문에 그 책임 소재에 있어 한층 민감성을 띄고 있어 논란으로 인한 억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 필요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더욱 민감한 문제는 챕터 13과 소재가 겹치는 작품이 다름아닌 '광수생각'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지면 연재 시절부터 연재 마지막까지 매 연재분마다 각종 유머 서적부터 출처 불명의 개그 심지어 경쟁 신문사의 작품까지 언제나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이고 이미 10년도 더 지난 작품과 아무리 빨라도 그보다 4년 이상 늦은 시기에 발표되었을것으로 추정되는 생활의 참견이라면 이미 어느 쪽이 논란상 불리한지 명확해진다. 더구나 연재 초반은 '소재 공모'보다 작가 본인의 경험담 위주의 연재분이 많았고 챕터 13화 역시 작가 본인을 투영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직접 경험한 경험담을 소개하는 뉘양스를 풍기고 있었기에 대놓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한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더우기 본격적으로 생활의 참견만의 가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챕터 12화와 배치되고 있어 한층 아쉬움이 크다 '

하필이면 표절 문제로 작품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기에 단순히 연재분 하나의 의미를 넘어서 작품 전체적인 가치 문제에 기인할 만큼 심각성이 크다. 표절은 모두 의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우연히 박광수 작가와 같은 현장에서 같은 사건을 목격했을 수도 있는 일이고 같은 유머집이나 PC통신상의 우스개를 참조하여 각색했을 가능성 등 단순히 그것을 인정하는 문제를 떠나 어떤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해명하는 것은 결코 그 자체만으로 작가 이미지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과 같이 '광수생각'과 단순비교를 당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마치 몸속 종양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처럼 경력이나 명예에 이후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과 다름없다. 어느 쪽이 작가 본인을 위한 길인지는 작가 본인만이 알고 지금까지 판단해온 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광수생각'따위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기에는 생활의 참견이 가지는 작품적 가치가 아깝다고 생각한다.

옴니버스 웹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이 소재 고갈로 인한 퀄리티 저하, 그로 인한 연재 종료 혹은 무리한 연재 지속으로 인한 작가 이미지 실추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나가는 생활의 참견이 가지는 작품적 가치는 매우 높다. 비단 신인 작가들에게뿐만 아니라 단순히 스팟성 작품만을 즐기던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도덕적 책임같은 무거운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적지 않은 작품 활동 경력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활의 참견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 가치가 점점 재평가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김양수 작가가 이 작품을 얼마만큼 애착을 보이는지와는 관계없이 앞으로의 작품 활동 경력을 위해서라도 작품에 대한 보다 명확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에 작가도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우연의 확율을 비켜갈 수 없다. 챕터 13문제가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우연의 일치였던 간에 이러한 일이 비단 생활의 참견에서뿐만 아니라 이후 김양수 작가의 차기작에서든 혹은 현 시점에서 다른 연재처에 연재하고 있는 다른 작품에서건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에 대처하는 자세를 확립하는 것, 무조건 사과하고 해당 챕터를 내리는 것이 능사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작가마다 대응 방식이 다르고 또 그에 따른 결과가 제각각이니만큼 생활의 참견과 현재 상황에 따른 김양수 작가만의 현명한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만큼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에 작가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 이상의 작품 가치 훼손이 없기를 한 사람의 팬으로서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김양수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무슨 저주가 걸린 건지 공들여 쓴 비평이 날아가기를 수차례(티스토리 자동로그아웃 나빠요!)
덕분에 연재가 매우 늦어진 점 사과드립니다.

다음주는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6. 5. 22:30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다른 리그에 없는 재미있는 시상 항목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올해의 재기상'인데 후보에 올랐다는 것을 좋아해야 할지 씁쓸해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 년간 박찬호 선수가 후보에 연속으로 오르면서 국내에도 제법 알려져 있다. 이 상이 생긴 이유는 정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0부터 시작해서 +100에 이르는것보다 -100부터 시작해서 0으로 되돌아오는게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 대단한 실용주의 대국 미국이 인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 되겠다. 성공의 끝에는 참기름이 묻어있고 좌절의 끝에는 꿀이 발라져 있다. 즉 정점에서 미끌어지지 않고 오래 서 있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슬럼프 혹은 바닥에서 하루바삐 탈출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하겠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휴전국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 병력 차출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중에는 꾸고 있는 미래의 꿈의 특성상 연속성이 중요하기 떄문에 군 입대가 곧 꿈을 접어야 하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많다. 트랜드에 민감한 업계가 특히 그렇다. 만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군 제대 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이름을 알리기 때문에 인기 작가의 경우 20대 초반 나이대를 찾아볼 수가 없으며 남성 작가의 작품 내용 소재 가운데 군대 이야기가 넘쳐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네이버 웹툰 '싸우자 귀신아'의 작가 임인스도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사례에 어울리는 파란만장한 작품 활동의 부침을 겪게 된다. 작품 자체에서 오는 슬럼프가 아닌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연재를 중단하고 모처럼의 데뷰가 묻혀버릴 뻔 한 위기도 있었지만 슬기로운(?)팬들의 성원으로 군 제대 후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이어나간다는 의미가 단순해 보이지만 보통은 '중간에 하다 만'작품을 이어서 만들어 나간다는게 왠만한 프로들도 고개를 흔들 정도로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연재 재개 후 다소의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임인스 작가는 공백기를 무색케 만들 만한 저력을 보이며 1부를 흔들림 없이 순조롭게 마감해 필자를 놀라게 했다.

최근 웹툰에서 보기 힘든 '장편 시나리오'방식을 택하고 있는 '싸우자 귀신아'는 한번 챕터 11을 기점으로 군 입대 공백기를 갖는다 이에 대한 안내 문구가 걸작이다 '보답하는 차원에서 앞으로의 모든 시나리오를 공개하겠습니다'라니, 보통은 준비했던 기간이 아까워서라도 후일을 기약하고 공개를 꺼려야 정상인데 공개를 하겠단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극구 만류(?)로 공개는 무산되고 제대 후 재연재가 결정되었지만 실상이야 어쨌던 임인스 작가는 그 당시 독자들에게 도움을 받은 셈이 됐다. 만일 그 스토리 공개가 진짜로 이루어졌다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겨보지만 확실한 건 임인스 작가를 기다리겠다는 대부분의 계층 속 소수는 독자들의 시점은 '공개하겠다니 그런 짓은 그만둬!~'쪽이었던 것 같다.

전개가 다소 이채롭지만 바로 이 점이 임인스 작가가 지금까지 별 흔들림 없이 연재를 지속하고 있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최근 웹툰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철저한 사전 준비와 그에 수반되는 빈틈없는 시나리오 구성 능력이 그것이다. 직접 스토리와 작화를 동시에 제작하는 것은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건만 어느 쪽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무난한 타협점을 찾아낸 점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웹툰계에서는 실로 보기 드문 돌연변이의 탄생이랄까, 개인적으로 강풀이 처음 순정만화로 히트작 양산의 서막을 알릴때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다만 오랜 시간 준비한 작품일 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는데 다름아닌 '난이도 조절'이다. 유명한 CM카피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식의 세계관은 분명 매너리즘과는 또 다른 형태의 문제를 야기한다. 다시말해 '매니아층'이 생긴다는 의미로 이는 어찌 되었건 이미 '대중문화'로서 발을 담그기 시작한 작가들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다시 말해 아는 사람만 아는 재미 요소 혹은 복선이 과도하게 삽입될 경우 자칫 작품의 무게감이 심해져 대중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임인스 작가 역시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듯 너무 깊어지지 않도록 적절히 코믹적인 요소를 삽입하여 벨런스를 조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관련이 없는 벨런스 맞추기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개그 센스에 의존하다보면 자칫 완성도에 영향을 끼치거나 최악의 경우 의도한 스토리 진행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에 우려스럽다.

이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 챕터 25(네이버 챕터 순)에 등장한 '복선 해설'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공들여 내놓은 복선이 독자들에게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굉장히 조급해지게 되는데 그 조급함을 참고 묵묵히 대인배처럼 연재를 계속하는 작가도 있지만 임인스 작가는 결국 해설편을 따로 싣는 조급함의 우를 범하고 만다. 물론 이러한 배려가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더 높일 수도 있고 실제로 복선 해설 편도 중간 후기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는 모든 연재가 끝난 뒤에 하더라도 본전을 찾을까 말까 하는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딴에는 긴박감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복선에 대한 내용 누설로 인해 스스로 작품적 희소 가치를 깎아먹을 수도 있는 위험성은 인지하지 않았는지를 묻고 싶은 부분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연출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작가의 성향적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고 독자들이나 작가가 스스로 그 문제를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서 다소 조심스러운데다가 장점과 단점이 흔재되어 있는 요소이기에 쉽게 포기를 종용하기도 어렵다. 다만 작품 활동에 있어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성향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만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지나친 영화화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웹툰'만의 작품성이 흔들릴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강풀 작가와 자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이 부분인데, 기준적 정체성 즉 웹툰 작품을 영화로 컨버전하느냐와 영화화를 의식하여 웹툰을 제작하는 건 근본적으로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작가들은 쉽사리 슬럼프가 오기도 힘들고 기복도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라는 점에서 장점을 찾을 수도 있는데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재충전 시간을 요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즉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는 점이 그것이다. 웹툰비평에서도 다수 언급되었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이 이른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서 '마라톤'레이스와 비견되는 장편 연재에서 초반 1위라는 타이틀에 눈이 멀어 전력질주 후 하얗게 불태우는 우를 범하는 걸 수도 없이 봐온 필자로서는 이러한 작가들의 등장이 내심 반갑다. 말이야 쉽게 하지만 스스로를 잘 아는 것만큼 어려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지금까지의 웹툰 작가들에게 있어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되었던 '화면 연출력'에서 정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이 웹툰에 머무르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지금은 우선 '웹툰 작가'라는 점을 인지하기를 바란다. 콘 사토시라는 애니메이션 감독의 작품들은 영화에서 사용되는 기법들을 다수 사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와 동시에 '대중성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던 것처럼 향후 임인스 작가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너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따라간 나머지 현실을 등한시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능력 역시 충분히 인정할 만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작가가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단순하면서도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즌 '푸른 하늘의 빛나','벚꽃' 이 완결되면서 충분한 휴식기를 가진 그에게 새로운 시즌 2는 그의 가능성에 이은 '관록'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연 그가 펼치는 작품 세계가 독자들로 하여금 얼마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차분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시즌 1에서 보여주었던 가능성과 문제점을 얼마나 인식했는지와 어려움 속에서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친 시즌 1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인 평가에 동요되지 않고 차분하게 작품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이번 시즌 2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또한 싸우자 귀신아의 장편 옴니버스 작품으로서의 생명력과 관련되어서도 중요한 시험대에 오르는 만큼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연재하는 기분으로 임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스토리부터, 작화, 구성, 연출까지 모든 것을 1인 시스템 (동료 작가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으로 해결해 온 임인스 작가에게 있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욱 많다. 시즌 1의 성공이 매너리즘이 되지 않도록, 혹은 그 자체가 장벽이 되어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적절히 '욕심'이라는 것을 억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기에 '이미 원작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아닌 순수 창작'을 해낼 수 있는지 자기 자신에 대한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야만 하는 부담감 역시 존재할 것이다. '푸른 하늘은 빛나'가 단지 원작이 훌륭했기에 부수적인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훗날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능력이 있는 만큼 충분히 슬기롭게 극복하여 제 2의 강풀이 아닌 제 1의 임인스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임인스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는 '생활의 달인'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6. 2. 20:09
요즘 TBS를 틀어보면 그야말로 Rookies (이하 루키즈) 이야기 뿐이네요 버라이어티는 물론이고 당연히 다른 프로그램 광고가 나와야 할 3초 광고까지 루키즈 - 졸업- 영화 홍보로 점철되어 있고 심야에는 아예 5분짜리 특집 광고를 편성하여 루키즈 영화에 대한 하이라이트를 방영하는 등 유래없는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TBS의 마지막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2008년 상반기를 뜨겁게 만들었던 작품이니만큼 이번 영화에도 상당한 애착을 보이는 듯 싶은데요.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일드의 성향이 주로 '인기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의 출연 여부에 크게 좌우되다보니 당시에는 비교적 큰 인기를 얻지 못하던 배우로 채워져 있던 루키즈는 상대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영화 루키즈'에 대한 관심도 다소 뒤늦은 감이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금주의 Dramajor는 특별히 드라마 '루키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잘나가는 아이돌 맴버도 없고 원작이 대히트를 친 작품도 아닌, 스토리가 유독 특별한 부분도 없는 작품이 평균 시청율 14.7%로 2008년 시청율 종합 8위에 오른 비결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루키즈가 방영될 당시 시점이 참 미묘합니다. 2008년 4월 19일부터 첫 전파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그 무렵은 일본 프로야구가 개막할 시점임은 두말할 것도 없고 동시에 전국 고교 야구부들의 고시엔을 향한 도전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점이기도 하죠. 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호시노 재팬의 열기도 만만치않게 달아올라있던 터라 국민적인 드라마가 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던 최상의 시기였음을 생각해본다면 루키즈는 작품성에 관계없이 초반 시청율만큼은 최소 10% 정도를 방영 시기에서 이미 먹고 들어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른바 '한물간' 포멧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머니즘 드라마'형식의 루키즈가 높은 시청율을 기록한데에는 당시의 경제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트랜디 드라마 일색이었던 일본 드라마 업계에서 개그나 진부한 사랑이야기보다는 좌절의 끝에서 들리는 메시지 '夢にときめけ!明日にきらめけ!’가 감원 한파와 환율 상승, 10년 위기 타파의 적신호등으로 우울해있던 일본 국민들을 위로해주는데에 더 제격이었던것이죠.

스토리 설정 속에서도 재미있는 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다름아닌 반년 전의 사고로 인한 '출장 정지'로 야구부원들이 타락했음을 암시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반년의 의미 그리고 부원들의 타락한 모습은 '10년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박탈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을 응원하듯 루키즈의 부활, 그리고 분발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참고로 초반 5화까지 등장했던 전 야구부 출신 교장의 40년 전의 우승에 대한 배경 스토리 역시 1969년 (쇼와44년)의 초고속 경제성장 시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대변해주고 있죠.

일본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단어 '신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캐릭터 관계구도 역시 특이할만한 부분입니다. 불량 학생들을 좋게 이끌어나간다는 의미에서 고쿠센이나 GTO 등 기존에 히트를 기록했던 학원물 드라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카와토라는 캐릭터가 오니즈카나 양쿠미 선생과 다른 점은 '아무 메리트 없는 바보스러운 신뢰'입니다. 물론 오니즈카나 양쿠미도 학생들을 신뢰합니다만 그다지 선생님답지 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기성세대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고 학생들을 선도하는데에 다소 억지스러운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어 현실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카와토는 뼛속까지 정석적인 선생님의 모습으로 학생들을 대하면서 바보같이 학생들에게 얻어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선생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GTO나 고쿠센 등 기존 학원물 소재 작품들이 대부분 중,고교생 혹은 졸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대 초반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에 반에 전 연령층에게 고루 어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GTO, 고쿠센 모두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결국 '자신들의 위치를 별로 성실해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빼앗기는'모양세가 되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카와토는 기성세대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를 흡수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스토리는 매우 평이한 편입니다. 카와토 선생님 이외에는 특별히 GTO나 고쿠센에서 등장할법한 캐릭터 설정들이 대부분으로 간간히 등장하는 캐릭터별 스토리 속에서 '동료애'정도만 느낄 수 있을 뿐 신선한 맛은 없습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스토리로 진행되어 대다수가 예상 가능한 결말로 마무리짓습니다. 결말 부분에서 차기작 혹은 영화화를 염두에 둔 암시적 복선을 깔아두기 위해 후반부 스토리가 다소 엉망이 된 감이 있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는데요. 실질적인 결말을 너무 영화쪽에 무게추를 기울인 채로 마무리를 짓다보니 드라마 자체 완성도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얻기 힘들 것 같습니다.

드라마라는 것은 단지 시기적인 특수를 타기만 해서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기적인 성공요인은 초반에 영향을 끼칠 뿐 꾸준하게 좋은 시청율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내용에도 충분히 충실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스토리 측면에서 부실한 부분을 매워주는 건 집중도 높은 배역들의 연기와 더불어 촬영, 조명 등이 보기 좋게 어우러지는 TBS만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두 가지가 어느 정도 높은 만족감을 주게 된다면 스토리와는 관계없이 드라마 속 캐릭터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또 다른 형태의 시청율 상승 요인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흔히 막장 드라마라 불리우는 '아내의 유혹'이나 '너는 내 운명' 등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인데요 마치 TV속에 있는 캐릭터들이 매일 보는 가족과 같이 느껴져서 그들이 아파하면 나도 아프고 그들이 기뻐하면 덩달아 기뻐하게 되는 유사가족의 확장판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같은 요인 하나하나가 약 반년 간의 공백이 있음에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흥행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루키즈의 힘입니다. 영화 공개 시기 역시 얼마 전 WBC가 끝날 무렵부터 대대적인 광고가 이루어지는 등 이전 드라마 때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전략적이긴 했습니다만 영화 '루키즈 ~ 졸업'을 보러 가는 수많은 관객들은 광고가 어떻든, 실제로 영화의 완성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을 테지요 왜냐하면 관객들은 매주 주말 저녁마다 아들, 오빠, 남동생처럼 느껴지던 보기만해도 흐뭇하고 기특한 녀석들을 조금 더 보고 싶은 생각에 1800엔을 지불하고 만나보고 싶은 것 뿐일 테니까요.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졸업 전에 과연 고시엔에 도전하는 성과가 있게 될 것인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가족으로서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성공을 염원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기에 사실 스토리상으로는 아주 진부하기 그지 없어 크게 슬프지 않음에도 관객들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것이죠. 그들에게 있어 루키즈 맴버들은 이미 내 가족과 다름없이 느껴지고 있으니까요.

저도 드라마를 모두 시청한 팬으로서 그들의 지금 모습이 몹시 궁금합니다. 그들이 기뻐할때 함께 기뻐하고 좌절할때는 덩달아 마음이 아프고, 함께 울고 응원하고 호흡하고 싶은 마음을 느껴보고 싶을 때 마치 내 친구, 동생, 오빠, 남동생이 고시엔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함께 응원해볼 수 있는 드라마 '루키즈'입니다.
Rookies ルーキーズ (TBS)
2008년 4월 19일부터 2008년 7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 19시 56분 방영 完
출연 : 佐藤隆太 (사토 류타)          市原隼人(이치하라 하야토)
         小出恵介   (코이데 케이스케)  高岡蒼佑  (타카오카 소스케)  外
각본 : いずみ吉紘  (이즈미 요시히로)
연출 :
平川雄一朗  (히라카와 유이치로)
posted by RushAm 2009. 6. 1. 16:24
한국 일본에 관계없이 만화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그건 대체로 자기 자신 혹은 제 3의 캐릭터로라도 작품 내에 '만화가'라는 직업이 항상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 만화가는 언제나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마감에 치여 고생하고 잠이 부족해서 힘겨워하는데다가 박봉에 삶 역시 궁핍하기 그지없게 묘사된다. 작품 내용상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에피소드들이 한두편씩은 나오곤 하며 최소한 챕터가 넘어가는 서비스 페이지 정도에 1페이지 정도의 단막 스토리라도 작가의 고충은 언제나 빠지지 않고 표현되곤 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는 '만화가의 힘겨움'을 독자들에게 하소연하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다름아닌 '소재고갈'이다. 일찌기 아다치 미츠루가 남긴 '소재가 막히면 전학생이 등장합니다'라는 명언처럼 작가 나름의 판단에 의거 용인이 되는 선에서 전학생이 아닌 '작가'가 등장, 그 주의 연재분을 날로 먹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버는 것이다. 물론 '다.다.다'처럼 고정 캐릭터중에 만화가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역시 메인 스토리의 진척이 없을 때를 대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웹툰 중에서 이같은 사례를 잘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글고'의 'Q3'캐릭터를 들 수 있는데, 작가 본인을 투영하면서도 충실히 그주의 연재분을 상쇄할 만큼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금까지의 추세와는 다르게 작가 본인을 이입시킨 캐릭터를 일종의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작가 본인의 경험담이 주가 되는 전세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 흥미롭다. '마린블루스'처럼 '자신의 일상을 일기장처럼 투영'하는 작품들이 대 성공을 거두면서 이른바 '트루먼 쇼'의 히트공식처럼 남의 생활상을 엿보는 생활 속 즐거움과 공감대 형성 위주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생활의 달인'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C급 직업군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99% 사람은 게스트로 일상 속에서 그들을 만나지만 호스트로서 바라보는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이러한 작품들의 생명력을 연장시켜주는 힘이라고 하겠다.



복고풍 웹툰(?)
와라 편의점은 이러한 '호스트의 눈'을 잘 활용한 작품이다. 편의점에 손님으로 가 본 사람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들이 나와 만나는 최장 5분 남짓 되는 시간 이외에 남은 8시간여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호기심, 즉 내가 사는 매일은 지루하지만 다른 사람의 매일은 지루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다. 지강민 작가는 이 점에 착안 편의점 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함께 편의점에서만 이루어지는 '사재점검'이나 '선입선출'등의 전문적인 작업들을 결부시켜 지적인 욕구도 다소 충족시킴과 동시에 오버스러운 액션을 활용한 '단막 4컷 툰' 방식을 사용하여 기초적이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인지시키는 데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와라 편의점의 작가 지강민의 작품 성향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78화 '잔돈' 편이 바로 그것, 이 에피소드는 그림체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탓에 한때 블로그에 작가가 해명 글까지 올려야 했을 만큼 논란이 많았던 에피소드이기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블로그를 통해 올린 해명글을 통해 이 에피소드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데 '와라 편의점'의 개그 코드가 다분히 '복고풍, 다시 말해 예전 명랑만화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대사 흐름이나 내용 전개 방식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잔돈'편을 자세히 보면 그림채가 원래대로 복원되어서 연재되었다면 큰 논란이 없을 만큼 지금까지의 작품들과 별 차이없는 에피소드임에도 다소 의도적으로 그림채를 통해 독자들과 작가 본인의 소통을 확인해보려는 시험을 했었던 것으로 추측되며 다시말해 작가는 이러한 명랑만화 포멧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애착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투영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무의미한 보험
옴니버스로는 드물게 지금까지 큰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대 히트는 기록하지 못한)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는 와라 편의점이지만, 최근에는 무리하게 '역전'을 한 나머지 '소재고갈'을 피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다른 옴니버스 작품들과는 그 문제의 격이 조금 다른데, 초반에 향후 소재고갈에 대비하여 캐릭터들의 개성을 충분히 어필하는 에피소드를 곳곳에 배치, 향후 실화 혹은 경험 위주의 스토리가 바닥이 났을 때 캐릭터들의 개성으로 충분히 2차 창작이 가능한 상태임에도 지금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기 연재에 대비한 포석을 충분히 다져왔음에도 소재 고갈이 왔다는 것은 '캐릭터'를 활용한 에피소드 창작 능력의 부족을 의미한다. 만일 와라 편의점이 '작가 본인'의 경험담만을 소재에 활용할 계획으로 기획된 작품이었다면 적정 사이클은 7~80편 정도의 에피소드 분량이 되겠지만 이미 에피소드는 100회를 넘었고 100회 특집에서 초반부터 다져온 '캐릭터성'을 과시하는 에피소드를 선보임으로서 장기 연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히 80회를 넘긴 시점부터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어딘지 모르게 예전에 보던 와라 편의점의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게 느껴지는데, 이유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작가가 '2차 창작'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 잘 나가던 작품들이 갑자기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재미가 없어질 때 받는 오해가 '문화생 대리 제작 의혹'이다. 그만큼 문하생이 기존 작품을 이어서 그리면 아무리 그림채를 흉내내고 에피소드를 비슷한 감각에 맞춰 창작하더라도 독자의 눈에서는 어딘가 모르는 어색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지금의 와라 편의점에서는 마치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지고 있다. 캐릭터는 이미 작가의 감각에 의해 제각각 개성을 갖춘 상태에서 소재만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빌려 에피소드를 제작하려 하다보니 기본적으로 주체 자체가 달라지고 예전에 작가 본인의 경험담에 맞춰 만들어진 캐릭터들과 에피소드 소재가 불협회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현재진행형
작가도 그걸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듯 100회 특집에서 '경쟁사 편의점 신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하는 등 현실 파악에 결코 게으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단순히 캐릭터를 늘리는 것은 독자들로부터 오는 소재들 중 '지금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맞지 않는 경우 아무리 좋은 소재라고 하더라도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것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지금의 캐릭터 인지도나 개성에 대한 어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서브 캐릭터들의 과거 에피소드와 연관된 스토리의 경우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은 점) 신 캐릭터에 대한 어필을 위해 비중을 한쪽으로 무리하게 쏠리게 만들 경우 자칫 작품 전체의 균형이 흔들릴 우려도 존재한다.

비교적 긍정적인 것은 작가가 결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형 스타일이라는 점이다. 100회가 넘는 동안 연재 지연이나 결연 등은 한 번도 목격되지 않은 채 언제나 독자와의 약속을 지켰으며 본인 스스로 '날로 먹는다'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낮추는 데에 익숙해있는 만큼 앞으로 혁신적인 부분은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작품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만큼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게 개인적인 진단이다. 물론 초반에 소재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예상보다 일찍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지만 네이버 웹툰 작가 중에서는 몇 안되는 '관록'이 느껴지는 작가인 만큼 앞으로의 분발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그림 사용을 허가해주신 지강민 작가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는 임인스 작가의 '싸우자 귀신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