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6. 10. 23. 01:06

JYP 개혁파들이 가장 처음으로 했어야 했던 일은 모래시계처럼 윗쪽에 어마어마한 모래가 쌓여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는 지극히 느린 정체현상을 해소하는 일이었습니다. 앞서 PART1에서 유망주들의 동시다발적 데뷰가 불가능한 정체상황이 심한 기획사라는 설명도 드렸었는데요. 이런 정체현상이 비록 JYP에 국한된 부분은 아니지만, JYP의 경우 박진영에게 일원화된 실무 결정체계가 이원화되지 못하는 자타의적 환경으로 인해 이와 같은 부분이 더욱 극심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연습생들도 지극히 박진영의 취향과 그룹 컨셉, 그리고 미래 계획에 맞춰서 짜여졌기 때문에 우선 정체되어서 세대별로 플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모여든 연습생들의 교통정리가 필요했습니다.


DAY6가 밴드 컨셉의 노망주로 기획된 데에도 어떤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PART1 당시에 비해 아이돌 시장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데뷰하지 않은 연습생들의 이직은 험난합니다. 연예계 소식에서 연습생들이 기획사를 옮겨서 데뷰하는 것이 흔하게 보이는 시기이긴 하지만 저번에 설명해드렸듯이 어디까지나 지금 있는 회사의 직위를 모두 버리고 신입으로 들어가는 수준의 대우를 각오하거나 혹은 3대 기획사가 아닌 한단계 낮은 중소 기획사로 이적하는 랭크 격하를 각오해야만 하죠, 대부분은 연습생이 3대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반 이상 성공했다고 어기게 되니까요. 우리 사회에서 삼성맨이 인정받는 풍토와 비슷하다랄까요?


분위기는 그것이 대중들에게 용인되는 상황이 조금은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JYP연습생에게 있어 상황은 그 이전보다 썩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전에는 사내에서 분파가 되어 만들어지는 회사가 있었고, 각 지역별 계열사들이 이들 연습생들을 소화해주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통해 메인스트림에 올려주는 역할을 했었지만, 2013년 이후부터는 이들 기획사들이 JYP 유산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데 대부분 실패하는 통에 이렇다할 계열에 가기가 힘들어진 것도 있습니다. 사실 JYP가 이 부분에서는 3대 기획사 중에서 가장 상황이 안좋은 시점이기도 하고 또한 3대 기획사 중 더 이상 '믿고 쓰는'이미지가 많이 떨어진 부분도 연습생들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어찌 보면 JYP가 조용히 망하기를 기다리는 편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이득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트와이스는 표면적으로는 JYP의 사운을 걸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이미지의 그룹입니다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의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JYP에서 안고 갈 수 있는 인재들을 최대한 안고 가겠다는 측면에서 연습생 중 가장 대중적으로 팔릴 만한 연습생들을 추려서 보호 엔트리에 묶는 작업이고, 또 하나는 그 다음 트와이스를 메인스트림에 올리는 데에 성공할 경우 그들을 확실한 JYP 소속으로서 묶는 작업이 있겠죠.



다국적 그룹으로서의 행보도 매우 특이했습니다. 이미 미쓰에이에서 철저하게 실패를 맛본 바 있는 다국적체계는 오히려 후속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트와이스에서 더 강화되었습니다. 멤버 절반 가까운 인원을 동아시아 국적으로 채웠으며 실제 선발 예정이었던 후보 중에는 더 다양한 국적의 후보들도 있었으니까요. 어찌 보면 2PM이나 GOT7이 나름 기반을 잡아놓은 일본 시장을 잡기 위한 방안일수도 있겠습니다만 미쓰에이 때 표면적으로는 다국적 그룹을 표방하며 중국인 멤버를 투입한 작전이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되어버린 전철을 잘 알고 있는 JYP로는 단순히 스타성을 따라갔을거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실제로 트와이스는 3명이나 되는 일본인 멤버에 비해 정식으로 일본에서 제대로 된 싱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비중으로 인해 밑바닥부터 차분히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이지요. 물론 이것이 전략적인 선택이건 우연의 일치이건 간에 현재 상황은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일본 활동은 딱 2개 그것도 모두 한국 관련 활동의 연장


이건 대만 국적 맴버로 선발된 쯔위 역시 이런 이유로 딱히 양안관계를 고려할 필요 없이 선발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JYP는 어차피 중국에 어떤 기반을 닦지도 않았고 (박진영이 관심을 가졌을 턱이 없다고 보입니다만) 에초 추구하는 음악이나 팬덤을 일으키는 특성 자체가 중국 시장이나 그를 중심으로 한 권역을 커버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함을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는 인정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구성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트와이스는 오디션으로 뽑혔다는 특성도 있겠지만 특별히 트와이스, 아니 조금 더 나아가서 소속사의 지분을 어느 정도 나누어 갖고 있는 주주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한편으로 멤버 한명한명이 각자의 개별 인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스스로 자신들을 프로듀스하며 언제든지 트와이스 이후, 혹은 JYP 이후를 대비하여 각자의 인지도와 캐릭터, 존재감을 쌓아나가는 데에 적극적입니다. 여기에 JYP의 신세력은 그야말로 기획 단계에서의 개입이 아닌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는 수준에서 나서고 있죠, 트와이스는 그룹 자체의 팬덤보다는 철저하게 멤버 개개인의 팬덤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것이 결국 모여져 트와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트와이스라는 그룹은 그 이름 자체에서 브랜드 가치가 그다지 높지 않고 그 자체로 높이려는 시도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냥 트와이스는 이 현란한 멤버를 태운 '캐리어'로서의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입니다.


지금까지의 걸그룹의 일치단결적인 (그룹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그룹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들의 뮤비에서는 늘 각자 개인이 표현하고 싶은 어떤 색깔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고, 그 이미지는 상호 보완될지언정 결코 다른 멤버와 섞이지 않는다. 트와이스의 컨셉을 한 가지로 특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


그리고 이 그룹에게, 어쩌면 예견되었을 수도 있을 그 사건이 터지죠



사건 내용은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대로 대단히 투명하게 모든 과정이 공개되었으며 그 결과도 매우 스트레이트하게 결과가 바로바로 보이는 매우 급박한 전개양상을 보입니다. 이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JYP가 매우 미숙하게나마 스캔들이 일어난 당사자 외에 트와이스 전체 차원에서 어떤 해명이나 구명 활동은 물론 박진영이 전면에 나와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박진영이 아무것도 안한 것은 아니며, 쯔위를 유투브에 내세운 뒤에도 그에 대한 한마디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사건처럼 내세우고 있는 어떤 그룹에 문제가 크게 생길 경우 직접 발벗고 나서서 해당 맴버를 제명하는 등 매우 단호한 활동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여론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에서도 철저하게 쯔위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언급했다고 하는 것은 공식 입장, 그것도 JYP엔터의 대표로서 남긴 사과문 뿐이었고 이것도 대단히 형식적인, 사실상 쯔위가 찍은 사과 동영상의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었죠.


박진영을 제외한 JYP 전체와 쯔위는 상당히 급박하게 움직입니다. 공식적으로 대처한 사과문만 3개에 전례없이 쯔위 본인이 스스로 나와 동영상으로 사과를 남기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내용은 보시다시피 프로답지 않은 헛발질스러운 사과문의 연속이었고, 미성년자인 본인을 직접 영상에 등장시켜 사과문을 읽게 만드는 대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물론 이 건으로 인해 트와이스 자체가 어쩌면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등장하기도 했죠.


이미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방식은 지금까지 JYP가 늘 해왔던 '문제가 되는 맴버는 반드시 그룹 전체를 위해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 골라낸다'라는 방식과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행동입니다. 앞서 제가 꽤 많은 지면을 통해서 설명했던 것처럼 이 대처 방법은 어찌보면 그룹 자체의 수명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쯔위가 살고 쯔위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존중하는 데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욕을 먹는 대상은 철저하게 쯔위가 아닌 JYP로 일원화되었습니다. 보기에는 매우 미숙했지만 이러한 대처 방법은 같은 컨셉으로 맴버 각자의 지분을 통해 운영되는 일본의 AKB계열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인데요. 여기에서 '아니 AKB는 문제 생기면 바로 퇴출인데 무슨 소리냐'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지분'이 명확한 멤버의 경우 얘기가 다릅니다. 그만큼 쯔위는 멤버 중에서도 트와이스의 초기 주목도와 화제를 상당 부분 가져간 당시 기준 거의 핵심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미네기시 미나미: 남친스캔들은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삭발의 사과식이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메인 뉴스에 보도되는 등 화제를 낳으며 분위기는 미네기시에 대한 비난에서 동정 여론으로 반전되고 그 비난 여론은 고스란히 그런 심한 짓을 시킨 기획사의 악랄함에 집중된 사례, 기획사는 아무리 욕을 먹는다고 해도 AKB의 인기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결과론적인 비교가 가능


여기까지가 쯔위를 사과영상에 올린 표면적인 이유라고 한다면 또 하나는 박진영이 굳이 쯔위를 지금까지 하던 대로 쳐내지 않은 이유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JYP의 현 상황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데요. 바로 예전만 못한 JYP의 위상과 더불어 JYP 내 엑소더스가 한층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식스틴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유망주들 중 전소미를 비롯한 가능성있는 파이널리스트들이 대거 IOI와 IBI등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당시 기준으로 트와이스는 개개인의 팬덤 가치에 비해 아직 트와이스 자체의 인기가 높지 않았던 상황인데다 쯔위는 그 팬덤 중에서도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만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JYP는 쯔위를 어떤 이유에서든 주저앉혔어야만 했고 그런 이유로 쯔위를 '함부로 사과영상에 세웠다'라는 여론에 '부모와 상의했다'라는 것은 진실에 가까울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쯔위는 신중하게 데려가야만 했었을테니까요.


쯔위 사건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쯔위 사건 이후 트와이스가 극적인 반전을 이루어내지 못하거나 어떤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다면 쯔위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JYP EXIT, 그리고 JYP 개혁파의 회사 재건 실패로 인한 투자 세력들의 손절매가 이어지는 나비효과까지 이들 소녀들에게 너무 심한 짐을 지우는게 아닌가싶을만큼 트와이스는 JYP에게 있어서도 정말 성공하지 않으면 미래 자체가 없는 그야말로 강제 히든카드 그 자체였습니다. 그 결과는 사실 누가 그 출구전략을 대비했던 하지 않았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에게 조금씩은 비극이 된다는 부분 이들이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최선을 다한 자에게 승리의 여신은 미소를 보냈고

길고 긴 밤의 어둠이 떠오른 태양으로 인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데뷔싱글 우아하게와 치어업의 차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우아하게에서는 그나마 조금은 섞이는 모습을 보였던 트와이스가 철저하게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 즉 트와이스의 기획이 완전히 정착되어 안정화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무대 내에서 군무는 각자의 개성을 살린 개인 파트 포인트 댄스를 받쳐주는 선에서 그치고 있으며 이런 전략은 치어업의 대 성공을 통해 옳은 방향임을 증명해냈다.


트와이스에 대한 결과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지금도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 보고 계신 그대로입니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지금까지 없었던, 혹은 그냥 시도하기만 했을 뿐 굉장히 위태로웠던 하나의 실험이 그저 운좋게 성공을 거두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결과가 트와이스 이후 JYP에 남거나 혹은 추가로 모인 연예계의 인재들이 여성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입니다. 어찌 보면 트와이스 모델은 지금까지 그룹 자체에 개인을 희생시켰던 한국형아이돌에서 개인을 위해 그룹과 기획사가 기꺼이 희생하는, 그래서 유능한 인재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몰려드는 하나의 정규 루트로서 강제적으로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멤버를 자르지 않고 그룹을 건져낸 JYP 개혁파도 아직 숙제는 많습니다. 당장 이 끝없이 몰려들 기세인 여초위주의 인재 풀에서 기획의 다양성을 꾀해야만 합니다. 새로 런칭하려는 남자 아이돌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나 반응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 지나치게 트와이스에 대한 이미지가 커지는 데에 따른 운용에 대한 부담, 그리고 지금 제가 감히 예상할 수 있을 미나, 모모, 사나 이 세사람의 출신지인 케이한신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한의 분위기로 인한 제 2의 쯔위 사태가 일어날 경우 과연 같은 방법으로 극복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위험 요소까지, 이들의 미래는 아직은 다소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정말 오랜 시간동안 JYP라는 이름 하에서 젊음을 날려먹고 꿈이 어긋나왔던 역사가 반전되어 풋내기스럽지만 겨우 기획사로서의 본래 일에 충분한 역할을 하는 서포트 역할이 점진적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큰 성과입니다. 아직까지 아이돌에 대한 절대적인 소유권과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어느 정도 손해는 있었을지언정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JYP 자신들의 미래 그리고 그 JYP를 보고 몰려드는 유망주들이 옳은 방향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


당장은 해가 지지 않는 피로감을 모른 채 달려가겠지만, 언젠가는 백야에 지치게 될 것을 대비해야만 하겠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틈이 없겠지요, 언젠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기획사의 수명은 천년 만년이 아니며 개혁파의 목적 역시 손절매였던 만큼 이 한때의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는 기획사의 미래는 사실 지금의 성공으로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적어도 대단한 것을 이룩하면서 멋지게 마지막을 장식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이 길도 결코 나쁘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결코 평가절하하기 힘들 테니까요




아이돌 기획사 열전 PART 2 -JYP엔터테인먼트 편을 마칩니다.



트리비아

1. 아예 장외로 나가서 IOI를 지원하는 박진영과 트와이스의 번외경기 승부는 어떨지

2. 이번 TT에서는 아마 정연 정도가 부각되지 않을까

posted by RushAm 2016. 9. 22. 14:56

최근에 한정하여 박진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많이 소비되었던 부분이라면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말은 일면 우스꽝스럽지만 보아 유희열, 양현석의 그 수많은 조언들은 단 한 마디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고 그들은 딱히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싫은 새로운 캐릭터를 얻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진영은 의외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굉장히 잘 어울렸고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단지 개인의 인기만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도움이 될만한 인재를 얻어갈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진영, 더 엄밀히 말해 JYP의 선택을 받은 오디션 참가자들의 이후 행보는 다른 참가자들의 선택 (SM은 서열문제로 시끄러워 논외로 치더라도) 에 비해 상당히 지지부진했습니다. 3대 기획사의 푸시도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뭔가 오디션, 즉 자신이 처음부터 어떤 컨셉에 맞춰서 육성한 게 아닌 후천적인 측면에서 다 된 인재를 영입해서 이를 활용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대단히 미숙한 기획적 한계를 드러내고 마는데요. 여기에서 JYP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해왔던 기획사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맙니다. 사실상 '유망주들의 포텐셜'을 획일화시켜서 육성해왔고 그 외의 컨셉에 맞는 다양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죠. 


기획사의 역량은 스팟성 기획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는데에서 판가름난다. 3대 기획사 어느 누구도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들을 제대로 뒷받침해서 폭발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현실안주와 배부른 돼지처럼 지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인지도 측면에서 투자와 시간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기때문에 즉시 데뷰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강력한 팬덤의 화력을 통한 초동물량이 차트올킬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만큼 팬덤을 단기간에 강화시키는 데에도 기획사가 투자하는 데뷰 방식보다 훨씬 순기능에 가깝게 자리잡게 된다는 것도 고무적이죠. 무엇보다 해당 팬덤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고, 대세를 타서 순풍만 제대로 얹을 수 있도록 이미지 소비를 적절히 조절하면 한다면 의외의 롱런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데뷰 수단임에는 분명합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착실히 만들어나간 캐릭터가 아니다보니 단기간에 신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포텐셜 및 능력을 파악하여 속성으로 플랜을 짜야 하고 그에 맞는 컨셉과 안무, 곡까지 모두 만들어내야한다는 부담이 따르죠 .때문에 그것이 단기간, 즉 오디션빨이 빠지지 않을 시간 내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잊혀지기 전에) 반드시 오버그라운드에 내보내야 합니다. 안그러면 회사 내에서는 그냥 포텐셜이 다한 노망주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리고 사람들의 주목도는 급격히 식어버리니 가치가 예전만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한마디로 이 오디션을 거친 유망주를 데뷰시켜서 성공시킨다는 것은 타성에 젖은 기획사면 두말할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기획사라고 할지라도 밑천이 그대로 드러날 만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겨우 성공시킬까 말까 할 정도로 보통 어려운게 아닌 것입니다. 이 어려운 데뷰 환경에 대해 기획사들의 경험도 부족했을 뿐더러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스팟성 집중 기획을 완성시킬 만한 역량도 갖추지 못했던거죠. 그렇다고 그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가 이 나라에 없느냐면 그것도 아닌데, 다만 이 3대 기획사들이 매너리즘과 자기만족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뒤로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거나 문을 아예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 이들 기획사가 점점 각자의 원색으로 고착화되어 다채로운 업계 변화 속도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이에 대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IOI야 말로 오디션 출신 그룹이 어떻게 하면 돈을 뽑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컨셉에 대한 고민을 그다지 깊게 하지 않고 일단, 무난한 곡과 무난한 여름컨셉으로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데뷰하여 차트올킬을 해내는 모습은 일면 '부실한 완성도'로 비난받았을지언정 낮은 포텐셜과 열악한 기획 환경의 프로젝트 그룹으로서는 굉장히 좋은 스타트, 팬덤 손실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칭찬받을만 하다. 에초 대중성을 기대한 그룹이 아니었고 소유권도 애매했던 성격 파악이 절묘했던 것


이런 3대 기획사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특정 그룹의 데뷰를 앞둔 해당 그룹에 합류하기 위한 자체 유망주 내 오디션을 TV프로그램에 올리는 이른바 '쟈니즈 주니어'식 마케팅입니다. YG의 한 보이그룹도 이런 식의 데뷰 과정을 거쳤고, (이는 YG편에서 후술할 예정이므로 조금 기다려주세요) 어쩌면 3대 기획사 중 가장 이런 부분에 폐쇄적일수 있을 JYP (PART1 JYP 편 참조) 마저도 이런 대세적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는지 새로 데뷰하는 신인 걸그룹의 자체 유망주 선발 오디션을 칸무리로 올리는 강수를 두게 되죠. 물론 中편에서 언급한 대로 이미 JYP의 기존 정체성이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뭐든 돈 대는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말입니다.


...


식스틴




그런데 이 오디션 프로그램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알려진 평균시청률은 0.5%, 체감 인지도는 더 낮은데다 이렇다할 화제를 낳은 것도 아니고 생긴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정도의 팬덤 기반을 잡은 것 외에는 어떤 소득도 없었습니다. 더우기 오디션 프로그램 이미지를 이어서 흥행을 전담했어야 할 박진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고 오디션에서 살아남은 멤버들은 박진영의 의도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여러모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분투했지만, 필자가 사실상 JYP 힘의 균형이 넘어갔음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마치 IMF시기 외부 세력에 의한 냉혹하고 자비없는 구조조정으로 큰 상흔이 남는 것처럼 오히려 JYP에서 길러지던 연습생들이 일거 퇴사하거나 다른 쪽으로 데뷰하는 등의 내홍을 겪은 것까지 포함하면 표면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았던 셈인데요.


무엇보다 식스틴은 다른 기획사의 내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기획사의 의도가 표면상으로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철저하게 팬투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기획사 입장에서 말 그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 안배, 좀 나쁘게 말하면 끼워팔기를 하거나 외모적으로 비주얼 담당을 한두명 끼워서 다소 포텐이 늦게 터지는 대기만성형 맴버를 보완하거나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단순히 순위경쟁을 하게 되면 그냥 노래를 제일 잘하고 외모도 제일 예쁘고 예능도 제일 뛰어난 어찌보면 어벤저스가 탄생하게 되는것이죠. 이쯤되면 기획사는 초기 기획 단계의 거의 모든 역할을 포기할수밖에 없고 또한 마구 뒤섞여있는(것처럼 보이는) 멤버 구성을 어떻게든 그럴싸한 컨셉과 각자의 캐릭터, 그리고 파트 배분 등을 통해서 연출을 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게 됩니다. 


1위부터 8위까지 결국 연습생 내에서 소위 '즉시 팔릴' 멤버들이 모두 소비되어 버렸다는 점도 JYP로서는 대단히 큰 악수인 셈 출혈 대 서비스 사장님이 미쳤어요


식스틴이 그렇게까지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그들도 인식했는지 굳이 식스틴 버프를 이어가기 위해 데뷰를 서두르는 무리수를 두기보다 방종 이후 4개월 정도 착실하게 준비해서 나왔다는 것이 표면적인 팩트입니다만, 이미 데뷰가 정해져있고 결성이 이루어지는게 확정된 그룹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곡을 준비하는데 그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는 측면에서 다소 나쁘게 말하면 JYP가 그만큼 즉시 그 버프를 이어갈만큼 속도전에 경험도 자신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신구세력 통틀어 공통으로 당시 안고 있던 약점이었을테니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겠습니다만 당시 TF팀이 JYP에서 끌어올수 있는 모든 에이스들을 탈탈 털어넣은 블루칩 덩어리들을 대한민국 걸그룹 시장이라는 레드오션에 던져넣는 데에 간을 보고 타이밍을 쟤 가며 골머리를 앓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JYP는 신구세력 공히 성공이 급했고 또한 절박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억울하겠지만 현실은 아직 박진영일수밖에 없었던 냉혹한 현실


이런 서바이벌 미션과도 같은 트와이스의 첫 스타트가 잘 끊어졌다면 그건 JYP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었겠지만 현실은 당연하게도 냉혹했습니다. JYP의 신인 걸그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주목도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는데에 실패했음은 물론. 공개 직후 곡의 전개 방식에 대한 생소함과 클리셰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그리고 너무 쉽사리 이런 대세적 비판에 대중이 동요되면서 초기 차트의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죠. 너무 갑작스러운 JYP의 변화에 대중이 적응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데에 필요한 시간을 너무 급격하게 단축하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었습니다만, 마음의 여유가 그닥 많지 않았던 JYP의 신 세력으로서는 정말이지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을것입니다.


연착륙따윈 없는 이들 급진개혁파의 미쳤다면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시도가 조용히 실패로 덮어질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질 무렵... 다들 그저 그런 데뷰로 미쓰에이 때보다 퇴보한 데뷰 성적에 좌절하고 있을 때 즈음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각본있는' 반전드라마가 쓰여지기 시작합니다.



업계 내에서 하늘만이 점지해준다는 바로 그것 '차트 역주행'


이 부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들어보면 크게 '트와이스가 비주얼로 빠지는 맴버가 없었기 때문에 슬로우스타트가 가능' 했던 부분이라던지 '음악이 처음에 들을때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긴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데요 물론 대중의 평가가 절대적인 이 성적에 대한 설명이므로 이 사태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보기 힘든 데뷰 싱글 걸그룹이 보여준 이 기현상을 설명하기에 이 두 가지만으로는 다소 설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죠. 지금까지의 챠트 역주행이 위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변곡점이 먼저 존재했고 그 이후에 비주얼과 음악성을 인정받는 선 주목 후 평가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다가왔던 두가지 변곡 중 하나는 지금까지 JYP와 전혀 다른,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매우 건강한 기획사의 모습이었다면 또 하나는 'JYP가 또?'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JYP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지 트와이스 하나가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정말 끝내주는 모험에 다르지 않았던 이 미친짓은 아마 어느 누구도 몰랐고 또 실제로 예측 불가능했으며 다수의 예측을 멋지게 빗나가버렸던 정말이지 역대급이라고 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죠. 어쩌면 신구세력이 내부 세력 정리가 이루어진 것이 1라운드였다면 제 2라운드는 바로 이 시점 대중의 '평가'가 아닌 '판정'이었습니다.




마치 푸른 밤하늘에 뜬 태양처럼...




...


JYP 편 에필로그 '트와이스'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RushAm 2016. 8. 20. 12:41

JYP에게 있어서 원더걸스란, 지금은 거의 전설적인 걸그룹이 된 소녀시대를 태초부터 압살했던, 더구나 딱히 물량이나 외모적, 기획력이 아닌 순수하게 JYP의 연출력만으로 정상에 오른 그룹이라는 부분, 그리고 그 JYP의 꿈인 미국 진출 그리고 '비'로 이루려 했던 HOT 100에 입성시키는 위업을 결국 만들어낸 JYP에게 효녀같은 그룹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그 어떤 그룹보다 JYP스럽고 또 그래야만 했으며 그들의 이름이 존재하는 한 JYP엔터는 사명을 바꾸지 말아야 할 명분을 갖춘 셈이지요. 네 적어도 지금 여러분들이 기억하고 또 보고 계시는 그 원더걸스까지는 그랬습니다.




上 편에서 언급한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일종의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드렸었는데요. 그것은 JYP의 검증된 대형주 원더걸스를 가운데 두고 과연 앞으로의 JYP가 지금까지의 해오던 방식 그대로 가는 것이 맞는것인가 아니면 정말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경쟁적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 다른 그룹도 아닌 원더걸스가 그 타겟이 되었느냐면 앞서 서술한것처럼 박진영 본인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다른 의미로 봤을때 2013년 구조조정이 시작되기 이전의 JYP 그룹 중 어떤 새로운 실험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이 남은 다른 그룹에 전혀 없기 떄문이기도 했습니다.


이 는 약간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인지도 측면에서는 확실히 다른 그룹에 비해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다른 그룹보다 훨씬 더 박진영의 이미지를 많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새로운 실험에 대한 파괴력을 더 순수하게 가늠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2PM이나 미쓰에이가 뭔가 지금까지와 다른 음악과 무대연출을 가지고 컴백했다고 한다면 앗!? 이녀석들 하던 짓과 다른 짓을 하는데? 라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뭐야 이거 구리네 안들어!라고 생각할까요...




시장 반응은 의외로 새로운 시도에 대해 어지간히 충격적이지 않으면 아예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차게 식어있기도 하고 또 그런 새로운 시도가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2PM과 미쓰에이의 그룹 컨셉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이었으니까요 다시말해서 TV에서 틀어주지 않는 한 팬덤이 아닌 계층이 '일단 들어보자'까지 이끌어낼 파괴력이 그 두 그룹에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한번 국민그룹을 찍고 내려온 그룹의 브랜드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원더걸스의 새 음반 'REBOOT'는 지난 3년간 핫펠트를 앞세운 구조조정파와 선미를 앞세웠던 박진영파가 제각각의 실험을 끝내고 처음으로 맞붙은 일종의 전쟁과도 같은 의미를 갖습니다. 구 세력과 신 세력이 표면적으로는 공동작업으로 앨범을 만들었지만, 양쪽 모두 나름의 새로움이라는 키워드 하에서 기획력을 총동원한 작품이죠.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타이틀곡과 그 컨셉은 박진영의 차지였습니다만, 앨범 내에서의 존재감은 타이틀곡을 까마득하게 압도합니다. JYP에서 볼 수 없는 공동작곡 그리고 마치 YG의 종가라인을 연상시키는 멤버들의 자체생산능력에 대한 결과물을 밥상 위에 올려놓은 것이죠.



마치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유로 탈퇴한 선예와 또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이유로 그룹을 나간 소희의 경우 역시 상당 부분 상징성이 있다. 원더걸스의 전성기를 선두에서 이끌었던 두 사람이고 둘 모두 그룹 기획과 운영에서 철저하게 메인스트림으로 키워졌던 존재들이었으니까, I FEEL YOU 발표 직전 이루어진 이 두 사람의 탈퇴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당연하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밑반찬보다 메인 디쉬로 나온 찌개에 일단 열광을 했고 모든 평가는 그 찌개에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REBOOT, 아니 REBOOT라는 메뉴에 나온 I FEEL YOU 라는 요리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었고 그 평가는 결코 박진영 쪽에 흡족하게 돌아가지 않은 듯 합니다. 오히려 앨범 자체로는 국내 외 평단에서 기대 이상의 평가를 이끌어내면서 이 보이지 않고 잘 눈치채기 힘들었던 대결은 생각외로 너무 빨리 결판이 나버렸지요.


I FEEL YOU의 활동은 불과 3주 만에 끝나버렸다. 후속곡조차 없이...


지금까지 JYP가 박진영 개인 혹은 소속사로서 키워냈던 그룹들은 언제나 중간에 멤버가 탈퇴하고 또 그것을 수습하지 못하고 보통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그룹 자체의 소속사가 바뀌는 내홍을 겪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JYP가 키운 그룹 중 이 태그를 비켜나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원더걸스는 최소한 멤버들의 탈퇴는 있었을지언정 그룹의 소속사가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알수 있는 것은 JYP가 이제 더 이상 이전의 JYP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죠. 원더걸스는 분명히 소속사를 옮겼다. 2013년 이전의 JYP에서 2015년 8월의 JYP로 말입니다.


양 현석이 처음 킵식스를 내세웠을때처럼 박진영도 가장 자신있는 포멧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인벤토리 속 자산을 통해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증명했어야 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원더걸스를 통해 매우 경제적인 관점에서 검증이 되었어야 했던 것이죠. 결과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판가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만 마치 의도적으로 지은 듯한 앨범 이름 REBOOT처럼 이 앨범 이전과 이후의 JYP 분위기는 정말 극단적으로 달라지게 됩니다.


이후 전례없는 작곡가 언플까지 해가며 이미 검증된 인벤토리에 또 한번 도전하긴 합니다만 결과는 기존 팬덤을 안고 있었음에도 초동 반토막에 음원진입 18위...


제 가 앞서 제시했던 2013년 10월이 일종의 '구조조정 시작의 시기'라고 했다면 원더걸스의 REBOOT앨범이 활동을 시작하고 종료한 이 시점은 약 2년간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내부 평가를 끝내고 종결을 짓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그럼 이렇게 구조조정을 끝내고 각자의 역할이 예전과 달라지게 된 JYP에 올려진 새로운 체계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가 남았는데요.


원 래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새끼와 번데기를 이제 막 탈피한 나비가 가장 약한 것처럼 이들의 첫 날갯짓으로 인한 비행은 자칫하면 채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추락해버릴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JYP의 어느 한 쪽은 이들의 날갯짓을 응원하고 또 어느 한쪽은 썩 낙관하지 않는 가운데, 통설적으로 전혀 맞지 않게 3개월이라는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날개를 착실히 말렸던 나비가 2015년 10월 날아오르게 됩니다. 모든 이들이 진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JYP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생각하던 바로 그들이 말이죠.



下편에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6. 7. 15. 12:00

어떤 회사가 상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무엇이 필요할까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차분히 재무재표를 만들고 주식 상장 심사 기준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 이런 것들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다릅니다. 무엇보다 상장이라 함은 그동안 투자했던, 그리고 그 동안 이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임원들에게 그 댓가가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무엇보다 그들이 이번 상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가 최우선시됩니다. 


이런 부분은 지극히 표면적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만 하면 그냥 떼돈이 굴러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투자자들은 예전처럼 상장주 공모에 그렇게 열을 올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사람을 키워내서 사람을 파는 전형적인 무형자산 사업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유형적 회사 자산이나 성장 전망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지 상장만 하면 잘 될거라는 기대감에 상장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엔터테인먼트 업체도 적지 않은데요. '비'가 JYP에서 독립해서 상장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처음 설립 당시부터 상장을 염두에 둔 회사였습니다. 비의 독립에는 정말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그들은 비라는 이슈메이킹을 극대화한 시점에서 적절하게 JYP에서 독립시켜 체리피킹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입니다만 그 이후 키워낸 가수들의 잇따른 성적부진, 비 본인의 급격한 인지도 하락 등 이렇다할 주가상장요인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결국 군 입대와 제대를 기점으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JYP와 인수합병 우회상장의 희생물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생각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례를 남기면서 말이죠



비를 떠나보낸 JYP도 그 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진출'이라는 커다란 상징물을 최전성기에 잃어버린 타격은 그 후 주식시장 상장까지 투자자들을 무려 5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전편에서 언급했던 JYP의 이른바 '돈 쏟아붓기'식의 미국진출은 예언했던 대로 돈줄이 말라붙어버리는 즉시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원더걸스는 보여지는 화려함 속에 처첨하고 현실적인 굴욕을 겪으며 핫 100 진입까지 그야말로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지만 핫 100진입 떡밥은 JYP를 주식상장의 길로 이끌어내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그 수치 하나로 실적 하나로 버텨오던 JYPㅇ제국은 그 뒤로 더 이상 지속가능한 동력을 잃었고 JYP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였던 JYP 미국법인이 쌓아가는 연간 수십 수백억 규모의 부채를 JYP 본사가 감당할 차원을 아득히 초월해버린 시점이 되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GG를 치게 됩니다. 


그렇게 JYP가 만든 JYP에 의한 JYP는 그 구심점과 철학을 모두 잃어버리고 오로지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던 기획사에서 보통의 기획사가 갖춰야 할 (그동안 JYP가 미처 갖추지 못했던) 상식적인 부분을 채워나가기 시작하는데요. 제가 왜 PART 1과는 달리 JYP를 제일 첫 꼭지로 뽑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JYP의 구조조정. 엔터테인먼트업계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그것도 엔터테인먼트를 알지도 못하는 외부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진 점이죠.


정욱 /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JYP의 IMF구제금융


2013년까지 이어지는 소속가수들의 고른 부진(?)과, 미국 사업의 악화일로를 통해 사실상 거의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을 JYP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방법이라고 한다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갔지만 상장을 못한 JYP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지 않았던 사실상의 공멸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제이튠엔터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이라송한 것이 제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JYP에는 당시 어떤 해외진출 떡밥도, 성장동력도 남아있지 않은 그야말로 '수지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기획사였기 때문에 한창 해외진출 떡밥이 충만했던 비조차 실패했던 JYP가 과연 이 상장으로 기사회생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토록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악수 중의 악수라고 강조했던 주식상장이 JYP에게는 전혀 엉뚱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는데요


JYP는 지난 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굉장히 기형적인 회사였습니다. 박진영 1인이 프로듀서 작사 작곡 편곡, 캐스팅, 안무, 의상, 무대컨셉까지 모두 장악하고 그를 위한 그에 의한 그 자체인 기획사였기 때문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데뷰할 수 있는 그룹과 그 소화할 수 있는 파이는 지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마치 병목현상이 벌어지듯 회사의 역량 중 대부분을 유망주 양성에 쏟아붓고 정작 데뷰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기획사로 이적하는 유망주들을 미처 붙잡지 못했습니다. 이에 지쳐 자신만의 유망주 세력을 모아 독립한 회사들도 여럿 생길만큼 이 기형적 조직의 불균형과 이를 단지 단 한명의 제왕적 결정권으로 처리하는 체계는 어느 누가 봐도 비효율적이었으며 영리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JYP는 우회상장을 통해 상장사로서 갖춰야 할 기틀을 억지로 갖춰나가면서 체질개선을 하기 시작합니다. 돈먹는 하마였던 JYP 미국 법인을 즉시 정리한 것은 물론 수많은 우호관계에 있으면서 유망주를 소비해주던 계열 회사와의 관계도 속속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뻗어있는, 어쩌면 몸통줄기보다 더 굵어서 몸통의 허리를 휘게 만들었던 불필요한 지사나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던 차명 그룹사들을 중앙집중, 일원화시키기 시작한것도 이 무렵인데요. 이같은 JYP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새우등이 아주 직격탄을 맞은 중소 기획사들도 여럿 생겼는데 이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JYP의 이같은 강력한 구조조정은 단지 회사 내부 조직의 기형적인 부분을 다듬는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야구팀의 리빌딩처럼 단지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를 비롯한 코칭스테프 역시도 이같은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박진영 1인 권력집중체계부터 우선적으로 손을 보기 시작하여, 메인 스트림쪽에 외부 작곡가 영입 및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하게 되는 아마도 창립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JYP는 단지 이미 완성된 전문가들만을 초빙하는 것이 아닌 작곡부터 시작하는 유망주를 모으거나 아예 내부 아이돌 유망주를 프리프로듀스 쪽으로 돌리는 마치 YG의 종가라인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육성 라인 자체를 분업화하는 복수의 박진영 키즈 육성 대책도 바로 이 무렵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변화가 말 그대로 IMF 구제금융 당시처럼 대단히 강제적으로 그리고 아무 대책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하다보니 JYP가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고 안정화되기까지는 2013년 10월 이후에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도 매우 놀라운 것이 JYP는 철저하게 구제금융시스템으로 급진적 변화를 시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완벽한 경제학에 기초하여 연착륙을 시도했다는 것이죠.


아직 JYP의 시스템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례도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최소화된 리스크 상에서 실험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실험들은 고스란히 JYP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실험, 대중들의 반응 등을 종합한 데이터로서 남게 됩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사실은 JYP가 더 이상 기획단계에서 최종목표를 '특정 국가 진출' 및 그에 따른 언론플레이를 통한 주가진작이 아닌 보다 내실을 갖추며 적어도 자생이 가능한 그럴싸한 회사로서 기틀을 다지는 데에 주력했다는 부분이죠. 


지금까지 JYP는 정말 많은 씨앗이 있었지만 그 씨앗을 뿌릴 땅이 너무나도 좁았고 그 씨앗을 좁은 땅에 억지로 심다 보니 서로 한정된 양분을 나눠먹다가 죄다 싹이 트지 않거나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JYP는 2013년 말 이후부터는 3대 기획사라는 타이틀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아가며 미련을 갖는 자세에서 탈피하여 당분간은 다른 회사들에게 대세를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착실하게 리빌딩을 해서 재반격을 노리는 쪽을 택했다는 부분이 적어도 JYP에게 있어서는 정말 잘 먹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초에 JYP가 뭔가 잃을 만한 것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면 제가 누차 강조한대로 상장 그리고 이같은 경제학적 측면의 경영간섭이 JYP에겐 악수가 되었겠지만 웃프게도 JYP는 전혀 회사같지 않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기때문에 이러한 체질개선이 오히려 약이 되었던 부분이겠죠. 


아쉽게도 이는 JYP의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는 보약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항생제를 먹여서 어떻게든 팔아제끼려는 학교 앞 문방구의 병든 병아리 신세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왜 JYP에게 일어나는 일종의 변화를 IMF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알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사례가 지금 바로 여러분 눈 앞에서 나타나고 있기에 우선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JYP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근미래의 변화를 상징하는 바로 이 그룹으로 말이죠




中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4. 7. 29. 09:42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에 대해서는 다른 블로거분들께서 언급해주셨기 때문에 상황에 대해 전해드리자면 일단 시청자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성대결은 우리가 익히 보아와서 익숙한 그 성대결이므로 딱히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이맘때즈음 해서 이미 '출산'소재가 나왔더군요. 곧 군대 소재가 나올 듯 합니다. 박재범의 찌찌파티를 위시하여 과거력을 이용하여 공격하는 부류가 생겼다는게 특이할만한 사항이었네요.


그런데 왜 이런 논쟁은 사그러들지 않는 것일까요? 매번 똑같은 발단의 똑같은 전개, 끝내는 병으로 끝나버리는 이 막장스토리같은 떡밥은, 뭐 떡밥이니까 계속 올라오고 우려지고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저 뿐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느쪽인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요. 어느 한쪽을 비판하려는 마음보다는 이런 논쟁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랫만에 투닥여봅니다. 



1. 비키니는 여성들이 미디어에서 배척해야 할 사안인가?


비키니는 사실 여성의 인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입니다.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보다 더 당당하다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서 입기 시작했다는 역사를 굳이 들먹이지 않고서라도 지금 사회 통념상 비키니를 아예 금지당해서 수영장에서도 차도르를 둘러야 하는 나라가 몇 개국인지 새삼 꼽지 않아도 잘 알려진 사실이죠.



비키니 입은 여성을 보고 남자들이 헤벌레한다.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자 과연 어떤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요? 남자는 여자의 비키니 입은 모습을 보며 헤벌레 하면 안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그 반대로 여성도 남성의 알몸을 보며 헤벌레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 떡밥은 지금 현재 게시판에서도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보면 사실 앞서 예를 들은 '종교적 금욕주의'에 기반합니다. 


종교에서는 딱 그렇게 가르칩니다. 남자가 여자를 보며 헤벌레, 여자가 남자를 보며 헤벌레...이걸 아주 더럽고 저속한 거라고 가르친다는 말이죠. 그래서 여자들은 미니스커트도 못입고 비키니는 당연히 못입는데요. 여기에서 여성분들이 지적하는 그 나라나 종교의 특징적 마초이즘을 제거하더라도 지금 여성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성의 터부시입니다. 이는 결코 여권 신장 운동과 결부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배척되는 사안입니다. 



분명 이러한 성의 터부시가 결과적으로 남자는 물론 여자들에게도 더 안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여성들 스스로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는 인격'의 집단으로 정의하고 남성을 그렇지 못한 집단으로 정의하는 이분법으로 이를 해결하려 드는데요. 한마디로 남자들은 성적으로 주체할 수 없는 집단인데다 여성을 더러운 눈으로 보고 있으니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 이를 규제해야 옳지만 여자들은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생물학적 장점이 있으니 현대적인 성을 즐겨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펼칩니다. 물론 모순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2. 여권 운동은 '남자와 동일한 권리를 달라'이지 '여자만 잘살자'는 운동이 아닙니다.


자 그렇게 더럽고 불결한 성을 여자들은 지금 어떻게 대하고 있나요? 남성들의 벗은 몸이 TV에 나올 때에도 남자 연예인이 여자 연예인에게 희롱을 당할때에도 '저 더러운 성을 TV에 등장시켜서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발언하는 모습이 있었나요?  흔히 패미니즘을 해석하는 데에 있어 큰 오류를 저지르는 부분이 '마초이즘'과 패미니즘이 동일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전혀 다릅니다. 패미니즘은 여권을 신장시켜 남성과 동일하게 남자들이 여자를 보고 헬렐레하듯이 우리도 남자들 보고 헬렐레할거다 라고 주장하는 거지 남자들은 그러지 않아야 하고 이제 여자의 시대니까 여자는 남자를 보고 헬렐레하는게 당연하다고 주장해도 되는 게 아니란거죠. 



여기에서 등장하는 주장이 이른바 '소급 적용'에 대한 부분입니다. 여자들이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남성 권력에 배척당한 역사가 있으니 지금 당장 동일한 권리를 손에 넣어도 '분이 풀리지 않'거나 '상쇄할 수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여성 상위 사회가 필요하다는 것이 논리인 것이죠. 그런데 이런 주장은 전 세계에서 여성이 핍박을 받은 역사를 가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주장이며 심지어 여권이 가장 많이 향상되어 남녀평등에 근접해지고 있다는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사입니다.


지금의 여성 운동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납니다. 여성 운동은 여성의 권리만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이 맞습니다만 여권 신장운동은 그 목표가 결코 '여성만 잘살자'라는 이기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에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그 인식이 다소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것이죠. 특정 집단을 '보호'하는 목적을 지녀야 할 사회단체가 어느 새인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되면 더 이상 사회운동으로서의 지위는 가질 수 없고 기능적으로도 순기능을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3. 남성우월주의도 여성우월주의도 이 사회에는 필요가 없다.


어느 한 쪽이 우월하다고 어겨서 다른 한 쪽을 배척하는 데에서 생기는 사회적 결과물은 역사적으로 좋은 결과를 낸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오랜 기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독일의 나치즘에서 발발된 자신들이 우월하며 가장 열등한 인종을 인류의 미래를 위해 청소하자는 대학살은 결국 지금에 와서도 그 파도가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권리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아직 우리나라의 여성 인권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때문에 여권 신장 운동은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아무런 권리적 박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만 그 운동이 비뚤어져서 '그동안 여성이 당해왔던 것을 되돌려받겠다'라는 식으로 전개된다면 여권 신장 운동의 적격성 여부를 떠나 여권 신장 운동이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회의적일 것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이 하는 행동을 이스라엘 유태인 이외에 어느 누구도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고 심지어는 이스라엘 유태인이 박해받았던 역사에서 나치가 옳았다는 역반발심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처럼 여권 신장 운동이 다른 쪽으로부터 공격받는 이면에는 지나친 '역사적 상쇄에 대한 집착'과 '남성이 우월했던 역사를 되찾겠다'라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신종 여성 우월 주의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과거에 대한 보상을 지금 세대의 사람이 받을 자격이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 이렇게 되면 아무도 여성들의 여권 신장에 지지를 보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posted by RushAm 2013. 4. 23. 06:19

원래는 마지막회로 '대행녀 그것이 궁금하다'를 하기 위해 다 써놓고 읽어보니 이건 시기상 아청법으로 인해 글을 올린 다음날부터 매일아침을 블랙빈테라피가 가능한 식사로 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득이하게 봉인하고 대체 특집을 내걸게 됨을 양해바랍니다. 사실상의 인터넷 그리고 인간 편의 마지막회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전 연재에서 일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보았습니다만, 사실 일베 내에서의 현상을 분석하느라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더군요. 그들의 선택이 결국 일베의 극우성향으로 치우칠수밖에 없는지 왜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의 논리를 막연하게 맹신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보니 아마 조금은 반쪽짜리 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왕 마지막회답게 화끈하게 일베와 그들을 이용해먹고 있는 우리나라의 암적인 극우세력들의 속셈을 신랄하게 뒤집어까발려드려볼까 합니다. 제가 얼마만큼 몸을 사릴지는 모르겠지만 가급적이면 제 이전 글과는 다르게 사전 설명 없이 단답형으로 밀어붙일 생각입니다. 이미 서문이 길어져서 신빙성이 떨어져 보이시겠지만 일단 들어보시죠.


...


왜 젊은이들은 겪어보지도 못한 역사에 편향적 시각을 갖게 되는가?


돈이 없어서입니다.


먹고 살기 편하면 역사에 편향적 시각을 갖게 되는 게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어지니까요. 따라서 지금 극우화되고 있는 정말 많은 젊은이들은 흔히 말하는 취업이 잘 안되어서 백수로 살아가는 청년실업자들이나 돈의 전쟁이 되어버린 학원교육에서 자금부족으로 낙오된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학력에 대한 열등감과 우월감, 근거 없는 연봉 경쟁 등이 화제가 되는 분위기, 물론 대부분은 거짓(컨셉)이다


왜 이들은 우익을 택했을까요? 자신들이 겪어보지도 않은 역사를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반납한 채 극우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앵무새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일까요? 1차적으로 학원교육 정책의 실패입니다. 자본이 이기는 학원교육사회에서 이미 동떨어지고 낙오된 그들의 좌절감은 고스란히 지금의 학원 교육에 대한 불신과 경멸의 화살로 날아들게 되는데요. 그런데 그들은 딱히 배운 게 없다보니 학원 교육에 피해자로서 뭐라고 반격할 만한 껀수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익은 그들에게 한 마디를 던지죠.


'대한민국 교육은 썩었고 잘못된 것을 가르치고 있어!'


대의적으로 보면 그들의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문제죠. 결국 국사 교과서가 문제라는 논리를 대의명제를 통해 주장하는 것 뿐인데요. 이 불쌍한 학생들은 여기에 넘어갑니다 암튼 '대한민국 교육은 잘못되었다'는 대의명제에 '국사'도 포함된다는 지식을 주입받은 그들에게 있어 그들의 피해의식을 사회에 발현시킬 유일한 무기를 쥐어준 셈이 되기 때문이죠. 그들은 그들을 자본이라는 불공정한 방식으로 낙오시킨 학원교육을 비판할 무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게 대의명제가 같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국사교과서'를 쥐어주는 것이 또 우익이거든요.


대한민국 교육은 잘못되었다. 

= 따라서 대한민국 국사교과서도 잘못되었다

= 선생들도 (전교조) 잘못 가르치고 있다.


뭐 이런 식의 논리는 그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팩트'와 함께 곁들여서 보기에는 완벽해보이는 논리로 학생들에게 손쉽게 주입됩니다. 그들이 이렇게 쉽게 흡수하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필요성'때문이겠죠. 사회에 대한 불만, 특히 학원교육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데, 본질적인 부분을 알 기회가 없으니 반격하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어쨌든 한국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명제로 공격할 명분이 생기니 그것을 이용해서 사회에 집중 포화를 가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당한 깊은 빡침을 모두 에너지화해서 말이죠.



...


자 학생은 그렇다 치고 젊은이들은 뭘까요 대학물까지 먹어서 머리 좀 굵은 사람들이 왜 극우들의 주장을 되뇌이는 오토리버스 카세트테이프화 되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이들도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용도가 아닙니다. 이들은 이미 성인이고 마땅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자를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그들을 이미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고 그들로 하여금 영혼을 팔아서라도 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 스스로를 옥죄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 놓인 젊은이들은 극우 세력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죠.



이들에게 우익들이 바라는 것은 보다 본격적입니다. 이들은 참정권이 있고 경제권이 있죠. 따라서 그들이 원하는 기업, 정치가, 세력에게 본격적으로 개미레벨의 힘을 몰아주는 것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지시하는 것은 그쪽에서 말하는 '산업화'나 '민주화'처럼 단순히 특정 커뮤니티에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그 주변까지를 극우화시키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마치 다단계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들은 각종 행사에 자연스럽게 동원되며 트위터 등지에서 봇이 아닌 실제 활동하는 사람들로 여론을 형성합니다. 이들이 여론을 형성하는 결정적 무기는 취업의 어려움, 집값 상승, 여자들에 대한 베타적 태도 등이 있는데요. 이 세 가지는 젊은 층 특히 정치엔 별 관심이 없지만, 현실적으로 위의 세 가지에 대한 어려움과 불만을 내재하고 있는 계층들에게 적극적으로 파고듭니다. 그리고 극우는 여기에 소스를 하나 던지죠


'여성부 만든 정부가 누구더라?'

'집값 어느 정부때 제일 많이 올랐게?'

'늬들이 취업을 못하는 이유가 외국인 노동자 때문인건 알고 있니?'



취업난에 대한 원인을 그들 스스로에게 한정시키기 않고 누군가에게 탓을 해줄 수 있는 매개체를 쥐어줌으로서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략인것이죠. 많은 커뮤니티에서 직장 내 무개념 여성의 작태, 외국인 노동자들의 범죄 (주로 오웬춘이 이용됨) 등의 자료를 활용하며 네오파시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데요. 현 세태를 직시하는 시각보다는 어느 한 쪽 세력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극우들이 이렇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냐고요? 물론 이득이 있죠. 젊은층들은 지금까지의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본 것에 대한 반발심리를 표출해왔습니다. 그래서 야당 지지율이 항상 높게 점쳐지고 있었죠. 왜냐하면 자신들이 지금 이렇게 고생하고 힘들게 사는 것은 정론적으로 보면 분명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나 주택수급대책 들이 모두 실패하고 경기부양책마저 제대로 일궈내지 못했으니까 벌어진 일인데, 문제는 지금 여당이 계속 정권을 잡거나 도중에 레임덕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이같은 여론을 잠재워야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사태를 정부 탓이 아닌 외부의 세력에 의한 문제라는 점을 여론화시켜 젊은층에게 설파시키는 것입니다. 젊은층이 취업을 못하게 된 이유나 결혼이 힘들어진 이유, 집세가 비싼 이유는 모두 정부 탓임에 분명함에도 자신들의 정권 유지를 위해 이같은 작태를 벌이는 것이죠.



만일 이들이 가난하지 않았다면, 이들이 별 무리없이 공공임대주택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었다면, 그리고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되어 사회적 안정이 이루어졌다면 과연 이같은 극우들의 공작이 먹히기나 했을까요? 정부의 정책 실패는 자연스럽게 여론의 반발을 가져왔을테지요. 지금 정부는 그런 자연스러운 순기능을 막아주는 이들이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할겁니다. 극우 성향을 이용해서라도, 네오 파시즘을 일으켜서라도, 할 수만 있다면 구닥다리 반공이라도 총동원해서라도 말이에요. 그들도 그만큼 시대의 변화에 한계까지 맞서고 있다는 겁니다.


...


자 그럼 이쯤 해서 극우들이 이렇게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극우가 아닌 자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왜 이들이 극우가 아닌 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극우의 말만 듣는지, 그리고 극우는 왜 그리도 잘 증식하고 충성도가 높아지기만 하는지도 말이죠. 간단합니다. 극우는 돈을 풀고 있고 극우가 아닌 자들은 돈을 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흔히 지금 사회를 양극화 사회라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과 잘 사는 사람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만 있고 그 중간층이 벌어가야 할 자금을 소수의 상류층이 싹쓸이한 결과가 이렇다는 거죠. 그런데 지난 부동산 버블때 돈을 좀 쥐고 있던 사람들은 죄다 부동산 버블에 크고 작은 투자를 해서 적어도 지금은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큼의 자산을 뿔려 놓은 상태입니다. 한마디로 40대 이상은 지금 그닥 돈 걱정을 하는 계층이 많지 않다는 거에요. 대부분 직장도 안정적이고, 직위도 높고 월급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정년까지 연장해준데다, 퇴직금도 챙겨받을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어요. 그들은 그 자금으로 아파트를 쥐고 있고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아무것도 쥔 게 없습니다. 그들이 아파트를 쥐고 자영업에 뛰어드는 동안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창업시장은 레드오션으로 전락했으며 정부는 친기업주의 성향으로 기업을 키웠지만 정작 기업은 그 돈으로 돈잔치만을 할 뿐 채용을 늘리겠다는 약속이나 성과만큼의 임금인상을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있고 비정규직과 정규직과의 격차는 또 벌어지기만 합니다.


한마디로 젊은이들이 돈을 쥘 수가 없는 사회구조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이 만든 물건이나 젊은이들의 재능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성세대끼리만 서로 신뢰하며 돈을 주고받을 뿐입니다. 젊은이들의 재능이나 물건을 구입하는 쪽은 같은 젊은이들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도는 돈은 전체 경제의 불과 10%안팎이니 재능있는 사람은 넘치는데 그들에게 돈을 지불해줄 사람은 없는 현상만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성세대들은 그들의 재능이 극도로 헐값이 될 때까지만 기다릴 뿐 누구 하나 나서서 그들이 쥔 자본 패권의 길을 젊은이들에게 개방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번 돈의 소중함만을 생각하고 그 소중함을 공감해줄 같은 기성세대들하고만 거래할 뿐이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는 기업들이 과연 젊은이들의 신규 채용을 늘릴까요? 마치 자신들이 벼슬이라도 얻은 양 젊은이들을 압박면접이라는 이름으로 조롱하는 것으로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며 의기양양해하는 재미로 세상을 사는 딱한 사람들만 있을 뿐 어느 누구도 그 재능에 제대로 돈을 지불하기 위한 길을 터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슬쩍 자본의 통로를 젊은이들에게 터준 쪽이 바로 극우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자본에 목말라하는 젊은이들이 목마름에 무르익을때까지 기다려 왔고, 이제서야 그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던 거죠. 젊은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헐값에 내던지고 있고 아무도 그들의 재능이 값어치있다고 칭찬하지 않으니 인정받을 수 있다면 취업할 수 있다면 토익이든 뭐든 사납게 달려들 의지가 충만한 그들은 극우에게 있어 더 할 나위 없는 먹잇감입니다. 그들은 그들에게 돈과 기회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속삭입니다.


'거 면 도 고 네 회 도 일 수 어'


우왕~ 친일한 사람들은 다 잘됐네?


'미 이 를 고 는 저 을 구!'



젊은이들은 마치 토익에 달려들듯 극우가 던지는 사상에 매달립니다. 빈곤한 그들에게 유일하게 돈의 길을 터준 자들의 말을 안 들을 리가 없는거죠. 사막 한가운데 목마른 자에게 물을 건넨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을까요? 결국 지금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극우화되고 있는 것은 극우들의 추악함에도 그 문제가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나라가 어떻게 병신이 되어가든 내 집값만 떨어지지 않고 내 자영업에 투자한 권리금만 회수하면 장땡이며 젊은이들은 그저 게임이나 야동만 보는 잉여새끼들이고 그들이 만드는 재능은 가치없고 가능성도 없는 쓰래기 취급을 했던 기성세대 전체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젊은이가 돈을 만지려면 극우외엔 방법없다


일찌기 일본의 극우는 이렇게 젊은이들을 극도의 가난에 몰아넣은 다음 극우쪽에서만 돈을 풀어 젊은이들이 극우로 가는 것만이 유일하게 돈을 만질 수 있는 길이라는 상식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네토우요라 불리는 젊은이들은 그 젊은 헐기로 극우 사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고 그에 참가하지 않은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난을 당연시화하기에 이릅니다. 아무런 도전도 취업도 경제활동조차도 의미가 없다는 자포자기 세대가 이미 고착화되어 일본은 온갖 경제 부흥책에도 이전과 같은 에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극우들은 자신들의 사상을 꾸준히 설파하며 정권창출을 통해 나라 전체를 좀먹으며 배때기에 마블링을 치는데 여념이 없죠. 당연히 이런 나라가 망하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없는 나라가 안 망하는게 이상하죠.



우리나라는 이미 일본이 보여준 위와 같은 국가 경제 기반 붕괴의 초입에 들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극우들의 사상은 결국 니가 뭘 하든 극우만 찬양해주면 된다는 식이고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극우의 정당화 즉, 지금 우리나라에서 만연하고 있는 재벌들의 경제독식, 정치가들의 매국노 행위 등이 젊은이들에 의해 저지될 여지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라의 에너지가 특정 몇몇에 의해 쪽쪽 빨리고 빈 껍데기만 남은 나라에 살게 될 우리 후손들은 어떤 에너지를 기반으로 이 나라에서 꿈을 펼쳐야 하는 것인가요? 


...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할까요?


젊은이들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게 아닙니다.

갈 수 있는 길을 당신들이 다 막았을 뿐...


그리고 잘못된 길로 갈 수 밖에 없도록 몰아세웠을 뿐

아무도 그 길로 가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말로는 스스로의 행동을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떠들던 당신들은 

단 한번도 이 나라를 사랑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들이 이 말에 코웃음을 치는 한 영원히...


...



공화국 연구소 - 인터넷 그리고 인간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2. 12. 9. 08:53

무덤에서 버려둔 기획을 파내려니 세월이 지나 더이상 디씨만을 분석해서는 완성되지 않는 기획이 되어버린 관계로 일베를 추가합니다. 이 기획은 극히 일부에 국한한 편중되고 단편적인 시각으로 분석되었으며 실제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분들과의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

 

대선을 앞두고 새롭게 '뜨고'있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흔히 '일베'라고 불리는 곳으로 주 목적은 개그사이트들에서 이른바 '오늘의 베스트'라고 불리우는 글이나 이미지, 동영상 등을 따로 모아서 서비스하기 위한 목적의 사이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베라는 곳은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개그나 유머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지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무 게시물이나 이 곳에 올 수 없고, 주로 양질의 자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나 웃음을 준 자료들이 이 곳에 모이게 되죠. 자연스럽게 이 곳은 '적어도 다른 개그사이트들보다 웃기다'라는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되고 사람들은 그 브랜드 가치를 신뢰하면서 모여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신뢰'라는 것은 굉장히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요. 유머나 개그를 테마로하는 사이트들이 으례 그렇듯, 항상 최신의 화제를 이용하여 자료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카테고리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이용하는 패러디물이야 말로 가장 오래되었으면서 가장 보편적인 공감대와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테마이기 때문이죠. 어찌되었든 일간 베스트라고 한다면 결국 그 자료가 양질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자료를 재미있다고 혹은 그 자료의 코드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 함정이 있는데요. 바로 '폐쇄적 여론형성'입니다.

 

 

커뮤니티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런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발현되는 사회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분명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성향은 이런 커뮤니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나는 'A자료'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A자료는 '많은'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소수취향의 자료라고 한다면 당연히 베스트에 올라가지 않고 커뮤니티 특성상이 베스트에 올라가지 않는 자료는 사람들이 잘 올리지 않게 되는것이죠. 자연스럽게 'A자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커뮤니티를 떠나 'A자료'가 베스트에 오르는 곳을 찾아 나서게 되거나 혹은 그냥 입을 다물고 방관자 시점에서 눌러 앉는 경우도 있죠. 때문에 일간 베스트에는 '베스트 자료'에 동의하고 공감하며 웃음 코드를 공유하는 사람들만이 '활동자'로서 보이게 되는 여론의 편중성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비단 일베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들이 제각각 게시물이나 성향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촉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특별히 베스트를 차지한다고 해서 어떤 금전적인 보상이나 가시적인 명예 수단이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갖는 아주 특별한 것이 하나 있죠, 바로 '다수에게 내 행동이 인정받았다'는 만족감입니다.

 

이 사회는 끊임없이 누군가에 의해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주입시킵니다. 유치원때부터 좋은 성적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은 십수년간 그들의 인생을 짓누르며 학교는 수도없이 그 경쟁에서 이긴 자들을 칭송하며 너희들도 이 칭송을 받으려면 열심히 하라는 식의 채찍질을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그들은 응당 '태어나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축복'이라는 인권적인 문제를 걸고 한 가지 종목에 한정해서 랭킹 전쟁을 벌어야만 하죠. 이런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당연히 '1등지상주의'밖에 없는 것입니다. 베스트는 그들에게 있어 학교에서 얻을 수 없는사람들이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전쟁터인 것이죠.

 

 

그리고 이들은 고스란히 그 '또 하나의 만족'을 걸고 (어쩌면 응당 누리고 살아야 할 것을 가지고 싸우는게 참 어처구니가 없지만) 베스트가 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합니다만, 문제는 이들이 위에서 예를 든 학교 교육의 부작용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재진행형 세대라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모두 진리이며 선생님 말 대로만 하면 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야만 하고 그래야만 선생님과 부모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주입받은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기란 어렵죠. 그래서 그들은 일베에서도 학교에서 그랬던것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이른바 베스트게시물에 대한 '공부', 그리고 '우등생 따라하기'가 그것이죠. 문제는 이게 무척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유머든 패러디든 현실 세계를 베이스로 한 풍자형 게시물들은 필연적으로 원작자의 '성향' 이 스며있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일간지들에 나오는 '만평'이 모두 같은 코드를 갖지 않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예를 들어 베스트 게시물에 특정 연예인을 비방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이 게시물이 수많은 추천을 받아 베스트가 되었다면 이 사람들은 '아 이런 게시물을 올려야 베스트가 되는구나'라는 것과 동시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들의 말이 분명 맞을거야' 라는 식으로 어떤 이들에게 특정 사건에 대한 신뢰의 근거를 마련해주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베스트 게시물이 특정 코드를 담고 그 코드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확률적' 이론이 정립된 경우 아무래도 특정인의 게시물이 해당 커뮤니티에서 베스트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이들은 해당 코드에 대해 자신만의 가치관이 완전히 정착되어 누구에게도 휩쓸리지 않고 또 어떤 반대 의견에도 자신만의 반박이 가능할만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이슈'에 대한 비판을 할 만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다각도로 증명하려 하며 그 증명들은 대부분 논리정연해 보이고 실제 근거도 빈틈이 없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이런 게시물은 사실 학원교육에 찌든 99%의 학생들은 절대 스스로 만들어내기 힘든 그 무엇이 되는 것이죠. 그들은 에초 그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배운 게 없기 때문에 이런 논리정연하고 근거도 빈틈이 없어보이는 게시물을 이른바 '교과서'처럼 가장 첫 번째 지식으로 정착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부분을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기능 자체를 죽여버리고 썩혀버리는 대한민국 교육계가 낳은 사생아들은 이렇게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지식을 특정인의 편중된 사상으로 채워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들은 마치 '교실 내'처럼 누가 더 이 편중된 사상을 많이 배우고 이해했는지에 대한 '그들만의 배틀'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베스트' 작성자의 '칭찬'을 갈구하죠. 마치 선생님에게 칭찬받으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처럼 그들은 그들에게 있어 해당 분야의 가장 첫 지식을 가르쳐준 '베스트 작성자'에 대해 선생님과 동급의 지식적인 신봉이 이루어집니다. 그들의 말은 다 옳으며 그들이 생각대로 이 세상을 읽으면 이 세상의 알 수 없는 것들을 모두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게 되죠. 이런 것을 이른바 '팔로우 문화'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다른 생각을 표출하지 않고 세상에 인정받고 세상을 보는 방법을 특정 몇 가지의 사상에 의존하여 해당 사상을 가장 그럴듯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만으로 의사 표시를 마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사실 민주주의의 근간이면서도 가장 큰 맹점이기도 하죠.

 

 

팔로우 문화는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하는 모든 국가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수밖에 없다. 결국 내 마음에 100% 쏙 드는 후보가 없다면 차라리 내가 그 후보를 100% 마음에 들게 되는 사상이 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것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네임드를 앞세워 누가 더 옳은지 싸우게 한다. 그들이 그들 스스로 내세운 네임드가 이기길 바라는 이유는 다른 것이 없다 그래야만 '내가 지금까지 믿고 신봉했던 것들이 정당화'되고 바보취급받지 않으며 역으로 그 상대를 바보취급할 수 있는 권리에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더라도 상관없다. 그들은 결국 우리의 이 위대한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바보들일 뿐이니까, 이것이 이른바 정신승리라는 것이 생기는 배경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토론 이벤트에서 간결이라는 트위터리안이 상대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하며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부정당하는 가운데에서도 그것을 인정하는 것을 수차례에 걸쳐 망설였던 것, 자신이 지금까지 믿고 신봉해왔던 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그 논리를 믿고 랭크업을 해왔던 사회적 위치를 부정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기반합니다. A회사 부장급이 갑자기 해고되고 B회사의 더 낮은 직급으로 이직을 강요해야 한다면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죠.

 

또한 간결이 보이는 태도는 '유학파'이고 '미국 현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다양성의 취약함을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에서 설명이 가능한데요. 미국은 가르쳐주는 그대로 주입받기보다는 보다 다양한 의견 (설령 그것이 국가관에 반하는 의견일지라도) 을 존중하고 그에 대해 함께 토론하며 배워나가는 열린 교육방식을 지향하고 있지만, 필연적으로 국가는 해당 국가주의에 기반한 사상을 가르칠수밖에 없고 애석하게도 미국은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테러리스트 개념과 테러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주입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간결을 포함한 모든 후천적 해외 이민, 유학파들은 바로 이런 국가관에 대한 부분을 새로운 지식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우리나라의 현실과 융합하여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것이 일베가 가지는 우익 성향의 기본 베이스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마치 종교와 같은 수준으로 변질됩니다. 지금 한국의 개신교가 교파 내에서만 공유되어야 하는 논리를 무리하게 그와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설득하고 동의시키기 위해 갖은 무리수를 두는 것처럼 이들 일베 역시 최근 자신들의 논리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외부로부터 또 다른 사상을 주창하는 '네임드'들에게 속속 맹점을 비판받게 되자, 그 논리의 정당성을 보존하고 신뢰에 대한 간증을 위해 일베 밖으로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은 기독교가 비판받는 것과 똑같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 내에서 특정 사상에 의해 숭배되고 주창되어온 사상과 논리를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키려 들고 있지만, 해당 논리는 그들 세계 내에서만 완벽할 뿐이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모순 투성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흔히 '위인이 나오기 힘든'사회라고 합니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모두 업적과 과오가 동시에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어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 위대함을 칭찬하기보다 '자신이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따른 '흠결 잡기'에만 몰두하기 때문이죠. 항상 정치인이나 헐리웃 스타를 만나는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어가 하는 말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멘트가 그것이죠. 결국 이 나라는 어떤 위대한 업적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방식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업적을 남긴 이후에 우리와 똑같은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감스러운데요.

 

그렇게 사람들은 그 사람의 업적보다는 자신의 기준에 맞는 '흠결' 이 없는 것에 맞춰지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누가 봐도 위대한 업적을 거둔 사람이 음주운전 한 번에 최악의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물론 전과 14범에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치적인 배경에서 완벽한 간증이 되어있다면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잘못된 이론이라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자신의 결점을 커버하는 사람이 추앙되고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고 그 밑에서 그 논리를 바탕으로 또 다시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며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 역시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면 응당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위인전을 읽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될거야'라며 말하는 아이들에게 그 사람이 태어난 고장, 다녔던 학교, 먹었던 식품까지 모조리 흉내내는 것만으로 그렇게 될 거라 맹신하는 부모들을 수도 없이 봐 왔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위인들은 물론, 사상과 논리를 설파하는 사람들의 극점에 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누군가를 흉내내고 따라가는 것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베 현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나도 네임드가 될 수 있다'는 그릇된 망상에서 나오는 집단적 사회현상인 것입니다.

 

 

 

 

그들이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릅니다.

의외로 그들 말처럼 지금 지나가는 이 시간이 만들어내는 역사가

그들의 옳고 그름을 증명할지도 모르죠

 

사람은 멍청할 수 있지만 세상은 멍청하지 않으니까요.

 

 

인터넷 그리고 인간 - 디씨&일베인 그들이 궁금하다 편을 마칩니다.

 

 

인터넷 그리고 인간 시리즈 회차

1화 : 악플러 그들이 궁금하다.
2화 : 셀카녀 그들이 궁금하다.
3화 : 디씨&일베인 그들이 궁금하다.
4화 : 대행녀 그들이 궁금하다.

 

posted by RushAm 2012. 5. 30. 03:59

운전하시는 분들에게 김여사는 그야말로 공포의 존재입니다. 뭐 굳이 사례를 들지 않아도 너무 보편화되었을 정도니까요. 이미 유머사이트에서는 정기적으로 김여사들의 웃지 못할, 혹은 아주 끔찍한 사고들이 정기적으로 올라올만큼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렇다면 왜 김여사라는 존재 즉 운전이 미숙한 여성운전자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요? 정말 여성들은 운전을 못하는 것일까요? 맞다면 왜 여자들은 운전을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화국 연구소 여자 그 특별함에 대하여는 참 오랫만에 여성 운전 미숙자, 통칭 '김여사' 에 대해 연구해볼까 합니다. (병원신세 끝내고 나니 새로운 꼭지가 생각 안나서 무덤 속 꼭지를 파낸 걸로 보이신다면 착각입니다.)

 

 

김여사의 조건

 

결론부터 말씀드리지면 여성운전자 = 김여사 라는 발상은 매우 위험합니다. 물론 항간에 알려진 대로 여성의 공간감각 능력 등의 차이로 인해 주차나 차선 변경 등에 대한 스킬적인 차이가 분명 존재하긴 합니다만, 사실 운전 스킬이라는 것은 주차나 차선 변경이 전부는 아니고 김여사라고 불리우기 아까운 운전 실력을 가진 여성 운전자도 적지 않다는 것은 여성운전자의 선천적 운전 스킬 부족론을 일축시키기에 충분하니까요.

 

한마디로 김여사는 '여자'라서 운전을 못하는게 아니라 '여자'일수록 '김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뿐입니다. 이게 무슨 모순된 말이냐고 버럭하시기 전에 한번 들어보세요.

 

여성은 경험에 의한 판단보다는 이론적인 판단을 중시합니다. 여자학우와 대학생활을 같이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자들의 학문을 접근하는 방식은 남자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여성들은 책을 달달 외우다못해 찢어 씹어먹을 기세로 일단 '이론'을 완벽하게 마스터하는 방식에 무척 익숙해져 있습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고학력일수록, 운동 부족일 수록 좀 더 심해집니다. 경험이 부족한 부분을 이론으로 채우려는 욕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여자는 아니기에 거기까진 잘 모르겠네요). 문제는 이게 여자들이 '좋아서'하는 일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외우고, 줄치고 책갈피해두고 형광펜칠, 줄치는 볼펜은 4색으로...

여성들은 '학습'을 즐기지 않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필사적으로 이론에 메달리는 집중력을 보일 수 있는건 다름아닌 '생존권' 이 걸린 곳에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이른바 '모성의 힘'이라 불리는 그 힘이 작용하기 때문인데요. 한마디로 그들은 '시험', '면접' 등 단기간에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어버리는 '단판 승부'에 위기감을 느끼고 느낀 만큼 고통을 이겨내며 노력을 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그들이 통계학적으로 토익시험, 수능, 면접 등등에 통계학적으로 남성보다 성적이 높게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문제는 이게 '면허시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입니다. 면허시험은 진짜 말그대로 'FM'대로만 하면 만점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그런 시험이고, 이런 시험이라면 사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근데 이게 유리하다고 쓰긴 해도 여성들이 이걸 즐거워하는 건 아닙니다. 인간은 다 똑같아서 엄청난 양의 이론을 달달달 머릿속에 구겨넣고 외우는 작업이 선천적으로 즐거운 사람은 없습니다. 남자는 그걸 못견딜 뿐이고 여자는 그걸 특수한 상황에서 견디는 것 뿐이지 고통은 똑같거든요. 여자들은 일단 이론 시험을 만점에 가깝에 받고 기능과 주행 시험을 마치 리듬 액션 게임의 족보를 외우듯 달달달 외웁니다. 몇 초 후에 브레이크, 몇 초 후에 엑셀, 몇 미터 가서가 아니라 그 코스의 소나무가 어떻게 보일 때 핸들을 튼다든지 뭐 이런 것들 말입니다.

 

 

운전을 무슨 컴퓨터가 도로 정보를 스캔하듯 꼼꼼하게 머릿속에 구겨넣고 틀에 맞추듯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왠만한 고성능 컴퓨터라도 오버히트로 뻗어버립니다. 하물며 사람이 그걸 한다면 그 스트레스가 어느정도일지는 말이 필요없겠죠. 여성들에게 처음부터 운전은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내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린 채로 면허를 따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차를 타고 집 앞을 맴도는 것 이외에는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데요. 왜냐하면 머릿속에 면허시험장 주행시험 도로 이외의 도로 정보가 디테일하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그 외의 도로는 그냥 난파선이 표류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세계가 되는 거죠. 만들어지지 않는 길이니까요.

 

 

실제 도로에는 기준이 되는 표지판도 없고, 소나무도 없고 몇 미터를 가서 핸들을 틀어도 차가 제 위치에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길에 익숙해지기 위해 가로수 개수를 세거나, 기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 인식하는 데에 집중하죠 (와이퍼의 세번째 나사 같은 거)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다른 차들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차들은 움직이고 있으니까 기준이 될 수가 없거든요. 남자들은 다른 자동차를 보고 '사람'으로 인식하지만 이런 여자들은 다른 자동차는 그냥 '없거'나 '하나의 사물'정도로만 인식합니다. 그 사물이 갑자기 그들의 예상을 벗어난 움직임을 보일 경우 그들은 '위험'을 느끼고 돌발행동을 하게 되는거죠.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김여사의 패턴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패턴의 함정은 '초보운전자'라는 점이죠. 다시말해 여자에 국한시키긴 했지만 '남자'의 경우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사례인데다, 초보 딱지를 뗸다면 대부분 해결이 됩니다. 특별히 여성이 취약하긴 해도 극뽁이 가능하다는 건데요. 문제는 이 초보 딱지를 뗀 지 한참 지났을듯한 여성운전자들도 극복하지 못하는 김여사의 조건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입니다.

 

 

김여사의 조건 2

 

여성들은 '단판 승부'에 강점을 보인다는 점을 말씀드렸죠? 이 강점은 실제로 강한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능력이라는 점도 위에서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운전면허시험은 이러한 여성들에게 꽤 유리합니다만 그렇다고 여성들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건 아니죠. 운전면허 시험을 보는 것은 한 번에 붙는다고 하더라도 들어가는 '스트레스' 및 '정신적 외상'은 남성에 몇 배에 이릅니다. 문제는 이런 '스트레스'가 운전면허 시험이 끝나고 초보운전 딱지를 뗀 후 운전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운전', 다시말해 '운전하는 환경'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김여사들을 표현하는 이미지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짙은 선글라스와 흰 면장갑이 있죠. 면장갑을 끼는 이유는 손등이 햇볕에 그을리는 것, 즉 자외선에 손피부가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선글라스는 운전석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자외선에 눈이 자극받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운전석은 여성들이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데에 그닥 좋은 장소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피할 방법'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죠. 대부분의 김여사들은 미숙한 운전일때의 습관으로 앞으로 다소 쏠린 운전 자세를 하고 있기때문에 얼굴피부가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되어버리니까요.

 

 

여자들에게는 이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닌겁니다. 피부미용과 노화에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 여성들이니만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피부가 노출된다는 것은 정말 화가 치밀어오르지만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스트레스를 감내해야할 초인적인 신경을 발휘해야 한다는 거죠. 운전은 익숙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시간 운전을 하면서 받게 되는 외모에 대한 히스테릭은 스스로의 멘탈에 심각한 손상을 야기하며 이 손상을 커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게다가 여성들의 운전은 '목적지'에 대한 부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남자와 차이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장보기를 위한 마트에 이동' 이 운전에 목적이라면 남자의 경우 일단 운전석에 앉으면 목적지에 대한 부분보다는'자동차를 어떻게 운전할 것인가'에 대해 더 신경을 쓰는 반면 여성은 '목적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을 집중할 뿐 자동차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겨를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목적지에 대한 부분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일종의 '스트레스'가 되죠. 여성들은 암기를 잘 하는 게 아니라 암기에 따른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었죠? 목적지 즉 '마트'에서 살 물건들을 메모해뒀다면 메모를 잘 챙겼는지, 마트에 주차장은 좁지 않을지, 마트에서 가까운 층의 주차장은 비어있을지 같은 아주 쓸데없는 고민들을 잔뜩 머릿속에서 뱅뱅 돌립니다. 당연하지만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죠. 한마디로 여성들은 운전석에 앉는 상황은 어떤 상황이든 '그닥' 유쾌한 상황은 아닌것입니다.

 

그 스트레스 정도가 심하면 심할 수록 패닉상태가 되며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아지는데요. 김여사 에피소드들이 반드시 '돌발행동'에서 초래된것들만 있는것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김여사들의 자세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김여사의 자세

 

운전= 스트레스 라는 공식은 이미 여성들에게 깊게 인식되어 있습니다만 글머리에 말씀드렸듯 여성들이 특별히 이걸 잘 견딘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즐기는 건 아닙니다 괴로운 건 똑같이 괴롭거든요. 그래서 여성들은 이 괴로움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는데요. 다름아닌 '수다'입니다.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 세대들이 명절날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 괴로움 속에서도 스케줄 중간이 아닌 스케줄을 끝마친 다음에 후유증이 오는 이유는 바로 일 중간중간 나누는 수다로 인해 일할 당시에는 몸이 아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죠.

 

굳이 이런 고통스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은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수다'로 풉니다. 이 수다는 단순히 스트레스를 푸는 차원을 넘어서 신체적인 '통각'을 완화시키는 데에도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는데요. 그래서 어머니들은 명절날 그 괴로운 노동 속에서도 중간에 쓰러지거나 병이 나지 않고 명절을 끝마친 후에야 근육통이나 요통을 호소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수다'의 기능이 흔한 '진통제'의 기능이 아닌 '환각제', 좀 더 순하게 말하면 '뇌에서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부분'을 차단하는 역할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즉 내가 이 고통스러운 곳에서 일을 하면서 근육이나 뼈를 손상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는 거죠. 여성분들이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능력에는 이러한 부분이 꽤 크게 작용합니다. 스트레스가 평소 많은 여성일수록 수다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요. 운전하는 여성들은 마치 '명절 스트레스'에 버금가는 이 '운전 스트레스'를 견딜 방책으로 '수다'를 택합니다. 아니 더 심하게 말하면 수다 없이 운전을 아예 못하는 분들도 허다합니다. 옆에 누군가를 반드시 태워야 하거나 그 대상이 없으면 운전 시작부터 끝까지 '휴대폰'을 이용해서라도 이 '수다'를 스트레스 해소 방안으로 활용하는데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여성의 경우는 휴대전화를 '들고' 운전을 하는 기능적 제한에 의한 부분 이외에도 또 하나 내가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어버린다는 치명적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운전은 고통이며 스트레스이고 그걸 견디기 위해 '수다'를 사용하는데, 이 수다에는 일종의 환각작용이 있어서 자신이 그 고통스러운 '운전'이라는 것에서 일순 해방되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드렸듯 여성의 운전은 'FM'즉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성향이 강한데 여기에 그 수다라는 환각제가 주입되게 되면 이 데이터를 불러들여 운전에 반영하는 기능이 상당히 약해지게 됩니다. 이후부터는 동물적인 감각, 즉 운전 '숙련도'에 의해 운전을 하게 되는 상태가 되는데요. 운전 방식을 대부분 데이터에 의존하는 여성들의 운전 방식 상 이 단계에 이른다는 것은 거의 '초보' 이하의 운전 스킬로 운전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됩니다. 그들의 운전 경력, 아니 일반적으로 면허를 딴 사람이라고는 상상할수 없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악셀과 브레이크를 잘못 밟았다거나 사고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죠.




김여사는 여성 운전자 모두를 통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운전 면허를 딸 때부터 지금까지 운전 그 자체가 전쟁이고 스트레스인 사람, 피부의 자외선 노출에 따른 노화에 신경쓰는 사람, 그 모든 최악의 조건을 가진 자동차의 운전석을 앉는 것이 스트레스의 궁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스트레스를 견디기 싫어서 어떻게든 '차 안에서의 수다'라는 환경을 만들어 자신이 '그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차를 몰고 나와 이 세상 위에서 벌이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일 것입니다.

 

운전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 느끼고 있고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이 싫으며 목적지의 일이 신경쓰여 운전에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운전을 하는 것보다 좀 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피할 방법을 찾는다며 '수다'를 택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고통을 줄이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고통과 심한 경우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운전은 자유를 주는 대신 다른 사람의 제한적인 자유를 침범하지 말아야 하는 '룰'이 존재하는 세계라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공화국 연구소 - 김여사 그 특별함에 대하여 를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2. 3. 20. 02:41
얼마전 김태희 반대 시위가 국내 주요 뉴스와 다큐멘터리에 보도되는 등 일본의 젊은 극우들 이른바 ‘넷우익’의 활동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새로 들어온 젊은이들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신선함 없이 예전에 했던 주장 그대로 ‘독도는 일본 땅’이고 ‘동해는 당연히 일본해’이며 ‘종군위안부는 일본으로 돈벌러 온 매춘부’라는 주장은 무려 40여년이 넘어서까지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을 넷우익의 입으로부터 들려오고 있다.


일본 극우들은 어떻게 역사의식이 옅고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세계화에 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한마디로 극우따위엔 관심도 없을) 일본 젊은이들을 극우화로 구워삶는데 성공했던 것일까? 비결이 있다면 바로 ‘증거’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일제침략기 당시 관련 서류 등의 증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쪽은 두말할것도 없이 일본의 극우일 테니까, 그들은 특별히 역사를 왜곡할 필요가 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 혹은 유리한 해석이 가능한 증거들만 추려 젊은이들을 간증시키는데 쓰고도 한 트럭은 남을 만큼 증거가 넘쳐난다.

이들은 어떻게 젊은이들을 설득하는 것일까? 어차피 대부분의 역사 기록은 불타 없어지거나 훼손이 심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팩트만을 겨우 증명할만한 자료만이 남아있을 뿐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기록된 비디오나 사진 자료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는 않고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이미 알려진 사실과 그에 따른 근거자료에 대해서는 해석하기에 따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유권해석이 가능한데,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종군위안부를 모집하는 과정에 일본이 개입하지 않았다’
(일본인은 종군위안부 모집에 있어 관여하지 않았다 = 과정상의 강제에 대한 책임이 없다)

‘종군위안부 모집에 일정 금액 이상의 비용이 해당 위안부쪽으로 지급되었다’
(처음부터 돈을 제시했고 그 뒤에 사람이 왔다 = 돈이라는 조건을 알고 왔다)
(이미 지불된 기록이 있다 =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은 돈을 이미 받았음에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종군위안부는 일본이 직접 모집에 관여하지 않았고, 충분한 대가를 지불했다.
극우쪽 해석 = 종군위안부는 매춘부다.


극우가 늘 그렇듯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단어를 선정해서 외부의 적에 대한 공격과 내부의 결속력을 노리려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니 그렇다고 치지만, 일단 극우가 가진 증거들이 모두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면 해석 자체에 대한 논리는 사실상 무결하다. 일본 젊은이들은 이에 빠져든다, 자극적인 단어에 끌려서 들어오면 실제로 그에 연관된 (논리적으로는) 무결한 증거가 나오고 있으니 실제 당시를 살아보지 않은 젊은이들은 마치 오움진리교에 빠지듯 극우의 논리에 매료될수밖에 없는 것이다.

타진요가 생기는 기본적인 매커니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 그렇다면 이들 극우에 맞서는 우리나라의 태도는 과연 어떨까? 유명한 ‘지곤조기’가 사실이든 오해든 관계없이 우리나라는 몇 년 전의 몇 년 정도를 제외하면 단 한번도 일본에게 전범국으로서의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는 액션을 취한 적이 별로 없다 국민들에게 언제나 일본을 싫어하게 만들어야 했던 친일파 기득권들이 정작 일본이 어떤 액션을 취하면 그것을 적당히 ‘유감 표명’선에서 봉합하느라 진땀을 빼는 이중적 소극성을 보여 왔다. 어째서일까?

동해

아마도 우리나라 외교쪽이 가장 등한시하고 있고 또 어려워하고 있는 문제라고 한다면 동해와 독도 등 이른바 전 세계 표준 지명 문제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 ‘광고전’의 양상으로 벌어졌던 이 대결구도가 최근에 와서는 역사적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고증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오히려 이 ‘증거’대결이 ‘근현대’ 역사쪽의 고증으로 기울어지면서 외교부의 대응이 지나치리만큼 조용한데, 이유는 간단하다. ‘동해’에 대한 증거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일본해에 대한 증거가 없다. 지금 일본이 하는 것은 대대적인 홍보처럼 보이지만 사실 몇십년 뒤를 내다본 일종의 '증거만들기'인 셈이다.


지금의 동해에 과거 명칭에 관련된 자료 중 절반 이상이 조선해로 표기되어있다. 일본은 여기에 조선이 멸망하고 이후 일본의 강점기가 있는 동안 일본해로 정해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은 왜 조선해 명칭을 주장하며 대응하지 않았던 것일까? 진실은 모른다. 다만 조선해가 되면 조선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나라의 이득이 될 것을 신경쓰는 세계에 둘도 없는 친일파 집단만이 저지를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것은 이미 일본 내 재일교포사이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이야기다. 사실이라면 덕분에 우리는 분쟁지역이 될 수가 없는 당연한 우리 영해를 일본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며 베타적 경제수역이라는 말도 안되는 조항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국민에게 적지 않은 피해와 굴욕감을 맛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들은 일본이 일본해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을까 언제나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본이 만일 일본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순간 그들의 ‘조선해 명칭 포기’ 사건을 증거로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지금까지도 강원도가 아닌 경상북도 행정으로 확실한 남한땅임을 못박을 수 있는 독도 영유권에 대해서는 일본과 줄기차게 이슈화를 만들지만 정작 동해 명칭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말을 아끼고 있다.


종군위안부

친일파들이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관료’였다. 친일파들은 일제 치하에서 자신들이 관직을 얻기를 원했다. 많은 재산을 바치고 관직을 얻은 그들은 일본의 행정 정책을 직접 수행하는 (중앙관료가 아닌 지방자치) 역할을 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제 치하를 찬양하는 국민적 캠폐인’과 일본의 2차대전 지원을 위한 조선인 병역 차출 등의 인적관리 부분이었다. 지금의 동사무소, 구청 등 마을 단위로 국민을 직접 상대해야만 하는 곳에는 일본인보다 친일을 했던 조선인을 배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고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종군위안부가 소집이 된다고 하면 이 모든 사람들이 일본 군사(?)나 일본인들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였을까? 일단 정황을 보면 ‘모든’이라는 전제는 조금 거리가 있는데, 현재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보면 ‘결혼’을 한 여성은 차출되지 않는다 라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제 차출에 ‘결혼 여부 확인’이라는, 조금 모순되는 이 증언은 결국 차출의 주체가 우리가 상상하는 ‘일본군’에게 강제로 질질 끌려가는 위안부의 모습이 아닌 ‘동사무소’에서 도장을 받고 트럭에 태워 출발하는 모습으로 치완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시 마을 단위 행정을 장악하고 있었던 친일파들의 친일 행각이 혁혁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조용하던 마을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는 소문이 돈다. 조선인 남자가 마을을 돌며 바람을 잡는다. 아낙들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모집책을 맡은 조선인 남자가 돈을 받고 조선인 여성 모집 인원 할당을 받았다는 소문부터 그 남자에 의해 일본에 건너가면 굶지 않고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까지, 일부는 할당을 채우지 못한 조선인 남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기도 하고 일부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서류를 작성하기도 했다는 소문들이 떠다닌다. 그리고 그녀들은 너나할것없이 종군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젊음을 희생당하고 말았다. (사진은 목포 친일파 관료들의 청년독립꾼 체포 장면으로 내용과 직접적 관계는 없음)



일본 극우가 주장하는 종군위안부에 대한 표현 ‘매춘부’, 단어 자체에 대한 흥분을 잠시 가라앉히고 살펴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증거가 가진 파급효과가 어디에 뻗어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의 친일파들은 당시 각 지역 행정 관료로서 종군위안부를 모집하고, 그녀들을 일본에 넘기는 모든 과정에 개입했으며 기록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 그 대가까지 받았음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단지 친일을 했다는 기록 자체를 넘어서 그동안 친일파들이 주장해오며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선택 ‘차악설’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받았던 피해의 원흉을 일본이 아닌 ‘친일파’가 주가 되는 대역전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단순한 인명 사전 편찬이 아닌 일제강점기 피해 자체에 대한 책임을 묻는 타깃이 일본에서 한국의 친일파로 넘어간다는 것은 친일파에게 있어 ‘멸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신대 문제와 종군위안부를 뒤섞어내려는 시도들 역시 이 종군위안부 문제를 전적인 일본의 책임으로 하기 위한 일환이다. 덕분에 우리는 정신대와 종군위안부를 제대로 구분조차 못한 채 뒤섞인 정보로 갑론을박까지 벌여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강점기 당시 마을 단위 행정을 맡았던 친일파들이 일본으로부터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과 위안부의 소집과 관리 파병에 이르기까지의 거의 모든 행정 처리에 있어 일본은 스스로의 손을 더럽히지 않았다는 증거는 일본 극우들에게는 ‘자발적으로 온 매춘부’라는 타이틀을 만들어주는 훌륭한 재료로, 친일파들에게는 공개되어서는 절대 안되기에 공론화되는 것을 목숨걸로 막아야 하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일본의 젊은이들은 이 증거를 보고 일방적인 새뇌역사교육에 배신감을 느낀 채 극우가 되어갈 것이다.

처음에 제시한 팩터 항목과 극우쪽의 주장을 이쪽에 대입하여 다시 살펴보자

‘종군위안부를 모집하는 과정에 일본이 개입하지 않았다’
(모집하는 과정에 있어 한국어가 미숙한 일본인보다 조선어에 능한 조선인이 훨씬 나았다. 게다가 일본인은 모집 과정에서 이미 신뢰를 잃어 같은 조선인이라는 믿음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

‘종군위안부 모집에 일정 금액 이상의 비용이 해당 위안부쪽으로 지급되었다’
(종군위안부 모집 금액의 구체적인 예산 항목이 알려지진 않았다. 적어도 당시 친일파들이 모집하는 데에 있어 ‘자금적 동기’가 없이 했다는건 지금 기준에서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친일파는 돈과 권력에 환장한 쓰래기들이니까.)

(예산 항목중에 할머니들 몫도 있었을것이다. 그러나 행정에 의해 모집된 그녀들에게 지급될 돈은 당연히 행정기관을 거쳐서 지급되어야만 했기에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녀들은 지급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촌극은 1970년대 정부에 의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국고로 환수하는 사건을 통해 재현되면서 다시금 확인사살을 해준다.)

= 종군위안부는 일본이 직접 모집에 관여하지 않았고, 충분한 대가를 지불했다.
극우쪽 해석 = 종군위안부는 매춘부다.
친일파 해석 = 일제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도 피해자며 최악은 일본이다.

이분들은 근로정신대 피해자일까, 위안부 피해자일까?



이런 진실을 알고 있고 그 진실이 증언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친일파는 지금 어떻게해서는 독립 1세대, 종군위안부 1세대의 사망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리고 가능한 일본 극우와 프랜들리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나가야만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국민들로 하여금 반일 감정을 부추기면서도 일본과 동반자 형태를 유지해나가며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주장을 전범국 일본이 아닌 친일파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가며 일본을 침소봉대하는 데 주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의 종군위안부 1세대들에게 꾸준한 지원을 해주면서 이 모든 게 일본 탓이라는 개념을 주입하여 공식석상에서 꾸준히 일본을 향한 소송을 거는 액션과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물론 그러한 액션은 반드시 ‘친일파’에 대해 관심이 쏠렸을때 적절하게 화살을 일본으로 돌리는 데에 활용될 것이다.

왜 뉴라이트들은 손수 일본의 극우를 대표하는 발언이나, 교과서를 편찬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과거를 빨리 ‘정의’해버리고 싶기 때문이다. 일본 극우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함으로서 일본 극우와는 긴밀한 친분관계를 통해 ‘증거’를 공개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한편, 한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반발심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친일파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뉴라이트는 그래서 총알받이이며 일본 젊은 극우들의 한국판이다. 그들의 보호 속에 오늘도 진성 친일파, 매국노 새끼(이들에게 후손이란 표현은 사치다) 들은 100년전 그들의 에비어미들처럼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덜 익은 스테이크를 썰며 핏빛 와인을 마시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없다.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들에 대해 알고 이들을 이 사회에서 어떻게 뿌리뽑아내야할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들에 의해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는 국가를 손에 쥐고 벌이는 사리사욕 잔치로 인한 피해를 두고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콩 심은데 절대 팥이 나올 리 없다.



친일파 그리고 그들이 했던 갖은 행적과 그 결과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구질구질한 과거를 꺼내는 것도 아니오 미래로 나아가는 데에 발목을 잡는 것도 아니며 정치인들이 대의를 펼치거나 국운이 뻗어나가는 데 방해를 놓는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우리 스스로 세계에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도록, 친일파들의 사리사욕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역사교육을 바로잡고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사과받을 수 있는 것과 요구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세계무대 속 강소국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서 지진이나 쓰나미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뿌리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며 작은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



연속기획 '친일파' - 끝 -


posted by RushAm 2011. 12. 4. 23:50
* 작성 시작일이 2011년 12월 4일인 관계로 표현 중 과거형용사에 시기적 오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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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도 SBS를 통해 전파를 탄, 2011 서울 도쿄 뮤직 페스티벌, 그리고 지난 수요일 심야에 전파를 탄 TV 50년 특집 K-POP 월드 페스티벌까지 연말 특집을 빙자한 방송들이 속속 전파를 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놀랍게도 언제나 이런 KPOP이벤트에 단골로 참가해왔던 SM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요. 아시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는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가 참가를 안하는 KPOP 이벤트라니, 뭔가 이상하죠? 진정 국위를 선양하고 KPOP의 세계화(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SM이 왜 행사를 가려가며 뛰고 있는것일까요? 그것도 가수 하나만 참가 안하는 게 아니라 소속사 가수 전체를 빼버릴 만큼 노골적으로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SBS와의 관계를 넘어 SM이 관동지역에서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SBS가 바보가 아닌 이상 SM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설득했을테니까, 메인이 KARA, 그리고 지금까지 한류 콘서트와는 사뭇 다른 맴버 구성, 이 콘서트는 그동안 SM의 독주에 대항할 기회를 노리던 YG와 DSP가 주도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두 개의 행사가 'SM'의 주도로 이루어지지 않은, 아니 이루어질 수 없는 행사였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우선 서울 도쿄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주최는 SBS가 주최했고 기획은 MTV가, 그리고 이 행사는 SBSMTV라는 새로운 방송 협력사 개국 축하 이벤트였죠. 상편에서 소개했던 대로 해외 방송 수출 공급 라인을 구축하는데에 적극적인 SBS는 이번 MTV와의 제휴 법인을 세우는 등 KPOP 공연 투자를 통해 해외 방송 루트를 뚫어내는데에 성공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연히 SM이 늘상 개최하는 목적과는 전혀 걸맞지 않았던거죠. SM이 KPOP콘서트를 꾸리고 자신들이 메인 무대를 우선적으로 가져가면서 곁다리 그룹을 꾸려 해외 합동유랑공연을 기획하는 이면에는 SM이 자신들의 해외 진출 루트에 대한 파워 게임에서 직접적인 캐스팅 보드를 잡는 데에 있었겠지만, SBSMTV의 개국은 SM이 가진 아시아 판로에 대한 야망에 전면적으로 배척되는 사건임에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개국식에서 SM이 참가를 했다고 한다면 SBSMTV는 향후 방송 운영에 있어 지금의 지상파 음악방송이 그랬던것처럼 SM에게 파워게임에서 밀려 끌려다녀야만 하는 운명을 처음부터 못박히게 되었을 테니까요.

KBS가 방송했던 TV 50년 특집 K-POP 월드 페스티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KBS와 KOCCA JAPAN만이 근근히 구색만을 맞추던 수준에서 급작스럽게 미디어에 보도가 되고 한류의 유럽정복과 국위선양이라는 성과를 어떻게든 정부의 치적으로 가져오고 싶었던 마음에서 발로된 무리수가 결국 일을 저지른셈인데요, 이 행사에는 유력 기획사라고 불리는 3사 가수들은 물론 그나마 한류에서 반응 좀 있다는 군소 기획사들의 아이돌이 전혀 참가하지 않은 반쪽짜리 이벤트가 되고 말았는데요. 그들이 참가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이벤트 장소가 '경남 창원'이었기 때문이죠.

단순 참가자만으로 봤을때는 지방 유력 행사 수준의 참가자가 올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분명히 지닐 수 밖에 없는 이번 행사의 주최는 KBS와 창원시, 협찬은 삼성과 경남은행, 후원은 문화관광부와 해외문화홍보원,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이다. 이 이벤트가 어디에 목적이 있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숟가락 얹기로도 모자라 아예 상을 차려보겠다고 나선 호기로운 정부와 요즘 이래저래 시끄러운 일이 많은 창원시 챙겨주기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패착이었으니까,



SM은 독점적인 해외 진출에 대한 루트를 만들어내려는 계획에 있어 최근 SBS의 SBSMTV개국 등 방송 영역을 넘은 적극적인 행보는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임에 분명합니다. MBC와는 달리 우회상장없이 자사의 직속 계열사 3사를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고 있으며 마음만 먹는다면 한 가지 이슈를 세 개 상장사에 모두 반영시켜 투자를 뽑아낼 능력이 되기 때문이죠. SM은 자사의 해외 진출 전략이 방해받는 것만으로도 벅차겠지만, 그보다 한류 KPOP이라는 주식시장 테마 수혜를 SBS와 나눠먹어야 한다는, 아니 완전히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을테니까요.

심야방송의 함정

그런데 이렇게 애써 파워게임을 통해 얻어낸 콘서트라는 콘텐츠를 방송사들이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살펴보면 이게 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거의 대부분의 한류 콘서트는 그 막대한 편성 시간 때문인지 항상 시청이 거의 불가능한 사각지대에 편성되며 그나마도 일부지역 자체방송 쿼터에 묶는 등 이렇게 애써 따낸 방송의 시청율을 높이는 데에 그닥 적극적인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예고는 합니다만, 예고보다 더 중요한건 프라임 타임 방영이었을텐데,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난리라면서 왜 모조리 시청율 사각지대에 박아놓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들은 에초 국내 시청율을 기대하고 만든게 아니기 때문이죠.

평일 심야, 그것도 모임이 많은 연말 밤에 정말 많은 시청율을 기대하는 것일까?



국내 현존하는 방송국은 모두 방송법에 의한 국가의 규제를 받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방송전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며 어떤 방송사라도 해당 주파수를 대여 운용할 수 있을 뿐 사유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케이블같은 유료방송을 제외한 전파를 대여 운용하는 모든 방송사는 공영이던 민영이던 모두 공익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거나 방송 콘텐츠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독자적인 사업화를 시킬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방송사가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놓고 마지막회만을 미방영으로 남겨둔 채 마지막화를 DVD로 만들어 팔거나, 유료방송국에 넘기는 식의 영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공중파'를 쓰는 방송국은 한번 이상 공중파에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공급을 한 뒤에 콘텐츠를 팔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이죠.

이런 법의 의무조항을 위해 희생되는 시간대가 바로 심야시간대입니다.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교양방송을 일정 시간 이상 방영해야 한다던지 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런 방송들은 대부분 프라임타임을 한참 벗어나있습니다. 일단 방송시간만 충족시키면 그걸 몇시에 방영하든 아무 상관이 없거든요. 이는 국산 애니메이션 쿼터제를 적용받는 애니메이션 전문 상업 채널들이 주로 국산 애니를 아무 의미없는 심야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틀어대는 꼼수와 일치합니다. 아무튼 이 심야시간이라는 건 시청율 대신에 뭔가 법적인 케어같은 용도로 활용되는 시간대라는 것이 방송계에 일반적인 통념이라는 거죠.

주로 이런 용도...


자 그럼 이 한류 콘서트의 심야 방송에서 방송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콘서트 영상물, 다시말해 '영상물'에 대한 판권 확보입니다. 심야 방송이든 뭐든 일단 한번 방송하기만 하면 그 뒤에 2차 저작물을 제작해서 얼마든지 수익활동을 해도 괜찮아지거든요. 방영이 한번 끝낸 콘서트 영상은 방송 3사가 그토록 공을 들이며 싸우고 있는 세계 유력 각국의 방송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됩니다. 이 공급은 단순히 '방영'이 아닌 판매로 이루어집니다. 해외네트워크 방송국따위가 광고영업으로 현지 메이저방송국과 경쟁이 될리 없으니까요. 게다가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직접적인 수익 활동입니다. 방송국이 탐내지 않을리가 없는것이죠.

방송국들이 갑작스럽게 한류에 목을 매게 된 계기는 요 근래 몇년 사이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로 카라 콘서트 DVD가 일본 오리콘 챠트 여자 아티스트 부문 신기록을 경신하는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한 것이 첫번째이고, 두 번째는 바로 한류가 퍼저나가는 수단이 '음반 직수입'이 아닌 '유튜브'라는 점이 두번째입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한류는 음반보다 '영상'이 돈이 된다는것을 '영상'으로 먹고사는 공중파 3사가 캐치했다가 볼 수 있는데요.


사실 한류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지목되고는 있지만 이것을 기획사의 성공적인 수익활동으로 보기에는 살짝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유튜브 조회수, DVD판매량이 영상으로 먹고사는 공중파 3사에게는 군침을 돌게 만드는 매력적인 시장지표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지표입니다. 공짜든 뭐든 한류 관련 콘텐츠에서 음반보다 영상이 해외에서 더 잘 팔린다는 게 드러났으니까요. 이에 이들은 부랴부랴 관심도 없던 음악 채널을 만든다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합니다. SBS가 발빠르게 MTV와 손을 잡고 아시아쪽 판로를 선점한 가운데 MBC가 자사 케이블 채널을 MBC뮤직으로 변경한다는 발표가 있었죠.

SBS는 MTV와 손을 잡고 해외 법인을 순조롭게 안착시킨 다음 지금 유튜브에서 공급하는 한류 가수들의 음악 활동 영상에 대한 수익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토대를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MBC역시 뮤직 채널이 곧 개국되면 그들의 방송 콘텐츠의 재판매가 가능한 기반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고 케이블 채널이니만큼 자체 콘텐츠의 해외 수출 및 송출이 보다 용이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업로드된 유튜브 영상들이 지금의 국내에서처럼 대거 저작권 위반의 철퇴를 맞게 될 것이고, 시청자들은 한류 가수들의 활동 영상을 각 방송사 현지법인이 만든 유료채널이나 DVD를 통해 보게 되겠죠?

이런 거...?


MBC가 시청율 부진속에서도 꾸준히 벌였던 KPOP 커버 댄스 경연대회 (이 역시도 심야방송)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KBS가 일본 현지에서 위성방송유료채널로 공급하고 있는 KBS WORLD J (http://www.skyperfectv.co.jp/prog_navi/s791.html) 우리나라돈으로 월 5만원 정도의 패키지 상품을 가입하거나 단일채널 요금 1만원 가량을 내야 볼 수 있는 유료채널인데 놀랍게도 KOCCA 한국 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가 국가예산까지 써가며 열심히 간접 영업까지 뛰어주는 채널이다. 성적은...글쎄?




SM 엔터테인먼트가 노리는 것

방송사들이 전 세계에 자사의 한류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채널을 구축하는 데에 혈안이라면 SM은 지난 아이돌 기획사 열전 SM엔터테인먼트편 부록 (http://rusham.tistory.com/186) 에서 언급했던 대로 전 세계에 한류 관련 음악을 공급하는 음악 독점 공급 채널을 노리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을 스스로 축소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SM엔터테인먼트가 이제 국내 시장에서 돈이 안된다며 신한류를 위시한 해외진출만이 살길이라는 논리를 펼치다 못해 이제는 그 작아진 시장에서 물어뜯는 군소 기획사들의 해외 진출 판로에 대한 권력까지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죠.

재미있는 건 SM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단지 음반 판매로 인한 판권 수입 자체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한 계기가 되어준 두 가지 사건, (공교롭게도 모두 동방신기가 얽혀있는) 하나는 동방신기의 일본 진출 메가톤급 히트 속에서도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했던 SM의 보아에 이은 두번째 실패,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게 동방신기 타이틀을 유지한 채 스스로 일본 활동을 주도하며 이끌어냈지만, 국내에서 가진 파워게임을 통해 제한했던 JYJ의 활동을 해외에서까지 막지는 못했던 권력의 한계를 절감한 사건이 두번째입니다. 이렇듯 SM은 이 두 사건을 통해 어떻게든 해외에 파는 루트를 선점 그리고 독점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보는 편이 되겠는데요. 국내에서 SM이 가지는 위상과 파워를 이용한 '권력'을 해외에 진출하는 가수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작업에 가깝습니다. 사실 독점 유통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그렇게까지 짭짤할리도 없지만, SM으로서 이 '파워'는 누구에게도 양보하기 싫은 부분이니까요.

설마 얘네에게 질 줄은 몰랐다는걸까?


사실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 당시 그렇게 돈지랄을 벌여도 국내에서 쪽도 못쓰던 카라를 뒤쫒는 결과가 되었다는 부분도 SM의 이런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SM이 주도적으로 방송사와 협력하여 만든 콘서트에 군소 기획사 가수들 중 해외 진출에 입맛만 다시고 있는 기획사 그룹들을 구워삶아 참가시키게 되는 것이 이들의 공급 권력을 작용하는 첫 발판인 것입니다. 항상 나오는 방송사와 SM간의 알력다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결국 SM이 가수를 공급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보편적인 작업인것이죠. 해외 유력 작곡가를 통해서든 뭐든, 방송사의 힘을 빌려서든 뭐든 SM이 없으면 콘서트를 통해 한류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두는 것입니다. 여기에 수많은 방송들이 벌이는 SM에게 한류 공로 몰아주기 어시스트까지 더해주면 보다 완벽해진다고 할 수 있죠.

지금 SM이 가진 그룹이 끼지 않으면 다른 군소 기획사 가수들 한 트럭이 와도 타국에서 관객 1천명 동원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콘서트가 사실상 아무런 현지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군소 기획사로서는 자사 그룹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채널이기 때문에 군침을 흘린다면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앞서 설명한 방송사의 네트워크 확장에 따른 콘서트 영상 공급 정책과 SM의 공생관계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콘서트는 단지 콘서트에 온 1천명만을 위한 1회성이 아니라 향후 해당 국가에서 DVD로, 유료방송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될 훌륭한 광고 매체이기 때문이죠. 군소 기획사들은 상대적으로 현지 법인을 만들어 현지 방송국과 협상하는것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SM과 방송국을 통해 현지 시장에 홍보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책은 단지 SM이 국내 기획사의 해외 진출에 대한 권력을 위해 만들어진 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한류 콘서트가 '방송사'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큼의 파괴력을 갖기 위해서는 'SM 식구들'만으로는 살짝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SM이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군소 기획사들의 십시일반을 무시할 수는 없고, 규모는 크면 클수록 좋습니다. SM이 단독으로 콘서트를 할 때 가질 수 있는 최대치는 분명 큽니다만, 지금은 한 명이 더 아쉬운게 사실이니까요. 800명 동원과 1천명 동원은 어감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샤이니를 홍보할땐 샤이니팬으로, 소녀시대에겐 소녀시대팬으로, 동방신기에겐 동방신기 팬으로 두고두고 쓰이게 되겠지...


SM 소속 가수들이 콘서트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유는 사실 메인이벤터성이 있긴 합니다만, 조금은 치졸한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결국 모인 팬들 중에 SM팬이 제일 많지만, 모인 사람 전부가 SM팬이라고 보기는 힘들거든요. 많이 잡아 모인 사람들 80%가 SM팬이고 남은 20%가 군소 기획사 팬이라고 친다면 SM에 앞서 군소 기획사들 공연이 끝난다고 해도 20%의 팬들이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아마 SM은 향후 발전 가능성의 지표를 통해 모인 사람 중 99.9%가 SM이 이미 확보한 시장임을 증명하기 위해 군소 기획사의 20%팬들이 필요한것이죠. 결국 최종 집계수를 가져가는 것은 SM입니다. 그리고 그 집계수는 출연한 SM가수들이 모두 공통분모로 나눠가지게 되죠 샤이니도, 소녀시대도, 동방신기도, 슈퍼주니어도 해당 국가에서 단독공연으로 1천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식의 뻥튀기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SM이 정말 인기가 있는 것일까?

방송에서 비추어지는 모습은 정말 경악스럽습니다, 최근 있었던 SM타운 뉴욕 콘서트의 보도를 보면 SM가수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를 쫒아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평범한 뉴욕 시민들이 아무생각없이 걷다가 SM타운 버스를 보고 경악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이 한류 팬들, 절대 그냥 아무생각없이 걷다가 버스 발견한 모양새가 아닙니다.


2분즈음부터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녀시대의 이동 스케줄을 알고 현장에서 기다릴 만큼의 정보력을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대부분 공식 팬클럽을 통해서만 공급되는 비공개 정보인데, 이유는 당연히 유료 회원들이 누리는 특권을 관리해주기 위한 보상 차원이 짙습니다. 과연 이 뉴요커들이 심지어 심야에 기습(?)적으로 왔다는 소녀시대가 어디에 내리는지를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통한 구글 검색으로 알았을까요?

게다가 이 뉴욕에서 이들의 이동수단으로 쓰였던 버스 디자인은 어떤가요?

그냥 래핑광고 버스냐고? 아니야!


아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 버스에 올라탔다고 친히 페이스북에까지 홍보해줬는데...



이 안에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슈쥬 있다. 라고 알기 싫어도 알 수 밖에 없는 버스가 유유히 정체가 극심한 맨하탄 거리를 일부러 통과한다면, 장소를 어렴풋이 알던 사람도 알아보고 버스에 달려드는 그림을 따내는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 SM에서 쓰는 이동 수단이라고 하면 ...

이 안에 과연 누가 들어있을까?



차량 내부가 보이지 않게 짙은 썬팅을 한 위풍당당 스타크레프트겠죠. 이유는 당연히 수많은 팬들로부터 소속 가수를 보호하기 위함일것입니다. (차량에 올라타려는 사생팬들을 막기 위한 최적의 디자인) SM이 굳이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는 뉴욕시에서 SM타운 래핑버스를 콘서트 기간 내내 탑승시키는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SM이 (심지어 국내도 아닌 타국에서) 소속가수들을 보호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것이거나, SM이 특별히 보호하지 않아도 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저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었던지요.


기사 인용 ( SM타운, 뉴욕 공연 좌석 매진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10/h2011102206032384310.htm) 예매자 중 비아시아인 비중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이 눈에 띈다. 과연 실제 예매자와 온 사람이 얼마나 일치했을지, 러닝타임 4시간 SM타운 소속가수가 바닥까지 탈탈 털어 모두 참가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기자는, 그리고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콘서트 실황 중계를 보면 언제나 해당 가수의 노래가 나올 때 귀신같이 해당 가수의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피켓을 들고 있는 장면을 잘도 따낸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따냈다는 것은 불과 1분만에 그들을 찾아냈다는 것인데 3천명이나 되는 공연장에서 이를 바로바로 찾아냈다는 것은 카메라 감독이 천리안을 갖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 천리안은...아마 공연 기획 당시 각 가수 팬들에게 의도적으로 좌석을 배정한 좌석 배치표 따위가 아니었을까? 특정 가수 팬을 특정 좌석 구역에만 앉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왕왕 볼수 있는 풍경이니까...



SM에 소속되어 있는 가수 중 어떤 가수도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는 없습니다. 유럽 연방 전체를 통틀거나 단독국가에서는 그나마 중국에서 슈퍼주니어, 일본에서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정도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이며 그 이외에는 어떤 국가에서도 단독 콘서트로 1천명단위의 관객을 단순 '방문'만으로 이끌어내기 힘들어 보일만큼 국지성 편차가 심한 것도 현실입니다. 따라서 SM은 항상 뭉쳐다니며 일본 공연때는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다른 그룹들의 상대적으로 적은 인기를 보완해줘야만 하고, 유럽에서는 반대로 슈퍼주니어가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를 보완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외부적으로는 유럽에는 슈주 인기만큼 소녀시대나 동방신기가 똑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만 하죠. 여기에 추가로 (아름답지 못한 동원 숫자 이빠진 관객)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아니 해외에서도 우리한테 기어야 하는 건 변함없다는 것을 엄포하기 위한 군소 기획사들의 가수들이 필요한 정도일까요?

SM의 인기는 아직 SM가수 단독으로, 현지 공격적 마케팅이나 현지 네트워크를 낀 방송사, 교민 사회 수뇌부가 함께 협심하지 않으면 그나마 내세울 결과를 쥐어짜내기 어려운 수준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SM이 이같은 활동으로 인해 얻게 될 유 무형적인 이득은 제법 쏠쏠하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보던 SM이 자사의 음악적 역량을 통한 'KPOP' (한국형 음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세계에 과시한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져보이네요. SM의 음악최우선주의의 말로가 결국 고집스러운 몽니로 종착을 맺는다는 점은 결코 저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마냥 유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KPOP은 훌륭한 콘텐츠입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음악 그 자체로, 영상 그 자체로, 안무 그 자체로 굳이 우리가 애써 나가서 봐 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흘러나가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JPOP과 애니메이션이 유럽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때도 그랬으니까요. 지금 물이 들어온다고 노를 저어야한다고 노를 삿대처럼 쓰다가 노를 부러뜨려 떠내려가게 만들 이유도 없고 그 노를 반드시 특정 기업, 특정 방송사, 그리고 굳이 정부가 쥐고 이끌어야 할 이유도 권리도 없습니다. 그 배는 언젠가 전 세계 음악팬들의 싸닥션을 후려갈길 한국이 배출한 천재 아티스트들이 지금만이 아니라 먼 미래까지 계속 타고 나아가야 할 소중한 배입니다. 지금 당장 사기업, 방송사의 배를 불리기 위해 함부로 쓸 수 있는 배가 아니며 누구도 그럴 권리를 그들에게 준 적이 없습니다.

모쪼록 그 배에서 당장, 내려주세요.


당신들이 탈 수 있는 자격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면
세계의 음악 팬들은 당신들이 애써 그 배를 빼앗아 타려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당신들을 배에 태워 머리에 이고 뛰어줄 테니 말입니다.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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