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4. 10. 14. 00:11

단통법에 많이 놀란 사람들이 폰을 전혀 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방통위원장은 삼성폰이 비싸면 중국폰을 사라고 일갈합니다. 단통법을 발의한 정치인들은 오늘 국감에서 '단통법이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갑자기 해외직구 전자제품에 대한 전파인증을 개인이 수입하는 개개인마다 받도록 의무화하여 최대 3300만원까지 인증요금을 내게 만들 것이라는 새로운 정책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뭔가 좀 이상하게 굴러간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정작 이 법을 만든 사람들 즉 정부여당과 국회의원들 그리고 방통위, 소비자와 통신업체 그리고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모두 동상이몽을 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요즘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돌아가셨는지 살아계신지 알 길이 없고 무디스는 삼성의 신용등급을 가차없이 내려버렸으며 삼성의 분기순수익 실적은 전분기 반토막이 났습니다. 삼성이 어려워진 이유는 주력상품이었던 디스플레이 제품군, 특히 TV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수익성 악화가 큰 원인이라고 모두 이구동성으로 진단하고 있는데요. 삼성이 야심차게 밀었던 커브드 UHD TV는 소치, 월드컵, 아시안게임이라는 3대 스포츠 메인 이벤트를 모두 흘려보내는 동안 판매실적특수를 전혀 누리지 못한 걸로 보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국내에서 그동안 성능면에서 독보적인 인정을 받던 추세에서 벗어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많이 줄었고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LG와 팬택이 공격적인 저가 공세를 내세우면서 삼성의 점유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추세가 이어지게 되는 거죠. 특히 신제품 출시 컨벤션 효과가 줄어든 게 컸는데, 이젠 삼성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은 마당에 사람들이 아무도 출시 당시에 비싼 가격에 폰을 사지 않는 바람에 신제품 출시 효과도 미미해진데다 신제품들의 차별 요소 (갤럭시 기어 등) 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구매력을 당기지 못하는 자체적인 패인까지 겹쳐 더 이상의 실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 즉시 체감을 하기 시작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삼성이 퇴로가 막힌 셈이 되고 말았는데요. 중국 시장에서는 샤오미의 급성장으로 점유율을 뺏기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는 아이폰의 예상밖 대호조로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일 여기에서 본진 즉 한국 내수 시장에서마저 수익성이 악화되면 삼성은 앞으로 더 이상 실적 개선에 대한 새로운 이슈 즉 투자자들을 삼성전자 주식에 묶어둘 떡밥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되죠.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150만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최근 3개월만에 110만원대로 급락하며 천문학적인 돈이 증발해버리고 마는데요.



재미있는건 이미 삼성의 실적 위기론이 이미 갤럭시 S5출시 당시였던 지난 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표면화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그때 캐치할 사람들은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에 털리고 있는 상황을 리얼타임으로 접하고 있었고, 미국에서 S5의 판매량이 부진하다는 소문과 프라임 모델 출시로 인해 신뢰성을 잃고 조급해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굳어져있는 상태였죠. 여기에서 내수 시장마저 충성스런 고객들이 출시 초기 컨벤션 효과는 커녕 꿈쩍도 하지 않아주는 대신 LG와 팬택은 신제품이 나름 호평을 받기 시작하며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삼성 구하기에 나선 정부는 먼저 만만한 팬택을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오랜 기간 워크아웃 위기에도 통신사 보조금을 포함한 뻥튀기 출고가 정책으로 회사를 유지해왔던 팬택의 자금줄을 막는 결정적인 한방 '통신사 영업정지'를 먹임으로서 팬택을 돌아올 수 없는 강으로 보내버렸죠. 방통위가 그동안 통신사와 잘도 쿵짝을 맞추다가 정색하듯 갑자기 내놓은 이통사 영업 정지 강수는 이통사는 콧방귀도 안뀌었지만 정작 이해상관당사자가 아닌 팬택은 절망했습니다.





이통사 영업 정지가 삼성 구하기인 증거는 바로 영업 정지 당시에 통신사 광고 흐름입니다. 당시 KT가 다소 주춤하고 LG와 SKT가 점유율 싸움을 하던 와중이었는데, LG의 영업정지 기간 중에 SKT가 갤럭시 S5의 조기 출시 즉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다) 라는 귀족 마케팅을 벌어기 시작합니다. 이는 SKT가 영업 정지 기간을 앞두고 갤럭시 S5를 최대한 많이 팔아치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죠. 이런 흐름은 이후 SKT가 영업 정지를 기간 중에 LGT도 똑같이 맞불을 놓음으로서 S5를 주력으로 팔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거의 그와 동시에 팬택 위기론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우연일까요? 그리고 이미 이러한 팬택 죽이기는 삼성이 2013년말 팬택의 주식을 10%가량 매수하면서 제 3주주로 올라서면서부터 예상되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팬택을 죽이면 팬택이 갖고 있던 점유율이 삼성으로 흡수될 거라는 예상은 생각 외로 보기좋게 빗나가고 맙니다. 방통위도 삼성도 당황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죠. 정 반대로 이 이통업체 3사의 영업정지 기간 전후의 파급효과 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2월부터 5월까지 삼성의 의도대로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데에 성공했습니다만, 정작 그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 기간 즉 귀족마케팅이 끝난 직후부터 다시 삼성의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회복한 만큼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여기에서 반사이익을 얻은 쪽은 여전히 귀족마케팅을 벌이며 고가 프리미엄 정책을 취하던 삼성이 아니라 팬택과 가성비 경쟁을 하던 LG전자였던 것이죠.



LG전자는 일전 팬택이 하던 정책에 대기업이 주는 안정적인 이미지와 G2, G3의 잇따른 호평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많은 보조금을 포함한 가격정책을 펼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7월에 이르러서는 무려 29%까지 올라서는 괴력을 보여줍니다. 사실상 4월부터 7월까지 단 3개월동안 10%초반에 머물렀던 점유율을 무려 두배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니 어느 정도의 파괴력이었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으시겠죠? 시장이 특별히 삼성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LG를 미친듯이 팔아제끼고 있었다는 게 됩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LG전자가 마의 점유율 20%를 돌파한것이 바로 5월인데요 바로 이 5월에 그 문제의 단통법이 국회에서 논의되었고 5월 22일 상정하기에 이릅니다. (거 타이밍 한번 참), 이 법의 핵심 문제점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말씀해주셨던 대로입니다만, 결국 이 법의 핵심은 방통위원장의 '비싸면 중국폰 사라'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삼성 LG 어느쪽도 단통법 시행 이후에 기존에 고수하던 고가 출고가격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는데요 여기에서 가격을 내려버리면 통신사 몫이 지금 더 커져서 이득이 많아지건 어쩌건 간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날려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이는 LG도 그닥 바라는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때문에 출고가에 통신사 마진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중국산폰이 최근 인기를 끌게 되는 것이죠. 이들은 에초부터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출고가 마진 시스템에서 매우 자유로웠기 때문에 상상이상의 출고가를 형성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방통위원장의 이 발언은 소비자가 아닌 업계에게 일갈하는 형태가 되었다는 것이 첫번째 의의이며 그 속에 숨은 의미는 방통위원장은 정작 이 법을 그닥 원한 게 아니었을수도 있다는 추리가 가능합니다.



방통위는 사감 기관입니다. 즉 통신사가 문제를 일으켜주지 않으면 할 일이 없어지는거죠.



여기에 오늘 있었던 국회의원들의 발언에서 모든 의혹이 풀리게 됩니다.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라는 발언이그것이죠. 국회의원들은 나이가 많습니다. 즉 꼰대, 폰팔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객이 아닐 수 없는 바로 그 계층입니다. 그들은 폰을 비싸게만 사봤을 뿐 싸게 사본 적이 아마 없을겁니다. (뭐 사실 직접 돈주고 살 일도 없을 것 같긴 합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어떤 법이 바뀐다고 한다면 자신들의 입장을 기준으로 법이 바뀌어야지 다른 사람의 입장을 기준으로 자신을 포함한 동연령대 계층이 끌려가는 정책은 절대 만들지를 않죠. 그렇게 해서 나온 정책이 단통법인 것입니다. 이 법은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대로 제값 다 주고 산 호갱 소비자가 박탈감을 갖지 않게끔 하는 법임과 동시에 국회의원들의 의도대로라면 이러한 법을 시행함으로서 갤럭시 S3 17만원 사태 이전처럼 삼성의 폰들이 고가 정책을 취하고 있어도 사람들이 이후 느낄 박탈감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지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즉 삼성 폰이 이 법으로 분명 잘 팔릴 거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거죠. 


그런데 그건 그들처럼 돈이 썩어나는 인간들에게나 통용되는 이야기지 실제 폰을 사고 활용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미 폰에 대한 원가는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바닥티끝까지 드러나버린 상황인데 서민들이 예전처럼 안심하고 비싸게 사도 나중에 가격 방어가 될 거라는 떡밥만으로 지금 삼성 폰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그들만의 세계에서만 나올 수 있는 편협적인 시각이라는 거죠. 결국 이 법은 그들이 바라던 삼성도 살리지 못하고 국민들도 움직이지 못하는 그야말로 꼰대스러운 법이 되고 말았던 겁니다.


예상대로 삼성보다는 LG가 훨씬 더 많은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의원님들의 정책은 절반의 성공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통신사 영업정지부터 단통법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정치계에서 삼성을 살리고자 하는 최근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단통법이 잘 안먹힌다는 이야기가 현실화됨과 동시에 정치권에서 나온 방안은 어이없게도 단통법 이후 급증하고 있는 해외 직구를 사실상 막는 건바이건 전파인증비용 청구 법안을 들고 나왔는데요. 여기에는 그동안 내수 차별이라 지적되어왔던 TV등 대형가전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간 삼성전자에서 부진했던 사업부문만을 골라서 챙겨준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직구를 막으면 삼성 폰 사주겠지?


해외에서 그들의 역량에 바닥을 드러내며 이제 더 이상의 성장세를 기대하기 힘든 기업 삼성이 해외에서 고전하며 까묵은 자금줄을 국내 내수 시장을 강제로 법안까지 발의해가며 털어먹도록 밥상을 차려주는 행태를 보면서 대체 삼성이 얼마나 그들에게 중요하길래 저러는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뭐가 어찌 되었건 이제 그만들 좀 하십시요. 삼성이 지금까지 기업윤리로서의 잘잘못까지는 자처하고서라도 이런 판국에서 당신들과 삼성간의 기브앤테이크를 지키는 딜짓꺼리는 보기가 참 역겹습니다. (역겹지 않은 적도 없지만 뭐 특히 좀 ...)



어떻게 한 명도 은혜를 갚지 않는 사람이 없는건지...



posted by RushAm 2014. 2. 23. 02:50

결과론적으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이번 김연아의 은메달은 세계 유수의 언론들과 피겨계 명사들이 말하는 그대로 공정하지 못한 판정에 의한 러시아의 농간이 있었던 것에 분명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김연아가 이곳 소치까지 오는 과정, 그리고 러시아라는 무대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야기로 김연아가 잘하고 못하고의 차원에서 금메달이 수여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피겨 전문가도 아니거니와 어디까지나 비전공자의 개인적 감상자 관점에서 쓰여진 글이라는 점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


째 IF 

라 '블'면? 



아디오스 노니노의 프로그램 완성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물론 아주 훌륭한 완성도임에는 분명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디오스 노니노가 정말 연아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느냐면 조금 의문이 남는데요. 일단 곡이 좀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런 가볍고 발랄한 느낌의 곡은 다른 곳은 몰라도 러시아에서의 평론은 그다지 좋은 평론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레미제라블은 당시 영화 개봉의 어떤 붐 조성 자체 때문에 일찍 뚜껑을 열었던 적도 있지만 시즌 베스트 점수 기록만 보더라도 아디오스 노니노보다 훨씬 높았고 일단 곡의 무게감 자체가 아디오스 노니노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묵직합니다. 누가 보아도 누가 들어도 아디오스 노니노보다는 연아의 피날레 무대를 장식하는 데에 있어 이쪽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무엇보다 레미제라블 프로그램은 공개 당시 러시아 피겨 팬들에게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례도 있던 만큼 레미제라블이 순서를 바꾸어서 올림픽 시즌에 맞춰 공개하게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파 판정도 있었지만 김연아 선수의 점수에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건 예술점수를 무척 야박하게 준 부분이었거든요. 러시아 심판이 4명이라는 것은 편파도 편파지만 적어도 러시아 사람이 예술점수를 줄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더랬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러시아 선수를 밀어주는 데에는 답이 없었겠지만요.


...


째 IF

 바 를 고 에 면?


아사다 마오가 밴쿠버에서 참패할 당시 타라소바 코치의 오판은 피겨계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신 채점제와 맞지 않는 점프 구성과 점프의 난이도를 중시하는 러시아 스타일의 피겨를 추구했던 타라소바의 피겨는 인정받지 못했고 김연아의 물 흐르듯 이어지는 구성과 예술성을 중시하는 피겨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죠. 당시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에브게니 플루셴코가 별다른 실수 없는 클린을 거두었음에도 에반 라이사첵한테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던 사례 역시 이러한 피겨계의 변화를 뒷받침해주는 사례로 충분했습니다. 그 뒤로 뭔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아사다 마오는 타라소바와 결별하고 트리플 악셀에 집착한 피겨인생을 후회하는 발언을 하죠.


현 러시아 피겨팀 고문으로 있는 타라소바는 아사다 마오에게 '연습으로 인한 과로'를 걱정했으며 김연아의 연기는 '지루하다'고 혹평했다. 소트니코바에게는 최고의 연기라는 찬사를 날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 역시 자신의 피겨 인생이 소치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일본 여자 싱글에 신인들이 생각만큼 잘 커주지 않았고 애엄마 안도 미키까지 나와서 경쟁할 만큼 하향 평준화가 될 줄은 일본 빙상계 어느 누구도 몰랐을테지요. 결국 버릴 카드로 취급받던 아사다 마오에게 어느새 다시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아사다 마오는 언제나 그랬듯 망가진 컨트롤과 피겨계의 로비 버프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만, 결과는 메달권에 다다르지 못했죠.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던 피겨를 부정하고 열심히 김연아를 흉내낸 것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었나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아사다 마오가 프리 스케이팅에서 보여준 연기 그리고 받은 배점이 증명하듯 결국은 트리플 악셀의 성공과 예전 타라소바가 추구했던 흐름은 개나 줘버리고 그냥 점프만 고난이도로 뛰는 피겨가 먹혔던 게 다름아닌 소치 올림픽이었으니까요. 그녀가 타라소바가 추구하던 피겨를 포기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소치까지 끌고 왔더라면 김연아를 이기는 것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번처럼 빈손으로 귀국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째 IF

가 지 면?



러시아의 국민적 영웅인 에브게니 플루셴코의 허리 부상 기권 후 은퇴 시사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체감을 못할 뿐 러시아 국내에서는 지금 김연아가 금메달 못 딴 만큼의 반향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러시아가 피겨에서 금을 원했다면 여자 싱글보단 오히려 남자 싱글쪽이 맞다고 보아야겠죠. 소트니코바는 사실 경력이나 명성에 있어서 플루셴코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맞서서 보잘것없는 선수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냥 러시아가 금메달을 따서 기쁜 정도이지 국민적으로 난리가 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거죠. 그리고 러시아 국민들도 생각이 있기 때문에 플루셴코가 아무리 늙었더라도 플루셴코가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이랑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 중 어느쪽을 더 신뢰하고 납득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우리가 연아에게 거는 기대감을 러시아 국민들은 플루셴코에게 걸고 있었다.


플루셴코가 만일 부상으로 기권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우리가 본 김연아 금메달 강탈 사건이 남자 싱글에서 이미 벌어지고도 남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남자 싱글은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라이사첵이 부상으로 불참했고 결국 뜬금없는 신인 하뉴가 금메달을 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셨던 것처럼 (그것도 금메달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로) 만일 플루셴코가 나오기만 했더라도 지금처럼 김연아 같은 절대적 인물이 없는 남자 싱글 판에서 별 잡음없이 금메달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테니까요. 부정을 저질러도 티가 나지 않고 오히려 국내외에서 명망이 훨씬 높은 선수가 금메달을 따주는 편이 러시아가 노리는 바를 더 잘 이룰 수 있는 모양새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러시아는 기술 위주의 피겨를 추구하는 나라인데다 여자 싱글에서 이렇다할 슈퍼스타가 나와주지 않은 최근 상황에 비추어볼때 만약은 없는 스포츠계이긴 합니다만 더더욱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네요.


플루셴코를 존경한다는 하뉴의 금메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오서 코치에 윌슨 안무가 곁들여진다 하더라도 하뉴의 연기는 김연아의 그것처럼 매끄러워 보이지 않았다. 플루셴코가 추구했던 피겨 철학, 고난도 기술이 곧 예술이다 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듯한 연기였으니까, 러시아는 이런 하뉴의 모습에서 플루셴코를 보고 그에게 금메달을 수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


운이 없었습니다. 여러 모로 김연아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올림픽이었습니다. 러시아의 편파가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그 화살이 김연아에게 돌아갈 필요가 없었을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데요 특히 3번째 IF가 그렇습니다. 러시아가 플루셴코의 금메달로 피겨에서 금메달 욕구불만을 충분히 해소했다면 굳이 국제적으로 욕을 처먹으면서까지 김연아를 건드리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특히 그렇습니다.



소치 올림픽도 이렇게 저물어 가네요. 메달리스트를 포함해 참가한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빅토르 안의 쇼트트랙 3관왕 역시 축하합니다.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2. 9. 3. 18:52

최근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얽힌 경제 관련 재판에서 흥미로운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주식회사 코오롱과 듀퐁의 산업기밀 침해에 관한 소송인데,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듀퐁의 승리로 끝났다. 놀라운 사실은 이번 판결로 코오롱이 본안에서 패소시 듀퐁사에게 지불하기로 했던 원 소송 금액에 수십배를 호가하는 1조원 규모의 배상 책임을 물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이 소식을 들은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소송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듀퐁' 법무자문 변호사 출신 판사와 듀퐁 본사에 가까운 지역에서 열린 재판을 들며 삼성에 이은 또 하나의 무역 패권주의에 의한 희생양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속사정을 뜯어보면 조금 다른 내용이 나온다. 판결의 요지는 듀퐁과 코오롱의 잘잘못을 판단하다가 배상 책임 금액이 부당하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코오롱은 법원이 명령한 '증거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라고 생각했을 이메일 등의 증거를 재판기간 도중 모두 인멸했다고 한다. 이를 미국 법원은 이메일 서버 로그까지 분석하며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이를 고의적으로 인멸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여 가중처벌을 했다는거다.

 

(참조문서 : http://en.wikipedia.org/wiki/DuPont_v._Kolon_Industries)

 

왜 코오롱은 이런 미쳤다면 미친 짓을 한 걸까? 그건 지난 각종 경제사범들의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의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례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사법부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사범 재판에 있어 재판기간 도중의 증거 인멸에 대해서는 증거 관리와 도주 우려에 대한 검찰측의 책임을 우선시하여 기업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증거가 나오지 않는 최저한도의 처벌만을 해왔던 것이다. 즉 이번 코오롱 재판이 국내 기업끼리의 마찰에서 이루어졌을 경우 실제 몇백억짜리 소송을 단돈 몇억 정도의 벌금으로 끝낼수도 있었다는 거다. 코오롱은 이런 관행에 익숙해졌고 증거 인멸에 거리낌이 없었지만, 미국 법원은 이걸 용서하지 않았다.

 

...

 

애플이 완전히 이긴 것도 아닌데, 애플은 잔치분위기고 삼성은 초상집이다. 그만큼 누가 봐도 이 게임은 삼성이 이길 줄 알았던 게임이었고 애플은 그만큼 긴장했다는 거다. 자본주의 사회에 찌들 대로 찌들었다는 미국 법정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의 철저한 보호 속에서 자라난 싹이다. 국민들도 그들을 국가대표, 국위선양 등의 의미를 부여해가며 마르고 닳도록 빨아주었다. 사실 개도국에서 태어난 기업들이 세계화가 되기까지는 그런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만 하는것도 사실이다. 소니나 도요타, 마츠시타 같은 기업들도 일본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었으니까.

 

 

그런데 삼성이 이미 그러한 응원이 필요없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품질 낮은 내수를 사달라고 애걸복걸하거나 국가대표 이미지를 가지고 정에 호소하는 식의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엄청나게 성장한 뒤에도 이를 계속해왔고 그에 따른 부수효과로 정부의 도에 넘치는 어시스트를 당연한듯이 받아내왔다는거다. 당연히 법은 그들에게 경제사범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한번 더 망설이는 관대함을 보여왔고, 그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세계시장에서 어떤 품질적 경쟁력 없이 단지 번 돈 쏟아부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출혈짓거리로 거둔 성과를 근거로 자랑질을 해왔다.

 

 

코오롱의 패배, 그리고 삼성의 패배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은 이번 재판 역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내수에서 끌어들인 돈과 특혜를 바탕으로 이길 수 있으리라 자신했을것이다. 그리고 그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들의 기업이 미국 내에서 경제인들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혜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뿌리내리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인성적인 부분과 정의로움에 있어서 한치도 성장하지 않은 채 돈만 디립다 끌어다 쓴 철부지로밖에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패소로 인해 만천하게 드러났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사법부는 이에 책임감을 분명히 느껴야만 한다. 물론 삼성이 저지경이 된 걸 사법부 하나의 책임으로 모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일단 사법부가 잘못 키운 부분에 대해서 이 사단이 났으니 그 부분에 있어서 부모격인 사법부가 책임을 져야 옳지 않겠는가? 당신들이 미국 법원 판결 직전에 내린 국내 재판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반드시 미국이 옳았고 당신들이 부당했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지금 하려는 바도 아니다. 당신들은 그 건 이전에도 삼성이 꼬꼬마였을때부터 지금까지 애 취급을 하며 감싸지 않은 적이 없지 않은가? 언제까지 다 큰 애를 감싸고 돌 셈인가?

 

 

 

그렇게 키워준대도 별로 고마워하는것 같지도 않은데 ...

 

...

 

 

뭐 따로 우리 몰래 고마움의 증표라도 받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

 

 

posted by RushAm 2012. 8. 10. 15:00

앞서 양학선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고 그 글 속에서 김연아를 인용했던 적이 있다. 내용은 말 그대로 스폰서가 정작 필요할 때 붙는 게 아니라 이미 선수가 모든 걸 이룬 다음에 뜯어먹기 식으로 들러붙는다는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었다. 어떤 식이든 이미 우량주가 되어 손실이란 걸 볼 일이 없는 주식에만 투자하는데 익숙해있는 이 나라의 기업들이 기부나 스폰서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기에 벌어진 참상이긴 했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에 아쉬운대로 이런 후진적 투자 개념을 좀 뒤바꿀만한 실험작이 지금 막 결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손연재다.

 

 

 

손연재에 대해서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그리고 어제 약간의 예선을 통해 잠시나마 논란이 줄긴 했어도 아직 그 지원 여부와 그녀의 성적이 갖는 의미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녀는 한국 스포츠 역사, 특히 이 스폰스 역사에 있어서 굉장히 상징적인 실험을 하는 중이며 그 실험이 일찍이 있었던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실험이었기에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울수밖에 없다.

 

손연재는 아무런 실적이 없었던 이른바 '유망주'때부터 대단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녀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 유망주로서 가지는 포텐셜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상품 가치'에 있었다. 귀여운 외모, 뛰어난 텔런트 안티가 생기기 어려운 국민여동생 이미지, 남녀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리듬체조라는 종목의 특수성 등, 그녀는 굳이 체조라는 종목의 선수가 아니더라도 경제가치를 극한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오바로크된 기업들 이름에 주목하자

 

그녀에게 돈이 몰리기 시작한다. 물론 그 자금이 모두 그녀의 육성에 쓰인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체조 실력 향상에 필요한 모든 지원 환경이 다른 종목 선수와 비교해 극단적으로 향상될수밖에 없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손연재는 대한민국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이전에 아무런 실적이 없는 종목에 아무런 실적이 없는 선수를 단지 '육성'에 목적을 두고 대기업이 투자를 감행한 첫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이는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돈지랄 육성방식과 흡사하다, 이런 게 가능한 건 우리나라나 일본의 국력과는 사실 관계가 없고, 대부분 스폰서의 힘이다. 우리가 흔히 아사다마오가 이런 환경에서도 김연아를 못이긴 것을 비웃지만 우리는 김연아가 나왔어도 김연아 빙상장 하나 건립에 아직도 망설이고 있으니...

 

 

하지만 대기업이 처음으로 육성에 관여해서 돈을 썼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그들의 보수적인 마인드가 손연재에게만 아무 대가없는 기부성이 될 리가 없다. 손연재는 스폰서를 받은 만큼 미미하게나마 꾸준히 성적을 높여야 함은 물론 가지고 있는 기존의 좋은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갈 만한 일을 만들어서는 안된다. 광고도 제한적으로 촬영해야만 하고 훈련 장면을 자주 보여주는 식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도 최소화해야 했다.

 

이렇게 아낀 이미지는 런던올림픽이 임박한 때부터 폭발적으로 소모하기 시작한다. 대기업 스폰서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손연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에 참가하는 것이다. 즉 지금 미디어들이 보여주고 있는 손연재에 대한 도가 지나친 노출과 기대감 조성은 실제로 손연재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데에 대한 후속보도가 아니라 대기업 스폰서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방송사와 미디어들의 의도적인 손연재 붐업 동참이라고 할 수 있다.

 

갈라쇼 타이틀 : 휘센 리드믹 올스타 2011 갈라쇼

 

이처럼 참 대단하신 스폰서의 힘은 전혀 엉뚱한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다름아닌 신수지다. 그녀가 주장하고 있는 전국체전에서의 편파판정, 발목 부상이 악화되어 재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보여준 스포츠 댄스 실력의 아이러니함, 이런 것들이 과연 그녀의 올림픽 출전 여부와 그에 따른 체조계의 관심 분산을 우려한 자들의 영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을까? 체조계 자체가 이미 스폰서에 끌려다닐만큼의 천문학적인 자금 이동이 있었던것일까?

 

 

...

 

 

손연재의 목표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미디어도 속시원히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실제로 스폰서들 역시 이번 런던 대회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섣부르게 정해두는 것을 꺼린다. 만일 성적을 정해두었다가 손연재가 그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게 되면 국민들의 관심은 손연재로부터 급격하게 멀어지며 식어갈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어리고, 이미지 역시 건재한 만큼 투자금 손실에 대한 위험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우려를 불식시킨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손연재의 스폰서 손익 분기점 대비 성적 기준이 실제 성적에서 도달하지 못할 경우 일어날 일들은 생각보다 훨씬 끔찍할 수도 있다. 스폰서는 이탈할 것이고 이탈한 만큼 투자에 익숙한 손연재의 성적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은 훨씬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줄기차게 찍은 CF의 수만큼 그녀가 성적을 제대로 거두지 못할 경우 벌어질 여론악화에 대해 이미 이탈한 스폰서들이 지금처럼 그녀의 이미지에 실드를 쳐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언론들은 일제히 그녀에게 관심을 끊고 등을 돌릴것이다.

 

박태환은 최근 삼성과의 스폰서 계약이 끊겼다. 금메달이 계약 조건이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무엇보다 예전 김연아가 현 손연재 소속사에서 이탈했을 당시 벌어졌던 것과 유사할 것으로 생각되는 여론의 악화가 걱정스럽다. 김연아의 경우는 유망주때 충분한 관심과 스폰서를 받지 못한 사례인데다 한국인으로서는 나오기 힘든 넘사벽의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스폰서 이탈에 따른 엄청난 여론 보복에 시달렸다. 손연재는 이에 더해 그녀의 성장 과정에 대한 대기업의 지분이 걸려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여론 보복이 더 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그녀에 대한 일찌기 유래없는 풍부한 지원을 시기하는 여론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마냥 잠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손연재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스포츠 산업에서 정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성장 과정에 대한 투자라는 엄청난 실험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다시는 이런 바람직한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만나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손연재의 실패는 그만큼 스폰서들의 투자 눈높이를 한층 높여줄 것이고 이는 채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져가는 유망주가 더욱 많아짐을 시사한다.

 

 

모굴스키 유망주로 IB스포츠와 계약한 최재우

 

비록 가진 포텐셜만으로 이런 실험을 이끌어낸 것은 아니지만 손연재의 이번 실험은 손연재 본인은 물론이고 한국 스포츠 산업에 들어오는 자금의 선진화 여부를 가늠할 운명을 짊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무겁다. 이번 실험이 비록 손연재의 외모나 상품가치 등 다소 빗나간 관점에서의 접근도 있었지만 한국 스포츠 산업이 결과 중심이 아닌 그 과정에 투자하는 풍토를 큰 손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손연재라는 어린 소녀 한 명에게 한국 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맡길 생각은 없다. 그녀는 그저 스스로의 성공을 위해 성적을 내주기만 하면 될 것 같다. 다만, 그녀가 박태환이나 지금의 김연아처럼 스폰서가 빠져나갈때 나올 수 있는 여론의 역풍을 견뎌내야만 할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고작 소녀 한 명에게 한국 스포츠 산업의 미래를 맡겨야만 하는 한심한 스포츠 산업 풍토도 역겹긴 마찬가지다.

 

 

지금 손연재를 보고 손연재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쪼록 부탁하고 싶은 것은 그녀가 어떤 성적을 거두고 앞으로 스폰서가 빠져나간 뒤에 어떤 스캔들과 여론이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장되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중심을 잡고 휩쓸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녀가 어떤 성적을 거두건, 그 성적을 거두기까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어떤 특별대우가 있었던 지 간에 말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어떤 특별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좋은 성적을 담보로 빚을 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받은 특별대우라는 것는 비교대상이 된 다른 선수들의 처우가 경제 규모에 비해 훨씬 열악한 것이지 에초 우리나라가 이 정도 경제력을 갖춘 상황에서 응당 받을 수 있는 대우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복잡한 심정이지만, 손연재, 그녀의 선전을 바란다.

그리고 조금 더 순수하게 그녀의 선전을 기원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은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하다못해 스포츠만이라도...

posted by RushAm 2012. 8. 7. 23:23

금메달을 따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떤 기업은 아파트를 지원한다고 나섰고 어떤 기업은 전화통화에서 자사의 인스턴트 라면 상표가 나왔다는 이유로 라면을 평생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네티즌들은 이 라면 업체를 향해 '라면 홍보하려고 꼼수부린다, 지원이 너무 박하다, CF를 찍게 하지' 라는 식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선수에게 어떤 댓가 없이 지원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네티즌들은 그 속내가 괴씸하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그 비난하고 있는 네티즌들 중에 양학선에게 지금까지 10원 한장 지원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금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양학선을 감싸고 돌며 뒤늦은 주인의식을 갖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방법이나 접근 자체가 약간 빗나간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선수를 스폰스하는 것은 홍보효과를 노리던 말던 굉장히 힘든 결정을 요한다. 문제는 그 시기다. 지금 기업들을 비난할 포인트는 라면이라는 금액적 가치가 낮은 현물 지원 여부가 아니라 바로 양학선이 금메달을 딴 직후에 대부분의 스폰이 쏟아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해는 한다. 힘든 결정이라는거, 그런데 당신들은 그 힘든 결정에서 너무 몸을 사리다가 떡고물만 바라는 추잡한 모양새를 보여버리고 말았다.

 

양학선 선수가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것은 올림픽이 개최되기 꽤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그리고 양학선이 금메달을 노릴 만한 유망주라는 사실은 이미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때부터 체조계에 차고 넘치도록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때 당시 이 어린 유망주가 가정 형편에 신경쓰지 않고 운동에 전념하도록 아주 작은 스폰의 손길을 내민 기업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올림픽 시작하기 직전까지 훈련수당을 집에 입금해야만 했다.

 

저 배경과 저 메달들을 보고 기업들이 망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비인기종목이다. 여홍철이라는 훌륭한 선수가 있었고 그가 은메달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여홍철은 국민적 영웅이 되지 못했다. 오심에 울었던 양태영 선수와 그 난리통속에서 은메달을 딴 김태은 선수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 관심에서 멀어져버리고 말았다. 기업이 걸 수 있는 건 금메달 뿐이었고 그마저도 홍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보장할 수 없었다. 그만큼 주판튕기기가 시원스럽지도 못했을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의 이번 지원은 그 동기가 불순하기 짝이 없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그런데 이미 역사적인 금메달을 딴 지금까지도 큰 손, 이른바 돈이 넘쳐나는 대기업들이 양학선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처음 있는 일이니 얼마나 주판을 신중하게 튀겨야겠는가? 에초에 반드시 스폰을 해야할 사회적 의무도 없고 말이다. 어떻게든 투자한 만큼 남겨먹어야하는데 답이 안나오니까...

 

...

 

양학선 이전에 '김연아'가 그랬다. 김연아는 주니어때부터 피겨 전문가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하는 최고의 유망주였고 이미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등의 시니어 무대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성장해주면서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직전까지 김연아를 공식적으로 스폰한 큰 손기업은 K모은행이 거의 유일했고, 금메달 직전에 세계를 거의 씹어먹을 수준으로 성장한 뒤에서야 하이트진로, 매일유업 그리고 삼성전자가 달라붙어서 콩고물을 털어먹기 바빴다. 지금 김연아가 스폰을 받고 광고를 찍고 있는 기업들 중 그녀가 연습장이 별로 없어서, 스케이트 살돈이 없어서 고생했던 과거에 관심을 갖고 나서서 투자했었던 기업은 없었다. 피겨는 그 이전에도 이렇다할 스타가 없는 비인기종목이자 무관심종목이었으니까 당최 샘플이 없으면 뭐 하나 하지도 못하는 ㅄ들이 주판 튕기기를 간단히 끝냈을리가 없었을테니 말이다.

 

 

기업들에게 고한다. '스폰'이란 그 선수가 얻은 걸 나눠먹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 선수가 아주 어릴때부터 가능성만을 보고 그 선수가 정상급 기량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뛰고 움직여주는 것을 우리는 보통 스폰이라고 말한다. 지금 스폰이라는 이름 자체를 더럽히면서 모든 걸 완성한 양학선에게 콩고물 털어먹을 궁리만 하는 역겨운 행태야말로 국민들이 제대로 보고 일침을 가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리고 국민들에게 고한다. 기업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우리도 잘한 게 별로 없다. 비인기종목에게 뭐 하나 해준 것도 없으면서 금메달을 따오면 우리편, 못따면 죄인이라는 마인드가 몇십년째 그러지 말자는 캠페인만 벌일뿐 별로 나아진게 없다. 선수촌을 세금으로 운영한다고 그들이 우리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마인드라도 가질 셈인가? 당신들이 인기 비인기 종목을 막론하고 아주 작은 가능성부터 관심을 가져준다면 기업들은 주판을 튕길 필요가 없다. 우리가 직접 돈을 내서 지원해주는것보다 작은 데서부터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선수들에게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금메달을 딴 양학선을 본다. 그의 과거도 이제서야 되짚어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의 그를 칭송하고 기업들도 지금의 그에게만 돈을 준다. 그래서는 안된다. 지금 선수촌에는 양학선 이상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인재들이 외적 요인으로 인해 그 미래를 부정당하고 있는 선수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양학선의 지금에 투자하고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양학선의 과거에 스폰을 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그와 같은 과거를 살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에게도 양학선과 같은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

 

스포츠 강국은 금메달의 과거에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출발한다.

금메달의 영광을 나눠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국민들과 기업 모두

과거가 없이 금메달이 만들어질거라는 모순된 욕심을 이제 버리는 것은 어떨지 싶다.

 

 

posted by RushAm 2012. 8. 5. 08:02

축구의 인기가 예전만 못했(었)다 2002 월드컵 이후 축구의 인기는 점점 시들해졌고,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국대 경기에 가슴을 졸이지 않게 되었(었)다. 표면적인 성적은 떨어졌지만 한국 축구는 계속 강해져만 갔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한낱 평가전 정도로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시청율마저 곤두박질쳤다.

 

왜 그랬을까? 예전에는 우리가 참 실력은 좋았는데, 이상하게 큰 대회만 나가면 편파판정을 당하거나 선수들이 몸이 굳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채 뭔지 모를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왔기에 '도대체 우리나라는 언제 제 실력으로 맞붙는가'라는 탄식 속에서 항상 남들 앞에서 제 실력을 잘 못내는 답답한 아들을 둔 부모 마음처럼 타들어갔었다. 1948년 눈물이 멍든 가슴팍으로 떨어져 젹신 쓰라림부터 시작된 역사가 그랬다. 우린 늘 강하다고 자부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아주지 않았고, 답답했으며 억울했다.

 

 

그런데 2006년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이같은 평가는 사라졌다. 우리는 스위스전의 그 마지막 편파판정을 끝으로 더 이상 제 실력보다 낮은 평가를 받지도, 강대국의 성적을 위한 정해진 대본의 희생양이 되지도 않았다. 당당히 원정 16강 진출자로서 축구 강국이 되어 있었다. 스타 플레이어도 있었고 팀 전원을 유럽파로 맞춰낼 수도 있었다. 더 이상 이변의 주인공이 아닌 제 실력으로 승부하는 축구 강국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정작 축구 강국이 되니 마냥 안타까워 감싸고만 싶었던 아들이 불쑥 커버린것처럼 더 이상의 보호본능이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른다. 우린 더 이상 승리에 절박하지 않았다. 이기면 즐겁지만 져도 더 이상 억울하지 않았다. 월드컵 16강전 당시 우루과이 수아레즈의 골은 완벽했으며 우린 사력을 다한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우리나라의 패배를 안타깝고 억울해하지 않았고 축구를 외면했다. 더 이상 안타까워해줄 필요가 없었으니까, 불의로운 승부는 더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분위기가 심상치않았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상하게 각 종목의 몇몇 선수들이 실력에 반하는 억울한 일을 당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분노했다. 이 분노는 금방 식는 듯 했지만 차분하게 사람들 마음속에 쌓여가고 있었다. 식어갈만하면 또 한명의 억울한 희생자가 나왔다. 억울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좀 선진국이 되었다고 믿었던 우리나라는 스포츠 외교에서 여전한 후진성을 보이며 약소국의 기억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만다.

 

 

 

아 우린 억울해도 아직 세계에 당당하게 말해줄 만한 힘이 없구나

우리가 우릴 스스로 못지키는구나

 

 

사실을 알건 알지 못하건 이런 사실은 조용히 그리고 확실하게 쌓여갔다.

그리고 오늘 그 악의 결정체와 약소국의 설움을 기억해낸 울분이 카디프시티에서 맞부닥쳤다..

 

사진제공 : 스포츠조선(www.sportschoson.com)

 

사람들은 전반 초반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설마 영국이, 개최국 영국이, 자존심 강한 그 영국이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국은 절박했다. 절박함은 사람들을 악마로 만든다. 그들은 무슨 이유를 들어서라도 이겼어야 했던 모양이다.

 

전반 중반 우리나라가 한 골을 넣으며 앞서갈때만 해도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실력으로 승부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던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패널티킥이 판정되는 순간부터 경기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랬다. 이 경기는 그 순간부터 그냥 단순한 축구 경기가 아니었다.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나은지 아닌지를 판단할 이성적 룰이 어긋나버렸다. 영국은 이기려는 마음이 너무 강한 나머지 심판과 선수들을 악독하게 만들어버렸다. 우리는 그 악에 당할 처지였다. 패널티킥을 막아낸 정성룡과 그 정성룡이 부상을 당해 실려나가는 모습을 본 그 순간 이미 이 경기는 축구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이번 올림픽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가슴속에 차분히 쌓아둔 국민들의 마음도, 뛰는 선수들의 마음도 똑같았으리라...

 

 

 

 

 

'이 새끼들...이기고 싶다!'

 

 

 

 

 

사진제공 : 스포츠조선(www.sportschoson.com)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한국 관객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아마 티비를 시청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빛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 경기는 더 이상 스포츠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 이미 스포츠로서 누더기가 되어가기 직전인 올림픽, 그걸 알면서도 표면적인 성공을 위해 묵인했던 영국이었다. 우리는 바로 직감했다. 이 경기마저 지면 우린 이 누더기같은 올림픽의 억울한 패전국으로 영원히 기록될지도 모른다고...

 

사진제공 : 스포츠조선(www.sportschoson.com)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손은 떨렸고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가슴은 옥죄여왔고 입은 마르다못해 타들어갔으며 체온이 떨어져 오한이 오기 시작했다. 뛰는 선수도 응원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오랜만에 10년 전의 이탈리아라는 거대한 악을 향해 싸우던 태극전사들을 응원했을때처럼, 우리는 응원에 힘을 주었고 120분동안 그라운드에서 혹은 TV앞에서 모두 함께 뛰었다.

 

악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심판은 언제부터인가 정상적인 판정을 하기 시작했다. 영국 선수들은 급격히 지쳐갔고 스포츠의 세련됨이 사라진 경기는 이미 그 가치를 잃은 채 난투극의 처절함만이 남았다. 그렇게 누군가는 이 승부를 가져가야 했던 그 상황에서 우리는 이 새끼들을 결국 이겼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www.yonhapnews.co.kr)

 

 







축구는 이래서는 안된다. 어떤 이념적 울분에 대한 대리전이 되어서도 안되고 다른 외부 요인이 승부에 개입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우리나라의 축구 실력은 진보할 수 없고 전 세계에 우리가 강팀임을 어필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이 열기가 식으면 거짓말처럼 축구의 인기는 사그러들지도 모른다.

 













 

사진제공 : 스포츠조선(www.sportschoson.com)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축구인것을...

 

사진제공 : 스포츠조선(www.sportschoson.com)

 

그래서 난 여전히 축구가 좋다.

posted by RushAm 2012. 7. 14. 02:52

결국 방통위가 m-voip를 제한해도 괜찮다고, 아니 괜찮도록 법까지 수정해주시는 걸로 일단락이 났다, 사람들은 방통위를 가루가 되도록 까고 있지만, 사실 방통위만 그렇다고 까이는 것도 방통위 입장에선 억울하기 그지없을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정부산하기관 중 어느 하나 국민들 편을 들어주는 대의적인 정책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수입차들이 가지고 오는 크루즈 컨트롤이나 방향제어 헤드라이트 그리고 이번 K9에서 보여준 차유리에 속도표시되는거, 그거 다 현기차가 옵션 만들어서 팔 수 있기 전까지 도로교통법으로 금지했던 것들이다, 사유는 물론 '국민들의 안전에 위해가 되기 때문이고 국내 실정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안맞는다는 국내 실정과 국민들의 안전이 현기차가 옵션을 만드는 순간 일거에 해결이 되어버렸다는 건데... 물론 이게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방통위만 특이하게 통신사업자들이랑 붙어먹는다고 보기에는 좀 그렇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 유관기관이면 무조건 해당 주력사업 기업 편으로 흐르게 되는걸 당연시하는게 사실이니까.

 

몇년전까지만 해도 운전 시야를 가려 사고를 유발할수 있다는 이유로 불법이였던 HUD 그런데 K9 출시를 기념해서 불법이었던 이게 슬그머니 해금되어 최첨단기술을 마침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땡큐 현기차!(??)

 

그런데 이 논리는 최첨단 IT를 선도한다는 기업이나 그 기업들을 관장한다고 내놓은 것 치고는 좀 부실하다. 사실 망중립성 어쩌고 나오는거 어려워서 못들어주겠고 결론은 '사업권 침해'라는 거 아닌가? 자기들은 음성 통화와 데이터 통신 사업을 하고 있는데, 데이터 통신을 이용한 업체 중 하나가 '음성 통화' 서비스를 시작하니까 가뜩이나 몇조원을 방통위에게 처발라서 주파수사업권 따낸 이통사들이 '재들이 편법으로 우리 밥그릇 뺏어요 그렇게 돈 처받았으면 막아주셔야죠 뿌우~' 라고 방통위에게 아양 반 협박 반을 날린거고 당연히 (?) 방통위는 받은 게 (??)있으니 서비스를 제한한거다 (여기서 우린 방통위가 주파수를 팔면서 이통사들에게 얼마나 많은 밀약을 했는지를 잠시나마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국민들에게 설득이 되느냐에 문제가 남는다. 이통 3사에 대한 여론은 별로 좋지 않다. 언제나 뭐만 있다하면 사업 망할것처럼 울부짖으면서도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며 어려운 환경(?)하에서도 실적을 올린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는 꼬락서니를 몇년째 보고 있으니 아무리 우매한 국민이라도 여론이 좋아질리 없잖은가, 그런데 여기에 이통사가 내놓은 논리는 '우리는 3사로서 정당하게 돈을 내고 음성사업자권을 산, 한마디로 세금 내고 서비스하는 업체고 쟤들은 그게 아니니까 돈 받은 만큼 쟤들 막아줘'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리고 데이터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음성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65요금제 이상으로 제한한다는 발표도 곁들였다. 이통사들은 이마저도 조금 찝찝했는지 m-voip가 얼마나 망 부하를 심각하게 초래하는지를 역설하려다 데이터 실제 부하율 공개를 요구하자 데이터 성격별 집계가 기술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살짝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근데 65요금제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m-voip 용량은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것인가?)

 

SKT가 아무리 국내에서 하는 짓이 병신같아도 그 개처럼 벌어들인 돈이 수천조니까 일단 돈빨로만 밀어붙여도 국제시장에서 구매력 (혹은 호구력) 은 큰 편이다. 돈 가진 사람 잘 안해주는 나라 없으니까,

일단 그들의 논리가 모두 맞다라는 가정 하에 이 글을 풀어볼까 한다. 비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음성 통화지만 음성 통화를 이미 하고 있는 사업자의 데이터망이므로 자신들이 서비스를 제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논리도 받고 m-voip로 인해 음성 통화 수익이 줄어들 경우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결국 추가적인 시설 투자가 불가능해 국내 모바일 통신 시장의 경쟁력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는 논리도 가소롭기 그지없지만 일단 받아들이기로 하자, 그리고 지금부터 그들이 m-voip를 막기 위해 내세운 논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그걸 또 받아준 방통위는 얼마나 노골적인지,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꼬집어볼까 한다.

 

 

1. 음성통신과 데이터 통신의 상관관계

 

우리의 요금제를 한번 살펴보자 스마트폰 요금제를 기준으로 보통은 다음과 같은 패키지 형태로 구성되어있다.

 

1. 음성 통화 정액 (시간 단위 종량)
2. 단문, 장문 전송 서비스 정액 (정해진 과금액 하에서의 종량)
3. 데이터 요금 (무제한 혹은 주어진 용량 하에서의 종량)
4. 기타 부가 서비스

 

등이며 이게 스마트폰에서는 패키지 형태로 묶여있는 방식, 그렇지 않은 요금제에서는 별도로 과금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쓰는 34,44,54요금제 등이 제각각의 조건별로 이 4개 서비스가 정해진 양 만큼 사용할 수 있는 패키징이 되어있는 형태이며 표준 요금제라고 해도 어차피 m-voip를 사용하려면 1번만을 이용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3번을 함께 사용해야 하므로 사실상 차이는 없다

 

통신사가 주장하는 것은 3번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에서 1번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내용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게 과연 그런지 다시 한번 살펴보자


우리가 사용하는 요금제 중 모든 항목이 종량화되어있는 34요금제의 면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음성 150분
2. 단문 장문 전송 서비스 3000원 상당
3. 데이터 100mb
4 기타 부가서비스

 

이미 통신사는 34서비스에서는 m-voip 사용을 제한하고 있기에 정당한 비교는 될 수 없지만, 일단 이 요금제에서 통신사가 침해당했다는 1번의 경우 150분이라는 계약 조건이 있다. 즉 1번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4요금제에서 150분 이상을 데이터 통신 (와이파이는 통신사께 아니므로 제외) 으로 사용한 초과분에 대해서만 부과할 수 있다. (물론 이는 1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채 m-voip만을 사용했을 때에 가능한 계산이다) 왜냐하면 이미 통신사는 1번 사업을 하는 데에 있어 150분이라는 통화량을 보장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1번 사업권의 침해는 150분 이상을 넘지 않으면 주장할 수 없다

 

물론 데이터 내의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통신사의 주장은 분명 1번 사업을 하고 있고 3번 사업의 서드파티쯤 되는 기업이 1번을 넘보고 있으니 막아달라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서드파티의 서비스권 이전에 우리가 받아야 할 '통신량'에 대한 정액제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 34요금제의 경우 150분, 더 비싼 요금제일 경우 더 많을 수 있다. 당연히 서드파티를 제한하기 전에 우리가 1번이든 3번이든 뭘 쓰든 상관없이 150분이라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권리다. 왜 데이터와 음성 사용량을 동일시하냐고 묻는다면 통신사의 논리가 처음부터 데이터가 음성 사업권을 침해한다는 병신같은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모자라 아이패드까지 팔고 싶었던 이통사들이 내놓은 태블릿 요금제, 이 요금제에는 음성 통화가 아예 서비스되지 않는다. 왜냐 전화기가 아니기때문에, 그렇다면 이 태블릿 요금제에서는 m-voip를 사용해도 통신사 차원에서 막을 방법은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굳이 이 요금제를 쓰지 않더라도 그냥 패킷만 쓴다고 한들 막을 원칙 자체가 없다. 그런데 그들은 이미 태블릿요금제에서도 m-voip를 막을 채비를 마친듯하다.

 

게다가 통신사가 이런 논리를 펼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1번 종량과 3번 종량의 환산치와 통합치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다. 통신사가 주장하는 대로 음성통화 사업권이 데이터 통신 서드파티로 인해 침해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통신사가 처음에 저 요금제를 내놓을 당시부터 음성 150분, 데이터 100메가가 아니라 250포인트 중 데이터 250메가, 혹은 음성 250분을 자유롭게 복합적으로 쓸 수 있도록 요금제를 미리 손봐놨어야 했다. 이렇다면 분명 데이터 서비스가 음성통화 서비스와 같게 되어 m-voip서비스를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음성통화량을 깎을 수도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서드파티가 m-voip 서비스를 하는 것이 그들의 영업권 침해가 된다.

 

그러나 그들은 하지 않았다. 왜? 끼워파는게 훨씬 돈이 되니까... 남은 통화량 다 안쓰고 남은 문자 다 안쓰는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그렇게 해도 남은 통화나 문자는 이월되지 않고 더 많이 쓰는 쪽으로 몰아주는 서비스를 해서 손해를 보기 싫었으니까, 그들은 스스로 무덤을 판 거다.

 

 

반드시 1종 선택! 이라는 문구가 들어온다. 정부에게 떠밀리다시피 하며 내놓은 선택형요금제가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하고 외면당한 이유는 다르지 않다. 그들은 음성통화가 가진 가치가 엄청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데이터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음성의 가치가 이미 그들 속에서(만) 높아질대로 높아졌기때문에 음성 대비 데이터를 엄청나게 많이 줄수밖에 없고, 그러면 사람들은 음성을 아무도 안쓰고 데이터를 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양손에 꽃을 들고 밥을 먹으려고 하니 그게 되겠는가?

 

 

2. 그들은 왜 통합하지 않았는가?

 

통신사들이 남은 종량 이월이나 각 항목별 통합제로 관리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우리가 쓰는 요금제가 바로 저 4개항목만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까발려지기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에 예로 든 34요금제 예시에서 3만 4천원을 기준으로 얼마가 들어가는지를 살펴보자

 

1. 음성 150분 (초당 1.8원으로 계산) 16200원
2. 단문 장문 전송 서비스 3000원
3. 데이터 100mb (0.5kb당 0.025원으로 계산) 5000원
4. 기타 부가서비스 9천원+a ??

 

일단 1부터 3만 합치면 24200원이 나온다 중요한건 저 요금은 원가가 아니라 그들의 순익이 모두 포함된 실제 서비스되고 있는 종량 요금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 나온 24200원은 그대로 소비자가로 봐도 무방하며 이익이 충분히 발생된 금액일것이다. 그렇다면 약 9천원여의 돈이 4번 부가서비스에 할당되었다는 이야기일까?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불필요한 부가서비스를 끼워팔기한 독과점법에 위반되는 사실일텐데, 끼워파는 부가서비스의 면면을 보면 아무리 봐도 그정도만큼의 가치를 보여주는 부가서비스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체 이 9천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아무튼 통신사는 이미 24200원으로 적정 수준(?)의 이익을 거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9천원의 어떤 사업과 그에 따른 이익을 얻은 셈이 된다. 물론 이런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알기에 따분한 사실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아는 사람만 아는 거랑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아직도 휴대폰 매장에서 노인이랑 주부들 낚는 폰팔이들이 쓰는 수법의 함정을 모르고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낚이고 있는지조차 모른채 낚이는 실정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럴 리가 없는 대인배같은 대기업들이 조장했다는 게 드러나버린다는 것 자체가 역풍을 맞는다는 거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질리도록 국민들에게 (죽는 소리)를 해댔으니까...

 

 

사실 얘들도 정부 시책에 맞춰서 모듈형 요금제를 내놓는다던지 맞춤조절 요금제를 내놓는다던지 별짓을 다해왔다. 그런데 그 어떤 요금제에서도 '데이터'와 '음성'을 상호 교환해서 쓸 수 있는 형태는 없었다. 왜일까? 통신사들은 m-voip를 허용하고 안하고가 중요한게 아니기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1.8원으로 책정하고 있는 그 가격 자체를 내리기 싫은거다, 지금처럼 비싸게 받고 팔고 싶은데, 세상은 변하고 있고 m-voip는 가격하락을 부추길것이다. 예전의 유선전화가 그랬고 지금의 국제전화가 그렇다. 이젠 이동통신의 차례가 오니 발악을 하는거다. (우리 계속 부자로 있고 싶다고)

 

 

 

음성 통화 사업자로서 어떤 형태로든 이미 계약한 통화량을 쓰는 것도 못하게 만들어놓고 자신들이 통합해서 관리하지 않았으면서 통합된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통신사와, 현행 상으로는 사업권 침해가 될 수 없는 사안임에도 m-voip 제한을 자율적으로 허용한 방통위, 그들은 그들 스스로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m-voip가 왜 자신들의 사업권을 침해하는지 스스로 증명해내지도 못하고 있고 그걸 그렇게 만든 건 우리가 아닌 통신사 스스로가 파놓은 함정이다. 스스로 패착을 저지른 자에게 그닥 자비롭지 못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어찌하여 돈많은 기업들에게는 이렇게도 자상하고 친절한지 모를 일이다.

 

 

난 분명히 글을 쓰고 있는데 느낌은 벽하고 이야기하는 기분이 벌서부터 든다

아마도 부질없는 짓이라는 반증이리라...

 

 

 

뱀발

 

SKT는 조만간 데이터망을 이용한 음성 통화 서비스인 VOLTE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만일 이 사업 내용이 사실이라면 SKT는 m-voip를 제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신사가 된다. 다만 그걸 미리부터 제한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어디까지나 VOLTE서비스를 시작한 다음, 그것도 VOLTE가입자에게만 한정해서 m-voip를 제한할 권리가 그제서야 생길 뿐이다.

 

게다가 SKT는 VOLTE요금제를 완전 통합하는 것이 아닌 VOLTE에서 발생되는 음성 통화에 대해 별도 시간 과금을 할 예정인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LTE망에서 데이터 패킷을 깎으며 통화를 하는데 그 통화하는 시간 만큼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는 체계인 것이다. 이런 요금제 내놔도 이게 뭐가 잘못된건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기에 가지는 자신감일 테지만, 참 뭐라 할 말이 없는 기업이다. 

 

 

 

posted by RushAm 2011. 4. 22. 14:54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그렇게 들어오라고 해도 안들어오던 스마트폰이 아주 봇물이 터지셨다.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아이폰은 구경조차 못해보던 이 나라가 이제 '스마트폰'이 아니면 신규 가입도, 기기 변경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스마트폰을 반 강제적으로 손에 쥐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할 것을 강요당한다.


딱 10여년 전이 그랬다. 인터넷 붐이 일었다. 그리고 PC가 마구 보급되었고 전국에 인터넷망이 마구 깔렸다. 세상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TV에서는 인터넷만으로 생활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다큐멘터리가 연일 방영되었다. 관공서들과 은행, 각종 서비스 기업들은 속속 인터넷 서비스를 앞다투어 개시했다. 그렇게 이 세상은 속속 '인터넷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이 '인터넷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으로 속속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인터넷은 '사용 수단'이지 필수 요소가 되어서는 안되는데도 말이다. 이는 인터넷 활용에 적응이 늦은 연배 있으신 분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태초부터 기계치가 있는 것처럼 컴맹, 인터넷맹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인터넷이라는 세상의 '변혁'에 휘말려 희생을 강요당하고 말았다. '넌 이것도 못하냐'라는 지조섞인 비웃음과 함께...


왜 인터넷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되기까지 국민적인 저항이 별로 없었을까? 그것은 인터넷의 미디어적인 편리성 이전에 '경제성'을 내세워 보급에 속도를 붙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우선 '공짜'였다. 모든 서비스가 공짜라는 점을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인터넷은 최소한 '오프라인'에서 파는 물건보다 훨씬 싸야만 했다. 안 그러면 팔리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오프라인 서비스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절차에 비해 훨씬 저렴한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생각보다 '매우 불편'했으니까...

IT강국이라는 키워드에 취해 전 국민을 IT화시켜 마치 '젊은 엄마들의 아이자랑'마냥 세계 각료회의에서 인터넷 보급율 같은 범국민적 지표를 자랑하고 싶었던 이 나라는 그러한 수치적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국민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일원화시키기에 급급했다. IT가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어디까지나 동등한 이용 권리를 주어야만 한다는 보편적 권리에 대한 개념은 이 나라에 없었다. 나이 든 중역들도 반 강제적으로 페이퍼레스 운동에 동참해야 했고, 그들은 이메일로 보고를 받은 다음 그것을 열지 못해 다시 프린트해서 보고를 받고 다시 그에 대한 답변을 서면으로 작성에 이메일에 옮기는 것을 부하직원에게 시키는 웃지 못할 일을 벌어야만 했다.


인터넷은 편리하지 않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다고 착각하는 이면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인터넷 뱅킹을 예로 들어볼까? 우리는 '도장'하나로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었던 예전 송금 방식에서 'ID','패스워드','공인인증서 로그인 패스워드(영숫자혼합8자리 이상)','이체비밀번호','인터넷 이체 비밀번호 (영숫자혼합6자리 이상)'을 '직접'암기해야 한다. 여기에 보안카드 번호를 직접 '틀리지 않게 입력'해야 하는 수고도 들어간다.

다들 직접 방문하는 거리적 수고를 덜었다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이런 불편함이 수반된다. 그리고 이같은 IT의 변화는 결국 국민들의 대대적인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개인정보 유출, 인터넷 쇼핑몰 대형 미발송 사기사건, 그리고 최근 발생한 농협의 전산작동불능이 그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인터넷을 쓰고 싶지 않거나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을 싸잡아 우민화시키며 세상을 살아가는 선택권을 빼앗아가면서까지 우선 사지로 내던져 '알아서 살아남아라'는 식의 정책을 주창했던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국가가 있다.

컴퓨터를 못 하는 원숭이가 문제가 아니라 원숭이에게 컴퓨터를 던져 준 사람이 문제가 아닐까?


지금의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으며 쓰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나 막힘이 없다는 응답을 한 사람이 전체 사용자의 16.7%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 그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에서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하고 잇다'라는 것, 미국이나 일본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은 '스마트폰'을 못쓰게 한 적도 없고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것을 못쓰게'한 적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만 하지 않을까?

십수년 전 인터넷 붐과 지금의 인터넷의 위상을 보면서 스마트폰 시대의 흐름을 본다. 이제 겨우 휴대폰으로 문자 보낼 수 있게 될만큼 '노력'했던 사람들이 스마트폰 시대로 인해 또 어떤 환경을 강요받게 될까? 이미 그에 익숙하고 배우기 쉬운 젊은 층이나 타고난 얼리어답터들이 아닌 소수일수도 혹은 다수일수도 있는 사람들을 일단 사지로 내던져 '억지로 그 흐름에 편승'할 것을 강요하고 전국민적 '타이틀'을 국가 '상표'로 이용하고자 하는 지극히 '공산주의적 사회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필자 뿐일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을 보면서 우리는 '가장 효율적'인 것이 가장 '경제적'일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가 농협 사태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인터넷 뱅킹이 '사람들'의 인건비를 줄이고 교통비를 줄일 수 있는 굴뚝 없는 산업 이라며 효율성을 부르짖었다. 그 끝이 농협의 끝없는 경제 논리로 인한 대형 참사라니 재미있지 않은가? 결국 우리는 그 작은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 더 큰 손실을 가져오고 말았다. 그리고 거기엔 그 '효율성'과 'IT강국'이라는 포장지를 위해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생활 패턴을 시대의 흐름이라며 억지로 강요당한 것에 따른 시간적 낭비를 감수할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비효율'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을 놓치게 된다. 후쿠시마 사태와 농협 사태는 이같은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 해야 할 일보다 '돈'이 우선시되었다는 것이 그것인데, 결국 피해는 '작은 효율'에 취해 '작은 비용 절감'에 현혹되었던 (전기료 절감, 수수료 절감) 일반 국민들이 모두 떠안게 되고 말았다. 이젠 이런 '작은 효율'을 추구하는 경제논리적 사고방식에 대한 지지도 거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쯤되면 좀 그 효율성에 발을 맞춰가지 못해 시간과 정신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과 그에 따른 경제적 비효율성도 한번쯤 굽어살필때가 되지 않았는가?

효율이라는 이름 속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비효율의 희생을 수반한다는 것,
우리가 고도성장기에 취해 작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이면에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에는 언제나 '누구나' 라는 말이 항상 들어간다.
누구나, 언제든,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posted by RushAm 2011. 1. 29. 18:39
왕의 귀환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아시안컵 출정에 나선 태극전사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3위다. 51년만에 우승을 노렸던 대한민국으로서는 아쉬운 성적일수도 있다. 아시안컵 우승을 열망했던 박지성을 비롯해 많은 기대를 걸었던 팬들까지 아쉬움은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조금 다른 눈으로 대표팀을 바라보면 의외로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목표를 이룬 듯한, 아니 오히려 목표 이상의 무언가를 남긴 듯한 모습이다. 이번 아시안컵은 물론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도 좋았지만 그 이전에 경기 하나하나 의미가 없는 경기가 없었고 대회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이번 대회 슬로건이었던 '왕의 귀환'을 아주 훌륭하게 완수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7년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3위의 성적을 기록한다. 그리고 2011년 같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일면 성적이 같기 때문에 그때에서 전혀 진화하지 않았거나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지난 3위에 대한 평가와 이번 3위에 대한 평가는 질적으로 완벽하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난 3위 당시 주요 스쿼드를 보자.

GK 이운재
DF 강민수 김상식 오범석 김치곤
MF 김치우 염기훈 김정우 김두현 염기훈
FW 이동국 조재진 이천수 최성국

2006년 월드컵에서 해외파를 빼고 당시 가장 포스가 좋았던 선수들로 구성된 이 팀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스쿼드가 지금 2011년 아시안컵에 비해서 미드필더와 공격진만큼은 '무척 뛰어난' 수준이었다는 사실이다. 2006년 월드컵을 경험하며 프랑스 감독에게까지 극찬을 들은 조재진, 두말이 필요없는 아시안 킬러 이동국, 여기에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하며 이미 없어서는 안될 아시안컵 대표팀 에이스 '이천수'까지, 해외파를 안 부르며 처음부터 대회를 '베어백 쫒아내기'로 일찌감치 테마를 내정한 축구협회만 아니었다면 아마 사상 최강의 스쿼드가 탄생할수도 있었다. 그정도로 공격력, 특히 아시아권에서의 공격력 레벨은 최상급에 가까웠다.

훗 가소로운 것들...


그런데 당시 베어백은 골문을 틀어막는 전략을 짜는데, 포백을 모두 내리고 이따금 오범석과 김치우의 오버래핑만을 남겨둔 채 압박 축구가 아닌 '압박 수비'를 선보이며 무려 630분간 무실점 기록을 세우는 한편 630분간 무득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함께 세운다. 베어백이 지극히 수비적인 감독이어서 그랬을수도 있지만 당시 스쿼드를 보면 그의 총체적 고민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한마디로 '세대교체'를 이미 한 번 실패한 대표팀을 그대로 이끈 채 성적을 내야만 했던 어려움에 직면했던 것이다.

우선 공격진을 보자 선발로 주로 나섰던 조재진, 이천수를 대신할 서브 스쿼드는 누구였을까?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던 이동국과 우성용이다. 조재진, 우성용, 이동국 모두 같은 스타일의 공격수여서 교체에 별다른 변화를 주기 힘들다는 점은 논외로 치더라도 즉 이 당시에는 이들 셋을 대신할 수퍼 서브로 적합한 선수가 없었으며 이들이 혹시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나마 기대하기 힘든 공격진에 암울함을 가져다줄 것이 자명했다. 이들이 과연 적극적으로 몸싸움에 임할 수 있었을까? 혹은 그렇게 지시를 받을 수 있었을까?

미들진은 어떨까? 측면 공격 이외에 중원에서 중심을 잡으며 밀어줄 수 있는 선수는 김두현과 김정우 뿐이었다. 이호는 볼란치로 적합하지만 공격 전개 능력은 무척 떨어지는 평가를 받았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염기훈이나 김치우처럼 측면을 빠르게 파고드는 스타일 이외에 그들의 속도에 맞게 패스를 연결해줄만한 선수가 '김두현'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공격 전개가 잘 안될 때, 즉 김두현과 상성이 잘 안맞는 팀을 만나거나 김두현이 지치면 교체 카드는...이호나 김정우밖에 없다는 현실, 그렇다고 중원을 빼고 측면을 보강하면 그나마 불안한 중앙이 시원하게 뚫려버린다. 그들은 필연적으로 체력을 아껴야했으며 젊은 선수들의 오버래핑과 이동국, 조재진에게 맞춰주는 단조로운 뻥축구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것이다. 왜냐 내 발에 쥐가 나면 팀이 암울해지니까


수비진은 아예 할 말이 없다. 왜 베어백이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한국판 카테나치오를 전개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절절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대표팀 붙박이 상징적인 누군가가 없었다. 지금 저 당시 포백을 이루었던 선수들 중 어느 누구도 2011년 아시안컵에 승선하지 못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당시 포백에 수미로 김상식이 들어간 이유를 보면 당시 수비진의 불안감과 세대교체가 얼마나 힘겨웠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 마디로 선수단 전체가 안고 있는 '세대교체 실패'가 팀의 기록 3위, 630분 연속 무득점의 공격력 저하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만들었던 셈이다. 만일 수비가 안정되고 미들진에 변화를 가져올 만한 서브, 그리고 좀 더 젊은 공격 옵션들이 풍부했다면 당시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당시 공격력은 결단코 2011년 대표팀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 시리듯 수비진의 붕괴는 미들의 실종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었고 공격진은 전혀 패스를 이어받지 못한 채 자기진영 깊숙히 내려가야만 했기에 특유의 스피디한 공격전개를 펼치기에는 정말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 게다가 그토록 염원했던 골키퍼의 세대교체는 아예 엄두조차 못내던 상황, 2007년 대회는 우승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실패일수밖에 없었다. 세대교체의 의미도 없었고 그렇다고 대회에 대한 이렇다할 동기부여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직 4강 이상이 아니면 베어백 짜르겠다고 말한 엄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이런 팀을 다른 나라 팀이 무서워할리가 없다. 당시 아시안컵 대표팀은 마치 성문을 단단히 잠그고 농성을 하는 모양세였던탓에 공격진도 특유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로인해 상대팀에게 마음놓고 공격당해도 상대진영의 뒷공간이 열리지 않았다. 샌드백을 무서워하는 복싱선수는 없다. 가끔 너무 세게 치다가 그 친 반동에 얻어맞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샌드백을 무서워하지 않았고 또 무서워해서도 안됐다.



지난 일 얘기는 이쯤 하고 이제 2011년 아시안컵 스쿼드를 보자

GK 정성룡
DF 곽태휘, 황재원, 조용형, 이용래, 차두리, 이정수, 이영표, 홍정호
MF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 김보경, 윤빛가람, 기성용, 박지성
FW 지동원 김신욱

일단 젊어졌다는 건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선 수비진부터 짚어보자
중앙 수비자원이 정말 엄청나게 많다. 아니 아예 이영표와 차두리를 빼면 전원 중앙수비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 대회는 곽태휘의 퇴장과 부진도 있긴 했지만 중앙 수비진의 조합을 의외로 굉장히 자주 갈아치웠다. 경험많은 이정수를 기본적으로 고정시킨 뒤 이정수와 호흡을 맞추는 최적의 조합을 찾거나 혹은 우즈백이나 호주같은 장신 공격진을 대비해 제공권이 좋은 센터백 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느냐면 각 센터백들이 파이터형이나 제공권 장악, 안정적인 게임운영, 몸싸움에 능한, 공격전개 능력 등 제각각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스타일의 팀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래없는 메이저 대회에서의 센터백 로테이션 시스템은 '이 선수가 없어도 된다'라는 팀 내부의 심리적 안정감을 도취시키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상대에 맞게 스쿼드를 짤 수 있는' 자원을 만들기에 아시안컵만큼 이상적인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장신과 몸싸움에서는 유럽팀 못지않은 호주, 패싱게임으로 뒷공간을 노리는데 능한 일본, 빠른 스피드와 밀리지 않는 떡대로 악명높은 이란 그리고 홈 텃세와 맞먹는 텃세와 압박을 이겨내야 했던 바레인, 다득점을 노려야만 했던 인도전 모두 버릴 게임이 하나 없는 완벽한 시험무대로 부족함이 없었다. 이기는 것은 공격에 의한 골이지만 그 골을 만들기 위한 시작은 상대로부터 수비가 공을 빼앗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조광래 감독은 가장 먼저 상대의 맥을 끊을 수 있는 수비 전술에 골몰하여 고정된 수비의 조직력과 함께 '상대 맞춤형 수비자원'을 골라내는 데에 역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금까지의 고질적인 수비불안을 달고 살았던 한국 대표팀에게는 정말 고무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는데, 특히 이정수가 없었던 대 일본전에서의 조합은 조광래감독이 의도했던 바가 아주 제대로 드러난 일전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역사상 수비진들이 이렇게 주전 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베어벡감독에겐 강민수가, 허정무 감독에게는 조용형이 있었다. 지금 조광래 감독의 수비수 황태자는? 없다. 지금까지 공격과 미들에서만 이루어지던 주전 경쟁이 수비진에서 그 이상으로 불꽃튀기고 있다.

미들은 또 어떤가? 갑자기 포워드에 가있어야 할 애들이 미들에 바글바글하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경계를 없엔 탓에 스쿼드 자체는 수가 적은 편이지만 내가 내 포지션을 뱃기면 전혀 관계없는 선수의 다른 포지션을 빼앗아버리는 그야말로 먹이사슬 솥발의 형세(?)가 되고 말았다. 네가 아니면 내가 있다는 것, 수비진에서의 붙박이 경쟁과는 또 다른 경쟁, 그리고 협력을 야기했다. 게다가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조금만 시원찮으면 느닷없이 수비수 엔트리의 홍정호와 이용래가 기성용 자리를 노리며 어슬렁거린다. 그런 기성용이 슛같은 패스를 찔러주면 이청용은 이제 혼자 뛰어들어가지 않고 손흥민과 함께 뛰어들어갈 수 있다. 이전에는 박지성의 활동량을 누구도 따라가지 못해 박지성이 휘젓고 다녔지만 이젠 구자철이 같이 호흡을 맞춰준다. 이런 호흡은 선수에게 있어 체력적인 문제를 뛰어넘는 안심감을 선사한다. 몸이 쌩쌩할땐 저 자식이 언제 내 자리를 치고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지만 그 반대로 자신이 몸이 안좋으면 스스로 '자신에 버금가는 라이벌'로서 자기 자리를 매워주는 안심감을 갖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의 선수가 함께 호흡을 맞춰줌으로 인해서 '내 플레이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선수'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예전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정말 수차례 볼 수 있었던 '크로~스....아 근데 아무도 없네요'를 이번 대회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을 아시아의 스페인이라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격진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표팀 공격진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그리고 하는 족족 욕을 먹었다. 공격수가 패스를 받아서 가능한 빨리 골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방에서 기다리면 전방에서 어슬렁거리기만 한다고 욕먹고, 수비를 도우러 가거나 2선이 너무 쳐저있어서 하프라인까지 내려오다가 전방으로 날아가는 뻥패스를 놓치기라도 하면 공격수가 자기자리나 지키지 왜 뒤에서 어슬렁거리냐며 욕을 먹었던 게 우리나라 공격수들의 숙명이었다. 이렇다보니 골 결정력이 높아질수가 없다. 전방으로 들어오는 패스는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공격수에게 전달되어야 공격수가 그 정확한 패스를 받아서 더 정확하게 힘을 실어 골문으로 향할 수 있는데 이 말로는 한없이 쉬운 이게 지금까지 안 됐다는 거다.

조광래 감독은 이게 가능하게끔 만들기보다 아예 안하면 안되게끔 만들었다. 이름만 미드필더인 공격수들을 대거 미들로 쳐지게 만들고 공격수 (원톱) 역시 그들과 함께 뒤섞이게 만든 것이다. 이른바 제로톱 전술이라 불리는 이것은 상대에게 엄청난 혼란을 야기하는 반면 최종 화룡점정을 찍는 사람의 부담은 한층 덜해진다. 예를 들어 원톱이 반드시 정해야 하는 경기에서 원톱에게 크로스가 올라오면 원톱은 어떻게든 '내가 제일 앞에 있으니 내가 이걸 슛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재대로 발에 맞추지 못하곤 했다. 그걸 조광래 감독은 '자신이 없으면 볼을 돌려라' 는 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고 주변에 돌아보면 다들 자기보다 골을 잘 꽃을 녀석들이 주변에서 나한테 패스 달라고 으르렁대고 있는 상황이니 원톱은 볼을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한결 마음이 편해질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백날 이런 전술이 먹힐 리가 없다. 가끔 상성이 안맞는 팀도 있다. 주로 경험많은 볼란치와 센터백이 패스 흐름을 읽고 끊어버리는 식의 플레이에 익숙한 선수가 많은 팀이 그렇다. 이번 일본 대표팀이 대표적인데 이런 팀을 만나면 으르렁댈정도로 신명나던 미들의 분위기가 바로 죽어버리고 경기가 답답해진다. 이런 경우에는 다소 단조롭더라도 확실히 골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전술로 수정할수밖에 없다. 그게 가능한 옵션이 '김신욱'이다. 크다는 것 그건 농구선수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물론 좋은 결과를 내진 못했지만 조광래의 이런 공격수 조합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시험무대에 오를 것이고 신기하게도 국내에는 축구 유망주들 사이에 '박지성 붐'이 일어 키가 작고 활동량이 뛰어난 유망주만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풍도여서 이런 아예 대놓고 세워버리는 장대 공격수가 정말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번 아시안컵만으로 김신욱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장대들과는 좀 격이 다른 것 같다


이런 팀은 상대에 있어서는 공포 그 자체다. 특히 감독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준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이란전'이다. 압신 고트비의 자신감은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니었지만 그는 '손바닥 들여다보듯 잘도 들여다보이는' 한국 대표팀에게 단 한골도 넣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제대로 정착도 안된 센터백에게 번번히 막혔고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온 이용래의 커팅에 번번히 흐름이 끊겼으며 느닷없이 후보로 데려왔을 윤빛가람에게 한방을 먹었다. 몸싸움에 자신있는 이란이, 경기 흐름을 끊고 호흡을 괴롭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이란이 이번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패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아시안컵 대한민국 대표팀이 감독으로서는 정말이지 만나기 싫을 만큼 괴로운 상대였다는 것이다. 도무지 예측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는 수비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공격진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예전에는 대한민국 상대팀들의 전술이래봐야 별거 없었다. 그냥 '이동국을 막아라'였다. 정말이었다. 진짜 이동국만 막으면 어쨌든 됐으니까, 즉 누가 골을 넣을지 대략 정해져있었다. 대략적이긴 하지만 공격도 예측이 되던 팀이었다는 것이다. 2006년 이후 골결정력 부족을 지탄하던 언론들에서 늘상 듣는 이야기가 '대표팀 득점이 공격수보다 미드필더 심지어 수비수가 더 많은 경우도 있다'였다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제로톱이라고 공언을 했다. 게다가 나오는 선수들은 죄다 신인, A매치 득점 기록도 별로 없다. 다들 가슴팍에 MF라고 쓰고 '나 사실 미들이야'라고 기만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러니까 정신이 없다. 그나마 A매치 득점이 제일 높은 지동원을 좀 막다보니 구자철에게 털렸다. 중앙의 구자철을 막다보니 손흥민과 이청용이 싸대기를 쳐댄다. 떡대로 아예 들어올 루트를 막아버리니 뜬금없이 이름만 대따 긴 윤빛가람이 뒤에서 캐논을 쏴댄다. 애들 다 싸잡아 막으니까 오른쪽에서 치이면 최소한 폐차가 확실해질 듯한 덤프트럭 한 대가 밀고 들어온다...우리나라를 상대했던 감독과 코칭스텝은 아마 한국과의 경기 전 미친듯이 골머리를 앓았을거라고 생각한다.

덤프트럭의 위엄.jpg


게다가 이번 대표팀은 세대 교체에 있어서도 대단히 이상적인 방안을 제시했는데 다름아닌 '2014년까지 뛸 선수와 그렇지 않을 선수'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차두리와 이정수는 동갑내기 황재원은 이들보다 한 살 어리다. 이들의 나이는 각각 30,31살이고 이들이 2014년 월드컵이 되면 각각 33,34살이 된다. 수비수로는 나쁘지 않은 나이다. 즉 이들 셋을 포함해 이들 나이와 +-1,2살 정도의 나이차이가 있는 다소 애매한 노장들은 얼마든지 이들과 주전경쟁을 할 수 있고 그들이 잘만 하면 지금의 강한 세대교체 바람 속에서도 노장으로서 2014년 월드컵을 바라볼 수 있다는 아주 정확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무조건적으로 나이 많은 선수를 은퇴시키고 장기 플랜이라며 젊은 선수들만 우겨넣었을때의 혼란을 막고 젊은 피와 노장 사이에 끼어버린 애매한 나이대의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주는 그야말로 안정성과 신선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세대교체안을 보여준 것인데 이는 비단 수비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소 이정수보다 나이가 어리다면 얼마든지 지금의 젊은 로리로리 대한민국 대표팀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그동안 감독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눈치만 보며 그에 맞는 선수들은 눈에 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인재 파이의 편중성을 일거에 넓히는 파격을 암묵적으로 단행한 셈이다.

그리고 '아시안컵같은 하찮은 대회에 박지성을 부르지마!'라는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이영표와 박지성을 불렀다. 여기에서 조광래 감독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소문이더라도 이미 은퇴 의사를 몇 번이고 표명한 이영표와 박지성을 왜 '플랜 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안컵에 끼워넣었을까? 앞서 설명대로라면 2014년에 데리고 갈 선수가 아니라면 차라리 넣지 않고 그들이 없을 때 메이저 대회를 어떻게 치뤄내야 하는지를 감독과 선수 스스로 깨우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조광래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는 박지성과 이영표의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인정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들의 플레이가 이미 대표팀 자체의 상징이 될 만큼 깊숙히 침투해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영표가 없으면 단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선수일 뿐인데도 '이영표처럼 막지 않는다'며 팬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박지성의 플레이도 마찬가지아다. 그만큼 플레이 이상으로 존재감이 큰 이 둘을 대체하기 위해 아직 이들과 전혀 뛰어본 적이 없는 신인들의 눈과 몸 그리고 직접 맞부딪히며 배우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들을 이번 대회를 통해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게끔 기회를 주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둘이 각각 자신의 플레이를 이식시킬 (굳이 이식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배울) 선수를 각각 뽑는데 바로 '구자철'과 '홍정호'이다. 구자철은 말이 필요없는 성장 가능성 무한에 의외로 높은 체력까지 갖춘 복합적 테크니션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 홍정호는 수비수 중 가장 젊은데다 중앙, 좌, 우 심지어 볼란치까지 수비진을 아우르는 멀티플레이어이다. 이영표처럼 재빠르게 맨투맨으로 맞붙어 압박을 가중시키는 타입이라는 점, 키가 작고 날렵한 오버래핑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나이에 비해 매우 의젓한데다 챔피언결정전까지의 큰 경기 경험도 있는 관록형이라는 점이 이영표의 후계자로 부족함이 없다. 예전 홍명보가 은퇴할 때도 그가 없는 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었고 지금도 이영표가 없는 대표팀은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성장 가능성은 물론이고 어린 나이에 팀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침착함까지 갖춘 홍정호가 앞으로 이영표의 존재감을 어떻게 매워 나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될 정도다. 게다가 여기에 뭐든 가르치면 잘도 흡수하는 떠오르는 대세 '손흥민'까지 가세해 이번 대회를 풀로 소화하며 이들에게 배운 양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경험을 배운 손흥민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수 있을까? 그들의 은퇴에 대한 충격을 얼마나 순화시켜 줄 수 있을지 혹은 더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이번 대회로 급성장한 그들의 활약상을 볼 기대감을 감추기 힘들다.


왕은 반드시 왕좌에 있어야만 왕이 아니다. 왕이라도 허수아비가 있고 왕이 아니라도 실세를 쥐며 상대국에게 강한 카리스마를 주는 것이 '왕'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메드베제프 대통령으로 바뀐 지 벌써 몇년인데 아직도 푸틴 없는 러시아는 상상할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왕은 존재 그 자체로 공포여야 하고 강함이 느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왕의 귀환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일본이 우승하던 호주가 우승하던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한국은 어떤 선수가 무서운 팀이 아니라 이미 팀 자체가 '무서운 팀'이라는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 팀이 무섭다는 것은 '이번 아시안컵의 팀'이 무섭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저 팀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는 미래지향적인 공포이기 때문이다. 즉 대한민국은 더 강해질 수 있고 그 강해지는 속도에 발맞춰 안정감도 갖출 수 있는 플랜도 제대로 제시하고 있는 그야말로 '빈틈없는 강함'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아 전역에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할 수 있었단 것은 조광래 감독 혼자만의 능력도 아니고
우연히 좋은 선수가 지금 막 쏟아져 나왔기 때문도 아니다.
조광래 감독도 좋은 전술로 장기적인 플랜을 통해 팀을 강하게 만들 미래지향적인 발상을 가지고 있고
선수들도 그런 감독을 믿고 미래의 대한민국 대표팀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왕의 귀환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이번 왕의 공포정치는 당분간 계속 아시아 전체를 긴장시킬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그들의 귀환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앞으로의 더 넓은 세상에서 세상을 호령할 왕의 위엄을 기대해보며 글을 마친다.
posted by RushAm 2011. 1. 27. 15:45
그 1분도 채 안되는 찰나를 아주 잘도 봤던 모양이다. 잘 보니 정말 박지성이 허리를 잡고 말리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근데 실제로 말린 건지 아니면 정말 매국노처럼 일본에게 욕보이는 짓 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의도는 사실 박지성이 직접 입을 열지 않는 한 모르는 일이고 입을 연다 해도 그게 진심인지 알기 힘든 일 아닌가?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박지성은 '주장'이다. 팀의 분위기를 추스르고 팀을 대표하며 팀에 어떤 '위해'가 가해지거나 '위해'가 가해질 것 같은'상황이 되면 대표로 나설 수 있는 그라운드 내의 '상관'같은 존재다. 사람들은 이 '주장'의 의미를 한쪽으로만 편중되어서 생각한 것 같다. 즉 박지성이 선배니까 철없는 후배를 가르치기 위해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말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주장의 역할은 그것 뿐만이 아니다. 더 멀리 나가든 뭐든 상관없이 주장의 의무는 '팀의 보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1. 주장이기 때문에.

우선 그는 의사 표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주장은 팀을 대표하는 위치다. 만일 박지성이 그런 세레머니를 했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팀 전체의 의사가 반영되는 셈이 되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축구의 간접적 의사표시가 될 수 있으니까. 세계 어떤 클럽 혹은 국가대표팀에서도 각 개인의 의사표시로서 세리머니는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하는 경우는 세리에A의 일부 무솔리니 추종자들 이외에는 보기 힘들다.

다시 말해 그 당시 박지성은 말리고 싶든 싶지 않든 말렸어야 한다. 그게 주장으로서 표현하는 좌 우가 아닌 '중립적 의사표현'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박지성은 일본에서는 이미 슈퍼스타다. 박지성이 거기에서 말리는 제스쳐를 취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기성용이 일본에서 벌집이 될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 말리는 것은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의무'였던 것이지 박지성의 의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2. 주장이기 때문에 (2)

앞서 주장은 팀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최우선된다고 이야기했다. 박지성은 팀의 주장으로서 기성용이 이런 세레머니를 할 경우 우리나라 일부 네티즌들이 과민반응 할 것을 센츄리클럽의 관록으로 잘 알고 있었다. 폭풍까임을 당하기에는 아직 기성용은 젋다. 성장도 빠르고 앞으로 팀의 중심이 될 선수를 마음의 상처를 입어 유니폼을 벗게 되는 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주장으로서 해야 할 '팀의 보호' 즉 팀을 주심이나 상대팀 선수뿐만이 아닌 '자국 네티즌'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주장의 의무였다고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만일 어떤 의사 표시 즉 나는 기성용과 생각이 다른데 기성용이 철없는 짓을 해서 우리 팀 이미지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어야 한다. 기성용을 즉석에서 못하게 더 강하게 뜯어말렸을것이다. 카메라에 안잡히도록 무슨 수단이든 해야 했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의사 표시를 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위치, 그리고 기본적으로 의사를 표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의사를 표시하는 게 중요했던 게 아니라 '기성용'을 아끼고 보호하는 게 의무였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가 걱정하던 대로 됐다. 걱정한 만큼만은 아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기성용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기성용은 트위터에서 맹폭을 당하고 있다. 박지성은 매국노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정한 대인배라고 할 수도 없다. 그가 대인배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장면 하나로 대인배냐 매국노냐를 판단하는것 자체가 에러라는 거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그는 진정 팀 선수의 안위를 걱정하고 보호해주려 했던 '캡틴 박'으로서 책임을 다했다.
우리나라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걱정하기 이전에 자신이 이끄는 선수를 걱정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장면


뭔가 느껴지는거 없는가?
박지성은 카메라 앞쪽 시선에서 봤을 때 그의 등번호가 세계에 중계되지 않도록 했다.
그의 시선은 기성용이 아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옆모습을 보자


말리는 사람이라면 가슴을 잡고 기성용을 끌어내는 스타일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옆에서 보면 그냥 손으로 그의 앞번호를 가리는 정도에서 그치고 있다.
그가 자꾸 움직여 등번호가 카메라에 잡히려고 하니까
그를 억지로 끌어당기는 것 정도는 보였던 것 같다.


주장은 그런 존재다.

위 사진은 그 순간 절묘하게 찍힌 사진이고 사실 박지성은 가슴쪽 두번 두드리고 금방 갔다.
즉 지금 박지성이 말린다고 매국노니 마니 하는 녀석들은 경기 안봤거나
그 장면을 유심히 보지 못해 기억을 못한 거다.

아무리 그래도 당신들이 정말 우리나라 대표팀 응원하고 박지성 팬이라면
저 사진을 보고 매국노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를 수가 있는건가?
난 저 두 사진을 보고 아무리 봐도 그런 건 생각이 안나더라
오히려 기성용을 보호해준다고 느꼈지 매국노같은 그런 생각까진 안들더라
그 장면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내가 이상한건가?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을 무조건 믿고 있던게 잘못인가?

누가 매국노인지 똑똑히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