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11. 14. 11:56
다른 분들처럼 블로그를 매일 쓰기엔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 주로 글을 쓰기보다는 '읽는'입장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다음뷰는 그런 의미에서 다른 포털의 신문기사 편집 내용보다 더 알차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 수단으로서 의미가 큰데요. 한 열흘 정도 독자로서 글들을 읽어보고 다음 뷰를 접해본 느낌은 애석하게도 '아쉬움'이었습니다. 다음뷰의 운영 정책을 질타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이용자들의 잘못된 부분을 짚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쓴 글입니다. 특별히 주장하는 글이 아닌 그냥 개인 감상문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다음뷰는 언론사들의 마이너리그가 아닙니다.

다음뷰에는 주로 '메이저 포탈'의 뉴스란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한 소규모 언론사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마도 메이저 포탈 뉴스그룹에 들기위한 막대한 비용이 문제가 되어 다음뷰를 통해서나마 자사의 기사를 홍보하고자 하는 취지인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이 곳은 순수 아마추어의 '블로그' 장입니다. 언론사에 소속되어 있는 기자가 개인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여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아예 대놓고 언론사 전체가 다음뷰에 뛰어들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메이저와의 경쟁에서 패퇴한 언론사들이 비교우위에 있는 (만만한) 블로거들과 경쟁해서 메이저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밖에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뷰는 언론사가 들어와서는 안되는 곳입니다. 그들이 블로그에 걸맞는 글을 쓰지도 않을뿐더러 정말 의미없이 남발되는 한줄 기사나 한장짜리 포토 뉴스들의 대량생산으로 인해 각 카테고리별로 블로거들이 정성스럽게 쓴 글들이 몇 분도 안돼 자신들이 있을 자리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이건 글쓴이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물론 그와 같은 양질의 글을 읽고 싶어했던 많은 독자들의 권리를 앗아가는 일입니다. 다음뷰는 블로거들의 메이저리그이지 언론사의 마이너리그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어차피 언론사로서 메이저 포탈 뉴스그룹에 들어갈 자격이 갖추어지면 언제고 다음뷰를 아무미련없이 떠날 그들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 뉴스그룹을 다수가 운영하는 언론 포탈이 지배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2. 다음뷰는 책 발매 전 독자들의 반응을 시험하는 곳이 아닙니다.

블로거 분들 중에는 아예 처음부터 '책'으로 펴낼 것을 계획에 두고 블로그를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목도 그렇고 가지고 있는 닉네임이 그렇습니다. 블로거들이 실력을 인정받아 '출판'으로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건 반가운 일입니다만 지금의 흐름은 주객이 전도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출판을 목적으로 하거나 이미 글이 모두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마치 '책'에 대한 시사회를 하듯 반응을 살피고 나아가 자신의 책 제목을 홍보하기 위한 장으로 활용하는 일은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게다가 그 출간 서적 대부분이 '일본'과 관련되어 있는데다가 테마 역시 '일본 생활','여행','유학'등 아주 단순하고 기초적인 것에 맞추어져 있다보니 서로 내용이 심하게 겹치고 때문에 억지로 내용을 차별화시키려다가 정말 일본의 구차한 부분까지 다루는 모습까지 보이는데요. 메이저 뉴스포탈과 대항할 수 있는 비영리적 다양성 메타미디어 다음뷰라면 단지 독자들이 많이 본 것보다는 다양성에 의거한 편집 기준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일본 관련 블로그를 보던 모 독자의 '이러다가 일본인이 무슨 색깔의 대변을 보는지까지 알게 될 것 같다'라는 댓글이 떠오르네요.


3. 다음뷰의 좋은 순기능을 역기능으로 만든 건 블로거 자신입니다.

독자들이 메이저 뉴스그룹에 가졌던 불만은 그들이 결국 자신의 취향대로 특정 언론사와 특정 성향을 기사 편집에 반영하여 각 포탈별로 좌우성향이 너무 뚜렸해지거나 이슈에 따른 기사 통제 및 지나친 연애 기사 중심의 편집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조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세상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블로거들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모여 있는 다음뷰가 떠오른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메이저 뉴스포탈에서 접하기 힘든 구석구석의 상세한 소식들을 접할 목적으로 다음뷰를 찾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결국 '보고 싶어하는 기사'를 쓰는 사람도 그것을 읽는 사람도 너무나 명백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이저 뉴스그룹에 가졌던 불만들 (우리는 연예인들의 사소한 일상사'나 'TV 프로그램 감상문'을 보기 위해 뉴스를 보는 게 아니다.)이 다음뷰에서도 별로 나아지는 기미 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요 베스트 카테고리는 '종합','연예', '스포츠' 세 가지 뿐이며 이 곳에 베스트를 차지하는 글들은 주중에는 '드라마 감상문', 주말에는 '무한도전'이나 '1박 2일'등의 버라이어티 감상문이 주어진 베스트 페이지 3면의 대부분을 뒤덮고 있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블로거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블로거는 기자가 아니니까 충분히 자신의 블로그에 감상문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사의 '다양성 결여'를 이유로 다음뷰를 찾는 수많은 독자들이 결국 많이 읽어 베스트에 올리는 콘텐츠가 메이저 뉴스그룹이 보여주는 작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은 아쉽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우리가 과연 '독자가 보고 싶어하는 기사를 썼을 뿐이다'라고 변명하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자격을 논할 수 있을지 씁쓸하기도 하네요.


다음뷰의 역할을 어디까지 지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콘텐츠를 만드는 건 다음뷰에 글을 쓰고 그 글을 읽는 이용자라는 점입니다. 어떤 사이트도 마찬가자겠습니다만 다음뷰 역시 이용자들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훌륭한 대안이 될수도, 또 하나의 지루하고 천편일률적인 마이너 뉴스그룹으로 만들어질수도 있는 양면적 가능성이 혼재하기 때문이죠 모쪼록 지금처럼 다양한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창으로 남아주기를 바래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10. 28. 17:31
방통위가 최근 전국에 돌고 있는 모든 무선랜 AP의 등록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 지금의 휴대폰처럼 무선랜을 쓰는 노트북이나 PC 등의 장비를 모두 정부에 등록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따로 설명하기보다 일단 관련 기사를 참조하시길

우리나라에 있는 위원회라는 곳들은 왜 하나같이 이모양들인지 모르겠다. 영상등급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학부모위원회 등등 하나같이 하는 짓이라곤 '국민들을 지들 자식인 걸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전부 초딩만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초딩도 그정도는 아니건만 무슨 자기들이 모든 윤리적인 문제를 책임지고 모든 것을 관장하겠다는 것을 표면적으로 내세운다. 결국은 이거다. 우리는 늬들보다 훨씬 어른이니까 늬들 나이가 70이건 7살이건 관계없이 늬들이 봐서 위험할 것 같은 모든 것들은 '일단 우리가 먼저 보고' 나서 판단해서 골라서 나눠주겠다는 게 이 나라 대부분의 위원회들이 가진 공통적인 입장이다.

아니 당신들이 얼마나 나이를 잘 잡수셨고 얼마나 1년을 10년같이 사는 현자같은 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놈의 '예방'이라는 구실을 좀 집어치워주셨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째서 그렇게 솔직하지를 못하신가 왜 말을 못하나? 결국 '내 배를 불리는 걸로' 모든 행동들이 귀결된다는 걸 조금만 봐도 모를 리가 없는데도 끝까지 '우린 국가윤리강령을 바로잡기 위함'이라는 소리를 지껄이고 계신가? 당신들 정체성은 진즉에 알고 있으니까 착한 척은 이제 그만 포기하고 대놓고 통신사에 빌붙으셔도 될 것 같건만 아직도 착한 조직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저의가 궁금하다.

그리고 한 가지만 묻고 싶다. 왜 KT가 아이폰 로그인 인증 요청했다는 기사가 나온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진짜 묻고 싶은 건 정말 KT만 위해서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 뒤에 뭔가 더 있는지를 묻고 있는거다. 당신들이 KT를 돕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지금처럼 KT를 돕는 척하면서 정부의 잇속을 하나 더 챙기려는 이중 트릭을 발휘할줄은 정말 몰랐으니까 말이다.

솔직히 하자, 유선랜은 이미 인터넷 개인 사용자 인증 자체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지경이니까 무선랜처럼 보안 프로토콜이 처음부터 갖춰진 매체를 이용해서 결국 당신들의 숙원인 '인터넷 개인주민등록'을 하겠다는 거 아닌가? 아이피로 추적하는것에도 모자라 이제 우리 PC랑 노트북까지 등록해서 누구 PC에서 어떤 글이 어떤 행동이 나왔는지 정부가 전부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잖은가? 무선랜이 유선랜 이용을 점차 추월하려고 하고 있는 마당에 당신들이 하는 짓은 결국 명분은 '범죄 통제'와 '보안'이면서 결국은 범죄를 막기 위해 '주민등록'을 만든 것과 뭐가 다르냐는 말이다. 대체 이걸 왜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멍청한 머리로 대체 누구의 윤리를 통제한다고 나서는 것인가?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내 이런 생각이 억측이라고 인증 좀 시켜주길 바란다. 정부는 허구언날 '오해'타령만 하고 있고 방통위가 진실을 말하기를 기대하느니 미실이 허경영을 세번 외치길 바라는 게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래 업계에서 돈 좀 받을 수도 있고 무선랜 업체들 경영난 시달리고 있으면 국민들 선동해서 좀 팔아주게끔 정책적 압박 가하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지금까지 안하던 짓을 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이건 절대 아니다! 불과 몇개월전에 최진실법운운하며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악플을 통제하고 실명제를 도입하자던 놈들이니까 더더욱 못믿겠다. 악플이라도 좋으니 누가 제발 내 말이 헛소리라고 까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뱀발   : 방통위는 닌텐도 DS가 와이파이 지원하고 있는 건 알기나 하나?
posted by RushAm 2009. 10. 12. 13:20
아이폰 출시에 대해 말들이 많다. 뭐 원래 말들 많았지만 출시된다고 확정이 된 듯한데도 말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문제다. KT의 요금제도 말이 많고, SK의 허울좋은 앱스토어도 자주 까이고 있다. 뭐 정당하네 그 정도면 싸네, 애플이 농간부려서 어쩔 수 없네 하는 의견부터 미국의 국민소득까지 제시하며 KT를 까는 의견까지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논란들을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코어에 접근한 것 같지 않은 개운치않은 기분이 든다. 대체 이 논란의 끝은 어디일까?

개인적으로는 일단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애플'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홈그라운드다. 한국에서도 삼성이나 현대가 마음껏 안방마님노릇을 하고 있듯이 애플도 마찬가지로 자국 법을 잘 이해하고 최대한으로 활용해 마케팅을 성공해낸 자국의 사례를 우리나라로 끌어오기엔 무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서 이미 몇 년 전에 출시하고 히트를 친 것까지 검증된 것을 들여오는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이 잘못됐기 때문에 까는 쪽도 옹호하는 쪽도 설득력이 없게 느껴지는게 당연하다.

그렇기에 비교대상은 원산지인 미국이 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동양권, 그중에서도 비교적 하드웨어에 대한 시장 장벽이 높은 일본이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아이폰의 실패와 성공 사례를 모두 갖고 있다는 시장적 특성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 아이폰을 바라보는 시각과 받아들인 관점 측면에서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한국의 KT는 정말이지 북극과 남극의 거리차이만큼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요금제와 더불어 논란이 그칠 줄 모르고 있는 한국의 아이폰 문제와 이미 1년여 전 아이폰을 출시하여 시장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느끼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사례를 통해 현재의 문제 원인을 보다 명확히 하고자 한다.

처음 아이폰이 일본 출시를 앞두고 에플은 당연하게도 업계 1위 도코모의 문부터 두드렸다. 반응은 지금의 SK와 비슷햇다고 한다. 그래도 이야기가 꽤 진척되다가 수익 배분 등 세세한 부분에서 의견이 엇갈려 파행을 겪었고 일본 출시가 물건너가는 듯 보였지만 그 순간 업계 하위 소프트뱅크가 손을 내밀었고 대부분의 조건을 급 수용하며 인터셉트를 한다. 그렇게 모험심 강한 소프트뱅크는 이른바 사운을 걸고 아이폰을 독점 출시하게 되는데, 사실 당시 관점에서 보자면 도코모의 반응이 그리 이상할게 없었다. 이미 기존 자바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쌓여있는데다 도코모동화 등 자체적인 챌린지 10 프로젝트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덩치크고 무거운 아이폰이 시장에 먹힐 리가 없다는 것을 파악한 예측이 지금와서 결과론을 들어 빗나갔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자사 휴대폰 전용 웹 서비스를 최적으로 활용한 휴대폰 소설 등 기존 휴대폰의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폰의 앱스토어는 그저 자사의 수익을 갉아먹는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리라.

보다폰과 야후재팬 인수 이후에도 2차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던 소프트뱅크의 모바일사업계열은 아이폰 출시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초반에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일본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물론 발매 당시에는 아이폰을 기다려온 일부 매니아들에 의해 이른바 '초회판 확보'라는 이름의 긴 줄이 늘어서는 풍경은 연출되었지만 그 이후 이렇다할 붐을 타지 못했다. 즉 도코모의 아이폰에 대한 판단과 근미래 예측은 정확했다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며 한동안 아이폰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소프트뱅크는 이런 상황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아이폰'을 일단 '보급'부터 시키고 보자는 식의 '무료폰 정책'을 들고 나오는데, 이 무료폰 정책은 다른 모델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가전 회사와의 제휴로 소프트뱅크의 손실은 그리 큰 편은 아니었던 것에 비해 애플사와의 적대적 제휴를 맺고 있던 소프트뱅크로서는 아이폰의 무료폰으로 인한 보조금 정책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커다란 손실을 가져올 것임에 분명했음에도 소프트뱅크는 이를 강행한다. 항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아이폰 전략이 실패했음을 자인하고 재고 떨이를 한다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소프트뱅크는 묵묵히 언제나처럼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보이는 듯한 마케팅을 아이폰에서도 전개해나간다.

그렇게 아이폰은 일본에서 차츰 붐을 이루기 시작한다. 이미 아이폰에 대한 보조금 정책은 5월 말로 종료되었지만 아이폰의 판매량은 이전에 비해 전혀 줄지 않았다. 5월 판매량 1위를 기록할 당시만 하더라도 보조금으로 인한 반짝 증가로 예측했던 언론들은 이같은 시장의 반응에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본 시장은 그렇다. 한번 붐을 일으키기는 참 어렵지만 붐을 일으키기 시작하면 그 붐은 대단히 오랫동안 타오른다. 소프트뱅크는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일본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여 회심의 일격을 날린 셈이다. 내부적으로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모두 안될거라는 시장 관념을 뒤엎었다는 것에는 그 의의가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 소프트뱅크는 지금까지 그들이 벌여왔던 사업들을 비추어 볼때 중장기적으로는 분명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다. 일면 급진적이고 아무생각없이 보이는 소프트뱅크의 마케팅이지만 그간의 사업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일본 이야기는 그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KT를 바라보자, 일단 출시 전부터 시끌시끌한 것부터가 조금 다르다. 일본은 출시를 두고 업계 내에서의 선정 과정에서 밀고 당기기는 있었지만 일단 업계 전체적으로 시큰둥한 분위기였고 무려 정부가 나서서 아이폰 출시를 가로막는 지경에 이른다. 무슨 휴대폰 하나를 두고 정부가 출시를 하네 마네 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분들이 수많은 헛점 (GPS 맵 문제 등)을 지적해주셨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3사 모두 아이폰을 별로 탐탁지 않게 어긴 것은 분명하다. 그렇게 1년하고도몇 개월이 흘러가며 아이폰은 잊혀질만하면 이야기가 나오고 정작 업계는 요지부동에 네티즌들끼리만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을 무렵 갑작스례 이야기가 급진전되는데...그것이 바로 올 6월 무렵부터 돌던 갖가지 소문들과 8월에 이르러 그 소문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면서부터다.

예컨데 업계는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 하나같이 과감하게 지르지 못하는 소심함, 정권이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정부기반이동통신전파사업을 사기업에게 통째로 안겨줘 탄생한 선경그룹의 SKT나 공기업의 태만함에 국가통신기간망까지 아무탈없이 물려받은 데에 따른 자립십 부족과 더불어 그저 이동통신을 SK에게 빼앗긴 것에 대해 '밥 떠먹여주는 사업'을 빼앗긴 것에만 열등감을 느끼는 KT나 오십보백보일테니까, 그들에게 있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충분히 잘 벌어먹고 있고 국민들은 욕을 하면서도 알아서 그들에게 돈을 가져다 주고 있으니까. 독점의 폐해를 정부조차 방관해주고 있으니 이들은 사업자로 치면 공무원 이상으로 태만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말로만 21세기 IT기업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트랜드기업이라고 떠드는데에는 구역질조차 나지 않을 만큼 역겨운 차원을 넘어서있으니까.

그런데 일본에서 소프트뱅크가 보조금 사업이 끝난 뒤에도 아이폰이 곧잘 팔리고 애플의 신 기종 3G S 도 아무런 장벽 없이 시장에 그대로 유입될 만큼 제대로 갖춰지는 모습을 보니까 이 철없는 초딩기업들이 슬슬 탐이 나기 시작했나보다. 내가 만들기는 싫어도 누가 만들어준 건 먹고싶다는 것일까?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토록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이던 업계가 갑자기 법률을 따지고 출시에 정보통신부까지 나서는 등 뒤늦게 이야기를 급진전시킨 이유가 사실 궁금했다. 처음부터 옹골차게 베타적인 입장을 취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무려 1년 이상 끈 문제를 단 2개월만에 법률문제해결부터 출시사업자까지 끝낼만큼 급진전시킬거였으면 에초 1년동안 충분히 시장평가하고 자체적인 입장을 정리해서 차츰 캠페인을 벌여나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KT는 도코모 이상으로 엉덩이가 무거운 기업이었을텐데 왜 그리도 빨리 끝내려 안달을 내셨을까? 왜 갑자기 기업이 중심이 되어 '정부가 방해해서 우리가 출시하고 싶어도 못내놓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을 자극했던 것일까? 왜 하필 일본이 아무도 예상치못하게 아이폰을 히트시킨 직후에?

장담컨데 KT가 출시를 계획하고 아이폰 요금제라며 내놓은 갖은 플랜들을 기획한 아이폰 사업에 관계된 내부 사람들 중 아이폰을 실제로 서비스가 되고 있는 곳에서 제대로 써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아이폰이 왜 히트했는지 미국은 고사하고 가까운 일본에만 가더라도 그들의 요금 플랜이나,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은 따로 연구 용역을 줄 필요도 없이 한두달만 써봐도 알 수 있는데, 에초 출시를 그토록 바랬으면서 1년동안 정부가 방해해서 못 출시했던 기업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아이폰에 대해 무지함이 느껴지는 요금제다. 에초 이건 새로 아이폰에 맞게 만들어진 요금제도 아니고 기존에 있는 '스마트폰'요금제를 이름만 바꿔 냈다는 의견도 있지 않은가? 그들은 아예 '연구'자체를 하기를 귀찮아했던 게 아닐까? 그저 떠먹여주는 밥만 먹을 줄 아는 그들은 이미 시장이 검증된 다음에 들여오는 소심함에도 모자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알아서 팔리려니 하고 앉아있다. 지금까지 벌여왔던 사업들을 비추어 볼 때 KT는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일면 꽤 그럴싸해 보이는 이미지 광고로 수준있는 기업처럼 느껴지는 KT지만 그간의 사업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KT는 결코 '아이폰'을 직접 붐을 일으키는 데에 돈을 투자할 생각이 없다. 이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들은 어차피 아이폰이 돈을 벌어주면 그걸로 좋고 안 벌어주면 그걸로 끝이다. 일본 시장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한국에서 아이폰의 진입 장벽은 한두가지가 아닌데도 KT는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다. 일단 아이폰을 산 사람에게는 애플하고 계약한 것도 있으니까 애플 몫을 제외하고 그간의 마진만큼 떼어먹겠다는 취지가 이번 아이폰 요금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고, 이 요금제가 미국에 비해 싸다는 것을 강조할 뿐 일본과의 비교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국민소득이 2배 이상인 미국에 비해서도 결코 싸지 않다는 게 속속 검증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에초 떠먹여줄 숟가락이 수십개나 되는 기업에게 아이폰이 갔다는 것 자체가 문제겠지만 '앱스토어'가 돈을 좀 번다고 '검증'시켜주니까 부랴부랴 그저 모양새만 배껴와서 결국은 떠먹여주는 숟가락을 하나 더 만들어낸 것 이외에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SK라고 딱히 나을 게 없다는 것도 우울한 현실이다.

하는 짓거리를 보면 저들에게 우리나라의 정보산업 근간을 맡겨두고 있어도 되는건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대통령은 임기라도 있지 이들은 몇 대에 걸쳐서 족벌경영을 한다 한들 지금으로서는 막을 재간이 없지 않은가 이런 병폐가 앞으로 몇십년이 더 계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아직도 돈은 그들을 배신하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는 지금 몇 대째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이미 사기업이 된 그들을 무슨 떠나간 자식새끼마냥 보듬기에 여념이 없다. 초고속통신품질 세계1위, 이동통신통화품질 세계1위가 이들 기업들이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땅에서 돈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사업에 과감하게 손을 대고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끝에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지 않은가? '더 작게'만 외치던 MP3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선 애플의 덩치큰 아이팟이 세계를 석권하게 된 것이 애플의 브랜드 파워였던가? 아니면 미국 정부가 그들에게 타국 MP3의 무거운 관세를 매겨 진입 장벽을 만들어주는 보호무역속에 안정적으로 만들어지기라도 했던가? 삼성과의 메모리 제휴로 더 싼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경쟁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면 결국 '아이튠즈'라는 당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콜럼버스의 달걀을 만들어내어 역습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이미 노키아와 삼성이 장악한 레드오션 시장에 도전해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하고 앱스토어라는 지속적 수익 모델까지 만들어낸 애플과 보수적인걸로 악명높은 일본에서 시장의 인식과 개념 자체를 뒤집어야 하는 모험을 감행한 끝에 본 궤도에 올린 소프트뱅크를 보고 고작 배운 게 '검증될때까지 기다리기'와 '남이 만들어낸 수익모델 따라하기'가 전부라니 차마 한숨조차 쉬어지지 않는다. 초고속통신망이 속속 깔릴때 당당하게 '6년됐는데...'라는 광고를 때리며 ISDN을 주구장창 팔아대던 KT의 모습이 벌써 10년 전이건만 강산도 변하는 마당에 그들은 뭐하나 변한게 없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
원래는 뒤에 하하하하하하....를 붙여야하지만 도무지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posted by RushAm 2009. 8. 27. 08:41
한국형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미투데이가 트위터에게 공식적으로 승리했다는 수치적 결과 발표가 얼마 전 대대적으로 보도 자료를 통해 각 언론사에 보도되었다. 사실 국내에 거의 들어올 일이 없을 것 같았던 (트위터의 그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 모바일과 연계가 능동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국가에 어울리는 서비스다) 트위터가 갑자기 인기를 끌게 된 것이 '김연아'의 트위터때문이였다는 걸 착안 예전 싸이월드가 그랬던 것처럼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통해 어떤 투자를 했던 연예계 유명 인사들을 대거 미투데이로 끌어들였고 여기에 네이트온의 성공 공식이었던 '웹투폰 문자메시지 무료'떡밥까지 제공하는 총력전을 벌인 끝에 내놓은 결과라서 그런지 이 기사를 보는 내내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만든 곳이 NHN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이 수치를 얻기까지 그 수많은 미투데이 찬양 기사와 더불어 트위터의 보안 문제를 연일 도마 위에 올렸던 언론들의 알아서 조공을 바치는 태도에 환멸을 느껴서였을까?

국내 대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IT업계의 경우 '안방 호랑이' 논란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관공서의 국산소프트웨어 사용 정책으로 한국에서 MS워드의 점유율 정체에 한 몫을 했던 아래아 한글과 이 정책으로 인해 아직도 왕좌를 지키고 있는 V3, SKT를 등에 업고 MSN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한 네이트온, 야후를 밀어내고 구글은 채 치고 올라올 틈조차 만들지 않는 네이버 등 의도적이지 않은, 그래서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 반독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네이버를 제외하면 이들이 과연 IT업계다운 승부로 소프트웨어면 소프트웨어답게, 웹서비스면 웹서비스답게 소비자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아 왕좌에 올랐는지에 대한 부분에는 깊은 의문이 남는다. 가장 유명한 경제법칙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말이 슬프지만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게 작금의 업계 현실이다.

그중 가장 세계화에 근접했다고 알려진 V3의 경우 바이러스 검색 능력은 다소 저평가된 부분도 있지만 알려진 것에 비해 세계에서 경쟁하기에는 프로그램의 완성도, 엔진의 성능, 데이터베이스 규모 등에서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투자 부족, 국내라는 무대의 한계 등 핑계거리는 많을 수도 있겠지만 V3가 벌어들인 돈이 다른 백신회사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결코 부족하다고 보이지는 않으며, 국내 실정에는 강하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유명 타사 백신들이 자국의 바이러스만 잘 잡아서 지금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즉 V3는 작금의 현실에 지나치게 안주하는 성향으로 '국내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들만을 주로 골라서 백신에 반영하는 반쪽짜리 백신 운영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 있었던 좀비 PC를 비롯해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한국 IT업계를 향한 바이러스 공격에는 백신으로서 사태를 미연에 예방하기보다는 사태 종료 후 후속조치만 부지런히 해주면 된다는 식이다. 최신 업데이트의 V3를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사태를 일으켰던 바이러스를 미리 잡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최신 바이러스여서 즉각반영이 쉽지 않았다'는 변명과 보안패치를 하라는 책임회피만이 있을 뿐 백신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예방 측면에서의 역할이 미흡했음은 물론 오히려 이같은 사태를 '수익 증대' , '주가 상승'등으로 반영하는 등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바이러스 백신 회사로서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밖에도 잘 알려진것처럼 네이트온은 소프트웨어의 본질적인 성능이 아닌 싸이월드와 SKT등의 지원사격을 이용하는 지극히 마케팅적인 접근을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데 성공했으며 네이버 역시 시작은 지식검색의 성공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지만 이후 카페, 블로그 등 타사에서 이미 점유하고 있는 서비스를 단지 이용자수만을 이용하여 빼앗는데에 급급했을 뿐 검색엔진의 성능을 높이거나 검색 결과를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등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물론 마케팅 역시 IT업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며 이 마케팅을 잘 하는 것도 결국 회사의 능력이라는 것에는 필자도 이견이 없다. 그런데 이 마케팅적 능력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IT기술과 더불어 세계적인 IT강국이라고 자평하는 한국의 IT업계가 정작 대한민국 IT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얼마만큼 기여를 하고 있느냐는 사실이다. 이미 대부분의 IT회사들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높이거나 혁신적인 기능을 개발하는데에 투자하기보다는 먼저 성공한 회사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국내 실정에 맞게 배껴내거나 넷상의 트랜드를 읽고 어떻게 '국내 사정'에 맞는 마케팅을 벌여나가야하는지에 대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다. 언제부터 정보기술 (IT) 업계가 마케팅업계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국내에 문제를 한정한다면 이는 소비자들이 IT업게에 있어서만큼은 지나치게 '게으르고', '환경을 바꾸기 싫어하는 극도의 보수성' 탓인데 이에 대한 부분은 나중에 따로 언급하도록 하고) 과연 이 같은 국내 시장만을 노린 마케팅 전쟁이 작게는 업계, 크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먹여살린다고 대량투자를 해놨던 IT강국 한국 호의 순항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는 심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가 처음 IT육성을 나서게 된 계기를 만든 인물이 '빌게이츠'다 한국의 빌게이츠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말 수도없이 많이 있었지만, 빌게이츠가 더이상의 성공이 지겨워서 은퇴를 한 지금 시점까지 남아있는 한국의 빌게이츠가 몇 명이나 될까?, 언제나 해외의 IT성공신화를 이끈 주역들을 동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업게 사람들은 많았지만 과연 그들의 행보가, 그리고 작금의 IT업계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IT강국에 어울릴 만한 토양이 되어주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언젠가든 반도체 세계 1위처럼 IT업계 세계 1위가 나와줄 수 있을까? 대답은 아쉽지만 'NO'에 가깝다. MSN을 이긴 네이트온과 트위터를 이긴 미투데이를 보며 세게적인 IT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업계의 힘이 느껴지기보다는 '창작'으로 승부해야 할 업계가 '돈'을 위해 '남의 뒤를 따라가는' 아주 치졸하고 비겁한 기업논리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 대한민국 IT의 목표는 'MS'나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과연 지금처럼 새로운 시도를 겁내고 남이 위험을 감수하고 얻어낸 성공 사례만을 부지런히 가져다가 배껴서 국내 점유율만 높이는데에 집중하기만 반복하는 IT기업들이 과연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새로운 IT 발명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물론 국내에 돌고 있는 IT시장 자금을 부지런히 긁어모은다면 기업가치만큼은 구글의 그것에 약 100분의 1정도 따라갈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글로벌 기업이 돈만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싸이월드 재팬이 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한 것과 네이버 재팬의 별 실적없는 표류가 잘 말해주고 있다. 이들의 실패 원인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글로벌 스텐다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고사하고 '새로운'시장에 맞게 '새로운'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각 국가별 최적화시도는 물론 이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IT강국이라 자평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언제까지 '국내 시장'에서 이겼다고 자랑스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IT업계가 처음 세워질 때 국내에서만 먹고 살라고 키워준 게 아니지 않은가? '후발주자'로 온갖 특전과 출혈 마케팅으로 단기간내에 SNS점유율에서 '트위터'를 이긴 게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떠들고 있는 것인가? 한 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지금 국내에서 성공한 소프트웨어를 해외에다가 그대로 팔 생각이 아닌 글로벌 스텐다드에 부합하는, 아니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냥 각 국가별로 진출한 나라의 시장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웹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해보기나 했는지 묻고 싶다. 국내에서 몸짱으로 키워진, 그러나 집에서만 이쁨받는 마마보이로 자라난 우리나라 IT업계가 오늘날 이렇게 비참하게 느껴지게 될 줄도, 학창시절 세계를 재패할 수 있는 기회의 문으로 보였던 IT업계가 지금은 수많은 자물쇠에 전자도어락까지 잠겨버리게 될 줄은 한창 IT강국에 대한 기대를 부풀던 학창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기에 지금의 현실이 한층 억울하게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12억 인구를 가졌다면 지금 중국이 하듯이 자국 내 수요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은가? 해외에서는 경쟁에 밀려 저가판매를 고수하면서 해외 출혈 투자 비용을 국내에서 회수하려는 가전, 자동차업계나 세계적 강국이라는 자뻑에 취해 국내에서의 성공 사례만을 벤치마킹만 하다가 결국 WOW에게 한 방을 먹었음에도 이번에는 WOW를 벤치마킹하는데에 여념이 없는 한심한 온라인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며 몸을 사릴 것인가? IT업계의 상징과도 같은 '벤처'정신, 이미 그 정도로 키워줬으면 더 이상 '벤처'가 아닐텐데 어째 점점 더 겁쟁이만 되어가는가? 우리가 그러라고 운동시켜서 당신들을 몸짱으로 키워 준 게 아니다. 내 자식이 나가서 얻어터지고 오면 좋아할 부모가 있을까? 우린 당신들이 처음 이 업계에 뛰어들었을때 가졌던 초심 '제 2의 빌게이츠가 되어 세계를 재패하자'는 목표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연아, 박지성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결국 세계를 재패한 위인이  IT업계에서도 하루빨리 등장해주길 아울러 기대해본다.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