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1. 1. 26. 14:34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정말 많은 분들이 죽거나 다쳤다. 무려 자국 국민이 죽거나 다친 어마어마한 일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은 시금털털하게도 '다음에 또 그러면 진짜 죽어!' 였다. 이건 뭐 초등학생 싸움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리가 없다. 이런 시금털털한 대응으로 우리나라는 연평도 희생자에 대한 책임을 북한에게 물어볼 기회를 전혀 얻지 못한 채 북한 정책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수모를 당한다. 뭐 하나 속시원히 말 한마디라도 제대로 해서 연평도 주민들에게 '우린 앞으로 국가가 이 정도로 철저하게 해주니까 안심하고 여기 계속 살아도 되겠구나'라는 확신을 주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건 비단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때도,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언제나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라는 저자세를 취하며 국민들의 울화통을 터뜨리곤 했다. 아주 글로벌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었다. 당해도 뭐 하나 속시원하게 한마디 못하는 글로벌 호구, 그걸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지금은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는 타이틀로 자위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기성용은 젊다. 사실 일제강점기를 거쳤던 세대에 비해 최소 3세대 이상 떨어져있다. 당연하겠지만 일본인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 관해서는 그다지 와닿을만한 세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성용이 그런 세레머니를 했다. 그는 이미 셀틱에서 뛴다. 셀틱은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은 클럽이다. 그가 그런 설움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그가 그걸 했다. 그런 그에게 '넌 셀틱에서 인종차별 당해도 싸'라고 말한다고? 그럴 리가...



기성용은 '라이벌'로서 일본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아무 철없는 행동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단 '인종 차별'이라는 게 말이 안된다. 기본적으로 같은 황인종끼리 인종차별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비하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일 그것이 일본을 비하하는 세레머니였다면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훨씬 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어야 한다. 이건 '이겼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그런게 아니라, 보도 자체를 할 때 '한국은 이런 식으로 졸렬한 짓을 했는데 우리 선수들은 그걸 참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결국 이겼습니다'라고 보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왜냐하면 이들이 그것에 대해 반응을 한다면 스스로 이미 '원숭이'라 불리우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 되니까 누워서 침뱉기가 아니던가? 기성용이 정말 여기까지 계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은 이 세레머니에 한방 먹었어도 이렇다할 말 한마디 못하는 지경이 되고 있다.

그 증거가 바로 지난 한일전에 대한 일본 TV들의 보도 행태이다. 정말 마르고 닳도록 보여주고 있는 하이라이트에서 '기성용'의 패널티킥 골은 단 한번도 재방송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일본 골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동점골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결국 그들은 그걸 보여주면 국민들 모두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그 세레모니가 결국 외교문제로 비하될 것이 '두려웠던'것이다. 일본은 지금 그 세레머니 하나로 '우리나라'에게 쫄고 있다. 여태까지 기성용만큼 노골적으로 일본에게 한방 먹인 선수가 있었던가?

기성용의 한 방이 아니라, 몇 수천방을 먹여도 성에 안차는 게 우리나라 역사다. 축구는 국수주의가 아니라지만 한편으로는 자국주의에 기반하기도 한다. 폴란드 선수가 독일에서 뛰면서 자국 폴란드에 골을 넣은 뒤 침울해하는 것,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에게 진 뒤 락커룸에서 통곡을 하는 것 모두 자국주의에 기반한다. 즉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우리나라가 더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로 축구다. 이런 축구에서 일본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은 사치다. 어느 누구도 전쟁의 직접적인 가해국에게 피해국이 예의를 차리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하면 더 비웃어줄 필요가 있다. 그게 아주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원래 축구였고 한일전이었으니까... 이승만 대통령이 한일정기전을 위해 대표팀을 꾸린 이유도 '축구만큼은 일본애들을 확실히 이길 수 있습니다' 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게 아니던가?


기성용 잘했다. 정말 잘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누가 뭐래든 기죽지마!
posted by RushAm 2010. 10. 10. 13:50
네이트의 김현회 독점 컬럼을 읽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일화 천마 축구단을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1994년 무렵이었나? 가뭄에 콩 나듯 중계해주던건 15년전이나 지금이나 놀랍게도 하등 달라지지 않았던 그때 주말 오후 2시에 중계해주던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단과 일화 천마 축구단과의 아디다스컵 경기였다. 난 당시 K리그에 대해 전혀 알지도 못하던 초딩에 불과했기때문에 놀랍게도 마스코트 즉 현대의 호랑이, 와 일화의 '천마'중 누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지에 대해서 잠시 고민한 후 주저없이 호랑이가 제일 쎈 동물이라는 초딩스런 상식에 편승해서 울산의 승리를 점쳤었다. 그것은 커다란 실수였다. 지금도 난 미성년자의 토토 금지를 지지하고 있다.

Mar. 31, 2010 - Beijing, China - (100331) -- BEIJING, March 31, 2010 (Xinhua) -- Players of Seongnam Ilhwa FC celebrate after a group E match between Beijing Guoan and Seongnam Ilhwa FC of the AFC Champions League 2010 at the Workers Stadium in Beijing, capital of China, March 31, 2010. Seongnam Ilhwa FC won 1-0. (Xinhua/Li Ying.


성남은 정말 강한 팀이었다. 한 번도 제대로 망가지는 걸 본 적이 없다. 망가졌다고 해도 중위권 정도다. 사실상 팬층이 얇아서 제대로 목소리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도 강하다. 2002년 월드컵 직후에는 K리그판 갈락티코를 구축하고 그 선수들은 명성에 걸맞는 실력으로 리그를 한동안 초토화시키기도 했다. 어쩌다 가게 되는 경기장에 행여 성남이 원정을 오면 한숨부터 나왔다. 모처럼 경기장에 발걸음을 옮겼는데 홈팀이 지는 걸 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는가? 성남은 그런 팀이었다. 1995년 그 전설의 챔피언결정전때 소름끼칠정도로 강했던 포항을 결국 일축시킨 뒤부터 그들의 이미지는 그 색선정에 다분히 문제가 있어보이는 머스타드색 유니폼과 더불어 공포 그 자체였다.

통일교라는 종교를 안 건 그 뒤로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통일교가 우리에게 친숙한 맥콜 그리고 일화 천마 축구단의 모기업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알려준 사람들은 정말 정성껏 나에게 열변을 토했다. 이단 종교, 사이비 종교 지도자의 팀에 협력해서는 안된다. 물건도 사지말고 경기도 보지 말라, 아무튼 엮이지 말라는 이야기인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이 ...즉 통일교를 싫어하고 통일교가 운영하는 성남 일화 천마 축구단을 싫어하는 그들이 그걸 손수 알려주기 전까지 난 통일교의 존재도 성남 일화가 통일교 후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 K리그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게 그 전까지 7년이 되어가던 시점이었는데도 말이다. 정리하면 난 그들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까지 어딘가의 게시판에서 통일교 떡밥을 우연히 접하고 그것을 정독하지 않는 한 계속 모르고 있었을거라는거다.

맹세코 난 둔하지 않다. 내가 잘하는 것 하나 없어도 내세울수 있는 것 하나가 눈썰미다.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엄청난 페이스로 관찰하고 다른 사람이 못 보는 것까지 캐치해낸다. 성남 일화를 지켜본 지난 십수년간 성남 일화의 경기 그리고 외적인 이벤트에서 '사전 지식 없는' 일반인의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어떤 이벤트나 행위, 종교적 키워드를 캐치해낸 적이 없다. 월드컵에서 카메룬 선수들이 골을 넣고 코너플랙 근처에서 하는 종교적 행위가 궁금해서 구글 번역기를 통해 아프리카 종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던 나였는데도 말이다.

통일교는 일본의 종교 문화와 많이 닮아있다고 느끼고 있다. 일본에 거점을 두고 있는 영향도 있겠지만 일본 사람들 나에게 '혈액형'이나 '생일', '나이'를 물어본 적은 있어도 종교가 뭔지를 물어보는 사람을 단 한명도 본 적이 없다. 가끔 아주 특별한 경우로 외국인을 만날 때도 있는데 미국 국적의 이슬람 종교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홀로 라마단을 치르고 라마단이 끝난 뒤 모두와 함께 음식을 나누어먹는다. 그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는 것 이외에 자신에 가진 종교를 어필하는 일도, 포교를 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종교는 '자신만의 것'이라는 생각은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 인생 중에 몇 번 정도는 통일교 신자를 만났을수도 있을것이다. 그런데 난 통일교를 포교받은 적이 없다. 그 정도로 통일교는 자신들의 존재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자신들의 계율이나 심지어 기도조차 교회 밖에서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신들이 공유할수 있는 공간 이외에서는 상대의 어떤 부분도 침해하려 들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 인생 중에 정말 수많은 기독교 신자를 만났다. 그 중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은 이야기 도중, 심지어는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부터 종교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기독교는 적극적으로 사회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어필하고 드러내는 데에 열심히다. 김현회기자가 언급한 '할렐루야 축구단'도 그 중 하나리라...

통일교 그리고 성남 일화 천마 축구단은 종교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종교적인 홍보를 애써 대신 해주려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통일교는 오히려 그분들에게 감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종교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앞으로도 관심이 없을 예정이지만 통일교에 대해 아주 조금이나마 그 존재 자체를 알게 해준 건 통일교도 주식회사 일화도, 성남 일화 천마 축구단도, 선문대학교도 아닌 그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규탄할 것을 부르짖는 기독교였다.

기독교의 이미지가 좋아지기 위해서 시급히 해야 할 이단척결대상은 통일교가 아니라 그들 속에서 과로사로 편히 잠은 에어장같은 사람들을 이단으로 몰아내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osted by RushAm 2010. 7. 31. 17:02
한때 '프라이드 FC'와 'K-1'이 종합격투기업계를 평정했던 때가 있었다. 일본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국가에서 격투기 붐을 일으켰던 이 단체들은 어느 순간 이런 저런 사정에 의해 몰락하거나 사라졌는데, 그들의 몰락한 이유로는 야쿠자 개입설로 인한 지상파 광고수입 중단, 선수들의 이적 분쟁으로 몸값 거품이 심했던 점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역시 '격투기'라는 콘텐츠 포멧을 가지고 기존의 문화 콘텐츠 업계의 지분을 빼앗겠다는 시도 때문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섣달 그믐, 일본으로서는 거의 시청율의 최대치를 찍는 시즌에 당당히 도전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로 인해 생겨난 거품성 인기에 대한 판단 착오와 그에 따른 지나친 공격적 경영이 불러온 패착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Legend Fedor Emelianenko was defeated by Fabrico Werdum in the Strikeforce Heavyweight fight in San Jose,CA on June 26, 2010.


그렇다고 일본의 양대 격투기 이벤트 단체를 일격에 몰락시킨 미국의 UFC가 격투 콘텐츠적으로 우수했느냐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격투기팬들의 한결같은 평가는 프라이드의 좁은 사각 링보다 넓은 6각형의 옥타곤에서 벌이는 경기가 박진감면에서 떨어지며 마치 지하세게를 연상케 하는 경기장 풍경은 대중화에 크나큰 걸림돌이었다. 그들이 승리한 이유는 '일본의 격투기 단체'보다 콘텐츠가 우수해서가 아닌 결국 '격투기'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인기있는 WWF를 의식해서 선수들에게 대사를 읆조리게 시킨다던지 링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게 하는 등의 퍼포먼스는 없다. 공감대는 없더라도 지극히 UFC다운 무언가를 만들려 애를 쓰고, 오로지 격투기 팬만을 위한 서비스를 고심한다. 결국 프라이드를 잃고 방황하던 '격투기 팬'들은 UFC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일본 게임업계 시장규모 밎 해외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게임 시장 매출액 10위권 내 일본 업체로서는 닌텐도가 유일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PS2로 일약 세계 콘솔업계를 주름잡았던 소니는 블루레이의 표준화 선정이 늦어진데에 따른 여파로 그 다음 세대의 주도권을 닌텐도에게 빼앗긴 뒤로 이렇다할 부양책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경제산업성이 분석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이미 3D위주의 콘텐츠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일본이 기술적인 트랜드 활용 측면에서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과, 이런 고착화를 가속화시키는 인재풀의 불균형이 그것이다.

경제산업성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게임을 비롯한 영상 콘텐츠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미국 명문 콘텐츠 관련 대학으로의 국비지원 유학, 업계 내 자발적인 프로듀서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정책 등을 발표하며 프리프로듀스 인재풀에 대한 활성책을 추진하는 한편, 3D기술에 대한 자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칭 렌더링 공장을 설립하여 업계가 공동으로 이용 가능토록 하는 등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콘텐츠 업게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정책에 대해 업계는 '업계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정부의 정책적 업계 부흥책의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일본 게임 업계의 해외 전개 지원에 대한 근거로 '1억 3천의 인구와 오랜 시간에 걸쳐 자리잡은 게임 시장에 대한 유연성으로 인해 그동안 별다른 해외 전개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업계의 무관심 속에서도 일본의 게임은 꾸준히 해외에 알려져 왔고 국지적인 보급 속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왔다는 점은 일본 게임의 해외 경쟁력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례로 메이지 시대 이른바 '검은 배'로 인한 문화 교류 속에 조금씩 유럽 대륙에 전해졌던 일본의 우키요에가 유럽 역사에 영향을 끼칠 만큼 문화적인 여파를 가져왔다는 점을 들며 일본 콘텐츠의 우수성이 제대로 된 비즈니스 수단으로서 전략적인 성격을 띄게 될 경우 성공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산업성의 착각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 일본 게임 시장은 해외 시장을 그다지 주목하지 않은 채 내수 시장의 우수한 소비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던 것은 사실이나 그 사실만으로 현재의 일본 게임 업계가 해외 트랜드와 뒤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해외 시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일본적인 내수성에 치우친 작품성 향상이 해외 시장에서 이른바 '밀수' 등을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 만큼 '일본적'인 문화적 가치가 구매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즉 특별히 해외 시장을 의식하지 않고 지극히 일본식으로 일본인을 위한 게임이 해외에서도 자연스럽게 '일본의 게임'으로서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 지금까지 보여준 일본의 해외 전략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산업성은 이러한 일본적 색깔에 대한 '고집'이 일본 게임계의 해외 경쟁력을 약화시켜왔다며 해외 시장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도, 현재 가지고 있는 게임 업계의 해외 경쟁력에 대해서는 지극히 일본식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의 성과를 들어 가능성을 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산업성의 설명 도중 몇 번이고 반복 강조했던 나루토의 유럽 시장 성공사례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선 일본이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서 예측하기에는 아직 섣부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목표로 삼고 싶어하는 미국의 게임 시장이 과연 일본처럼 해외 각지의 트랜드에 맞게 게임을 만들어 지금의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미국 내수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일까? 영화는?, 드라마는 어떤가? 결국 가장 미국적인 것을 더 미국적으로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품질좋은 미국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낸다는 아주 단순하고도 평범한 논리를 추구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어떤가? 온라인 게임이 게임성이 떨어지느니, 소재 표절을 밥먹듯 해대고 일본 게임같은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느니 하는 세간의 비아냥속에서도 묵묵히 가장 한국적이고 한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만을 만들어왔고 그렇게 꾸준히 한국적인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온 회사들만이 결국 살아남았다. 언제나 성공한 트랜드의 뒤를 쫒아 만들거나 일본 혹은 미국의 게임 모델을 인용해왔던 업체들은 어떤 정체성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거나 이렇다할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일본이 '일본적'인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해외 진출에 집착하게 만든 원인으로는 두말할것도 없이 장기불황에 따른 내수붕괴 때문일 것이다. 내수 붕괴에서 가장 많은 타격을 받는 업계는 여가 선용 업계라는 통설,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게임업계의 타격은 영화나 음악 업계에 비해 한층 심할 것이 자명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위기에 대한 타개책을 해외 진출에서 찾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수 시장이 위축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많은 국내의 게임 유저들은 제각각 즐기고 싶은 타이틀에 대한 신작을 기다리고 있고 적지 않은 해외의 일본 게임 유저들 역시 그들만의 취향을 충족해줄 일본산 작품들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의 작아진 시장을 넓히기 위한 타개책이 지금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롭게 더 큰 시장에 대한 도전을 '0'부터 시작하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라이드 FC가 사라지고 K-1이 덩달아 예전의 포스를 잃어버린 지금 예전 격투기에 대한 향수를 아직 간직하고 있는 격투기 팬들이 결코 자신의 취향과 타협할 수 없는 UFC를 울며 겨자 먹기로 소비하고 있는 현실이 결코 일본 게임업계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게 될수도 있다. 격투기의 인기가 수직상승하자 일본 최대의 시청율집중구간인 섣달그뭄의'대권'을 노리려 한 나머지 스포츠성을 상실한 채 쇼비즈니스를 강화하는 무리수를 두어 자멸한 격투기 단체들과 미국이라는 큰 대권을 노리려는 생각이 가득해 지금까지 쌓아왔던 2D그래픽의 노하우나 순수정통성을 모두 구닥다리로 부정하고 3D를 '이제부터' 기술적, 인력적으로 본격적으로 세공해 나가겠다는 정책이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일본 게임업계가 쌓아온 역사적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닮아있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이들의 철저한 '미국 현지화'정책이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업계의 철저한 현지화로 인한 성공사례처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문화는 상품이기 이전에 문화라는 점을, 그리고 그 문화라는 상품은 문화의 본질이 사라지게 된다면 결국 공장에서 생산되듯 영혼이 없는 물건과 다를 바 없게 된다는 것을 상기해주길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2부에서는 닌텐도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posted by RushAm 2010. 7. 6. 20:23
월드컵 16강 성적을 거둔 우리나라 대표팀을 반기기 위한 귀국 환영 행사가 얼마 전에 있었던 모양이다. 대표팀에게 꽃목걸이 하나씩 걸어주고 앉혀놓고 걸그룹이라는 걸그룹은 다 초청해서 노래부르게 시켰던 것 같은데...



혹시 선수들이 군대 말년 병장마냥 섹시하고 귀여운 걸그룹에게 침이라도 질질 흘리며 활짝 웃으리라 기대했던건가? 무슨 우정의 무대도 아니고 생각하는게 왜 딱 거기까지인지 알 길이 없다. 언제나 정부나 기업이 주최한답시고 벌이는 '환영식'이나 만찬은 조선시대 기생을 불러다가 '풍악을 울려라!'라는 초 구닥다리 발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자기들이 허구언날 룸싸롱에서 노니까 다들 그렇게 놀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발상에는 혀가 차일 지경이다.

정부의 삽질은 언제나 2연타를 날린다. 이번엔 청와대다.

참고기사
李대통령 월드컵 축구 대표팀 격려오찬 클릭하시면 뉴스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참석 인원은 조중연 축구협회장을 포함한 대표팀 선수, 임원진 50여명 허정무 감독 등이다. 안정환, 이정수, 김보경 선수 이외에는 전원 참석했다고 이 기사는 전하고 있다.

...판단은 독자 분들이 더 잘 하실거라 믿고.
어이없게 같은 날 벌어진 일본 총리의 국가대표 격려회 기사를 전해드린다.
정말이지 일본이랑 비교하기는 참 싫지만...

기사 원문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대략 해석해보면
초대된 사람은 오카다 타케시 전 일본국가대표 감독과
하세베 마코토 현 국가대표 주장 ...
둘 뿐이다.

같이 밥을 먹지도 않았고
그냥 선수들 전원의 사인이 쓰여진 유니폼을 선물하는 정도였다.

국민들에게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혼다케이스케를 비롯한 인기 선수들은 단 한명도 부르지 않았다

축구협회장도...임원진도 없다.

한국이 통 크게 전원 소집시킨 게 우리다운걸까?
딸랑 둘만 부른 일본이 쪼잔한건가?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면
격려를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고 환영회를 국민들과 함께 축제 분위기에서 열고 싶다면
선수들이 정말 뭘 원하는지 선수들이 피곤해하지는 않는지같은 작은 것부터 챙겨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놈의 사심부터 좀 버려야 하지 않을까?
선수들이 그런 걸 모르고 그 자리에 앉아있지는 않았으리라...


작작좀 하자 정말...
posted by RushAm 2010. 7. 1. 20:07
한국 팀의 월드컵 진격이 멈추었다. 많은 사람들은 거리에 나오던 스케줄을 모두 접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국가대표팀 귀국 행사에는 인기 정상급의 걸그룹들이 대거 참석하여 흥을 돋군다. 그것이 정치적인 목적이 함유되었던 아니던 간에 여튼 축구국가대표팀, 특히 월드컵 국가대표팀은 그만큼 국민들에게 있어 아주 특별한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그 사람들을 이용한 무언가를 하려는 자들도 꼬이기 마련이니까...

2002년 부터였던가? 선수들이 환영식석상에서 'K리그를 사랑해주세요'라고 대거 발언하고 3,4위전 카드섹션도 CU@K리그 였던 때 사람들은 월드컵 4강의 여운에 젖어 K리그 경기에 대거 몰려 만원사례를 이루었다. 물론 여기에도 축구 그 자체가 아닌 김남일, 송종국 등 꽃미남 스타들의 영향도 있었고 정말 언론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의무감격으로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K리그는 생각보다 그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제대로 지켜내려는 의지도, 그 프랜차이즈 스타가 떠나가기 전에 또다른 프랜차이즈 스타를 부각시키는 용의주도함도, 혹은 꽃미남 스타플레이어들로 인해 경기장을 찾았을지언정 그들이 경기장을 찾게 되는 몇 번의 기회 속에서 K리그의 가능성과 재미를 보여주려는 의지 역시 보이지 못했다. 그들은 언젠가 떠날 관객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번 터진 붐이 언제까지고 지속될거라 믿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K리그는 당시 느껴진 바로는 '너무 여유를 부렸던'감이 없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는 두 팀이 바로 1998년 수원과 부산이다. 수원은 고종수, 부산은 안정환이라는 당대 인기 급상승중인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었고 그 스타플레이어는 개인적인 인기도 실력도 리그 정상급이어서 팀을 우승권에 안착시킬 능력은 물론 그에 어울리는 관객동원능력 역시 갖춘 선수들이었다. 물론 실제로도 수원과 부산은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를 열며 99시즌까지 어마어마한 관객동원율과 정상급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 두 선수는 각각 '부상'과 '해외이적'으로 팀에서 사라지는데, 이후 두 구단의 행보는 너무나도 판이하다. 수원은 여전히 축구도시로서 매년 최다관객동원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반면 부산은 이런 저런 부침을 겪으며 침체기를 겪고 만다. 수원이 1996년 창단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지금의 순조로운 연고정착은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는데, 수원이 대단한 것은 1998년 월드컵으로 인한 스타플레이어 효과를 겪을 당시 그 효과를 그대로 이어나갈 수 있는 경기력과 축구의 재미를 선보이며 관객 이탈율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즉 2002년 수많은 팀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수원은 해냈고 그 결과 짧은 역사속에서도 K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서두에 '월드컵을 이용해먹으려는 자들'이 꼬인다 는 과격한 표현을 썼는데 사실 K리그도 '꼬이는 쪽'에 속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축구팬들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점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축구협회' 즉 'FA'와 K리그를 주관하는 '축구리그연맹' 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잘 알려져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역시 'FA프리미어리그'라는 조직이 '잉글랜드 FA'와 별개로 운영된다) 게다가 이 축구협회 (이하 FA)와 축구리그연맹(이하 연맹)은 엄밀히 말해 국가직속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연맹이 FA의 요청에 의해 리그 소속 축구선수를 '강제'로 차출할 수 있는 권한도 없으며 반대로 연맹 역시 FA가 벌이는 이벤트에 대한 기득권 분배를 요구할 수도 없는 관계에 있다.

선수가 K리그를 사랑해주세요.라고 개인적으로 말할 수는 있어도 연맹이 '월드컵에만 열광하고 리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국민들을 질책할 자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이 월드컵 특수로 인해서 K리그 경기장을 반드시 찾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무모하다. 엄밀히 말하면 월드컵에서의 선전과 국민들의 관심은 K리그의 성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K리그에서 선수를 차출해가기 때문에 K리그가 그 선수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며 성과 분배를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분배라는 것이 언제나 '차출 후' 혹은 '월드컵 성적이 나온 이후'에 뒷북을 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어째서 차출할 당시에 FA와 좀 더 면밀한 협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연맹이 FA에 차출에 대한 보상으로 요구할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있을 것인데 요구하는 것이라고는 고작 '차출 시기'와 '기간'에 대한 협상으로 질질 끌다가 여론에 밀려버리는 일만이 반복되고 있는 것인가? 예를 들어 지방 구단들의 흥행을 높이기 위해 차출하는 대신 국내에서 벌어지는 국가대표 평가전을 전국 각 도시별로 분배해서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던지 국가대표 이벤트에 K리그 캠페인을 병행할 수 있도록 협상을 이끌어낸다던지 등등 조금만 생각해보면 난색을 표하지 않는 선에서 요구할 수 있는 조건들이 얼마든지 존재함에도 연맹은 FA에 지금까지 이렇다할 요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언제나 차출이 임박하거나 월드컵 이후 FA의 성과가 나온 뒤에서야 뒷북을 치는 현상이 벌써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

월드컵과 K리그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역사가 그렇다. 축구 국가대표 역사는 이기봉 전 부통령이 제안한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한일전을 기점으로 벌써 60년이 되어가지만 프로축구는 1983년 창단 후 그 절반에 못미치는 27년 그나마 제대로 된 리그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건 1996년 아디다스컵을 대체한 K리그가 정식으로 출범한 때이니 더 짧을 수밖에 없다. 야구는 좀 다른데, 에초 월드컵이라는 세계대회도 없었거니와 기본적으로 고교야구라는 '리그전'에 가까운 '지역연고기반'의 대회에서 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를 기점으로 프로야구로 팬층이 변동 없이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었지만, K리그는 축구 리그로서 흥행 기반 없이 맨땅에 세워진 스포츠 리그라는 점에서 그 기반이 훨씬 열악했을수밖에 없다.

축구팬들이 언제나 반문하는 점 즉 '해외 유럽에서는 국가대표보다 클럽축구'가 더 대우받는다는 논지도 여기에서 힘을 잃는다. 잉글랜드의 축구 역사는 족히 150년이 넘는다. 월드컵이 시작된 것은 1930년, 게다가 잉글랜드는 1938년까지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도 사실 월드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오프시즌'이기 때문이지 클럽 축구보다 더 인기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다시말해 클럽축구의 역사가 국가대항전 역사를 가볍게 압도하는 나라가 대부분인 유럽과의 비교는 에초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얼마나 역사가 깊으냐, 그리고 역사상 어느 쪽이 먼저 선수를 쳤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유럽은 클럽이 먼저, 그것도 한참 먼저 선수를 치고 국민들 속에 자리를 잡았던 거고 한국은 그 반대였을 뿐이다. 유럽의 예를 들며 K리그를 찾아줄 것을 호소하는 것도 무의미할뿐더러 유럽 축구만을 보며 K리그 경기력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논리 속에 K리그의 경쟁력을 논하기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지금 K리그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점이다. K리그는 역사가 짧다. 그리고 소속된 팀들의 경기력 역시 상품적 가치가 높지 않다. 이를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결과 연맹이 추진하고 많은 K리그 팬들이 주장하는 'K리그는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라든지 'K리그는 경기장에 와서 보면 재미있다'라는 식의 지극히 '우월적'인 캠페인'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결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K리그는 일단 재미가 없다'라는 생각에서부터 리그의 문제점을 고처나가는 자세가 필요하지 지금처럼 'K리그를 찾지 않는 사람들을 질책'하는 식의 캠페인은 역효과는 물론이고 K리그 내부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막아버리는 '자기위안'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K리그 경기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K리그 팬들의 완고함이 리그를 오히려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잉글랜드가 될 수도 없고 국가대표 이전의 클럽이 축구 토양을 만들어낼 수도 없는 나라다. K리그가 없으면 국가대표도 강해지지 않는디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라에서 이미 '사기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 사람들에게 '니가 사고 싶은 것을 사려면 일단 이걸 먼저 사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현행법에도 어긋나는 문제다. 국가대표에 밀린다는 점, 유럽 축구에 밀린다는 점, 우선 순순히 인정부터 하자, 국가대표 축구만큼, 유럽축구만큼 K리그도 재미있어요 라는 것보다 우선 행동으로 보여주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축구 리그, 옆에서 서포터가 침튀겨가며 설명하지 않아도 한눈에 잘하는 선수가 눈에 들어오고 경기를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리그 경기를 만드는 데에 힘썼으면 한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참을성 있게 해나간다면 우리도 멀지 않은 미래에 잉글랜드 못지 않은 리그를 갖게 되지 않을까?

posted by RushAm 2010. 6. 24. 00:35
백의민족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간간히 CM에서 뒷북처럼 들려오는 걸 빼고는 이제 스스로 백의민족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칭하지 않게 되어있다. 이 백의민족이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선 가지는 성격은 '깨끗함', 그리고 '순수함'일 것이다. (역사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제대로 된 침략전쟁 일으키지 않고 언제나 피침략국으로서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굳건히 단일민족의 절개를 지켜왔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의미 자체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인지 기업들도 잊을만하면 한번씩 써먹고 국민들도 그렇게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 키워드다.

그런데 이 백의민족설이 사실이던 아니던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백의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흰 옷, 백의를 입었던 민족이라는 점은 한편으로는 순수함을 상징하기도 하겠지만 의례 양반들의 옷이 그러했듯 체통만을 위해 별 쓰잘데없는 데에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더러워짐을 싫어하는 자기방어적 결벽증을 의미하기도 했다. 양반들은 자신의 옷이 비라도 맞으면 비가 깨끗하건 더럽건 간에 안절부절 못했으며 마당쇠가 먼지라도 일으켜 옷이라도 더럽힌다면 용서가 없었다고 한다. 옷은 빨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그 옷을 입고 있는 한 그 깨끗함이 자기 자신을 상징하는 그 자체로 동일시했으며 옷이 더러워진다 함은 자신을 더럽히는 의미와 일치한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이 백의민족에서의 양반들이 보여준 태도는 사실 '자기 만족'에 근거하지만 더 깊게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백의라는게 입어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불편한가?, 더러워질까봐 밥도 제대로 마음편히 못먹고 경직된 자세로 먹어야하고 걷는 자세도 뒷꿈치에 묻은 흙이 종아리 부분을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해 땅을 성큼성큼 걷지 않으면 안되니 사람이 몸을 보호하고 더 편하게 살기 위한 옷의 수단적 역할이 전도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자기 좋자고 흰 옷을 입는다기보다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남들에게 '자신을 더 깨끗한 사람'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 입는다는 것이 맞겠다. 특히나 부패한 후조선 관료들은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더욱 극심했으리라...

한국 축구가 16강에 진출했다. 1승 1무 1패, 나이지리아전 후덜덜한 기분을 느끼긴 했어도 결국 나이지리아는 우리를 이기지 못했고 우리는 16강에 안착했다. 그런데 말들이 참 많다. 경기력은 절대 16강 경기력이 아니었는데 운으로 갔다느니, 16강에 갔어도 창피하다느니, 더 속시원하게 올라갈 수 없냐느니 참 말들 많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아서 곰곰히 기억을 되씹어보니 2002년 4강 신화때도 이러한 목소리들이 들렸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에서 심판 매수설이라며 지들이 자국에서 살기 위해 지들 수준에서 생각한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자 우리의 반응은 그들을 당연히 코웃음으로 비웃어주는 승자의 여유가 아닌 '아~! 우리가 떳떳하지 못하게 이겼던건가, 이거 이겨도 나라 망신이구나'하는 반응, 생각보다 많았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을 참 좋아하지만 극복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그 중 하나가 백의민족 컴플랙스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기면 이긴 그대로의 결과를 순순히 인정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든 한번 더 무결성을 의심하고 남들이 우리 성적을 어떻게 보는지, 혹시라도 쓴소리를 안하는지 걱정한다. 자기 자신, 자신들의 민족들이 평가해주는 것은 귀에 담을 생각조차 않하고 남의 나라가 헛기침이라도 하면 별 의미도 없는 헛기침에 별별 해석을 갖다붙이며 어떻게든 '무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16강에 올라가더라도 3전 전승으로 올라가줘야 하고 물론 파울이나 심판 어드벤티지는 없어야 하고 역으로 역차별을 당해가면서도 그걸 극복한 인간승리를 보여줘야 '세계 언론'들이 '위기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 한국'이라는 '극찬'을 해줘야만 그제서야 만족을 할 듯한 기세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도발을 보면서 느끼는 게 아직도 없단 말인가? 국제 정세에서 우리 나라가 잘 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라는 미덕따윈 안통한다. 할 말 속시원히 하고 최대한 쌀 한톨이라도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는 '치졸함'이 훨씬 더 필요하다. 국제적 예의를 지킨답시고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말한다고 일본이 '아 역시 동방예의지국이라 우리나라를 배려해주는구나 우리도 예의엔 예의로 답해야할 터'라고 생각할 것 같은가? 나라를 사랑하고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국제 정세에서는 예의고 뭐고 집어치우고 무조건 자국민이 잘 되는 방향으로 우기는게 장땡이다. 예의는 나라 안에서 지키는 거지 나라 밖에서 내가 가진 걸 희생하면서까지 지킬 필요는 없고 더우기 우리를 깎아내리면서까지 지켜야 할 미덕도 아니며 그렇게 했다고 우리를 더 우러러보고 인정해줄 나라는 코빼기도 없음은 두말할필요도 없다.

16강 진출했으면 더 콧대 높여서 주변국, 특히 16강 못든 나라를 마음껏 비웃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게 그 멋있다는 '쿨한 비웃음'이 되려면 그만큼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너무 뒷모습의 깨끗함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마음껏 좋아해야할 타이밍에는 침착하게 옷 뒷매무새 만지고 옷을 고쳐입어야 할 타이밍에 어울리지 않는 광분을 하는 언벨런스를 보이고 있다. 좋아할 때 좋아하고 이겼을 때 승자의 여유를 배우지 못하면 '쿨한 대인배'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확실한 건 지금은 '즐길'때이고 주변국 누구도 그 '즐기는 것'에 시기할 지언정 태클을 걸수도 걸 자격도 없다. 게다가 이건 정말 많은 축구계 원로들 그리고 지금 한창 유소년 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유망주들이 염원하고 바라던 '강한 한국 축구'를 성적으로서 역사에 남길 수 있는 '성과'다. 한 두명의 희생으로 이루어질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많은 원로 선수들과 그들을 지켜보며 함께 그들의 좌절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던 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16강이란 말이다.

우리에겐 백의를 깨끗하게 입은 양반이 아니라
백의가 더럽혀지고 누더기가 될 때까지 싸워주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그들의 찢어지고 더러워진 옷이 훨씬 자랑스러움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성과를 바로보려 하지 않고,
단지 입은 옷이 누더기라며 동네 창피하다고 짜증내는
결벽증 환자들은 이제 좀 없어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RushAm 2010. 6. 14. 18:14
1. 치대면 일단 결과는 복불복...

기본적으로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축구선수를 20년이나 하고 은퇴 후에도 축구계 안떠난 사람보다 더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축구 사이트에서 나오는 그에 대한 '축구 전술적 관련 비난'은 어찌 보면 헛구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꼭 우리나라만 감독을 까느냐만 그렇지만도 않다. 잉글랜드 축구사도 그렇고 이탈리아는 뭐 말할것도 없이 냄비근성이 쩐다는 것을 축구문화사를 연재해주고 계시는 필독님께서 최근 가르쳐주고 계시듯이, 현장과 팬들의 정보력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아무튼 첫 경기 결과가 좋았다. 이게 상당히 복불복이었을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허정무 감독은 참 운이 좋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감독이란 없다고 본다. 누구나 가진 경험이나 정보력 전술에 대한 철학적 깊이는 비등비등하다. 다만 그 시기에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가와 당시 얼마나 좋은 선수들이 그와 만날 수 있었는지일뿐...

2. 허정무를 비판하는 마음이 정말 허정무 개인에게로만 향했던 것일까?

조금 논란이 있겠지만 아마 허정무 감독은 선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말 쉴틈없이 단 한번도 호평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필자도 그렇다. 그런데 이 허정무를 좋게 보지 않은 이면에는 '축구협회'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허정무의 선임 과정이 얼마나 공정했는지는 일개 팬으로서의 정보력 부재로 인해 제대로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렵고 대부분 추측에 의거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축구협회는 어떤 이유에서든 국내 감독을 원했다는 것이다.

허정무를 비판하는 이면에는 이러한 축구협회의 전 근대적인 행정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켜도 이상할 게 없을 미숙한 여론 대처 능력이 있었다. 즉 허정무를 옹호하면 축구협회를 옹호하는 것이 되고 결과적으로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한일전을 통한 여론 물타기 오해(?)등을 지지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배경때문에 호평이든 악평이든 제대로 된 순수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감독이 허정무 감독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화려한 선수시절 커리어도 한 몫을 했으리라...

3. 사람은 변한다, 그리고 허정무도 변했다.

요즘 취업난을 겪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지금의 회사들은 '신입'을 도무지 뽑으려 들지 않는다. 어떻게든 상대 회사의 '잔뼈가 굵은 경력자'만을 즉시전력으로 투입하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회사라는 곳은 돈이 좀 들더라도 바로바로 성과를 내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지극히 고리타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허정무는 한번의 국가대표팀 감독의 실패를 겪었다. 전남에서의 감독 생활에서도 딱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 힘든 시즌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그가 그 실패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까? 그건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특징이라면 '실패'에 대해 너무 저평가한다는 점에 있다. 해외에서는 '실패'한 프로젝트의 경력도 성공한 타이틀 못지 않게 인정해주는 것에 비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아무튼 그는 한국에서 성공보다는 실패한 감독이었고 국대에서도 실패의 행보를 겪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근 10년간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 중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하고 있는 감독이 허정무라는 사실이다. 최근 10년간 국가대표 감독 재임 기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간중간에 있었던 감독 대행 인물은 제외한다)

2000년 12월 ~ 2002년 6월 : 거스 히딩크 (1년 6개월)
2003년 02월 ~ 2004년 4월 : 움베르투 쿠엘류 (1년 2개월)
2004년 06월 ~ 2005년 8월 : 조 본프레레 (1년 2개월)
2005년 10월 ~ 2006년 6월 : 딕 아드보카트 (8개월)
2006년 07월 ~ 2007년 8월 : 핌 베어벡 (1년 1개월)

2007년 12월 ~ 2010년 6월 : 허정무 (2년 6개월)

최근 10년간 외국인 감독들이 대거 이어지면서 보여준 국대감독의 수명은 성공한 히딩크를제외한다면 적제는 8개월 길어야 1년 2개월을 채 넘기지 못한 단명 감독에 가까웠다. 그만큼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에 한해서만큼은 성과는 고사하고 자신의 축구 철학을 녹이는데에 걸리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 감독은 마치 클럽팀의 외국인 선수처럼 당장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즉각 퇴출되어야 하는 이방인으로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감독직은 다르다. 적어도 두 시즌 정도를 기다려주지 않는 축구 클럽 혹은 대표팀은 변방이 아니고서야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변방을 졸업하고 탈아시아를 선언한지 8년이 다 되어가는 대한민국이 저지르고 있어서는 안되는 짓이었다는 말이다.

허정무 감독은 까일 만한 성적이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했으니까,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본프레레 감독 시절도 다를 바 없었지 않았던가? 그도 혹평 속에서 월드컵 예선전 보란듯이 통과했다. 그런데 동아시아 대회가 문제였다. 여기에서 졸전을 벌이니까 두말할것도 없이 경질수순을 밟았다. 동아시아 대회 하니 생각나는 경기 있지 않은가? 공한증이 깨진 중국 3:0 패배 사건, 그 사건 당시 경질 여론은 본프레레의 졸전 이상이었지 이하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축구협회는 넓은 마음으로 받아줬다. 그리고 월드컵까지 절대 안짤릴거라고 약속까지 해줬다.

허정무 감독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정도의 신뢰를 받고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까? 한때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며 비아냥을 받았던 한국 국대 자리를 2년 넘게 계속할 수 있고 그대로 월드컵에도 나갈 수 있다는 보증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걸 쏟아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그걸 안 하면 정말 문자 그대로 바보가 아닌가, 그렇게 허정무는 지난 국대 감독에서의 실패 그리고 클럽팀 감독으로서의 경험에다가 너무나도 귀중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직 2년 이상의 연임의 경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모르긴 몰라도 아마 어마어마할것이다.


2년동안 수많은 실패와 그 실패를 눈감아줬던 축구협회의 전폭적 지원(?)으로 허정무는 어쩌면 이번 월드컵에서 2년이상의 '국대감독 경력'에서 얻은 - 좋은 감독의 능력 -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정무 감독이 원래부터 감독의 능력이 뛰어났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2년 이상의 시간이 주어진 감독이라면 능히 보여줄 수 있을 자신의 최대치를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는 것임에는 분명할 것 같다. 이후 결과가 어떻게 되던 그 결과는 어떤 변명이나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는 허정무 감독의 100%라고 생각한다.

허정무 감독의 성적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성적을 떠나 허정무 감독 본인이 지금까지 어떻게 변해 오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정말이지 해묵고도 해묵은 그리고 기본적이고도 기본적인 그것 '감독에게는 적어도 자신이 가진 전술 철학을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려 10년여동안 되지 않았던 대한민국 국가대표였다는 사실이 씁쓸하고 그게 결코 자발적인 의지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 안타깝지만 아무튼 좋은 선례가 이제나마 겨우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4. 감독은 왜 기다려줘야 하는 존재인가?

허정무 감독이 가진 능력이 '50'이라고 치고 세계적인 명장이 가진 능력이 '100'이라고 가정해보자, 자신이 가진 전술적 능력을 100%기동시키는 데에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감독은 2년동안 50, 혹은 100을 한달에 2 혹은 4씩 나누어서 현실화시킬까? 그건 아닐것이다. 세계적인 명장이 아무리 100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1년 남짓의 시간을 부여받았다면 채 30도 발휘하지 못할수도 있고 허정무 감독이 2년간 충분한 시간을 받아 발휘한 50만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주 적절한 히딩크의 명언 하나가 있다.

- 하루에 1%씩 승리 가능성을 높여나갈 것이다 - 월드컵 100일 전 히딩크 감독의 인터뷰

즉 감독이란 무슨 회계 짜듯이 2년동안 정확하게 이길 확율을 한달에 몇%씩 높이는 존재가 아니라 그 목표가 어디에 향해있는지를 직시한다음 그에 따른 충분한 준비를 거친 후 대회 직전에 그것을 현실화시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감독은 자신의 계약 기간을 우선 살펴보고 자신의 계약 기간동안 어느 정도까지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를 쌓을 수 있을지 계획을 짜는데 여기에는 선수 선발부터 선수들에게 자신의 전략을 이해시키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전략에 맞게 개조시키는 작업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나긴 바탕 작업이 끝난 뒤에 실전을 위한 전술을 시험하는 것으로 실전 대비를 시작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히딩크 이후의 외국인 감독들은 이 작업을 채 절반도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결과를 보여주라는 외압으로 인해 설익은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죄로 쫒겨났던 것이다. 계약기간이라는 의미는 이미 없었다. 그들에게는 계약기간을 분명히 명시하고 그 계약기간 내에 맞춰 대표팀에 대한 계획을 짤 어떤 시간적 여유도 주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허정무 감독도 자칫 이런 악순환에 휘말릴뻔하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이 동아시아 대회, 즉 다시말해 월드컵 100일 조금 더 남았을때의 국가대표팀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오버랩해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사람들이 깜짝 놀랐던 것은 국대가 갑자기 다른 팀이 된 마냥 평가전때와 달리 강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전술 감독처럼 보였던 허정무가 백전노장 오토 레하겔을 수싸움에서 이기는 모습에서 전율까지 느낀 사람도 많았으리라

2년 중 1년 6개월정도는 팀이 전혀 변화가 없어도, 오히려 쇠퇴하는 모습을 보여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 우리는 이미 히딩크 때 배웠음에도 지난 10년간 이것을 잊은 채로 살았다. 그리고 지금 허정무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 진실'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정무 감독이 주는 교훈은 다른 게 없다. 앞으로 국내파 감독이 되던지 외국인 감독이 새로 물망에 오르던 중간에 어떤 개차반 성적을 내던 일단 적어도 자신의 전술 철학을 팀에 녹일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팀은 절대 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본인이 직접 결과를 통해 시전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아마 허정무 감독은 아무런 억울함이나 안타까움이 없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확신한다. 모든 걸 전력을 다해 쏟아낸 다음 받아들 수 있는 성적표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정직한 자기 자신의 거울일테니까 말이다.


모쪼록 허정무 감독이 가르쳐준 이번 교훈을 축구인들이 오랫동안 잊지 않기를 마음속 깊이 염원해본다. 그리스전이 편안했던 이유, 그리고 앞으로의 경기가 승패를 떠나 너무나도 기다려지게 만든 이유는 다른 게 없다.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그것 우리가 언제나 부상에 울고 불운에 울고 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상황에 제 실력을 국제 무대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역사가 겨우 바뀌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붙으면 아르헨티나든 나이지리아든 제대로 붙어서 우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는 납득할 만한 성적표가 나올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드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런 팀, 우리가 당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은 100%풀전력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팀이 나오려면 감독을 먼저 신뢰하자, 그리고 적어도 축구에서만큼은 테스트가 아닌 결과로 평가하는 문화를 정착시켜보자,

목적은 단 하나
'대한민국 축구가 강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posted by RushAm 2010. 5. 22. 21:46
좀 말이 안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축구영화로서 플롯 자체는 손색이 없는 '소림족구'를 유심히 본 분들이라면 이들의 '성공'을 표현하는 공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가 자신들이 시합을 뛰게 되는 경기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웅장해지는 부분이며 두번째로 점점 자신들의 경기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많아져 결국은 어마어마안 관객들이 만원사례를 이루는 모습을 확인하고 감격에 겨워하는 부분이 그것이다. 이들이 돈을 어떻게 벌었다든지 대회 상금이 얼마나 모였다든지에 대해서는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오로지 이들이 성공했다고 보여지는 척도와 이들, 특히 주인공 주성치가 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은 큰 돈도 대회에서의 연전연승도 아닌 그로 말미암아 점점 자신들의 축구를 보기 위해 늘어나는 관객들을 보는 것이었다.

한때 선수들이 K리그를 떠나 J리그로의 이적 러시를 이루었을 때가 있었다. 유소년들을 인터뷰해보면 모두 동경하는 해외 빅리그가 있고 그들은 기회만 닿으면 K리그가 아닌 유럽의 하부리그라도 어떻게해서든 나가볼 생각만이 가득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정말 J리그를 포함한 해외 리그들이 환율 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같은 실력에 더 한몫 잡기에 유리한걸까? 실제로 J리그는 많은 축구전문가들이 분석해본 결과 결코 K리그보다 돈을 더 많이 벌기 힘든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유망주들의 J리그행은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해외리그는 말할 것도 없다. 언어장벽도 있고 적응력 문제 소소하게는 현지 인종 차별 문제까지 벽이 한두가지가 아닌데도 선수들은 심지어 2부리그인 J2리그나 해외 변방의 하부리그의 이적을 마다하지 않는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들이 축구 선수로서 적지 않은 시간동안 바라본 K리그의 청사진이 그들이 꿈을 펼치기에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는 것이 된다. 기본적으로 관중수의 문제, 분명 인구 수를 감안해볼때 결코 적지 않은 관객이 모여드는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들이 적어도 최소 10년 이상 리그를 지켜보는 동안 팀이 연전연승을 하고 팀이 우승을 하고 팀이 연패를 먹는 영광을 누려도 좀처럼 관객이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리그 최고의 흥행력을 쥐고 있는 팀이라 할지라도 매 경기 만원관중이 들어차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즉 이들이 만일 K리그에 어떤 팀에 들어가서 무지무지 노력해서 팀이 우승을 하거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 바로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성취감, 늘어난 관객을 볼 수 있는 포텐셜의 한계가 분명하게 보이는 만큼 선수 생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가 주어지기 어려운 리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락커룸에서 나와 센터서클에서 경기장을 360도 돌아보면 전부 빨개요. 전율이 오는거죠.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줬구나, 오늘 꼭 이겨야겠다. 라고... 2002년 월드컵 직후 이천수선수 인터뷰 中 월드컵 > 해외리그 > K리그라는 공식은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잠재되어 있다. 이들의 차이를 극명하게 만드는 건 '관객'이 절대적임은 두말할필요가 없다. 선수들은 돈을 많이 받는 것 이상으로 많은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보이는 것을 선수생활 최고의 낙으로 삼기 때문이다.


유럽 빅리그에서 이적하는 이적 이유들을 살펴보면 역시 돈이나 팀의 네임벨류도 큰 영향을 끼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챔피언스 리그'처럼 '유럽대회'에 출전 가능한 팀인지에 대한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선수들은 돈 못지 않게 자신의 커리어나 축구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를 더 이룰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유망주들이 K리그를 포기하고 J2리그 유럽의 하부리그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하부리그'에서 '상위리그'로 자신의 실력에 의해 팀이 강해지고 명문화될 수 있는 다시말해 자신의 실력으로 팀의 위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 가능한 리그라는 점이다.

K리그의 승강제는 이런 저런 문제로 벽에 봉착해있고 2부리그에 해당되는 내셔널리그의 승격은 몇해전부터 허용하고 있으니 정작 승격자격을 갖춘 팀이 승격을 거부하는 아이러니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모습에서 유소년들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K3에 입단한다면 K3의 우승 이상의 목표는 없다. 내셔널 리그에 들어가면 내셔널 리그의 우승이 최정상이 되고 K리그의 경우 목표 대회가 늘어나긴 하지만 결국 리그는 단일 리그, 강등의 위험이 없어 꼴찌팀은 언제나 리그 중 후반이 되면 동기부여에 어려움을 겪고 승점자판기 노릇을 하게 된다. 강등권 싸움은 고사하고 고춧가루 팀의 역할조차 제대로 할 생각이 없어보이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K리그 팀들이 2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아시아 3개 빅리그 중 가장 앞선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포항이 월드챔스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점도 유소년들에게 '동기 부여'의 기폭제로서 작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아쉬운 건 이들 대회의 가치를 좀 더 부각시키지 못하는 연맹과 언론들의 태도이다. 월드 챔스가 얼마나 대단한 대회인지 그 월드 챔스 참가권을 걸고 벌이는 격전지 AFC 챔스가 얼마나 어려운 대회인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연맹의 보도자료도 언론들의 전문화된 보도 태도도 현재로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바르셀로나가 참가하는 대회 중 하나일 뿐인 대회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관객 수,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많고 적고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인구는 분명 한계가 있고 축구를 직접적으로 선호하는 인구와 경기장에 직접 찾아오게끔 만드는 여건 자체가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직 열악한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우승팀'이나 '성적이 좋은 지역 연고팀'에 대한 해당 지역 연고 주민들의 변함없는 태도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 프로야구의 롯데가 항상 많은 관중을 모으는 것 같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꼴데라는 오명을 쓴 채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정도의 관객만이 응집하던 냉대를 받기도 한 것처럼 성적이 좋지 않다면 좋지 않은 만큼의 냉대도, 좋으면 좋은 만큼의 환대도 필요하다. 꼴찌를 하고 있는 팀이 관객동원 1위를 기록하거나 우승권에 근접한 팀이 관객동원 하위권을 벗어나기 힘든 이 언벨런스한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부터 어떻게 하지 않으면 유소년들이 바라보는 K리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개선되기 어려울것이다.

좋은 선수가 모이면 경기력이 나아지고 경기력이 나아지면 리그가 강해진다. 리그가 강해지면 관객이 모이고 방송국이 따라붙는다. 우리는 지금까지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방송국들이 리그에 따라붙지 않음을 들어 방송국만을 탓해왔었다. 리그는 강해졌고 경기력도 나아졌는데 방송국들은 외면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기본이 되는 '좋은 선수'가 모일 수 있는 리그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게 아닐까? 비단 유소년뿐만 아니라 불혹을 넘긴 노장에게 있어서도 K리그의 우승 트로피가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 선수 인생을 걸고 도전하고 싶은 동기를 만들어주는 리그가 되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지 싶다.
posted by RushAm 2010. 5. 5. 22:51
문제 하나, 친일파는 왜 생겨났을까? 정말 나라를 팔아먹고 싶어서 그랬을까? 그건 아니었다. 조선에는 언제나 두 당파가 있었고 그 당파 중 세력이 어느 정도 큰 당파는 언제나 대세로 10년 이상 그 권세를 누렸다. 그런데 이 10년 권세가 문제였는데 흥선대원군이 그 당연하다면 당연하다싶던 '집권당'대세를 무너뜨리고 사파로서 대권을 잡은 게 3대에 걸친 날던 새도 떨어뜨리던 안동 김씨를 맞춰 떨어뜨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흥선대원군 역시 10년 후 몰락을 피하지 못하고 이후 당파는 새롭게 재편되는데, 집권시절 나름 '대연정'을 이뤄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안동 김씨의 규수 출신 명성황후를 축으로 한 황실파와 그밖에 정,종 1,2품들이 귀족 재건을 목적으로 (순조 시절처럼 왕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해) 반기를 모색하던 반란파가 있었다. 어딜 봐도 승산이 없었던 반란파에는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는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일본이었다.

이들이 잘못했던, 혹은 잘했던 부분이라면 '줄을 잘 섰을' 뿐일 것이다. 만일 이들 귀족이 아닌 고종과 명성황후가 일본과 손을 잡았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적어도 조선이 없어지지 않았을거라는 것은 확실할 것 같다. 물론 일제의 속국이 되었을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일제의 속국이 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대상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일 뿐이다. 사실상 조선왕조 500년간 중국에게 시달리지 않은 역사가 있던가? 왕자를 유배당하고 국경지역은 언제나 호적들에게 수시로 약탈을 당했다.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왕조가 조용히 중국에게 공물을 바쳐가며 일방적 평화조약을 감수했던 이유는 '중국이 대세'였기 때문이었다. 동아시아 무대에서 그 패권이 처음으로 뒤집어진 게 청일전쟁이었고 대륙에서 뒤집어 진 게 러일전쟁이었다. 청나라가 무너졌다는 것은 황실파에 더 이상 빽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성황후 시해, 고종 황제 암살 사건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안방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반란파 귀족들과 일본 세력을 고종 황제 혼자 맞닥뜨려야 했었기 때문이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좀 나아졌을까? 아쉽게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꽤 강해진 나라가 되었지만 여전히 독립적으로 뭔가 해볼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대세에 붙어먹으려는 추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 경제 협력 등 모든 국제 관계는 다른 나라보다 미국과 중국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한국인이 국제적 사건에 휘말리면 우리나라 외교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보다는 그 나라의 통상관계 악화만을 염려하는 태도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언제나 '대의'를 위해 희생을 당연시하고 이 당연시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주입시켜 국민들을 충실한 개로 만든다. 국민들은 아직도 인물보다는 정당을 보고, 뭔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그 유행에 발맞추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어떻게든 발가락 아니 발톱이라도 그 대세에 디밀어보려 무진 애를 쓴다. 영어, 사교육, 대학입시, 명품소비, 아파트청약, 건강정보, 월드컵 등 뭔가 대세가 되면 어떻게든 그 대세에 휩쓸리길 바라고 이미 휩쓸려 있는 사람은 휩쓸리지 않은 사람을 비하하며 조롱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독창적인 삶을 살기 참 어려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랄까?, 이런 추세를 정치권과 재벌은 적절하게 이용하며 이미 한참전에 끝났어야 할 낡은 정치와 족벌경영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세를 따라서 결과가 과연 좋았느냐하면 좀 아리송하다. 중국이 한참 뜬다고 할 때 우르르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지금은 통상관세에 물매를 맞고 야반도주를 하고 있고 미국의 신자유경제를 대세로 신봉하던 우리나라는 미국이 기침정도가 아니라 아예 폐암에 걸리자 출구전략의 출구조차 못찾고 해매는 지경이다. 미국이 휘청할때 유럽연합이 유로화 1900원대를 타고 대세를 만들자 은근슬쩍 EU FTA니 뭐니 유럽에 신경쓴답시고 움직이더니 이윽고 아이슬란드 도산에 그리스가 무너지고 잠시 손을 놓았던 미국은 자세를 추스리고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세를 좋아하는 것까지는 좋다 이거다 그런데 대세를 좋아하려면 이미 대세가 된 곧 떨어질 보름달에 홀려 대세랍시고 들러붙지 말고 반달일 쯤에 이 달이 곧 보름달이 될 건지 초승달로 떨어질건지 판단해서 들러붙든지 해야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놈의 보름달만 물고 빨아대기 여념이 없어 언제나 쥐어터지는 형국이다.

IT 업계에도 인터넷 강국을 만든답시고 MS제품을 열나게 팔아준 결과 국내 소프트업계는 괴사했고 정부가 앞장서서 모든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MS없이는 뭐 하나 하지를 못하게 만들어놓고 말았는데 평생 찬란하게 빛날 것으로 믿었을 MS가 요즘 대외적으로 휘청하니 국내 업계는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도 못잡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국내에 들어와서 이토록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 하나, '전혀 다른 놈'이기 때문이다. 사실 얼리어답터들에게는 기술적으로 뭐 하나 새로울 게 없는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은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이 대세라며 당연시해왔고 그에 익숙해져있던 소비자들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 처음 우리나라에 대형할인마트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랄까? 재래시장이 '정으로 호소'하는 것 이외에 품질보증이나 바가지 등 소비자를 위한 아무런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던 점 탓에 순식간에 패했던 것처럼 지금의 국내 시장도 MS시스템과 국내 기업들의 안방호랑이짓으로 대안 없이 당연시해왔던 것들이 순식간에 해금되어버려 국내업체들은 지금와서 무슨 대응을 한다 한들 몇 년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 타이틀을 얻었던 배경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컴퓨터로 하는 인터넷에 적응했고 그 인터넷으로 대체 가능한 수많은 대체수단을 만들어 활용하는데 '익숙해졌기'때문이었다. 이 타이틀을 지금 빼앗기게 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새롭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인 '모바일'에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적응하지 못한 채 수 년의 세월을 그냥 흘려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모바일로 지금 컴퓨터 인터넷으로 되는 대부분을 구현해내고 있을때 우리나라는 모바일로 뭐 하나 되는 것도 없고 그 이전에 어마어마한 패킷료 폭탄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방영되는 와중에 전 국민적으로 '모바일 접속'버튼 공포증이 확산되어버려 모바일에 익숙해질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모바일 요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를 '통화료 시장'과 동일시했던 이동통신사들은 결국 내수시장의 돈벌이에 급급했을 뿐 시장 보급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게 서로 자신들의 힘이라고 자뻑하던 정부와 기업들이 합작한 패착이다. 정작 그 '인터넷'에 국민들이 익숙해지지 않으면 강국이 될 수도 새로운 시장이 생겨날 수도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을까?

지금 아이폰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처음 인터넷 붐이 일어났을 때 인터넷이라는 신세계에 마주쳤던 사람들의 눈빛과 흡사하다. 지금까지 억울하고 불편하고 성질나던 게 한방에 해결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인터넷 컴퓨터 부품 가격비교 사이트로 인해 용산의 수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용팔이들 꼴좋다며 그들을 전혀 동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의 SKT와 삼성전자에게 동정을 보내거나 응원을 보내는 세력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라고 해서 뭐 특별할 게 있을까? 애플의 성공을 거울삼는다며 여전히 기술력으로 어떻게 해보자는 정부와 그에 충실히 맞춰 아이패드의 성능을 능가한다는 S패드를 내놓은 삼성전자에게 전혀 승산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여기에 있다. 지금은 대세가 애플 같으니까 잽싸게 애플에 들러붙은 기업들이나 그 대세를 지원사격한답시고 아이패드 들고 브리핑하면서 마치 교장선생님이 힙합바지 입고 훈사하는 어색함을 선사하신 정부나 제발 그놈의 대세좀 그만 부르짖고 10위 경제력 답게 이제 뭔가 실패하더라도 독창적으로 뭐 좀 해볼 생각을 해보는게 어떨까? 역사를 반복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내일은 24시간 후의 오늘일 뿐 미래가 될 수 없을 테니까...
posted by RushAm 2009. 11. 26. 03:56
AFC의 권고안대로 2012년까지 타임리미트가 걸린 프로축구 승강제 도입이 2009시즌이 끝난 지금 초읽기로 다가오고 있다. 2011시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건인지 아니면 2011년 12월 31일까지 승강제를 만들면 된다는 건지 구체적인건 아직 알 수 없지만 아무튼 1년 남았던 2년 남았던 지금 하는 모양새로 봐서는 2년이라도 결코 많이 남은 시간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연맹은 승강제는 고사하고 당장 눈앞에 있는 KBS스포츠뉴스의 만행조차 제대로 막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축구협회 역시 축구를 이용한 정치에만 관심이 있을 뿐 KBO처럼 정치를 이용해 근근히나마 야구를 먹여살리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는 사람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듯 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어째서 이들은 이미 몇년 전부터 준비했어야 할 승강제가 채 시도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을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인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해보인다. 연맹, 축구협회 모두 돈, 스폰서의 꼭두각시가 되어있다. 중계권 협상은 언제나 방송국에 끌려다니며 지난 시즌 타이틀 스폰서조차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K리그를 생각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스포츠협회로서 돈을 만들고 운영함에 있어 미숙한지를 알 수 있다. 승강제의 1차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내셔널 리그의 1위팀 승격은 우승팀들의 2년 연속 승격 거부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만든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한국 현실에서는 천문학적인 수치에 가까운 축구발전기금과 승격에 필요한 제반 비용으로 최소 50억원 가량을 승격과 동시에 선납부해야한다는 조건이 그것이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상금이 3개 대회 다 합쳐 5억이 채 안되는 리그, 그나마도 우승할 확율이 최대 1/16인 곳에 50억을 선납부할 미치광이가 어디있을까? K리그가 주는 메리트가 가입비 10억과 축구발전기금 40억을 선뜻 내놓을 만큼 크다고 생각하는가? K리그 연맹은 자신들이 이 리그를 이용해서 돈을 구단들에게 만들어줘야 하는 리그 연맹의 본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리그 운영에 대한 비용을 구단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물론 리그에 대한 흥행, 하물며 리그의 위상을 이용한 부차적 수익모델까지 모두 구단의 자발적인 해결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니까 말이다. 유럽 리그처럼 리그 자체의 위상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고 수원과 GS 더비나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 AFC재패처럼 구단 스스로 흥행 코드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분명 가입금도 받고 있고 운영에 필요한 비용중에 인건비도 분명 있으련만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계자'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의 일반적인 변명에 따르는 것이 아닌 일반 팬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이들의 움직임을 보면 '대기업'의 스폰스 의사 결정에 도가 지나칠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K리그 팬들이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나 실제 FA컵에서 대기업 스폰스의 K리그 팀이 내셔널 리그 혹은 대학리그 팀에 지면 모양새가 나빠진다는 직설적인 관계자의 발언 등이 그것인데, 아마 K리그의 승강제에 있어 내셔널리그의 승격을 먼저 시험한 것도 강등에 있어 대기업 스폰스 팀이 강등이 될 경우 미디어 노출도에 의한 간접 홍보 효과만을 보장하고 있는 K리그의 스폰스 대비 수익 모델이 급감할 것을 연맹 스스로 자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도 축구팬을 사이에서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일단 1차적으로 K리그의 메리트를 고작 '간접 스폰스 효과'에 한정할 수 밖에 없었던 (그것도 연맹이 만든 게 아닌) 연맹의 책임이 크다. 기본적으로 간접 스폰스라 함은 그 결과를 수치로 측정할 수 없고 눈에 보이는 직접 수익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마치 '사회 환원'이나 '정치권 로비'와 비슷한 의미를 갖게 된다. 즉 실제 간접 스폰스 효과가 구단 운영비 지출 대비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정치권 및 국민들에게 '우리는 이 나라에서 초큼 폭리를 취하면서 서민 뜯어먹고 살지만 이렇게 국민을 위해 손해를 봐가면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의 범국민적 아부를 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만일 이들 기업이 스폰스하고 있는 K리그의 팀이 강등된다면 결과적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은 고사하더라도 언론 노출도에 있어 '범국민적인 아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대기업 스폰스의 구단들 역시 많은 투자로 인해 좋은 선수들을 대거 갖추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만큼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기에 이들 팬 역시 자신의 팀이 강등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일반적인 축구팬에 비해 축구 서포터는 팀과 혼연일체가 되어 팀의 자존심이 곧 서포터 자신의 프라이드로 이어지는 조금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정 팀의 지지자들의 거만함이 종종 팬 커뮤니티 사이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역시 승강제에는 표면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자신의 팀이 강등권에서 해매는 모습을 결코 상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실제 벌어질 경우 이성적인 판단기준을 잃은 이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며 강등제의 패착을 주장하는 역설적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축구에서 승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객이 많고 인기도 높고 대한민국에서 한끗발 날리는 기업이 스폰스하고 있는 팀 중 한 두 팀이 반드시 강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2부 리그에 대한 편견'을 없에는 것과 동시에 '2부 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을 높이고 나아가 '2부 리그'역시 K리그에 버금가는 흥행 코드를 가질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는 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명문 구단이 강등되게 되면 매스미디어의 관심도가 높아진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대거 포진한 구단의 강등 원인부터 팬들의 반응, 해당 기업의 움직임 등 명문 구단이기에 받을 수 있는 주목도를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승강제'에 초점을 맞춰 보도를 유도해냄으로서 승강제를 알리는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비전략종목이 세계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는 것은 뉴스가 될 수 없지만 쇼트트랙이 예선 탈락하면 나라 전체가 경천동지하는 것과 같다. 그 자체만으로 큰 사건이 될 수 있으며 향후 2부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도 해당 명문 팀을 중심으로 보도 량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2군에 떨어져도 꾸준히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자연스럽게 2부 리그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 보도 그리고 조금이나마 중계도 늘어날 것이다. 명문팀이 2부리그에 떨어졌다고 해서 가장 팬이 많은 구단의 중계를 줄인다는 것은 그나마 있는 팬을 모두 떨어뜨린다는 것을 연맹은 잘 알고 있으며 해당 스폰서가 만족할만한 노출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연맹의 운영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당 기업이 축구판을 떠나가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연맹은 모든 것을 걸고 (돈을 지불해서라도) 2부리그에 대한 매스미디어 노출 및 중계를 확보할 것이다. 방송사 역시 축구를 언제까지고 등한시했다간 향후 월드컵 중계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초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본다.

2부 리그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미디어 노출도가 증가하게 되면 2부 리그가 단지 2부리그가 아닌 1부 리그의 확대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명문 구단이 2부 리그에 있다 보면 전체적인 경기 수준이 향상되며 명문 구단이 2부 리그팀에 반드시 전승을 할 수 있을 만큼 수준차가 크지 않은 것도 현실이기 때문에 지금의 FA컵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하위팀이 K리그 정상권 팀을 무너뜨리는 (미디어에서는 '망신'이라고 표현되는 그것) 이슈가 자주 만들어질 수도 있고 해당 팀과의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인정받은 팀 혹은 선수들의 가치가 상승하여 선수는 1부리그 팀의 이적을 구단은 이적료 수입 증가를 통한 재정 확보가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모습은 지금의 K리그 수준의 스폰서들의 관심을 2부 리그에도 유도하여 적극적으로 스폰스에 참여를 가능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몇몇 명문 구단을 스폰스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에게 고하고 싶다. 자신이 스폰스하고 있는 구단이 강등될 것이 두려워 승강제에 반대하고 있는가? 한국에서 1류 기업이라고 반드시 프로스포츠에서도 1위를 해야 국민들이 당신들을 1위로 인정해줄 것 같은가? 착각이다. 당신들이 K리그에 참여하는 동기가 '범국민적 아부'라는 것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왕 '아부'라면 국민들이 당신들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달라지기 위해 당신들이 뭘 해야 하는지 보다 명확히 분석했으면 한다. 당신들 직영 경제연구소에 한사람당 연간 수억씩 줘가며 놀리고 있는 연구원들 있잖은가? 그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돈 엄청 들여서 '우리 1위 기업이라서 K리그도 1위입니다. 우리 제품 쓰는 당신들도 1등 국민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만일 팀이 강등이라도 된다면 1위 기업에 걸맞지 않는 팀이 되었으니 스폰을 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2부 리그에 떨어지더라도 꾸준힌 지원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이 경제 침체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건실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효과를 거두게 될지를 말이다. 경제 연구한답시고 GDP니 행복지수니 뭐니같은 허구언날 수학책만 파는 바보들 말고 사회 흐름을 제대로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뭐가 답인지 제대로 알려줄 것이라 믿는다.

굳이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강등제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성에 대한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축구팬들이 그동안 많은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주셨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K리그 우승이 아닌 K리그 잔존을 위해 기업들이 스폰스 팀으로 하여금 돈지갑을 열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K리그 자체에 들어오는 자금이 늘어나고 그만큼 리그의 경기 수준도 높아지며 이는 보다 많은 팀들에게 리그에 대한 동기부여를 가능케 만들 것이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리그의 존재 의미와 가치가 높아지는 게 아니겠는가? 국민들은 이런 복잡한 걸 신경쓸 필요가 없이 단지 재미있는 경기를 보고 싶을 뿐이고 재미 없는 경기를 보고 싶지 않을 뿐일테니까, 속사정이 복잡하든 어떻든 일단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런 경기가 가능한 많아지기 위해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반드시 인식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연맹이 해야할 일이고 구단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며 스폰스 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