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24. 00:35
백의민족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간간히 CM에서 뒷북처럼 들려오는 걸 빼고는 이제 스스로 백의민족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칭하지 않게 되어있다. 이 백의민족이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선 가지는 성격은 '깨끗함', 그리고 '순수함'일 것이다. (역사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제대로 된 침략전쟁 일으키지 않고 언제나 피침략국으로서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굳건히 단일민족의 절개를 지켜왔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의미 자체가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인지 기업들도 잊을만하면 한번씩 써먹고 국민들도 그렇게 큰 거부감을 갖지 않는 키워드다.
그런데 이 백의민족설이 사실이던 아니던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백의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흰 옷, 백의를 입었던 민족이라는 점은 한편으로는 순수함을 상징하기도 하겠지만 의례 양반들의 옷이 그러했듯 체통만을 위해 별 쓰잘데없는 데에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더러워짐을 싫어하는 자기방어적 결벽증을 의미하기도 했다. 양반들은 자신의 옷이 비라도 맞으면 비가 깨끗하건 더럽건 간에 안절부절 못했으며 마당쇠가 먼지라도 일으켜 옷이라도 더럽힌다면 용서가 없었다고 한다. 옷은 빨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그 옷을 입고 있는 한 그 깨끗함이 자기 자신을 상징하는 그 자체로 동일시했으며 옷이 더러워진다 함은 자신을 더럽히는 의미와 일치한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이 백의민족에서의 양반들이 보여준 태도는 사실 '자기 만족'에 근거하지만 더 깊게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백의라는게 입어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불편한가?, 더러워질까봐 밥도 제대로 마음편히 못먹고 경직된 자세로 먹어야하고 걷는 자세도 뒷꿈치에 묻은 흙이 종아리 부분을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해 땅을 성큼성큼 걷지 않으면 안되니 사람이 몸을 보호하고 더 편하게 살기 위한 옷의 수단적 역할이 전도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자기 좋자고 흰 옷을 입는다기보다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남들에게 '자신을 더 깨끗한 사람'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 입는다는 것이 맞겠다. 특히나 부패한 후조선 관료들은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더욱 극심했으리라...
한국 축구가 16강에 진출했다. 1승 1무 1패, 나이지리아전 후덜덜한 기분을 느끼긴 했어도 결국 나이지리아는 우리를 이기지 못했고 우리는 16강에 안착했다. 그런데 말들이 참 많다. 경기력은 절대 16강 경기력이 아니었는데 운으로 갔다느니, 16강에 갔어도 창피하다느니, 더 속시원하게 올라갈 수 없냐느니 참 말들 많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아서 곰곰히 기억을 되씹어보니 2002년 4강 신화때도 이러한 목소리들이 들렸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에서 심판 매수설이라며 지들이 자국에서 살기 위해 지들 수준에서 생각한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자 우리의 반응은 그들을 당연히 코웃음으로 비웃어주는 승자의 여유가 아닌 '아~! 우리가 떳떳하지 못하게 이겼던건가, 이거 이겨도 나라 망신이구나'하는 반응, 생각보다 많았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을 참 좋아하지만 극복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그 중 하나가 백의민족 컴플랙스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기면 이긴 그대로의 결과를 순순히 인정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든 한번 더 무결성을 의심하고 남들이 우리 성적을 어떻게 보는지, 혹시라도 쓴소리를 안하는지 걱정한다. 자기 자신, 자신들의 민족들이 평가해주는 것은 귀에 담을 생각조차 않하고 남의 나라가 헛기침이라도 하면 별 의미도 없는 헛기침에 별별 해석을 갖다붙이며 어떻게든 '무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16강에 올라가더라도 3전 전승으로 올라가줘야 하고 물론 파울이나 심판 어드벤티지는 없어야 하고 역으로 역차별을 당해가면서도 그걸 극복한 인간승리를 보여줘야 '세계 언론'들이 '위기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 한국'이라는 '극찬'을 해줘야만 그제서야 만족을 할 듯한 기세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도발을 보면서 느끼는 게 아직도 없단 말인가? 국제 정세에서 우리 나라가 잘 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라는 미덕따윈 안통한다. 할 말 속시원히 하고 최대한 쌀 한톨이라도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는 '치졸함'이 훨씬 더 필요하다. 국제적 예의를 지킨답시고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말한다고 일본이 '아 역시 동방예의지국이라 우리나라를 배려해주는구나 우리도 예의엔 예의로 답해야할 터'라고 생각할 것 같은가? 나라를 사랑하고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국제 정세에서는 예의고 뭐고 집어치우고 무조건 자국민이 잘 되는 방향으로 우기는게 장땡이다. 예의는 나라 안에서 지키는 거지 나라 밖에서 내가 가진 걸 희생하면서까지 지킬 필요는 없고 더우기 우리를 깎아내리면서까지 지켜야 할 미덕도 아니며 그렇게 했다고 우리를 더 우러러보고 인정해줄 나라는 코빼기도 없음은 두말할필요도 없다.
16강 진출했으면 더 콧대 높여서 주변국, 특히 16강 못든 나라를 마음껏 비웃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게 그 멋있다는 '쿨한 비웃음'이 되려면 그만큼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너무 뒷모습의 깨끗함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마음껏 좋아해야할 타이밍에는 침착하게 옷 뒷매무새 만지고 옷을 고쳐입어야 할 타이밍에 어울리지 않는 광분을 하는 언벨런스를 보이고 있다. 좋아할 때 좋아하고 이겼을 때 승자의 여유를 배우지 못하면 '쿨한 대인배'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확실한 건 지금은 '즐길'때이고 주변국 누구도 그 '즐기는 것'에 시기할 지언정 태클을 걸수도 걸 자격도 없다. 게다가 이건 정말 많은 축구계 원로들 그리고 지금 한창 유소년 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유망주들이 염원하고 바라던 '강한 한국 축구'를 성적으로서 역사에 남길 수 있는 '성과'다. 한 두명의 희생으로 이루어질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많은 원로 선수들과 그들을 지켜보며 함께 그들의 좌절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던 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16강이란 말이다.
우리에겐 백의를 깨끗하게 입은 양반이 아니라
백의가 더럽혀지고 누더기가 될 때까지 싸워주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그들의 찢어지고 더러워진 옷이 훨씬 자랑스러움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성과를 바로보려 하지 않고,
단지 입은 옷이 누더기라며 동네 창피하다고 짜증내는
결벽증 환자들은 이제 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백의민족설이 사실이던 아니던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백의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흰 옷, 백의를 입었던 민족이라는 점은 한편으로는 순수함을 상징하기도 하겠지만 의례 양반들의 옷이 그러했듯 체통만을 위해 별 쓰잘데없는 데에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더러워짐을 싫어하는 자기방어적 결벽증을 의미하기도 했다. 양반들은 자신의 옷이 비라도 맞으면 비가 깨끗하건 더럽건 간에 안절부절 못했으며 마당쇠가 먼지라도 일으켜 옷이라도 더럽힌다면 용서가 없었다고 한다. 옷은 빨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그 옷을 입고 있는 한 그 깨끗함이 자기 자신을 상징하는 그 자체로 동일시했으며 옷이 더러워진다 함은 자신을 더럽히는 의미와 일치한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이 백의민족에서의 양반들이 보여준 태도는 사실 '자기 만족'에 근거하지만 더 깊게는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백의라는게 입어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불편한가?, 더러워질까봐 밥도 제대로 마음편히 못먹고 경직된 자세로 먹어야하고 걷는 자세도 뒷꿈치에 묻은 흙이 종아리 부분을 더럽히지 않게 하기 위해 땅을 성큼성큼 걷지 않으면 안되니 사람이 몸을 보호하고 더 편하게 살기 위한 옷의 수단적 역할이 전도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자기 좋자고 흰 옷을 입는다기보다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남들에게 '자신을 더 깨끗한 사람'이라고 인정받기 위해서 입는다는 것이 맞겠다. 특히나 부패한 후조선 관료들은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더욱 극심했으리라...
한국 축구가 16강에 진출했다. 1승 1무 1패, 나이지리아전 후덜덜한 기분을 느끼긴 했어도 결국 나이지리아는 우리를 이기지 못했고 우리는 16강에 안착했다. 그런데 말들이 참 많다. 경기력은 절대 16강 경기력이 아니었는데 운으로 갔다느니, 16강에 갔어도 창피하다느니, 더 속시원하게 올라갈 수 없냐느니 참 말들 많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이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아서 곰곰히 기억을 되씹어보니 2002년 4강 신화때도 이러한 목소리들이 들렸던 기억이 난다. 이탈리아에서 심판 매수설이라며 지들이 자국에서 살기 위해 지들 수준에서 생각한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자 우리의 반응은 그들을 당연히 코웃음으로 비웃어주는 승자의 여유가 아닌 '아~! 우리가 떳떳하지 못하게 이겼던건가, 이거 이겨도 나라 망신이구나'하는 반응, 생각보다 많았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국을 참 좋아하지만 극복해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그 중 하나가 백의민족 컴플랙스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기면 이긴 그대로의 결과를 순순히 인정하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든 한번 더 무결성을 의심하고 남들이 우리 성적을 어떻게 보는지, 혹시라도 쓴소리를 안하는지 걱정한다. 자기 자신, 자신들의 민족들이 평가해주는 것은 귀에 담을 생각조차 않하고 남의 나라가 헛기침이라도 하면 별 의미도 없는 헛기침에 별별 해석을 갖다붙이며 어떻게든 '무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16강에 올라가더라도 3전 전승으로 올라가줘야 하고 물론 파울이나 심판 어드벤티지는 없어야 하고 역으로 역차별을 당해가면서도 그걸 극복한 인간승리를 보여줘야 '세계 언론'들이 '위기 속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 한국'이라는 '극찬'을 해줘야만 그제서야 만족을 할 듯한 기세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도발을 보면서 느끼는 게 아직도 없단 말인가? 국제 정세에서 우리 나라가 잘 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양보와 배려라는 미덕따윈 안통한다. 할 말 속시원히 하고 최대한 쌀 한톨이라도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는 '치졸함'이 훨씬 더 필요하다. 국제적 예의를 지킨답시고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말한다고 일본이 '아 역시 동방예의지국이라 우리나라를 배려해주는구나 우리도 예의엔 예의로 답해야할 터'라고 생각할 것 같은가? 나라를 사랑하고 우리나라가 잘 되려면 국제 정세에서는 예의고 뭐고 집어치우고 무조건 자국민이 잘 되는 방향으로 우기는게 장땡이다. 예의는 나라 안에서 지키는 거지 나라 밖에서 내가 가진 걸 희생하면서까지 지킬 필요는 없고 더우기 우리를 깎아내리면서까지 지켜야 할 미덕도 아니며 그렇게 했다고 우리를 더 우러러보고 인정해줄 나라는 코빼기도 없음은 두말할필요도 없다.
16강 진출했으면 더 콧대 높여서 주변국, 특히 16강 못든 나라를 마음껏 비웃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게 그 멋있다는 '쿨한 비웃음'이 되려면 그만큼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너무 뒷모습의 깨끗함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마음껏 좋아해야할 타이밍에는 침착하게 옷 뒷매무새 만지고 옷을 고쳐입어야 할 타이밍에 어울리지 않는 광분을 하는 언벨런스를 보이고 있다. 좋아할 때 좋아하고 이겼을 때 승자의 여유를 배우지 못하면 '쿨한 대인배'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확실한 건 지금은 '즐길'때이고 주변국 누구도 그 '즐기는 것'에 시기할 지언정 태클을 걸수도 걸 자격도 없다. 게다가 이건 정말 많은 축구계 원로들 그리고 지금 한창 유소년 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유망주들이 염원하고 바라던 '강한 한국 축구'를 성적으로서 역사에 남길 수 있는 '성과'다. 한 두명의 희생으로 이루어질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수많은 원로 선수들과 그들을 지켜보며 함께 그들의 좌절을 느끼고 눈물을 흘렸던 자들이 그토록 바라던 16강이란 말이다.
우리에겐 백의를 깨끗하게 입은 양반이 아니라
백의가 더럽혀지고 누더기가 될 때까지 싸워주는 전사들이 필요하다.
그들의 찢어지고 더러워진 옷이 훨씬 자랑스러움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성과를 바로보려 하지 않고,
단지 입은 옷이 누더기라며 동네 창피하다고 짜증내는
결벽증 환자들은 이제 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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