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10. 15. 07:35
역대 최고 시청율 기록을 가지고 있는 '히어로'로 대표되는 게츠쿠는 그동안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게츠쿠라는 이름이 이미 하나의 품질보증브랜드화가 되다보니 시청자들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작품 대부분이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은 편인데요. 분명 평균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크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거의 없음에도 이미 올라가 있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낮아질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후지 TV가 히어로 이후로 10년 가까이 재미를 보고 있는 게츠쿠 브랜드가 지금은 역으로 그 브랜드에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어쨌든 게츠쿠에는 광고주들이 몰리고 있고 그만큼 제작비도 풍부하지만 그만큼 매 분기별로 항상 좋은 작품만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작진을 괴롭히고 게다가 시청율이 기본 15% 이상 나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혹평이 날아드니 제작진으로서는 게츠쿠 팀이라는 자존심에 마냥 취해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3/4분기 작품들 중 오랫만의 게츠쿠의 위용을 되찾을 법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던 버저비트 ~ 벼랑 끝의 히어로 (이하 버저비트)는 이러한 게츠쿠의 현실을 상당 부분 잘 반영해주고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드라마이저 연재가 늦어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죠. 지금까지의 드라마이저 작품들은 프리뷰 즉 드라마 초반부터 중반까지 시청한 후 일드팬 분들에게 작품을 '소개'혹은 '권장'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상대가 게츠쿠이니만큼 보다 자세한 '리뷰'라는 형태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소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금의 게츠쿠에 딱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선 지금의 게츠쿠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버저비트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 게츠쿠의 법칙 제 1 - 놓쳐버린 지난화를 볼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야 실시간으로 방영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녹화된 본을 구해서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일본 역시 이런 저런 사정 상 모든 시청자들의 '본방 사수'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9시면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귀가시간보다는 조금 이르다고 볼 수 있죠. 더구나 집에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바로 TV부터 켜는 열혈 시청자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월요일 저녁 약속이라도 잡혀버린다면, 그 주의 방영분은 못본다고 봐야겠죠. 만일 연속성이 있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라면 지난 화를 보지 못한 채로 다음 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청이 딜레이되거나 최악의 경우 시청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게츠쿠 제작진들은 이런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의 줄기는 기본적으로 '파격'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주 고전적이고 사람들이 이미 식상해할만한 설정을 대거 채용합니다. '삼각관계', '선악관계', '질투와 배신' 뭐 이런 것들 말이죠. 이런 작품들이라면 이미 첫 화만 봐도 다음 화의 내용이 머릿속에 대충 그려질 만큼 익숙한 소재들인데요. 바로 이 점을 게츠쿠는 십분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지난 화를 보지 않아도 이번 주 방영분을 보면 충분히 지난 주의 스토리라인이 머릿 속에 상세히 그려질 수 있는 그런 소재들을 '도의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것이 트랜디함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일단 '시청자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입니다.

버저비트 역시 기본은 농구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식상하리만큼 지겨운 갈등 구조와 뻔히 보이는 러브라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첫 화에 까발릴건 전부 까발려버리는 거죠. 등장인물 역시 첫 화에 등장한 등장인물 이외에 최종화까지 단 한명의 신캐릭터도 등장시키지 않는데요. TBS 드라마처럼 작품 후반부에 이야기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이 등장한다는 건 게츠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밖에도 첫 화에 등장한 인물들이 끝까지 시청자들을 배신하지 않고 매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는데요. 순둥이는 매화 똑같은 순둥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한심한 놈은 매화 한심하며 악녀는 매화 욕 먹을 짓만 골라서 합니다. 그 설정이 도중에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 될 수 있겠네요. 설정이 변하면 시청자들은 왜 그 캐릭터가 지난화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성격이 변했는지 궁금해할 것이고, 그 결과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시청자 이탈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버저비트에서도 야마삐는 끝까지 우유부단했고 사키는 마지막까지 착해지지 않았죠 ^^;

* 게츠쿠의 법칙 제 2 - 스토리는 옴니버스, 아니면 스토리형 옴니버스(?)
캐릭터에 얽혀 있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 편성 측면에서도 결코 깊고 심오한 스토리를 쓰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히어로 역시 보기에는 대단히 무거워 보이지만 결국 매화 게스트를 활용한 연속성 없는 옴니버스 스토리를 채용하여 초반부를 보지 못한 시청자라도 중반부터 보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1/4분에 방영되었던 '보이스'역시 소재는 매우 무겁지만 결국 스토리는 매화 다른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옴니버스를 채용하고 있죠.

버저비트는 이른바 스토리형 옴니버스를 채용한 사례인데요. 분명 스토리의 연결성이 있지만 매화 시작부분에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고 작품 마지막부분에 그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연결성 없는 연속극'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러브라인을 보면 더 이상 갈등 구조가 나오기 힘든 상황인데도 매화 억지로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로 노골적인데요. 물론 제작진이 무능해서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게츠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시청율이니만큼 드라마의 어떤 부분을 희생해서라도 시청율을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쨋든 시청자들은 '욕하면서도 보니까'요

*게츠쿠의 법칙 제 3 - 결말은 여운없이 깔끔하게
버저비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결말이 너무 허접하게 마무리지어졌다는 혹평이 많습니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비해 실망스러운 결말이었라는 평이 지배적인데요. 물론 각본가의 역량이 부족해서일수도 있고, 후지TV의 드라마 제작 능력이 완숙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츠쿠는 결말이 인상적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 게츠쿠는 버저비트를 끝으로 폐지되는 시간대가 아니기 때문이죠. 게츠쿠의 시청율 프리미엄을 이어받아주어야 할 차기작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버저비트가 정말 시청자들에게 아쉬움 없이 완벽한 결말로 만족감이 극대화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버저비트에 대한 작품적 가치는 급상승합니다. DVD판매량도 늘겟죠. 하지만 대신 게츠쿠가 몰락하게 됩니다. 만일 버저비트가 너무 완벽한 결말을 내줘버리면 그대로 게츠쿠까지 같이 막을 내려버리는 수도 있는 것인데요. 그 작품에 대한 여운이 너무 깊게 남아버린 나머지 바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마저 없어지게 만들기 때문이죠. 만일 버저비트가 완벽한 결말에 의해 최고의 작품으로 마무리지어졌다면 시청자 게시판에는 버저비트 2기를 만들어달라는 글이 넘쳐날테고 버저비트 후속으로 나올 도쿄 DOGS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몰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츠쿠는 버저비트 하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 뒤의 차기작 그리고 그 뒤의 차기작까지 모두 사용해야 할 브랜드이기 때문에 후지 TV로서는 얼른 버저비트에 대한 정을 끊고 차기작을 봐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죠. 역대 게츠쿠 중 '이 작품이 끝났구나'하는 상쾌한 결말을 내준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답은 더 명확해집니다. 그 유명한 히어로조차도 결말은 그리 개운한 편이 아니었으니까요. 후지 TV의 드라마들이 시청율에 비해 DVD판매가 부진한 이유, 이제 아실 것 같으신가요?

*게츠쿠의 법칙 제 4 - 서비스컷을 풍부하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역시 드라마는 20대부터 40대 사이의 여성들이 주 시청자들입니다. 때문에 소재들도 대부분 '여성들' 위주로 짜여지게 되고 주인공 역시 남성 원톱인 경우가 많죠 (여성 원톱인 경우 '꽃보다 남자'처럼 여성 중심의 미소년물이거나 OL 혹은 골드미스들이 주인공일떄가 많습니다) 물론 조연들 역시 각자 개성이 풍부한 남자들이 주를 이루고요. 여자 캐릭터는 꼭 필요한 역할 이외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옵니다. 히어로 역시 기무타쿠의 매력을 뒷받침해줄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들이 넘치는 데에 반에 여자 캐릭터는 마츠 다카코 이외에 제대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 않던가요?

버저비트는 OL들의 국민남동생 야마삐를 필두로 젠틀맨 이미지의 표본 이토 히데아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것은 물론 이들 캐릭터들을 거의 매회 벗김(...)으로서 여성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는 이른바 몸을 사리지 않는 서비스 정신(?)을 보여줍니다. 매회 거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샤워씬이라든지 탈의실에서의 상의탈의나 복근을 자랑하는 모습 등 여성 시청자들이 만족할만한 장면들을 매회 가득 채워놓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야마삐는 농구 시즌이 아닌 챕터에서는 집에서 목욕하며 회상하는 씬을 통해서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서비스를 아끼지 않으며 여성 시청자들을 듬뿍 만족시키고 있는데요. 그밖에도 시청등급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성관계 장면의 묘사라든지 농구 장면을 보다 때깔 좋게 표현하는 장면 등 서비스 컷만큼은 아낌 없이 제공하는 점 역시 게츠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되겠습니다.

*게츠쿠의 법칙 제 5 - 철저한 목적성, 캠페인 효과
스폰서는 목숨'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매니악한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대사인데요. 게츠쿠는 이전부터 매번 같은 스토리라인을 쓰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적어도 배경 소재만큼은 충실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히어로의 배경이 되는 '검찰청'이나 보이스의 배경 소재가 되는 '법의학' 모두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접하기 힘든 소재들이기 떄문에 소재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끄는 효과가 있죠. 그것이 결국 검찰청에서 연애하는 거였던 법의학자들이 탐정놀이를 하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소재를 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해당 분야 전문 단체'의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히어로의 경우는 '검찰청'의 자문을 구해야 하고 보이스는 '법의학자'들에게, '버저비트'는 일본농구협회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죠. 그런데 이들이 그냥 협찬만 해주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어쨌든 후지 TV는 이들을 광고주와 같은 '스폰서'로 대우해주고 있기 때문에 후지TV의 협조요청에 대부분의 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는 것이죠. 후지 TV는 이러한 적극적인 협조에 '드라마'로 화답합니다. 히어로의 경우 그동안 일반 국민들과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던 검찰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보이스는 법의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데에 성공했죠. 버저비트 역시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프로농구를 부흥시키기 위해 드라마 내에서 정말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농구를 가능한 화려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주인공의 대화 화제는 언제나 '일본의 농구는 인기가 없다. 하지만 경기는 재미있다.' , 'TV공중파는 중계는 물론 스포츠뉴스에서조차 경기 결과를 보기 힘들다'는 식으로 일본 농구협회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대변해주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런 불합리한 인기스포츠 위주의 편향성이 알려지게 되고 결국 하나의 여론이 되어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드라마는 사람들의 인식을 뒤바꿀 만한 힘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그걸 후지TV가 모를 리 없습니다. 스폰서가 기뻐할때까지 노력해주는 후지TV의 이런 헌신적인 모습은 많은 스폰서들을 감동시키고 있고 결국 게츠쿠로 돈을 몰아주고 있는 것입니다.


게츠쿠의 법칙 이외에도 버저비트는 오랫만에 돈을 잔뜩 바른 화려한 캐스팅으로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데요. 특히 지금까지 대부분을 CG처리에 의존해왔던 스포츠드라마들과는 달리 직접 농구 실력을 갖춘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고 있어 보다 현실감 넘치는 농구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는 점도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습니다. 모처럼 화려하게 갖춰진 캐스팅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특별히 '버저비트 주요 캐릭터 & 캐스팅 분석'시간을 마련해보았습니다.



1. 카미야 나오키 - 야마시타 토모히사
캐릭터 평 : 상냥함과 우유부단함을 동시에 갖춘 어른들에게는 철없어 보이고 아이들에게는 우상에 가까운 피터팬같은 캐릭터입니다. 사랑에 대해서도 서툴기보다는 판타지가 강하며 꿈을 쫒은 사람들이 으례 그렇듯 현실에 먼저 눈을 뜬 사람들과 쉽게 대립하는 타입입니다. 순수하면서도 그만큼 한번 돌아서면 다시 뒤돌아서지 않는 옹골찬 모습도 있지만 그만큼 양면의 모습 모두가 물렁하기 때문에 좋고 싫음이 확실하게 느껴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공화국 연구소 ~ 바람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대하여~ 에서 등장하는 '바람 피우는 여자에게 속아넘어가기 가장 쉬운' 타입이며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상대를 끝까지 신뢰하지만 확인한 뒤의 상처가 깊게 남는 약점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캐스팅 평 : 야마삐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그럭저럭이었지만 이번 작품으로 야마삐가 왜 여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사 처리와 눈빛 연기가 그것인데요. 우선 대사 처리의 경우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없습니다. 강렬한 임팩트는 없지만 마치 시청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굳이 캐릭터를 애써 강조하려 들지 않고 편안하게 대사를 읊는데요. 이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어려운게 연기자들은 누구나 대사에 감정몰입을 지나치게 해서 그 대사를 오버스럽게 살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마치 일상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닙니다. 너무 흐릿하게 연기해서도 안되고 너무 분위기를 살려서도 안되는 미묘한 중심에 서 있는 자연스러움을 캐치하는 능력이 야마삐에게는 그 누구보다 충만합니다. 어차피 임팩트 있는 대사는 매화 한 두개 정도이고 너머지 99%는 일상의 대화라는 점을 생각해볼때 극 전체를 생각해본다면 야마삐의 이같은 능력은 앞으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두번째는 '눈빛'인데요. 일상적인 대사는 매우 자연스럽지만 결정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야마삐는 '눈빛'으로 상당 부분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이게 강렬하게 째려보거나 눈빛이 이글거린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눈에서 대사가 나오는 듯한 그런 느낌인데요 (써놓고 보니 좀 이상하네요) 일본어를 잘 모르더라도 대사가 잘 들리지 않더라도 야마삐의 대사는 상당히 알아듣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사 전달력은 정확한 발음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야마삐가 몸소 증명해주고 있는 것 같군요. 어쨌든 이 눈으로 말하는 것 글로 설명하기는 상당히 피곤한 것 같아 직접 보시라는 말씀밖에는 더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여성팬들은 야마삐의 '눈으로 말하는' 감미로운 대사들에 빠저드는지도 모르겠네요. 여자분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2. 시라카와 리코 - 키타가와 케이코
캐릭터 평 : 솔직함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일면 보이시 캐릭터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보이시한 캐릭터들은 절대 저런 느낌이 아니죠. 기본적으로 이런 캐릭터는 남자와의 관계 자체를 꽤나 힘들어하기 때문에 (남녀관계는 솔직해지면 솔직해질수록 손해라죠?) 그래서 카와사키와 잘 엮이지 못하고 오히려 솔직한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카미야와 잘 엮일 수 밖에 없는 타입입니다. 여자사회에서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타입인데 말수가 적고 상대의 말을 늘 진지하게 들어주는 자상함을 갖춘 카미야가 그녀에겐 적격인 셈이죠. 카와사키처럼 너무 정석적인 리드로 그녀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그녀에게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바람을 잘 피우지 않는 대신 한번 완전하게 마음을 굳히기가 꽤 어려운데요. 때문에 의심도 많고 자신의 모습이나 감정에 대해서도 상당히 열등감이 심한 편입니다.

캐스팅 평 : 세라문 드라마판 이후로 개인적으로는 정말 오랫만에 만나보는 그녀입니다. 이미 주연급 배우로 성장해 있을줄은 몰랐네요 놀랐습니다. 리코라는 캐릭터가 소화하기 꽤 까다로운 복잡한 감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조금 함량 미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캐릭터를 지배하지 못하고 극중 내내 캐릭터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부는 지존급으로 좋군요. 피부에 윤기가 흐르다 못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이런 타입의 여성분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요 에휴~ 연예인만 아니었어도... 쩝 ^^;

3. 나나미 나츠키 - 아이부 사키
캐릭터 평 : 자 드디어 캐릭터평을 쓰기로 마음먹게 만든 캐릭터 나츠키의 차례네요. 필자가 얼마 전에 쓴 '바람을 피우는 여자'의 모든 특징을 갖추고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부분을 감추기 위해 알리바이 일부를 떡밥으로 제공하는 것부터 자신의 필요성에만 근거해 양쪽 모두를 가지려 한다는 점, 결정적인 현장을 들켰을 때 (사진 참조) 이게 다 너 때문이다는 식으로 카미야를 째려보는 눈빛, 3자 대면이 되었을 때 제빨리 자신의 포지션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를 캐치하여 일방적으로 한쪽을 몰아붙이는 모습까지 지극히 전략적인 모습 그 자체입니다. 제 연구 보고서가 무색해질 만큼 이 캐릭터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될 정도로 말이죠. 드라마에서는 카미야를 그리워하는 걸로 보이지만 실은 렌을 택한 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후회하는 것 뿐입니다. (극중에서는 렌이 대단히 가부장적인 타입으로 나오죠.) 뒤늦게 자상함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는 부분 역시 현대 여성들의 모순적 오판을 잘 드러내주는 부분입니다. 왜 이런 캐릭터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는 대부분 20대 이상의 여성들이 보기 때문이죠. 드라마든 스포츠든 욕을 곁들여가며 보는 것이 감칠맛을 더해주는 법입니다 (응?)

캐스팅 평 : 한마디로 최악의 캐스팅입니다. 캐릭터의 완성도가 좋을 뿐 아무리 차가운 느낌의 분장을 하고 커리어 우먼의 모습으로 꾸며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든 사키의 무색무취감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익숙하지 않은 악녀연기의 어색함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잡는데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며 치어리더 복장이 어울리는 체형이 아닌 점도 감점요인입니다. 무엇보다 나름 차가워보인다고 무표정연기를 하거나 쏘아보는 연기를 자주 선보입니다만, 모니터링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입니다. 아이부 사키가 색깔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까지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결국은 배우 본인보다는 제작진의 미스캐스팅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아이부 사키는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연기변신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군요.

4. 요요기 렌 - 카네코 노부아키
캐릭터 평 : 악역으로 나오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 좋아합니다. 사실 세상에는 악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 렌은 사악하게 표현되지면 결국 남에게는 피해를 주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나츠키가 강간을 당한 것도 아니고 결국 자기 스타일대로 스트레이트하게 사는 것 뿐이거든요. 농구에 있어서만큼은 카미야처럼 포지티브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남자다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줄 아는 노력파입니다.

캐스팅 평 : 이런 과감한 캐스팅이 게츠쿠에서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크로우즈 제로에서 인상적인 역할로 등장하긴 합니다만 비중이 크진 않았는데요. 록 밴드 드러머로 유명세가 있는 분 같습니다만 아무튼 농구도 곧잘 하는 것 같고 대사가 많이 없는 것 치곤 제법 선이 굵은 연기가 만족스럽습니다. 한 눈에 봐도 이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는지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개성 넘치는 외모가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주고 있네요.

5. 에비나 마이 - 칸지야 시호리
캐릭터 평 : 흔히 볼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이네요. 재미있는건 주인공은 분명 카미야인데 카미야에게는 이렇다할 상담자가 없고 오히려 리코에게는 이런 듬직한 상담자가 있다는 점이 역시 여성향 드라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꽤나 보수적이면서도 연애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연애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어 신중한 타입이네요. 이런 타입이 골라주는 사람은 100%입니다. 여자분들에게는 이런 친구만큼 든든한 사람도 없어요.

캐스팅 평 : 스윙 걸즈의 청순가련 요시에가 벌써 이런 역할을 맡게 되네요. 에초 연기 내공 자체가 다른 출연 배우와는 차원이 만큼 극 전체의 미숙함을 아우르는 포스를 풍겨줍니다. 극 전체의 이야기 흐름이 다소 지루한 부분을 개운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120% 소화해주고 있는데요. 아직 젊디 젊은 그녀, 이런 다양한 역할이 그녀에게 있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 배우들은 한 가지 이미지로 쭉 밀고나가는 게 결과론적으로는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많아서 말이죠 (이토 미사키처럼 말이죠^^;;; )

6. 우츠노미야 토오루 - 나가이 마사루
캐릭터 평 :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답답함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만, 나중을 생각하면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남자로서는 가장 바람을 피울 확율이 적은 타입입니다. 다만 여자가 바람피는 것까지 용서해줄 만큼 아량이 지나치게 넓은 게 단점이죠. 사랑의 관점이 소유가 아닌 기다림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듯한 캐릭터입니다.

캐스팅 평 : 주로 코믹물의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의 진지한 연기를 처음 본 저로서는 조금 적응이 되지 않네요. 내공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나름 듬직하고 무게있는 역할을 잘 소화하긴 합니다만 표정이 너무 굳어 있다는 점이 좀... 그래도 역시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적어도 일단 농구 드라마인 버저비터에 알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7. 카와사키 토모야 - 이토 히데아키
캐릭터 평 : 보기에는 젠틀해 보이지만 상당히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고쳐나가려하기보다는 순간을 모면하려는 생각이 더 강하죠. 사과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거나 해서 여자에게 눈물을 이끌어내면 그걸로 용서를 받아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부류 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나마도 안하는 정형돈같은 캐릭터보다는 훨씬 낫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타입은 나중에 페이스가 말리게 되면 '바람피우는 남자'의 전형을 보여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죠. 소유욕도 강한 만큼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쉽게 뿌리치지 못하며 선 안에 들어오는 여자에 대한 포괄적인 소유욕도 강한 편입니다.

캐스팅 평 : 선수 출신 감독으로는 다른 선택이 없었겠습니다. 연기 내공이나 캐릭터와의 싱크로면에서는 가장 잘 된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이야기가 너무 카미야쪽으로 흘러가다보니 딱히 이렇다할 이야기 전개 능력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카미야의 성장에도 연애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요.




게츠쿠 드라마가 이런 저런 비판을 받고 있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드라마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고 후지TV같은 방송국이 있어야 TBS같은 방송국도 나름 먹고 살수 있는 토대가 마련이 되는 것이지요. 적대적 공생관계란 이런 느낌일까요? 색깔없이 3사 모두 똑같은 트랜디 드라마만 만들어내는 데에 여념이 없던 한국도 각 방송국별로 나름의 색깔을 갖추어가는 등 긍정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방송국마다 각자 잘 하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는 또 나름 소화해주는 시청자층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문화는 다양성과 함께하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는 법이죠. 주구장창 TBS의 진지한 드라마만 보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후지TV의 가벼운 드라마만 보고 있어도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한때 '농구드라마 = 농구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식으로 한국의 테마 드라마의 지나친 연애위주의 스토리 전개에 대한 전문성 결여를 풍자하는 유행어가 떠돌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어떤 테마 드라마든 연애라는 요소가 빠지면 제작자든 시청자든 허전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제작잔들도 비난을 감수하고 연애 스토리를 넣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요는 얼마나 어색하지 않게 농구라는 소재에 사랑이라는 코드를 녹아들게 만드느냐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테마 드라마는 그런 측면에서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기에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농구 드라마지만 실제로는 사랑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별로 싫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듯이 이들의 사랑도 이들의 꿈을 향한 도전의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농구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이지만, 그래서 무척 식상하지만 그 식상함 속의 마력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드라마 '버저비트' 였습니다.
ブザ--~崖っぷちのヒ-ロ-~ (FTV)
2009년 7월 13일부터 매주 월요일 21시 방영
출연 : 山下智久 (야마시타 토모히사)     北川景子     (키타가와 케이코)
         相武紗季   (아이부 사키)                貫地谷しほり (칸지야 시호리)  外
각본 : 大森美香  (오오모리 미카)
연출 :
永山耕三  (나가야마 코죠)
posted by RushAm 2009. 8. 12. 12:21
산케이그룹의 극우결정체 후지테레비의 드라마 러쉬가 TBS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통파 드라마에서 트랜디 드라마로 인기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옮겨간 지금 시청자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보다 잠시동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인스턴트 드라마를 찾고 있으며 그런 시장을 가장 잘 소화해주고 있는 방송사는 단연 후지TV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이 후지TV의 최근 5년간 드라마 라인업을 보면 답이 충분히 나올 만큼 그들의 전략은 노골적이며 또한 집요합니다. 마치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처럼 TBS와 후지TV는 서로 극단적인 형태의 드라마를 양산해내고 있고 현 시점에서는 시청율이 높은 후지TV의 압승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요.

그러나 후지TV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TBS의 패권을 빼앗아 오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노하우에서 나오는 '작품의 깊이'입니다. 이는 시청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상품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수치로 측정하기 참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가장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면 역시 DVD판매율이겠지요. 후지TV는 방영 당시의 시청율은 높지만 작품 자체가 상품적 가치로 평가받는 DVD시장에서는 맥을 못추는 반면 TBS는 시청율과 관계없이 DVD판매량에서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시청율은 광고주와 관련이 되어 있고 광고주는 작품성과 관계없이 일단 사람들이 그 드라마로 인해 광고를 많이 보면 장땡일테니까요.

이는 TV방송국으로서는 아무리 배알이 좋은 제작진이라도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입니다. 단지 후지 TV라는 이유로 그런 편견을 갖게 만들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으며 실제 매우 트랜디한 드라마라 할지라도 제법 작품성을 갖춘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만, 시청자들의 인식을 뒤집을만큼 혁명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죠 (일본은 뒤집는 요리가 많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뒤집기'가 참 힘든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도에, 레슬링에 열광하는지도 모르죠) 내부적으로도 이쯤 되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최근 작품들 속에서는 아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캐스팅에 돈을 쏟아붓고 제작 현장은 저예산 일색이었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제작 환경부터 연출진에 이르기까지 예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메인프로듀스 측면에서 꽤나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으니까요. 물론 후지TV의 트랜디함은 그대로 살리면서 말이죠. 원래는 이 소재로 BOSS를 다룰 예정이었습니다만 문득 시작한 이 드라마가 갑자기 눈을 사로잡아버렸습니다. 후지 TV의 트랜디 떡밥의 궁극체를 보여주는 문제작 오토멘 ~ 여름 (オトメン 乙男 ~夏 이하 오토멘)을 소개합니다.


소개합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딱히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만한 요소는 모두 다 갖춘 작품입니다. 식상한 러브라인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아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시트콤 타입의 검증된 원작에 국민남동생 후보 오카다 마사키, 일본에서는 다소 중고유망주로 취급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여신급 국민여동생으로 칭송받는 '카호'를 투톱으로 내세운 캐스팅에 도의적으로 가족시간대를 피해 젊은층의 시청율 확보가 가능하고 기후적으로 덥지 않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토요 심야 시간대를 택했다는 점까지 뭐 하나 후지TV답지 않은 것이 없는 드라마인데요. 동시간대에 방영중인 닛테레의 여행버라이어티와 TV아사히의 스마스테이션이 지극히 20대 후반 이상의 고연령대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토멘의 시간대 편성 역시 전략적으로 상당히 우수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후지TV의 토요드라마는 심야시간 답게 탐정, 추리, 법정을 소재로 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만, 이런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간대에 대한 설정을 과감하게 뒤엎는 부분도 다른 방송국에서는 조금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겠지요.


제작진 구성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후지TV표 드라마의 색깔과는 다른 신선함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메이저 경력이채 5년에 미치지 못하는 풋내기 각본가와 감독을 필두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이 보여주는 아마추어리즘이 시청자로 하여금 보는 부담을 덜게 만들어주는 플러스 요인이 되어주는 한편 오랜 경력에 따른 철학적 매너리즘으로 인해 자칫 즐겁고 명랑한 원작 분위기를 해칠 우려도 있는 부분을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철학'이 아닌 '오마쥬'를 추구하며 원작 재현에 충실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연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대본 이해에 있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경력만큼 잊어버리고 사는 그것을 이들 풋내기 콤비는 충실히 해내주었고 시청자들도 이에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모하지만 위험하지 않았던 후지TV의 도박이 첫 판에서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네요.


드라마가 버라이어티에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닛테레의 '더 퀴즈쇼'가 잘 보여주었다면 오토멘은 심야시간대에 졸린 눈을 번쩍 띄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매력적인 투톱을 내세웠다는 것을 십분 활용하기라도 하듯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연들의 비중을 축소하고 오카다 마사키, 카호 투톱의 출연 비중을 늘려 마치 카메라가 이 둘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인데요. 원작 자체가 워낙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카메라는 30분 남짓되는 비교적 짧은 방영시간 내내 이 둘의 매력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데에 충실해주고 있습니다. 오카다 마사키, 카호의 팬이라면 마치 그들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보는 것만큼 만족스러움이 느껴질 법한 후지TV만의 서비스인데요. 특히 엔딩 크레딧은 그중 백미라고 꼽기에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원작이 워낙 톡톡 튀는 여류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었기에 드라마 역시 다분히 여성 취향에 맞춰져 있습니다만, 남자들이 보기에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게끔 생각외로 벨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는 점도 특이할만한 부분입니다. 경력 5년 안팎의 풋내기로 드라마판 하니와 클로버에서 영화판보다 한층 원작에 충실한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두드러진 철학은 없지만 짧은 경력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보여주는 타니무라 마사키 감독의 원작 재구성 능력이 한층 빛을 발하는 느낌인데요. 특히 심야드라마로서는 결코 짧지 않은 (심야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수면시간을 고려해서 50분을 넘기는 프로그램 편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35분의 러닝타임임이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원작의 톡톡 튀는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톱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연기 경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콘테스트형'캐스팅 구성을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대사에 대한 몰입도가 다소 낮은 것이 흠입니다만 스토리라인에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없고 화면 연출이 대사의 부정확한 전달력을 보완해할만큼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기에 크게 지적될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면 색감을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강조한 부분이라든지 표정 연기의 어색함을 화면의 흐름으로 대체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부분도 곳곳에서 보이는데요 이런 부분이 어쩔 수 없는 미봉책이 아니라 오히려 만화 원작에 가까운, 다시말해 만화를 읽는 세대들이 보기에 상당히 익숙한 화면 전개이기 때문에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나름의 노하우일수도 있겠는데요. 35분동안 드라마의 색깔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컬러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듯한 기분, 전차남 이후 실로 오랫만에 등장한 뉴타입 드라마가 아닐까 합니다.


아버지의 느닷없는 커밍아웃으로 시작해서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했던 소녀가 느닷없이 페로몬 풀풀 풍기는 남자로 변하는 충격적인 후크, 순정만화에서 나올 법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사뭇 뻔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소년 소녀가 있습니다. 테디베어를 손질하고 여자보다 더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소년과 양아치 몇명쯤은 간단히 쓰러뜨리는 괴력의 소녀,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 어떤 기상천외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애니메이션보다 더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즐겁게 볼 수 있는지도 모르는 드라마 '오토멘'입니다.

オトメン - 乙男 ~夏 (FTV)
2009년 8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23시 30분 방영
출연 : 岡田将生 (오카다 마사키)          夏帆(카호)
         木村了      (키무라 료)                  佐野和真  (사노 카즈마)  外
원작 : 菅野文     (칸노 아야)
각본 : 野口照夫  (노구치 테루오)
연출 :
谷村政樹  (타니무라 마사키)
posted by RushAm 2009. 7. 10. 16:37
NHK라는 방송국은 다른 나라 국,공영방송국과는 좀 색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게츠큐같은 슈퍼 프라임 타임이나 그밖에 일상적인 시간대에서는 민영방송사에 시청율 싸움에서 항상 완패하면서도 드라마 시청율에서는 톱 혹은 최소 상위 5위권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며 아침 시간대 뉴스 시청율은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늘 NHK를 보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시청료 징수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 특히 젊은 세대들은 거의 보지 않는 채널의 대표고유명사처럼 굳어져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죠. 물론 아직 시청율의 대부분은 30대 중 후반 이상의 남성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긴 해도, NHK시청율 문제가 이미 10년 전부터 불거져 나온 문제임을 생각해볼때 그들 역시 10년 전에는 NHK를 보지 않는 젊은 세대였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글쎄요?

요는 벨런스입니다. NHK는 주 시청자층이 30대 이상이라고 해서 결코 30대 이상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만을 편성하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교양만 가득해보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민영방송들의 타이틀들이 너무 자극적인것이지 NHK가 결코 흥미가 없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아닌 것입니다. 한글도 그렇지만 일본어도 정말 여러가지 표현이 있는데 같은 말이라도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뇌에 자극 양이 달라지기 마련이죠 민영방송에서 정말 정신없이 자사 프로그램 광고를 1,2,3초 스팟으로 혼란스럽게 내보내는 1초 경제학을 시연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NHK는 상업광고는 물론 어지간해서는 프로그램 광고조차도 넣지 않습니다. 사뭇 초라해보일수도 있지만 보다 보면 이것만큼 편안한것도 없죠. 여기에 프로그램 컨텐츠의 질적인 측면까지 만족시킨다면 NHK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른바 프리미엄 채널로 인정받는 셈입니다. 아랫것들은 요란한 빈수레쯤으로 치부하는것처럼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NHK는 젊은 층의 시청율 향상에 꾸준한 투자를 거듭해왔고, 소재면에서 트랜디하지는 않아도 정서에 크게 위협되지 않고, 여기에 교육적이고 전 연령대가 보기에도 무난한 프로그램들을 다수 편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승부처로 드라마의 경우에는 '캐스팅'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안정적인 원작'을 내세운 '떡밥'을 뿌리면 완벽한 후리카케 ...가 아닌 젊은층 공략이 완성되는 것이죠. 성공한 사례 중 대표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의 카드캡터 사쿠라, 메이저,오늘부터 마왕, 츠바사 크로니클 정도가 있겠고 드라마의 경우 원작의 안정성을 내세운 베터리, 나나세 다시 한번 등과 캐스팅 떡밥으로 언론 노출을 노린 '천지인' 그리고 오늘 드라마이저에서 다루게 될 '사쿠라바 나나미' 떡밥의 '트윈 스피카' 로 대표되는 모쿠하치 (NHK의 목요일 8시 드라마)가 있습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아이돌 '사쿠라바 나나미'를 전면에 내세우는 실로 NHK답지 않는 과감함을 보여준 '트윈 스피카' (ふたつのスピカ 이하 후타스피)가 NHK에게 반쯤 등돌린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필하며 나와주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일단 드라마 후타스피는 NHK에서 일전에 방영했던 애니메이션은 고사하고 원작마저 사뿐히 무시해주는 스토리라인을 보여줍니다. 원작은 유령이 등장하는 다소간의 판타지적 성격이 강했던 반면 드라마라는 한계때문에 표현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령의 등장이 처음부터 없이 주인공 카모가와 아스미의 성장 드라마로 전개하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읽히는 스타트인데요. 연기에 있어서는 풋내기에 가까운 사쿠라바 나나미 원톱이 가능할까 대단히 걱정스러웠습니다만, 원작처럼 분위기에 맞춰 감정조절을 잘 해야하는 역할이 아닌 단순히 밝고 명랑한 캐릭터로 설정이 바뀌어서인지 버거워하는 가운데에서도 무난히 소화해주고 있습니다. 그라비아 출신들의 연기 데뷰가 처음부터 좋은 결과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역시 상대가 NHK라서 그런지 대단히 준비를 많이 하고 나온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그나마 긍정적인데요.

문제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의도는 분명히 보이는 '스토리 재창작'이 과연 후타스피라는 이름을 일부러 달고 나와야만 했는지 의구심이 들 만큼 심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원작처럼 감수성을 자극하는 타입과는 전혀 관계없는 (적어도 초반 1분까지는 그런 스토리로 갈 것 같았습니다만...) 열혈 우주 오타쿠 소녀의 우주 도전기가 되어가고 있는 드라마판 후타스피는 기본적으로 캐릭터 설정과 기초 설정만 빌려온 완전히 독립적인 작품으로 나와주고 있는데요. 내용 상에서도 타이틀에 대한 스토리가 아주 잠깐 언급됩니다만 그에 얽힌 무언가가 없이 그냥 단순히 설정을 했다..는 정도에 그치는 정도입니다. 단순히 사쿠라바 나나미를 위해서 스토리를 뜯어고쳤을 리는 만무하겠고, 드라마라는 미디어 특성 탓에 유령에 대한 표현이 애매해질 수도 있겠습니만, 데스노트의 성공을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데 과연 여기에는 어떤 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우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배역과 스텝진을 들 수 있겠습니다, 아빠와 딸의 7일간으로 알려진 아라이 슈코의 감미로운 각본은 후타스피에서도 무난하게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원작 영화팬들을 절망시킨 드라마판 혐오스런 미츠코의 일생을 연출한 야마모토 타케요시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 여기에 사쿠라바 나나미를 받쳐주려는 의도까지는 좋았지만 다이토 슌스케, 나카무라 유이치 등 지나치게 검증된 인기와 연기력에 의존한 배역을 추구한 탓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맞지 않는 (소꿉친구가 실제 나이로는 6살차이) 캐스팅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는 점은 드라마를 몰입하는 데에 방해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와는 다르게 현실과 무척 가깝게 느껴지는 메채입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세계를 현실이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극소수겠지만 드라마를 현실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그에 비해 훨씬 많겠지요? 한낱 공상과학영화들이 실제로 미래과학발전상을 대변해준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할때 가장 재현력이 훌륭한 포멧이라면 역시 드라마를 포함한 실사계일테니까요. 그래서 NHK는 실사 드라마를 만들 때 두가지 점을 신경쓰게 됩니다. 하나는 사극에서처럼 '역사적'혹은 '과학적'인 고증이고 또 하나는 전 세계로 송출되는 국영방송인만큼 '일본에 대한 이미지 고취'가 되는 것이죠.

다시말해 드라마에서 유령이 등장하거나, 주인공이 약해서 유령에게 상담하고 학교로 돌아가는, 즉 학교가 메인이 아닌 유령과의 시간이 메인이 되는 원작은 NHK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 설정인 셈입니다. 가능하면 NHK는 일본의 우주 관련 시설이 화면에 더 많이 등장해야 하고, 고민이 발생하는 곳도, 그 고민을 해결하고 성장하는 장소도 학교가 되어야하죠. 배경은 마치 PPL광고처럼 NHK로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일찌기 미국이 자신들의 과학, 우주 기술력을 각종 SF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간접 홍보한 전례를 NHK가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어필하고자 하는 것이죠. 유령이 등장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이미지가 한동안 신비의 동양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원인이 80년대를 전후로 헐리우드에 대량으로 유입된 무협영화에 기인했던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과학적인 부분을 내세우면서 다소 언벨런스하게 등장하는 '최첨단 과학 속에 증명불가능한 환영체'라는 말도 안되는 설정을 과감하게 버려야만 했던 것이죠.

현재 3회까지 방영되었습니다만 총 7회 분량의 드라마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전개를 볼 때 앞으로 더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 없어보입니다. 3.1%대를 기록한 시청율 측면에서도 기존 모쿠하치 드라마들에 비해 특별히 나아진 성적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고, 성장 드라마치고는 전개가 무척 빠른 편이지만 매 화 새로운 부분에 대한 긴장감이 주어지기보다는 평이한 스토리 속에서 무난하게 지켜보는 타입의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데요.흔히 표현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더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느낌입니다. NHK는 분명 능력도 있고 의지도 충분합니다만, 역시 국영 방송이라는 대의적 제약이 트랜디적인 창작에 있어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고 말았네요. 인기 있는 배우의 캐스팅 이외에도 몇 가지의 숙제가 더 주어진 셈입니다.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꿈꾸었던 우주에 대한 꿈, 그 꿈을 원형 그대로 간직한 채 성장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꿈은 꿈꾸는자의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듯 여기 우주를 꿈꾸었고 지금도 그 꿈 그대로를 간직한 채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소녀가 있습니다. 단지 꿈에서 깨지 않은 철부지인지 아니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거창한 응원보다는 조용히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이야기 '후타츠노 스피카'였습니다.
Twin Spica - ふたつのスピカ (NHK)
2009년 6월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8시 방영
출연 : 桜庭ななみ (사쿠라바 나나미)          大東俊介(다이토 슌스케)
         向井理  (무카이 오사무)                      中村優一  (나카무라 유이치)  外
각본 : 荒井修子  (아라이 슈코)
연출 :
山本剛義  (야마모토 타케요시)
posted by RushAm 2009. 6. 2. 20:09
요즘 TBS를 틀어보면 그야말로 Rookies (이하 루키즈) 이야기 뿐이네요 버라이어티는 물론이고 당연히 다른 프로그램 광고가 나와야 할 3초 광고까지 루키즈 - 졸업- 영화 홍보로 점철되어 있고 심야에는 아예 5분짜리 특집 광고를 편성하여 루키즈 영화에 대한 하이라이트를 방영하는 등 유래없는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TBS의 마지막 르네상스라고 할 수 있는 2008년 상반기를 뜨겁게 만들었던 작품이니만큼 이번 영화에도 상당한 애착을 보이는 듯 싶은데요.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일드의 성향이 주로 '인기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들의 출연 여부에 크게 좌우되다보니 당시에는 비교적 큰 인기를 얻지 못하던 배우로 채워져 있던 루키즈는 상대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영화 루키즈'에 대한 관심도 다소 뒤늦은 감이 있는데요. 그런 이유로 금주의 Dramajor는 특별히 드라마 '루키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잘나가는 아이돌 맴버도 없고 원작이 대히트를 친 작품도 아닌, 스토리가 유독 특별한 부분도 없는 작품이 평균 시청율 14.7%로 2008년 시청율 종합 8위에 오른 비결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루키즈가 방영될 당시 시점이 참 미묘합니다. 2008년 4월 19일부터 첫 전파를 타기 시작했는데요. 그 무렵은 일본 프로야구가 개막할 시점임은 두말할 것도 없고 동시에 전국 고교 야구부들의 고시엔을 향한 도전이 절정에 다다르는 시점이기도 하죠. 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호시노 재팬의 열기도 만만치않게 달아올라있던 터라 국민적인 드라마가 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던 최상의 시기였음을 생각해본다면 루키즈는 작품성에 관계없이 초반 시청율만큼은 최소 10% 정도를 방영 시기에서 이미 먹고 들어갔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른바 '한물간' 포멧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머니즘 드라마'형식의 루키즈가 높은 시청율을 기록한데에는 당시의 경제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트랜디 드라마 일색이었던 일본 드라마 업계에서 개그나 진부한 사랑이야기보다는 좌절의 끝에서 들리는 메시지 '夢にときめけ!明日にきらめけ!’가 감원 한파와 환율 상승, 10년 위기 타파의 적신호등으로 우울해있던 일본 국민들을 위로해주는데에 더 제격이었던것이죠.

스토리 설정 속에서도 재미있는 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다름아닌 반년 전의 사고로 인한 '출장 정지'로 야구부원들이 타락했음을 암시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반년의 의미 그리고 부원들의 타락한 모습은 '10년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박탈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을 응원하듯 루키즈의 부활, 그리고 분발을 응원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참고로 초반 5화까지 등장했던 전 야구부 출신 교장의 40년 전의 우승에 대한 배경 스토리 역시 1969년 (쇼와44년)의 초고속 경제성장 시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대변해주고 있죠.

일본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단어 '신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캐릭터 관계구도 역시 특이할만한 부분입니다. 불량 학생들을 좋게 이끌어나간다는 의미에서 고쿠센이나 GTO 등 기존에 히트를 기록했던 학원물 드라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카와토라는 캐릭터가 오니즈카나 양쿠미 선생과 다른 점은 '아무 메리트 없는 바보스러운 신뢰'입니다. 물론 오니즈카나 양쿠미도 학생들을 신뢰합니다만 그다지 선생님답지 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기성세대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고 학생들을 선도하는데에 다소 억지스러운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어 현실적인 공감대를 얻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카와토는 뼛속까지 정석적인 선생님의 모습으로 학생들을 대하면서 바보같이 학생들에게 얻어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선생님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GTO나 고쿠센 등 기존 학원물 소재 작품들이 대부분 중,고교생 혹은 졸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대 초반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에 반에 전 연령층에게 고루 어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GTO, 고쿠센 모두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결국 '자신들의 위치를 별로 성실해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빼앗기는'모양세가 되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카와토는 기성세대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를 흡수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스토리는 매우 평이한 편입니다. 카와토 선생님 이외에는 특별히 GTO나 고쿠센에서 등장할법한 캐릭터 설정들이 대부분으로 간간히 등장하는 캐릭터별 스토리 속에서 '동료애'정도만 느낄 수 있을 뿐 신선한 맛은 없습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스토리로 진행되어 대다수가 예상 가능한 결말로 마무리짓습니다. 결말 부분에서 차기작 혹은 영화화를 염두에 둔 암시적 복선을 깔아두기 위해 후반부 스토리가 다소 엉망이 된 감이 있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는데요. 실질적인 결말을 너무 영화쪽에 무게추를 기울인 채로 마무리를 짓다보니 드라마 자체 완성도 측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얻기 힘들 것 같습니다.

드라마라는 것은 단지 시기적인 특수를 타기만 해서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기적인 성공요인은 초반에 영향을 끼칠 뿐 꾸준하게 좋은 시청율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내용에도 충분히 충실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스토리 측면에서 부실한 부분을 매워주는 건 집중도 높은 배역들의 연기와 더불어 촬영, 조명 등이 보기 좋게 어우러지는 TBS만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 두 가지가 어느 정도 높은 만족감을 주게 된다면 스토리와는 관계없이 드라마 속 캐릭터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또 다른 형태의 시청율 상승 요인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흔히 막장 드라마라 불리우는 '아내의 유혹'이나 '너는 내 운명' 등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인데요 마치 TV속에 있는 캐릭터들이 매일 보는 가족과 같이 느껴져서 그들이 아파하면 나도 아프고 그들이 기뻐하면 덩달아 기뻐하게 되는 유사가족의 확장판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같은 요인 하나하나가 약 반년 간의 공백이 있음에도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흥행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루키즈의 힘입니다. 영화 공개 시기 역시 얼마 전 WBC가 끝날 무렵부터 대대적인 광고가 이루어지는 등 이전 드라마 때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전략적이긴 했습니다만 영화 '루키즈 ~ 졸업'을 보러 가는 수많은 관객들은 광고가 어떻든, 실제로 영화의 완성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을 테지요 왜냐하면 관객들은 매주 주말 저녁마다 아들, 오빠, 남동생처럼 느껴지던 보기만해도 흐뭇하고 기특한 녀석들을 조금 더 보고 싶은 생각에 1800엔을 지불하고 만나보고 싶은 것 뿐일 테니까요.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졸업 전에 과연 고시엔에 도전하는 성과가 있게 될 것인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가족으로서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성공을 염원하고 싶은 겁니다. 그러기에 사실 스토리상으로는 아주 진부하기 그지 없어 크게 슬프지 않음에도 관객들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것이죠. 그들에게 있어 루키즈 맴버들은 이미 내 가족과 다름없이 느껴지고 있으니까요.

저도 드라마를 모두 시청한 팬으로서 그들의 지금 모습이 몹시 궁금합니다. 그들이 기뻐할때 함께 기뻐하고 좌절할때는 덩달아 마음이 아프고, 함께 울고 응원하고 호흡하고 싶은 마음을 느껴보고 싶을 때 마치 내 친구, 동생, 오빠, 남동생이 고시엔에서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함께 응원해볼 수 있는 드라마 '루키즈'입니다.
Rookies ルーキーズ (TBS)
2008년 4월 19일부터 2008년 7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 19시 56분 방영 完
출연 : 佐藤隆太 (사토 류타)          市原隼人(이치하라 하야토)
         小出恵介   (코이데 케이스케)  高岡蒼佑  (타카오카 소스케)  外
각본 : いずみ吉紘  (이즈미 요시히로)
연출 :
平川雄一朗  (히라카와 유이치로)
posted by RushAm 2009. 5. 24. 00:26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는 편이지만 일본 드라마 업계 역시 '미드'라는 큰 장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나오는 드라마의 판도에서도 조금씩 그런 부분을 읽을 수 있는데요. 단지 기발한 소재나 특수한 직업 세계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던 이전의 초미니시리즈 방식에서 조금씩 탈피, 편성 수는 늘리지 않으면서도 설정만큼은 보다 탄탄하게 갖추고 고증 역시 이전보다 훨씬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비해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사랑'이야기가 정말 극도로 줄어들었다는 점에 있겠죠. 히로인이 히로인이 아니고, 여성 캐릭터가 마냥 약해서 구원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즉 주인공 1인 체계로 움직이는 드라마보다는 비중을 적절히 분매한 멀티 메인 캐스트 체제로 가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겠죠.

최근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사례가 후지TV의'BOSS'입니다. 시청율 면에서도 단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전체적으로 이전 후루하타 닌자부로라든지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보여주었던 1인 히어로 타입 스토리 전개가 아닌 멀티 시나리오 형태의 전개로 어느 배역 하나 눈을 뗄 만한 틈을 주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지요. 최근 '로스트'라던지 '히어로즈', '24' 등 일본에서 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드들이 대체로 이러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일본 내에서 그것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성과를 내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오늘의 드라마이저는 5월 23일 지금 막 초회 방송을 끝낸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작 Mr.Brain (이하 미스터 브레인)입니다. 관계없을지도 모르는 서두가 너무 길어졌네요. 마냥 관계없지만은 않으니 너그럽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기무타쿠의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그의 식지 않는 인기는 아직 건재하며 아무리 카토리 신고가 버라이어티에서 건실한 이미지로 인지도 역전에 성공했다지만 능력적으로 '절대 대체 불가'인 영역을 확실히 개척해놓은 키무타쿠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었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미스터 브레인이 주목받을수밖에 없었던 건 영화에서의 티켓 파워와 유사한 '적외선 파워'를 확실하게 보증하는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입니다. 연기의 수준 문제를 이미 떠나서 TV안에서 TV밖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은 연습이나 경력 따위로 만들어질 리가 없을테니까요.

예전 '히어로'가 그랬던 것처럼 기무타쿠 주연의 드라마는 기무타쿠만이 군계일학이 되도록 두지 않습니다. 그에 걸맞은 화려한 배역들이 이번에도 차고 넘치고 있는데요. 최근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정상급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아야세 하루카에다가 고쿠센부터 아름다운 그대에게, 최근 방영된 '드롭'까지 한결같은 미소년 이미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즈시마 히로가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으며, 그밖에도 카가와 테루유키, 시타라 오사무, 다이치 마오 등 S급 연기파 조연들까지 갖추고 있어 배역진의 이름값만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사실 TBS가 기무타쿠를 영입할 정도였다면 정말 드라마 홍보도 홍보겠지만 드라마의 본질적인 부분에도 좀 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초회를 보는 1시간 40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TBS가 미스터 브레인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인지 초회 방영 1시간 전 버라이어티까지 제가 본 것만 무려 5개가 넘는 정규방송을 미스터 브레인특집방송으로 점철해버릴만큼의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한 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인데요.

일단 이 드라마 기본적으로 '기무타쿠'에 대한 1인 의존도가 너무 심합니다. 원작이 어떤 형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인데요. 굳이 멀티 시나리오를 채용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연급 배역들이 기무타쿠의 단지 보조를 맞추는 정도에서 2시간에 육박하는 방영 시간 내내 그들의 캐릭터적 특징을 전혀 읽어낼 수 없었습니다. 이는 2001년 방영된 '히어로'에서 보여주었던 초회 조연들의 확고한 개성이 극의 재미를 한층 복돋아주었던것과는 확실히 대조적인 부분인데요.

기왕 히어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죠. 아직 초회 방영에 불과합니다만 미스터 브레인이 과연 '히어로'에서 얼마나 나아진 것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본래 트랜디 드라마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TBS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기무타쿠가 이미 성공시켜서 굳어진 캐릭터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여 드라마 전체를 그의 이미지에 맞출 필요까지 있었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굿 럭부터 화려한 일족까지 그간 기무타쿠 주연의 드라마를 진두지휘해온 후쿠자와 카츠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실제로 극중에서 기무타쿠는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 마치 놀이터에서 편하게 노는 어린아이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만, 극의 내용이라든지 기무타쿠에게 요구되는 배역의 특징, 그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역할까지 변한 게 아무것도 없이 '그저 기무타쿠만 믿고 가자'라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 화려한 캐스팅에게 기대할 수 있는 포텐셜을 단박에 반감시켜버리는 비중의 불균형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데요 아야세 하루카의 연기력이 베테랑 마츠 다카코에 비할 바는 아니겠습니다만 단순히 연기력의 문제를 떠나서 마츠 다카코가 히어로 초회에서 보여준 드센 츤데레 여성 역할에 비해 그저 기무타쿠를 좋아하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이 불분명하게 표현되는 아야세 하루카의 역할은 그녀가 가진 연기력을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확실히 단언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즈시마 히로 역시 에피소드가 진행됨에 따라서 차차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많아지겠습니다만 초회 2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그가 한 일이라곤 '오오 기무타쿠씨 역시 대단해' 라고 감탄하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무타쿠 역시도 이 드라마에서 예전만큼 빛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히어로에서 그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조연들이 저만의 매력을 뿜어내며 그의 캐릭터와 함께 어우러주었기때문이었지 결코 그 혼자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낸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주연급 캐스팅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 전까지는 기무타쿠가 아무리 먼치킨급 활약을 펼친다한들 미스터 브레인의 분위기가 살아날리 만무할 것 같습니다. 요는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서 성적표가 사망 직전의 심장 펄스신호마냥 요동칠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애석하게도 드라마의 전체적인 구성력 역시 김빠진 사이다같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말았는데요. 이전 히어로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기무타쿠 천재만들기'시나리오가 배경만 바뀐 채로 고스란히 진행되는 이야기 전개는 별개로 치더라도 CG티가 팍팍 나는 초반 폭발신에 마치 저예산 특촬물을 연상시키는 부실한 연구소 세트 구성도 드라마에 몰입을 충실히 방해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결론이 뻔히 보이는 지극히 TBS만의 선악구조 확실한 이야기 전개는 여전히 잠이 쏟아지게 만들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트릭'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인기 작가로 떠오른 미야타 코지 작가의 추리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이어진 매너리즘도 한 몫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결국 그들 나름대로는 정말 혁신적인 트랜드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스스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버리고 말았군요

드라마의 TBS라는 왕자 자리를 내걸고 주말 8시를 기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TBS가 시청율 면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다른 시청자들의 생각이 어느 때보다 궁금해지는데요. 방영 전까지만 해도 'BOSS'는 물론 절대강자 '천지인'마저 무너뜨려줄 것으로 기대했었던 것에 비하면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 자체로 본다면 그리 저평가를 받을 만큼은 아닙니다만 TBS의 풍선마케팅이 너무 지나친 것에 대한 반사역효과가 드라마의 평가절하를 부추긴 셈이 되는데요. NO TV BUT TBS라는 캠페인을 전개할 만큼 기존의 보수적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TBS입니다만 그게 단지 캠페인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미스터 브레인이 역으로 증명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아니 말하려 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말 속에서 어떤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일까요? 드라마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뇌에 관한 상식들과 함께 여러분도 같이 뇌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지 않겠습니까? 사람은 심장 소리만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지 않으니까요. 당신에게 마음 그 이상의 생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드라마 '미스터 브레인' 이었습니다.
Mr.Brain ミスタ-ブレイン (TBS)
2009년 5월 23일부터 매주 토요일 19시 56분 방영
출연 : 木村拓哉 (기무라 타쿠야)綾瀬はるか(아야세 하루카)
         水島ヒロ   (미즈시마 히로)  香川照之    (카가와 테루유키)  外
각본 : 蒔田光治 (미야타 코지)
연출 :
福澤克雄  (후쿠자와 카츠오)
posted by RushAm 2009. 5. 16. 23:37
드라마의 길을 고수하던 TBS가 최근들어 제법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역시 실력있는 신인들의 공급이 더뎌지는데다가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이루어지던 스테프쪽의 인력난도 심화되고 있는데에 따른 것으로 보이고 있는데요. 물론 인력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예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모양입니다. 이전만큼 기발한 소재의 참신한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원작을 망친다는 실로 컨버전으로서는 최악의 평가까지 듣고 있을 만큼 드라마계에도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내외 사정을 TBS에서도 모를 리가 없겠죠. 5월 23일 방영 예정인 Mr.Brain의 좀 과도하다 싶을만큼의 물량 공세도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이같은 물량 공세가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끝날지 드라마 왕국 재건의 시발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결과에 따라서는 최근 무섭게 TBS의 드라마 왕자 자리를 노리고 있는 NTV나 TV 도쿄에 자리를 내줄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 왕자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후에 결과가 나온 다음에 설명해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뚜껑을 열기 전의 녀석을 평가할 수는 없고, 그 전에 잠시 맛보기를 보는 느낌으로 TBS의 지금 상태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가 있어 소개합니다.


4월 중순부터 TBS의 전파를 타기 시작한 드라마 スマイル(Smile 이하 스마일)은 TBS의 파워가 건재함을 보여주는 듯 평균 이상의 캐스팅을 갖추고 있지만 의외로 방영 전부터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는 예고편부터 어느 정도 실패를 예감한 매스미디어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은 점도 한 몫을 하는데요. 물론 특집 방송은 충실히 내보내긴 했습니다만 TBS내부에서도 Mr.Brain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예고편 한번 타지 못하고 일종의 땜빵 광고 (2~3초 정도로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방송사들이 사용하는 드라마 CM) 정도로만 간간히 소개될 정도였으니까요. 아라시의 인기 맴버 마츠모토 준, 좀처럼 교복을 벗지 못하는 여동생 아라가키 유이 투톱만으로 모자라 특급 베테랑 나카이 키이치에다가 F4 '루이'의 오구리 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명 빠지는 사람 없이 훌륭한 캐스팅입니다만, 이미 캐스팅만으로 홍보가 자연스럽게 될 거라는 TBS만의 이유 있는 거만함이었는지 영문을 잘 모를 일입니다.

여기에 사각지대라고 불리웠던 금요일 저녁시간대를 단박에 황금시간대로 바꾸어놓았던 꽃보다 남자 제작진이 다시금 금요일 10시 시간대를 정복하기 위해 뭉쳤는데요. 인기 연기자에서 최근에는 각본가로도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타쿠마 타카유키의 각본에 10년 남짓의 짧은 경력에 다수의 히트작을 발표하며 관록을 쌓아가고 있는 이시이 야스히루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TBS로서는 역시 꽃보다 남자의 전성기를 되찾고 싶다는 은연중의 욕심이 언제나 남아있었던 모양인지 금요일 10시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데요. 스텝진 구성에서는 야심을 숨길 수 없었던 듯 합니다. 결국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사내 분위기상 드러내놓고 설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군요.

장면 구성 하나하나가 매우 섬세하면서도 편안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드라마 스마일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맛있는 드라마'입니다. TBS 드라마가 익히 그렇듯 정말 눈이 편안해지고 시원하거나 혹은 따뜻한 느낌의 편집 노하우가 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드라마라고 생각되기보다는 한 권의 소설이나 시집의 삽화를 보는 듯한 화면 질감을 보여줍니다. 카메라 워크도 여전히 훌륭합니다.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하이비젼을 캡쳐한 동영상을 통해 접하시기 때문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일반 아날로그 TV로도 전혀 답답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구도나 내용에 대한 욕구를 대부분 보는 즉시 충족시켜줍니다. 한 마디로 초등학생부터 할머니까지 어려움 없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러한 배려가 딱히 싫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방송국들이 TBS의 이런 특징을 흉내내지 않는 이유는 특허가 있다거나 특별히 흉내내기 힘든 절대적 노하우가 있어서가 아닌 이러한 방식이 가지는 결정적인 단점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졸린 드라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너무 진행 자체가 정적이고 내용 전달이 아름다운 화면 연출과 더불어 천천히 이루어지다보니 성격 급하신 분들은 차마 템포를 역으로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는데요. 요즘 대부분의 젊은층들이 이러한 내용 전개 방식의 드라마를 많이 접하지 않고 있다보니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배역을 가진 드라마라고 하더라도 극 전개 방식에서 오는 한계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한계를 반증하듯 시청율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금요일 10시라는 시간적인 패널티를 감안하더라도 TBS드라마로서 10% 안팎의 성적표는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데요. 젊은층에게 인지도가 높은 캐스팅을 갖춘 드라마로서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골든위크 시즌에 잠시 12%가까운 성적을 거둔 것이 다소 이래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는 스마일의 한계를 더욱 절감하게 만드는 증거입니다. 그만큼 가족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은 있지만 요즘 세태에서 드라마 시청율의 패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역시 사극 이외에는 젊은 층이 대부분일테니까요. 평일에 방송되는 가족형 드라마라는 포지셔닝부터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되긴 합니다만 그놈의 내부 사정이라는게 뭔지...

스마일에 등장하는 배역들을 살펴보면 '필리핀 혼혈'에 '실성증 히로인' '민완 변호사' ,'광기의 불량아' 등 결코 그냥 소화하기 힘든 내공이 필요한 배역들이 대부분인데요. 일단 이미지상의 캐스팅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원래부터 선이 굵은 이미지의 마츠모토 준은 약간의 체중 조절과 태닝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성공했고, 그동안 말이 많은 타입의 배역이 많았였지만 동시에 풍부한 표정 연기실력도 함께 선보였었던 아라가키 유이의 경우 다양한 표정과 입모양으로 말하는 연기가 그녀 특유의 건강하고 활달한 성격과 어우러져 들리지 않지만 들리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마츠모토 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준수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극 전개 자체의 분위기를 컨트롤하는 중심에 서 있다보니 아무리 잘해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농익은 연기자들도 소화하기 힘든 특이한 배역이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극 전개 자체가 지나치게 쉽게 풀어가다 보면 시청자들은 편안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고역일테니까요. 덕분에 결코 나쁘지 않은 연기임에도 극 전체적인 분위기가 잘 살아나지 않고 있다보니 책임 소재가 마츠모토 준에게 쏠리는 듯 합니다. 배역에 몰입하는 정도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으니 앞으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만, 지금의 스마일에서는 다소 함량 미달로 보이며. 아라가키 유이의 경우는 경력에 걸맞는 배역 소화를 해주고 있다고는 하나 코드 블루에서 드러난 포텐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는 만큼 분발이 필요해보입니다.

투톱이 다소 힘겨워하고 있는 데에 반해 조연들은 이름값을 충분히 해주면서 스마일의 완성도를 유지해주고 있는데요. 나가이 키이치씨는 여전히 명불허전, 오구리 슌 역시 만만치않은 커리어에 걸맞게 농익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TBS 드라마의 단골 소재 '법정', '방송국', '가족애'를 책임지는 코이케 에이코를 비롯한 각 조연들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는데요 특히 가족애는 빠지기 힘든 이야기의 주축이 되고 있는 만큼 분위기를 받쳐주는 게 중요한데. 등장 비중은 많지 않지만 다소 섞여들지 못하는 마츠준, 각키 투톱을 녹아들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줌으로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스토리 균형을 잡아주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늘 먹는 맛있는 김치찌개라도 매일 삼시세끼를 먹다보면 질리기 마련입니다. TBS가 가진 문제도 이와 비슷한데요. 완성도도 높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정말이지 무난하기 이를데 없는 드라마로 '보수성'을 과시해왔지만 그 보수성이 완만한 하락세를 체크하기에는 너무 둔감했던 것 같습니다. 기발한 소재보다는 무난하고 따뜻한 스토리로 승부해왔던 TBS답게 스마일 역시 단지 필리핀 하프와 실성증을 가진 소녀의 매치라는 점 이외에는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스토리라인을 이어나갑니다. 나쁜 과거가 있고 심신이 약하지만 착한 주인공 약자를 도와주는 사람들과 마냥 악하게만 보이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대립 구도라든지 과거에 있던 추억을 배경으로 러브라인이 만들어지는 형태까지 너무나도 많이 보아왔지만 지겹다기보다는 익숙함에 가까운 이러한 구도가 아직도 일부 먹히고 있기 때문이죠. TBS가 이런 보증수표를 포기할리 만무합니다. 갑자기 터지는 로또로 20%를 먹는것을 상상하기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5%를 챙기는 게 TBS의 악명 높은 보수성의 일부니까요.


맛있긴 합니다만 조금 지겹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맛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 망설여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TBS는 아직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게 지극히 일본답지 않은가? 하고 말이죠. 에도시대부터 몇대를 걸쳐 이어오는 식당이나 과자점이 명소가 되고 그것이 결국 그 지역 나아가 일본이 가진 국제적인 경쟁력이 되는 것처럼 일면 답답하게만 보이는 우직한 보수성이라도 가장 자신있는 것을 할 수 있는 변함없는 맛으로 만들어내는 그것을 과연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는 역시 리모콘을 쥐고 있는 시청자의 몫입니다.

어떤 것을 지키고 싶다는 기분은 일본인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단골 이야기거리 소재가 되는것도 그런 이유가 있죠. 굳이 사랑이라는 단어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단지 누군가의 웃는 얼굴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잠시나마 자기 자신 혹은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드라마 '스마일'입니다.
SMILE スマイル (TBS)
2009년 4월 17일부터 매주 금요일 22시 방영
출연 : 松本潤 (마츠모토 준)      新垣結衣(아라가키 유이)
         中井貴一 (나카이 키이치)    小栗旬    (오구리 슌)       外
각본 : 宅間孝行 (타쿠마 타카유키)
연출 : 
石井康晴 (이시이 야스히루)



posted by RushAm 2009. 5. 10. 04:02
매주 토요일에는 Dramajor라는 코너를 통해 일본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코너 타이틀에서 이미 의미를 알아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번 코너는 특별히 B급 문화를 지향하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시청율이 높은 프라임 타임 드라마들을 다루어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니혼테레비 (닛테레,NTV)에서 토요일 저녁 9시에 방영되고 있는 THE QUIZ SHOW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른바 시즌제 드라마의 시대인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접하게 되어 알려진 대표적 시즌제 드라마는 시트콤 '프랜즈'가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이후 프리즌 브레이크를 필두로 미드의 열풍이 불면서 이제 드라마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시즌 몇' 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죠. 한참 IT버블이 휘몰아치던 시절 별 관계없는 곳에다가도 닷컴을 붙여대던 모습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기도 하고 제대로 시트콤 분야 이외에는 아직 몇 번의 시도만 있을 뿐 성공사례가 전무한 시즌제 드라마이지만 일본에서는 나름 자신들의 색깔에 맞는 변형판 시즌제 드라마들이 양산되고 있는 중입니다.

시즌제 드라마로 성공을 거둔 후루하타 닌자부로


춤추는 대수사선 이후 범죄수사 추리물로 높은 시청율을 기록하며 장기간 롱런을 기록했던 후루하타 닌자부로라든지 영화 포멧 중에서는 얼마 전 한국의 모 배우가 출연하기로 해서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도쿄 소녀'도 그런 변형된 시즌제 드라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일본식 시즌제 드라마는 스토리의 연속성이 없이 배역을 교체하는 타입이 많은데 이는 장편 스토리의 연속성을 중시하는 소설형 드라마를 추구하는 미국과 한국과는 달리 일본 드라마는 캐릭터와 상황 설정, 소재가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 스토리가 감명깊은 경우도 있지만 그 스토리가 쓰여지는 배경 소재와 캐릭터, 특히 연기하는 배우에 의해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 기반이 약하다보니 소재에서 뽑아낼 수 있는 에피소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요 사극 이외에는 에피소드 10 이상의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도 이렇듯 일본만의 특이하다면 특이한 드라마 제작 특성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니혼테레비가 방영을 시작한 THE QUIZ SHOW (ザ・クイズショウ - 이하 더 퀴즈쇼)도 일본형 시즌제 드라마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2008년 7월에 방영했던 동명의 심야 드라마를 모티프로 후속작이라기보다는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재 구성한 작품이죠. 원작(?) 드라마는 심야 드라마에 걸맞게(??) 캐스팅된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들이 인상적인 작품이었는데요. 심야드라마로는 제법 좋은 반응을 얻었는지 토요일 저녁 9시라는 프라임타임에 새롭게 재구성하여 내놓게 됩니다. 최근 절정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사쿠라이 쇼'를 주연으로 내세워 방영 1개월 전부터 꾸준히 홍보를 할 만큼 NTV내부에서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원작 드라마, 분위기가 조금 다르죠?


우선 시청율을 살펴보면 12%정도로 프라임 타임의 NTV로서는 조금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동시간대에 방영되는 TBS의 世界・ふしぎ発見(세계. 신기한 발견!)이 군림하게 있기 때문에 드라마로 가족들이 다 같이 보는 버라이어티를 상대하기엔 다소 버거운 감이 없지 않은데요. NTV도 그걸 모를 리가 없겠죠? 그래서 원작보다 한층 버라이어티성을 강조한 연출로 시청자들을 잠시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지금 드라마를 보고 있는건지 퀴즈 버라이어티를 보고 있는건지 착각이 들게끔 말이죠.

여기에는 사쿠라이 쇼의 한층 완숙해진 몰입성 짙은 연기도 한 몫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아라시라는 그룹에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만 이 드라마로 인해서 사쿠라이 쇼의 가능성이라든지 미래 가치를 대단히 높게 매기게 될 것 같습니다. 컨셉 자체도 그렇겠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키무타쿠가 가지고 있는 영역을 차츰 잠식해나갈 것으로 감히 예상될 만큼 더 퀴즈쇼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이지 사쿠라이 쇼를 위해 만들어지는 드라마라는 느낌이 들 만큼 독보적입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1인 중심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띄고 있긴 합니다만 역으로 그 1인을 맡은 배우의 역량에 따라서 드라마의 성패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그런 면에서 사쿠라이 쇼는 더 퀴즈쇼의 배역을 따낸 것이 단순히 운이 좋았거나 아라시라는 그룹의 인기배경에 편승한 것이 아닌 제작진들에게 순수 실력으로 인정받은 결과로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증명해보인 셈입니다.

화면 구성만을 보면 드라마가 아닌 퀴즈 버라이어티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듯


스토리 구조는 연극으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만큼 배경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원작이 어떤 형태로 나와있는지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소설이나 만화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구성, 특히 스토리를 무한정 짜낼 수 있는 완벽한 트릭을 갖춘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 기본 설정 자체가 워낙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하면서도 소재 선정에 대한 범위가 넓다보니 어떤 설정을 갖다붙여도 대본을 쓰기가 쉬운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것이 많으니까요. 마치 직소퍼즐을 하는 듯한 느낌일까요?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설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스토리가 계속 천편일률적으로 나간다면 자칫 결말이 뻔히 보이는 지루함이 만들어지기도 쉬운 양면성이 바로 그것이죠. 그래서 더 퀴즈쇼는 기본적으로 옴니버스 속에 메인 복선을 깔아둠으로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질나게 만드는 지극히 NTV다운 설정을 집어넣는데 이것이 카미야마의 배경 스토리, 즉 더 퀴즈쇼의 골격이 되는 메인 스토리가 되겠습니다.

물론 이 스토리도 옴니버스로 채용된 소재들보다는 조금 더 심도있습니다만 아쉽게도 긴박감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기억상실이라는 다소 낡은 설정에 사이코패스식 전개는 식상함을 느끼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더 퀴즈쇼는 그런 식상함을 느낄 겨를이 없을 만큼 드라마가 끝나기 직전 단 1분간만 스토리를 진행함으로서 시청자들의 감질남을 자극시키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쪽도 꽤나 낡은 수법(?)입니다만 어쨌든 버라이어티중에 낡은 수법 쓰지 않는 건 없듯 드라마로서라기보다는 일종의 버라이어티 개념의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너무 가볍게 빵빵 질러나가는 드라마가 신물이 나신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진지하고 어려운 단어가 남발되는 미드에 지치셨다면 가끔 색다른 드라마로서 눈에 맺혀있는 색깔을 바꿔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스토리에 신경쓰기보다는 그냥 보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버라이어티처럼 말입니다. 그렇다고 더 퀴즈쇼가 버라이어티처럼 가볍지는 않고 드라마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으니 조금은 미흡하지만 양립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아라시 팬이라면 특히나 사쿠라이 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거니와 평소 아라시가 누군지 몰랐던 분들이나 사쿠라이 쇼를 몰랐던 분들에게도 키무타쿠를 대체할 수 있는 신상품으로서의 그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듬뿍 확인할 수 있는 드라마 '더 퀴즈쇼'였습니다.
THE QUIZ SHOW ザ・クイズショウ (NTV)
2009년 4월 18일부터 매주 토요일 21시 방영
출연 : 櫻井翔(사쿠라이 쇼) 松浦亜弥(마츠우라 아야)
         真矢みき (마야 미키)    横山裕    (요코야마 유우) 外
각본 : 及川拓郎 (오이카와 타쿠로)
연출 :
南雲聖一 (나구모 세이이치)  佐久間紀佳 (사쿠마 노리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