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1. 12. 4. 23:45
뭔가 잊을 만 하다 싶으면 잊지도 않고 또 오는 '각설이'처럼 주기적으로 오는 이벤트 방송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KPOP의 세계화를 주창하며 약 3개월 주기로 벌어지는 KPOP콘서트가 그것인데요. 매번 할 때마다 방송을 타긴 하는데, 또 방송이 전파를 타는 시간은 어처구니없게도 시청율이 심하게 제한적인 심야시간대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콘서트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데, 이번에는 또 뜬금없이 한 번도 플래시몹 시위 국가 소개에서 본 적이 없는 '호주'에 가서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대체 기준이 뭔지도 모르겠고, 개최하는 이유도, 당위성도, 목적도 불분명한 KPOP 해외 투어 콘서트의 진실은 무엇인지 각 부분별로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류? KPOP?

이번 호주 공연에 나왔다는 그룹들을 살펴보면 동방신기, 샤이니, 소녀시대, 카라, 엠블랙, 시스타, 시크릿, 미쓰에이 씨앤블루, 비스트,2AM,포미닛, 엠블랙까지 총 12팀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라인업은 정말 엄밀히 말해서 '국내 정상급'은 맞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어랏'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라인업인데요. 인기 측면에서 뭔가 벨런스가 심하게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최근까지 가요계를 주목해왔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받게 됩니다. 백번 양보해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그룹들만 추렸다고 해도 과연 '호주'에서 인기있는 그룹들만 초청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 에초에 호주에서 어떤 한류 그룹이 인기있는지 그 흔한 보도자료조차 돌지 않았던 나라인데...

이번 호주 공연의 라인업을 잘 살펴보면 SM이 SM타운을 꾸려서 나갔던 파리 공연을 제외한 파이팅 재팬 일본 오사카 공연이나 지난 뉴욕 공연 등 다른 공연에서 꾸렸던 라인업과 거의 일치합니다. 즉 어느 국가에서 어떤 가수가 인기있고, 어떤 가수가 현지 팬들에게 공연 요청을 받았는지, 사실상 그렇게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인데요. 이 공연은 이미 '신한류'혹은 'KPOP'열풍을 검증하기 위한 공연의 성격에서 이미 한참 벗어나있습니다. 미디어에서는 '전 세계'의 '다른 국적'을 가진 한류 팬들이 뭉쳐 공연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못 이긴 척' 가서 공연해주고 오는 밑밥을 열심히 깔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실상은 그들이 어느 나라에서 누구의 공연을 요청하던, 큰 관계는 없다는 것이죠.

그럼 이 콘서트를 대체 왜 하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물론 당연히 그 콘서트를 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호주에 한류 팬이 거의 없다거나 그 한류 팬들이 공연을 원하고 공연에 올 만큼의 열정은 없느냐면 그것도 아니거든요. 무슨 궤변인지 잘 모르시겠지만, 분명 호주에도 한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류의 진폭이 단독공연은 고사하고 '합동공연'을 해도 될까말까한 수준인데다가 설령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공연 비용' 등에서 적자가 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임에도 공연이 매번 강행되고 있다는 것은 TV에서 나오는 소수의 한류팬 이외에 '공연'을 원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원했던 사람들은 누구?

지금까지 SM타운 콘서트를 포함해서 TV에 방영되었던 국가는 총 4곳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입니다. 얼핏 보면 각 대륙별 대표국가와 도시라는 상징성이 있어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을만큼 이번 호주까지 포함해서 '유럽,아시아, 북미, 오세아니아 (남반구)'까지 모양새로는 '한류의 세계화'라는 구색에 결코 부족하지 않은 행보인데요. 그런데 사실 뻔질나게 뉴스에 나왔던 파리 공연 이외에 뉴욕이나, 오사카, 시드니의 경우 뉴스에서 이들 도시에서 한류 콘서트를 원한다는 현지 한류 팬들의 동정에 대해 보도된 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현지 분위기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 한국의 분위기는 예전 오사카나 뉴욕 때도 그랬지만 이번 호주 공연 방송 예고편에 대한 반응이 '와~ 기다렸는데 드디어 방송되는구나!' 가 아니라 '어, 거기도 갔었어?'라는 식이거든요.

원래 2000명쯤 되는데 날씨가 궂어서 300명밖에 못왔지만 그래도 와달라는 호주 학생들의 시위 모습...


  왜 이런 모순된 행보가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유는 의외로 꽤나 사정이 복잡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콘서트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현지 한류팬이 간절히 원해서 만들어진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들 이외에도, 아니 그들보다 더 많이 이 콘서트를 원했던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공연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냈다고 보는 편이 현명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 이 공연을 가장 많이 원했을 쪽은 두말할것도 없이 'SM엔터테인먼트'죠.

지난 SM엔터테인먼트편 부록에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SM타운 파리 콘서트는 그 준비 비용이나 운영 면에서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을 드렸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적자 실적이 만일 실존한다면 해외 진출 전략으로 주가 상승을 꾀하는 SM으로서는 향후 실적 발표에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아무리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라는 설명을 한다고 한들 투자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들은 해외에 나가서 그냥 '적자'만 보고 오는 모양새를 남겨서는 곤란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밝히기는 힘든, 하지만 훌륭히 그 적자를 만회할 수 있는 어떤 수익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미 공연은 1회성이고 그 공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이미 적자가 확정된 상황에서 무슨 수익 활동이 있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 부분에서 이 공연을 원하는 또 다른 한 쪽 '교민사회'가 드러납니다.

사실 한인사회 수뇌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다민족국가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영향력 강화다. 해당 국가에서 한국 교민들이 갖는 위상이 높아지면, 그들 개개인의 경제 활동이 보다 수월해지며 흔히 말하는 인종 차별로 인한 불이익도 줄일 수 있게 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소 부패하고 무능할지언정 교민사회 자체가 무너질 경우 벌어질 더 큰 불이익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 교민 사회의 부조리를 알면서도 묵인하며 점점 그들만의 스크럽을 짜는 쇄국형 조직이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교민사회는 점점 교민의 권리 향상에 노력하기보다는 일부 수뇌부들의 이익과 권력 유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미국 뉴욕, 일본 오사카, 호주 시드니는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한국계 교민 사회 중 가장 정치화되어있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도시들입니다. 정치화되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결속력을 최우선시하며, 외부 세력에 베타적이라는 것인데요. 이들 사회에 가장 필요한 건 두말할것도 없이 자신들의 교민 사회에서 지금의 수뇌부가 계속 변함없는 지지를 얻는 것입니다. 교민 사회의 수뇌부는 공식적인 정치 단체가 아니기때문에 임기도 없고 법적인 제제를 가할수가 없지만, 교민들이 이 사회에서 당하는 불이익으로 인해 집단 행동에 나서게 되면 교민사회는 무너지게 되고 가장 큰 타격을 보는 것은 그동안 가만히 앉아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던 교민사회 수뇌부가 될 것은 두말할것도 없겠죠. 이들은 마치 베를루스코니의 미디어 장악때 벌인 것처럼 가능한 자신들의 부정을 감추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최정상급 가수들을 현지로 초청하는 공연을 꽤 오래전부터 벌여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최근 젊은 이민 3세들을 중심으로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되는데요. 이들 세대는 특별히 한인사회에 무언가를 기대하기보다는 다른 민족 속에서 자유롭게 경쟁하는 데에 더 익숙해져 있는 세대이기때문에, 최근 베이비붐 은퇴로 기득권 확장에 있어 한계에 부딛히게 되는 한인사회로서는 젊은층의 한인사회 합류 외면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런 그들에게 최근 부각되는 세계적인 한류 열풍이라는 키워드는 대단히 매력적인 요소였음에 분명했는데요. 이들은 작금의 KPOP열풍을 통해 젊은층이 교민사회가 자신들의 사회활동과 민족적 권리 향상을 통해 결국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합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빠지면 안될 함정은 'KPOP'이 젊은층에게 끼치는 영향은 단지 '교민'들의 '문화 콘텐츠 소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교민사회가 젊은층에게 제시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데요. 한마디로 KPOP은 이미 세계화되어가고 있고, 그 KPOP은 분명 우리 한인 사회가 다른 민족 사회 대비 우월한 지위를 확보해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KPOP으로 인해 한국을 알고 한국 이미지가 각인되어서 가장 이득을 볼 사람들은 대한민국 본토에 있는 우리가 아니라 결국 현지 교민들이라는 것을 그들은 교민 사회를 이탈하는 젊은 층에게 호소하게 되죠. 실제로 젊은층은 자기 주변에서 점차 한국인, 동양인이 아닌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사람들이 KPOP콘서트를 통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결코 향후 사회생활에 있어 불이익이 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사실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양한 언론과 시각, 그리고 정말 냉정하게 피부로 와닿는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단지 KPOP콘서트를 유치하는 것만으로 젊은층의 생각을 교민사회로 끌어오기 힘들다는 것을 교민사회는 직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이 공연을 원하는 또 하나의 '이익집단'이 공생관계로 가세하게 되는데요. 바로 '방송사'입니다.

서울-오사카 뮤직 오브 하트 2011 파이팅 재팬 - SBS

사실 방송사는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빵빵 터진다고 한들 그 반사효과로 낼 수 있는 이익 자체가 미미합니다. 그 한류 스타들이 방송사 소속도 아닐 뿐더러 에초 지적한대로 실질적인 수익 자체가 나지 않고 있는 지금의 KPOP열풍에서 젓가락조차 올리지 못한 방송사가 얻는 이익이 미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겠죠. 그러나 방송사는 정말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한류를 메인 뉴스에 올리고, 또 적극적으로 이를 국민들에게 홍보합니다. 그것도 KBS1 같은 공영방송에서 시사 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형식처럼 공신력을 가질 만한 포멧을 통해 제작하는 열성을 보이면서까지 말이죠. 대체 왜들 이렇게 열심히인걸까요?


최근 KBS는 그 덩치를 꾸준히 불려 이제는 전 세계 보도 및 방송 공급 네트워크를 휘어잡는 한 축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독점 체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존재가 생겼는데요. 다름아닌 SBS와 MBC 같은 민영방송의 약진입니다. 특히 SBS의 경우 자체 보도 및 콘텐츠 공급을 위한 국제적인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제법 오랫동안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요. 당연하겠지만, 어떤 기업이든 세계 진출에 있어 가장 큰 교두보로 삼아야 할 곳이 바로 '교민사회'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전세계 각지의 교민 사회가 소화해준 '초동 물량'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것처럼 말이죠.

뉴욕 코리아 페스티벌 - KBS


  이미 KBS가 그 뿌리를 박고 있을 교민사회에서 후발주자인 SBS나 MBC는 정말 적극적으로 교민 사회와 밀착할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KBS가 마냥 앉아서 기득권을 뺏기지는 않겠죠. 실제 흐름은 KBS가 한발 앞서 교민사회가 원하는 신한류 열풍에 대해 바람을 잡아놓는 방송을 여러차례 띄워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SBS나 MBC가 자체 보도 방송, 즉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장난스럽지 않고 진지한 공신력을 갖춘 포멧) 이를 각인시키는 구조입니다. 당연하겠지만, 방송사들의 이런 진지한 방송 태도는 현지 교민 사회는 물론 합류를 거부하고 있는 젊은층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교민 사회가 말하는 백마디보다 한국 메이저 방송사들의 방송 하나가 훨씬 큰 간증이 됨은 두말할필요가 없습니다. 결국 한류의 파워로 국가브랜드가 상승하고 그로 인해 교민사회의 입지가 넓어지고 결국 낙수효과로 교민사회에 소속된 사람들의 혜택이 많아진다는 이 논리는 그 실체가 진짜던 허구던 간에 이 방송사의 참여라는 의미 자체만으로 인증샷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는 것이죠.


  방송사는 이렇게 교민 사회의 세 확장에 협조하는 대신 자신들이 교민 사회에 디딜 수 있는 교두보를 하나 더 놓을 수 있는 권리 따위를 갖게 될 것입니다. 방송사는 현지 보도채널 및 자회사를 설립하여 자사 콘텐츠의 해외 판매 교두보를 세우거나 보도 특파원 파견 및 정보 확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이익을 거두어야만 하고 이를 위해 교민사회가 닦아놓은 위치를 점하는 편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것을 방송사는 잘 알기 때문이죠. 

2011K-POP 뮤직페스티벌 IN SYDNEY - MBC


 여기에 마지막으로 숟가락을 얹는 쪽은 바로 KOCCA 한국 콘텐츠진흥원이라는 국가소속 기관입니다. 이들은 사실 어떤 이익관계 없이 뒤늦게 숟가락만 들이밀고 있는 형국이다보니, 교민사회, KPOP기획사, 방송사가 짜고 있는 탄탄한 상호 공생 관계의 틈바구니에서 곁다리만 잡고 있는 형태입니다. 때문에 주로 KBS와 함께 별도의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형태인데요. 주로 하는 일은 현지 콘텐츠 바이더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KBS의 현지 방송 네트워크 채널을 알리고, 이를 홍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이런 활동은 고스란히 국회의 KPOP 특위예산 등에 반영됩니다. 정계는 KPOP열풍에 한몫했다는 명분을 얻어서 좋고, KBS는 국가권력을 통해 자사 채널 방어, KOCCA는 양쪽의 이득을 위한 하수인 역할을 하면서 예산을 공급받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공생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 KOCCA JAPAN의 대표적인 업적(?)인 뮤직뱅크 도쿄공개방송


  그리고 KPOP을 만드는 기획사들은 본질적으로는 자사가 '해외'진출을 했다는 '실리적인 명분'을 얻기 위해 감행할수밖에 없었던 손해를 이들로 인해서 매울수가 있습니다. 교민사회의 지원, 방송사와의 협력 등을 통해서 그럴듯한 컨소시엄을 구축하게 되면 단독 투자에 대한 적자가 아닌 컨소시엄을 통한 무한 공동 책임 형태로 전환되기 때문에 자사의 실적 발표에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즉 실적 발표에 구멍을 내지 않으면서도 대외적인 이슈를 확실히 만들어 낼 수 있는 뒤끝없는 주가부양책이 만들어질 수 있고, 여기에 현지 교민사회의 지원과 방송사들의 어시스트라는 덤까지...어찌보면 이 상호관계에서 가장 실리를 챙기는 갑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두말없이 기획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下 편에서는 SM이야기로 돌아와서 왜 SM이 한류 콘서트에서 항상 마지막 메인 무대를 차지하는 것인지, 왜 항상 다른 그룹과 합동 공연을 하는 것인지, 실제 인기는 어느정도인지, 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지 못하는지, 화면에 비추어지는 관객 분포의 비밀 등에 대해 연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얘기 아직 안끝났어요.


posted by RushAm 2011. 11. 21. 17:22
증권가에서는 아주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엔터테인먼트주를 추천항목에 넣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급등을 하더라도 사유가 대부분 불명인 경우가 많고, 급락에 있어서도 이유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엔터테인먼트업계는 단지 자금 흐름의 압박이나, 실적 발표처럼 흔한 경제 기준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설명하기 힘든 일들은 대부분 '악재'라는 점도 엔터주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죠. 아울러 당연하겠지만 급등 사유 역시 대부분 테마에 의한 묻지마 급등이 대부분이니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악재란 잘 아시는 그대로'스캔들'입니다. 기획사의 자산은 유동자금이 아니라 인적자원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만,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다소 포괄적이긴 해도 대부분 '스캔들' 이 한가지로 수렴되기 마련이니까요. 기획사는 당연하겠지만 자산(소속인물)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스캔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어떻게 육성하는 것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합니다. 기획사는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여론에 자신의 소속 가수들을 '상장'시켜놓은것과 다름이 없는 입장이니까요. 마치 기업이 주가관리를 하듯, 끊임없이 호재 이슈 뻐꾸기를 날리거나, 악재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매니지먼트 역량이야말로 진정 기획사의 능력과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치부가 아닐까 합니다.

중 편에서 언급했듯 YG는 연습생의 육성에 있어 무엇보다 자유로운 자율적 창조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데에 가장 심혈을 많이 기울입니다. 다른 기획사들이 군무를 맞추고 보컬연습을 시키는 데에 전력투구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YG는 기본기는 각자 개개인의 자율적인 연습에 맡긴 채 취향도 성향도 제각각인 맴버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짜여졌을 때 맴버 모두가 각자 역할과 개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순서가 아닌 대중에게 고른 노출이 가능한)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맞춰나가는 데에 보다 골몰합니다. 연습생들은 이렇게 한발 물러나있는 YG를 뒤로 하고 YG가 던져준 미션을 홀로 혹은 조를 이루어 풀어낼 준비를 하게 되죠 누군가는 작곡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 컨셉에 맞는 의상 스타일을 골몰할것이며, 누군가는 안무, 누군가는 랩과 보컬을 가다듬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크게는 YG패밀리, 작게는 처음 기획했던 그 그룹에 합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YG가 이들을 특정 기준에 옭아매지 않는 이유는 이미 옭아맬 필요가 없을 만큼 편중된 장르에 흥미와 재능을 가진 연습생만을 뽑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력을 따로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 첫번째이고, 그만큼 세분화시켜 선발한 연습생이니만큼 가지고 있는 재능과 감각에 대한 가치를 회사의 자산가치와 동일시할만큼 소중히어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모인 연습생이 모두 이와 같은 YG의 생각을 알아주고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갈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저항의 상징과도 같은 흑인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주로 모여있다는 YG의 연습생들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자신의 음악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손상되지 않는다는 점은 큰 자산임과 동시에, 엄청난 수의 개성이 서로 부딪히는 데에서 오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강한 장악력을 주입시켜 새뇌된 연습생들이라 할지라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모인 만큼 원치 않은 방향으로 엇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하물며 개성을 중시하는 기획사의 콧대 높은 자들이 통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어딜 가나 한창 다른 길로 새기 쉬운 싱승생숭 마인드의 10대 후반 아이들은 컨트롤이 어렵기 마련입니다. YG의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연습생에서 머물지 않고 메이저에 데뷰한 이후에까지 이어진다는 점이죠. 굳이 과거를 너무 깊게 파지 않아도 올해에만 이미 두 건이 표면화되었을 만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전직 빵셔터와 일진의 만남...


주목할만한 점은 예전부터 최근까지 이에 대응하는 YG의 대응 방법입니다. YG는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소속가수들의 스캔들 대처에 있어 단 한번도 '맴버 탈퇴'를 사건발생 불과 3일만에 결정해버리거나 '그룹 해체'라는 강수를 둔 적이 단 한번도 없음은 물론 공식 성명을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해당 소속 가수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보호하려는 무리수를 두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여론의 비난이 해당 가수가 아닌 그 가수를 비호하는 YG의 도덕적인 문제 쪽으로 격화되는 흐름이 매번 반복되면서 YG 회사 전체의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는 사태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러한 YG의 스캔들 대응 기조는 변함이 없이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YG전체가 다 무너질것처럼 여론이 매번 격화되더라도 결국 YG는 소속가수를 건져내는데에 매번 성공해왔으며 그로 인한 기획사 자체적인 이미지 손상도 장기적으로는 체감하기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모 가수가 대마초를 피우거나 표절 시비가 붙거나, 심지어는 과실 치사 형사 입건의 위기가 닥치는, 누가 봐도 기획사가 감싸다간 공멸할 것이 자명해보이는 일에 있어서도 다소 무모하리만큼 YG는 '무조건 보호'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요. YG는 이로 인해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비관적인 평가와 음악 소비자들 사이에서 조직적인 안티가 생겨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지금도 YG는 방송국과 트러블이 가장 많은 기획사이며, 그와 함께 인터넷상에서 소속가수가 실력 외적인 부분으로 가장 많은 비판과 조롱을 당하는 기획사가 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얕은 안티 백만보다 깊은 안티 열명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은 업계 정설입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이렇게 다소 무모할정도로 소속 가수를 감싸고 도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일부러 드러내는 의도적인 사정과 드러내서는 안되는 사정이 있습니다. YG는 외부에서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영입하더라 할지라도 그 본류에 있어서는 반드시 자사의 아티스트 육성 정책을 최우선시하는데요. 초창기 perry와 1TYM의 Teddy부터 시작된 이 아티스트 라인은 현재 G드래곤으로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 라인은 YG에서 억만금을 주더라도 낙오시킬 수 없고 다른 기획사에 빼앗길 수 없는 절대전력이 됩니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현재의 YG가 가진 대중적 위상보다 훨씬 위에 있으며 이들이 YG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YG의 종가 라인이 무너지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들의 위상이 이처럼 높다보니 이들 그리고 이들이 소속한 그룹의 스캔들 위험성을 컨트롤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스란히 해당 맴버가 리더를 맡고 있는 그룹의 체계와 맴버들의 아이덴티티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죠. 리더가 대세가 되면 맴버들 역시 뒷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

모든 아이돌을 통틀어, G드래곤만큼 개인 활동에 있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아이돌은 없다. 그는 언제든 YG의 작곡가 유닛을 활용해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을 소속그룹과 관계없는 활동에 쓸 수 있고, 솔로 활동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성장이 지속되고 개인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YG입장에서는 이들을 붙잡을 자금적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레이블이나 기획사이기 이전에 이익집단일수밖에 없을 YG로서는 이런 성장을 마냥 지켜볼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SM은 소속 가수들의 가치가 커지면 항상 불공정 계약 분쟁이 일어나고, JYP는 처음부터 제왕적인 조직관리를 통해 압박을 넣어 반항자를 쳐내는 식이라는 점을 볼 때 YG는 일면 굉장히 신사적이고 말 그대로 가족적이며 소속가수의 미래지향적인 부분까지 속속 챙겨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사실입니다. 3대 기획사 중 계약 분쟁이 가장 덜 한 곳도 아이돌 활동 종료 후 재취업율(?)이 가장 높은 부분도, 연공체계가 계파와 직책의 구분 없이 아우른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YG에서 직책이나 수익배분으로 받는 댓가가 그들의 실력과 가치를 시장 기준에 대입하여 정비례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YG의 회사 규모는 그들의 능력에 맞는 댓가를 지불하기에는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죠.

Teddy같은 실력있는 작곡가가 YG전속으로 다른 곳에는 거의 음악을 주지 않고, YG 소속 가수에만 곡을 주고 있는 가운데 과연 YG소속 가수의 곡을 전속 공급하는 Teddy와 거의 모든 아이돌 그룹에게 곡을 자유롭게 주고 있는 용감한 형제 중 어느 쪽이 수입이 더 많을까요? Teddy역시 얼마든지 독립 레이블을 내는 것으로 자신의 창작 에너지가 충만한 이 시기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할텐데, 정말 자신을 키워준 YG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전속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뭇 이해가 힘듭니다. 어쩌면 YG는 SM이나 JYP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생존 방법으로 지금까지 이 권모술수의 연예계를 살아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죠. 굳이 표면적으로 치부를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을 말입니다.

YG의 아티스트 종가 라인의 피해자라면 피해자일수도 있을 '용감한 형제' 그가 YG에 입사한 뒤 불과 2년만에 YG를 박차고 나와 독립 레이블로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가 YG에 입사하고 2년간 활동했다는 건 방송에서 수도 없이 방송되었지만 그가 YG에서 그의 이름을 붙여 내놓은 곡이 무엇인지는 단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은 독립 레이블 시절부터였다는 사실만이 이런 의문을 대신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흑인 음악 전문 레이블이라는 점은 매우 특화되었지만, 그 특화된 만큼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양날이 있습니다. 다시말해 지금 YG의 소속되어있는 가수들은 이적 자체를 생각할수가 없습니다. 이미 YG가 최상의 환경과 조건을 제공해주고 있고 그들의 전략은 자신들의 음악적 한계를 불식시키는 한편 대중화를 보다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노하우와 능력적인 부분에 걸맞을만큼 금전적 위상이 뒷받침될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불공정계약으로 옭아매지 않아도 YG출신 가수는 YG를 나가는 직후 그가 포텐셜을 얼마나 남겨뒀던지간에 내리막길을 걸을수밖에 없거든요. 정말 연장을 가리지 않는 최고급 종가라인이 아닌 이상 일개 보컬리스트정도의 레벨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가지 않더라도 가치가 커지게 되면 어떨까요? 물론 다른 곳보다는 훨씬 많지만 약간 상식선에서 부족한 수준의 금전적 댓가가 지급된다면 아무래도 불만은 서서히 내재될수밖에 없을것입니다. 그렇다고 YG가 돈이 넘쳐나는데 이들에게 만족할만큼 주지 않는 건 아닌 듯한데요. 회사 자금 사정에 비해 이들의 가치가 너무 커졌다, 그런데 그들이 YG의 장기적인 근간을 뒤흔들 시스템의 핵심 종가라인 혹은 그 종가라인을 탄 그룹의 맴버다. 라고 한다면 그들에게 빚을 내서라도 가치를 보전해주는 정공법 이외에도 몇 가지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의 가치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하기 위한 '내부적인 조율'입니다.

YG의 스캔들은 그 사건의 무게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초반에는 너무 과하게 터지고, 나중에는 너무 시금털털하게 마무리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YG가 가진 지금까지의 노하우을 통해 충분히 일이 커지기 전에 덮어서 감출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매번 초반 대응에 보란듯이 실패하는 점도 그렇지만...


기획사는 아이돌의 포텐셜을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포텐셜이란 바로 '대중'의 구매력과 직결되므로, 반드시 실력과 수익이 직결되는 업계가 아닌만큼 대중들에게 이들이 가진 실력을 바닥에 붙은 국물까지 훑어서 극대화시켜야 하는 것이 기획사로서는 당연한 것이죠. 그런데 YG는 사실 이렇게까지 대박을 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아이돌 그룹은 그들의 음악 인생 제 1막일 뿐 반드시 절정을 이루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니까요. 따라서 이들은 한번 대중에게 폭발시킨 인지도를 애써 정상급으로 유지키시려 들지 않고 오히려 극도로 이미지를 아끼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흔한 버라이어티 출연같은 외부적 활동도 가능한 줄이려 노력하죠. 그리고 이들이 슈퍼스타가 된 이후에도 특별히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사생활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티스트적인 창의성을 보호하기 위해서일수도 있습니다만 YG에게 있어서 '적당히 커버가 가능한 고만고만한 수준'의 스캔들은 필요악이기 때문이 더 큽니다.

스캔들이 나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티가 대량 양산됩니다. 이렇듯 이미지가 한번 손상이 되어버리면 그 후 해당 맴버가 어떤 결과로 그 스캔들을 빠져나오던지 간에 YG이외의 기획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X파일의 등급은 당연히 최하급으로 치닫게 되죠. 소심한 기획사들은 이들을 영입리스트에서 단박에 지워버리게 되고, YG는 이들을 즉시 감싸며 보호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만하게 종결짓죠. 스캔들이 항상 나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리만큼 YG발 스캔들은 조용히 잘도 묻히곤 합니다. 망각 속도도 빠르고요. 마치 이 스캔들이 YG스스로 예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 ...

정상 직전에서 미끌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만큼 나락에 떨어졌다가 올라오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반복하게 되는 YG의 소속가수들 (특히 종가라인들)은 처음에 YG를 선택했을때의 환경, 즉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그 조건 그대로 YG에 뼈를 묻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 옭아들어가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자랑하는 메인 라인을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며, 그들의 조건도 업계 수준에 비하면 결코 섭섭한 수준은 아니겠습니다만, 가치 지불에 있어 그것을 감당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건 분명하니까요.

가요프로그램 1위에 의미를 두지 않는 대중은 많지 않다. 그러나 YG는 굳이 순위산정시스템에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순위를 높이려들지 않는다.


K리그 구단이 호날두를 영입할 방법이라는 우스개가 한때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습니다만, 다소 과장을 섞자면 YG가 회사 크기를 더 키우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훌륭한 맴버 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이유가 만일 그 우스개에서 나온 이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어떨까요? YG도 마냥 이들을 비금전적인 부분으로 다스리기 힘들었는지 최근 직권주식상장을 신청 통과시키면서 이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안겨다 줄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는 속단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YG가 지금까지 기획사로서 실력있는 뮤지션들을 키워내고 그들을 안착시켰던 시스템이 금전적인 보상으로 바뀌면서 YG의 근간이 뿌리뽑힐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 당장은 만족스럽게 수익배분으로 훈훈한 결과를 이끌어내겠지만 YG에서 지금의 라인이 모두 현역 은퇴하게 되는 5년후 10년 후는 어떨까요? 과연 지금과 같은 YG의 독창적이고 완벽한 음악 생산 시스템을 그때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그때도 스캔들에 대처하는 방법이 무조건 제식구 감싸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지만, 과연 YG의 주식상장이 YG의 소속 가수들, 작곡가들, 임원진,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팬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모쪼록 이로 인한 말 못할 피해자가 늘지 않는 YG의 미래를 간절히 기대해보겠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대가 작곡가로서 아무런 명성이 없이 실력만으로 YG에서 인정받았다면 아주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당신은 세상에서 지워질 각오를 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어디까지나 종가라인을 보조할 크루로서 활동할 수 있을 뿐, 당신이 전면에 나올 확율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주류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과 실력을 키우고 실험할 수 있는 데에 있어서는 최상의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경우에 따라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아티스트형 아이돌을 꿈꾸는 분이라면 잘 찾아오시긴 하셨습니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으셨겠죠. 다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나중에 가서도 그렇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SM 출신이나 JYP출신은 다른 기획사에서 쌍수를 벌리고 환영해주겠지만, YG출신은 다릅니다. 본인도 환영받지 못할뿐더러 아무리 대우를 잘 해준다한들 본인에게는 푸대접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것입니다. YG에 뼈를 묻을 각오로 덤비시는 게 좋습니다.

아 참! 뼈를 묻을 각오로 덤빈다고 해서 반드시 잘 풀리지는 않는다는 건 알아두세요. 동세대에 이미 낙점된 종가 라인이 있다면, 당신은 경력 대부분을 서자(庶子)로 보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 YG엔터테인먼트편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11. 4. 23:19
YG의 신인발굴 시스템은 늘상 있는 공개 오디션도 있고, 우편으로 보내는 체계같은 자잘한 것들을 제외한다면 일면 타 기획사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사실 신인발굴이라는게 기획사가 '어떤' 인재를 뽑겠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결국 '지원자'가 가장 많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일원화될수밖에 없거든요. 지금 대학 선발 방식이 끊임없는 개혁을 요구당하고 있지만 수능은 아직 큰 비중으로 계속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그 시험에서 자신의 능력을 100% 보여줄 수 있는 건 분명 아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반강제로 이 제도를 선택당하고 있으니 대학들도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인재상을 생뚱맞은 수능 성적으로 판단할 방법을 연구해야만 하니까요.


지금의 아이돌 오디션 시스템 역시 매우 전근대적이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본으로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으니 기획사 입장에서도 좀 다른 시스템을 요구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당장의 오디션 참가자가 급감해버릴수도 있고, 참가를 하더라도 제대로 숙지를 못한 채 아까운 인재를 날릴 수도 있으니까요. 각 기획사들은 춤 잘추고 노래 잘하는 것을 겨루는 지금의 오디션 시스템과는 이미 몇 광년쯤 차원이 다른 능력을 변별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지만, 지금 시스템이 이러니까 그 속에서 아주 작은 확율로 능력을 판단할 방법을 연구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YG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아무리 실력 위주라고 한들, 아이돌 지망생들이 으례 그렇듯 '되는 곳으로 가자'라는 주의로 유력 기획사를 돌아가며 찔러보는 식이기때문에, 입맛에 맞는 선발을 하기까지의 어려움은 다른 기획사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요. 다만 이들의 가질 수 있는 유리함이 있다면 역시 '장르'가 철저하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장르 소화 능력'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흑인음악을 해야함에 있어 가져야 하는 '박자감' 같은 것을 '춤'이나 '노래'를 하는 지망생들의 모습에서 단순 가창력이나 춤 실력 대신 뜯어보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런 이유로 다른 기획사에서 '병역 문제'를 케어하기 위해 뽑는 '재미교포'들이 YG에서는 가진 능력의 비교우위를 이유로 선발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음악 소화력에 덧붙여 '그룹으로서의 역할 분담'이 가능한지의 여부 역시 함께 살펴보게 되는데요. 그냥 맴버 전원이 '안녕하세요 노래와 랩을 맡고 있는 아무갭니다' 라고 소개하는 일이 없게끔 나누기 힘든 현대음악의 담당 파트를 한번 더 세분화시키게 됩니다. 예를 들면 '그룹 내' 의상 담당, 안무 담당, 보컬 담당, 랩 담당 , 작곡, 프로듀스를 담당하는 맴버를 한 그룹에 포함시키는 식인데요. 이는 미국 흑인음악 그룹의 'DJ'개념과 흡사한것으로, 현대음악이 밴드음악과 달리 맴버들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을 착안, 그룹의 역할을 메인프로듀스 즉 원래 기획사가 다 해주던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게 만드는 자생력을 갖추게 만드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YG FAMILY

1TYM (이하 원타임) 의 데뷰는 이런 YG의 그룹 기획 정책이 십분 반영된 첫 작품으로서의 의미가 있었습니다만, 사실 기획이 너무 훌륭해도 문제가 되는것이 이들을 아무리 능력 위주로 재배치시켰다고 해도 첫 데뷰무대의 부담감, 실전 경험 부족, 아직 완숙하지 않은 음악성 등 불안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기획이 아무리 완벽한들 인간이 하는 일에 절대적인 성공을 점친다는 건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부터 이들을 대중에게 '휙' 던져버리고 '자 해봐!' 라는 식의 데뷰가 아닌 조금 특별한 형태의 데뷰를 준비하게 되는데요. 다름아닌 프로젝트 파일럿 그룹 'M.F FAMILY'가 그것입니다.

정규 앨범에 당당히 참가하는 기회를 연습생이 갖는다는 건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호사


이미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지누션의 검증된 곡과 서포트, 그럴듯한 수준의 연출까지 모든 게 갖춰진 채로 이들의 실전 소화 능력을 위해 '완성된 데뷰'가 아닌 불완전한 데뷰를 경험해보는 것이죠. 국내 시스템상 인정받기 힘든 이른바 '마이너 데뷰'라는 것인데, 이런 파일럿 시스템에서 드러난 이런 저런 부분들을 감안, 맴버 중 공식적으로 3명이 제외된 4인조로 팀이 재편성됩니다. 물론 이 재편성에는 '각자의 능력'과 역할 분담이 고려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겠죠. 당시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어서 인지하기 어려웠겠지만 말입니다.

M.F FAMILY라는 기이한 형태의 프로젝트 그룹 방식은 이후 YG의 독자적인 인재 육성 커리큘럼으로 남았는데요. 연습생에게 공식적으로 '실전' 무대를 겪게 함으로서 무대에 대한 담력이나 감각을 키우게끔 하고, 신인이라서 어쩔 수 없는 무대매너의 미숙함은 YG의 주력 그룹이 매워줌으로서 부담없이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는 YG FAMILY라고 명명되는 연례 프로젝트 그룹으로 완성되었으며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YG에서 메이저 데뷰를 이루어낸 거의 모든 그룹은 YG FAMILY 활동을 거치고 있을 정도로 정착화되었습니다. 마냥 데뷰때까지 이미지 소모를 막기 위해 꽁꽁 감춰두거나, 기껏해야 일부 우수 연습생의 백댄서 정도의 데뷰가 고작인 다른 아이돌 기획사에 비하면 연습생들의 무대에 대한 갈증이 훨씬 덜할뿐더러 급작스런 메이저 데뷰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죠.


YG의 육성 프로젝트는 단지 아이돌 그룹의 무대 감각을 끌어올리는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아이돌을 은퇴했을 경우에 걸맞도록 데뷰 이후에도 그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데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1TYM은 앞서 설명드린 패밀리 크루 데뷰 시스템을 거쳤음은 물론 은퇴 이후에 이들이 음악성을 키워 상품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2차 육성까지 시도된 거의 최초의 그룹이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단지 노래와 춤과 랩을 잘하는 것, 그 스킬을 전수하는 차원을 넘어, 의상 담당, 작곡 담당, 프로듀스 담당, 안무 담당 등 극한으로 쪼개다못해 제작의 영역까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자생적 아이돌 1세대를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그들의 의상, 안무, 프로듀스, 작곡 등은 당시 SM이나 DSP의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곡이나 안무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을 보여주며 '실력파 아이돌'의 가능성의 첫 발을 내딛습니다.

1TYM의 맴버 육성 가운데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HOT 5집을 통해 '절대실패'의 불문율을 만들어낸 금기중의 금기 '싱어송라이터 아이돌'을 표방하기 위해 육성했던 Teddy의 작곡/프로듀스 육성일 것입니다. 1TYM은 1집부터 이미 앨범 내에 '공동작곡'이라는 형태로 Perry와 함께 Teddy를 공동작곡자로 올려놓는 방식으로 '실력파 아이돌'임을 어필했었는데요. Perry의 버프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1TYM의 곡은 1집부터 큰 빈틈 없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좋은 반응을 얻어냅니다. 그런데 당시는 아무래도 '1세대 아이돌'의 세대이다보니 이제 막 데뷰한 신인그룹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곡 완성도를 보여주는 1TYM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음악 팬들은 많지 않았는데요. 바로 '공동작곡'이 단지 '이름'만 올려놓은 것에 불과한게 아니냐는 '실력파 아이돌'의 실력 검증 논란이 그것입니다. 립싱크로 대표되는 아이돌이 대세였던 당시 음악시장 상황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공동작곡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던 부분도 있습니다만, 이는 SM이 당시 HOT를 통해 시전한 '무리수' (악보도 못보는 아이돌에서 불과 1년만에 수록곡 전곡의 작사작곡 프로듀스까지 해낸 실력파 아이돌로 변신)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돌이라고 하면 작곡 실력은 고사하고 보컬이나 제대로 낼 수 있는지조차 기대하기 힘든 그룹들이 넘쳐났기에 자연스럽게 생길 수 밖에 없었던 편견이었죠. 이는 '자립형 아이돌'을 표방했던 YG로서도 완전히 해결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많은 훈련과 창작 연습이 필요한 작곡 전반을 맡기보다는 멜로디를 만드는 창작 감각이나 센스를 찾아가는데에 육성에 초점을 맞춰나갑니다. 물론 곡을 완성시킬수 있는 스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Perry가 커버하는 식으로 말이죠.

쾌지나 칭칭!!


음악팬들은 바로 이 부분을 들어 Teddy가 공동작곡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강한 반감을 나타내게 됩니다. 작곡의 참여 정도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곡의 완성도가 너무 좋다보니 아무래도 Perry에 전적으로 의지함에도 싱어송라이터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있게 되는데요. 왠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이 당시 Teddy에게 쏟아지던 작곡 실력에 대한 비판은 지금 YG의 대표 보이 아이돌 '빅뱅'에서 작곡과 프로듀스를 맡고 있는 G드래곤이 데뷰 최근까지 듣고 있는 비판과 닮아있습니다. G드래곤 역시 빅뱅 활동이나 솔로 활동에서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와중에 대부분의 자작곡이 Teddy와의 공동작곡이었음이 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으니까요

불과 5년 전에 Perry에 의존도가 크다며 이미지메이킹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Teddy가 이제는 Perry의 위치에서 G드래곤을 서포트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나요? Teddy는 비단 빅뱅뿐만 아니라 현재 2NE1을 비롯한 YG의 주력 아이돌 그룹들의 곡을 제작 프로듀스하고 있을 만큼 성장해있습니다. 한마디로 1TYM시절 Perry의 위치를 그가 대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그가 불과 5년만에 Perry의 실력이나 감각을 뛰어넘을 만큼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에 와서 Teddy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감각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순간이 온 것 뿐이니까요. 이처럼 YG는 기본적인 음악적 색깔은 유지하면서도 이전 현기획 당시의 실패로 배운 결과가 이런 음악적 내부 세대교체를 주기화시키게 된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Teddy의 음악은 Perry의 음악과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곡의 완성도 문제를 떠나서 음악을 만드는 감각의 차이는 개인차가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트랜드 흡수 능력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니까, 지금에 와서 Perry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예전만큼의 인기를 끌 보장이 없는 것처럼 Teddy 역시 언젠가 음악계에서 그의 음악이 거부당할 때가 오게 되고, 그때가 오면 YG는 G드래곤이 지금의 Teddy 역할을 대체할 것을 기대할것이다. 양현석의 킵식스가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때 Perry가 그랬던것처럼...


YG의 자립형 아이돌 정책은 마치 톱니바퀴가 맞아들어가듯, 윗세대가 아랫세대를 받쳐주고 아랫세대는 윗세대를 목표로 자신의 성장에 주력하며 음악적 신선함을 유지해내가는 정책은 사실상 빈틈이 없었습니다. 결과와 역사가 말해주듯 YG는 매번 1등을 해내지는 못해지만 항상 3등 안에는 들어올 만한 강자로 자리매김했으니까요. 여기에는 '음악적 신선도'를 최우선시해왔던 YG의 정책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음은 두말할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각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다른 기획사들처럼 생활 전반을 옥죄는 식의 참견형 연습생 제도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기획사들보다는 자유로움을 많이 보장해주는 (보장해줄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흐르게 되고, 바로 이 '음악적 신선도'를 위해 희생할수밖에 없었던 연습생 관리 정책이 결국 YG의 위기를 여러차례 경고했다는 점을 YG스스로도 알고 있었음에도 어떤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방치하게 되는데요. 이게 결국 YG를 두고두고 괴롭힐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는 단초가 되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역시 너무 완벽한것보다 빈틈이 있는 편이 나았을까요?



하 편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10. 21. 17:45

우리나라에서 흔히 '유력 기획사'로 꼽히는 기획사들의 이름을 나열해보면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라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더 재미있는 건 쓰이게 되는 영어약자 혹은 한글이 대부분 대표이사, 혹은 핵심 실세의 이니셜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인데요. 물론 자신의 이름의 철자를 딴 기획사를 만드는 건 이 업계 종사자들이라면 한번쯤은 꿈꾸게 될 로망이긴 합니다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조금은 치열한 이바닥의 속사정이 숨어있습니다. 바로 '경영권 방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인데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것처럼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속 아이돌이 이른바 '대세'가 되었을 경우 벌어들이는 수익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거의 회사 시가총액을 잠식할만큼의 경제가치를 가지고 있는 아이돌이 나오는 것도 이제 드문 일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이들이 '이 정도'로 컸을 때의 입지입니다. 이미 회사를 먹여살리고 있는 이상 단순히 '노예'가 아닌 그 벌어들이는 만큼의 경영권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거나 혹은 별도로 외부 자금을 모아 자사주를 매입하여 회사 경영진을 뒤집어엎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업계는 불공정 계약을 못박고, 재계약에서 경영권 참여를 최대한 배제시키는 것은 물론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그들의 가치를 최대한 떨어뜨리기 위해 방송출연 금지, 활동 제한 압력 등 온갖 수단과 조폭 수준의 끗발을 동원합니다. 여기에 자금력을 무기로 덤벼드는 수많은 신생세력들의 주식매입을 통한 회사 매수 움직임까지 견지해야하니 내우외환을 잠재우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골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죠. 이들 엔터테인먼트사가 모두 창립맴버 핵심인물의 이니셜을 따고 있는 것도 브랜드 가치를 이용한 경영권 방어의 일환인 것입니다. 박진영이 없는 JYP, 이수만이 없는 SM 상상이 가시나요?

제일 첫 편에서 언급했던 이른바 '서태지 계보' 중 그의 음악 세계를 그대로 발전시켜 계승한 세력으로 소개해드리게 될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어떻게 보면 경영권 방어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상장을 통해 주식회사의 기틀을 잡은 SM이나 바지사장 체계로 전환시켜 경영권 침탈의 의미를 상쇄시킨 JYP와는 달리 YG는 아직도 흔한 음악 레이블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YG는 그런 체게를 지금까지도 유지시키는 와중에도 아직까지 소속가수의 계약 분쟁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물론, 경영권 문제에 있어서도 이사진 교체나 내부 승진에 있어 불협화음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으며, 소속 가수의 스캔들에 있어서는 역으로 회사가 전면에 나서 케어해주는...지극히 '이 바닥'에서 보기 힘든 희귀한 사례들을 속속 만들어내고 있기도 합니다. 어째서 이런 기형적인 기획사가 대한민국에 탄생하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죠

말해줘...

본 연구에서 이전에 다루었던 SM이나 JYP의 경우 초창기 데뷰시킨 아이돌들이 대부분 크게 성공을 거둔 반면 YG의 경우 양현석이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후 야심차게 육성하여 발표한 첫 그룹 '킵식스'가 괜찮은 음악적 완성도와 식지 않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버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맙니다. 그 뒤 후속 그룹으로 발표한 지누션 역시 데뷰싱글 '가솔린'이 제목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2연패를 거두게 되는데요. 당시 이 두 그룹의 소속사 현기획 (YG의 전신)은 지금의 YG의 운영 체계와는 사뭇 달랐던 것 같습니다. 마치 JYP의 그것처럼 양현석 본인이 직접 기획, 제작, 작곡, 프로듀스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형태였다고 전해지는데요.


당시 양현석의 제작 능력은 이미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충분히 검증이 되어있었다는 점에서 JYP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만, 문제는 그가 당시까지 은퇴한지 몇 년째 되어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소 정체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킵식스'의 경우 그가 서태지와 아이들 당시에 작곡했던 '이 밤이 깊어가지만' 같은 느낌의 곡들과 큰 색깔적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고, 지누션의 가솔린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추구하던 힙합 스타일에서 크게 나아진 느낌이 없었거든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언제나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새로움을 추구했기 때문에 가치가 있었지만 그 자체만으로 완성도가 높다기보다는 '당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그룹이었기 때문입니다. 차로 따지면 90년대 명차같은 느낌일까요?

이 '90년대 명차' 현기획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반전을 맞게 되는데, 바로 듀스의 이현도가 작곡하고 외부 가수 엄정화의 피쳐링 참여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시도)한 가솔린 후속곡 '말해줘'의 메가톤급 히트입니다. 이전 가솔린 당시의 어두운 조명 속 '신비주의' 틱한 무대에서 밝은 조명과 편안한 옷차림, 그리고 가벼운 안무에 보컬의 피쳐링까지... 양현석이 추구하는 그런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이 곡이 바로 대 성공을 거둔 것이죠. 이 곡으로 현기획은 일약 흑인음악 전문 레이블 YG엔터테인먼트로 재편되는 혁혁한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만, '전설'로 치부되는 양현석의 음악 세계가 음악계에서 거부당했다는 점은 대내외적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서태지보다 나이가 많았던 아이들...


주목할만한 점은 이 사건으로 인해 양현석이 자신의 음악적 자존심이 짓밟힌 상황에서 기획 능력에 대한 한계를 직감하고 제작 일선에서 영향력을 스스로 축소시켰다는 사실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외부 작곡가에 의해 엇나간 히트를 했을 때의 대처와는 사뭇 대조적인 부분인데요. 양현석 개인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 모든 능력을 소화한다는 것, 특히 최신 트랜드를 읽어내고 그 트랜드를 반영하는 능력에 한계를 느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그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남긴 계보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하는데요. 다름아닌 '음악의 분업화'입니다.

당시 가요계에서는 작곡의 경우 '작곡가의 개인 작품'으로서의 성향이 강했습니다. 그만큼 작곡이라는 영역은 굉장히 아이덴티티가 강할 수 밖에 없어서 분업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곤 했는데요. 그런데 엄정화, 이현도, 지누션 이 서로다른 3개의 아이덴티티가 어루어진 '말해줘'는 그 짜임새에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곡 완성도와 시장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에 성공했던 것이죠, 이는 지금까지 한국 가요계가 추구했던 흑인음악의 한계를 한단계 더 극복해냈고, 그 수혜는 입은 YG에 난세를 떠돌던 흑인음악의 인재들이 모이게 됩니다.

 특히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히트곡을 양산해오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perry의 영입은 '말해줘' 이후 달라진 YG의 상징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는 힙합 R&B전문 작곡가이면서 동시에 크루 작곡 시스템을 이해하고 크루 조직의 어떤 역할이든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프로듀서였습니다. 그런데 말해줘 이후 많은 수의 분업 시스템을 위한 인재를 모을 것으로 예상했던 YG는 perry 이후 이렇다할 외부 음악 제작 인재를 모으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신인 아이돌 발굴에 매진하는 정책으로 회귀하게 되는데요. 이처럼 연습생 인재 풀을 확대하는 데에는 YG의 이유있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말해줘 이후 현기획에서 재편된 YG는 창립 당시부터 '힙합 전문 레이블'을 표방하며. 말해줘 이후 지누션의 음악 색깔 역시 흑인음악 장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이후 YG에서 나온 수많은 그룹들 중 메인이벤터에 해당하는 그룹들의 음악 성향은 단 한번도 '외도'를 한 적이 없는 완벽한 흑인음악 전문 이미지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아이돌 연습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상당히 큰 선택적 메리트를 제공하는데요. 바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정확히 골라서' 끝까지 책임지고 그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믿고 연습생 생활을 견딜 수 있다는 신뢰감이 그것입니다.

흑인 음악을 하고싶어서 들어온 연습생들은 연습생 기간동안 다른 음악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되고, 지누션과 perry등 그 음악에 잔뼈가 굵을대로 굵은 훌륭한 멘토들이 이들을 키워내는 환경해서 그들은 가창력이나 댄스 실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음악 성향을 새롭게 다듬어나가는 등 아티스트적인 역량까지 함께 배양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되는 것이죠.

하고 싶은 음악, 그리고 그 음악만을 몇 년 이상 꾸준히 파고드는 집중력을 갖추게 되면 싫든좋든 그 음악을 소화하고 심지어 활용, 재생산하는 데에 있어 자립적이고 독보적인 능력을 갖추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퍼프대디, 넵튠스 등 미국 유명 흑인음악 프로듀서들이 추구하는 육성 방식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무결성이 검증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여기에 YG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분위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단단해져왔던 것이죠.

양현석의 '음악적 자존심 폐기' 에서 시작된 이 극적인 변화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될지는 당시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서태지와 듀스의 은퇴와 SM, DSP의 득세로 한동안 제한적인 완성도의 아이돌 음악의 음악시장 지배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들의 육성 방식에서 탄생한 결과물이 시장에서 완성도만큼의 결과를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조심스럽게 현기획이 아닌 YG사단의 첫 작품이 세상에 등장합니다. 어떤 결과를 낳게 될 지에 대한 긴장감과 환희 속에서...



中편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9. 13. 03:15

한류가 난리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아리송해하던 사람들도 속속 실물 증거들이 나오자 '오오!'하며 간증을 해버리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도 꽤 실물 자체는 굳건해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들은 한결같이 지금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언젠가는 세계 최대의 음반 시장인 미국을 석권하겠다며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미국을 부르짖었던 JYP와 최근 대세를 몰아 미국 진출을 타진하는 SM이 대표적인데요. 완전히 상반된 길을 통해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이들 두 회사 중 과연 어느 쪽이 얼마나 미국에 다가서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JYP의 전략은 생각보다 매우 명쾌합니다. 미국에서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미국인이 듣는 정서가 있고 그 정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팝문화'에 기반하며 그 시기 한국에 있는 누구보다 그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연구했던 박진영 자신이 미국 진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음악은 철저하게 미국 색깔에 맞춰나가게 되는데요. JYP의 미국 진출은 임정희, 비, 원더걸스 등으로 대표될 수 있는데 이 중 원더걸스는 아직 현재진행형으로 결론을 유보할 수 있지만 임정희와 비의 경우는 확실한 실패 사례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데요. 미국팝 키드라고 자부하는 적임자에게 무엇이 부족해서 이런 결과를 초래했던 것일까요?

빌보드를 매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의 음악 유행이라는게 생각보다 꽤 변화무쌍한 편입니다. 첫 주에 복고바람이 불었다가 그 다음주에 갑자기 댄스팝이 핫100 1위를 먹고 전주 1위는 보이지도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거죠. 이게 이른바 '주류'라고 불리는 빌보드계의 트랜드인데, 이런 주류는 대부분 '세터'와 '리더' 즉 그 트랜드를 만들고 이끌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기획사나 레이블들이 독식하게 됩니다. 주식시장에서 워런 버핏이 투자하는 종목이 오르는것처럼 그들이 어떤 장르를 띄우겠다고 선언하면 업계 판도가 그 장르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죠. 당연히 미래를 '아는'것보다 미래를 '만드는'쪽이 훨씬 성공할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이 분...


그리고 이 트랜드를 만들고 이끄는 리더들 뒤에는 언제나 그 트랜드를 '완벽히' 소화하여 시장의 파이를 키우면서 그 키워진 파이를 먹는 세력 이른바 '대세'들이 있게 됩니다. 이 대세들은 트랜드 정보를 누구보다 가장 먼저 캐치하여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빠른 시점에서 제작에 착수, 가장 완벽한 시기에 가장 완벽한 작품을 내놓는 역할을 하게 되는거죠. 이들 역시 성공 가능성이 높고, 돈을 많이 벌게 됩니다. 이들은 주로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들을 유력 아티스트들에게 공급하는 공급책 역할도 겸하게 되는데요. A급 팝스타들이 받는 곡들의 장르가 대체적으로 천편일률성을 띄는 것도 바로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이 분 정도...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쫒아 한발 늦은 타이밍에서 떨어지는 고물을 받아먹는 중간세력층이 존재하고, 그들이 먹다 떨어뜨린 먼지를 쓸어담는 하층세력이 존재하는데요. 중간세력이 시작된 시점을 1단계로 봤을 때 하층세력까지 각 단계별로 최소 10단계 이상은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복잡한 먹이사슬이 왜 가능한지는 두말할필요도 없이 시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음반 시장이 아무리 커도 미국 하류 5단계 정도의 떡고물이 최대치라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2위 일본 역시 잘나가던 때에나 겨우 주류 끝자락 정도를 노려볼만 한 수준이었지, 지금은 중간층 2단계 정도에도 못미치는 수준인거죠.

이렇듯 미국 음반 시장에서 메이저라고 할 수 있는 주류 라인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실력은 기본이고,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정보전에도 강해야 하며, 결정적으로 운까지 따라줘야만 합니다. JYP는 바로 이 주류 라인에 합류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인데요. 이 라인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정해져있는 만큼 진입 장벽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에 있습니다. 질량보존의 법칙과도 같이 메이저 라인이 먹고 남은 떡고물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고, 그 한정된 시장을 나눠먹는 트리구조가 되어있다면 이미 수익지출 구조가 바늘하나 들어가기 힘들 만큼 꽉 짜여져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세터, 리더, 대세, 중간세력, 하층 할것없이 어느 하나 '새로운' 도전자를 받아들일 상황이 못됩니다. 떡고물이 10이 떨어진다면 그 아래에 있는 세력은 2만으로 케파가 딱 맞춰져 있는 회사 5개가 있는 생태계인데, 만일 여기에 새로운 회사가 끼어들게 된다면 그 회사가 2 이상을 먹던 1도 못먹던간에 원래 있던 회사들은 2에 맞춰져 있는 케파를 수정할 틈도 없이 궤멸하게 되니 저항이 심해질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미국에서는 제 3세계 음악이라고 하는 (이 부분은 아래에 따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한국계 프로듀서가 이 라인에 끼어든다는 것은 인종, 민족적 보수성에 따른 시장 저항까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밟히고...


이런 구조에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하겠지만, 지극히 불필요한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새로 끼어들기 위해서는 그 계층에 있는 다른 회사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니까요. 수익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라인 전체가 등을 돌리지 않도록 많은 로비를 벌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유력 작곡가와 친분을 쌓아야 하고, 적어도 트랜드 세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중간세력 2단계 정도의 든든한 백은 필수로 있어야만 하죠.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이 아니면 '하류세력' 중 곧 도태될 세력이 어느쪽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들의 도움이 없이는 도태되는 타이밍에 맞춰 진입하려는 수많은 진입 경쟁자들보다 더 빠른 타이밍에 침투해야 하는 시간싸움에 이길 수 없기 떄문입니다.

원더걸스가 HOT 100위 최초 진입에 눈물짓는 이유, HOT100진입이 쾌거라며 JYP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아동복 매장에서 1달러에 팔렸다는 사건은 선뜻 와 닿지 않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비록 1달러에 팔리는 하류라인이지만 '메이저'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이들은 이 라인에 진입한 이상 적어도 그 라인의 그 계층에서만큼은 지속적으로 JYP의 아이돌이나 아티스트를 메이저 본류에 올려놓을 전용 포트를 만들어놓은 셈이 된 것입니다. 물론 그 이상의 라인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또다시 많은 투자 혹은 운이 따라주어야만 하겠지만 적어도 '단계적인 발전 가능성', 그리고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좋아할만한 '안정적인 대세 라인'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대기업 사원보다 9급 공무원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이치인 것이죠.



문제는 이들이 반드시 착실하게 '윗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말씀드렸지만, 어디까지나 이 트리구조에서 하위층은 케파를 맞출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만을 나눠먹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적인 자금 유입 없이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인데요. 외부 자금의 유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외환관리법과, 미국의 연방법을 동시에 준수해야하기때문에 세금 부담도 그만큼 많아지며, 현지 노하우가 없는 만큼 다른 기업들에 비해 배 이상의 지출을 야기하게 됩니다. 과연 이런 자금력을 지속적으로 받쳐줄 수 있을 만한 자금동원력이 유지될지가 미지수라는 점을 우선 들 수 있겠고요.

두 번째로는 이들의 트랜드 체이스 능력이 과연 미국 본토에서 활동중인 기획사들에 견줄 수 있거나 비교우위를 보일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이 있느냐는 점입니다. 대세의 정보 속도전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본류에서 JYP가 가질 수 있는 위치, 즉 대세와 독창성의 벨런스를 얼마나 맞출 수 있느냐가 불투명하다는 약점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죠. 언어의 장벽은 물론이고 타지인이 가지게 될 어쩔 수 없는 불리함에 대응하는 JYP의 대응은 애석하게도 '유행을 타지 않는 복고'라는 키워드였던 모양입니다. 이걸로 어떻게든 핫100을 맞춘 것은 칭찬받을만한 부분입니다만, 이후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원더걸스의 활동 모습은 국내 팬들에게는 거부감이 느껴질만큼 현지화된 전략을 취하게 되죠.



사실 제일 큰 문제는 바로 지나치게 미국 라인을 지키려고 노력한 나머지 '국내 시장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다소 안좋은 모습 중 하나가 내수에서 돈을 벌어 해외마케팅에 쓰는 라인인데, 사실 이게 제대로 국내에 회수만 된다면야 딱히 욕할 부분은 아니거든요. 그러나 JYP는 미국 진출에 올인, 그것도 미국 내수 중에서도 하류쪽 컨셉을 맞추려 들다보니 미국 빌보드 1위권 가수들도 국내에서 히트하기 어려운 판국에 이들의 달라진 모습을 신선하게 받아들여줄 준비가 될 리 만무했습니다. 결국 JYP는 내수에서의 활동을 포기한 댓가로 매 활동마다 거의 밑빠진독에 물붓는 식의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끝이 안보이는 미국 시장 공략의 이같은 출혈 행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SM은 JYP와 완전히 정 반대의 노선을 취합니다. 필자의 지난 글 '대한민국 걸그룹 - 일본의 로리문화가 침투했다고?' 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SM의 전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에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JYP처럼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반드시 '조금이라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는 한 엉덩이를 떼지 않는 묵직한 대기업의 행보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일 수 있겠죠.

메이저 기획사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정도를 걸을 것으로 보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SM은 국내 활동에 있어서도 실질적 구매층과 객단가가 높은 계층만을 집중적으로 빨아먹는 소수정예 정책을 취하기 때문이죠. 이런 행보는 해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매니아층의 실구매력이 높기도 하고, SM이 표면적으로 유럽 내 인기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유투브 조회수, 광장에서의 플래시몹, K팝 동호회 등을 우리나라에서 서브컬쳐 인터넷 문화가 대중문화에 끼치는 영향이 어느정도인지를 비교해본다면 이해가 쉽게 되실 텐데요.


언제부터인가 걸그룹팬들이 오덕스러워졌다, 아니 그들이 오덕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왜 SM이 매니아 계층의 시장성에 주목하고 그들의 공략에 주력하느냐면, 그들의 활동은 굉장히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고 수치적으로도 굉장히 낙관적인 수치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제연구소에서도 어떤 제품을 그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한정해서 여론을 분석하지는 않겠죠. 당연히 전국민,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선호도를 조사하기 마련입니다. 당연하겠지만, 그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한정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은, 소들에게 파리채가 필요하니까 모든 동물은 파리채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판단한 일화와 다르지 않게 되갰죠.

이런 매니아층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은 SM에게 있어 커다란 두 가지 메리트를 제공해주는데요. 하나는 이들의 활동이 가시적이기때문에 그로 인한 전시 치적을 과시할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앞서 걸그룹 컬럼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소수정예'식 확실한 고정 수익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음반 판매량이 다른 가수들에 비해서 적지만 그 음반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음반에 어떤 특전을 넣어서 1장 뿐만이 아니라 많게는 4~5장 정도를 살 수 밖에 없는 전략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겠죠.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사실 SM이 늘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을 정복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면에는 한국보다 더한 아시아권의 '돈 안되는 치적성 성과'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의 2011년 1/4분기 매출 분포를 보면 총 매출 200여억원 중 150억원 가량을 국내에서, 나머지 5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고 나와있는데요. 그 50억원 중 40억원 가량을 일본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중 일본과 국내를 제외한 12억 인구의 중국과 동아시아 전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고작 1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이는 우리나라에 일본 문화가 본격적으로 개방되었던 2000년대 초반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DVD, 일본 음반의 정식 수입 판매량과 비견될 정도로 처참한 수준인데요. 이는 SM이 얼마나 '소수정예'의 구매에 지독하게 의지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도의적인 '무상 문화 활동'에 지나치게 묵인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나쁘게만 말할 것도 아닐 것이 사실 SM이 노리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틈새 시장은 의외로 굉장히 가능성이 풍부한 편입니다. JYP가 미국을 직접적으로, 그것도 메이저 라인만을 노리고 있는 것과는 달리, 그들은 독립리그에서 '확실히 돈을 챙기는' 스타일인것이죠. 한국을 제외한 동아시아권, 남미, 유럽 미국 모두 사실 '아시아 문화'를 즐기는 매니아층은 예전부터 매우 꾸준히 '고정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 시장을 지금까지는 거의 90%이상을 '일본 JPOP'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만, 최근 몇 년간 일본 시장에 불어닥친 어떤 '심각한 변화'로 인해 음반 시장에 새로운 투자와 신인 발굴에 정체가 벌어지고, 밀리언 스타들이 예전만 못한 기량을 보여주는 부진 속에 해외 시장에서 팬층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대안으로 KPOP이 선택받게 된 것이죠.


다만 이 문화가 미국이나 유럽이라고 해서 메이저로 당당하게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 문화에 심취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오덕' 취급 이상을 받기 어려울 만큼 뭔가 '당당하게 드러내기 어려운 취향'인 것만은 분명하고, 이들 문화가 메이저 챠트에 털끝만큼의 영향을 끼칠 만큼의 파괴력을 미국이나 유럽 전역에 어필할 만큼 시장 권력이 강할 리도 없습니다. 아직도 아시아 문화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은 '아시아 문화' 상품을 구매할 때 아주 부끄러운 취향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SM이 유럽정복의 근거라며 내세우는 공연 순식간에 매진, 추가 공연 요구, 커버 댄스 대회 성황, 유투브 조회수 같은 것들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라르크라는 록그룹이 내한공연을 했을 때 불과 1시간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었다는 일화도 있었고, 엄연히 일본 캐릭터와 음악 가수들을 흉내내는 동호회가 국내 곳곳에 성황중이며, 음악을 카피하거나 안무를 커버하는 이벤트 역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역시 이를 두고 '일본 문화가 한국을 정복했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일본 만화가 한국에서 그렇게 인기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으며, 라르크의 매진 소식에는 경악을 금치 못해할만큼 이런 소식에 일본 언론은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일부 한국인의 활동일 뿐 한국을 정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일본 문화 전체가 한국에 스며든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특정 회사', '특정 소속사'의 쾌거를 국가 전체의 경사로 보기 힘들다는 일본 언론의 이유있는 무관심이 있었던 것이죠.

라르크 내한공연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 SM의 미국 진출에 대한 해석을 내리자면 '일본 JPOP'이 가지고 있었던 이른바 '아시아 오덕들' 시장을 먹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즉 '상륙' 자체는 JYP가 겪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유럽에서 했던 '이벤트 쇼'를 미국에서 동일하게 연출해내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것이죠. 미국의 '아시아 오덕'을 정복한 것이 미국을 정복한 것도 아니니까요. 이미 아시아 오덕은 아시아에서 나오는 문화 콘텐츠를 구매할 의사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계층이기 때문에,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한국 문화 콘텐츠를 당당히 경쟁에서 이겨서 팔아서 국위선양했다는 식의 자뻑은 상당히 무리수가 될 것입니다.

다만 SM은 JYP가 그랬던 것처럼 굳이 미국 메이저 취향에 맞는 음악을 양산하려 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으례 듣던 음악을 가사 번역 없이 한글판 그대로 수출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임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SM이 딱히 음악에 대해 자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편이 일단 더 잘 팔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시장은 '아시아 오덕'인데 굳이 영어가사로 불러서 어색한 작품이 나오는 것을 그들이 원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일단 한국 가사 그대로 수출해야 국내에 국위선양 드립을 하기도 훨씬 수월할뿐더러 결정적으로 투자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기에도 더할나위없는 효과를 주니, 그들로서는 돈은 들고 곡 형태를 망가뜨려가면서까지 영어가사를 넣을 이유가 없게 됩니다.

그들의 음반은, CD장이 아닌 침대 밑, XBOX 혹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숨겨져 있다.


정석대로 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한참 멀어보이는 JYP, 우회로를 택했지만 미국 정복이라는 실질적 대의보다는 눈가림식 치적에 치중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SM 중 누가 더 미국 진출에서 큰 성과를 거둘지는 속단하기 이릅니다. JYP역시 정석을 유지하기에는 자금력에 슬슬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SM은 아예 시장의 실질적 수익에는 관심도 없으니까요. 만일 두 회사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가 된다면 먼저 두각을 나타낼 쪽은 SM이 될 것입니다. 팬 응집력은 오덕파워만한게 없으니까요. 우리는 유럽때 그랬던 것처럼 또 미국이 '한류에 열광한다' 고 보도되는 기사와 특집 다큐를 한동안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 급성장 뉴스 이후에는 이렇다할 소식이 들려오기 힘들 것 같네요. 물론 JYP도 돈만 꾸준하고 충분히 가져다박는다면야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지금도 자금력이 바닥을 향해 돌진하는 마당에 개미 투자자들에게 기대는 시한부 돈줄이 언제 마르게 될지 몰라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결론은 SM,JYP 어느쪽도 'KPOP'을 가지고 '미국을 정복'할 가능성은 참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다만, 미국을 정복했다는 기쁨의 자위만큼은 충분히 누리게 해줄 능력이 충만해 보이니,
우리 모두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날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공화국 연구소 - 대한민국 아이돌 기획사 열전 JYP엔터테인먼트편 (부록) 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8. 20. 22:19
JYP는 유명 프로듀서의 이름을 직접 쓴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린 기획사라고 상 편에서 말씀드린 바 있었죠? 이름을 건 기획사가 JYP한 곳만은 아닙니다만, 그 기획사의 능력을 처음부터 인정받은 상태에서 프로듀서의 이름값과 검증된 제작 능력으로 신인의 가치를 높이는 식의 회사는 달리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만큼 JYP가 프로듀서로서 복합적으로 능력을 대중으로부터 장기간 검증된 사례를 통해 인정받아왔기 때문이었고, 그 능력은 어떤 컨셉 디자인만이 아닌 작사, 작곡, 안무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뻗어있었으니까요.


물론 이 능력들은 god를 비롯해서 대부분 성공을 거두긴 합니다만, 중 편에서 말씀드렸던바와 같이 음악 장르가 R&B, 혹은 80년대 영미권 댄스팝 음악의 어레인지에 한정되다보니 '새로움'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특히 JYP의 그룹은 어떤 음악적 컨셉의 변동 없이 R&B그룹이면 R&B만 주구장창하게 되고 댄스팝 그룹이면 댄스팝만 쭉 하게 되니까요. 아무리 박진영이 가진 음악에 대한 식견이 넓다고 해도 그가 추구하는 음악은 80년대에 멈춰있습니다. 음악적 세련됨에 있어서는 개선을 거듭합니다만, 그 컨셉은 철저하게 자신이 최고라고 믿고 있는 그 시대의 그것을 고집스럽게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죠.

그것을 극복하고자 그가 택한 퍼포먼스 위주의 프로듀스는 의외로 빠른 시점인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비의 4집 I'm coming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It's raining 때보다 한층 더 음악성을 베제하고 철저하게 퍼포먼스에 보조를 맞추는 수준의 음악을 추구했는데요. (멜로디부분은 아예 피쳐링을 맡겨버리고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음악 성향은 이후 퍼포먼스 컨셉으로 기획된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다소 영향을 끼치게 되죠


문제는 월드스타로 칭송을 받으며 기세를 올리던 비의 능력적 한계가 점차 정점을 찍고 있었다는 것이 바로 이때부터 감지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4집 이후 비와 박진영의 결별은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던 비가 박진영을 배신한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요. 사실 계약이라는게 한쪽이 일방적으로 기분이 상해서 계약이 틀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계약은 어차피 상호 윈윈을 위해 맺는건데 한쪽이 입장이 틀어졌다면 한쪽이 양보하는 형태가 되는 게 맞거든요. 왜냐하면 에초 계약을 맺는 관계라면 상대방이랑 계약을 맺는 편이 안 맺는 것에 비해 자신에게 이익이 그것도 꽤 크게 된다고 생각해서 맺는 것이니까요. 즉 비 역시 뭔가 박진영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들어서 재계약을 안했던게 맞지만 박진영 역시도 당시에 사활을 걸고 비를 잡을 만한 가치를 못느꼈다는 의미가 됩니다.

비 입장에서는 박진영의 해외 진출에 관한 경쟁력에 의구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가 가진 '미국 진출'과 관련된 능력이라는게 비가 얼핏 보기에는 단지 미국인들로 하여금 진한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점과 자신의 이름값을 이용해서 해외 진출 관련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것 뿐이었거든요. 비는 아마 이런 부분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 더불어 박진영이 추구하는 음악이 실제 미국 시장 초연에서 아시아 교민들로 가득채운 공연장의 모습과 유수의 언론들이 그에게 내린 평가는 '마이클잭슨 이미테이션'이라는 다소 냉혹한 평가가 나온 게 아마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박진영으론 안된다'라는 마음을 굳히기에 충분했던것이죠.

그런데 사실 비가 이렇게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게, 비 자신이 아시아투어를 꾸준히 다니면서도 실제 체감하는 관객들의 반응이 점점 식어가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비가 새로운 음악을 계속 내놓고 그 음악이 아시아를 호령할만한 상품성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면 새로운 앨범과 곡을 발표하는 족족 반응이 식어간다는건 모순되니까요. 물론 여기에는 드라마 풀하우스의 약빨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방영 1년을 넘겨 비의 인기가 한물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더불어 실제로 박진영의 음악이 그 풀하우스 버프를 이어갈만큼 아시아권에서 매력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던 것 때문입니다.

대만의 F4는 드라마 버프를 잘 이어간 사례로 꼽힌다.


이런 변화의 조짐을 느낀 건 박진영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그의 음악이 아시아에 통했는지의 여부보다는 비가 가진 상품성이 '풀하우스 버프'에 그 폭발력이 응집되었을뿐, 비 자체가 가진 가치를 오판했음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와 굳이 재계약을 안할 이유는 없었는데요. 다소 거품이 빠지긴 했어도 비는 아직 미국 시장에서 도전할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이 미국 내 아시아계 시장 공략이라는 점과 '비'가 가진 아시아권에서의 성과로 인해 '미국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떡밥이 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는 것이죠.

이런 부분은 비의 젊은 헐기와 패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은 말 그대로 굶주린 맹수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보수적인 방침을 용납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편으로는 박진영이 가진 능력에 대한 의구심 중 그가 결국 미국 진출에 있어서 가질 수 있었던 강점은 미국형 음악을 추구하는 것도, 미국에 있다는 수많은 인맥도 아닌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능력'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상한 건 박진영은 철저하게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자금유치를 할 뿐 회사의 명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선뜻 회사를 주식상장하지 않았는데요. 비는 바로 이 점을 예의주시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 있었던 일은, 여러분들이 알고 계시는 대로입니다.

 

박진영이 주식상장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필자가 이전에도 누차 강조했던 대로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꼰대 투자자들이 명목적으로 '경영 참여와 간섭'이 법적으로 가능해지는 '주식투자'는 사실상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티스트로서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를 세우고 직접적인 경영권보다는 실무 참여 권한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박진영으로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식상장은 하지 않으려 했는데요. 비 입장에서는 한창 미국 진출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조만간 풀하우스 버프가 없어진다는 것을 감지했기에 초초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미국 마케팅에서 돈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치명적임에도 고집스럽게 박진영 네트워크만을 활용한 투자 유치를 고집하는 박진영이 답답하게만 느껴졌을테니까요.

비가 JYP를 나온 직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제이툰 엔터테인먼트와 관계를 맺고, 우회상장시키는 일이었다. 제이툰엔터테인먼트는 경영권 간섭이라는 떡밥 대신 경영 책임을 철저히 비 자신이 아닌 투자자와 바지사장이 부담하도록 하는 구조를 택했다. 결과적으로 비의 미국 진출 점진적 실패로 인해 책임 소재가 분산되면서 비는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경영 일원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점으로 각종 소송에 휘말리는 등 외부적인 악재에 일일히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박진영은 비와의 결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퍼포먼스'위주의 아이돌을 기획합니다. 텔미댄스, 노바디댄스로 거의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기세였던 원더걸스, 본격 퍼포먼스 머신들로 구성된 2PM까지 보이, 걸 그룹 투톱라인을 갖추었죠. 이 두 그룹은 사실상 서로 번갈아가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만, 이 성공 뒤에는 JYP의 예견된 몰락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실 표면적인 붐 조성 면에서는 정말 나무랄데가 없었습니다만, 문제는 '돈'이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퍼포먼스는 음반에 담을 수 없습니다. 디지털 음원 역시 마찬가지죠. 원더걸스의 텔미, 노바디, 2PM의 데뷰곡부터 지금까지의 주요 곡들, 미쓰에이의 주요 곡까지 모두 음반, 디지털 음원 매상은 조성된 붐에 비해 형편없을 정도였습니다. 텔미 CD판매고가 5만장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뉴스에 보도될 정도였으니까요. 왜냐하면 이들 음악 모두 '음악 자체만으로는 그다지 큰 매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무와 퍼포먼스에 상품성을 집중시켰는데 정작 그 안무와 퍼포먼스를 팔 수 있는 수단이 되기에는 지금의 음반 시장 수익 구조로는 너무도 큰 한계가 있었던것이죠.


이들이 노릴 수 있는 수익 모델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팔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 '행사'밖에 없었는데요. 문제는 우리나라 행사들이 으례 그렇듯 '개런티'에 대단히 민감해서 대박톱스타를 섭외하기보다는 가성비를 따지는 분위기가 지방으로 갈수록 분명해지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이미 정상급 개런티를 받을 수 있는 JYP의 아이돌들이 섭외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로 아주 비싼 행사를 골라서 뛸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런 행사가 날이면 날마다 있는 게 아니기때문에 결국 타산 맞추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이 정도 끕이 아니면 안된다는 이야기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퍼포먼스 위주로 기획 노선을 수정했다는 것은 결국 기존 god 라인을 타기 위해 들어왔던 JYP의 수많은 보컬 유망주들의 데뷰가 급격히 정체되어버리고 마는데요. 대한민국 아이돌 산업을 말한다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연습생이 한 번 메이저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면 짬 문제나 타사간의 팽팽한 긴장관계 탓에 이적은 곧 낙오라는 각오로 버텨야만 합니다. 거기에 회사명이 JYP, 그리고 박진영이라는 프로듀서로서의 명성에 너무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미지가 이미 대중에게 뿌리깊게 고착되어 버렸다는 점이 JYP에 남아있는 연습생들의 미래에 암운으로 작용하게 되는데요.

JYP에서 나오는 아이돌 그룹은 대중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히 '박진영'이 프로듀스를 했다고 믿습니다. 박진영의 성공 전례로 인해 그의 프로듀스 능력에 신뢰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신인이라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평판까지 끌어올리는게 가능해서 JYP는 이를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활용해왔는데요. 문제는 박진영이 아무리 천재라고 할지라도 2개 그룹 이상을 동시에 기획하고, 그들에게 나오는 곡을 작사, 작곡, 편곡에다가 안무에 무대의상 기획, 캐릭터 컨셉, 퍼포먼스, 데뷰 플랜까지 모두 신경쓴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JYP는 아무리 많아도 한번에 2개 그룹 이상을 키워낼 수가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보유중인 연습생 수는 이런 소수정예 시스템에 걸맞지 않게 너무 많다는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는 것이죠.

퍼포먼스 위주로 그룹을 기획하게 되면 사실 맴버 전체가 노래나 랩을 잘 할 필요가 없어진다. 노래나 랩은 각각 한 명씩 총 2명에게 맡겨버리고 나머지 맴버는 가능한 퍼포먼스를 부각시키는 위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연습생'들 사이에서 뽑을 명목이 사라지니까, 미쓰에이의 맴버 절반이 중국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해외진출을 노리는 한편, 퍼포먼스 위주의 그룹에서는 다국적 그룹을 꾸려도 특별히 저항이 덜할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기자를 꿈꾼다던 소희가 원더걸스에 합류한 이유도 특별히 다르지 않은데, 이처럼 가창력과 관계없이 선발된 원더걸스 이후 거의 JYP의 거의 모든 그룹은 맴버 중 최소 한명 이상을 중편 이상의 영화 혹은 드라마 '정극'에 출연시키고 있다. 가능한 '해외 수출'이 가능한 드라마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는데 이는 비가 누린 풀하우스 버프의 재림을 노린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그렇다고 박진영의 프로듀스 능력이 이처럼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를만큼 모든 면에서 완벽했느냐면 그렇지만도 않았는데요. 물론 안무와 퍼포먼스는 확실히 국내를 주름잡을 만큼의 상품성을 갖추고 있었고, 음악 역시 하던 만큼은 해왔습니다만, 문제는 그가 기획하는 캐릭터와 컨셉이 너무 80년대의 로망스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복고컨셉' 을 잘 구사하는 인식이 대중들에게 자리잡고 있습니다만, 사실 그가 '복고'를 키워드로 집중 기획한 노바디나 텔미 이외에 나온 기획들은 어딘가모르게 어중간하고, 다소 시대에 뒤떨어지는 한계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중에서도 특히 의상과 캐릭터 컨셉은 거의 최악이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이같은 그의 고리타분한 기획에 태클을 걸 수 있을 만한 대내외적인 환경이 전혀 뒷받침되지 못했습니다. 이미 텔미와 노바디, 한 번도 아니고 두번 연속으로 성공시킨 그의 절대사례는 아무도 그의 기획에 토를 달 수 없게 만들었을테니까요. 아무튼 원더걸스 이후 그룹들은 복고와는 전혀 거리가 멀어보이는 그룹 컨셉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모르게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지 못한데다 의상은 뜬금없이 컨셉은 복고인듯한데 세련되게 튜닝한 흔적만이 곳곳에 남아있는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그룹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합니다.

2PM과 미쓰에이가 대표적인데, 특히 미쓰에이의 지금까지 보여준 의상은 공히 최악에 가깝다. 2PM이야 처음부터 짐승돌이라는 (이마저도 박진영이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컨셉이 분명했기에 문제가 없지만 미쓰에이의 컨셉은 싱글 두장에 정규 1집까지 나온 지금 시점까지 제대로 잡혀있지 않고 있다.


JYP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소리없이 곪아가며 하나 둘씩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는데요.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원더걸스 원년맴버 현아였습니다. 현아는 건강상의 문제로 원더걸스를 하차했으며, 박재범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윤리적 문제를 저질러 영구 탈퇴를 시켜버렸는데요. 이중 현아의 케이스가 좀 특이한 사례입니다. 그녀를 복귀하게 만들어준 그룹 포미닛은 JYP가 아닌 JYP 전 대표 홍승성이 세운 큐브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였기 때문이죠.

JYP의 대표를 지냈던 홍승성이 세운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반드시 거론되어야만 하는 회사가 JYP 소속 작곡가였던 방시혁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입니다. 이 두 회사는 설립 시기는 제각각 다릅니다만, 이들 기획사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가수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가 마치 짜맞추기라도 하듯 2009년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JYP'연습생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현아와 박재범 스캔들이 있었던 2년간의 텀 속에 JYP 대표 홍승성과 작곡가 방시혁, 그리고 수많은 JYP 연습생들에게 저 둘의 사건, 그리고 박진영이 보여준 한계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하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그들이 굳이 JYP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차리는 기획사로 옮길 만한 동기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말입니다.

이들이 과연 순수한 신인이었다면?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기본적으로 빠른 비트의 아이돌 음악을 추구합니다만, 가능한 퍼포먼스보다는 보컬에 중점을 두며 결정적으로 전속 작곡가를 과감히 베재한 외부 작곡가 체제를 택한 점이 JYP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인데요. (비스트의 신사동호랑이, 포미닛의 용감한 형제가 대표적) 굉장히 기본에 충실한 아이돌을 배출하고 있고 음악 중심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음원이나 음반 판매량도 괜찮은 편이며 기획사가 음악에 신경쓰지 않고 기획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획 전환이 매우 빠른 편입니다. 그래서 소속 아이돌은 유연하게 새로운 컨셉을 준비하며 포텐을 폭발시킬 수 있는 여력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들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시혁이라는 JYP출신의 걸출한 작곡가가 이끄는 기획사 답게 아예 처음부터 퍼포먼스를 철저히 배제하고 보컬의 능력과 완성도 높은 음악만을 추구합니다. 당연히 JYP에서 노래깨나 한다는 발라드 R&B 연습생들은 죄다 이쪽으로 옮겨온 모양새인데요. JYP가 JOO이후 이렇다할 발라드 라인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퍼포먼스 위주의 정책에 밀려 데뷰에 기약이 없던 연습생들이나, 실패한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던 중고 유망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2AM 역시 빅히트쪽으로 완전히 무게추가 옮겨지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죠.

이들 중 JYP에 남았거나 JYP에서 데뷰한 사람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이들이 무슨 생각으로 JYP에서 나와 JYP 출신 간부들이 세운 회사들로 어떤 기약도 없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이유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적 후 활동하는 모습과 단기간에 이루어낸 급격한 성장과 성공가도, 그리고 그들이 가진 개개인의 놀라운 포텐셜을 보면 JYP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어디에 있었고, 이들이 그런 JYP에서 무엇을 느낀 것인지를 결과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god의 박준형, 원더걸스의 현아, 그리고 2PM의 박재범까지, 혹은 그 속에서 이미 드러나지 않은 사이에 더 많이 있을 수도 있었던 JYP내부의 고름들이 실제로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들이 아무 미련 없이 JYP를 나왔다는 팩트만이 존재할뿐


야망도 크고 능력도 충만한 프로듀서가 가요계 판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음악적 고집이 있어서도 안되고, 성공을 위해 노선을 너무 쉽게 바꾸어버려서도 안된다는 것을 잘 가르쳐주는 듯한 JYP의 사례는 단순히 한 기획사의 오판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루었다는 점, 그리고 그 희생은 지금 현재 진행형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빅 3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는 소화 불가능한 세 불리기의 말로, 그리고 실패에 대한 부분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프로듀서의 한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결국 한 사람의 오판으로 누구 하나 승자가 되지 못한 이 바닥이 재현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JYP엔터테인먼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2010년 12월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 박진영 편 방영분 중

 



...들어가지 마세요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JYP엔터테인먼트'편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8. 6. 12:07
이제는 뭐 잊을만하면 심심찮게 올라오는 언론들의 기사 소재중 하나가 된 '한국 여성들이 외국인에게 과도하게 개방적인 태도' 는 비난의 타깃이 주로 '외국인을 좋아하는 여성'그 자체에 몰리는 데에 그치게 됩니다. 이런 기사가 나오면 어김없이 댓글란에는 한국 여성을 비판하는 남성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여성은 '소수'와 '일부'의 논리로 이를 맞받아치거나 도리어 '그들의 매너'나 '인품'을 내세워 정당화하면서 '한국 남자'들의 여성을 위하지 않는 마초적인 성향을 질타하는 식으로 끝을 맺곤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논란이 본질에 근접하고 있느냐면 당연히 그렇지도 않았고 그럴수도 없는것이, 사실 모든 남녀간의 문제가 그렇듯 결국 이것도 남녀간의 이해불충분에서 나오는 아주 기초적인 분쟁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지 남녀간의 문제로 좁히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는데요. 다른 문제와는 달리 한국여성들의 '외국인 선호' 현상은 여성들의 개인적인 취향 차원을 넘어선 좀 낫기 힘든 사회적인 문제를 표출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죠. 이런 여성들의 외국인 선호 뉴스와 더불어 잊을만하면 나오기 시작하는 뉴스가 바로 한국 남성들의 원정 성매매 혹은 현지 여성과의 관계 후 생긴 아이들의 국적 문제 등입니다. 물론 이 아이들이 어떤 사정에 의해 생겨났는지는 지극히 개인사이기때문에 섣부르게 뭉뚱그려서 접근할 수 없습니다만, 대체로 이들 여성들이 한국 남성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내 국적, 그리고 내 아이의 국적이 한국인이길 원한다'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경제 사정이 열악하고 그만큼 국가적인 복지 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주로 TV에 등장하며 한국 남성들의 무책임함을 성토하며 눈물짓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속에 아버지가 보고싶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죠. 여기에 보너스로 언론은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내서 그 아버지의 개인사나 무책임한 태도를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들 여성들이 한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가버리면 아이가 아버지 없이 자랄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을 몰랐을까요? 그걸 감수해가면서도 이 남자는 다르기를 바라면서까지 매달리게 되는 이유는 '한국 국적'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국가가 적어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에 있어 여성들에게 이렇다할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데요.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에 불안감을 갖게 되면 어떻게든 '떠날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이는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새끼를 키우는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어미의 생존본능 같은 것입니다.

맹모삼천지교도 이런 어미의 본능에서 나왔을까요?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보죠. 사실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외국인'에겐 어떤 특징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그들은 인종을 따지기보다 '국적'을 많이 따지는 성향을 보이게 되죠. 단지 백인이라서, 흑인이라서 다가가는 게 아니라 그들의 국적이 적어도 우리나라보다 안정적인 복지정책을 가진 나라인지, 혹은 경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큰 나라인지가 기준이 되는 것이죠. 대체로 '영미권'혹은 '서,남유럽'의 패권국가 남성들이 한국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쿨하게 사귀는 걸 좋아하거나, '특정 인종 남성'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는 분들도 분명 존재합니다만, 이 글에서 말씀드리는 분들과는 다른 사례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왜 이들 패권,복지국가 남성들을 특히 선호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한데요.

'내 국적, 그리고 내 아이의 국적이 패권,복지국가의 국적이길 원한다'

국적의 가치, 혹은 최소한 배우자 비자라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가치는 생각보다 큽니다. 결국 여성들이 남성들의 재력을 선호하는 이유도 '아이를 안정적으로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 것에 지나지 않듯이 이 비자나 시민권이라는 것이 장기적으로 '재벌의 재력'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단지 '돈'의 액수 크기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몇년에 나누어서 자신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를 계산합니다. 지금 큰 돈을 가진 남자와 당장 가진 돈은 많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나쁘지 않은 월급을 가져다주는 남자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적지 않은 여성이 월급남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국적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이들 여성들이 패권국 남성에게 성적인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마인드를 취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 남자의 국적을 믿고 아이를 낳으면 재벌 2세를 낳는 것과 진배없는 안정감을 갖는다고 믿게 되는 것, 흔히 쿨하게 만나기 좋다고 이야기하는 이면에는 '임신'에 대한 위험성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안심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즉 쿨하게 만나면서 관계를 갖다가 실수하더라도 그들이 말하는 소위 '인생망가진다'는 것보다 '본전(비자)'는 찾을 수 있다는 다소 근거없는 보험 심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 국적의 가치와 해당 국가의 경제, 복지 수준 등을 알기 위해서는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안되겠죠. 어지간히 세계 정세에 밝지 않으면 습득하기 어려운 지식입니다. 그래서인지 언어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 패권국 남성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고학력자 혹은 '유학파' 여성들이 많습니다. 물론 비자나 국적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일부러 드러내서 득될 게 없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외국 남성'들의 매너나 여자를 대하는 태도, 다른 매력 등을 선호의 이유로 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유학이나 명문 학교를 통해 세계 정세를 배우며 가지는 확신의 근거는 바로 '패권국의 혼인법령과 양육권'이 주는 혜택입니다. 아이를 가질 경우 결혼의 빌미로 삼을 수 있음은 물론 행여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아이의 아버지 국적에 의거하여 아이가 패권국의 국적을 갖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혼을 하더라도 재산분할이나 양육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어마어마하다는 점 역시 인지하고 있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싱글맘이 되더라도 한국남자와 맞벌이를 하는것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타이거우즈 부인의 성공사례와, 헐리우드 가족영화에서 보여주는 양육비 지급 시스템을 두고 벌이는 법정싸움이 많은 영향을 끼쳤을 터...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대로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한국 남자들의 코시안 양산처럼 패권국 남성들이 반드시 책임을 지고 아이를 양육할거라는 '양심'에 기대하거나 국내에 영향을 끼치기 힘든 해당 국가의 '연방법'에 의존하는 다소 무모한 시도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들을 선호하는 한국 여성들이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막상 일이 터질 경우 경험부족으로 인해 관련 법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못하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죠. 외국 남자들은 양심적이고 여자를 버리지 않는다는 건 지극히 일반화된 개념일 뿐, 해당 국적 모든 남자들의 평균적인 인식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애써 부정하며 외면하곤 합니다.

여성들의 이런 인식은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 수준과 국제적 지위, 그리고 그분이 말씀하시는 '국격'을 고려해본다면 이미 전후 동두천에서 종말을 맞았어야 했습니다. 당시 미군의 있지도 않은 양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었던 동두천 여성들의 절박함은 전후 폐허가 된 국토에서 아이를 낳고 살기에 암울했던 환경을 직시한 본능적인 행동이었을것입니다. 지금 낮은 경제수준 국가에서 태어나는 코시안들의 어머니들도 그런 절박함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그런 절박함이 생긴다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이 봐도 이해되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경제 12위, G20개최국, 평창동계올림픽개최확정지를 포함한 4개대회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가가 '여성들이 자국에서 애 낳는 것이 두려워 패권국 남성 국적을 필요로 한다'라는 현실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가요?

애를 낳으면 셋째부터 돈을 얼마 주고 이런 '일시적' 물량공세 (라고 말하기에도 창피해 미칠지경인) 가 아니라 아이가 클 때까지 큰 부담없이 키울 수 있도록 '정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여성은 눈앞에 큰 돈이 생겨도 그걸 쓸 수 있는 기간을 나눠 계산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한방보다는 월급쟁이같은 꾸준함이 필요함에도 이 나라는 그걸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


지금도 우리나라는 '복지'라는 것을 '가족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자식이 돈을 뺏어갈 뿐 준 적은 없어도 자식의 수입이 기준치에 넘었다는 이유로 독거노인에게 '생활보조금'을 주지 않는 것을 지금의 신자유주의라는 대한민국에서 '아예 법으로 규정해 놓은' 것도 웃긴데 그렇게 복지비용책임을 '자식들'에게 전가시켜놓고 그 '자식들'을 키우는 데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이기주의적 정부가 과연 국격에 어울리는 정부일까요?

이런 정부와 암울한 미래가 느껴지는 나라에 대해 남자와 여자의 태도 차이는 분명합니다. 남성은 대체로 지금 있는 나라를 어떻게든 피하지 못할 필연으로 두고 살아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반면 여성들은 앞으로의 나아질 가능성보다는 지극히 현실의 어려움만을 보게 되기 때문에 지금 현실을 도피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목숨걸고 그것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죠. 외국인에게 매달려 그들의 국적을 따내려 드는것도, 조금이라도 재력이 있는 남자들에게 인생을 걸어버리는 것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본능적으로 나온 어쩔 수 없는 방책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행동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현실을 개척하지 않고 도피하려는 모습은 지금의 남녀평등 주장과 사회활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이중적 태도와 맞물려 비난을 받기 십상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단지 여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끝내기엔 뭔가 좀 아쉽습니다. 왜 자식을 키우는데에 국가로부터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면서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우리의 노후 책임을 '자식'이 반드시 해야 할 유교적 미풍양속으로 뭉뚱그리는지, 왜 우리는 젊어서 자식들을 키우느라 허리휘고, 우리의 늙고 힘없을 시기를 걱정하면서 평생을 살아야만 하는지, 그런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진즉에 없어졌어야 할 동두천 비극을 전국민화시키는데에 죄책감은 커녕 눈깜짝안하는 이 정부가 과연 정상적인건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남자를 위해서도 아니고,
여자를 위해서도 아닌,
우리와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공화국 연구소 외국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 그 특별함에 대하여...편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8. 4. 05:55
god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만 박진영은 '고생'을 계급화시키는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길고 지겹기로 유명한 JYP의 연습생 기간은 '실력'을 키운다기보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의무고생'이라는 개념이 강한 편인데요. 왜냐하면 SM처럼 음악최우선주의를 표방하거나 특정 국가의 아이돌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는 식으로 회사 체계를 잡아나가는 일관성이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JYP에는 특별한 육성과정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그룹 기획도 대단히 즉흥적이며 보수적이고 어떤 철학이나 컨셉이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기때문에 JYP의 연습생들은 상당히 오랜 기간 이 성향을 파악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게 되는데요.


이런 생지옥이 따로 없는 JYP에 오래 붙어있으며 이른바 '의무고생기간'을 '비'가 훌륭히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물론 불행한 가정사도 있었고 그 이전 첫 데뷰 실패 이후의 생긴 악바리같은 근성 때문이기도 했죠. 아무튼 그가 우여곡절끝에 데뷰를 하고 지금의 월드스타에 반열에 오르게 도는 것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 '비'라는 존재가 꽤나 신화와 같은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긴 합니다만, 의외로 비의 성공은 상당히 얻어걸림성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그의 얻어걸림을 증명할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당시 남자 솔로 가수의 극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었던 절대지존 '유승준'의 병역 문제로 인한 급작스런 퇴장입니다. 이미 남성 솔로 가수로서는 최고의 위치에 오르며 가요계와 예능을 지배했던 그의 퇴장으로 인해 이른바 '짐승남'아이콘에 공백이 생기게 되는데요. 유승준이 가졌던 시장은 기존 아이돌 그룹이 10대들의 코묻은돈을 뺏는 시장이 아닌 20대 이상의 실구매층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만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고 기준이 까다롭다는 문제가 있었죠. 재능적인 측면에서 거의 완벽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만큼 제대로 된 유망주가 나오지 않는 한 투자 대비 리스크가 엄청나기에 기존 기획사들도 군침만 삼킬 뿐 섣부르게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이죠. 유승준의 독주는 이런 이유로 가능했으며, 그의 퇴장 이후 기라성같은 기획사들이 그의 공백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무주공산의 시장을 가져올 히든카드를 내놓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난리통 속에 (정말 유승준을 대체한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비'의 데뷰가 이루어졌지만, 사실 '비'는 '유승준'에 비하면 데뷰 당시의 임팩트가 상당히 부족한편이었습니다. 데뷰 직후부터 유명 통신회사의 CF를 찍고, 박진영이 손수 정성스례 푸시를 해주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만, 안타깝게도 가창력이나 댄스 실력은 물론 20대 이상 여성들을 사로잡을 가장 큰 포인트인 '페로몬'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일단 나이도 너무 어렸고 딱히 잘생겼다고 말하기 힘든데다, 당시에는 이렇다할 자기만의 스타일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가진 포텐셜을 제대로 폭발시키지 못했다고 봐야할것 같습니다. 당시 비의 이미지는 어떻게 보면 동년배인 10대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었고, 의욕적으로 출연한 드라마 역시 10대 학원물의 성격이 강했으니까요.


그러던 도중 비가 천운으로 얻어걸린 드라마 작품이 바로 '풀하우스'입니다. 이 드라마는 '동거'라는 소재와 순정만화의 대가 원수현 작가의 원작이 가진 성격으로 인해 미니시리즈 방영 시간대 주요 시청 결정권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 후반 이상의 여성 시청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게 되는데요. 여기에는 물론 이전 작품 상두야 학교가자의 정극 경험과 음반 시장에서 거둔 어느 정도의 성공을 바탕으로 캐스팅이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베재하지 못합니다만, 사실 풀하우스 제작 당시 남자 연예인의 대대적 병역 비리가 터지며 20대 젊은 남자 배우들이 줄줄이 군대에 끌려가버리는 통에 드라마 업계에 엄청난 남자 배우 기근이 겹친 시점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비의 캐스팅이 이루어졌을지는 의문입니다.

당시 풀하우스의 경쟁작으로 대두되던 '형수님은 열아홉'에는 무려 '윤계상'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


풀하우스의 메가톤급 성공은 드디어 20대 여성 팬층이 비를 '유승준'을 대체할 수 있는 '남자'로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풀하우스에서 보여준 무수한 상의탈의씬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그는 풀하우스로 인해 20대 팬층에 거의 완벽하게 안착한 상태였고 이런 변화를 박진영이 놓칠리 만무했습니다. 사실 데뷰 당시부터 풀하우스 이전까지의 앨범이나 활동 컨셉에 있어 어떤 캐릭터를 부여받기보다 단순히 남자솔로가수로서 '음악성'(가창력이 아닌)을 인정받는 수준에 그쳤던 그가 박진영의 집중 관리를 받은 직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캐릭터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2집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 3집 It's raining의 뮤직비디오 영상,
음악적으로도 확실한 멜로디 라인이 존재했던 태양을 피하는 방법과는 달리 It's raining은 그야말로 박진영식 '랩'으로 점철되어 멜로디라인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곡을 선보였다. 이전 박진영 본인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이런 곡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라도 간단히 뽑아낼 수 있는 수준이었는데, 실제로도 노래 자체보다 그의 호흡 퍼포먼스가 대중들에게 부각되어 각인되었음은 물론 이를 충분히 의도적으로 노린 듯한 뮤직비디오와 더불어 실제 무대에서의 상의 탈의 및 의상의 기본 노출 빈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며, 풀하우스에서 터진 20대 여성팬층을 흡수하는데 총력을 다한다.



풀하우스 종영 1개월만에 발표된 비의 3집은 그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는 역사적 의미 이외에도 JYP로 하여금 두 가지 큰 역사적 흐름의 변화를 야기시키는데요. 그 중 하나가 上편에 언급했던 'god'의 5집 실패 직후의 은퇴 해체입니다. 그들의 실패와 동시에 성공을 거둔 비의 사례는 이제 막 탄생한 JYP의 향후 방향성과 색깔을 결정짓는데 크게 기여하게 되죠. 이는 박진영이 '비'를 통해서 '음반 시장'이 급격하게 음악 자체를 소비하는 것에서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이에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이에 대한 속사정은 조금 복잡합니다.

먼저 god와 비 사이에 있던 박진영을 논하기 전에 그가 가수를 키우기로 결심한 동기, 즉 대의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른바 '팝송 키드'라고 불린 세대인데요. 때문에 그의 음악은 어딘가모르게 그의 어리고 젊었던 시절 한국 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던 음악의 감성이 스며있습니다. 그의 음악 패턴은 기본적으로는 '복고'를 추구하지만 '창작'을 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가능하면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거둔 음악 포멧을 사용하기보다는 이른바 '미국 로컬 시장에서의 복고'를 추구하는데요. 기본적인 줄기는 같으면서도 당시 한국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이른바 '매니악'한 음악을 들여와 리폼하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흔히 박진영이 표절 시비가 붙는 곡들이 대부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라는 점, 그리고 그 표절 시비가 의외로 아슬아슬하게 이슈를 매번 이탈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런데 이 복고라는 키워드와 '팝송 키드'로서의 음악적 감각을 통해 창작된 음악은 그 개성이 분명하고 국내 시장에 한정된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반면에 레파토리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신선함'을 준 이후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음악이 아무리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이고 우리나라가 그들의 음악 센스보다 몇년을 뒤진다고 해도 어쨌든 옛날 곡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아무리 샘플링을 세련되게 리폼한다고 해도 기본 베이스가 구식이라는 한계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좁다는 점도 문제였죠. 한마디로 음악적 변신을 시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것인데, 0부터 새로 써내려가는 순수 창작보다 기존에 있는 음악 포멧을 리폼하는 정도로 새로움을 어필하는게 훨씬 힘들고 버거운 일이라는 것을 박진영은 꽤 오랫동안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초반 2집, 3집까지는 가지고 있는 팝송 키드의 레파토리로 신곡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지만 4집,5집까지 점점 롱런하게 되면 '음악 컨셉'만으로 새로움을 보여주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가 비 3집의 가공할만한 성적으로 어찌보면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새로운 자신의 능력과 그에 대한 시장성을 깨닫게 됩니다. 음악적으로는 이미 '순수 창작'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만큼 고지식화가 정착된 그였지만 '퍼포먼스'는 얼마든지 '순수 창작'이 가능할 창작 에너지가 충만했던 것이죠. 여기에는 그가 거의 기본 베이스 이외에 멜로디 라인을 거의 손보지 않은 채 랩으로 떡칠한 날림작 'It's raining'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는 점이 주효했습니다. 비의 3집을 듣는 많은 사람들은 비의 호흡 퍼포먼스에 열광했을뿐 음악이 급조된 날림이었다는 걸 인지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가 만든 안무와 퍼포먼스는 음악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어내며 그 상품성을 입증해냅니다.

비 3집 이후 JYP에 몰아닥친 변화는 박진영의 프로듀스 컨셉의 변화와 일치한다. 이 새로운 컨셉을 잘 보여주는 두 그룹 원더걸스와 2PM은 모두 곡 초반에 거의 모든 승부를 걸듯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내세워 관객기선을 제압하는데 반해 곡 자체는 초반 퍼포먼스에 비해 다소 김이 새는 느낌을 줄 만큼 완성도가 떨어진다.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 자체만으로 뭔가 '새롭다'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박진영의 이같은 '안무' 혹은 '퍼포먼스' 제작 능력에 의한 성공은 단지 비의 풀하우스 버프처럼 우연히 시장의 흐름에 맞아떨어진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박진영은 음악 제작 능력 이상으로 안무와 퍼포먼스 제작 능력이 뛰어났으며 그것이 음악만으로 인정받았던 가요계의 판도를 바꿀 만큼 엄청난 '상품성'을 가질 수준의 완성도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안무는 지금까지 '춤'을 반드시 '음악'에 따라붙는 곁다리에서 음악 없이 안무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반열에 올릴 만큼 혁신적이었는데요. 실제로 원더걸스의 '텔미', '노바디'에서 보여준 그의 안무 콘텐츠는 [곡 중심/안무 곁다리]의 판도를 적어도 그가 연출한 무대에서만큼은 [안무 중심/곡 곁다리]로 역전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음악'없이 출 수 있는 춤, 음악이 없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안무, 그가 만드는 안무가 단지 시기적인 운을 타고난 것이 아닌 언제 나와도 성공할수밖에 없는 가치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한계에 봉착했던 새로움에 대한 과제도 해결했음은 물론 대안으로 내놓은 컨셉이 대박을 터뜨리는 가운데 JYP의 앞날에는 별로 거칠 것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적 감각과 높은 상품적 포텐셜을 가진 그만의 독보적 안무 제작 능력으로 국내 가요 시장을 지배해나가는 JYP에 점차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단지 그의 이름을 건 JYP라는 회사 이름 때문에 그들이 위기를 맞게 되리라곤 당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예상할수도 없었습니다.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7. 25. 02:38
SM엔터테인먼트 도입부분에 들었던 서태지 계보에서 갈라져나온 세 가지 세력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그의 음악을 인정하고 필요한 부분을 취했던 쪽이 SM엔터테인먼트 쪽이었다면 이번에 다루게 될 JYP 엔터테인먼트 (이하 JYP)는 서태지의 음악을 극렬히 비판하며 좋게 말하면 독자적인 노선, 나쁘게 말하자면 그의 음악과 반대되는 성향만을 골라서 간다는 식으로 자존심을 지켜왔던 기획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서태지가 '일본통'이었다면 JYP는 자칭 '미국통'이었기 때문에 에초 흐름의 급이 달랐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난 노는 물이 달라!


JYP는 이른바 1인 기획사로 시작하여 간간히 태흥기획이나 싸이더스를 통해 프로듀서로 소속, god를 기획,배출하는 등 프로듀서로서 명성을 쌓은 뒤 별도의 기획사로 독립하게 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사실 지금도 그는 그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기보다는 프로듀서로서의 활동을 쌓고 기획사는 그의 명성에 의존하여 기획사명을 바꾼 형태가 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어떤 회사로서의 체계는 잡혀있다고 하더라도 박진영이 실무이사급은 될지언정 직접적인 경영 즉 CFO에 간섭받을 가능성이 있는 권한을 갖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돈에 욕심이 없었다거나 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리만큼 경영실권을 회피하는 행보를 보이며 기획 그 자체에 집중했던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Post Seotaji

이런 이유로 JYP는 스타들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이 아닌 이미 'JYP'라는 스타 프로듀서의 브랜드 가치를 등에 업고 탄생한 기획사라는 점에서 기존 기획사들과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물론 이는 JYP의 독립기획사 설립이나 경영권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신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내세운 전략이 있었는데요. 물론 일개 가수가 새로운 가수를 만들어낸다는 단순한 이슈만으로는 그다지 주목을 받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람들이 박진영을 단순히 좀 지저분한 스타일의 댄스 보컬리스트가 아닌 음악적 조예가 깊은 아티스트로 인정하게 된 게기가 하나 있었는데요. 다름아닌 음악 대통령 '서태지'를 공개적으로 디스한 거의 최초의 가수라는 이력입니다.
 

서태지가 우리나라에 들여온 (당시의 표현 그대로) '랩'이라는 장르는 국내 음악계에 혁명이라 일컬어질만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 서태지의 음악을 비판한 비평가나 음악 전문가들은 박진영 이외에도 제법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비평의 내용을 살펴보면 '악보도 없는 음악이 무슨 음악이냐', '컴퓨터 음악은 인간미가 떨어진다' 같은 지극히 보수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것을 무조건 거부하고 배척하는 식의 비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만 박진영은 단순한 거부감 표출이 아닌 서태지의 음악 장르 자체 완성도에 대한 비판 시각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점이 이들의 비판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던 것이죠.

1995년 11월 1째주 SBS 인기가요 1위 후보 발표장면, 서태지 4집 활동 당시 이렇다할 가수들은 전부 활동을 미루거나 자취를 감추었던 것과는 달리 박진영은 '청혼가'를 내놓으며 서태지와 대등하게 맞서는 쪽을 택했다. 그는 결과를 떠나 서태지를 피하지 않았다는 이미지를 남기는데 성공하며 서태지 은퇴 이후 박진영이 그 반사이익을 누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가 모 방송에 나와 서태지의 '난 알아요'부터 쓰인 랩뮤직 라임들이 거의 대부분 '랩'의 장르적 룰을 어겼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데요. (무려 이에 대해 대학 논문까지 내려고 했다는 첨언까지 덧붙였었다) 사실 이 비판의 내용이 정확했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서태지가 하는 음악은 지금까지 없었던 음악이었기때문에 무조건 그가 하는 음악에서 태초의 신비만을 느꼈을 뿐 그가 틀렸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대중에게 있어 박진영의 이러한 '학구적'인 모습은 그를 일개 '댄스가수'에서 어쩌면 서태지 이상의 무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티스트로 대우해주게 만들어주는 배경이 됩니다. 다만 당시 음악계는 서태지가 틀렸는지 아닌지조차 판단할 수 없을정도로 이 '랩'이라는 장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전무했던 상황에서 '박진영'이 날린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비평이 정말 맞는 말인지 판단할 수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신이 될 수 없었던 아이들...

이런 박진영이 키우는 아티스트, 게다가 서태지가 떠난 공백의 충격파를 흡수하기엔 단순히 음악적 한계가 분명한 아이돌로 매워지고 있었던 그 공백을 대놓고 노린 그룹 god는 음악적 재능이나 맴버들의 가치 이전에 박진영이라는 네임벨류로 먼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악적 색깔에서 그의 느낌이 묻어나온다는 평가에서부터, 김태우와 박준형이 균형을 맞춰주는 R&B와 정통랩의 조화까지, 그동안 컨셉이 맞추는데 급급해 불안한 음악적 완성도를 용인할수밖에 없었던 SM의 음악에 점차 질려가고 있을 무렵 등장한 god의 타이밍은 정말 절묘했습니다. 이들은 아이돌은 무조건 키크고 잘생겨야 성공한다는 편견을 벗었음은 물론 대형 전문 기획사의 버프가 없이 프로듀서 한 명의 능력과 명성만으로 아이돌 그룹의 궤도진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컸다고 평가할 수 있었죠.

god는 당대 아이돌 중 가장 슬로우스타트를 한 사례에 손꼽힌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god의 기획사였던 싸이더스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이었던데다가 god를 전후해서 가수는 고사하고 이렇다할 연예인을 키워내거나 소속 운영한 전례가 손꼽힌다는 점에서 더욱 그럴수밖에 없는데, 이런 점은 god이후 싸이더스의 행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그런데 당시 god를 박진영이 기획하고 곡을 주고 키워냈다는 인식 때문에 싸이더스의 역할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만, 사실 god가 국민그룹이 되기까지 싸이더스가 했던 역할을 무시하기 힘듭니다. god가 실질적으로 국민그룹이 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god의 육아일기까지 god를 이끈 건 박진영의 버프가 아닌 싸이더스의 인맥과 역량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로 싸이더스는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MBC 예능국과의 라인을 매우 탄탄하게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 치면 칸무리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만한 (지금도 지상파에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그룹 이름을 내건 주말 가족시간대 버라이어티 편성을 안겨다주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싸이더스는 단순히 가수 매니지먼트사가 아닌 영화, 음악, 공연예술, 방송연예에 이르기까지 성역이 없는 복합엔터테인먼트사를 표방했기 때문에 가수를 직접 육성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미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신인을 집중투자 후 적절히 자금을 회수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노하우도 풍부하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이바닥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점과 소속 연예인들의 근속기간이 업계 평균 이상이라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즉 소속 연예인이 어떻게 해야 '회사'차원에서 이익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영수완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나 이런 싸이더스의 성향은 아무래도 전문 가수 매니지먼트사의 개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던데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가치를 홍보 소모품이나 상품 요소 정도로 치부하는 식의 보여지는 가치관 때문에 SM을 비롯한 많은 음악 전문 매니지먼트사의 갖은 비판과 견제를 받기 시작하는데, 이는 싸이더스에 협력하고 있는 박진영이라고 해서 불만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싸이더스가 시총 2천억의 위엄을 자랑했던 당시 시총 300억에 불과했던 SM의 싸이더스를 향한 극렬한 디스는 그들의 영업수완에 대한 질투심의 발로였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던 SM이 이제는 싸이더스의 스타들 막굴리는 시스템에다 노예계약 옵션까지 도입하며 6년만에 시총 2천억을 달성하는 아이러니한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라는 점은 또 다른 이야기...


god의 활동 중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 중에서 크게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는 '잇따르는 교통사고', 또 하나는 '리더 박준형의 그룹 제외 시도 스캔들'이 될 텐데요. 무리한 스케줄 편성으로 인한 과속 탓에 벌어졌던 잇따른 교통사고는  '벌때 바짝 벌자'는 싸이더스의 성향과 연관을 안지을수가 없는 노릇이었고, 리더 박준형을 god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움직임 역시 상품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관련 부가가치 상품 매출만 봐도 답이 나오니까) 맴버를 사전에 제외함으로서 향후 재계약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측면이 없었다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실력파를 선호하는 박진영으로서는 김태우와 함께 god의 음악적 중심을 잡아주는 박준형의 탈퇴를 그냥 두고볼 리 없었고, 때마침 팬들 역시 박준형의 맴버 제외 시도가 있을때마다 반대 여론을 만들어준 덕에 박준형은 god의 마지막까지 함께할 수 있게 됩니다만, 잊을 때마다 나왔던 교통사고와 주기적으로 꺼냈던 박준형 맴버 제외 카드는 싸이더스와 박진영의 관계를 좋지 않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가수 보호를 내세웠던 박진영이 자신의 이름을 건 기획사를 직접 설립하고 god를 이적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되는데요. 그런데 이때 아주 묘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다름아닌 JYP의 설립과god의 이적이 맞물리는그  시점에 윤계상의 군입대가 결정, god에서 이탈하게 된 것입니다. god는 인기 구심점이었던 맴버를 잃은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고, JYP체계에서는 이렇다할 성과 없이 4인 체계로 한 장만의 앨범과 뒤이은 전국투어 콘서트의 흥행 참패 충격을 뒤로 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윤계상은 군복무 뒤, 보란듯이 싸이더스에 남아 각종 드라마, 영화의 주연을 따냈음은 물론 연기자로서 거품이 아닌 착실한 내공을 쌓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수 출신 연기자로서는 보기 드문 롱런을 기록하고 있다. 싸이더스와는 2009년 말 결별했지만 그는 싸이더스 소속으로 군 제대 이후만 따져도 크고 작은 영화 4편에 주연급 캐스팅을 해내며 연기자로서 충분한 기회와 가능성을 부여받았다는 평가다.

god가 이렇게 좋지 않은 뒷맛을 남긴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박진영이 당시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습니다. 아이돌이나 가수를 육성하는 데에는 단지 좋은 곡을 쓰고, 좋은 능력을 갖춘 맴버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음을 자각하지 못했다는 것, 다시말해 싸이더스라는 기획사의 능력과 수완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god가 박진영이라는 스타 프로듀서의 버프를 받았다는 것, 그러나 그 박진영을 스타 프로듀서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근본적인 홍보 전략 자체조차 싸이더스의 능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던것이죠.

하지만 이를 단지 싸이더스의 능력 부재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개운치 않은 결과론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들이 god로서 활동을 끝내고 각자 홀로서기를 할 때 어느 누구 하나 JYP에 남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국민그룹 god의 아쉬운 마지막 모습이 과연 박진영이 역량부족을 드러낸 결과였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100% 자신의 계획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그룹에 대한 미련을 전혀 남기지 않은 의도된 부분이 있었는지가 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의문으로 남고 있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SM엔터테인먼트가 동방신기를 데뷰시키기 전에 기존 유망주들을 정리하듯 박진영이 어떤 변화를 감지하고 그의 성향을 대폭 수정하는 가운데 기존 전략에 맞춰 육성되었던 가수들을 정리했다는 추측이 가능합니다만, SM보다는 내부적인 치부를 드러내는 헛점을 잘 노출하지 않았던 그의 전략 탓에 아직까지는 이 당시의 변화에 대한 답을 내리기가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활동중인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에서 다시 보고 싶은 그룹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god,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HOT가 각각 해체와 활동 중지를 선언했을 당시 사회적인 파장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이들의 쓸쓸한 퇴장은 많은 점을 시사하게 만들고 있다.


다만 아쉬운대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대신해주고 있는 듯한 JYP발 최종병기가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god의 쓸쓸한 퇴장과 동시에 전혀 다른 스타일로 포텐셜을 폭발시키며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누군가가...


中 편에서 계속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6. 29. 23:12
이 글은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 SM엔터테인먼트 1,2,3 편에 이어지는 '부록'입니다.

SM엔터의 유럽 진출과, 동아시아의 한류 바람으로 음악 업계가 난리입니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한류라느니, 이젠 미국만 남았다는 둥 뭔가 정신이 벙벙한 이야기들이 터저나오고 있는데요. 이게 너무 갑자기 막 성과만 터저나오는 깜짝이벤트성이 강한 나머지 정작 이들이 어떻게 이것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한 조명은 없는 채로 성과에 발 하나 걸쳐보겠다는 사람들의 사탕발림만이 미디어에 가득 실려 나오는 것 같아 다소 아쉬운 감이 듭니다. 정말 한국 음악계,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지금 이미 유럽 평정의 신호탄을 쏘았다고 자평하는 SM의 이같은 해외 공략이 한국 음악계 나아가 한국 전체의 국위 선양을 해준다고 추켜세울 정도로 국가적인 경사인걸까요?


SM의 조직 체계, 그리고 해외 전략...

SM은 그 거대한 규모 답게 많은 수의 전속작곡가 및 전속 매니지먼트 사원, 그리고 수많은 연습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획사들이 대부분 자금적인 여유가 없어 일원화체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는 육성부터 음반 출시 후 활동 매니지먼트까지 모두 일원화되어 움직일수 있는 탄탄한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요. 사실 SM이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이런 대가족을 거닐고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른바 '독식'체계가 그것인데요.

이들은 최근 아이돌이 '스타급 외주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는 추세에 거의 따르지 않고 가능하면 유영진 사단 내에서 처리하며 아주 급할 때나 전략상 필요에 의해서만 외부 작곡가를 잠깐 쓰는 형태를 취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대체로 '국내 활동'을 할 때에 국한될 뿐 해외 활동에 있어서는 절대 외부 작곡가의 곡을 푸시하지 않는데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입니다.


    필자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녀시대의 일본 데뷰 곡으로 'GEE'를 꼽았습니다. 일본에서 분명 통할 것 같은 음악적 색깔과 기획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SM엔터의 소녀시대 첫 싱글은 '소원을 말해봐' 가 나왔고. 정말 미친듯한 푸쉬를 받아 싱글 15만장 판매로 오리콘 4위를 달성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정작 GEE는 바로 1개월 뒤 후속 싱글로 나오게 되는데요. 보통 퍼스트 싱글 뒤에 최소 2개월 이상 판매가 지속될 텀을 주는 것이 관례였지만 GEE는 생각보다 그 텀이 매우 짧았습니다. 여기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GEE는 '소원을 말해봐'만큼의 푸쉬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만장을 넘기며 2위를 수성합니다. 결과적으로 푸쉬 여부를 떠나 일본은 '소원을 말해봐'에 반응하지 않았고 'GEE'에 반응했다는 것큼은 분명한데요. 지금도 일본 가라오케 챠트를 살펴보면 '소원을 말해봐'는 보이지 않지만 'GEE'는 언제나 순위권애 랭크되어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왜 SM이 첫 싱글로 소원을 말해봐를 내놓았던 것일까요? 한낱 유학생들조차 예측이 가능했던 GEE의 성공을 그들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혹은 전략상 소원을 말해봐를 먼저 띄우고 GEE를 발매하는 속사정이 있었던걸까요?, 그럴리가요. 지금 GEE에 반응하는 일본의 추세를 봤을 때 만일 GEE가 소원을 말해봐 정도의 푸쉬를 받았더라면 지금 소녀시대는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을거라는걸 SM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핵심은 '소원을 말해봐'는 'SM의 유영진'과 그들과 독과점적인 관계를 맺고있는 유럽의 작곡가 그룹이 만든 곡이었고 GEE는 국내 작곡가 E-TRIBE의 작품이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GEE는 싱글 발매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위권에 랭크, 그 위에는 발매된지 1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KARA의 미스터가 눈에 띈다. (랭크에 곡이 두개인건 가라오케 기계 회사 DAM과 JOY가 제각각 집계를 했기 때문) 참고로 이 랭킹은 2011년 5월 기준이며 200위까지 산정되는데 이 안에 GENIE (소원을 말해봐) 는 랭크되지 않았다. (참조:http://www.pasela.co.jp/karaoke/ranking/month.php)


SM은 가능한 자신들 내부 혹은 자신들만이 연결될 수 있는 독과점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매니지먼트 활동을 전개합니다. 이는 자신들이 개척한 과실을 자신들 이외의 자들이 얻어먹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정책 같은 것인데요. 이들은 이미 AVEX를 통해 재주는 SM이 넘고 돈은 AVEX가 챙기는 사례를 두 번이나 눈앞에서 당해왔던 전례가 있어, SM이 개척한 해외 진출 루트를 SM이 독점하며 수익을 독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SM식구가 아닌 외부 스타작곡가가 작곡한 곡이 너무 많이 팔려버리면 SM의 명성보다 해당 작곡가의 명성이 현지에서 더 높아지게 되고 이는 SM의 독과점 노선의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노선은 소녀시대의 최신 싱글 MR TAXI 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곡은 소녀시대 곡 중 처음으로 국내가 아닌 일본 현지 선행발매를 한 곡인데,놀랍게도 일본 원곡이다. 물론 예전의 AVEX 때와는 달리 SM의 직계 네트워크 노선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완성했을 것으로 추측되고는 있지만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고 보도되고, 이미 중국과 동아시아는 평정을 한 '슈퍼주니어' 벌써 뉴스에서 열번도 넘게 본 플래시몹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쏘리쏘리'죠 물론 이 곡은 유영진 사단의 작품이 맞습니다만, 그 속에 숨겨진 작곡가가 한명 더 있었는데요 바로 미국 보이그룹 출신 DREW RYAN SCOTT입니다. 유럽 발매 버전인 영어 버전의 편곡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의 존재가 새삼 중요한 이유는 얼마 전 일요일 저녁 8시에 KBS1을 통해 방영된 특집 다큐에서의 이수만 사장의 발언 때문인데요.

실제로 요즘 SM이 밀고 있는 f(x)의 거의 모든 곡은 외국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해외에서 f(x)의 인지도가 다른 그룹보다 반응이 빠른 이유도 이와 무관치않다



  이러한 SM의 의중은 비단 음악 뿐만 아니라 안무나 매니지먼트 등 거의 모든 전반적인 분야에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소녀시대의 훗 안무가로 유명한 리노 나카소네를 비롯해 이 아이돌을 만드는 거의 모든 채널이 SM 내부 혹은 외부의 독점 네트워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SM은 스스로의 성과를 통해 자연스럽게 밝히고 있습니다. 당연히 유럽인 음악 취향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유럽인 음악 취향에 맞는 안무를 만들어낸다면 팔립니다. '팔기만 하는'게 목적이라면야 그걸 가지고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죠. 그들이 지금 '한국 음악'을 팔러 간 게 아니라 '한국 애들'을 데려다 외화를 벌기 위해 단체로 일감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 말입니다. 

사실 이게 '사기업'이 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홍보 방식입니다. 이들은 SM의 유럽 진출 및 성과가 SM의 일개 개별 회사의 경사가 아닌 국가적인 쾌거라며 당당하게 공영방송 다큐멘터리에 나오고 뉴스에 등장해 당당히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마치 자신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드높이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꼭 따라붙는 자료화면은 '현지 교민들의 반응'인데, 그들은 지금까지 국가 이미지에 대해 잘 몰랐다가 이번 내한공연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가 향상되었다고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올랐는지 여부가 아닌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국 가수들에게 열광하는 유럽인들'을 보고 자발적인 결론을 내린 의견을 보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있음에도 말이죠.


이번 유럽 진출을 성공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철저한 현지화에 대한 노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현지화는 철저하게 '기획사'의 역할에 한정해 '완제품'만을 판매하고 핵심적인 '원곡'에 대한 권리나 매니지먼트까지 거의 대부분 현지 유명 인력들과 손을 잡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팔려면 그렇게 해야 하죠. 그런데 그렇게 해서 대체 뭐가 남을까요? 국내 음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해외에 진출해서 '외국 작곡가'와 '외국 프로듀서'에게 키워진 '입양아'가 과연 한국 음악계 그리고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경쟁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증거가 되어줄까요? 백청강이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우리나라의 관리를 받으며 연예인 티가 나며 가요 프로그램 상위권에 오르고 있는 지금 현실을 들어 백청강이 태어난 나라 중국의 문화콘텐츠 수준은 이미 한국을 위협할 수준이라고 판단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중국이 낳은 스타가 아니라 한국이 만든 스타가 되었다. SM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시각도 앞으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일본의 음반 시장을 K-POP이 장악하게 된 일종의 쾌거는 SM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게 아닙니다. 그들이 주장한 대로 K-POP의 음악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그 수준이 높아진 데에 SM이 끼친 영향이 절대적인 것도 아닐 겁니다. 음반 시장이 너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저작권법이 각자의 권리에 맞게 세분화되면서 그동안 기획사가 보유하고 독식했던 작곡가들과 연주가들의 권리가 제각각 금전적 보상과 배분이 가능해지면서 젊은 감각과 세계적인 안목을 가진 유능한 작곡가들이 꿈을 잃지 않고 음악계에 대거 덤벼들며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E-TRIBE, 신사동 호랑이, 용감한 형제 등 독립 작곡 레이블의 등장과 더불어 음악이 점차 '틀에 박히지 않은' 영역을 넘나들기 시작했고, 지금 별다른 매니지먼트 없이 음악 자체만으로 승부되는 시장에서는 이들 음악의 성적이 소리소문없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해외에서 SM 자체생산 음악보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으며, 실제로 일본 시장에서는 SM의 그룹들보다 카라, 비스트 등 군소 기획사들의 그룹들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코드조차 모르고 작곡한다는 것이 오히려 그의 자유로운 음악 감각을 키웠다고 말하는 '용감한 형제',(사진) 기획부터 음악까지 일본을 배끼기 바빴던 시절부터 풀뿌리 아이돌 음악을 꾸준히 추구했던 DSP의 한재호,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신문배달을 해가며 언더 작곡가부터 지금의 정상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는 노력을 해왔던 신사동호랭이까지, 이들이 다른 업계가 아닌 음악계에 진출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음악업계 전반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이 결국 우리나라 음악계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믿어 의심치않는다. 문화산업이란 시대를 역행하며 자신들을 통해서만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독점루트를 만들려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힘은 '기획'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획사에 소속된 전속 작곡가의 경우 어떤 그룹의 '기획'에 맞춰 곡을 '찍어내야 하는' 창작적 제약이 심할 수밖에 없죠. 기획이 앞선 뒤에 곡을 나중에 작곡해야하는데다가 보컬의 음색이나 그룹 이미지, 가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완성도에 신경을 쓸 만한 여력이 부족해질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환경에서는 좋은 음악이 나올수가 없죠. 그러나 이들 독립 레이블을 가지고 있는 작곡가들은 곡을 먼저 만들고 수많은 아이돌 혹은 아티스트들 모두를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에 전속 작곡가들보다 창작적 제약이 훨씬 덜하기 마련입니다. 한국 음악계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렇듯 본질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지, 그저 애들을 밖에 내보내서 인기를 끌기 위해 외국인 작곡가 프로듀서의 힘을 빌려 진출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발전은 커녕 풀뿌리를 좀먹는 결과 이상을 내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제값은 받고 있나?

우리가 이들의 성과를 보면서 주의해야할점은 '우리의 현실'과 '그들의 현실'을 결코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대비 문화지출비용이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합니다. 그만큼 경제 규모에 비해 문화 콘텐츠 산업에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은 다릅니다. 인구나 인근 국가의 접근성 문제도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문화를 대하는 자세가 다른데요. 정말 오리콘에 등장해 한 번도 1위를 하지 못하거나 총 판매량이 채 5만장을 넘기지 못하는 아티스트도 얼마든지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 수 있으며 홍보하기에 따라 매진 행렬도 가능합니다. 즉 이미 소득 대비 '문화비' 자체가 다른 겁니다.

  다시말해 우리나라가 100을 벌면 물가가 상승할 경우 문화비와 외식비를 줄이고 생필품비를 KEEP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특별히 문화비와 외식비만 줄이는 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지출을 균등하게 줄이는 성향을 보입니다. 문화비가 선택이 아니라 '생활필수비용'이라는 것이 그들의 인식인것이죠. 우리나라로서는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복지 제도 등 이런 저런 국가적 사정이 얽혀 있는 것을 감안한다손쳐도 아무튼 그들이 지출하는 문화비에 대한 '저항감'은 훨씬 덜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바로 '미디어 접근성'인데요. 음악을 들을 보편적 기회가 정말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과 일본은 절대 이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공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방송국에서 하는 공개방송은 '무료'로 개방합니다. 초대권이 필요한 경우에도 보통 티켓을 무료로 배부하죠. 그런데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콘서트가 당당히 입장료를 받았고, 그 가격이 일반 콘서트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었으며, 그나마도 선착순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더 놀라운점은 그냥 순수 방송국 주최가 아니라 '기업 스폰서'를 낀 콘서트였음에도 그런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우리나라같으면 상상도 못할 문화 소비 기준이겠지만 해외에서는 당연하게 소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기준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되는 부분인 것입니다.


공급도 넘치지만 수요는 더 넘친다. 그래서 공급을 늘리면 수요도 같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 일본과 유럽에서는 현실 그 자체다. 지금 당장 지나가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일에 돈을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까지 우리나라는 얼마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1순위' 즉 '콘서트하면 반드시 가야 할 가수'가 대체로 1명을 넘기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2순위도 있고 3순위도 있습니다만, 그들은 그냥 TV에서 보거나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공개방송에 가는 것으로 타협하죠.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1순위는 물론이거니와 최소 5순위까지는 절대 가야 할 영역권에 넣어있으며 6~10순위권이라 할지라도 기회가 된다면 간다는 의사결정이 될 만큼 '인식적 시장'이 대단히 넓습니다. 만일 한국의 음악시장 소비층을 10만명으로 계산하고 이들에게 나올 수 있는 수익을 100으로 가정한다면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같은 10만명이라도 그 10배 이상의 시장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구매력'의 문제가 아닌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문제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아무튼 이렇게 수율이 다르다보니, 지금 유럽인들이나 일본인들이 보이는 저런 반응들이 진짜 우리 K-POP에 1순위로 열광하는 것으로 왜곡되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10순위일수도 1순위일수도 있지만 우리 시각에서 그정도로 오바스럽게 '외국가수를 좋아할정도면 당연히 1순위'라고 우리 기준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인데요.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 지금 다른 나라 가수가 내한공연을 했을 때 과연 누가 와야 저런 정도의 플래시몹이나 단체 시위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아마 그들이 비교하는 대로 '비틀즈'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비틀즈도 힘들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유럽인들은 정말 비틀즈와 동급으로 K-POP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확실한건  모인 사람 모두 K-POP을 1순위로 좋아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모인 모든사람들이  눈물을 흘릴만큼 열성적인 사람만 가득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떼로 통곡할정도면 따로 한 사람씩 편집할 이유가 없었겠죠.

이정도 퍼포먼스는 정말 심하게 말해서 우리나라 인터넷 카페 중 회원수 좀 되는 카페정도라면 얼마든지 개최할 수 있는 정도다. 왜 이들이 하면 그렇게 특별해보인다고 착각을 해줘야하는걸까?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들의 성과를 성공으로 치부하는 데에 있어 뉴스 보도나 '다큐멘터리'가 제시하고 있는 기준입니다. 1만 7천명 동원, 열화와 같은 성원에 못이겨 추가공연, 전 세게에서 우리나라가 발신하는 유튜브를 보고 있다는 것, 이 세 가지인데요. 일단 이 세 가지 기준을 들어 K-POP이 유럽을 평정했다는 식의 다큐와 보도가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어색합니다. 왜냐하면 '구매력'과 정말 직결되었는지를 판단하게 만드는 기준 즉 '상품성'이 어느 정도였는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콘서트야 유료 콘서트였다면 얼마든지 시장성으로 검증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유럽 콘서트라는것이 결국 현지 수익 배분을 따져본다면 티켓 가격을 많이 올리거나 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거나 하는 숙제를 안게 되는데요. 아무리 시장 개척이라는 명분이라고 하더라도 단발성 이벤트만으로 시장을 판단하게끔 하는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안이 필요한거죠. 즉 공연에 몇 명이 들어왔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공연 수익'이 얼마나 되었느냐를 먼저 밝혔어야 합니다. 물론 회사 대외비라서 밝히기 꺼려질수도 있습니다. 강요는 할 수 없죠. 대신 '국위 선양'따위의 발언도 같이 집어쳐줘야 하는 숙제가 남겠지만요.

투입된 그룹만 5팀, 맴버 수는 30명에 육박할정도면 원정 간 팀은 최소 100명은 넘을것이고, 여기에 현지 운영 팀 인건비에 장소섭외비, 마케팅비까지 포함해서 산정한 게 이 정도라면 이미 공연을 꾸리는 것 자체만으로 비용처리가 끝나버린다는 소리다.


다른 기준을 살펴봐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유투브는 무료 메체이고 정식 음반 발매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 실적도 전무합니다. 나온 거라곤 정말 수차례 반복적으로 방송된 파리의 쏘리쏘리 플래시몹이나 공항에서의 마비사태, 추가공연 시위 등이 전부였죠.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구매'를 이끌어냈다는 어떤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뭔가 '앞으로의 가능성'에 투자와 성원을 보내달라는 식의 '호소성' 활동이 더 많았습니다. 실제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실적을 내세우면서 말이죠. 그리고 지난 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었던 파이팅 재팬 '서울 오사카'에서는 방송의 거의 절반 이상을 '가수들의 모습'이 아니라 팬들의 얼굴과 피켓, 울면서 환호하는 장면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지난 월요일 23시에 SBS에서 방영된 서울 오사카 파이팅 재팬 주요장면, 어떤 콘서트 DVD도 이딴 식으로 편집하면 반품크리.... 누가 가수보다 관객을 더 많이 보고싶어하겠는가?


게다가 이들 콘서트는 어느 한 그룹의 단독 콘서트가 아닙니다. SM타운 소속 그룹들이 거의 총동원된 컴필레이션 콘서트(?)라고 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공연은 대체로 가격이 출연 가수들 수에 정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예로 '마이클잭슨과 친구들' 내한 공연 때는 마이클잭슨 이외에도 정말 수많은 수준급 아티스트들이 함께 공연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비싼 티켓 가격으로 논란이 되었던 30만원 정도의 티켓 가격이 유럽에서는 당연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다양한 가수들이 나오는 만큼 공연 플레이 타임이 같더라도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죠. SM의 유럽 현지 공연이 과연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가격책정을 했을지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단독 콘서트 수준의 가격책정을 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였을 경우 사실상 '유럽'에서는 '폭탄 세일'수준의 파급력을 가져옵니다. 당연히 '연장 공연'을 요구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 '비'공연을 만원에 이틀간 한정 판매한다고 해보세요. 똑같은 시위 일어납니다. 정말 제값을 받고 공연을 했는지, 아니면 보여주기에 급급해 애들을 덤핑 판매했는지도 밝혀야 합니다. 물론 사내 대외비라 밝힐 수 없다고 하면 할 말은 없죠. 대신 앞으로 사내 활동 따위에 대한민국 음악계를 위한다던지 '국위 선양'같은 말을 지껄일 자격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 역시 함께 상기해주셔야함은 물론이고요.

유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경기장 티켓도 이 정도 가격 (물론 좋은 자리는 더 비싸고)이며 공연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건 공연장 임대, 관련 인력의 인건비도 훨씬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게 봐서 적자를 안봤다고 해도 SM타운 소속 가수들은 거의 노개러로 뛰지 않는 한 수지가 안맞는다는 것, 참고로 유럽의 일반적인 가수 단독 콘서트 티켓은 프레스티지 + CD 기준으로 550 달러 (약 400유로 정도) 대부분 티켓이 없어 인근 국가 투어때 비행기 타고 원정을 가는 것도 일반적이다. 투어 연장 시위할만하지 않겠는가? 한국까지 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당연히 투어때 들어가는게 싸고, 그걸 생각 안해도 정말 싼 가격이니까 (게다가 출연진도 한 팀이 아니라 거의 종합선물세트 수준인데)


   
SM은 보아의 해외진출과 함께 주식회사로 상장되었으며 국내 음반 시장의 지속적인 침체 속에서도 해외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어필한 끝에 상장폐지를 면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돈으로 미는 마케팅의 한계, 일본 시장에서 후발 주자에게 추월당하는 현실 등으로 인해 주가를 관리하기가 어려워졌죠. 중국이나 동남아 진출 떡밥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음반 수익이나, 공연 수익이 케파를 맞출 수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실질적 손익분기결산에서 드러나기 마련이기에 SM은 주가 부양을 위해 투자자들을 자극할 새로운 떡밥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던 중 유럽 시장이 조금 움직인 것을 캐치하고 깜짝 이벤트를 열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스미디어, 특히 뉴스 프로그램이나 KBS1같은 주로 30대 이상 경제활동계층에게 보여지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데요. 9시 뉴스데스크는 물론 실질 경제계층 아니면 잘 보지 않는 11시 뉴스라인에까지 출연해서 어필하고 있다는 점, 일요일 저녁 8시 KBS스페셜에서 특집으로 다루었다는 점은 결국 이들이 유럽에 진출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결국 추가 투자를 유도하려는 홍보성 쇼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철저히 SM 내부 혹은 SM 독점 네트워크만을 활용하고 외부 작곡가의 곡을 철저히 외면한 점 역시 SM의 회사 가치만으로 유럽에 진출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이지 우리나라 음악이 세계로 진출해서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기는 어려워보이네요.

왜 하필 뉴스라인이었는가? 왜 하필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KBS1이었는가? 왜 중장년층 시청율이 높은 다큐멘터리였는가?


기업, 투자 유치로는 참 배울게 많은 기업입니다만...
그냥 투자 유치 활동을 가지고 '국위 선양'이니 우리나라 음악을 세계에 알린다느니
하는 식의 발언은 삼가해주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오히려 SM의 이런 활동들이 결국 해외 진출 루트가 SM 기업을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독과점상태가 되어 해외 진출이 아예 제한되어버리는 일이 생겨버릴 가능성도 있을뿐더러... SM이 이런 '한국 음악계의 실크로드 SM'의 독점 체계 고착화를 조금이라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힘들거니와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 역시 대한민국 음악의 세계 진출같은 거창한 대의가 아닌 그 대의를 앞세워 돈을 벌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도 차라리 외화벌이처럼 아예 외국에서 악착같이 돈을 추구하면 그나마 낫겠습니다만, 이들의 최종 목적은 유로, 엔, 달러벌이가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의 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별다를게 없죠.

....그들은 언제나 그러고도 남을 만한 회사였고
앞으로고 거기에서 크게 변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