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1. 6. 29. 23:12
이 글은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 SM엔터테인먼트 1,2,3 편에 이어지는 '부록'입니다.

SM엔터의 유럽 진출과, 동아시아의 한류 바람으로 음악 업계가 난리입니다. 전 세계로 확산되는 한류라느니, 이젠 미국만 남았다는 둥 뭔가 정신이 벙벙한 이야기들이 터저나오고 있는데요. 이게 너무 갑자기 막 성과만 터저나오는 깜짝이벤트성이 강한 나머지 정작 이들이 어떻게 이것을 이루어냈는지에 대한 조명은 없는 채로 성과에 발 하나 걸쳐보겠다는 사람들의 사탕발림만이 미디어에 가득 실려 나오는 것 같아 다소 아쉬운 감이 듭니다. 정말 한국 음악계, 아니 엄밀히 말하면 지금 이미 유럽 평정의 신호탄을 쏘았다고 자평하는 SM의 이같은 해외 공략이 한국 음악계 나아가 한국 전체의 국위 선양을 해준다고 추켜세울 정도로 국가적인 경사인걸까요?


SM의 조직 체계, 그리고 해외 전략...

SM은 그 거대한 규모 답게 많은 수의 전속작곡가 및 전속 매니지먼트 사원, 그리고 수많은 연습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획사들이 대부분 자금적인 여유가 없어 일원화체계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는 육성부터 음반 출시 후 활동 매니지먼트까지 모두 일원화되어 움직일수 있는 탄탄한 조직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요. 사실 SM이 많은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이런 대가족을 거닐고 있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른바 '독식'체계가 그것인데요.

이들은 최근 아이돌이 '스타급 외주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는 추세에 거의 따르지 않고 가능하면 유영진 사단 내에서 처리하며 아주 급할 때나 전략상 필요에 의해서만 외부 작곡가를 잠깐 쓰는 형태를 취합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대체로 '국내 활동'을 할 때에 국한될 뿐 해외 활동에 있어서는 절대 외부 작곡가의 곡을 푸시하지 않는데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입니다.


    필자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녀시대의 일본 데뷰 곡으로 'GEE'를 꼽았습니다. 일본에서 분명 통할 것 같은 음악적 색깔과 기획이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SM엔터의 소녀시대 첫 싱글은 '소원을 말해봐' 가 나왔고. 정말 미친듯한 푸쉬를 받아 싱글 15만장 판매로 오리콘 4위를 달성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정작 GEE는 바로 1개월 뒤 후속 싱글로 나오게 되는데요. 보통 퍼스트 싱글 뒤에 최소 2개월 이상 판매가 지속될 텀을 주는 것이 관례였지만 GEE는 생각보다 그 텀이 매우 짧았습니다. 여기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GEE는 '소원을 말해봐'만큼의 푸쉬를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만장을 넘기며 2위를 수성합니다. 결과적으로 푸쉬 여부를 떠나 일본은 '소원을 말해봐'에 반응하지 않았고 'GEE'에 반응했다는 것큼은 분명한데요. 지금도 일본 가라오케 챠트를 살펴보면 '소원을 말해봐'는 보이지 않지만 'GEE'는 언제나 순위권애 랭크되어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왜 SM이 첫 싱글로 소원을 말해봐를 내놓았던 것일까요? 한낱 유학생들조차 예측이 가능했던 GEE의 성공을 그들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혹은 전략상 소원을 말해봐를 먼저 띄우고 GEE를 발매하는 속사정이 있었던걸까요?, 그럴리가요. 지금 GEE에 반응하는 일본의 추세를 봤을 때 만일 GEE가 소원을 말해봐 정도의 푸쉬를 받았더라면 지금 소녀시대는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을거라는걸 SM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핵심은 '소원을 말해봐'는 'SM의 유영진'과 그들과 독과점적인 관계를 맺고있는 유럽의 작곡가 그룹이 만든 곡이었고 GEE는 국내 작곡가 E-TRIBE의 작품이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GEE는 싱글 발매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위권에 랭크, 그 위에는 발매된지 1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KARA의 미스터가 눈에 띈다. (랭크에 곡이 두개인건 가라오케 기계 회사 DAM과 JOY가 제각각 집계를 했기 때문) 참고로 이 랭킹은 2011년 5월 기준이며 200위까지 산정되는데 이 안에 GENIE (소원을 말해봐) 는 랭크되지 않았다. (참조:http://www.pasela.co.jp/karaoke/ranking/month.php)


SM은 가능한 자신들 내부 혹은 자신들만이 연결될 수 있는 독과점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매니지먼트 활동을 전개합니다. 이는 자신들이 개척한 과실을 자신들 이외의 자들이 얻어먹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정책 같은 것인데요. 이들은 이미 AVEX를 통해 재주는 SM이 넘고 돈은 AVEX가 챙기는 사례를 두 번이나 눈앞에서 당해왔던 전례가 있어, SM이 개척한 해외 진출 루트를 SM이 독점하며 수익을 독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SM식구가 아닌 외부 스타작곡가가 작곡한 곡이 너무 많이 팔려버리면 SM의 명성보다 해당 작곡가의 명성이 현지에서 더 높아지게 되고 이는 SM의 독과점 노선의 이상이 생기게 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노선은 소녀시대의 최신 싱글 MR TAXI 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곡은 소녀시대 곡 중 처음으로 국내가 아닌 일본 현지 선행발매를 한 곡인데,놀랍게도 일본 원곡이다. 물론 예전의 AVEX 때와는 달리 SM의 직계 네트워크 노선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를 이미 완성했을 것으로 추측되고는 있지만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고 보도되고, 이미 중국과 동아시아는 평정을 한 '슈퍼주니어' 벌써 뉴스에서 열번도 넘게 본 플래시몹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쏘리쏘리'죠 물론 이 곡은 유영진 사단의 작품이 맞습니다만, 그 속에 숨겨진 작곡가가 한명 더 있었는데요 바로 미국 보이그룹 출신 DREW RYAN SCOTT입니다. 유럽 발매 버전인 영어 버전의 편곡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의 존재가 새삼 중요한 이유는 얼마 전 일요일 저녁 8시에 KBS1을 통해 방영된 특집 다큐에서의 이수만 사장의 발언 때문인데요.

실제로 요즘 SM이 밀고 있는 f(x)의 거의 모든 곡은 외국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해외에서 f(x)의 인지도가 다른 그룹보다 반응이 빠른 이유도 이와 무관치않다



  이러한 SM의 의중은 비단 음악 뿐만 아니라 안무나 매니지먼트 등 거의 모든 전반적인 분야에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소녀시대의 훗 안무가로 유명한 리노 나카소네를 비롯해 이 아이돌을 만드는 거의 모든 채널이 SM 내부 혹은 외부의 독점 네트워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SM은 스스로의 성과를 통해 자연스럽게 밝히고 있습니다. 당연히 유럽인 음악 취향에 맞는 음악을 만들고 유럽인 음악 취향에 맞는 안무를 만들어낸다면 팔립니다. '팔기만 하는'게 목적이라면야 그걸 가지고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죠. 그들이 지금 '한국 음악'을 팔러 간 게 아니라 '한국 애들'을 데려다 외화를 벌기 위해 단체로 일감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 말입니다. 

사실 이게 '사기업'이 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홍보 방식입니다. 이들은 SM의 유럽 진출 및 성과가 SM의 일개 개별 회사의 경사가 아닌 국가적인 쾌거라며 당당하게 공영방송 다큐멘터리에 나오고 뉴스에 등장해 당당히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마치 자신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드높이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꼭 따라붙는 자료화면은 '현지 교민들의 반응'인데, 그들은 지금까지 국가 이미지에 대해 잘 몰랐다가 이번 내한공연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가 향상되었다고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올랐는지 여부가 아닌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국 가수들에게 열광하는 유럽인들'을 보고 자발적인 결론을 내린 의견을 보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있음에도 말이죠.


이번 유럽 진출을 성공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철저한 현지화에 대한 노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현지화는 철저하게 '기획사'의 역할에 한정해 '완제품'만을 판매하고 핵심적인 '원곡'에 대한 권리나 매니지먼트까지 거의 대부분 현지 유명 인력들과 손을 잡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팔려면 그렇게 해야 하죠. 그런데 그렇게 해서 대체 뭐가 남을까요? 국내 음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해외에 진출해서 '외국 작곡가'와 '외국 프로듀서'에게 키워진 '입양아'가 과연 한국 음악계 그리고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경쟁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증거가 되어줄까요? 백청강이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나라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우리나라의 관리를 받으며 연예인 티가 나며 가요 프로그램 상위권에 오르고 있는 지금 현실을 들어 백청강이 태어난 나라 중국의 문화콘텐츠 수준은 이미 한국을 위협할 수준이라고 판단할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중국이 낳은 스타가 아니라 한국이 만든 스타가 되었다. SM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시각도 앞으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일본의 음반 시장을 K-POP이 장악하게 된 일종의 쾌거는 SM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게 아닙니다. 그들이 주장한 대로 K-POP의 음악적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그 수준이 높아진 데에 SM이 끼친 영향이 절대적인 것도 아닐 겁니다. 음반 시장이 너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저작권법이 각자의 권리에 맞게 세분화되면서 그동안 기획사가 보유하고 독식했던 작곡가들과 연주가들의 권리가 제각각 금전적 보상과 배분이 가능해지면서 젊은 감각과 세계적인 안목을 가진 유능한 작곡가들이 꿈을 잃지 않고 음악계에 대거 덤벼들며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입니다. E-TRIBE, 신사동 호랑이, 용감한 형제 등 독립 작곡 레이블의 등장과 더불어 음악이 점차 '틀에 박히지 않은' 영역을 넘나들기 시작했고, 지금 별다른 매니지먼트 없이 음악 자체만으로 승부되는 시장에서는 이들 음악의 성적이 소리소문없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음악이 해외에서 SM 자체생산 음악보다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케이스도 얼마든지 있으며, 실제로 일본 시장에서는 SM의 그룹들보다 카라, 비스트 등 군소 기획사들의 그룹들이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코드조차 모르고 작곡한다는 것이 오히려 그의 자유로운 음악 감각을 키웠다고 말하는 '용감한 형제',(사진) 기획부터 음악까지 일본을 배끼기 바빴던 시절부터 풀뿌리 아이돌 음악을 꾸준히 추구했던 DSP의 한재호,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신문배달을 해가며 언더 작곡가부터 지금의 정상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는 노력을 해왔던 신사동호랭이까지, 이들이 다른 업계가 아닌 음악계에 진출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음악업계 전반적인 노력이 있었던 것이 결국 우리나라 음악계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믿어 의심치않는다. 문화산업이란 시대를 역행하며 자신들을 통해서만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독점루트를 만들려는 자들에게 기회를 주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힘은 '기획'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획사에 소속된 전속 작곡가의 경우 어떤 그룹의 '기획'에 맞춰 곡을 '찍어내야 하는' 창작적 제약이 심할 수밖에 없죠. 기획이 앞선 뒤에 곡을 나중에 작곡해야하는데다가 보컬의 음색이나 그룹 이미지, 가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완성도에 신경을 쓸 만한 여력이 부족해질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이런 환경에서는 좋은 음악이 나올수가 없죠. 그러나 이들 독립 레이블을 가지고 있는 작곡가들은 곡을 먼저 만들고 수많은 아이돌 혹은 아티스트들 모두를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에 전속 작곡가들보다 창작적 제약이 훨씬 덜하기 마련입니다. 한국 음악계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렇듯 본질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지, 그저 애들을 밖에 내보내서 인기를 끌기 위해 외국인 작곡가 프로듀서의 힘을 빌려 진출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발전은 커녕 풀뿌리를 좀먹는 결과 이상을 내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제값은 받고 있나?

우리가 이들의 성과를 보면서 주의해야할점은 '우리의 현실'과 '그들의 현실'을 결코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대비 문화지출비용이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합니다. 그만큼 경제 규모에 비해 문화 콘텐츠 산업에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은 다릅니다. 인구나 인근 국가의 접근성 문제도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문화를 대하는 자세가 다른데요. 정말 오리콘에 등장해 한 번도 1위를 하지 못하거나 총 판매량이 채 5만장을 넘기지 못하는 아티스트도 얼마든지 전국투어 콘서트를 열 수 있으며 홍보하기에 따라 매진 행렬도 가능합니다. 즉 이미 소득 대비 '문화비' 자체가 다른 겁니다.

  다시말해 우리나라가 100을 벌면 물가가 상승할 경우 문화비와 외식비를 줄이고 생필품비를 KEEP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 특별히 문화비와 외식비만 줄이는 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지출을 균등하게 줄이는 성향을 보입니다. 문화비가 선택이 아니라 '생활필수비용'이라는 것이 그들의 인식인것이죠. 우리나라로서는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복지 제도 등 이런 저런 국가적 사정이 얽혀 있는 것을 감안한다손쳐도 아무튼 그들이 지출하는 문화비에 대한 '저항감'은 훨씬 덜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바로 '미디어 접근성'인데요. 음악을 들을 보편적 기회가 정말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과 일본은 절대 이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공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방송국에서 하는 공개방송은 '무료'로 개방합니다. 초대권이 필요한 경우에도 보통 티켓을 무료로 배부하죠. 그런데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콘서트가 당당히 입장료를 받았고, 그 가격이 일반 콘서트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었으며, 그나마도 선착순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더 놀라운점은 그냥 순수 방송국 주최가 아니라 '기업 스폰서'를 낀 콘서트였음에도 그런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우리나라같으면 상상도 못할 문화 소비 기준이겠지만 해외에서는 당연하게 소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기준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되는 부분인 것입니다.


공급도 넘치지만 수요는 더 넘친다. 그래서 공급을 늘리면 수요도 같이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 일본과 유럽에서는 현실 그 자체다. 지금 당장 지나가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일에 돈을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기까지 우리나라는 얼마의 시간을 더 들여야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1순위' 즉 '콘서트하면 반드시 가야 할 가수'가 대체로 1명을 넘기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2순위도 있고 3순위도 있습니다만, 그들은 그냥 TV에서 보거나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공개방송에 가는 것으로 타협하죠.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1순위는 물론이거니와 최소 5순위까지는 절대 가야 할 영역권에 넣어있으며 6~10순위권이라 할지라도 기회가 된다면 간다는 의사결정이 될 만큼 '인식적 시장'이 대단히 넓습니다. 만일 한국의 음악시장 소비층을 10만명으로 계산하고 이들에게 나올 수 있는 수익을 100으로 가정한다면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같은 10만명이라도 그 10배 이상의 시장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구매력'의 문제가 아닌 '다양성의 수용'이라는 문제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아무튼 이렇게 수율이 다르다보니, 지금 유럽인들이나 일본인들이 보이는 저런 반응들이 진짜 우리 K-POP에 1순위로 열광하는 것으로 왜곡되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10순위일수도 1순위일수도 있지만 우리 시각에서 그정도로 오바스럽게 '외국가수를 좋아할정도면 당연히 1순위'라고 우리 기준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인데요.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에 지금 다른 나라 가수가 내한공연을 했을 때 과연 누가 와야 저런 정도의 플래시몹이나 단체 시위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아마 그들이 비교하는 대로 '비틀즈'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 비틀즈도 힘들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유럽인들은 정말 비틀즈와 동급으로 K-POP을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확실한건  모인 사람 모두 K-POP을 1순위로 좋아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모인 모든사람들이  눈물을 흘릴만큼 열성적인 사람만 가득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떼로 통곡할정도면 따로 한 사람씩 편집할 이유가 없었겠죠.

이정도 퍼포먼스는 정말 심하게 말해서 우리나라 인터넷 카페 중 회원수 좀 되는 카페정도라면 얼마든지 개최할 수 있는 정도다. 왜 이들이 하면 그렇게 특별해보인다고 착각을 해줘야하는걸까?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들의 성과를 성공으로 치부하는 데에 있어 뉴스 보도나 '다큐멘터리'가 제시하고 있는 기준입니다. 1만 7천명 동원, 열화와 같은 성원에 못이겨 추가공연, 전 세게에서 우리나라가 발신하는 유튜브를 보고 있다는 것, 이 세 가지인데요. 일단 이 세 가지 기준을 들어 K-POP이 유럽을 평정했다는 식의 다큐와 보도가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어색합니다. 왜냐하면 '구매력'과 정말 직결되었는지를 판단하게 만드는 기준 즉 '상품성'이 어느 정도였는지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콘서트야 유료 콘서트였다면 얼마든지 시장성으로 검증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유럽 콘서트라는것이 결국 현지 수익 배분을 따져본다면 티켓 가격을 많이 올리거나 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거나 하는 숙제를 안게 되는데요. 아무리 시장 개척이라는 명분이라고 하더라도 단발성 이벤트만으로 시장을 판단하게끔 하는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안이 필요한거죠. 즉 공연에 몇 명이 들어왔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공연 수익'이 얼마나 되었느냐를 먼저 밝혔어야 합니다. 물론 회사 대외비라서 밝히기 꺼려질수도 있습니다. 강요는 할 수 없죠. 대신 '국위 선양'따위의 발언도 같이 집어쳐줘야 하는 숙제가 남겠지만요.

투입된 그룹만 5팀, 맴버 수는 30명에 육박할정도면 원정 간 팀은 최소 100명은 넘을것이고, 여기에 현지 운영 팀 인건비에 장소섭외비, 마케팅비까지 포함해서 산정한 게 이 정도라면 이미 공연을 꾸리는 것 자체만으로 비용처리가 끝나버린다는 소리다.


다른 기준을 살펴봐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유투브는 무료 메체이고 정식 음반 발매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 실적도 전무합니다. 나온 거라곤 정말 수차례 반복적으로 방송된 파리의 쏘리쏘리 플래시몹이나 공항에서의 마비사태, 추가공연 시위 등이 전부였죠.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구매'를 이끌어냈다는 어떤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뭔가 '앞으로의 가능성'에 투자와 성원을 보내달라는 식의 '호소성' 활동이 더 많았습니다. 실제 실적보다는 앞으로의 실적을 내세우면서 말이죠. 그리고 지난 월요일 밤 11시에 방영되었던 파이팅 재팬 '서울 오사카'에서는 방송의 거의 절반 이상을 '가수들의 모습'이 아니라 팬들의 얼굴과 피켓, 울면서 환호하는 장면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지난 월요일 23시에 SBS에서 방영된 서울 오사카 파이팅 재팬 주요장면, 어떤 콘서트 DVD도 이딴 식으로 편집하면 반품크리.... 누가 가수보다 관객을 더 많이 보고싶어하겠는가?


게다가 이들 콘서트는 어느 한 그룹의 단독 콘서트가 아닙니다. SM타운 소속 그룹들이 거의 총동원된 컴필레이션 콘서트(?)라고 볼 수 있었는데요. 이런 공연은 대체로 가격이 출연 가수들 수에 정비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한 예로 '마이클잭슨과 친구들' 내한 공연 때는 마이클잭슨 이외에도 정말 수많은 수준급 아티스트들이 함께 공연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비싼 티켓 가격으로 논란이 되었던 30만원 정도의 티켓 가격이 유럽에서는 당연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다양한 가수들이 나오는 만큼 공연 플레이 타임이 같더라도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죠. SM의 유럽 현지 공연이 과연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가격책정을 했을지 아니면 그냥 일반적인 단독 콘서트 수준의 가격책정을 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였을 경우 사실상 '유럽'에서는 '폭탄 세일'수준의 파급력을 가져옵니다. 당연히 '연장 공연'을 요구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 '비'공연을 만원에 이틀간 한정 판매한다고 해보세요. 똑같은 시위 일어납니다. 정말 제값을 받고 공연을 했는지, 아니면 보여주기에 급급해 애들을 덤핑 판매했는지도 밝혀야 합니다. 물론 사내 대외비라 밝힐 수 없다고 하면 할 말은 없죠. 대신 앞으로 사내 활동 따위에 대한민국 음악계를 위한다던지 '국위 선양'같은 말을 지껄일 자격도 동시에 사라진다는 것 역시 함께 상기해주셔야함은 물론이고요.

유럽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 경기장 티켓도 이 정도 가격 (물론 좋은 자리는 더 비싸고)이며 공연 티켓 가격이 비싸다는건 공연장 임대, 관련 인력의 인건비도 훨씬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게 봐서 적자를 안봤다고 해도 SM타운 소속 가수들은 거의 노개러로 뛰지 않는 한 수지가 안맞는다는 것, 참고로 유럽의 일반적인 가수 단독 콘서트 티켓은 프레스티지 + CD 기준으로 550 달러 (약 400유로 정도) 대부분 티켓이 없어 인근 국가 투어때 비행기 타고 원정을 가는 것도 일반적이다. 투어 연장 시위할만하지 않겠는가? 한국까지 가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당연히 투어때 들어가는게 싸고, 그걸 생각 안해도 정말 싼 가격이니까 (게다가 출연진도 한 팀이 아니라 거의 종합선물세트 수준인데)


   
SM은 보아의 해외진출과 함께 주식회사로 상장되었으며 국내 음반 시장의 지속적인 침체 속에서도 해외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어필한 끝에 상장폐지를 면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돈으로 미는 마케팅의 한계, 일본 시장에서 후발 주자에게 추월당하는 현실 등으로 인해 주가를 관리하기가 어려워졌죠. 중국이나 동남아 진출 떡밥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음반 수익이나, 공연 수익이 케파를 맞출 수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실질적 손익분기결산에서 드러나기 마련이기에 SM은 주가 부양을 위해 투자자들을 자극할 새로운 떡밥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던 중 유럽 시장이 조금 움직인 것을 캐치하고 깜짝 이벤트를 열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메스미디어, 특히 뉴스 프로그램이나 KBS1같은 주로 30대 이상 경제활동계층에게 보여지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데요. 9시 뉴스데스크는 물론 실질 경제계층 아니면 잘 보지 않는 11시 뉴스라인에까지 출연해서 어필하고 있다는 점, 일요일 저녁 8시 KBS스페셜에서 특집으로 다루었다는 점은 결국 이들이 유럽에 진출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결국 추가 투자를 유도하려는 홍보성 쇼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철저히 SM 내부 혹은 SM 독점 네트워크만을 활용하고 외부 작곡가의 곡을 철저히 외면한 점 역시 SM의 회사 가치만으로 유럽에 진출했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이지 우리나라 음악이 세계로 진출해서 인정받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기는 어려워보이네요.

왜 하필 뉴스라인이었는가? 왜 하필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KBS1이었는가? 왜 중장년층 시청율이 높은 다큐멘터리였는가?


기업, 투자 유치로는 참 배울게 많은 기업입니다만...
그냥 투자 유치 활동을 가지고 '국위 선양'이니 우리나라 음악을 세계에 알린다느니
하는 식의 발언은 삼가해주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오히려 SM의 이런 활동들이 결국 해외 진출 루트가 SM 기업을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독과점상태가 되어 해외 진출이 아예 제한되어버리는 일이 생겨버릴 가능성도 있을뿐더러... SM이 이런 '한국 음악계의 실크로드 SM'의 독점 체계 고착화를 조금이라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기도 힘들거니와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 역시 대한민국 음악의 세계 진출같은 거창한 대의가 아닌 그 대의를 앞세워 돈을 벌고 싶을 뿐입니다. 그것도 차라리 외화벌이처럼 아예 외국에서 악착같이 돈을 추구하면 그나마 낫겠습니다만, 이들의 최종 목적은 유로, 엔, 달러벌이가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의 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별다를게 없죠.

....그들은 언제나 그러고도 남을 만한 회사였고
앞으로고 거기에서 크게 변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