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1. 8. 6. 12:07
이제는 뭐 잊을만하면 심심찮게 올라오는 언론들의 기사 소재중 하나가 된 '한국 여성들이 외국인에게 과도하게 개방적인 태도' 는 비난의 타깃이 주로 '외국인을 좋아하는 여성'그 자체에 몰리는 데에 그치게 됩니다. 이런 기사가 나오면 어김없이 댓글란에는 한국 여성을 비판하는 남성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여성은 '소수'와 '일부'의 논리로 이를 맞받아치거나 도리어 '그들의 매너'나 '인품'을 내세워 정당화하면서 '한국 남자'들의 여성을 위하지 않는 마초적인 성향을 질타하는 식으로 끝을 맺곤 하는데요.



그런데 이런 논란이 본질에 근접하고 있느냐면 당연히 그렇지도 않았고 그럴수도 없는것이, 사실 모든 남녀간의 문제가 그렇듯 결국 이것도 남녀간의 이해불충분에서 나오는 아주 기초적인 분쟁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지 남녀간의 문제로 좁히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는데요. 다른 문제와는 달리 한국여성들의 '외국인 선호' 현상은 여성들의 개인적인 취향 차원을 넘어선 좀 낫기 힘든 사회적인 문제를 표출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죠. 이런 여성들의 외국인 선호 뉴스와 더불어 잊을만하면 나오기 시작하는 뉴스가 바로 한국 남성들의 원정 성매매 혹은 현지 여성과의 관계 후 생긴 아이들의 국적 문제 등입니다. 물론 이 아이들이 어떤 사정에 의해 생겨났는지는 지극히 개인사이기때문에 섣부르게 뭉뚱그려서 접근할 수 없습니다만, 대체로 이들 여성들이 한국 남성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내 국적, 그리고 내 아이의 국적이 한국인이길 원한다'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경제 사정이 열악하고 그만큼 국가적인 복지 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주로 TV에 등장하며 한국 남성들의 무책임함을 성토하며 눈물짓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 속에 아버지가 보고싶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죠. 여기에 보너스로 언론은 아이의 아버지를 찾아내서 그 아버지의 개인사나 무책임한 태도를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들 여성들이 한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가버리면 아이가 아버지 없이 자랄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을 몰랐을까요? 그걸 감수해가면서도 이 남자는 다르기를 바라면서까지 매달리게 되는 이유는 '한국 국적'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국가가 적어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에 있어 여성들에게 이렇다할 확신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데요. 여성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에 불안감을 갖게 되면 어떻게든 '떠날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이는 비단 인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새끼를 키우는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어미의 생존본능 같은 것입니다.

맹모삼천지교도 이런 어미의 본능에서 나왔을까요?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보죠. 사실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외국인'에겐 어떤 특징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그들은 인종을 따지기보다 '국적'을 많이 따지는 성향을 보이게 되죠. 단지 백인이라서, 흑인이라서 다가가는 게 아니라 그들의 국적이 적어도 우리나라보다 안정적인 복지정책을 가진 나라인지, 혹은 경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큰 나라인지가 기준이 되는 것이죠. 대체로 '영미권'혹은 '서,남유럽'의 패권국가 남성들이 한국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쿨하게 사귀는 걸 좋아하거나, '특정 인종 남성'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는 분들도 분명 존재합니다만, 이 글에서 말씀드리는 분들과는 다른 사례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왜 이들 패권,복지국가 남성들을 특히 선호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한데요.

'내 국적, 그리고 내 아이의 국적이 패권,복지국가의 국적이길 원한다'

국적의 가치, 혹은 최소한 배우자 비자라도 얻을 수 있는 조건이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가치는 생각보다 큽니다. 결국 여성들이 남성들의 재력을 선호하는 이유도 '아이를 안정적으로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 것에 지나지 않듯이 이 비자나 시민권이라는 것이 장기적으로 '재벌의 재력'과 동일한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은 단지 '돈'의 액수 크기만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이 '몇년에 나누어서 자신의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를 계산합니다. 지금 큰 돈을 가진 남자와 당장 가진 돈은 많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나쁘지 않은 월급을 가져다주는 남자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적지 않은 여성이 월급남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국적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이들 여성들이 패권국 남성에게 성적인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마인드를 취하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 남자의 국적을 믿고 아이를 낳으면 재벌 2세를 낳는 것과 진배없는 안정감을 갖는다고 믿게 되는 것, 흔히 쿨하게 만나기 좋다고 이야기하는 이면에는 '임신'에 대한 위험성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안심한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즉 쿨하게 만나면서 관계를 갖다가 실수하더라도 그들이 말하는 소위 '인생망가진다'는 것보다 '본전(비자)'는 찾을 수 있다는 다소 근거없는 보험 심리가 있는 것이다.



이런 국적의 가치와 해당 국가의 경제, 복지 수준 등을 알기 위해서는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안되겠죠. 어지간히 세계 정세에 밝지 않으면 습득하기 어려운 지식입니다. 그래서인지 언어 문제도 있겠지만 대부분 패권국 남성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고학력자 혹은 '유학파' 여성들이 많습니다. 물론 비자나 국적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일부러 드러내서 득될 게 없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외국 남성'들의 매너나 여자를 대하는 태도, 다른 매력 등을 선호의 이유로 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유학이나 명문 학교를 통해 세계 정세를 배우며 가지는 확신의 근거는 바로 '패권국의 혼인법령과 양육권'이 주는 혜택입니다. 아이를 가질 경우 결혼의 빌미로 삼을 수 있음은 물론 행여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아이의 아버지 국적에 의거하여 아이가 패권국의 국적을 갖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혼을 하더라도 재산분할이나 양육권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어마어마하다는 점 역시 인지하고 있기도 하고요. 한마디로 싱글맘이 되더라도 한국남자와 맞벌이를 하는것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 주어진다는 것을 분명하게 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타이거우즈 부인의 성공사례와, 헐리우드 가족영화에서 보여주는 양육비 지급 시스템을 두고 벌이는 법정싸움이 많은 영향을 끼쳤을 터...



그런데 그들이 원하는대로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한국 남자들의 코시안 양산처럼 패권국 남성들이 반드시 책임을 지고 아이를 양육할거라는 '양심'에 기대하거나 국내에 영향을 끼치기 힘든 해당 국가의 '연방법'에 의존하는 다소 무모한 시도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들을 선호하는 한국 여성들이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만, 막상 일이 터질 경우 경험부족으로 인해 관련 법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못하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죠. 외국 남자들은 양심적이고 여자를 버리지 않는다는 건 지극히 일반화된 개념일 뿐, 해당 국적 모든 남자들의 평균적인 인식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애써 부정하며 외면하곤 합니다.

여성들의 이런 인식은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 수준과 국제적 지위, 그리고 그분이 말씀하시는 '국격'을 고려해본다면 이미 전후 동두천에서 종말을 맞았어야 했습니다. 당시 미군의 있지도 않은 양심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 밖에 없었던 동두천 여성들의 절박함은 전후 폐허가 된 국토에서 아이를 낳고 살기에 암울했던 환경을 직시한 본능적인 행동이었을것입니다. 지금 낮은 경제수준 국가에서 태어나는 코시안들의 어머니들도 그런 절박함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나라에서 그런 절박함이 생긴다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이 봐도 이해되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경제 12위, G20개최국, 평창동계올림픽개최확정지를 포함한 4개대회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국가가 '여성들이 자국에서 애 낳는 것이 두려워 패권국 남성 국적을 필요로 한다'라는 현실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인가요?

애를 낳으면 셋째부터 돈을 얼마 주고 이런 '일시적' 물량공세 (라고 말하기에도 창피해 미칠지경인) 가 아니라 아이가 클 때까지 큰 부담없이 키울 수 있도록 '정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여성은 눈앞에 큰 돈이 생겨도 그걸 쓸 수 있는 기간을 나눠 계산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한방보다는 월급쟁이같은 꾸준함이 필요함에도 이 나라는 그걸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죠.


지금도 우리나라는 '복지'라는 것을 '가족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자식이 돈을 뺏어갈 뿐 준 적은 없어도 자식의 수입이 기준치에 넘었다는 이유로 독거노인에게 '생활보조금'을 주지 않는 것을 지금의 신자유주의라는 대한민국에서 '아예 법으로 규정해 놓은' 것도 웃긴데 그렇게 복지비용책임을 '자식들'에게 전가시켜놓고 그 '자식들'을 키우는 데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이기주의적 정부가 과연 국격에 어울리는 정부일까요?

이런 정부와 암울한 미래가 느껴지는 나라에 대해 남자와 여자의 태도 차이는 분명합니다. 남성은 대체로 지금 있는 나라를 어떻게든 피하지 못할 필연으로 두고 살아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반면 여성들은 앞으로의 나아질 가능성보다는 지극히 현실의 어려움만을 보게 되기 때문에 지금 현실을 도피하거나 외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목숨걸고 그것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죠. 외국인에게 매달려 그들의 국적을 따내려 드는것도, 조금이라도 재력이 있는 남자들에게 인생을 걸어버리는 것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본능적으로 나온 어쩔 수 없는 방책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런 행동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현실을 개척하지 않고 도피하려는 모습은 지금의 남녀평등 주장과 사회활동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들의 이중적 태도와 맞물려 비난을 받기 십상이니까요.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단지 여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끝내기엔 뭔가 좀 아쉽습니다. 왜 자식을 키우는데에 국가로부터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면서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우리의 노후 책임을 '자식'이 반드시 해야 할 유교적 미풍양속으로 뭉뚱그리는지, 왜 우리는 젊어서 자식들을 키우느라 허리휘고, 우리의 늙고 힘없을 시기를 걱정하면서 평생을 살아야만 하는지, 그런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진즉에 없어졌어야 할 동두천 비극을 전국민화시키는데에 죄책감은 커녕 눈깜짝안하는 이 정부가 과연 정상적인건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남자를 위해서도 아니고,
여자를 위해서도 아닌,
우리와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공화국 연구소 외국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 그 특별함에 대하여...편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