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5. 27. 02:15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솔로부대원등에게는 이른바 궁극의 염장 스킨십이라 불리우는 무릎베개는 주로 일본에서 상륙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데요.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손잡기나 키스처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일단 남자 키보다 더 긴 벤치 혹은 잔디밭에 깐 돗자리 등이 필요) 희귀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무릎베개 의외로 동양권에서는 역사가 꽤 깊은데요. 장희빈이 숙종을 꼬실(?)때 이용했던 것이 숙종이 잠이 들 때까지 무릎베개를 해줬다가 잠이 들면 슬쩍 빠져나왔다가 깰 때쯤 다시 무릎을 내어줬다는 일화도 있고, 옛 말에 '여자 치마폭에 싸여...'라는 표현에는 치마속에 들어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치마 위 혹은 속 맨다리 무릎을 베고 태평하게 담배를 피우며 노니는 모습을 비하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죠. 그밖에도 중국의 고서에서 타락한 임금을 표현할때 주로 직접적인 섹스어필보다는 이 무릎베개를 적극적으로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뭐 말할것도 없이 지금까지도 이른바 야마토 나데시코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고요.

이 중 일본의 무릎베개가 조금 특이한데요. 최근에는 서양화된 의상으로 인해 벤치에서 허벅지 부분을 옆으로 베는 형태가 일반화가 되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일본식의 무릎 베개는 그들의 여성 전용 의상 '기모노'의 영향으로 양 무릎을 꿇은 채로 남자가 양쪽 허벅지 사이와 무릎쪽에 목과 머리를 기대는 형태가 됩니다. 그냥 무릎을 꿇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든 자세입니다만 (그들은 앞쪽 발가락으로 발 전체를 직각으로 세워서 앉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장시간 앉아있게 되면 상당히 체력소모가 심합니다) 거기에 남자의 머리무게까지 지탱을 해야 한다니 보통 애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서비스였을 것 같습니다.

피타텐 11화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일본식 무릎베개에 대한 기본 이론과 자세, 눕는 법까지 상세히 고증이 되어있네요 (...)


한국의 무릎베개는 역시 장희빈의 일화가 잘 알려져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조선시대 전통 의상이 대체로 치마가 펑퍼짐하기때문에 자세를 잘 알수 없는데다가 이에 대한 기록도 사실 전무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앉아있는 자세를 토대로 상상해보면 한쪽 다리를 굽힌 채로 곧추세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는 작각으로 내려놓는 (글로 설명하려니 참 힘드네요) 자세에서 남자는 내려놓은 여자의 무릎, 엄밀히 말하면 허벅지 뒷쪽 살과 종아리 부분의 살이 만나 불룩하게 올라오는 부분을 베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남자는 비교적 말랑말랑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부분을 베고 있기 때문에 역시 편하겠습니다만 여자 쪽에서는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불편하긴 했겠죠.

이 무릎베개가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토록 오랜 기간 남성들에게 선호되어왔던 것일까요? 그리고 어째서 여성들은 이런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비스를 계속해왔던 것일까요? 무릎베개가 과연 남녀 모두에게 무의식적인 어떤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애 고수들이 전하는 연애 비법중에 잘 알려져있으면서도 타고난 몇몇 사람들 이외에는 잘 활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죠? 바로 '모성본능 자극'입니다. 무릎베개는 이 모성본능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단지 남자가 편안하게 눕기 위해서가 아닌 일종의 '작업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라이트 노벨 '악마의 파트너'에서도 도지마 코우가 여자를 꼬시는 방법으로 '선배 무릎베개 해도 되요?'라고 묻는 대사가 나옵니다 (부연설명으로 보통은 거절하지 못하는 미묘한 스킨쉽 수단이라는 것까지 덧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무릎베개는 조금 특별한 스킨쉽 방법으로서 스킨쉽에 평소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무릎베개 만큼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내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입니다)

이 무릎베개는 사실 조금 깊은 의미로 생각해보면 남자가 아무런 목적성이 없이 여성의 자궁과 가장 가까워지는 자세가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무릎베개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모성을 느끼면서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항간에는 여성의 무릎 높이가 남성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베개 높이라서 목을 편안하게 해준다는데 사실 팔베개의 경우에는 목만을 받쳐주기 때문에 인체공학적으로 설명이 됩니다만 무릎은 다리가 가는 여성의 경우 딱딱하고 어느 정도 살집이 있는 여성의 경우 눕는 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에초 베개로서의 편안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기분이 차분해지고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모태의 상징 자궁에 가장 가까이 있기에 느끼는 유사안정 현상이라고 볼수밖에요.

이쪽이 한국식 무릎베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진으로는 설명이 쉬워서 다행입니다.


여성들도 무의식중에 일어나서 잘 모를 뿐이지 충분히 이러한 점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의미를 따져보면 손이나 키스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짐에도 무릎베개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즉 여성은 자신의 무릎에 누워있는 (혹은 잠들어있는) 남성의 모습을 보면서 모성애를 감지합니다. 어떤 형태이건 애정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이 무릎베개를 한번 거친 커플은 첫 키스 이상으로 서로에게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흔히 무릎베개와 함께 이루어지는 귀 청소는 그런 편안함에서 말초신경이 밀집되어있는 귀를 자극하기때문에 (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볼이 빨개지는 이유와 같은 맥락입니다)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요인은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남녀 모두의 신경안정입니다. 어린 시절 몸이 아플때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어머니의 간호를 받은 경험 있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이게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한 형태로 어머니의 자궁에 가까워지면 어느 정도의 진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 시절에도 이미 태아는 수많은 병균들과 사투를 벌이는데요. 태아 혼자로서는 그것을 절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내부 장기조직이 태아의 면역 건강을 관리하게 되죠. 이미 성장한 이후에도 체질적으로 그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병에 걸려있는 경우 여성의 자궁에 가까워지면 나을 수 있다고 안심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등에서 무릎베개 씬이 등장하는 패턴은 주로 주인공이 어디 다치거나 정신을 잃거나 아플 때에 주로 몰려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네요. 여성 역시도 자신이 마음을 주고 있는 남성을 본능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밖에도 무릎베개에는 평소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잠재적 의미가 있는데요.
다름아닌 '여성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여자의 마음이 그렇긴 하지만 남성들은 그 이상으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는 남성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남자라면 여성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자연적인 현상인데요. 그렇기때문에 남성은 언제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까' 혹은 '나를 떠나가지 않을까' 를 언제나 무의식중에 걱정을 하게 됩니다. 이건 혈액형이고 뭐고 관계가 없습니다. 혹시 안 그런 남자가 주변에 있으시다면 그건 당신을 완전히 사랑하지 않거나 당신이 그런 남자에게 싫증을 낼 것이 두려워 쿨한 척 하는 것 뿐일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릎베개는 평소 잠재의식속에 있던 이러한 걱정을 잠시나마 날려버릴 수 있는 최적의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일본의 무릎베개가 그 궁극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요. 여성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남자의 머리를 받친 상태에서 남자가 잠들어 있다면 남자를 깨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장희빈 설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머리를 잠시 뺐다가 그 곳에 베개를 들이미는게 사실상 무척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죠. 그 이유를 살펴볼까요?

우리가 보통 친구라든지 누군가를 잠에서 깨울때 주로 쓰는 방법은 가슴이나 배 부분을 흔들어 깨우는 것입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자는 사람도 깨우는 사람도 잘 압니다만, (잠시 깨는 듯 하다가 바로 다시 잠이 들죠) 우리들은 무의식중에 TV등지에서 보고 배운 것처럼 사람을 깨울 때는 몸통을 흔들어야 한다는 게 학습되어 있는 것이죠. 사실 잠에서 깨우는 것은 '동물의 왕국'등을 보면 나오듯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만 합니다. 인류가 문명을 만들면서 신경을 곧추세우지 않고 편안하게 3차램수면까지 빠져들기때문에 청각이나 눈을 감은 상태에서의 빛 감지 등이 많이 무뎌져있는 상태이므로 일반적인 자극은 통하지 않는데요.

혹시 누군가를 깨울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쯤 '머리'부분을 흔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자던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잠들기 힘들 만큼 잠이 달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텐데요. 아무리 몸의 신경이 평화로운 상태에 익숙해져 있어서 감각이 무뎌져 있더라 하더라도 야생에서의 위협에 대한 본능을 뇌는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뇌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면 생명의 위협이 보다 빠르게 전달이 되기 때문에 잠에서 쉽게 깨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뇌가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지만 본디 신경을 관리하는 중추기관이니만큼 가장 민감하다고 봐야겠죠. 잠이라는 건 궁극적으로 뇌의 휴식을 의미하니까요.

이런 이유로 남자는 무릎베개를 통해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이 여자가 내 곁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느끼고 안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자신도 모르는 본능적 스트레스를 안고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 본능적 스트레스 중 단 하나라도 잠시나마 풀고 있게 된다는 것은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던 사람이 그 모래주머니 없이 다닐때의 상쾌함에 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무릎베개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더할 나위없이 편안할수밖에요. 이것은 앞서의 '자궁설'과는 다르게 여성들에게도 통용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남성의 무릎을 베고 편안함을 느꼈다면 분명 이쪽의 편안함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여성의 다리 모양을 본뜬 메모리폼 베개가 시판되어 한동안 화제를 낳기도 했었는데요. 위에서 설명했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 베개는 진짜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점 이외에도 대체품으로서의 가치 역시 별 효용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무릎베개로 느껴지는 편안함에 대해서는 단지 그 모양이 궁극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각도처럼 수학적인 계산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아무튼 연인이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오늘 잠시 그 연인에게 무릎을 내어줄 것을 부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어주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도 더없이 소중하고 편안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RushAm 2009. 5. 19. 17:00
지난주上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다이어트분야만큼 연구 결과를 두고 마치 토크쇼의 1위 싸움을 하듯 논리가 엇갈리는 연구 분야가 또 있을까요? 어떤 연구에서는 탄수화물 탓을 하고, 그걸 반박하는 논문이 또 발표됩니다. 어떤 논문에서는 불포화지방산이 살찌는 것을 막아준다고 하고 어떤 논문에서는 지방의 유해성과 고혈압 비만 유발등을 주장하죠. 장담컨데 5년 이내에 아직 건드려지지 않은 영양소 '단백질' 과 '무기질 비타민'에 대해서도 분명 채식이 다이어트에 좋다, 나쁘다 식의 연구 배틀(?)이 벌어질 겁니다. 이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에게 해로울게 없어보였던 단백질이 무슨 단백질 무슨 단백질 이런 식으로 세분화되면서 몸에 해로운 단백질도 있다는 게 밝혀졌었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왜 다이어트 분야에 관련된 논문의 목적이 '세계 경제의 조절'이 되었을까요? 여기에는 최근 몇 년간 경제 흐름을 보면 잘 알수 있습니다. 2년쯤 전에 주로 나오던 경제 기사중에 콩, 옥수수 등의 원료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제가 휘청한다는 기사 기억나시나요? 그래서 한때 콩기름 가격도 오르고 옥수수나 밀을 원료로 쓰는 라면 가격도 오르고 해서 이명박정부가 쌀로 만든 라면을 만들어야 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의제도 나왔었지요. 이 기사가 왜 문제가 되냐면 이렇게 국제 곡물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뒤 나오는 다이어트 관련 연구 논문들이 아주 미묘한 타이밍에 미묘한 테마를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이오 디젤 연구는 주로 유럽에서 이루어졌죠.


구석기 다이어트라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얼마 전 탄수화물이 축적되면 결국 다시 지방이 되기 때문에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은 탄수화물이라는 내용의 논문이 매스컴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뒤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탄수화물 안먹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당분 즉 설탕류에 들어가는 탄수화물만이 영향을 끼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만 이 연구 결과에서는 곡물 내에 있는 GI (당뇨환자들이 신경쓰는 당 성분 수치) 가 높으면 같은 분량을 섭취하더라도 살이 찔 수 있다고 했으니 식량난을 겪고 있는 극빈국들을 제외하고 개발도상국 이상이라면 어디에서나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다이어트 문제를 건드린 이상 탄수화물과 관련된 식재료 소비가 더 이상 늘어날 이유가 없었죠. 사실 이 연구결과는 1960년대 엣킨스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됩니다만 지금까지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별다른 붐도 없었고요. 다시 말해 이 연구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한 붐업이 있었던 것이라고 볼수밖에요.

그리고 이맘때쯤 미 당국의 미묘한 판결이 나옵니다. 약 10여년 이상을 끌어왔던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의 유해성에 대한 소송에서 결국 유해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죠. 사실 FDA에서 이미 1981년에 무해 판정을 내리긴 했습니다만 소송에서 이긴 사례와는 그 의미가 달랐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직후 코카콜라는 그동안 중단했던 제로칼로리 코카콜라 광고를 재개했으며 다른 음료 브랜드 '환타'.'킨사이다'등의 저칼로리 제품들도 속속 출시하게 됩니다. 그동안 시장에서 그다지 많은 물량을 볼 수 없었던 팹시 제로칼로리 제품도 본격적으로 CM을 재개하면서 코카콜라사와의 경쟁을 다시 시작했으며 일반 시장은 물론 맥도날드, 피자헛 등의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다이어트 콜라 서비스를 속속 재개하기에 이릅니다. 이 사건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의야해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이 무렵 사탕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이 환경파괴를 가장 적게 일으킨다는 이유로 도쿄의정서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거래하려는 수많은 국가들에 의해 수요가 급증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이러한 일들이 한꺼번에 겹치는 우연이 분명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다음입니다. 이런 노력(?)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곡물 원자재 가격이 한풀 꺾이고 안정화에 접어들자 이후 나오는 연구 논문들에서 해묵은 '유전자 조작 곡물'의 유해성을 꼬집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아직까지 인간에게 어떤 위험이 있는지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먹는 것'과 '건강과 죽음'에 결부된 민감한 주제이다보니 사람들은 유전자 조작 곡물 표시 여부에 관심을 갖게 되고 때맞춰 유전자 조작 곡물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강조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에 음료 업계도 판결이 난 지 불과 2년만에 다시금 직격탄을 맞습니다. 다이어트 콜라가 안정기에 들어설 무렵 갑작스럽게 논문이나 각종 서적들에서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거론하는 내용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하는데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스폰지 2.0이라는 방송을 통해 아스파탐의 유해성 관련 소재가 방송되기도 했는데 출처는 앞서 거론된 논문, 서적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아스파탐 논란도 유전자 조작 곡물 논란과 마찬가지로 학자들간의 논쟁거리일 뿐인데다가 이쪽은 이미 판결이 나버린 상태라서 나머지는 시장의 선택에 맡기면 되는 일이었거든요. 실제로 스폰지 2.0제작진 역시 아스파탐과 관련된 직접적인 유해성을 증명했다는 인터뷰는 한 건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을 하고 계시는 부분이 있는데 미국이 세계 평화, 인류의 안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착각입니다. 몇 번을 강조하지만 미국은 도덕적으로 존경할만한 나라가 아니라 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일 뿐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뿐 세계 어느 나라의 안녕에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건 유럽도 마찬가지며 대한민국도 사실 그럴 틈이 없기도 합니다만 세계 평화에는 별 관심 없이 그저 경제 또 경제일 뿐이죠. 미국의 영향을 톡톡히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미국은 연구 결과를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대인배일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그들이 내놓는 연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녕 어떤 목적에 의해서 어떤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는지는 제가 미국 CIA에 있지 않는 한 확인이 어렵겠습니다만, 흔히 뉴스에서 접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건강 정보'가 어떻게 전 세계 여론과 상식의 기준을 바꾸는지 충분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의학계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정말 경천동지할만한 특급 발견이 아닌 이상 의학계가 정작 관심을 갖는, 즉 학술적으로도 인정할만큼 쓸모있는 논문은 매일 뉴스에 나올 만큼 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거짓으로 밝혀졌습니다만 황우석 논문에 세계가 흥분했던 것도 정말 몇년만에 있는 일이었는지요? 복제양 돌리 이후 십수년만일겁니다. 그만큼 의학계에 영향을 끼칠 만큼 설득력있고 인정받는 논문은 드뭅니다. 하루가 다르게 TV에 나올 만큼 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의학 뉴스를 볼 때마다 '이게 어떤 단체의 음모'인지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생각해봤자 근거도 없고요. 다만 무조건적으로 의학 정보라고 하면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 때문에 무심코 귀를 기울여 맹신하게 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딱 한꺼풀만 벗겨서 들어보면 의학 정보랍시고 나오는 논문들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딱 한달만 특정 주제를 가지고 나오는 논문들의 패턴을 파악해보면 말만 그럴싸하게 써놨지 결국 '내가 옳냐 니가 옳냐' 말싸움을 어려운 말 써 가면서 하는 것 뿐이거든요. 어떤 논문은 뭘 먹지 말라고 써있는데 어떤 논문은 그게 건강에 좋다는 뉴스 정말 한달 간격으로 연구 결과가 뒤집히는 것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최근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아이들의 범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죠


인간은 수십만년도 넘게 살아왔습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지만 아직 인체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죠. 조물주의 신비니 이딴 소리는 집어치우더라도 아직 연구가 덜 된 분야가 다 된 분야보다 훨씬 많습니다. '완치'라고 불리우는 치료 기술도 '재발률'을 0%만든다는 의미는 아닌거죠. 엄밀히 말하면 감기조차 여태 제대로 못 잡고 있는 게 인류입니다. (나온 약들은 대부분 증상 완화제로 결과적으로 치료는 인내 내부 림프구가 담당하죠) 학자들이란, 매우 똑똑하고 훌륭하고 공부도 많이 해서 그들이 하는 말은 다 정설일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의 위상'을 위해 혹은 돈, 그밖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자신을 위해서거든요 인류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피식~) 결국 그 발견 역시 자신이 그 발견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앞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랍니다.

학자가 어떤 가설을 떠올리면 그것을 증명하기 까지 '가설'과 '증명'사이에 갭이 존재합니다. 이 갭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치가 필요한데, 이 수치는 각 평행선을 길어지게 만들어주죠. 이것이 무한 평행을 하는 절대 180'각도를 가진 가설이라면 이미 증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게 0.00001'라도 증명쪽에 기울어진 각도가 보이면 학자는 흥분합니다. 어렵게 떠올린 영감을 잃고 싶지 않은거죠. 실험과 계산을 반복하며 끝도 없이 길어진 평행선 끝에 증명과 만나는 교차점을 찾아내서 그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학술 논문의 정의입니다. 그렇다보니 실제로는 정말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수치 결과 (하루에 일반적인 식습관으로는 절대 섭취할 수 없는 양을 근거로 제시하며 위험성을 경고하는 식)의 결론이 나오더라도 학술계에서는 새로운 발견이라며 논문을 인정해주는 거죠. 어쨌던 위험한 건 위험한 거니까요. 이는 비단 의학계뿐만이 아닌 다른 학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사는 농사꾼이 제일 잘 알고, 직접 해보지도 않고 컴퓨터나 뚜둥기는 놈은 현실을 잘 모릅니다. 지금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서두에서 이미 밝혔듯 개인적인 연구에 의한 '가설'일 뿐이죠. 학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사 한번 안지어본 사람들이 농약,종묘 연구를 할 수도 있고 업계 중에 아마 의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가장 짧은 군에 속하고 있는 것도 웃지 못할 현실이죠. 흉부외과 의사들의 흡연율이 0%가 아닌 것도 엄연한 사실인겁니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스스로의 인생을 스스로의 결정에 맞게 살아가도록 태어났습니다. 책, 언론, 연구 결과, 논문 이딴거 전부 참고서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부분이라면 자신이 생각했을 때 그 생각이 맞다고 동의한다면 그렇게 사는 게 현명합니다. 머릿속에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고 이걸 다 지키고 살면서 연장된 수명보다 그로 인해서 행복하지 못하게 느껴진 만큼 신체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얻는 시간적 손실과 그로 인해 얻는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발생 등으로 인해 깎여나가는 수명이 훨씬 크답니다. 여러분 건강하세요


posted by RushAm 2009. 5. 13. 02:08
매주 화요일에는 공화국 연구소 시간으로 학술지에 실리기 어려운 사회 현상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뉴스에서 하루에도 몇 가지씩 나오는 '의학 논문 보도'의 무쓸모성과 그에 관련된 음모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뉴스에서 가장 정기적으로 많이 쓰이는 소재라면 역시 '건강, 의학' 관련 뉴스겠지요. 아주 최신 소식은 아니더라도 어디 네이쳐지나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들 중 기사거리가 될 만한 (즉 흥미 코드가 있는 것들) 논문들이 간추려서 기사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주로 다루어지는 순서대로 소재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흡연 - 간접흡연 포함 폐 이외의 장기기관에 끼치는 영향 및 정신적인 문제
(학교성적 업무스트레스 등)
2. 음주 - 포도주의 폴리페놀,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해로운지의 여부 등
3. 다이어트 - 음식별, 생활습관 별 다이어트 실험군 결과
(주로 표본은 학생들 100명을 50:50으로 나눈다)
4. 수면 - 몇 시간을 언제 어떻게 자야 오래 사는가 등등
5. 심리학 - 대화의 양, 사교성, 직장에서의 융화 등이 영향을 끼치는 심리변화상태
6. 수명, 성공 - 외모, 긍정적인 사고방식, 성별, 학력차 등이 성공이나 장수에 끼치는 영향

우선 담배에 대해서서 살펴보면 어떤 학자든 대체적으로 흡연은 유해하다는 논지에는 동감을 하고 있습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 다른 어감으로 쓰여진 논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로 미국에서 나오는 연구 결과에서 이러한 현상이 짙게 나타나는데요. 유럽에서 나오는 연구 결과들은 연구 대상이 주로 '청소년'이나 '임산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흡연의 유해성은 물론 간접 흡연으 폐해까지 심도 있게 다루는 편입니다. 반면 미국발 의학 기사는 신기할정도로 직접적인 유해성을 지적하는 기사가 적은 것이 특징이죠. 주로 나오는 것은 '담배와 다이어트의 관계'라든지 '흡연과 심리 불안정의 관계', '금연에 대한 금단 증상' 등이 소재로 나오는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담배 회사 관련된 기사가 눈에 띄네요. 최근 것만 검색해봤습니다만 대략 치명적인 경고를 내포하지는 않습니다. 죽는다거나 폐암이라든지 그런 이야기는 없죠. 끊으라는 어투도 별로 없습니다.


대답은 간단하게도 미국의 말보로사를 비롯한 담배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정계 재계 로비능력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로비력은 학술계에도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고, 논문들이 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죠. 미국이 총기 사용의 위험성과 범죄 유발성을 알면서도 정책적으로 금지를 못하는 이유가 총기 사업체들의 정치자금력을 잃고 싶지 않다는 것에 여야 모두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Give & Take라는 영어단어의 원조격인 미국답다고 해야할까요? 묘하게 정치자금 자체는 법적으로 도적적이진 못하지만 언제나 준 만큼 받는다는 점에서 그 내부 관계는 어느 나라나 참 정직하고 도덕적이라는 점이 씁쓸합니다.

반면 유럽쪽 특히 프랑스쪽은 현실적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을 깨려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 (폐암발생율이 개인차가 있다는 것, 결국 니가 약할지 강할지는 모르니 닥치고 끊어라는 식의 논조) 어떻게든 금연을 독려하는 연구 결과 일색입니다. 담배갑에 폐암 폐 사진을 붙이는 등 영국이나 프랑스 당국의 정책적 적극성 역시 무늬만 갖춘 마약규정으로 때우는 미국과 사뭇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미국이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만, 어처구니없게도 미국 자판기나 편의점에서 지금도 버젓히 판매가 되고 있고 소지하고 있다고 불법마약류소지혐의로 채포되지도 않습니다. 이 정책이 나온 시점이 대통령선거를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는데요. 이 정책을 보고 정말로 미국이 국민 건강에 대해 신경쓰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공화당은 당시 소극적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무늬만 그럴듯한 선심성 정책을 편 것 뿐이고 실제 상정된 법안 내용은 아직 확인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지저분한 부칙이 난무하는 누더기 법안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당시 미 대법원의 판결 내용입니다. 해석은 보시는 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렇다고 유럽이 담배를 비판적으로 까고 있으니까 유럽이 정의로운 학자들이 많은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다음 주제 '음주'로 넘어가면 정 반대 현상이 얼어나게 되죠. 주류산업은 유럽이 시장을 쥐고 있으니까요. 미국만큼 노골적이진 않지만, 유럽은 연구 결과를 통해 프랑스산 와인에서 나오는 폴리페놀의 효능에 대해 끊임없이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음주, 매일 한잔의 맥주가 혈액순환을 좋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는 대부분 유럽발 논문들이죠. 반대로 음주에 대해 극단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유해성을 알리는 논문들의 출처는 북미지역이 대부분이죠.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PLoS Medicine'지에 밝힌 연구결과 중 일부입니다. 양면성이라고 하면서 수치상으로는 압도적이죠? 정말이지 'お見事!'입니다


물론 모든 논문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의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중요시 생각하는 논문과 실제 언론에서 의학 정보를 통해 알려지는 논문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계 종사자들이 그런 논문들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뿐이죠. 즉 이 논문들은 특별히 의학계의 발전을 위해 쓰여졌다기보다는 작게는 언론사에 기사 정보를 제공하고 얻는 수익을, 조금 큰 범주로 보자면 '여론 형성'을 통한 '세계 경제의 컨트롤'이나 '특정 집단의 이권 창출을 위한 기득권 싸움'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득권 싸움은 앞서 말씀드린 흡연과 음주 테마를 말하고 있습니다만 '세계 경제의 컨트롤'이라니 조금 의야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아니 한낱 뉴스기사에 쓰이는 한토막 논문 테마가 무슨 시장 경제를 좌우한다는거야?' 라고 생각하시는게 당연합니다만, 흡연과 음주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다이어트'에 관련된 부분에서 이러한 기능적 측면이 노골적으로 두드러집니다. 그것도 일반인들이 잘 알아채지 못하도록 아무런 상호 관계를 두지 않은 채로 말이죠.

사진 이미지에 대한 허가가 아직 떨어지지 않아 부득이 2편으로 나누어짐을 양해바랍니다.

다음주에 다이어트 논문과 관련된 내용이 이어집니다.
2009. 1. 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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