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2. 9. 1. 22:49

법 판례에서 드물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단어 중에 '심신미약'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가해자 혹은 피해자에게 모두 해당되는 부분인데, 한마디로 가해를 할 때나 피해를 당할 때나 아무튼 '약자'에게 관대하겠다는 법의 의지에서 파생된 단어 되시겠다. 가해자라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심신이 미약하거나 경제적인 문제, 기타 외부 요인에 의해서 무형의 교사자가 발생하면 그 교사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만일 살인범이 살인을 할때 스스로 살인을 모의하고 판단해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해당 사건의 책임은 100% 피의자에게 돌아가지만 만일 그 사건이 취중에 일어났다면 사람이 술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고 판단해서 자의적인 판단이었다는 부분을 희석시키는 거다. 즉 이 범죄에 대한 가해 책임을 피의자가 100%이었다면 취했을 경우 피의자 70%에 술 30% 정도로 두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책정된 만큼 고스란히 피의자는 감형을 받게 된다,

 

 

반드시 술 핑게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친고죄에 해당되는 폭력, 성폭력범죄에서 다양한 사례를 볼 수 있는데 단골로 볼 수 있는 것이 '게임이나 음란물'이다. 이 둘은 공통적으로 기성세대들로부터 '유해매체'이미지를 벗지 못한 '서브컬쳐'의 범주에 속해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피의자의 일원으로 동의를 얻기 쉽다. 최근 주취폭력자의 강화 방침이 법조계로부터 나오면서 더 이상 술에게 죄를 묻기 힘들게 된 반면 아직 게임이나 음란물은 개인의 범주가 아닌 사회악으로 규정되는 분위기라서 더욱 그렇다.

 

해당 피의자가 진짜 음란물을 접했든, 게임을 접했든지에 대한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피의자로 몰리게 되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자신의 죄를 어떻게든 경감받거나 자신의 죄를 100% 시인하지 않는 쪽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지금 현 세태에서 100%인 자신의 피의 책임을 가장 많은 범위로 덜어줄 수 있는 사회 공적 매개체는 두말할것없이 음란물, 게임이다. 이는 판례도 정말 다양하게 나와있어서 설득도 쉽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피의자 60% 음란물 40%정도로 해서 10년 징역 받을 걸 6년으로 감형받았다면 피의자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우리는 이 자극적인 뉴스멘트에 흥분해서는 곤란하다. '아오 저 변태새끼 결국 사고칠줄 알았어'라는 반응은 사회정의 구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흥분하면 흥분할수록, 야동이라는 단어에, 아동포르노라는 단어에 흥분하면 흥분할수록 피의자는 웃게 된다. 명심하자.

 

우리는 아무리 아동포르노를 씹고 음란물을 씹어도 소용이 없다. 10년 받을 걸 여러분들이 흥분해주신 덕분에 6년으로 감형받은 피의자는 웃을 것이고 그렇다고 4년의 징역에 대한 죄목의 책임을 나눠받은 음란물이나 게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특별히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엇인가? 누군가는 자신의 죄를 면피하려고 하고 있고 그 누군가는 그 면피를 하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방조했다는 것이 된다. 그들은 왜 방조했을까? 당연하겠지만 그들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 국가라는 범위 내에서 법 제도 하에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아이는 성폭력을 당했다. 아이는 특별히 국가에서 더 신경써서 보호해야 한다. 부모가 방조했다면 그 방조를 사전에 예방할만한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체계가 있었어야 했다. 어린이집을 짓는다고? 보육교사를 늘린다고? 항상 국공립어린이집은 몇년을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을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나불댈수 있는가?

 

술 핑게로 죄를 감해주고, 게임이나 음란물 핑게로 죄를 감해주는 배경에는 그 죄를 감면받은 피의자와 그 죄를 감면해준 수단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싶어하는 국가간의 환상적인 패싱플레이가 함께한다. 언제쯤 우리는 이 사회가 가해자의 책임 중 일부를 져야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책임이 당연시될 때 비로소 이 사회의 범죄가 줄어들 수 있고 국가가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언제쯤 이 나라 사람들은 알게 될 수 있을까?

 

요즘 뉴스를 보면 아직은 좀 머나먼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