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4. 6. 9. 13:35

지난 강남스타일이 먹히는 이유에 대해 쓴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북미나 유럽이 강남스타일에 열광한 원인은 노래 자체의 완성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노래를 받쳐줄만한 다시말해 그 노래를 한번 듣고 싶게 만들게끔 했던 뮤직비디오였죠. 사실 지난 젠틀맨이 강남스타일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젠틀맨 노래 자체 완성도가 아무래도 강남스타일만큼 파괴력이나 신선함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겠습니다만, 더 결정적으로는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뮤직비디오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강남스타일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많이 이야기했으니 일단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시죠.


보시고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어딘가 모르게 섹드립이 너무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한마디로 잘못 짚은거죠.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는 확실히 미국인들에게 통할 만한 섹드립이 가득했고, 그중 몇 가지가 먹혔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만, 그렇다고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섹드립만으로 히트한 것은 아니기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내용이 있고 흥미있는 내용에 양념을 치는 용도로 섹드립이 사용된거랑 섹드립 그 자체가 너무 맛있(?)어서 그 섹드립만으로 범벅을 해놓은 거랑은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낳게 되는거죠. 


물론 그렇다고 젠틀맨 뮤직비디오 자체가 내용도 없고 외설적이라는 의미의 포르노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콘텐츠적인 가치로서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포르노에 가깝습니다. 마치 마요네즈 중독자들만이 좋아할것처럼 마요네즈만 가득한 요리처럼 섹드립에 열광할 사람들만 골라서 좋아할법한 뮤비를 만들었던거죠. 젠틀맨의 유튜브 성적 약 6억은 한마디로 강남스타일 20억 중 약 30%정도의 사람들만이 강남스타일의 섹드립이 마음에 들어서 그것만 메뉴로 내놓은 젠틀맨에 열광했다는 단순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 이번 신곡인 행오버 뮤직비디오를 보시죠.


지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무엇보다 제가 힘주어 이야기했던 부분이 있었죠? 바로 '관광책자에는 나오지않는 한국'입니다. 강남스타일에서는 문신한 건달들이 있는 사우나, 장기두는 할아버지들, 아주머니들의 파워워킹,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모습, 어린이 놀이터, 한강 요트, 지하철 등이 있었죠. 등장인물은 어떨까요? 비중높은 조연으로 나왔던 유재석이나 거의 후반부를 지배했던 현아는 생각보다 많이 주목받지 못했고, 정작 잠깐 까메오수준으로 출연한 노홍철이 엄청 히트했습니다. 유재석이야 그렇다치고 현아는 정말 안습이 아닐 수 없죠. 한마디로 강남스타일에서 사용된 현아의 섹시코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젠틀맨이 강남스타일 요소 중 섹드립이 핵심이라고 오판해서 나온 작품이라면 이번 행오버는 강남스타일의 주요 포인트로 제가 짚어드렸던 '관광책자'에 나오지 않는 관광요소입니다. 다만 이것을 차용할 때 특별히 한국을 알리고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의 관광요소 소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 꽤 어려운데요. 이게 관광요소를 알리는 데에 그 목적을 두게 되면 너무 아름다운 것들만 골라서 차용하려 하고 왠지 보는 이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려 든다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너무 푸쉬한다'라는 느낌이 들면 사람들은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거죠.


행오버는 강남스타일의 성공 요소라고 제가 짚어드렸던 것들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만든 뮤직비디오입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이 장면을 생각해보면 명확해지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어묵꼬치에 타르타르 소스를 발라 먹지 않는데, 그런 장면을 억지로 섹드립과 연관시켜 연출시키다보니 한국의 문화 중 하나였던 포장마차 어묵꼬치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섹드립으로 아시아인이 북미권을 웃기려 드는 건 흑인 앞에서 힙합하기인거죠.


반면 행오버에서는 젠틀맨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한국의 제대로 된 술 문화 (관광책자에는 점잖떠느라 차마 적지 않는 것들) 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술자리에서 시비붙어 패싸움이나, 꺾어 마시기, 굴려 마시기, 러브샷, 폭탄주 제조 도미노, 망가지면서 노는 노래방 문화 등 음지에 가려져있지만 꽤 재미있고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흥미롭기까지 한 그야말로 논픽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심지어 술에 취해서 노숙을 하거나, 술이 너무 과해서 구토를 하는 모습, 편의점에서 술깨는 약을 들이키는 모습 등 우리나라가 항상 뉴스에서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떠드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게 먹힐지 안 먹힐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싸이가 그나마 강남스타일 구성 요소 중 적어도 젠틀맨에서 시도했던 것들보다는 보다 가능성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곡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뮤비 자체의 반향만큼은 젠틀맨을 능가할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술문화를 너무 희화했다는 선비정신에 입각한 뉴스들도 마구 양산될 것이라고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 그리고 중국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과, 북미나 유럽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말 굉장히 큰 차이가 있으며 장담컨데 절대 우리가 섣불리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지도 않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니기리스시는 국가적인 푸쉬의 결과이긴 하지만 결국 진짜 개인 대 개인으로 들어가면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아직도 '에로한 나라'입니다. 스시 그 자체가 침투하는 속도보다 여체의 성찬이라고 불리는 이 짤 하나가 가진 파괴력이 국지적으로는 더 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일본은 정말 열심히 숨기고 싶어하는 저급한 술자리 문화 중에 하나이지만 오히려 해외에서는 짤처럼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이 즐거워하는 양놈들을 보세요.



이번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많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비짓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광고해대면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냐는' 둥의 비난을, 싸이의 음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남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려먹기 사골의 결정판이라는 식의 비평을 받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다만 음악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적어도 북미권 시장을 예측하는 데에 있어서 북미권에 태어날때부터 거주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도 웃기는 일인데, 싸이 강남스타일이 뜨니까 외국인 만날때마다 두유노우강남스타일을 외치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싸이가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힐난하는 것도 더더욱 웃긴 일이랄까요? 혹여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쿨하게 무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북미는 정말 모릅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 음악이 뜬다 안뜬다에 적중할 확율은 고작 10% 남짓 될까말까입니다. 행오버가 어떤 성적을 낼 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듭니다만, 적어도 젠틀맨때보다는 더 많은 고민을 해서 만들어낸 것은 틀림없어보이고 젠틀맨의 실패 아닌 실패를 철저하게 약으로 삼았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히트 여부와 관계없이 적어도 젠틀맨보다는 북미권에 훨씬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것이라는 데에 조금 더 많이 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적절히 벨런스를 이룬 강남스타일을 능가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하겠지만 말이죠. 


...


조금 조심스럽지만 이번 싱글은 조금 기대를 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싸이 열풍은 식었지만 싸이는 쉽게 망하지 않는 컨텐츠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보이네요

posted by RushAm 2012. 9. 22. 14:40

필자는 슈퍼스타K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그 프로그램이 태동되고 히트치기 전에 이미 그런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한 적이 있다. 솔직히 나도 당시에는 슈스케의 필요성만을 역설했을뿐 슈스케가 반드시 뜰 거라는 것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 독이 든 성배라고까지 표현했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슈스케 제작진에게 새삼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슈스케가 4기까지 이어질줄은 나또한 몰랐다. 매번 참가자가 늘어나고 그 늘어나는 참가자만큼 실력있는 사람들이 많아질거라는 계산, 그리고 그들의 뛰어난 재능이 CJ의 오랜 숙원을 해결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을거라고 믿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보여주는 슈스케는 제작진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역량과는 상관없다는 측면에서 억울할수도 있겠지만 단언할 수 있다

 

 

이번 슈퍼스타 K4는 망했다.

 

...

 

1. 슈스케는 심사위원이 주목받아서는 안된다.

 

싸이가 떴다. 역대급으로, 그것도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뉴스는 싸이가 도대체 어디까지 뜰지를 가늠하느라 정신이 없다. 근데 그런 싸이가 역대급으로 뜨기 전에 계약한게 슈퍼스타 K 심사위원이다. 당연히 선약이니까 이쯤은 완주해야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싸이도 그럴 생각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요즘 심상찮은 뉴스가 나온다. 싸이가 인기가 많아서 한국에 도저히 못오니까 생방송이 이루어질 TOP10 심사를 할 수 없게 될 거라는 뉴스다. 대단히 큰 사건이다. 일면 싸이에게 굉장한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슈스케는 철저하게 심사위원들의 권위를 쩌리화시킨다. 윤미래는 그 위대한 업적에 비해 극도로 심사평을 아낀다. 이승철은 저렴한 말실수를 자주 저지르지만 이를 편집시키지 않는다. 싸이 역시 역대급으로 뜨기 전까지는 실력은 있지만,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이미지였다. (여기서 부담이란 일반적인 의미와는 좀 다르다) 이전 싸이의 자리에 있었던 윤종신이 딱 뜨기 전 싸이의 이미지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엄청난 실력파 레전드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이미지, 그것이 슈스케가 원하는 심사위원이었다.

 

그런데 싸이가 이승철은 고사하고 윤미래와 업적 자체를 공유할만큼 월드스타가 되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이승철의 심사평보다 싸이의 심사평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주목도가 그냥 심사평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사람들은 싸이를 보는 눈이 달라졌고, 싸이가 나오는 프로그램에 대한 가치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는거다. 싸이는 이미 성장중이고 더 성장할 수 있으며 그 성장을 사람들은 지켜보고 싶어하니까...그리고 참가자들은 싸이처럼 되고 싶어할것이고 그의 눈에 드는 것을 더 원하게 될 것이다.

 

언론의 주목도 역시 출연진보다는 싸이에 더 많아지고 있다.

 

슈스케는 그래서는 안되는 프로그램이다. 그건 제작진이 가장 잘 안다. 슈스케는 절대 심사위원이 화제가 되어서는 곤란한 프로그램이다. 정말 조심스럽지만, 만일 진짜로 싸이가 생방송 무대에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싸이 본인의 의사도 있었겠지만, 슈스케 제작진도 이를 분명히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는 의미가 된다. 더 심하게 말하면 오히려 싸이가 그만 둬주기를 은근히 바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2. 슈스케는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슈퍼스타 K를 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는 사람들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요일 밤, 불금에 클럽에 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안방의 작은 축제같은 프로그램을 기대한다. 그 축제에는 음악이 빠질 수 없다. 그렇게 사람들은 한주간의 피로를 위로하며 주말을 맞는다. '금요일입니다. 수고하셨어요. 음악을 들어요' 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 슈퍼스타K4에서는 음악을 좀처럼 들을 수가 없다. 예선방송분량이 작년시즌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뚝 잘려나간데다, 참가자 수는 3를 넘어 역대 최고라 광고하지만 예전보다 방송에 나온 출연자는 훨씬 적다. 슈퍼위크가 시작된 첫날 시청자들은 아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것이다.

 

'어? 예선 통과자가 저렇게 많았어?'

 

 

슈퍼패스는 정말 전국을 통틀어 이하늘이 딱 한번 쓴 걸까?

 

기적을 노래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슈퍼스타K가 설마 미리 될 사람을 내정해놓고 예선부터 그 사람들의 분량을 압도적으로 늘리기 위해 전개를 빠르게 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타이밍을 불식시키고, 긴장감 넘치는 슈퍼위크 내에서조차 음악을 풀로 들을 수 없을정도로 뭉텅뭉텅 잘라버리는 편집을 했을 리가 없다고 굳게 믿고 싶지만, 지금의 슈스케4에서는 음악을 실제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1,2,3에 비해서 정말 체감할정도로 적은 게 사실이다. 슈스케는 프로그램의 시청율보다 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인재의 가치에 더 주안점을 두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던가, 이젠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은 버스커X2의 극적이라고 표현할수밖에 없는 음원판매량에 많이 놀랐다. 그리고 그 정도로 팔 수 있기 위해 지금 너무나도 심한 무리수를 두고 있다. 그들이 점찍은것으로 보이는 4명은 모두 통기타를 주무기로 하는 컨츄리스타일 보컬을 보이고 있으며 이들의 노래는 후반부로 갈수록 거의 편집 없이 풀버전으로 나오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셀프카메라는 대부분 이들에게 주안점이 맞춰져있으며 이들 이외의 참가자는 필자가 기억력이 아무리 나쁘다지만 도무지 누가 누군지 그 개성조차 발휘해주게 기회를 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사진은 위에서 언급한 4인과는 무관함 (?)

 

게다가 그들이 지금 주목하고 있는 4명조차도 예선전에서 그들의 노래를 들려줄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버스커x2가 3에서 그랬던것처럼 자작곡을 시연하는 모습은 더욱 보기 힘들다. 혹시라도 그렇게 믿고 싶지 않지만, 그들이 마치 지금 대형 기획사들을 흉내내는 것처럼 이들 4명의 성공을 확신한 나머지 노래 이미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프로그램 전체에서 음악의 비중을 균등하게 확 줄여버린거라면 정말 최악이지만, 딱히 할 말은 없다. 이 프로그램의 원래 취지는 그들이 가수를 키워낼 수 있는 힘을 보여주고 그 가수들을 토대로 뿌리를 박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 숭고한 본래 취지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3. 슈스케는 프로그램 자체의 성공욕심을 버려야 한다.

 

슈스케4에 이르러서 잦아진 구설수 중에 하나는 강용석과 오룡비무방, 그리고 조앤이었다. 문제는 이들 참가자가 거의 예선전의 클라이막스를 모두 잡아먹었다는것이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슈스케는 원래 예선 시청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런데 지금 슈스케4는 예선 시청율이 역대급으로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물론 다분히 의도된 결과다 이미 슈스케 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람을 내세워 시청율몰이를 하는 것이다.

 

조앤의 실력이 기대이하여서 실망한쪽은 시청자가 아니라 제작진이었을것이다.

 

슈스케는 철저하게 출연진을 가장 위로 올리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고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슈스케는 지금까지 케이블 방송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30분컷 중간광고를 거의 넣지 않고 프로그램 말미에 넣는다. 이는 프로그램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예선전에서 어떤 긴장감을 갖고 광고를 보여 기다릴만한 씬이 나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있었다면 그것은 음악이었지 어떤 화제성은 아니었다. 개그캐릭터는 대부분 프로그램 초반부에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강렬한 훅을 걸기 위해 나오는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슈스케4는 제작진의 과한 욕심이 느껴진다. 아마 책임프로듀서 몇 명을 제외하고 많은 수의 스텝 교체가 분명 있었을 테지만 이번 스텝들은 자신들의 커리어에 대한 과도한 집착만이 느껴질 뿐 프로그램 본질적인 가치관을 이미 공유하고 있는 시청자들과 프로그램 그 자체의 숭고함은 아량곳없는 모습이라는 거다.

 

이미 슈스케는 케이블 프로그램의 전설이다. 여기에서 일했다는 것은 이미 커리어에 화려함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선배들이 이루어놓은 것보다 더 못할 경우 커리어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내가 맡은 슈스케가 마지막 시즌이 된다는 건 정말 악몽이 아닐 수 없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이미 다음 시즌이 어떻게 되는 관계없이 일단 시청율만 높이고 보자라는 식의 프로그램 제작 작태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광고 노출 및 시청율에 대한 집착도 유래없이 심해지고 있다. 시청자들은 뭔가 달라지고 있는 슈스케에 이상함을 이미 느끼기 시작했으니까, 이미 돌이키기는 힘든 지경이다.

 

다들 싫다고 난리를 쳤지만 정작 이거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윈윈(?) 연출에 대한 이미지를 단 한 시즌만에 말아먹게 될수도 있다.

 

이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건 프로그램이 이미 시즌 내에서도 점점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당하게 60초후에 공개한다는 식으로 광고주의 사랑을 받았던 광고시청율정책은 이번 주 '다음주에 계속됩니다'로 바뀌었다. 계속되는 지적을 수용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기획이란 어떤 철학이 분명히 있고 그 철학대로 만들어졌다면 그걸 시청자들에게 설득을 해야지 시청자들의 의견대로 바뀔 철학이었다면 이미 개똥만 못하다는 것밖에 안된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반문하더라도 할말 없다. 이미 슈스케는 그런 취급을 받고 있는거다.

 

...

 

매년 반복되는 탈락 후 패자부활전으로 인해 시청자들은 이미 누가 될 거고 누가 탈락할지를 척척 알아맞히는 지경에 이른다. 그들의 변명은 '너무 엄한 심사를 한 나머지 항상 필요한 사람보다 적게 뽑았다'라는 건데, 이승철은 이미 4년째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고 이 프로그램은 아무리 스텝이 계속 교체가 되더라도 이미 같은 방송사에서 4년째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도 시스템적으로 매번 공백이 생길 만큼 허술하도록 놔뒀다는 건 변명으로서의 가치가 없지 않을까?

 

 

시청율을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슈스케는 출연진인 가요계의 유망주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원석이 발견되고 프로그램으로 인해 점점 세공되어가며 빛을 보는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슈스케가 상업방송인 이상 시청율에 욕심을 내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슈스케답게 하자. 슈스케 출연진들에게는 신랄없이 빈틈을 지적하고 무능함을 질타하면서 가차없는 탈락을 일삼으면서 그들 스스로는 왜 한보 앞으로 내딛는걸 거부하는가? 당신들의 프로그램 제작 능력을 보여주는 가치는 결국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밖에 없다. 더 많은 참가자 더 많은 실력이 당신들의 만듦새 실력을 가늠해주는 것이 아니라 작년에는 탈락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패자부활전을 해야 했다면 올해는 그런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시스템을 더 다듬어서 짜임새를 키우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스스로를 자랑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

 

초등학교 4학년이 10=66-( )에 넣는 답을 실수할 리가 없지 않은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그 4학년은 앞으로 수학을 잘한다고 자랑할 자격을 잃을 뿐...

 

 

 

...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경고를 쓰려는 게 아니다

이미 슈퍼스타K4는 망했다.

 

그리고 어쩌면 슈퍼스타K 자체가 망할수도 있을 것 같다.

 

 

posted by RushAm 2012. 8. 4. 13:02

 

 

가끔 빌보드는 이상한 일을 저지른다. 그만큼 순위변동이 심하고 신곡에 대한 열망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생긴 기현상인데. 다름아닌 '제 3세계'음악의 갑작스러운 약진이다. 이들 음악은 정말 어떤 음악 전문가도 예측한적이 없고, 전문적인 프로듀스를 거치지도 않았는데, 어떤 계기 (유명 아티스트가 트위터에 올렸다던지, 어떤 영화 음악으로 쓰였다던지) 가 있고 그 음악이 사람들에 귀에 박혀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 그 곡은 바로 뜨게 된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으셨을줄 알겠지만, 이렇게 뜬 음악은 거의 대부분 '후크송'이다..

 

우리나라는 후크송에 대해서 그 파급력은 인지하면서도 그 가치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후크송이 우리나라를 들었다 놨다 국민음악이 된 적이 결코 적지 않음에도 아직 이 후크송에 대해 지갑을 열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빌보드는 좀 다르다. 음원 가격이 좀 싼 편이기도 했지만 후크송 역시 하나의 음악으로 싸든 비싸든 일단 그 한 마디의 반복성이 주는 음악적 가치에 기꺼이 돈을 지불한다. 빌보드의 이같은 주기적인 사춘기는 그래서 반복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이와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건 이 수순이 아직 '역대급'까지는 다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빌보드 뿐만 아니라 각국 챠트에서 고르게 눈에 띄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빌보드의 파급력은 단지 미국 국내시장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팝이 거의 시망하다시피한 우리나라에서도 아마 지금부터 예시로 드는 곡들은 적어도 한번씩은 들어봤으리라 생각된다.

 

 

1. We No Speak Americano

 

 이 곡의 빌보드 차트 기록 

 

2. Macarena - Los del Rio

 

빌보드 챠트 기록은 굳이 볼 필요가 없다.

 

3. Alice DJ - Better Off Alone

 

폴란드랑 영국, 빌보드는 가볍게 씹어먹었던 곡

 

...

 

위 곡을 다 들어보았다면 이제 강남스타일 뮤비 다시 한번 보자

뱀발 : 뮤직비디오를 잘 보면 알겠지만 말타는 춤을 표현하기 위해 말 사육장을 간 것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장소가 '한국'에서만 갈 수 있는 장소들이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관광버스, 한국 지하철, 강변의 손뼉치며 걷는 파워킹 아줌마, 한강 오리보트, 강변 오리보트, 대중사우나와 문신남들, 대중탕) 들이 주를 이룬다. 전략적인 기획에서 나온 무언가는 아니었겠지만 외국인들이 박장대소를 치며 웃는 이면에는 단지 관광와서는 절대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 (대중탕이나 관광버스 문화) 가 흥미롭고 더 우스꽝스럽게 보이는것이다. 게다가 싸이에다 노홍철, 먹어주는 미모의 현아까지 갖출건 다갖춘 셈

 

...

 

이들 곡들의 공통점은 곡 자체의 흡입력도 있지만 바로 뮤비가 주는 흡입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엠넷이 아이돌들 철봉오래매달리기 프로그램 채널이 되어버린지 오래지만 아직도 해외에서는 MTV에서 주구장창 뮤비만 틀어주고, 그 뮤비를 보고 음반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이들 곡은 곡으로 귀를 사로잡고 받아든 눈길을 다시금 뮤비로 사로잡아 확실한 광고효과를 거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물론 마카레나는 아무 전략없는 촌스러움이 역으로 먹힌 사례지만)

 

강남스타일은 이들 곡들보다 출발이 훨씬 더 순조롭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싸이가 가지고 있었던 음악 색깔에 화룡점정을 찍은 유건형의 편곡이 주는 신선함이 해외에서 먹히는 결정적 한방이 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후크송으로 나무랄데없는 곡이고, 반응도 좋다. 무엇보다 곡으로 귀를 사로잡고 뮤직비디오로 눈을 묶어두는 MTV식 전략이 비록 유튜브라는 다른 채널이지만 구사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로비게이의 어시.jpg

 

다만 지금의 상황을 너무 낙관할 필요는 없다. 마카레나의 대성공은 싱글을 내자마자 어마어마한 센세이션을 일으킨걸로 보이지만 사실 이 곡은 나온지 무려 1년만에 빌보드에 진입했다 물론 지금은 유튜브랑 아이튠즈의 시대라서 이보다 훨씬 적은 시간에 폭발할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포텐셜의 극한을 끌어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이 곡은 '곡'이 히트를 치고 '뮤비'가 화제가 된 곡이지 '싸이'라는 가수가 인지도를 얻고 있는 상황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물론 YG도 싸이도 이를 모를리 없고, 섣부른 낙관을 할리는 없다. 다만 지금 올림픽이 끝나고 난 다음 단물빠진 SM떡밥을 대체할 문체부에 귀에 들어가버리는 것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정부가 아무 짓거리것도 안해야 지금처럼 중간이라도 갈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