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5. 13. 02:08
매주 화요일에는 공화국 연구소 시간으로 학술지에 실리기 어려운 사회 현상에 대한 개인적인 연구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뉴스에서 하루에도 몇 가지씩 나오는 '의학 논문 보도'의 무쓸모성과 그에 관련된 음모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뉴스에서 가장 정기적으로 많이 쓰이는 소재라면 역시 '건강, 의학' 관련 뉴스겠지요. 아주 최신 소식은 아니더라도 어디 네이쳐지나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들 중 기사거리가 될 만한 (즉 흥미 코드가 있는 것들) 논문들이 간추려서 기사로 만들어지곤 합니다. 주로 다루어지는 순서대로 소재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흡연 - 간접흡연 포함 폐 이외의 장기기관에 끼치는 영향 및 정신적인 문제
(학교성적 업무스트레스 등)
2. 음주 - 포도주의 폴리페놀,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해로운지의 여부 등
3. 다이어트 - 음식별, 생활습관 별 다이어트 실험군 결과
(주로 표본은 학생들 100명을 50:50으로 나눈다)
4. 수면 - 몇 시간을 언제 어떻게 자야 오래 사는가 등등
5. 심리학 - 대화의 양, 사교성, 직장에서의 융화 등이 영향을 끼치는 심리변화상태
6. 수명, 성공 - 외모, 긍정적인 사고방식, 성별, 학력차 등이 성공이나 장수에 끼치는 영향

우선 담배에 대해서서 살펴보면 어떤 학자든 대체적으로 흡연은 유해하다는 논지에는 동감을 하고 있습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 다른 어감으로 쓰여진 논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주로 미국에서 나오는 연구 결과에서 이러한 현상이 짙게 나타나는데요. 유럽에서 나오는 연구 결과들은 연구 대상이 주로 '청소년'이나 '임산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흡연의 유해성은 물론 간접 흡연으 폐해까지 심도 있게 다루는 편입니다. 반면 미국발 의학 기사는 신기할정도로 직접적인 유해성을 지적하는 기사가 적은 것이 특징이죠. 주로 나오는 것은 '담배와 다이어트의 관계'라든지 '흡연과 심리 불안정의 관계', '금연에 대한 금단 증상' 등이 소재로 나오는 편입니다. 왜 그럴까요?

담배 회사 관련된 기사가 눈에 띄네요. 최근 것만 검색해봤습니다만 대략 치명적인 경고를 내포하지는 않습니다. 죽는다거나 폐암이라든지 그런 이야기는 없죠. 끊으라는 어투도 별로 없습니다.


대답은 간단하게도 미국의 말보로사를 비롯한 담배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정계 재계 로비능력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로비력은 학술계에도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고, 논문들이 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죠. 미국이 총기 사용의 위험성과 범죄 유발성을 알면서도 정책적으로 금지를 못하는 이유가 총기 사업체들의 정치자금력을 잃고 싶지 않다는 것에 여야 모두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Give & Take라는 영어단어의 원조격인 미국답다고 해야할까요? 묘하게 정치자금 자체는 법적으로 도적적이진 못하지만 언제나 준 만큼 받는다는 점에서 그 내부 관계는 어느 나라나 참 정직하고 도덕적이라는 점이 씁쓸합니다.

반면 유럽쪽 특히 프랑스쪽은 현실적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을 깨려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 (폐암발생율이 개인차가 있다는 것, 결국 니가 약할지 강할지는 모르니 닥치고 끊어라는 식의 논조) 어떻게든 금연을 독려하는 연구 결과 일색입니다. 담배갑에 폐암 폐 사진을 붙이는 등 영국이나 프랑스 당국의 정책적 적극성 역시 무늬만 갖춘 마약규정으로 때우는 미국과 사뭇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미국이 담배를 마약으로 분류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만, 어처구니없게도 미국 자판기나 편의점에서 지금도 버젓히 판매가 되고 있고 소지하고 있다고 불법마약류소지혐의로 채포되지도 않습니다. 이 정책이 나온 시점이 대통령선거를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는데요. 이 정책을 보고 정말로 미국이 국민 건강에 대해 신경쓰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공화당은 당시 소극적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무늬만 그럴듯한 선심성 정책을 편 것 뿐이고 실제 상정된 법안 내용은 아직 확인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지저분한 부칙이 난무하는 누더기 법안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당시 미 대법원의 판결 내용입니다. 해석은 보시는 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렇다고 유럽이 담배를 비판적으로 까고 있으니까 유럽이 정의로운 학자들이 많은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다음 주제 '음주'로 넘어가면 정 반대 현상이 얼어나게 되죠. 주류산업은 유럽이 시장을 쥐고 있으니까요. 미국만큼 노골적이진 않지만, 유럽은 연구 결과를 통해 프랑스산 와인에서 나오는 폴리페놀의 효능에 대해 끊임없이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음주, 매일 한잔의 맥주가 혈액순환을 좋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는 대부분 유럽발 논문들이죠. 반대로 음주에 대해 극단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유해성을 알리는 논문들의 출처는 북미지역이 대부분이죠.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PLoS Medicine'지에 밝힌 연구결과 중 일부입니다. 양면성이라고 하면서 수치상으로는 압도적이죠? 정말이지 'お見事!'입니다


물론 모든 논문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의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중요시 생각하는 논문과 실제 언론에서 의학 정보를 통해 알려지는 논문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계 종사자들이 그런 논문들을 우습게 본다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뿐이죠. 즉 이 논문들은 특별히 의학계의 발전을 위해 쓰여졌다기보다는 작게는 언론사에 기사 정보를 제공하고 얻는 수익을, 조금 큰 범주로 보자면 '여론 형성'을 통한 '세계 경제의 컨트롤'이나 '특정 집단의 이권 창출을 위한 기득권 싸움'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득권 싸움은 앞서 말씀드린 흡연과 음주 테마를 말하고 있습니다만 '세계 경제의 컨트롤'이라니 조금 의야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줄 압니다. '아니 한낱 뉴스기사에 쓰이는 한토막 논문 테마가 무슨 시장 경제를 좌우한다는거야?' 라고 생각하시는게 당연합니다만, 흡연과 음주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다이어트'에 관련된 부분에서 이러한 기능적 측면이 노골적으로 두드러집니다. 그것도 일반인들이 잘 알아채지 못하도록 아무런 상호 관계를 두지 않은 채로 말이죠.

사진 이미지에 대한 허가가 아직 떨어지지 않아 부득이 2편으로 나누어짐을 양해바랍니다.

다음주에 다이어트 논문과 관련된 내용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