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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27 국민이 가난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6
posted by RushAm 2014. 4. 27. 00:05

세월호가 침몰했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또는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는 그 희생자 중 대다수가 아직 인생을 채 1/4도 살아보지 못한 이들이라는 점에 더 마음아파하고 있다. 그리고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인지 마치 복수의 대상을 찾는 가족의 눈으로 찾으며 눈에 걸리는 대로 집중포화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누군가가 또 잘못한 것으로 낙인찍히고 벌을 받는다고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쉽게도 이 나라는 아직 그럴수가 없다. 사후약방문식의 처방도 문제고 국민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제 살길을 찾아 갈 거라는 것도 이런 일시적인 충격요법과 그에 따른 시늉식 처방이 사회를 바꾸지 못할 거라는 반증을 낳게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앞으로 이런 큰 희생이 따르는 일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글의 결론을 미리 말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국민들이 더 이상 가난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사건 역시 결국 '국민들이 가난했고', '국민들이 가난하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가난함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앞으로의 예방도 요원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규정보다 많은 짐을 실었다. 왜 규정보다 많은 짐을 실을 수 밖에 없었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귀뜸한다. 왜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 그리고 내 가족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규정보다 많은 짐을 싣고 안전장치를 손보면서까지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밖에 없게 만든 뒷편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명의 위협 즉 생활고가 있었다. 그들은 당장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안전보다 당장 목구멍에 넘어가는 밥알의 수가 줄어드는 쪽이 훨씬 더 피부에 와닿는 일이었을 테니까... 만일 이들이 안전에 위협이 될 만큼의 일을 하지 않고서라도 충분한 수준의 급여 대우를 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날 확율이 그렇지 않을 때와 같으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옆나라 일본은 24시간 잠수인력이 항상 사고에 대비해서 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일본과 우리나라 정부를 비교하며 많은 비난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정부가 그 자체적인 역량이 부족하거나 어떤 부조리에 의해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응당 까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그렇게 까인 후 일본처럼 24시간 잠수인력이 상시 배치되는 체제로 전환된다고 한다면 그게 얼마나 갈 것이라고 보는가? 잠수 인력은 24시간 항시 대기한다고 한들 사고는 천안함이나 이번 세월호의 사례를 보듯 큰 사고 즉 국민이 인지할 만큼의 사고는 1년에 한번 날까 말까 할 것이다. 당연히 1년에 한번 출동을 하기 위해 그들에게 월급을 매달 주며 대기를 시켜야만 한다는 문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잠깐의 구조를 위해 1년동안 편하게 놀면서 대기타는 것만으로도 돈을 번다며 그들의 역할을 격하시키는 사람들도 분명 생겨날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이야 세월호 때문에 그럴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아직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 돈이 없으면 그리고 그 돈이 없는 정도가 단지 그냥 없는 게 아니라 생계를 이어나가는 데에 있어 항상 긴장하고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면 옆을 돌아보게 되고 돈이 마냥 많은 사람들을 시기하고 나보다 약간 나은 사람들을 헐뜯게 된다. 그리고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같은 수준에서 고생을 시키도록 하는 '나만 당할 수 없다'는 마이너스적 사고방식만을 주입받게 된다. 그리고 세상을 넓게 보는 방법을 어느 사이엔가 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단지 언제 있을 지 모를 사고에 대기만 하면서도 돈을 받아가는 사람들을 시기하지 않고 살아가도 될 만큼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 여유는 당장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지금의 정부는 서로 마구 헐뜯고 경쟁해서 국가의 탓을 하지 않고 서로 미워하는 것만으로 불만을 해소하라는 식의 국가경영을 하고 있으니 이는 더욱 소원해질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적으로 이번 사고에 대비하여 단지 사고가 없을 때는 탱자탱자 놀기만 하는 사람들에게도 돈을 주어도 아깝다고 놀면서 있는 그들에게 돈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는 사회가 되어야만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없어질 것이며 행여 일어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음에 다르지 않다. 우리는 그들에게 주는 돈보다 이 어린 학생들의 목숨 하나하나가 훨씬 더 비싼 값어치를 가졌다는 사실을 이번 사고 전후 1개월에만 생각하는 지독히 후진적 관행을 벗어던지지 않으면 안된다. 


비단 세월호 뿐일까? 우리나라는 자기보다 더 적게 일하면서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매우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떤 좋은 일도 일어날 수가 없고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게 된다. 이런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이제는 범국민적 경제발전을 외칠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위에서 그토록 부르짖는 선진국이 되었지 않은가? 단지 국민소득이나 경제규모 같은 수치적 기준이 아닌 선진국이 대체 뭘 하고 있기에 선진국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적어도 그들은 잠수부들이 단 한번의 출동이 없이 대기타면서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하다가 퇴근해도 그들에게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그런 그들에게 '세금이 아깝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그렇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하는지를 이번을 계기라고 하기엔 쑥쓰럽지만 먼저 논의를 해야 옳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배가 침몰했지만 다음엔 하늘이 무너질지도 땅이 꺼질지도 모를 일이지 않은가?



필자가 내린 결론은 처음과 다르지 않다. '국민이 가난하지 않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 국민이 가난하지 않으면 굳이 자신이 배운 것과 맞지 않은 원칙에 어긋나는 위험한 것을 감수해야만 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까지 돈을 벌 필요도 없을 것이고, 24시간 대기하는 잠수요원들을 설치 운영하면서도 국민들에게 세금을 낭비하며 편하게 돈버는 사람들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서 사고를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인을 없에고 결과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하는 것만큼 좋은 처방도 없다. 이 국가는 당장 눈에 보이는 땜질식 처방은 그만두고 지금 당장 먼 곳을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 국민들로 하여금 '가난뱅이 컴플랙스'를 뜯어낼 묘안을 서둘러 고민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