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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7 공화국 연구소 - 무릎베개에 대한 고찰 2
posted by RushAm 2009. 5. 27. 02:15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솔로부대원등에게는 이른바 궁극의 염장 스킨십이라 불리우는 무릎베개는 주로 일본에서 상륙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지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데요. 현실에서는 아무래도 손잡기나 키스처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일단 남자 키보다 더 긴 벤치 혹은 잔디밭에 깐 돗자리 등이 필요) 희귀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무릎베개 의외로 동양권에서는 역사가 꽤 깊은데요. 장희빈이 숙종을 꼬실(?)때 이용했던 것이 숙종이 잠이 들 때까지 무릎베개를 해줬다가 잠이 들면 슬쩍 빠져나왔다가 깰 때쯤 다시 무릎을 내어줬다는 일화도 있고, 옛 말에 '여자 치마폭에 싸여...'라는 표현에는 치마속에 들어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치마 위 혹은 속 맨다리 무릎을 베고 태평하게 담배를 피우며 노니는 모습을 비하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죠. 그밖에도 중국의 고서에서 타락한 임금을 표현할때 주로 직접적인 섹스어필보다는 이 무릎베개를 적극적으로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뭐 말할것도 없이 지금까지도 이른바 야마토 나데시코의 대표적인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고요.

이 중 일본의 무릎베개가 조금 특이한데요. 최근에는 서양화된 의상으로 인해 벤치에서 허벅지 부분을 옆으로 베는 형태가 일반화가 되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일본식의 무릎 베개는 그들의 여성 전용 의상 '기모노'의 영향으로 양 무릎을 꿇은 채로 남자가 양쪽 허벅지 사이와 무릎쪽에 목과 머리를 기대는 형태가 됩니다. 그냥 무릎을 꿇는 것만으로도 무척 힘든 자세입니다만 (그들은 앞쪽 발가락으로 발 전체를 직각으로 세워서 앉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장시간 앉아있게 되면 상당히 체력소모가 심합니다) 거기에 남자의 머리무게까지 지탱을 해야 한다니 보통 애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서비스였을 것 같습니다.

피타텐 11화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일본식 무릎베개에 대한 기본 이론과 자세, 눕는 법까지 상세히 고증이 되어있네요 (...)


한국의 무릎베개는 역시 장희빈의 일화가 잘 알려져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조선시대 전통 의상이 대체로 치마가 펑퍼짐하기때문에 자세를 잘 알수 없는데다가 이에 대한 기록도 사실 전무합니다. 기본적으로 '여성들의 앉아있는 자세를 토대로 상상해보면 한쪽 다리를 굽힌 채로 곧추세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는 작각으로 내려놓는 (글로 설명하려니 참 힘드네요) 자세에서 남자는 내려놓은 여자의 무릎, 엄밀히 말하면 허벅지 뒷쪽 살과 종아리 부분의 살이 만나 불룩하게 올라오는 부분을 베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남자는 비교적 말랑말랑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부분을 베고 있기 때문에 역시 편하겠습니다만 여자 쪽에서는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불편하긴 했겠죠.

이 무릎베개가 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토록 오랜 기간 남성들에게 선호되어왔던 것일까요? 그리고 어째서 여성들은 이런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비스를 계속해왔던 것일까요? 무릎베개가 과연 남녀 모두에게 무의식적인 어떤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애 고수들이 전하는 연애 비법중에 잘 알려져있으면서도 타고난 몇몇 사람들 이외에는 잘 활용되지 않는 부분이 있죠? 바로 '모성본능 자극'입니다. 무릎베개는 이 모성본능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단지 남자가 편안하게 눕기 위해서가 아닌 일종의 '작업용'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라이트 노벨 '악마의 파트너'에서도 도지마 코우가 여자를 꼬시는 방법으로 '선배 무릎베개 해도 되요?'라고 묻는 대사가 나옵니다 (부연설명으로 보통은 거절하지 못하는 미묘한 스킨쉽 수단이라는 것까지 덧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무릎베개는 조금 특별한 스킨쉽 방법으로서 스킨쉽에 평소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무릎베개 만큼은 의외로 어렵지 않게 내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입니다)

이 무릎베개는 사실 조금 깊은 의미로 생각해보면 남자가 아무런 목적성이 없이 여성의 자궁과 가장 가까워지는 자세가 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무릎베개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모성을 느끼면서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항간에는 여성의 무릎 높이가 남성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베개 높이라서 목을 편안하게 해준다는데 사실 팔베개의 경우에는 목만을 받쳐주기 때문에 인체공학적으로 설명이 됩니다만 무릎은 다리가 가는 여성의 경우 딱딱하고 어느 정도 살집이 있는 여성의 경우 눕는 높이가 높아지기 때문에 에초 베개로서의 편안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럼에도 기분이 차분해지고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은 역시 모태의 상징 자궁에 가장 가까이 있기에 느끼는 유사안정 현상이라고 볼수밖에요.

이쪽이 한국식 무릎베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진으로는 설명이 쉬워서 다행입니다.


여성들도 무의식중에 일어나서 잘 모를 뿐이지 충분히 이러한 점을 감지하고 있습니다. 의미를 따져보면 손이나 키스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짐에도 무릎베개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즉 여성은 자신의 무릎에 누워있는 (혹은 잠들어있는) 남성의 모습을 보면서 모성애를 감지합니다. 어떤 형태이건 애정임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이 무릎베개를 한번 거친 커플은 첫 키스 이상으로 서로에게 가까워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흔히 무릎베개와 함께 이루어지는 귀 청소는 그런 편안함에서 말초신경이 밀집되어있는 귀를 자극하기때문에 (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볼이 빨개지는 이유와 같은 맥락입니다) 평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요인은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남녀 모두의 신경안정입니다. 어린 시절 몸이 아플때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어머니의 간호를 받은 경험 있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이게 플라시보 효과와 비슷한 형태로 어머니의 자궁에 가까워지면 어느 정도의 진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 시절에도 이미 태아는 수많은 병균들과 사투를 벌이는데요. 태아 혼자로서는 그것을 절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내부 장기조직이 태아의 면역 건강을 관리하게 되죠. 이미 성장한 이후에도 체질적으로 그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에 병에 걸려있는 경우 여성의 자궁에 가까워지면 나을 수 있다고 안심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등에서 무릎베개 씬이 등장하는 패턴은 주로 주인공이 어디 다치거나 정신을 잃거나 아플 때에 주로 몰려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겠네요. 여성 역시도 자신이 마음을 주고 있는 남성을 본능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밖에도 무릎베개에는 평소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잠재적 의미가 있는데요.
다름아닌 '여성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여자의 마음이 그렇긴 하지만 남성들은 그 이상으로 걱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는 남성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남자라면 여성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자연적인 현상인데요. 그렇기때문에 남성은 언제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까' 혹은 '나를 떠나가지 않을까' 를 언제나 무의식중에 걱정을 하게 됩니다. 이건 혈액형이고 뭐고 관계가 없습니다. 혹시 안 그런 남자가 주변에 있으시다면 그건 당신을 완전히 사랑하지 않거나 당신이 그런 남자에게 싫증을 낼 것이 두려워 쿨한 척 하는 것 뿐일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릎베개는 평소 잠재의식속에 있던 이러한 걱정을 잠시나마 날려버릴 수 있는 최적의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일본의 무릎베개가 그 궁극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요. 여성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남자의 머리를 받친 상태에서 남자가 잠들어 있다면 남자를 깨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장희빈 설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머리를 잠시 뺐다가 그 곳에 베개를 들이미는게 사실상 무척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이죠. 그 이유를 살펴볼까요?

우리가 보통 친구라든지 누군가를 잠에서 깨울때 주로 쓰는 방법은 가슴이나 배 부분을 흔들어 깨우는 것입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별 효과가 없다는 걸 자는 사람도 깨우는 사람도 잘 압니다만, (잠시 깨는 듯 하다가 바로 다시 잠이 들죠) 우리들은 무의식중에 TV등지에서 보고 배운 것처럼 사람을 깨울 때는 몸통을 흔들어야 한다는 게 학습되어 있는 것이죠. 사실 잠에서 깨우는 것은 '동물의 왕국'등을 보면 나오듯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만 합니다. 인류가 문명을 만들면서 신경을 곧추세우지 않고 편안하게 3차램수면까지 빠져들기때문에 청각이나 눈을 감은 상태에서의 빛 감지 등이 많이 무뎌져있는 상태이므로 일반적인 자극은 통하지 않는데요.

혹시 누군가를 깨울 기회가 생긴다면 한번쯤 '머리'부분을 흔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자던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잠들기 힘들 만큼 잠이 달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텐데요. 아무리 몸의 신경이 평화로운 상태에 익숙해져 있어서 감각이 무뎌져 있더라 하더라도 야생에서의 위협에 대한 본능을 뇌는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뇌에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면 생명의 위협이 보다 빠르게 전달이 되기 때문에 잠에서 쉽게 깨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뇌가 중요한 기관이기도 하지만 본디 신경을 관리하는 중추기관이니만큼 가장 민감하다고 봐야겠죠. 잠이라는 건 궁극적으로 뇌의 휴식을 의미하니까요.

이런 이유로 남자는 무릎베개를 통해 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이 여자가 내 곁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잠재적으로 느끼고 안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자신도 모르는 본능적 스트레스를 안고 매일매일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 본능적 스트레스 중 단 하나라도 잠시나마 풀고 있게 된다는 것은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니던 사람이 그 모래주머니 없이 다닐때의 상쾌함에 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무릎베개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더할 나위없이 편안할수밖에요. 이것은 앞서의 '자궁설'과는 다르게 여성들에게도 통용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남성의 무릎을 베고 편안함을 느꼈다면 분명 이쪽의 편안함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여성의 다리 모양을 본뜬 메모리폼 베개가 시판되어 한동안 화제를 낳기도 했었는데요. 위에서 설명했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 베개는 진짜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점 이외에도 대체품으로서의 가치 역시 별 효용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무릎베개로 느껴지는 편안함에 대해서는 단지 그 모양이 궁극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각도처럼 수학적인 계산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 테니까요. 아무튼 연인이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오늘 잠시 그 연인에게 무릎을 내어줄 것을 부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어주는 사람에게도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도 더없이 소중하고 편안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