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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11 소녀시대 아티스트 발언에 즈음하여 : 아티스트란 무엇인가? 6
posted by RushAm 2013. 4. 11. 23:53

어느 정도 문고리 좀 식었죠? 상대가 소녀시대이다보니 쩝...


가능하면 아티스트라고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 하지만 저는 저를 아이돌이나 아티스트 어느 한 쪽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 아이돌이랑 아티스트는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소녀시대가 일본 방송에서 자신들을 이제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 바라바주길 원한다는 발언을 해서 한동안 화제를 낳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발언 취지는 지금 네티즌들이 오해하고 있는 그런 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소녀시대를 비난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우리가 아티스트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개념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소식을 맞닥뜨렸을 때에 일어나는 파급력이 불과 10년 전 문희준의 발언 당시와 비교해볼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 경악했기 때문에 쓰게 된 글입니다.


자 우선 아티스트란 무엇일까요?


소녀시대 논란에 즈음하여 소녀시대가 아티스트다, 혹은 아티스트가 아니다라는 논쟁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키워드를 몇 가지 살펴보았습니다. 아티스트는 'art+ist' 로 만들어지는 단어인데, 한마디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대명제가 갈리는 것은 여기에서 말하는 '아트'가 과연 '창작'이나 '기술'이냐에 대한 부분으로 소녀시대 아티스트론의 찬반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핵심 논점이었는데요.


창작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며 작곡가, 화가, 안무가 등 어떤 작품을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표현'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안무나 노래, 기타 다른 수단을 통해 표현하는 것을 말하죠. 소녀시대 아티스트론자들은 '피아니스트'나 '김연아', '강수진'의 예를 들며 표현도 충분히 예술의 범위에 들어가기때문에 단순히 만들어진 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아티스트라 불리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면 창작론자들은 보다 원초적으로 아티스트들이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감각'이 표현이든 창작이든 녹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따라서 만들어진 것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재현하기에만 급급한 소녀시대가 아티스트라 불리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양비론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려 죄송합니다만, 

어느 쪽도 아티스트 논쟁에 별로 접근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아티스트는 단지 창작이나 표현 어느 한 쪽만 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며 그 것이 두 가지 수단으로 표현되지만 결국 전해지는 것은 한 가지로 취합되는 것이 예술이니까요. 설명 웃기지 않습니까? 그만큼 이 단어가 이상한 단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티스트는 직업이 아니에요. 그냥 대명제이고 칭찬의 단어일 뿐인거지요. 여러분이 제가 말한 아티스트 설명에서 들은 난잡함이 이 단어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뭐 하나 정의되지 않는, 또한 그것이 예술이라고 말하는 앞뒤 안맞는 프랑스인의 감성이 묻어나있죠.


우선 김연아는 아티스트가 아닙니다. 강수진도 직업이 '아티스트'가 아니에요. 피아니스트도 직업은 '피아니스트'이지 그들을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김연아 해외 중계를 잘 들어보면 이런 말이 가끔 들리긴 합니다 '오오~ 정말 예술적 (artistic)이네요', 강수진의 발레도 이런 찬사를 들은 적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나 첼리스트들 역시 '예술적'이라는 찬사를 들은 적이 많다는 것이죠.


이분은 연습이랑 실전이 똑같군요 발전이 없네


위에 예를 든 3개 직업군의 모든 사람들은 '창작'을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저런 찬사를 듣죠.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그들을 '아티스트'라고 공식적으로 지칭하는 걸 들은 적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예술의 경지에 오르다'는 찬사는 받았지만 그들을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냥 피겨 스케이터이며 발레이나이고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일 뿐입니다. 아티스트는 직업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부분은 예를 들은 사람들 모두 '스스로'를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라든지 '아티스트'라 불러달라는 식의 인터뷰를 하거나 공식석상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티스트라는 단어 자체의 무게감이 엄청나게 숭고하다거나 한 것 같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아티스트라는 말은 오히려 프랑스처럼 구분없이 매사 모든 게 예술로 치완되는 사람들을 비웃기 위한 단어라는 설까지 있을 정도이니 자칭하는 것이 어법상 얼마나 어색한지 스스로 잘 아는 사람들의 손쉬운 대처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소녀시대가 스스로 작곡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안무를 하는 데에 있어 위키백과에서 나온 아티스트의 정의대로 어느 수준 이상의 숙련이 되어 있어 일본 아이돌들의 유치찬란한 안무와는 비교당하기 싫다는 취지로 말했을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과 아티스트랑은 크게 상관이 없으며 차라리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면 아티스트라는 표현은 자충수를 둔 감이 있는데요. 대중들이 아티스트에 대한 본질적 지식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정도로 반감을 갖게 된다는 것은 그 단어가 가진 시건방짐 여부와는 별로 관계가 없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족을 달 시간이군요.


자 그럼 작곡가 유영진은 아티스트인가요? 아니요 '작곡가'입니다. 어느 수준을 넘어섰다고요 어휴 그럼 '아주 뛰어난 작곡가'인 거죠. 소녀시대는 아티스트인가요? 아니요 '댄스 보컬 그룹'입니다. 군무도 아주 칼같고 노래도 잘한다고요? 그럼 '아주 뛰어난 댄스 보컬 그룹'인 거죠. 


지금 제가 그들을 폄하하는 것 같으신가요?

아니요 오히려 제가 보기엔 그들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을 '아티스트'라 불러달라고 하는 게

스스로를 폄하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데요.


왜 자신들이 기껏 '특정 분야'에서 '숙련되어서' 정점에 이른 것을 평가해주길 바라면서

표현 자체는 뭉뚱그려서 '예술하는 사람'으로 평범하게 마무리지으려 드는 건지 안타까워서 그렇습니다.


왜 꼭 그 분야 최고가 되면 '클레스 체인지'를 하고 싶어하는 걸까요?

성장해서 정상에 오른 그 분야를 지칭하는 것이 부끄러운걸까요? 딴따라라고 놀릴까봐?


소개합니다! 세계 최강 '여성 댄스 보컬 아이돌'그룹 스파이스 걸스입니다.


제가 박지성이나 김연아라면 말이죠.

저는 '스포츠맨' 입니다. 라고 소개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세계 최고의 구단에서 뛰는 축구 선수'입니다. 라던지

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피겨 스케이터'입니다 라던지...있잖아요


...


자신이 있는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그 분야 자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자신들을 인정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고의 아이돌이 '나는 아이돌이라고 불리는게 싫다'라니...이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