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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ushAm 2014. 2. 16. 12:18

심석희가 은메달 따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고 빅토르안은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에 입을 맞췄습니다. 신다운 선수는 이호석을 두둔하는 글을 썼다가 군대나 가라는 조롱을 듣고 있고 이한빈 선수는 네덜란드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다 실격됐습니다. 그리고 남자 선수들은 전종목 실격 기록과 노메달이라는 희대의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쇼트트랙이 왜 이모양이 된 걸까요?


군 면제


신다운이 언급한 대로 군면제요소는 그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떡밥입니다. 그들은 군면제를 생각하지 않고 훈련이나 실전에 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분명 그것은 거짓말일 것입니다. 사실 그건 쇼트트랙 선수들 뿐만 아니라 축구 올림픽 대표팀도 그랬고 대부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남자 선수들이라면 모두 군 면제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이에 집착하는 것을 욕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집착하게 만든 쪽을 탓해야죠. 군 면제라는 떡밥을 걸어놓는것만으로 그들에게 메달을 따는데까지에 들이는 투자 비용을 들이지 않게 만드는 정부가 문제의 중심에 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들은 군 면제 떡밥 하나만 걸어두면 알아서 국민들이 사비를 털어서 선수를 육성해서 오는데 굳이 생활체육에 투자하고 비인기종목 선수 육성에 돈을 들이는 천리안을 가질 필요가 없는거죠. 


그러나 군 면제가 주는 부작용은 생각보다 좀 다른 곳에서 심각해집니다. 바로 '짬짜미'인데요. 특히 종목 자체로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인 위상을 갖추고 있을수록 이와 같은 현상이 매우 심합니다. 쇼트트랙처럼 메달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특히 그렇죠. 한마디로 국내 선발전이 곧 올림픽 결승전이나 다름없던 그런 종목이라면 이른바 '군 면제' 짬짜미가 생기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분도 그 짬짜미의 희생양


만일 이미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선수가 있고 그 선수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여전히 기량이 우수하더라도 그 종목 코칭스텝에 판단에 따라 성장하는 선수들만으로도 충분히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면 성장하는 선수들에게 군 면제를 만들어주기 위해 지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이미 딴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하라는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해도 무난히 한국이 최강으로 군림하며 메달을 따 와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 올림픽때 보시는 바와 같이 처참하게 망가지면서 아마 그들의 짬짜미 실패가 대대적인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메달 연금


메달 연금 제도도 굉장히 큰 문제입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게 되면 연금으로 100만원 가량의 연금을 매달 수령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요, 웃기는게 금메달을 한 개만 따던 수십개를 따던 연금은 어느 일정 수준 이상의 포인트를 획득하게 되면 상한선이 있어서 보통 올림픽같은 큰 대회에서 금 하나 은 하나를 획득하게 되면 이 상한선이 이미 도달하게 되서 적어도 매달 수령되는 연금 자체만 봤을때는 추가 메달이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추가 메달이 의미가 없는 선수들이라면 차기 올림픽에 나가서 활약할 동기부여가 없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혹여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 (올림픽 다연패) 올림픽에 출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고 또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들 아직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나 이제 메달을 따서 연금 포인트를 채워야 할 후배들을 위해 강제로 떠밀려서 은퇴를 하거나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해야 하는 연금 짬짜미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토리노 3관왕을 달성한 이 둘을 그 뒤로 올림픽에서 볼 수 없었다는 것...


물론 이 역시 선수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누가 봐도 이성적으로 향후 금전적인 이득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는 이상 오히려 연금을 챙겨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그 바닥 풍토로 봤을 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거든요. 오히려 연금 상한선이라는 미친 정책으로 자신들의 할 도리를 다 했다는 식의 병신같은 영웅대접을 하고 있는 이 나라 정부를 탓해야 하는 게 맞죠.


우리나라의 태릉선수촌 훈련 수당과 메달 연금 상한선을 감안해볼 때 지금 쇼트트랙 남녀 선수단 모두가 금메달을 따서 메달 연금 포인트를 극한까지 채워도 빅토르 안이 아무 메달도 따지 않았을 때 순수하게 러시아로부터 받고 있는 연봉에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지원 금액 자체가 극히 한정되어 있고 그 지원 금액에 선수 생활 그 이후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짬짜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죠. 다관왕 다연패를 노리는 선배들을 바라보는 후배들의 눈빛은 존경의 눈빛이 아닌 후배를 챙기지 않는 선배를 바라보는 저주의 눈빛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론은 '돈'


국회의원 연금액은 상한선이 없습니다. 국회의원을 하루라도 했다면 평생 국회의원 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게 됩니다. 만일 이 국회의원이 낙선 후 다른 기초단체장 선거에 당선되었다면 연금은 2중으로 지급받습니다. 다른 공기업 사장에 취임했더라도 마찬가지죠. 그들이 처먹는 것에 상한선은 없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그 상한선을 만드는 것도 안 만드는 것도 모두 그들 스스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폐단입니다.


우리나라 메달 연금 제도는 무려 20년 이상 금액에 변동이 없는 매우 낡은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손보지 않고 금액도 올리지 않았던 이유는 남자들에게 그 대신 군 면제라는 떡밥을 제시하며 응당 국가가 내야 할 금액을 대체해왔던 것이고 여자들에게는 그 정도의 금액만으로도 할 사람이 널렸다는 식의 압박으로 침소봉대해왔던 것이죠.


대체 왜 누가 그녀가 눈물짓도록 만들고 있는것인가!


이 나라는 물가도 올랐고 경제 수준도 향상되었습니다. 예전에는 국위 선양이라고 해서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스포츠가 이용되었다면 지금은 그 국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보여지는 수단으로 스포츠가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가 그 높아진 브랜드 가치만큼 스포츠에 돈을 지불하고 있느냐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국가브랜드를 가진 국가들이 그 국가브랜드에 얼마나 브랜드에 걸맞는 비용을 스포츠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잘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나라를 대표하고 있다는 정치인 작자들의 종특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좀 그만 거저 먹으려 드는 게 어떨지요? 이러다가 태릉선수촌이 한번 올림픽 앞두고 파업이라도 해야 정신차리시겠습니까? 또 그때는 불법 파업이다 뭐다 해서 경찰 투입해서 선수들 의사봉으로 때려잡으시렵니까? 언제까지 거저처먹으려 드실겁니까? 네?


파벌 때문에 빅토르안이 귀화한걸로 뭉뚱그려서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하고 체육정책은 손보지 않은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연금제도와 군면제 제도만 고쳐지면 파벌따윈 생길 일이 없다.


빅토르 안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빅토르 안을 응원한 것만으로도 당신들은 이미 스포츠 정책으로 자격미달입니다. 사람들은 빅토르 안을 응원하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질 것이고 그것은 곧 '당신들이 만들고 있는 이 나라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라는 유토피아적 대리만족을 느낀 것임에 다름없으니까요. 당신들이 만들고 있는 이 나라는 이미 실패하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은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무언가를 깨닫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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近日 또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