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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08 사회교과서 쪽대본 - 기본앱은 왜? (2014.1.8)
posted by RushAm 2014. 1. 8. 16:14

휴대폰을 사면 기본으로 깔려 있는 앱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른바 번들인데요. 예전에 컴퓨터를 사면 기본적으로 몇 개 쓸만한 유틸이나 게임 깔아주듯이 따로 받지 말라고 깔아주는 차원으로 생각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모델이 진화하면 진화할수록 이 기본앱들은 적게는 40개 많게는 70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데다 이 앱들이 특별히 유용하거나 매번 일일히 깔아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시켜줄 만큼 필수적이냐면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이렇게 기본적으로 앱을 탑재하는 댓가로 앱 개발사 혹은 통신사로부터 일종의 금전거래를 갖습니다. 루팅을 하면 제거가 되지만 A/S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루팅으로 인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손상의 경우를 감안한 조치이지만 사실 루팅으로 인해 앱에 의한 광고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거든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돈 다 주고 폰을 샀는데 왜 이런 기본앱들이 깔려 있어서 내 폰이 광고로 덕지덕지 지저분해지는지 의문이 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생각을 잘 해봐야 되는 것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구글 플레이에서 넥서스 시리즈를 사거나 아이폰을 사지 않는 이상 대체로 통신사를 거친 가격에 폰을 사게 됩니다. 특정 요금제 사용을 조건으로 한 할부 지원을 받으면서 말이죠. 대부분 할부원금이라는 가격에 익숙할 뿐 이 폰이 진짜 내가 얼마의 돈을 주고 사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내 폰은 20만원이야'라는 말 대신에 '내 폰은 62요금제 3개월 유지야' 라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하니까요. 한마디로 폰은 이미 일정 금액을 주고 완전하게 내 소유로 만드는 가전제품의 선순환 판매구조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필요 이상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있을수도 있고 통신사간의 가입자 경쟁으로 인한 가전회사와의 알력싸움이 끼어있을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제 값을 내지 않는 소비재는 어떻게든 이런 재앙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라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맹점입니다. 기본앱이 전혀 깔리지 않은 폰을 팔 테니 할부지원금을 없에고 요금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겠다는...한마디로 공짜 폰을 없에겠다고 발표를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당장 방통위의 보조금 축소 발표에도 여론의 반응은 환영이 아닌 '발끈'이었습니다. 아마 지금의 통신사 판매 체계를 없에고 모든 폰을 디지털플라자나 베스트샵같은 양판점에서 다른 가전제품과 똑같이 정찰제로 판매한다고 하면 찬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전후 20분 이상 광고를 봐야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체 TV도 아니고 내가 내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데 왜 광고를 봐야 하냐며 투덜대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화관에 오는 사람 중 몇 명이나 9천원이라는 영화 티켓을 정가 그대로 사가지고 왔을까요? 많은 할인 혜택과 조금 능력이 되시는 분들은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활용하여 심하게는 1천원에 영화를 보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1천원에 영화를 틀어야 하는 극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말 광고 없이도 가능할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투덜거리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내가 내는 돈에 비례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자각을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 쪽을 택하지 않으면 어느 한쪽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폰의 기본앱이 싫다면, 통신사의 독과점 폐해가 싫다면 통신사의 유통 반대에 더 큰 목소리를 내시고 대신 그로 인해 폰 구매 부담이 더 커지는 데에 대한 부분은 감수하셔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화관이 유료 관객에게 광고를 트는 게 불쾌하다면 그것에 대해 충분히 항의하시고 대신 영화 할인율이 축소되거나 영화를 제값 내고 봐야 하는 일이 늘어난다면 그것 역시 등가교환원칙으로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더 궁극적으로 필자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적어도 지난 갤럭시S3의 17만원 쇼크 당시 피해를 봤던 사람들이나 영화를 할인 제도 하나도 모른 채 9천원을 꼬박 꼬박 지불하면서도 영화 시작 10분 전에 자리를 잡아 20분이나 광고를 봐야 했던 사람들이 적어도 돈 낸 만큼의 서비스를 받았으면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으면 본인에게 가해지는 다른곳에서의 차별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죠. 내가 누군가에게 갑질을 해 왔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갑질을 당하는 을이 되는 갑을관계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기업이 주도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짐과 동시에 우리 수준에 맞춰주는 기업 역시 갖게 되니까요.


사회는 정말 작은 곳에서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질 않을 거에요.

모든 것이 완벽해질 수는 없습니다.




세상은 러브 앤 피스보다 기브 앤 테이크이니까요.

...


내일 또 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