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3. 10. 2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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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교다닐때는 말이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우리는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진 자유민주주의평등국가라고 제일 처음에 배운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제가 정작 사회에 나와 살아보고 주변 친구들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도 지켜보자면 그때 배운 게 맞나 싶기도 해요. 우리는 정말 직업에 귀천이 없는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게 맞나요? 왜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굽실거려야 하고 그 화풀이를 꼭 누군가에게 해야 하는 폭탄돌리기를 하며 살아야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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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거짓말한게 그것 뿐이라고 생각하세요?


공화국 사회교과서 1장에 보시면 학교가 절대 정직한 집단이 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너무 순진하셨어요. 하기야 그때 순진하지 않으면 언제 또 순진해봅니까? 꼭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걸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세대들의 시각에서 재해석할 여지 자체를 주지 않는다는 건 좀 우리만의 문제이긴 해요.




흔히 대통령이 국민 아래에 있고 모든 권력 국민에게서 나온다 뭐 이런 이야기가 헌법에 쓰여있잖아요. 근데 그걸 체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극소수이고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자신들의 사유재산을 챙겨먹기도 하죠. 그럼 왜 이 헌법이 존재하느냐, 명목상인거에요. 사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 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것 자체가 에초에 과거 봉건주의 사회와 관료주의 사회의 모델에서 전혀 발전하지 못한 모양새거든요. 당연히 시행 초반에만 반짝 컨벤션 효과를 냈었겠지만 고무줄 돌아오듯 금새 사람 사는 사회는 예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채로 회귀하고 있는 거에요. 


왜 이 사회는 평등하지 못할까요? 그리고 앞으로 정말 평등한 사회란 올 수가 있을까요? 당장은 해답을 드리지 못하겠지만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


나랏님 탓


흔히 하는 착각중에 하나가 지금의 공화정에 비해 절대왕권봉건주의 사회에서는 왕의 권력이 절대적이며 백성들은 결코 이 권력에 저항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다는 거에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봉건주의 사회는 그만큼 계급화가 명확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각 벼슬이나 왕권이 지금의 공화정제 관료들보다는 훨씬 공고하고 표면적으로는 영구집권과 세속이 가능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요. 근데 진짜 그랬을까요? 그리고 지금 공화정이 영구집권과 세속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긴 한가요? 


공화정 하에서 정권을 잡은 자들


대통령과 일개 시민이 평등하다고 교과서에서 늘 배우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죠? 대통령이 가진 국가 권한은 너무나도 막강해서 국가를 개인 사적 감정으로 패망시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과거 조선의 왕들이 군사를 일으킬 때 백성들 중 건장한 청년들을 차출하는 것처럼 대통령 산하 국가조직 역시 젊은이들에게 명목상으로는 '자율적'이지만 헌법상의 의무라고 못을 박아둔 채 병사를 차출하고 또 이용하는 모습은 전혀 다를바가 없잖아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서 몸 아픈사람 빼주고 부양가족 있는 사람 빼주고 그런다고요? 조선시대라고 그런 거 없었던 게 아니에요. 조선시대에는 심지어 '결혼'만 하면 애를 생산해야한다는 의무를 지기 때문에 전쟁에 차출되지 않기까지 했어요. 다친 사람이나 지병 있는 사람은 말할것도 없죠. 지금 병역 면제 기준 한번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마 면제를 받는 것이 조선시대에 비해서 과히 민주적이고 간단하지 않다는 건 징병대상자가 되어본 남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지금은 민주주의라서 대통령이 뭐 잘못하면 국민들이 힘을 모아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 왕권주의보다 낫다고 보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그게 반드시 공화정이 되고 나서야 겨우 생겨난 특권일까요? 정말 왕권주의때에는 그런 일이 없었을까요? 적어도 우리나라에 한해서는 그게 아니었어요.


조선왕조 500년 실록을 보면 우리나라 왕 중에는 종이나 조로 끝나는 사람도 있는데 드물게 '군(君)'으로 끝나는 사람도 있어요. 연산군이나 광해군이 대표적이죠. 그들이 폭군이라서 그렇게 기록되었다고 알고 있는게 일반적이에요. 그런데 이상하죠? 왕권이 절대적인 왕권주의국가에서 폭군이었다고 해서 한낱 서기관따위가 임금 역사를 그따위로 기록한다니 말이에요. 그리고 에초에 폭군이라고 평가를 한 주체가 있었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기본적으로 왕이 자신에 대한 역사적 평가 하나 좌지우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렇게 쉬운 걸 왜 못해?


...


연산군의 기록을 보면 이런 얘기가 있어요.


- 조선 연산군은 매사냥을 경기도 청계산으로 다녔는데 매번 한강에 부교를 설치하는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다고 한다. - 


매사냥이 뭐냐, 당시 동시대 유럽 귀족들의 필수 교양이라고 할 만큼 가진 자들의 평범한 취미 정도였단 말이죠. 왕이 문제가 아니라 흔히 부르는 공작 백작 남작, 우리로 말하면 고을 원님들도 흔히 즐기던 수준이었다는 거에요. 그런데 왕이 그거 좀 한다고 백성들이 무려 '원성'씩이나 냈다라는거죠. 이건 당시 왕권이 약하고 강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조선의 봉건주의가 일반적인 유럽의 봉건주의와는 그 궤를 달리했다는 이야기가 되요. 



우리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봉건주의 자체에 대해서는 유럽의 그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요. 강한 왕권과 정복자, 지배자, 피지배자로 나뉘어지는 복잡한 유럽의 역사에서 생겨날 수 밖에 없었던 그 봉건주의 말이죠. 그런데 역사 교과서 주장대로라면 침략을 수도 없이 당하기만 했을 뿐 어디 하나 침략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순둥이 국가 대한민국의 봉건주의가 이들과 성격이 같다는 건 분명 모순일 거에요. 한마디로 지금 현대의 많은 국가들은 봉건주의에서 공화정으로 바뀌는 역사의 수순을 밟고는 있지만 그 공화정 자체의 성격이 어떤 나라에서 만들어진 획일화된 기준으로 모든 나라에 적용시키기에는 그 한계가 분명 있다는 거죠.


유럽의 봉건주의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데. 기본적으로 지배와 피지배, 타민족과의 경쟁, 그리고 전쟁 수까지 우리나라 역사의 몇십배에 달해요. 전쟁이 많다는 것은 무엇이냐. 그만큼 체재 전복에 대한 위협을 왕이 깊숙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며 지배와 피지배 타민족과의 경쟁이 반복된다는 것은 전혀 뜻을 같이 하고 있지 않은 민족들과 국경 속에서 합의 하에 같이 살아가야만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단일 민족이었고 삼국 시대 뒤엔 고려가 생기고 그 뒤엔 조선이 생기고 그 뒤엔 일제침략기를 거쳐서 대한민국이 생기는 사슬 구조의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는 거에요. 


이런 환경에서 왕이 과연 백성들을 믿고 백성들을 위한 선정을 펼칠 수나 있을까요? 내일 당장 전쟁이 벌어져 순식간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고 외부 민족들이 공존하는 백성들 중 그들이 진정 우리 편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한데 그들을 모두 백성으로 인정하고 나라의 안정을 꾀할 틈이냐 있었겠냐는거에요. 게다가 공작, 백작, 남작 이런 단어에서 알 수 있겠지만 당시의 왕 제도는 중앙집권체계가 아니라 암묵적으로 군소 국가들이 연합해서 연방을 구성하는 형태였기 때문에 각 지역 영주들의 권력은 그 지역 내에서는 왕에 필적했어요. 유럽 중세 소설을 보면 사실 왕이 와서 행패를 부리는 모습은 별로 없고 백작이나 남작, 후작 같은 사람들이 악역으로 많이 등장하잖아요. 그만큼 그들의 권력이 그 지역 내에서는 절대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사정이 이런데 과연 왕이라는 존재가 온 백성을 아우르는 성군이 될 수나 있었을까요? 당연히 각 영주들보다 더 위에 있으려면 더 많은 권력과 권세를 누리지 않으면 안되었던거죠. 왕은 일반 백성들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일반 백성들은 각 지역 영주들이 사실상 그들의 왕이나 다름없었어요. 각 지역 영주는 이변이 없는 한 대물림되며 세습되었고 왕이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는 한 세습을 트집잡을 수도 없었던거죠. 우리나라는 어땠나요? 부패한 관리가 있다는 탄원이 중앙정부로 접수되면 암행어사가 떠서 싹 쓸어버리는 장면 익숙하시죠? 유럽에서 이 장면을 보면 눈이 휘동그래질거에요. '아니 어떻게 감히 영주한테 개길수가 있지?'



우리나라는 이미 조선시대때부터 영주는 물론이고 왕조차도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면 폭군으로 기록되며 유럽에서는 남작 나부랭이도 하는 매사냥조차 백성들 눈치를 봐야하는 그런 봉건주의를 가진 나라였어요. 물론 왕권이 강력하다는 것은 이견이 없지만, 그 왕권자체의 강력함과는 별개로 백성들이 느끼는 삶의 질과 정치적 참여에 대한 권리는 유럽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는거죠. 대부분의 민란들도 결국 범국민적으로 끓어오르기 시작한건 조선 후기의 그 악명높은 허수아비 선조 시대 안동 김씨 세력들이 득세할 때 본격적이었지 실제로 중국의 통일국가 역사에 비추어보아도 이렇게까지 반란에 대한 기록이 적은 나라가 또 없어요.


이런 백성친화적인 봉건주의 사상을 일찍부터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가 왜 민주주의 국가에 이르러 이모양이 되었는지에 대해 궁금하실거에요. 그 해답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일본을 공격해야 해요.


...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뿌리를 찾기가 참 애매해요. 우리나라는 입헌군주제 국가가 아니라 대통령제 국가이기 때문에 굳이 가져오자면 미국의 민주주의를 표방해야 하죠. 그런데 미국처럼 연방제국가가 아니기때문에 단일국가의 민주주의 모델로 개량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이 개량 작업을 해야 할 시기에 딱 일제강점기가 겹치게 되요. 뼈대는 미국식 민주주의인데 속살은 일본식 민주주의라는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감이 안오시겠지만 일단 들어보세요.


일본은 입헌군주제국가이므로 당연히 왕이 있어요. 따라서 일본의 민주주의 하의 정치적 최고권력자는 총리대신이 됩니다. 그런데 이 왕의 존재 자체가 일본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신'과 같은 위치에 있거든요. 일본 여행을 하다보면 신사(神社)가 있고 데라(寺)가 따로 있다는 것에 의야해보신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일본은 그 동네, 혹은 그 지방의 큰 어르신이나 그 지방을 개척한 토호를 신으로 모시는 데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어요. 이런 문화는 중국에도 있는데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나 조자룡이 출생지역 상산 등지에서 신격화되고 참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물론 일본쪽이 훨씬 더 맹목적인 구석이 있지만요.



이런 문화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섬나라이다보니 불교 문화가 태동되기 전까지는 이렇다할 종교가 침투될 여지가 없었고 그렇다보니 토착 종교 즉 토템이 발전을 거듭하여 된 모양새가 조상신을 넘어선 그 마을, 더 넓게는 나라의 국왕을 신으로 모시는 풍토가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겠죠. 이건 사회교과서 5장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예전 이집트에서나 볼 수 있는 굉장히 원시적인 종교 문화에요. 그만큼 교류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었던 섬나라의 폐쇄성이 만들어낸 특이점이라고 보는 게 맞을거에요.


이런 토착 종교 문화는 국가 문화를 극도의 보수성으로 옭아묶게 되요. 일본은 도요토미히데요시가 통일을 하기 전까지는 4개 국가에 수십개의 크고 작은 통치 지역으로 나뉘어져서 통치되었는데, 중앙정부가 존재했고 일왕도 계속 명맥을 잇고 있었지면 아무도 그들의 권력에 별로 관심을 보이진 않았고, 일왕 역시 각 지역 구석구석까지 자신의 힘이 닿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시대였죠. 대부분 각 통치 지역에 있는 영주 (일본으로 치면 쇼군) 들이 자신들의 통치 영역만을 얌전히 통치하면서 지냈어요. 이른바 센고쿠 다이묘 시대인데 일본의 사극 대부분은 이 시대부터 시작하고 있어요. 그만큼 일본 역사는 그 이전 역사가 제대로 갖춰진 역사라고 보기에는 너무 원시적이었다는거죠.



그렇게 다 제각각 나라를 갈라먹고 평화롭게 오랫동안 살다 보니 나라가 굉장히 오래 갔고, 각 지역별로 우리나라로 치면 '단군할아버지'급의 인물들이 한 명씩은 존재했어요. 물론 우리의 천도교처럼 하나의 종교로서 고착되었음은 물론이고요. 특징이 있다면 그들은 그 혈통을 보존해서 계속 왕으로 모셔 오고 있다는 거에요. 한마디로 한번 지도자로 모신 혈통은 계속 세습하여 지도자로 모신다는 북한의 3대 세습은 울고갈 유구한 역사의 세습문화가 일본에 정말 상상도 못할 기간동안 오래 지속되었다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죽은지 너무 오래 되어 그 위대함을 해아릴수없는 지경이 되면 그 지도자 혈통의 시조급은 이른바 '신격화'가 될 수밖에 없죠.



일본 대기업의 역사는 수백년을 아우르는 곳도 있는데 대부분 이런 명문 가문이 기업화된 곳들이 많다. 미쯔비시그룹의 마크도 원래 가문의 상징을 회사 심볼화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카스트는 정치계뿐만 아니라 경제계에도 이처럼 깊숙히 박혀있다.



이런 나라가 통일이 되었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상상만해도 끔찍한것이 각 지역별로 신이 있는데 그 두 지역이 싸워서 이긴 지역이 진 지역을 흡수해버리면 사실상 그 지역의 토호 혈통이 끊어진다는 건데, 이미 그 혈통이 깊숙히 신격화되어있는 국민들이 이를 가만 둘리가 있었을까요? 이미 다른 지역의 토호로 갈아탄다는 차원을 뛰어넘는 더 뼛속 깊은 트러블이 예고될 수밖에 없었어요. 일본은 그만큼 통일이 쉽지 않은 나라인거죠.


아무튼 통일은 통일임


그러던 와중에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전국을 통일시키는데 성공했으니 실제 그 내부 진통은 어느정도였는지 예상이 되시나요? 물론 도요토미는 이를 타파하고 일본을 결속시키기 위해 전쟁 카드를 꺼내서 우리나라를 괴롭혔는데, 실제로 우리 나라를 먹겠다는 목적보다는 일본 각 지역, 특히 시코쿠와 큐슈 지역의 토호 세력들의 '전투력 소모'의 목적이 더 컸어요. 중앙 정부가 있는 혼슈와는 다르게 바다 건너 있는 시코쿠와 큐슈에까지 단기간에 통치력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통일빨이 다 하기 전에 그들의 전력을 소비시킬 필요성이 있었던거죠. 한마디로 그는 통일은 했지만 각 지역의 토호들을 모두 잠재웠다고 보기는 어려웠어요 여전히 도요토미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국민들이 대다수였을정도니까요. 도요토미 사후에 즉위한 도쿠가와 역시 중앙집중안정책을 취하긴 하지만 토호들의 권력을 완전히 빼앗는게 아닌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충성을 유도하는 유화책으로 평화를 이끌어내는 선에 그쳤어요. 한마디로 어느 쪽도 완전한 하나의 국가로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일본은 공화국이 되어서야 지금의 일본이라고 불릴 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이때 일본의 입헌군주제가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 것이 왜 기존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권을 창출했는데, 새로운 왕이 탄생하지 않고 제국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볼 필요성이 있었는데요. 바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하나의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지역 토호 위주의 '신'을 모시는 문화를 모두 타파하고 통일된 하나의 신을 모시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들은 그때까지 실질적으로 혈통만 존재할 뿐 어떤 권력도 없었던 일왕 혈통을 이용하기 시작하는데, 막부 시대에는 궁핍하여 즉위식은 커녕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해야 했던 일개 몰락 귀족 혈통에 불과했던 일왕은 그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으로 인해 일본에서 가장 오랜 가문으로 모셔지기에 충분했어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들어 일본 제국을 세운 자들은 이를 일본 전국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는데 여기에는 일본 유신을 완성한 자들의 스스로의 권력다툼으로 인한 죽음을 걱정한 나머지 누구 하나 1인 권력을 쥐는 것을 원치 않았던 이유로 이들은 일왕 가문을 내세워 일왕 가문을 보호하는 내각총리 체계를 완성하게 되요. 이런 내각총리 체계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고 패전의 쓴맛을 보며 입헌군주제로 변할 지언정 그 체계는 지금까지 무너뜨리지 않고 이어오고 있죠.



일본의 초대내각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 일왕의 직할 통치론을 최초로 주장하며 일본의 제국화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때부터 일본의 정치인은 국민이 뽑은 봉사자가 아닌 완전한 각료, 관료, 벼슬아치가 되었으며 이는 지금의 일본 사회가 가진 신 카스트의 기본 토대가 된다



일본 제국이 일왕을 얼마나 신격화하는데 성공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모습, 일본 제국군인들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일왕처럼 신으로 받들여 모셔질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자살폭탄공격을 기꺼이 수행했다. 그리고 일본은 놀랍게도 그 약속을 아직도 지켜나가고 있다.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일본 건국 이념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


일본 이야기는 저도 많이 하기 싫으니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할 것 같군요.


왜 이렇게 싫은 얘기를 길게 했는지에 대해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일본의 전국시대부터 일본 제국, 입헌군주까지의 역사가 지금의 일본 내에 미친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에요. 일본은 그 나라 크기에 비해 각 지방이 가지고 있는 독립적인 경제권과 자치권이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높고, 표준어 구사율이 경제규모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며, 지방분권이 어느 나라보다 잘 되어있는 나라가 되어있죠. 그들에게 있어 일왕은 단순한 왕이 아니라 일본의 신이며 그들의 통치를 받는 것은 응당 당연한것이죠. 각 지방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들이 아들 손자 며느리까지 3대 세습은 우스울정도로 세습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도 전국시대부터 이어져온 토호 세력의 제왕적 봉건주의가 뼛속까지 스며 제대로 된 자발적 민주주의가 꽃필 토양 자체가 아예 생길 여지가 없는 한계가 있고, 총리대신을 국민이 아닌 각 지역 토호들이 선발하는 문화 역시 에도시대와 일본 제국을 거치면서 생긴 중앙집권화의 잔재인 것이죠. 한마디로 일본은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거에요. 그들에게 있어 민주주의란 아직도 너무 먼 이야기일 뿐이고 그것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문제에 지나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토호 세력들이 공포정치를 펼친 적도 없고 왕은 일찌기 중앙집중화를 이룩해내어 중앙 임명식 봉건제를 완성시켜 지역 토착 세력이 자리잡을 여지 자체가 없었으며,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라의 건국과 멸망은 결국 관리들의 부패로 인해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부터 시작되었을 만큼 나라의 흥망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백성들의 역할이 매우 컸던 나라에요.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태동된 민주주의가 지금의 이 모양이라면 답은 하나밖에 없죠. 바로 일본 탓이에요.



우리나라는 입헌군주제가 아닌데도 정치인들은 어떻게해서든 정치권력을 자식들에게 세습화하고 놀랍게도 국민들은 이를 당연하다는 듯 문제인식 없이 용인하죠. 지역 출신 대통령을 신처럼 모시는 의식이 각 지역별로 횡횡하고 있고, 중앙집중체계가 잘 이루어졌던 조선으로부터 이어진 나라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역주의가 팽배한 나라가 되고 말았어요. 민주주의 하에서의 관료들은 마치 봉건주의의 그들처럼 권위의식이 높아져만 가고 놀랍게도 그런 권위의식에 대해 마치 봉건주의 귀족들을 보듯 당연시어기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아요. 심지어 이런 계급사회의 체계는 굳이 정치판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회사 내 심지어는 우리가 사는 이웃의 소득 격차에서도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좀 더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도 있어요. 민주주의는 국민에게서 권력이 나오는 체계인데 오히려 조선시대보다 못한 국민권력을 가지고도 지금의 민주주의 권력이 오히려 과잉이라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아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꽃을 피워야 할 때 하필 그 뿌리를 다져야 할 때 일제강점기가 있었어요. 그들은 일제강점기 동안 일왕을 섬기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이른바 제국주의 계급사회 체계를 뿌리박았어요. 해방 후 우리나라는 그 잔재를 청소하는 데 실패했고 그 계급주의의 혜택을 듬뿍 입은 자들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 초대 정권을 잡으면서 그들에게는 한없이 유리하고 행복하며 영원불멸할 수 있는 일본의 입헌군주제식 민주주의를 뿌리박는데 성공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헌법 제 1조가 존재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체감권력은 한없이 약하게 느껴지는 기형적인 나라로 지금에 와 있는 거에요.


이같은 패배의식이 남아있고 입헌군주제식 민주주의 잔재가 남아있는 한 아무리 1인 1표제, 직선제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민주주의에 의한 정치적 결실을 얻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봐요. 토호 세력이 신을 섬기듯, 우리나라는 자기 지역 출신 정치인을 섬기고, 그가 임기를 마치고 나서도 그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영주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반쪽 이하의 민주주의는 그들이 지금 당장 부패한 거와는 관계없이 우리 어르신들 세대에서부터 뿌리박혀 있는 이상 진정한 민주주의 하에서 나올 수 있는 사회체제가 확립될때까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을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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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언제 평등할 수 있나?


우리나라 현대사를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봐도 무방할 일본의 입헌군주제가 정치체계적으로 전혀 호환되지 않은 우리나라에 녹아들었다는 점이 사뭇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두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는 태생부터 사상까지 분명한 대척점에 있는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사실 민주주의가 정말 봉건주의 사회와 완벽한 대척점을 지니는 정치 혁명이었다면 지금처럼 입헌군주제를 표방하는 국가가 나올 수가 없지 않겠어요? 아무리 껍데기뿐이라고 해도 공화정 혁명이 왕권이랑 호환성을 보이는 것 자체가 원론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거겠죠. 다시말해 지금의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쓴 봉건사회이고 그렇기 때문에 모양새만 다르게 한 채로 결정적 투표권을 줬다는 것 하나로 헌법 제 1조를 만들어 국민들을 착각하게 만들고 있어요. 입헌군주제냐 완전한 민주주의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 사상만으로 모든 국민들을 민주주의에 최적화시키도록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거에요.


일본의 근현대사를 소개해드린 부분을 읽으시면서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결국 뿌리깊은 봉건주의로 인해 자리잡아 있는 카스트 제도는 그 형태만 달리했을 뿐 이른바 일본식 민주주의로 그 색깔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굳건히 자리잡고 있어요. 이들은 결코 낮은 카스트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 생각이 없어요. 행여 그런 정책을 취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그 부분이 자신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일 바에야 그냥 예전 영주들처럼 국민들 피나 왕창 빨아먹자는 게 일본의 관료주의 하에 놓여있는 상위 카스트들의 생각인거에요. 



일본인들은 대체로 이런 정치판에 큰 불만이 없어요. 그들은 민주주의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들은 정치판이 내게 뭘 해줄지를 기대하기보다 그저 황국 신민으로서 내 위치에서 묵묵히 열심히 회사를 위해 나라를 위해 일왕을 위해 내 위치에서 내 역할 내 일을 열심히만 하다가 죽는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죠. 일본인들의 이런 특성은 외부에서는 우직함과 성실함으로 비추어지지만 실은 오랜 카스트에 익숙해진 뼈에 사무친 패배감에 지나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다는 F1레이싱이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는 점, 각종 헐리우드 스타들이 폭넓게 인기가 있는 이유 그들이 특별히 범세계적인 문화 소비 성향에 눈을 떴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냥 유명하니까 의무감으로 봐야 한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유럽 여행에서 에펠탑을 반드시 봐야 하듯이 그들은 일본에 온 유명인이라면 별 관심이 없어도 콘서트의 자리를 꽉꽉 채우곤 한다




그들은 어느 정점에 다다른 연예인을 '신'이라 부른다. 그들에 대한 대우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들이 F1경기장에 몰리고,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예인이 일본을 방문하면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그들이 진짜 좋아서라기보다 그들을 이미 '신'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종교적 행위와 다르지 않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미 그렇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데 일본의 그런 모습이 점점 보이고 있다는 거에요. 정치인을 신격화하고, 무언가 나라를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권력에 기가 눌려 묵묵히 살다가 죽는 것을 택하는 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자신들을 위한 정책이라곤 눈꼽만큼도 내지 않은 자들에게 표를 던지고 그들에 의해 온갖 불이익을 받아도 묵묵히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데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회사 면접에서 인격적인 조롱을 당해도, 회사 내의 봉건주의 잔재에 변화를 요구하기보다 그에 순응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단순히 일본 탓만 할수도 있지만, 그것을 뿌리뽑을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책임도 분명하다는 점이 이 나라를 사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에요. 


결국 민주주의는 그 자체만으로 결코 만능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에요. 그것이 입헌군주제에 의해 더럽혀지건 더럽혀지지 않건 결국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생각이 오염되지 않아야 본격적으로 자유로우며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토대로 제 역할을 해줄 테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무엇부터 어떻게 얼만큼 해야 하는지를 정해야 할 시기를 이미 지나쳐버린 지 오래지만 아직 늦지 않았어요.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겠지만 말이죠.




...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릴 차례네요.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평등해질 수 없어요. 그것은 입헌군주제의 영향을 받았던 받지 않았던 그 사상은 말 그대로 법이든 뭐든 '최소한'이에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군락을 이루고 그들이 함께 세력으로서 잘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어떤 합의체가 그들이 살아온 역사와 사회적 형태를 단박에 특정 나라가 발전시키고 만들어온 이론울 바로 적용시킬 수 있을 만큼 녹록할리가 없을테니까요.


우리나라는 애석하게도 일본의 입헌군주제에 의해 오염되어 버린 민주주의를 갖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만인이 평등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굽실거려야하고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뒷목에 힘이 들어가는 먹이사슬같은 귀천체계 공화국 카스트 제도가 자리잡고 말았죠. 우리 민족은 왕한테도 개기던 자존감이 강한 민족이라 누구한테 당하면 꼭 그 분노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서 누군가에게 갚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탓에 갑을관계가 생기고 또한 사회문제가 되며 직장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는 자기보다 낮은 카스트라고 생각하는 서비스업종에게 풀어내는 보기 안좋은 사회문제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어요.



우리는 늘 직장상사보다 낮은 등급의 차를 사야만 해요. 우리 회사가 처우가 좋지 않은건 갑의 회사보다 나은 처우나 직원복지를 하면 갑의 회사가 불쾌해하기 때문이죠. 을의 회사가 더 나은 처우를 하고 싶어도 갑의 회사가 그 처우에 미치지 못하면 항상 그보다 낮은 처우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은 전혀 민주적이지도 자유경제주의적이지도 않은 악습에 지나지 않는데도 아무도 이것을 고치려 들지 않아요. 


임대아파드 사는 주민이 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게 싫어서 바리케이트를 쳐요. 그리고 어떻게든 정말 어렵게 모으고 그 가치를 더 많이 인정받는 돈이라는 물건으로 자신의 카스트를 증명하려 애쓰죠. TV에는 더 좋은 옷, 더 좋은 음식, 더 좋은 집이 늘 부각되고 카스트를 상징하는 지표로서 광고하고 사람들은 어떻게든 가짜로라도 자신의 카스트를 돋보이게 하려 애써요. 자신의 본질적인 성격이나 내적인 아름다움은 고리타분한 선비들이나 하는 얘기로 핀잔을 듣기 일쑤에요.



돈으로 카스트를 과시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다보니 그 밖의 가치들은 모두 하대를 당해요. 문화 공연은 그 내용보다 얼마나 제목이나 작품 자체가 돋보이고 역사가 깊느냐가 중요해요. 작품 내용을 하나도 이해를 못하면서도 그 작품을 봤다는 상징 자체에 집착하죠. 해외여행, 자동차, 명품백, 처음 들어가는 직장, 부모들의 직장 .... 지금의 민주주의 사회라 불리는 대한민국은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어요. 민주주의는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사회인데도 말이에요.


이건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부터 직시해야 해요. 다행이 우리나라가 아직 일본보다 나은 점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그 끊임없는 개김성으로 인해 결코 독재나 봉건식 민주주의에 굴복하지 않고 나라가 큰일이 날 때마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나라를 바로세워온 결과 우리 손에는 적어도 투표용지 한 장씩은 아직 골고루 갖고 있게 되었잖아요. 총리대신 하나 스스로 못 뽑는 옆나라가 결국 그 봉건주의로 파국을 맞는 걸 보면 아직 가능성이 있는 거죠.



...


자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그 권력으로 무엇을 해야만 할까요? 


다른 건 다 필요없고 이거 하나만 기억하세요



지금에 만족하는 사람은

결코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살 수 없어요.


왕족, 재벌, 현직 정치인, 셀레브레이트, 고액 재산가들...

모두 지금에 만족하고 지금의 카스트를 누리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이들이 진정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


당신이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세요.


만족하지 않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더라도


단 하나라도 만족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사람에게,

그것을 위해 자기 인생을 바칠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지시는 것


그리고 지금의 민주주의가 뭐가 잘못되었으며

진짜 우리 몸에 맞는 우리 민족이 해왔던 우리들만의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늘 생각하고 행동하고 깨달아가는 것...


저는 그것이 민주주의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화국 사회교과서 제 6장-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정말 평등한가요 편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