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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5 일본의 성문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27
posted by RushAm 2009. 10. 25. 08:05
일본에서 넘어온 수많은 소문과 그 소문을 속속 확인시켜주는 각종 매체들에 의해 형성된 일본에 대한 이미지 중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일본은 성에 대해 대단히 개방된 나라다'라는 것입니다. 워낙 관련 매체와 사건, 사고들이 잘 알려져있고 공교롭게도 시중에서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일본 책들에서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이미지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죠. 일부 사실이며 일본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어떻게든 감추려고 애를 쓰고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 가부키쵸는 사진 촬영이라도 좀 할라치면 코반이 제지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영업상의 보호 문제도 있겠습니다만 만일 기자나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중인 외국인일 경우 사진이 결정적인 이미지의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이 산업은 최소 20년 안에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부도 이쪽 산업의 사회적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뿌리를 뽑으려 들기보다는 해외로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도록 외국인들에게만큼은 철저히 노출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각 지역별 야쿠자들이 운영하는 전화출장 업계와 인터넷으로 운영되는 콜걸 서비스까지 막기에는 일본 정부의 능력상 역부족에 가깝습니다. 벽이 갈라져 새는 댐을 팔로 막는 무모한 짓을 할 생각은 더더욱 없을테니까요.

자 그렇다면 이런 나라의 성에 대한 관념은 이런 산업의 수준 만큼이나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되어있을까요? 일부 사람들에게서 돌고 있는 소문대로 일본 여자들은 조금만 친해져도 스스럼 없이 성관계에 관대한걸까요? 뻔한 답변이 되겠습니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NO! 입니다. 일본이 그런 오해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관계의 내용'에 있지 '관계까지 가는 과정'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뭐가 다른거냐고요?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한 일 양국간의 결정적인 시각차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의 일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본의 대한 오해가 왜 빗나갔냐면 우리나라의 '성 문화'에 대한 관점으로 일본을 똑같이 치부했기 때문인데요. 흔히 남녀가 커플이 되고 결혼을 하고 관계를 가지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관계를 가지기 직전까지의 과정이 대단히 중요하게 치부되는 성향이 있습니다. 결국 이런 레이스는 '관계'에 이르러서는 남녀 모두 신경전이 극한까지 온 상황이기 때문에 양쪽 모두 긴장이 풀리고 한쪽은 목적성, 한쪽은 신경전에 대한 필요성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리는 거죠. 에초 우리나라의 성 관계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이 '한쪽은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한쪽은 '도달하는 사람을 마지막까지 검증하고 경계'하는 데에만 거의 모든 것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남녀 모두 결국 '성 관계'의 허불허에만 모든 초점을 맞추고 신경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정작 그 다음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는 인성과 관련된 성교육과 인식의 성숙도의 평균치가 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결국 수많은 커플들이 정말 어이없게 '우린 너무 익숙해졌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수도 없이 해어짐을 거듭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커플의 최종목적지'를 처음부터 정해놓았기 때문이죠.

일본의 성관계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릅니다. 성관계에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관계는 커플이건 결혼한 부부이건 '현재진행형'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상대의 순결에 대해서 크게 집착하지 않습니다. 성관계 자체가 '커플'이라는 의미에서는 큰 비중이 없기 때문이죠. 이들은 '성관계'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라는 더 큰 범주의 카테고리가 더 중요하며 성관계는 그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때문에 성관계에 있어서도 '관계 그 자체'에 집중하거나 흥분하여 이성을 잃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일상에서 대화하듯 '관계'를 가지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상당히 천천히 그리고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마치 그 시간을 여유를 두고 충분히 즐기려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모습이 한국에서 보기에는 '성을 가볍게 어긴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니 저렇게 성관계가 생활화 될 정도면 대체 얼마나 문란한 사회인거야?'라는 오해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결국 시각차입니다. 이들이 성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성이라는 부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위험성을 내포해버린 탓이죠. 성관계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사회에서 이들의 성 의식은 충분히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만, 이들이 이상한건지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커플 관계일때는 단계별 미션의 최종단계처럼 어겨지는 성, 부부가 되어서는 의무방어전이라 불리울 만큼 관계 그 자체에 의미를 집중하는 우리나라의 성이 과연 불편하지 않은 진실이 되어주고 있는 것인지도 함께 생각해보면 좋을 듯 싶네요.

성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 아름다움 때문에 높이 추앙해야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일본의 성 관념입니다. 동성들끼리라도 알몸이 되면 서로 친근해지고 말문이 쉽게 열리는 것처럼 남녀관계도 성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말문을 열고 그동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나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털어놓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었을 때는 위로를 주고받기도 하는 것이죠. 서로 알몸이 되어있고 하나가 되어있는 상황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결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은 충분히 이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관계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계를 가지면서 갖는 감정적 교감의 시간을 중시하는 것이 일본의 성 문화가 가진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문화는 이른바 뒷세계라 불리우는 '풍속업계'에도 잘 드러납니다. 물론 이쪽 업계도 예전과는 달라서 이른바 '성 그 자체'만을 중시하는 업소들이 업계를 거의 장악하고 있습니다만,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실체는 '쾌락'이 아닌 '위안'입니다. 이들은 여자의 성을 판매한다는 생각보다는 그 여자의 시간을 판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들의 경험담은 정말 다채롭습니다. 물론 '관계'를 가진 경험이 제일 많지만, 뜬금없이 술자리를 같이 하자며 이런 저런 푸념을 늘어놓는 사람, 부여잡고 울먹이며 신세한탄하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하는 사람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례들을 듣게 되죠. 직업여성들은 이런 사람들을 성 관계를 포함하여 그 시간만큼은 그사람의 편이 되어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며 가능한 그 시간만큼은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위안'은 '위로'와 '안정'으로 결국 남자가 가진 모든 욕구불만을 해소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것도 일종의 영업기술 중 하나입니다만, 어쨌든 일본의 풍속업계는 결코 성 그 자체만으로 돈을 지불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개념이 확고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일본의 성 관념은 관계 그 자체에 무게를 두지 않기 때문에 업계도 이에 발맞추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죠.

이야기를 다시 처음으로 되돌려서 일본은 정말 성이 문란한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한국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가 정답이 되겠습니다. 물론 일본 여성들이 성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도 편견에 가까운데요. 최근 일본 잡지에서 발췌한 설문조사 기록을 보면 '애인이 있는데도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쪽이 절반을 넘었다는 부분이 이런 편견을 가중시키기도 합니다만, 이건 여성들이 성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성 그 자체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을 뿐 일본 여성들이 혜프다는 증거로 치부할 근거가 되지는 못합니다. 성에 의미를 크게 두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끼치는 사회적 영향은 생각만큼 크지 않거든요, 성의 의미를 크게 두고 있는 한국이 자신있게 우리는 성이 문란하지 않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처럼 성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일본이 다른 나라의 기준으로 단정지어지는 혜픈 여성 이미지에 발끈할 자격도 충분합니다. 그걸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사람의 성숙도 차이일 뿐 보편적 사회기준이 어떤지는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거든요.

한국처럼 정말 오랜 시간동안 절차와 의식을 거쳐야 하는 게 아니라 조금만 꼬시면 성관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른바 '단계 단축론'도 있는데 관계 자체를 떠나서 일본의 성 문화처럼 '속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로 인정받는 게 과연 흔히 생각하듯 마냥 쉽게 생각할 부분은 아닙니다. 관계에 의미를 두지 않을 뿐 이들에게 있어 관계를 갖는다는 의식 전체가 가지는 무게감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거든요.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들 중에 '마음속을 좀체로 털어놓지 않는다', '속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과연 이들에게 '후련하게 속을 털어놓고 그 고민을 진심으로 위로해주는'관계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정말 수많은 단게를 거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들에게 있어 성이란 내가 내 치부를 드러내고 마음껏 어리광을 부려도 결코 그가 그런 내 모습에 실망하여 돌아서지 않고 어루만져주고 위로받을 수 있는 관계에 다다랐음을 의마합니다. 형태만 다를 뿐 과정에 있어 특별함은 없습니다. 이 관게가 만들어지기가 쉬울리가 없겠죠 일본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일본에 차고 넘칠만큼 수은 동정남 문제와 이로 인한 AV오타쿠들의 양산은 일본 역시 한국 그 이상으로 이성간의 관계가 극적으로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관점대로 성 그 자체만을 두고 보았을 때는 분명 일본의 성은 문란하기 짝이 없습니다. 풍속업소도 정말 다양한 형태로 성업중이며, 여성들이 관계 자체에 그다지 큰 무게감을 부여하지 않는 점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죠. 실제로 관계를 시작하는 연령대는 점차 어려지고 있고, 일부 여성들에 의해 다양한 이성 관계를 만들어가며 성 자체를 즐기는 계층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다만 이들의 이런 면면들은 거리낌없이 모두 드러나 있고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통계 수치도 비교적 정확하며 설문 조사에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해 솔직하지 못한 답변을 하는 계층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미 드러나 있고 정확하게 그 사회의 실상을 수치로 반영하고 있는 쪽과 도대체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쪽 중 어느 쪽이 더 무섭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편견은 무섭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라는 속담만큼 최악의 속담이 또 있을까요? 007 언리미티드에서 표현된 한국 배경이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킨 이유는 '감독'이 한국에 한 번도 오지 않고서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린 그렇지 않아'라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 누구보다 '한국'이란 나라에 오래 살고 있다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는 1억이 넘는 인구가 있고 정말 인간 쓰래기라고 불릴 만한 사람부터 인간냄새 풀풀 풍기는 인정 넘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며 단일국가로는 100년 가까이, 영토역사로는 몇천년 가까운 삶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여지는 일본의 모습이 일본의 전부가 아닙니다. 그것은 며칠 여행을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이미 한국 사회에 젖어든 사람이 바라본 시각으로 쓴 저서에서 읽어낼 수도 없고 영화나 드라마로도 모두 볼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도 않으니까요. 우리나라가 가진 모든 색깔을 한 마디로 축약해 낼 수 없듯 일본이란 나라도 편견으로 솏아낼 수 있을 만큼 작지 않습니다. 비단 일본 뿐만 아니라 어떤 나라를 보던 잠깐 볼 수 있었던 일부분이나 한국의 시각으로 바라본 우리의 기준으로 평가된 잣대로 그 나라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세 뼘 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이 세상은 넓어 터졌으니까요.

끝으로 10년쯤 전에 '사계절출판사'에서 출시한 '논리 시리즈'에서 나온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합니다. (기억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명칭이나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그네가 길을 가고 있었다 이 나그네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데다가 돈도 부족했다. 길을 가던 도중 갈림길에 섰는데, 한쪽은 밤골로 통하는 길이었고 한쪽은 샘골로 통하는 길이었다. 옳거니 두 마을 중 좀 잘 사는 마을로 가면 잘 얻어먹을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나그네는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노인에게 물었다.

'배고픈 나그네입니다. 어느 고을로 가야 잘 얻어먹을 수 있겠는지요'

노인은 대답했다
'두 고을 모두 인심은 후하지, 그런데 한쪽 고을은 올해 풍년이 들었고 한쪽은 흉년이 들었다네'

나그네는 생각했다. "아 그러면 풍년이 든 고을로 가야 더 잘 얻어먹을 수 있겠구나."

그때 한 뚱뚱한 사람이 걷고 있는 도중에도 먹을 것을 입에서 떼지 않은 채 걷고 있었다.

나그네가 물었다.
'저 사람은 어느 고을 사람이오?'

노인이 대답한다.
'아 저 사람은 밤골 사람이지'

뚱뚱한 사람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빼빼 마른 노인이 힘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그네가 물었다.
'저 사람은 어느 고을 사람이오?'

노인이 대답한다.
'아 저 사람은 샘골 사람이지'

나그네는 생각했다.
'그렇군 밤골로 가야겠어 밤골 사람들은 풍년이 들어서 모두 잘 먹어서 저렇게 뚱뚱한것일테니까'

나그네는 밤골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노인이 혀를 찬다.

"쯧쯔 샘골로 가야 잘 얻어먹을 텐데 똥꾸멍이 찢어질정도로 가난한 밤골로 가다니 아까 그 사람은 밤골에서 제일 뚱뚱한 사람이고 뒤따라나온 노인은 샘골에서 가장 마른 사람인데 한 사람을 보고 그 고을의 전체를 판단하다니 정말 어리석은 나그네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