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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07 사회교과서 쪽대본 - 수서발KTX는 왜? (2014.1.7)
posted by RushAm 2014. 1. 7. 16:36

수서발 KTX가 연봉을 10% 더 주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뭐 자세한 내막은 언제나 불친절하게 느껴지시겠지만 직접 찾아보시도록 하고요. 아무튼 왜 수서발 KTX는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밖에 출범할 수 없는 것일까요



일본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일본은 진즉에 민영화되어 5개 회사가 일본 철도를 나눠먹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참 독특한 회사가 있는데요. JR 도카이도라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도쿄에서 오사카 간의 신칸센을 운용하는데 물론 이외에도 다른 지역의 낙후된 철도를 함께 책임지고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수익이 바로 이 신칸센에서 나오고 다른 노선은 모조리 적자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을 대표하는 두 도시인 도쿄와 교토 (오사카) 를 연결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 KTX에 비견될만 하다고 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JR 도카이도는 이 도카이도 신칸센의 수입으로 다른 노선의 적자를 매우고 있는 경영 형태를 취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이 노선이 포화상태다보니 또 하나의 신칸센을 JR도카이도에서 건설중입니다. 주오 신칸센이라고 불리는 이 노선은 출발역도 다르고 기종도 다릅니다. 2027년 전 구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이 노선은 100% JR도카이도 소유의 제 2노선입니다. 아마 도카이도 신칸센의 승객 수요를 상당 부분 나눠가져갈것이 분명해보이고 새로 정차하게 되는 도시들의 시너지도 굉장히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구나 출발 역은 우리나라의 서울역에 비견되는 도쿄역이 아닌 우리나라 강남역에 해당되는 '시나가와'역을 출발해 '최고 번화가'인 신주쿠 역을 경유할것으로 보이고 있어 (물론 우리나라의 수서역과 서울역만큼의 거리는 아닙니다) 아마 수요면에 있어서는 새로 개설되는 노선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이 노선에만 계획 당시 우리돈으로 50조원이 투입되었으며 현재 그 계획은 계속 늘어 건설비는 이미 80조원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이미 민영화된 일본의 철도에서 새로운 신칸센을 이런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을 들여 건설하는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하나의 회사'가 계획하고 그 계획 하에서 수요를 예측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노선을 거의 다 지었는데 갑자기 정부가 이 주오 신칸센을 도카이도 신칸센과 경쟁시키겠다고 다른 회사 (예를 들어 JR니시니혼)같은 곳에 넘기겠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미 80조원 넘게 투자한 돈은? 도카이도 신칸센만 갖고 있어도 그냥 꿀 빨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일부러 분산시키려는 '계획'하에 지은 지금 신칸센보다 더 빠르고 쾌적한 신칸센을 다른 회사에게 아무 댓가 없이 넘기게 된다면 가만있을까요? 아마 일본 역사에 남을 만한 소송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수서발 KTX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코레일이 그냥 공기업이 아니라 사기업, 즉 이미 민영화된 기업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수요 예측과 노선 분산 계획, 그리고 그에 따른 손익 계산이 이미 끝난 시점에서 갑자기 '너희가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 경쟁이 안되니까 다른 회사에게 주도록 해'라고 하면 빡이 돌지 않을 기업은 없겠죠. 더구나 새로 건설해서 쌔끈하고 같은 노선에 비해서 접근성도 좋으며 더 쾌적한 노선을 말입니다. 더구나 그 노선 이외에 다른 노선에 대한 운용 책임은 일절 없다면? 이게 과연 경쟁일까요? 그냥 옆나라 일본의 철덕후들에게만 물어봐도 이게 얼마나 미친 개소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수서발KTX는 이미 판매 운영 부분만 따로 분리한 것이고 철도 수송 및 차량 운용 부분은 기본 코레일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10% 더 많이 주는 연봉 떡밥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죠. 경부선 KTX의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KTX만 운전하던 분들은 편성이 줄어드는 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그것은 곧 적자를 의미하며 곧이어지는 정리해고를 의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파업은 이런 다소 복잡한 플래그의 속사정이 있는 것이고 그들이 수서발 KTX에 인력적인 참가를 거부할 것을 예상한 코레일 자회사는 단지 자회사일 뿐인데도 이직 시 10%의 추가 임금을 떡밥으로 내세울수밖에 없는 것이죠.


경쟁을 통해 10%의 요금 인하를 말했던 수서발 KTX가 어떻게 연봉을 10%높게 줄 수 있는 것일까요? 그만큼 KTX가 가지는 수입 체계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심지어 최악의 민영화라 일컬어지는 일본의 경우 JR도카이도는 수익성이 많은 신칸센만을 가져간 것이 아닌 수익성이 떨어지는 도카이도선까지 모두 가져간 형태라서 신칸센의 수익으로 적자를 보존하고 수익을 내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수서발 KTX는 무슨 먼치킨처럼 인근 재래 노선을 단 한개도 가져가지 않고 KTX만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주제에 경쟁을 논하고 있는 것이죠.





이대로 간다면...잘 하면 말이죠

지금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영국, 아르헨티나, 일본 등의 민영화 실패 사례보다

더 악질적인 민영화가 실제로 벌어질수도 있습니다.



아마 언급된 나라 중에 우리나라가 가장 최악의 철도 민영화 사례로 꼽힐수도 있다는 거죠.

이제부터는 영국과 일본 대신에 우리나라를 민영화의 대표적 악질 사례로 꼽히게 됩니다.


...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