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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2 Dramajor - 오토멘 ~여름 (オトメン 乙男 ~夏)
posted by RushAm 2009. 8. 12. 12:21
산케이그룹의 극우결정체 후지테레비의 드라마 러쉬가 TBS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미 정통파 드라마에서 트랜디 드라마로 인기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옮겨간 지금 시청자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작보다 잠시동안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인스턴트 드라마를 찾고 있으며 그런 시장을 가장 잘 소화해주고 있는 방송사는 단연 후지TV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다른 예를 들 필요도 없이 후지TV의 최근 5년간 드라마 라인업을 보면 답이 충분히 나올 만큼 그들의 전략은 노골적이며 또한 집요합니다. 마치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처럼 TBS와 후지TV는 서로 극단적인 형태의 드라마를 양산해내고 있고 현 시점에서는 시청율이 높은 후지TV의 압승이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텐데요.

그러나 후지TV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TBS의 패권을 빼앗아 오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노하우에서 나오는 '작품의 깊이'입니다. 이는 시청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상품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수치로 측정하기 참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가장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면 역시 DVD판매율이겠지요. 후지TV는 방영 당시의 시청율은 높지만 작품 자체가 상품적 가치로 평가받는 DVD시장에서는 맥을 못추는 반면 TBS는 시청율과 관계없이 DVD판매량에서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시청율은 광고주와 관련이 되어 있고 광고주는 작품성과 관계없이 일단 사람들이 그 드라마로 인해 광고를 많이 보면 장땡일테니까요.

이는 TV방송국으로서는 아무리 배알이 좋은 제작진이라도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입니다. 단지 후지 TV라는 이유로 그런 편견을 갖게 만들고 있는 부분도 없지 않으며 실제 매우 트랜디한 드라마라 할지라도 제법 작품성을 갖춘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만, 시청자들의 인식을 뒤집을만큼 혁명적이지 못했기 때문이죠 (일본은 뒤집는 요리가 많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뒤집기'가 참 힘든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도에, 레슬링에 열광하는지도 모르죠) 내부적으로도 이쯤 되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최근 작품들 속에서는 아주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캐스팅에 돈을 쏟아붓고 제작 현장은 저예산 일색이었던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제작 환경부터 연출진에 이르기까지 예전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메인프로듀스 측면에서 꽤나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으니까요. 물론 후지TV의 트랜디함은 그대로 살리면서 말이죠. 원래는 이 소재로 BOSS를 다룰 예정이었습니다만 문득 시작한 이 드라마가 갑자기 눈을 사로잡아버렸습니다. 후지 TV의 트랜디 떡밥의 궁극체를 보여주는 문제작 오토멘 ~ 여름 (オトメン 乙男 ~夏 이하 오토멘)을 소개합니다.


소개합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 딱히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있을 만한 요소는 모두 다 갖춘 작품입니다. 식상한 러브라인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아주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시트콤 타입의 검증된 원작에 국민남동생 후보 오카다 마사키, 일본에서는 다소 중고유망주로 취급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절대적인 여신급 국민여동생으로 칭송받는 '카호'를 투톱으로 내세운 캐스팅에 도의적으로 가족시간대를 피해 젊은층의 시청율 확보가 가능하고 기후적으로 덥지 않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토요 심야 시간대를 택했다는 점까지 뭐 하나 후지TV답지 않은 것이 없는 드라마인데요. 동시간대에 방영중인 닛테레의 여행버라이어티와 TV아사히의 스마스테이션이 지극히 20대 후반 이상의 고연령대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토멘의 시간대 편성 역시 전략적으로 상당히 우수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후지TV의 토요드라마는 심야시간 답게 탐정, 추리, 법정을 소재로 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만, 이런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시간대에 대한 설정을 과감하게 뒤엎는 부분도 다른 방송국에서는 조금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겠지요.


제작진 구성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보여준 후지TV표 드라마의 색깔과는 다른 신선함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메이저 경력이채 5년에 미치지 못하는 풋내기 각본가와 감독을 필두로 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들이 보여주는 아마추어리즘이 시청자로 하여금 보는 부담을 덜게 만들어주는 플러스 요인이 되어주는 한편 오랜 경력에 따른 철학적 매너리즘으로 인해 자칫 즐겁고 명랑한 원작 분위기를 해칠 우려도 있는 부분을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철학'이 아닌 '오마쥬'를 추구하며 원작 재현에 충실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연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대본 이해에 있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경력만큼 잊어버리고 사는 그것을 이들 풋내기 콤비는 충실히 해내주었고 시청자들도 이에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모하지만 위험하지 않았던 후지TV의 도박이 첫 판에서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네요.


드라마가 버라이어티에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닛테레의 '더 퀴즈쇼'가 잘 보여주었다면 오토멘은 심야시간대에 졸린 눈을 번쩍 띄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매력적인 투톱을 내세웠다는 것을 십분 활용하기라도 하듯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조연들의 비중을 축소하고 오카다 마사키, 카호 투톱의 출연 비중을 늘려 마치 카메라가 이 둘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인데요. 원작 자체가 워낙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카메라는 30분 남짓되는 비교적 짧은 방영시간 내내 이 둘의 매력을 다각도로 보여주는 데에 충실해주고 있습니다. 오카다 마사키, 카호의 팬이라면 마치 그들의 프로모션 비디오를 보는 것만큼 만족스러움이 느껴질 법한 후지TV만의 서비스인데요. 특히 엔딩 크레딧은 그중 백미라고 꼽기에 부족함이 없겠습니다.


원작이 워낙 톡톡 튀는 여류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었기에 드라마 역시 다분히 여성 취향에 맞춰져 있습니다만, 남자들이 보기에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게끔 생각외로 벨런스가 잘 맞춰져 있다는 점도 특이할만한 부분입니다. 경력 5년 안팎의 풋내기로 드라마판 하니와 클로버에서 영화판보다 한층 원작에 충실한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두드러진 철학은 없지만 짧은 경력에 비해 높은 안정성을 보여주는 타니무라 마사키 감독의 원작 재구성 능력이 한층 빛을 발하는 느낌인데요. 특히 심야드라마로서는 결코 짧지 않은 (심야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수면시간을 고려해서 50분을 넘기는 프로그램 편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35분의 러닝타임임이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원작의 톡톡 튀는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가능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투톱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연기 경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콘테스트형'캐스팅 구성을 보여주고 있어서인지 대사에 대한 몰입도가 다소 낮은 것이 흠입니다만 스토리라인에 특별히 어려운 부분이 없고 화면 연출이 대사의 부정확한 전달력을 보완해할만큼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기에 크게 지적될 부분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화면 색감을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강조한 부분이라든지 표정 연기의 어색함을 화면의 흐름으로 대체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부분도 곳곳에서 보이는데요 이런 부분이 어쩔 수 없는 미봉책이 아니라 오히려 만화 원작에 가까운, 다시말해 만화를 읽는 세대들이 보기에 상당히 익숙한 화면 전개이기 때문에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나름의 노하우일수도 있겠는데요. 35분동안 드라마의 색깔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컬러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본 듯한 기분, 전차남 이후 실로 오랫만에 등장한 뉴타입 드라마가 아닐까 합니다.


아버지의 느닷없는 커밍아웃으로 시작해서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했던 소녀가 느닷없이 페로몬 풀풀 풍기는 남자로 변하는 충격적인 후크, 순정만화에서 나올 법한 매력적인 캐릭터와 사뭇 뻔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소년 소녀가 있습니다. 테디베어를 손질하고 여자보다 더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소년과 양아치 몇명쯤은 간단히 쓰러뜨리는 괴력의 소녀,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 어떤 기상천외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애니메이션보다 더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즐겁게 볼 수 있는지도 모르는 드라마 '오토멘'입니다.

オトメン - 乙男 ~夏 (FTV)
2009년 8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 23시 30분 방영
출연 : 岡田将生 (오카다 마사키)          夏帆(카호)
         木村了      (키무라 료)                  佐野和真  (사노 카즈마)  外
원작 : 菅野文     (칸노 아야)
각본 : 野口照夫  (노구치 테루오)
연출 :
谷村政樹  (타니무라 마사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