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지야 시호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15 Dramajor - 버저비트 ~ 벼랑 끝의 히어로 4
posted by RushAm 2009. 10. 15. 07:35
역대 최고 시청율 기록을 가지고 있는 '히어로'로 대표되는 게츠쿠는 그동안 그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게츠쿠라는 이름이 이미 하나의 품질보증브랜드화가 되다보니 시청자들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작품 대부분이 호평보다는 악평이 많은 편인데요. 분명 평균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서 크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거의 없음에도 이미 올라가 있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낮아질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후지 TV가 히어로 이후로 10년 가까이 재미를 보고 있는 게츠쿠 브랜드가 지금은 역으로 그 브랜드에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어쨌든 게츠쿠에는 광고주들이 몰리고 있고 그만큼 제작비도 풍부하지만 그만큼 매 분기별로 항상 좋은 작품만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작진을 괴롭히고 게다가 시청율이 기본 15% 이상 나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혹평이 날아드니 제작진으로서는 게츠쿠 팀이라는 자존심에 마냥 취해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3/4분기 작품들 중 오랫만의 게츠쿠의 위용을 되찾을 법한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았던 버저비트 ~ 벼랑 끝의 히어로 (이하 버저비트)는 이러한 게츠쿠의 현실을 상당 부분 잘 반영해주고 있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드라마이저 연재가 늦어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작품이기도 하죠. 지금까지의 드라마이저 작품들은 프리뷰 즉 드라마 초반부터 중반까지 시청한 후 일드팬 분들에게 작품을 '소개'혹은 '권장'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상대가 게츠쿠이니만큼 보다 자세한 '리뷰'라는 형태로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소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금의 게츠쿠에 딱 적합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선 지금의 게츠쿠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버저비트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죠.



* 게츠쿠의 법칙 제 1 - 놓쳐버린 지난화를 볼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야 실시간으로 방영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녹화된 본을 구해서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일본 역시 이런 저런 사정 상 모든 시청자들의 '본방 사수'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9시면 일반적인 일본인들의 귀가시간보다는 조금 이르다고 볼 수 있죠. 더구나 집에 들어와서 씻지도 않고 바로 TV부터 켜는 열혈 시청자들은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월요일 저녁 약속이라도 잡혀버린다면, 그 주의 방영분은 못본다고 봐야겠죠. 만일 연속성이 있는 스토리를 가진 작품이라면 지난 화를 보지 못한 채로 다음 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청이 딜레이되거나 최악의 경우 시청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게츠쿠 제작진들은 이런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의 줄기는 기본적으로 '파격'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주 고전적이고 사람들이 이미 식상해할만한 설정을 대거 채용합니다. '삼각관계', '선악관계', '질투와 배신' 뭐 이런 것들 말이죠. 이런 작품들이라면 이미 첫 화만 봐도 다음 화의 내용이 머릿속에 대충 그려질 만큼 익숙한 소재들인데요. 바로 이 점을 게츠쿠는 십분 활용하는 것입니다. 즉 지난 화를 보지 않아도 이번 주 방영분을 보면 충분히 지난 주의 스토리라인이 머릿 속에 상세히 그려질 수 있는 그런 소재들을 '도의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것이 트랜디함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일단 '시청자 이탈'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입니다.

버저비트 역시 기본은 농구를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식상하리만큼 지겨운 갈등 구조와 뻔히 보이는 러브라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첫 화에 까발릴건 전부 까발려버리는 거죠. 등장인물 역시 첫 화에 등장한 등장인물 이외에 최종화까지 단 한명의 신캐릭터도 등장시키지 않는데요. TBS 드라마처럼 작품 후반부에 이야기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이 등장한다는 건 게츠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밖에도 첫 화에 등장한 인물들이 끝까지 시청자들을 배신하지 않고 매화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는데요. 순둥이는 매화 똑같은 순둥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한심한 놈은 매화 한심하며 악녀는 매화 욕 먹을 짓만 골라서 합니다. 그 설정이 도중에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 될 수 있겠네요. 설정이 변하면 시청자들은 왜 그 캐릭터가 지난화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성격이 변했는지 궁금해할 것이고, 그 결과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시청자 이탈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버저비트에서도 야마삐는 끝까지 우유부단했고 사키는 마지막까지 착해지지 않았죠 ^^;

* 게츠쿠의 법칙 제 2 - 스토리는 옴니버스, 아니면 스토리형 옴니버스(?)
캐릭터에 얽혀 있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 편성 측면에서도 결코 깊고 심오한 스토리를 쓰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히어로 역시 보기에는 대단히 무거워 보이지만 결국 매화 게스트를 활용한 연속성 없는 옴니버스 스토리를 채용하여 초반부를 보지 못한 시청자라도 중반부터 보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1/4분에 방영되었던 '보이스'역시 소재는 매우 무겁지만 결국 스토리는 매화 다른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옴니버스를 채용하고 있죠.

버저비트는 이른바 스토리형 옴니버스를 채용한 사례인데요. 분명 스토리의 연결성이 있지만 매화 시작부분에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내고 작품 마지막부분에 그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연결성 없는 연속극'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실 러브라인을 보면 더 이상 갈등 구조가 나오기 힘든 상황인데도 매화 억지로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로 노골적인데요. 물론 제작진이 무능해서일수도 있겠습니다만, 게츠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시청율이니만큼 드라마의 어떤 부분을 희생해서라도 시청율을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쨋든 시청자들은 '욕하면서도 보니까'요

*게츠쿠의 법칙 제 3 - 결말은 여운없이 깔끔하게
버저비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결말이 너무 허접하게 마무리지어졌다는 혹평이 많습니다. 흥미진진한 전개에 비해 실망스러운 결말이었라는 평이 지배적인데요. 물론 각본가의 역량이 부족해서일수도 있고, 후지TV의 드라마 제작 능력이 완숙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츠쿠는 결말이 인상적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 게츠쿠는 버저비트를 끝으로 폐지되는 시간대가 아니기 때문이죠. 게츠쿠의 시청율 프리미엄을 이어받아주어야 할 차기작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버저비트가 정말 시청자들에게 아쉬움 없이 완벽한 결말로 만족감이 극대화되었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버저비트에 대한 작품적 가치는 급상승합니다. DVD판매량도 늘겟죠. 하지만 대신 게츠쿠가 몰락하게 됩니다. 만일 버저비트가 너무 완벽한 결말을 내줘버리면 그대로 게츠쿠까지 같이 막을 내려버리는 수도 있는 것인데요. 그 작품에 대한 여운이 너무 깊게 남아버린 나머지 바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마저 없어지게 만들기 때문이죠. 만일 버저비트가 완벽한 결말에 의해 최고의 작품으로 마무리지어졌다면 시청자 게시판에는 버저비트 2기를 만들어달라는 글이 넘쳐날테고 버저비트 후속으로 나올 도쿄 DOGS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몰락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츠쿠는 버저비트 하나만의 것이 아니라 그 뒤의 차기작 그리고 그 뒤의 차기작까지 모두 사용해야 할 브랜드이기 때문에 후지 TV로서는 얼른 버저비트에 대한 정을 끊고 차기작을 봐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죠. 역대 게츠쿠 중 '이 작품이 끝났구나'하는 상쾌한 결말을 내준 작품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답은 더 명확해집니다. 그 유명한 히어로조차도 결말은 그리 개운한 편이 아니었으니까요. 후지 TV의 드라마들이 시청율에 비해 DVD판매가 부진한 이유, 이제 아실 것 같으신가요?

*게츠쿠의 법칙 제 4 - 서비스컷을 풍부하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역시 드라마는 20대부터 40대 사이의 여성들이 주 시청자들입니다. 때문에 소재들도 대부분 '여성들' 위주로 짜여지게 되고 주인공 역시 남성 원톱인 경우가 많죠 (여성 원톱인 경우 '꽃보다 남자'처럼 여성 중심의 미소년물이거나 OL 혹은 골드미스들이 주인공일떄가 많습니다) 물론 조연들 역시 각자 개성이 풍부한 남자들이 주를 이루고요. 여자 캐릭터는 꼭 필요한 역할 이외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옵니다. 히어로 역시 기무타쿠의 매력을 뒷받침해줄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들이 넘치는 데에 반에 여자 캐릭터는 마츠 다카코 이외에 제대로 떠오르는 사람이 없지 않던가요?

버저비트는 OL들의 국민남동생 야마삐를 필두로 젠틀맨 이미지의 표본 이토 히데아키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것은 물론 이들 캐릭터들을 거의 매회 벗김(...)으로서 여성 시청자들에게 서비스하는 이른바 몸을 사리지 않는 서비스 정신(?)을 보여줍니다. 매회 거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샤워씬이라든지 탈의실에서의 상의탈의나 복근을 자랑하는 모습 등 여성 시청자들이 만족할만한 장면들을 매회 가득 채워놓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야마삐는 농구 시즌이 아닌 챕터에서는 집에서 목욕하며 회상하는 씬을 통해서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서비스를 아끼지 않으며 여성 시청자들을 듬뿍 만족시키고 있는데요. 그밖에도 시청등급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성관계 장면의 묘사라든지 농구 장면을 보다 때깔 좋게 표현하는 장면 등 서비스 컷만큼은 아낌 없이 제공하는 점 역시 게츠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 되겠습니다.

*게츠쿠의 법칙 제 5 - 철저한 목적성, 캠페인 효과
스폰서는 목숨'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매니악한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대사인데요. 게츠쿠는 이전부터 매번 같은 스토리라인을 쓰고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적어도 배경 소재만큼은 충실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히어로의 배경이 되는 '검찰청'이나 보이스의 배경 소재가 되는 '법의학' 모두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접하기 힘든 소재들이기 떄문에 소재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끄는 효과가 있죠. 그것이 결국 검찰청에서 연애하는 거였던 법의학자들이 탐정놀이를 하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소재를 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해당 분야 전문 단체'의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히어로의 경우는 '검찰청'의 자문을 구해야 하고 보이스는 '법의학자'들에게, '버저비트'는 일본농구협회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죠. 그런데 이들이 그냥 협찬만 해주느냐면 그건 아닙니다. 어쨌든 후지 TV는 이들을 광고주와 같은 '스폰서'로 대우해주고 있기 때문에 후지TV의 협조요청에 대부분의 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는 것이죠. 후지 TV는 이러한 적극적인 협조에 '드라마'로 화답합니다. 히어로의 경우 그동안 일반 국민들과 거리감을 좁히지 못했던 검찰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바꿔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보이스는 법의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대중에게 인식시키는 데에 성공했죠. 버저비트 역시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프로농구를 부흥시키기 위해 드라마 내에서 정말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농구를 가능한 화려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주인공의 대화 화제는 언제나 '일본의 농구는 인기가 없다. 하지만 경기는 재미있다.' , 'TV공중파는 중계는 물론 스포츠뉴스에서조차 경기 결과를 보기 힘들다'는 식으로 일본 농구협회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대변해주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런 불합리한 인기스포츠 위주의 편향성이 알려지게 되고 결국 하나의 여론이 되어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드라마는 사람들의 인식을 뒤바꿀 만한 힘을 충분히 갖추고 있고 그걸 후지TV가 모를 리 없습니다. 스폰서가 기뻐할때까지 노력해주는 후지TV의 이런 헌신적인 모습은 많은 스폰서들을 감동시키고 있고 결국 게츠쿠로 돈을 몰아주고 있는 것입니다.


게츠쿠의 법칙 이외에도 버저비트는 오랫만에 돈을 잔뜩 바른 화려한 캐스팅으로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는데요. 특히 지금까지 대부분을 CG처리에 의존해왔던 스포츠드라마들과는 달리 직접 농구 실력을 갖춘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고 있어 보다 현실감 넘치는 농구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는 점도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습니다. 모처럼 화려하게 갖춰진 캐스팅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특별히 '버저비트 주요 캐릭터 & 캐스팅 분석'시간을 마련해보았습니다.



1. 카미야 나오키 - 야마시타 토모히사
캐릭터 평 : 상냥함과 우유부단함을 동시에 갖춘 어른들에게는 철없어 보이고 아이들에게는 우상에 가까운 피터팬같은 캐릭터입니다. 사랑에 대해서도 서툴기보다는 판타지가 강하며 꿈을 쫒은 사람들이 으례 그렇듯 현실에 먼저 눈을 뜬 사람들과 쉽게 대립하는 타입입니다. 순수하면서도 그만큼 한번 돌아서면 다시 뒤돌아서지 않는 옹골찬 모습도 있지만 그만큼 양면의 모습 모두가 물렁하기 때문에 좋고 싫음이 확실하게 느껴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공화국 연구소 ~ 바람 피우는 여자 그 특별함에 대하여~ 에서 등장하는 '바람 피우는 여자에게 속아넘어가기 가장 쉬운' 타입이며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상대를 끝까지 신뢰하지만 확인한 뒤의 상처가 깊게 남는 약점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캐스팅 평 : 야마삐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그럭저럭이었지만 이번 작품으로 야마삐가 왜 여성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사 처리와 눈빛 연기가 그것인데요. 우선 대사 처리의 경우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없습니다. 강렬한 임팩트는 없지만 마치 시청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듯 굳이 캐릭터를 애써 강조하려 들지 않고 편안하게 대사를 읊는데요. 이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어려운게 연기자들은 누구나 대사에 감정몰입을 지나치게 해서 그 대사를 오버스럽게 살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마치 일상을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가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닙니다. 너무 흐릿하게 연기해서도 안되고 너무 분위기를 살려서도 안되는 미묘한 중심에 서 있는 자연스러움을 캐치하는 능력이 야마삐에게는 그 누구보다 충만합니다. 어차피 임팩트 있는 대사는 매화 한 두개 정도이고 너머지 99%는 일상의 대화라는 점을 생각해볼때 극 전체를 생각해본다면 야마삐의 이같은 능력은 앞으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두번째는 '눈빛'인데요. 일상적인 대사는 매우 자연스럽지만 결정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야마삐는 '눈빛'으로 상당 부분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이게 강렬하게 째려보거나 눈빛이 이글거린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눈에서 대사가 나오는 듯한 그런 느낌인데요 (써놓고 보니 좀 이상하네요) 일본어를 잘 모르더라도 대사가 잘 들리지 않더라도 야마삐의 대사는 상당히 알아듣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사 전달력은 정확한 발음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야마삐가 몸소 증명해주고 있는 것 같군요. 어쨌든 이 눈으로 말하는 것 글로 설명하기는 상당히 피곤한 것 같아 직접 보시라는 말씀밖에는 더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여성팬들은 야마삐의 '눈으로 말하는' 감미로운 대사들에 빠저드는지도 모르겠네요. 여자분들은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2. 시라카와 리코 - 키타가와 케이코
캐릭터 평 : 솔직함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일면 보이시 캐릭터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보이시한 캐릭터들은 절대 저런 느낌이 아니죠. 기본적으로 이런 캐릭터는 남자와의 관계 자체를 꽤나 힘들어하기 때문에 (남녀관계는 솔직해지면 솔직해질수록 손해라죠?) 그래서 카와사키와 잘 엮이지 못하고 오히려 솔직한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카미야와 잘 엮일 수 밖에 없는 타입입니다. 여자사회에서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 타입인데 말수가 적고 상대의 말을 늘 진지하게 들어주는 자상함을 갖춘 카미야가 그녀에겐 적격인 셈이죠. 카와사키처럼 너무 정석적인 리드로 그녀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그녀에게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바람을 잘 피우지 않는 대신 한번 완전하게 마음을 굳히기가 꽤 어려운데요. 때문에 의심도 많고 자신의 모습이나 감정에 대해서도 상당히 열등감이 심한 편입니다.

캐스팅 평 : 세라문 드라마판 이후로 개인적으로는 정말 오랫만에 만나보는 그녀입니다. 이미 주연급 배우로 성장해 있을줄은 몰랐네요 놀랐습니다. 리코라는 캐릭터가 소화하기 꽤 까다로운 복잡한 감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조금 함량 미달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캐릭터를 지배하지 못하고 극중 내내 캐릭터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부는 지존급으로 좋군요. 피부에 윤기가 흐르다 못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이런 타입의 여성분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요 에휴~ 연예인만 아니었어도... 쩝 ^^;

3. 나나미 나츠키 - 아이부 사키
캐릭터 평 : 자 드디어 캐릭터평을 쓰기로 마음먹게 만든 캐릭터 나츠키의 차례네요. 필자가 얼마 전에 쓴 '바람을 피우는 여자'의 모든 특징을 갖추고 있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부분을 감추기 위해 알리바이 일부를 떡밥으로 제공하는 것부터 자신의 필요성에만 근거해 양쪽 모두를 가지려 한다는 점, 결정적인 현장을 들켰을 때 (사진 참조) 이게 다 너 때문이다는 식으로 카미야를 째려보는 눈빛, 3자 대면이 되었을 때 제빨리 자신의 포지션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를 캐치하여 일방적으로 한쪽을 몰아붙이는 모습까지 지극히 전략적인 모습 그 자체입니다. 제 연구 보고서가 무색해질 만큼 이 캐릭터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이 될 정도로 말이죠. 드라마에서는 카미야를 그리워하는 걸로 보이지만 실은 렌을 택한 뒤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후회하는 것 뿐입니다. (극중에서는 렌이 대단히 가부장적인 타입으로 나오죠.) 뒤늦게 자상함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는 부분 역시 현대 여성들의 모순적 오판을 잘 드러내주는 부분입니다. 왜 이런 캐릭터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는 대부분 20대 이상의 여성들이 보기 때문이죠. 드라마든 스포츠든 욕을 곁들여가며 보는 것이 감칠맛을 더해주는 법입니다 (응?)

캐스팅 평 : 한마디로 최악의 캐스팅입니다. 캐릭터의 완성도가 좋을 뿐 아무리 차가운 느낌의 분장을 하고 커리어 우먼의 모습으로 꾸며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힘든 사키의 무색무취감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익숙하지 않은 악녀연기의 어색함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잡는데에 찬물을 끼얹고 있으며 치어리더 복장이 어울리는 체형이 아닌 점도 감점요인입니다. 무엇보다 나름 차가워보인다고 무표정연기를 하거나 쏘아보는 연기를 자주 선보입니다만, 모니터링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입니다. 아이부 사키가 색깔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까지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결국은 배우 본인보다는 제작진의 미스캐스팅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아이부 사키는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연기변신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배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군요.

4. 요요기 렌 - 카네코 노부아키
캐릭터 평 : 악역으로 나오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 좋아합니다. 사실 세상에는 악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거든요. 렌은 사악하게 표현되지면 결국 남에게는 피해를 주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나츠키가 강간을 당한 것도 아니고 결국 자기 스타일대로 스트레이트하게 사는 것 뿐이거든요. 농구에 있어서만큼은 카미야처럼 포지티브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남자다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줄 아는 노력파입니다.

캐스팅 평 : 이런 과감한 캐스팅이 게츠쿠에서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크로우즈 제로에서 인상적인 역할로 등장하긴 합니다만 비중이 크진 않았는데요. 록 밴드 드러머로 유명세가 있는 분 같습니다만 아무튼 농구도 곧잘 하는 것 같고 대사가 많이 없는 것 치곤 제법 선이 굵은 연기가 만족스럽습니다. 한 눈에 봐도 이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는지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개성 넘치는 외모가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주고 있네요.

5. 에비나 마이 - 칸지야 시호리
캐릭터 평 : 흔히 볼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이네요. 재미있는건 주인공은 분명 카미야인데 카미야에게는 이렇다할 상담자가 없고 오히려 리코에게는 이런 듬직한 상담자가 있다는 점이 역시 여성향 드라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꽤나 보수적이면서도 연애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연애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어 신중한 타입이네요. 이런 타입이 골라주는 사람은 100%입니다. 여자분들에게는 이런 친구만큼 든든한 사람도 없어요.

캐스팅 평 : 스윙 걸즈의 청순가련 요시에가 벌써 이런 역할을 맡게 되네요. 에초 연기 내공 자체가 다른 출연 배우와는 차원이 만큼 극 전체의 미숙함을 아우르는 포스를 풍겨줍니다. 극 전체의 이야기 흐름이 다소 지루한 부분을 개운하게 바꿔주는 역할을 120% 소화해주고 있는데요. 아직 젊디 젊은 그녀, 이런 다양한 역할이 그녀에게 있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자 배우들은 한 가지 이미지로 쭉 밀고나가는 게 결과론적으로는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많아서 말이죠 (이토 미사키처럼 말이죠^^;;; )

6. 우츠노미야 토오루 - 나가이 마사루
캐릭터 평 :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답답함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만, 나중을 생각하면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남자로서는 가장 바람을 피울 확율이 적은 타입입니다. 다만 여자가 바람피는 것까지 용서해줄 만큼 아량이 지나치게 넓은 게 단점이죠. 사랑의 관점이 소유가 아닌 기다림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듯한 캐릭터입니다.

캐스팅 평 : 주로 코믹물의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의 진지한 연기를 처음 본 저로서는 조금 적응이 되지 않네요. 내공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나름 듬직하고 무게있는 역할을 잘 소화하긴 합니다만 표정이 너무 굳어 있다는 점이 좀... 그래도 역시 그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적어도 일단 농구 드라마인 버저비터에 알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7. 카와사키 토모야 - 이토 히데아키
캐릭터 평 : 보기에는 젠틀해 보이지만 상당히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타입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고쳐나가려하기보다는 순간을 모면하려는 생각이 더 강하죠. 사과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거나 해서 여자에게 눈물을 이끌어내면 그걸로 용서를 받아낼 수 있다고 착각하는 부류 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나마도 안하는 정형돈같은 캐릭터보다는 훨씬 낫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타입은 나중에 페이스가 말리게 되면 '바람피우는 남자'의 전형을 보여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죠. 소유욕도 강한 만큼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쉽게 뿌리치지 못하며 선 안에 들어오는 여자에 대한 포괄적인 소유욕도 강한 편입니다.

캐스팅 평 : 선수 출신 감독으로는 다른 선택이 없었겠습니다. 연기 내공이나 캐릭터와의 싱크로면에서는 가장 잘 된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이야기가 너무 카미야쪽으로 흘러가다보니 딱히 이렇다할 이야기 전개 능력을 부여받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카미야의 성장에도 연애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요.




게츠쿠 드라마가 이런 저런 비판을 받고 있긴 합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드라마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고 후지TV같은 방송국이 있어야 TBS같은 방송국도 나름 먹고 살수 있는 토대가 마련이 되는 것이지요. 적대적 공생관계란 이런 느낌일까요? 색깔없이 3사 모두 똑같은 트랜디 드라마만 만들어내는 데에 여념이 없던 한국도 각 방송국별로 나름의 색깔을 갖추어가는 등 긍정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방송국마다 각자 잘 하는 분야가 있고 그 분야는 또 나름 소화해주는 시청자층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문화는 다양성과 함께하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는 법이죠. 주구장창 TBS의 진지한 드라마만 보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후지TV의 가벼운 드라마만 보고 있어도 뭔가 허전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니까요.

한때 '농구드라마 = 농구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식으로 한국의 테마 드라마의 지나친 연애위주의 스토리 전개에 대한 전문성 결여를 풍자하는 유행어가 떠돌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어떤 테마 드라마든 연애라는 요소가 빠지면 제작자든 시청자든 허전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제작잔들도 비난을 감수하고 연애 스토리를 넣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요는 얼마나 어색하지 않게 농구라는 소재에 사랑이라는 코드를 녹아들게 만드느냐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테마 드라마는 그런 측면에서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기에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농구 드라마지만 실제로는 사랑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별로 싫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듯이 이들의 사랑도 이들의 꿈을 향한 도전의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농구장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이지만, 그래서 무척 식상하지만 그 식상함 속의 마력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드라마 '버저비트' 였습니다.
ブザ--~崖っぷちのヒ-ロ-~ (FTV)
2009년 7월 13일부터 매주 월요일 21시 방영
출연 : 山下智久 (야마시타 토모히사)     北川景子     (키타가와 케이코)
         相武紗季   (아이부 사키)                貫地谷しほり (칸지야 시호리)  外
각본 : 大森美香  (오오모리 미카)
연출 :
永山耕三  (나가야마 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