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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9 싸이 행오버 M/V - 싸이가 드디어 뭔가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posted by RushAm 2014. 6. 9. 13:35

지난 강남스타일이 먹히는 이유에 대해 쓴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북미나 유럽이 강남스타일에 열광한 원인은 노래 자체의 완성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노래를 받쳐줄만한 다시말해 그 노래를 한번 듣고 싶게 만들게끔 했던 뮤직비디오였죠. 사실 지난 젠틀맨이 강남스타일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 역시 젠틀맨 노래 자체 완성도가 아무래도 강남스타일만큼 파괴력이나 신선함이 없었던 이유도 있었겠습니다만, 더 결정적으로는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뮤직비디오에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강남스타일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많이 이야기했으니 일단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먼저 보시죠.


보시고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어딘가 모르게 섹드립이 너무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한마디로 잘못 짚은거죠.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는 확실히 미국인들에게 통할 만한 섹드립이 가득했고, 그중 몇 가지가 먹혔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만, 그렇다고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섹드립만으로 히트한 것은 아니기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내용이 있고 흥미있는 내용에 양념을 치는 용도로 섹드립이 사용된거랑 섹드립 그 자체가 너무 맛있(?)어서 그 섹드립만으로 범벅을 해놓은 거랑은 차원이 다른 결과물을 낳게 되는거죠. 


물론 그렇다고 젠틀맨 뮤직비디오 자체가 내용도 없고 외설적이라는 의미의 포르노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만, 콘텐츠적인 가치로서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포르노에 가깝습니다. 마치 마요네즈 중독자들만이 좋아할것처럼 마요네즈만 가득한 요리처럼 섹드립에 열광할 사람들만 골라서 좋아할법한 뮤비를 만들었던거죠. 젠틀맨의 유튜브 성적 약 6억은 한마디로 강남스타일 20억 중 약 30%정도의 사람들만이 강남스타일의 섹드립이 마음에 들어서 그것만 메뉴로 내놓은 젠틀맨에 열광했다는 단순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 이번 신곡인 행오버 뮤직비디오를 보시죠.


지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무엇보다 제가 힘주어 이야기했던 부분이 있었죠? 바로 '관광책자에는 나오지않는 한국'입니다. 강남스타일에서는 문신한 건달들이 있는 사우나, 장기두는 할아버지들, 아주머니들의 파워워킹, 관광버스에서 춤추는 모습, 어린이 놀이터, 한강 요트, 지하철 등이 있었죠. 등장인물은 어떨까요? 비중높은 조연으로 나왔던 유재석이나 거의 후반부를 지배했던 현아는 생각보다 많이 주목받지 못했고, 정작 잠깐 까메오수준으로 출연한 노홍철이 엄청 히트했습니다. 유재석이야 그렇다치고 현아는 정말 안습이 아닐 수 없죠. 한마디로 강남스타일에서 사용된 현아의 섹시코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겁니다.


젠틀맨이 강남스타일 요소 중 섹드립이 핵심이라고 오판해서 나온 작품이라면 이번 행오버는 강남스타일의 주요 포인트로 제가 짚어드렸던 '관광책자'에 나오지 않는 관광요소입니다. 다만 이것을 차용할 때 특별히 한국을 알리고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의 관광요소 소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이 꽤 어려운데요. 이게 관광요소를 알리는 데에 그 목적을 두게 되면 너무 아름다운 것들만 골라서 차용하려 하고 왠지 보는 이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려 든다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너무 푸쉬한다'라는 느낌이 들면 사람들은 거부감을 갖게 된다는 거죠.


행오버는 강남스타일의 성공 요소라고 제가 짚어드렸던 것들을 비교적 잘 이해하고 만든 뮤직비디오입니다. 젠틀맨 뮤직비디오에서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이 장면을 생각해보면 명확해지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어묵꼬치에 타르타르 소스를 발라 먹지 않는데, 그런 장면을 억지로 섹드립과 연관시켜 연출시키다보니 한국의 문화 중 하나였던 포장마차 어묵꼬치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섹드립으로 아시아인이 북미권을 웃기려 드는 건 흑인 앞에서 힙합하기인거죠.


반면 행오버에서는 젠틀맨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했던 한국의 제대로 된 술 문화 (관광책자에는 점잖떠느라 차마 적지 않는 것들) 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술자리에서 시비붙어 패싸움이나, 꺾어 마시기, 굴려 마시기, 러브샷, 폭탄주 제조 도미노, 망가지면서 노는 노래방 문화 등 음지에 가려져있지만 꽤 재미있고 외국인의 시선으로는 흥미롭기까지 한 그야말로 논픽션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심지어 술에 취해서 노숙을 하거나, 술이 너무 과해서 구토를 하는 모습, 편의점에서 술깨는 약을 들이키는 모습 등 우리나라가 항상 뉴스에서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떠드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게 먹힐지 안 먹힐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싸이가 그나마 강남스타일 구성 요소 중 적어도 젠틀맨에서 시도했던 것들보다는 보다 가능성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곡의 완성도 여부를 떠나서 적어도 뮤비 자체의 반향만큼은 젠틀맨을 능가할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술문화를 너무 희화했다는 선비정신에 입각한 뉴스들도 마구 양산될 것이라고도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 그리고 중국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과, 북미나 유럽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말 굉장히 큰 차이가 있으며 장담컨데 절대 우리가 섣불리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지도 않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니기리스시는 국가적인 푸쉬의 결과이긴 하지만 결국 진짜 개인 대 개인으로 들어가면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아직도 '에로한 나라'입니다. 스시 그 자체가 침투하는 속도보다 여체의 성찬이라고 불리는 이 짤 하나가 가진 파괴력이 국지적으로는 더 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일본은 정말 열심히 숨기고 싶어하는 저급한 술자리 문화 중에 하나이지만 오히려 해외에서는 짤처럼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이 즐거워하는 양놈들을 보세요.



이번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많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비짓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의 별로 좋지 않은 모습을 광고해대면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냐는' 둥의 비난을, 싸이의 음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남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려먹기 사골의 결정판이라는 식의 비평을 받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다만 음악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적어도 북미권 시장을 예측하는 데에 있어서 북미권에 태어날때부터 거주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가타부타 이야기하는 것도 웃기는 일인데, 싸이 강남스타일이 뜨니까 외국인 만날때마다 두유노우강남스타일을 외치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싸이가 국격을 떨어뜨린다고 힐난하는 것도 더더욱 웃긴 일이랄까요? 혹여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쿨하게 무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북미는 정말 모릅니다.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 음악이 뜬다 안뜬다에 적중할 확율은 고작 10% 남짓 될까말까입니다. 행오버가 어떤 성적을 낼 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듭니다만, 적어도 젠틀맨때보다는 더 많은 고민을 해서 만들어낸 것은 틀림없어보이고 젠틀맨의 실패 아닌 실패를 철저하게 약으로 삼았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히트 여부와 관계없이 적어도 젠틀맨보다는 북미권에 훨씬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것이라는 데에 조금 더 많이 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적절히 벨런스를 이룬 강남스타일을 능가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하겠지만 말이죠. 


...


조금 조심스럽지만 이번 싱글은 조금 기대를 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싸이 열풍은 식었지만 싸이는 쉽게 망하지 않는 컨텐츠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