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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04 특별기획 '취업' - 기업 생태연구 보고서 : H사형 기업
posted by RushAm 2013. 5. 4. 23:12

H사는 참 독특한 회사입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계열사가 정말 거의 없다시피 한 대기업이다보니 규모에서만큼은 L사에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존재감이 L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H사는 하나의 그룹에서 각 사업부별로 갈기갈기 찢어진 다음에도 그 각 계열사가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각자의 분야에서 또다시 굴지의 대기업으로 모두 성장하고 있는 희안한 기업이기도 하죠. 그래서일까요? H사는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있는 자동차그룹의 완성차계열을 제외하고는 대기업치고 굵직한 스캔들이 적은 축에 속합니다.


그렇게 찢어진 세 개의 그룹은 각자 분야에서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데요. 이들이 독립해서 모두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는 대기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금산분리법 속 '금융' 계열사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금융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S사의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원활한 자금운용과 슈퍼갑으로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지위적 우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침인데요. 공교롭게도 세 그룹 모두 어느 정도 무르익을 시기에 모두 '증권'사 혹은 '카드, 캐피탈' 을 갖추면서 대기업으로서 자금을 이용한 전형적인 대한민국 대기업의 위용을 갖추게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런 특이한 기업 형태가 굉장히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모르고 있던 부분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죠.


본사 계열





자동차 그룹 계열 (이상 2사)



중공업 그룹 계열


H사는 노사분규에 있어서도 제법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H사 자동차 계열의 경우 매번 노사 협상 그 자체가 뉴스화가 되고 있으며 이른바 '귀족노조'라 일컬어질 만큼 노사 협상의 최정상에 서 있습니다. 그만큼 노사 협상에 있어 사측을 압도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노사정책을 쓰고 있다는 것이죠. H사는 단순히 노사 협상에서의 유연함에서만 그치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근로자 복지 정책이 정부 정책으로 발표되면 가장 먼저 앞장서서 이를 도입하고 사업장에 적용시켜 나가는 데 매우 솔선수범하는 기업 이미지를 보이고 있죠.




철저하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것을 배제하는 대신 H사는 기업간의 B2B와 정부지원사업 참여에 열을 올립니다. 주력사업은 완성차 분야이지만 자동차그룹의 경우 철강,건설,부품,금융 그리고 중공업그룹의 조선, 정유, 종합상사 그리고 좀 햇갈리게도 본사 종가라고 할 수 있는 H그룹의 경우 북한 관련 관광 개발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계열은 반도체 수출과 더불어 우리나라 수출의 하나의 기준이자 척도가 되고 있는 계열이며 중공업의 경우 최근 전국에 깔리고 있는 철도, 고속도로 광역교통망에서 4대강 사업 전반까지 우리나라 지방 고용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며, H그룹의 상선과 아산 계열은 북한과의 화애 교류 무드를 만드는 등 오히려 S사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이 나라는 더 냉정히 말하자면 H사 공화국이 맞지 않나 싶을 만큼 H사는 3개 그룹과 그 계열사 모두 이 나라 깊숙한 곳에 뿌리를 박아놓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민자고속도로를 다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전동차를 독점 생산중


그래서 H사는 내수에 관련된 사업부가 거의 없음에도 국민 여론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완성차사업부는 어쩔 수 없이 내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만, 그 외의 사업부의 기업 이미지 광고는 매우 노골적으로 이 나라는 'H사'없으면 망합니다. 우리는 좋은 기업입니다. 라는 점을 대놓고 말하기도 합니다. 내수와 맞닿지 않음에도 이렇게 이미지 광고에 돈을 많이 쓰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죠.





S사가 꿈꾸는 것이 S공화국이라고 일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S가 제국주의적인 기업국가를 꿈꾸고 있다면 H사는 노사관계의 특수성인지 노조의 단결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기업 그 자체의 도시국가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S사의 그것과 다른 점은 이 유사국가조직은 철저하게 기업이 의도적으로 조직된 것이 아닌 다수의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네트워크라는 사실인데요. H사의 창업주 J씨때부터 이어진 노사관계의 원만함이 결부되면서 그들의 조직력은 매우 단단하고 친화적이라는 것이 업계 내외의 정설입니다.


국내 등록된 축구팀 중 H사내 조직된 축구 클럽이 절반 이상에 육박한다.


이렇듯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고 노사 관계도 원만하며 타 대기업에 비해 노사문제라든지 근로자들의 복지, 근로조건 등에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H사는 그 자체만으로 타에 모범이 될 만한 기업일 것입니다. 그러나 H사가 왜 이렇게 재벌로서 사회 환원과 국가 정책에 솔선수범하여 법을 준수하는 모습을 애써 강조하고 대외적으로 좋은 기업의 이미지를 쌓기 위해 노력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를 수 밖에 없는데요. S사는 자신만의 공화국을 세우기 위해 국가와 대립각을 세우고 국가의 모든 부분을 무시하며 자신들이 국가 위에 있다는 치외법권식 기업문화를 추구해서 빈축을 샀다면 오히려 H사는 국가의 모든 부분을 너무 존중했기 때문에 국가가 직 간접적으로 H사에 대한 채무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악용한다는 것이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대한민국 정부는 한미 FTA나 중국과의 무역교류에 있어서도 H사의 자동차사업부의 해외 판매 가능 여부를 최우선으로 두고 협상에 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언제나 FTA 타결은 자동차 관세 철폐가 최고의 화두이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전통 중소기업들의 제조업, 농산물 등의 관세를 희생시켜 우리나라의 식량 주권을 지키고 있는 농부들의 가슴을 피멍투성이로 만드는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정부는 언제나 H사의 자동차 사업부의 수출이 잘 이루어지면 결과적으로 얼마만큼 국민들에게 낙수 효과로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역설하곤 하지만 H사는 그러한 국민의 희생을 내수 호구 정책으로 되갚아 오면서 H사가 진정 국가를 위한 기업이 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죠. 더 큰 문제는 H사에 대한 정부가 가진 일종의 부채의식과 경제 의존도가 너무 크다보니 H사의 이익이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수치에 크게 영향을 끼쳐버리게 되는, 다시말해 자신들의 정권 경제 성적표를 명목상으로나마 흑자로 돌리기 위해 국민의 권익을 빼앗아 특정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꼴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완성차 사업부 뿐만이 아닙니다. 물론 H사 출신의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영향도 있다고는 합니다만 이 나라가 진행한 4대강 사업과 정권안에 벌어진 수많은 민자 도로, 철도, 항만, 제철 사업에서 H 중공업 그룹은 가장 많은 수혜를 받으며 거의 대부분의 사업을 여론화시키지 않은 채로 반 독점적 지위를 행사할 만큼의 이득을 얻기도 했으며 이전 정권의 대북 사업에서는 H 본사 그룹을 통한 금강산 관광 등 다른 기업의 공정경쟁이 가능한 자본주의 나라라는 사실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정부는 정권을 막론하고 H사에게 일감 몰아주기와 일방적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책을 남발해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H사의 업계 최고수준의 연봉과 복지 수준 때문에 H사 입사를 한번쯤은 고려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H사는 고용 자체도 적을 뿐더러 조직 자체에 있어서도 새로운 신입 사원이 조직의 요직에 오르기 매우 까다로운 편에 속합니다. 심지어는 아예 새로운 인원을 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조직 문화를 대놓고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이런 문제는 바로 국내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H사 노조가 지금까지 자신들이 이룩해놓은 대우에 대한 '보상심리'가 지나치게 발현된 결과 자신들의 찾은 사내 노동 권리를 자신들만의 것으로 사유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줄 알아요.jpg


물론 다른 회사 노조들에 비해 정말 많은 희생과 선구자적인 노력이 있었고 그 노력으로 인해 지금 노동 환경 개선의 선두주자적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만, 그로 인해 얻어진 것이 온전히 자신들만의 것이라고 믿고 그 권리를 전혀 피를 흘리지 않은 생판 남에게 넘기고 싶지 않다는 족벌적 세습과, 조직 내에서만 이득을 공유하려는 폐쇄적 조직 운용 등은 노조라 할지라도 그 권리가 더해지면 결국 대기업보다 더 한 수준의 이기적 조직 문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만도 못한 인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만일 H사에 입사하여 온전히 녹아들기 위해서는 자기만 아는 이기적 조직 문화와 당연한 듯이 이 나라의 젖줄을 빨아먹고 성장해야만 하는 기업, 그리고 그러한 태도의 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옹호해야 하는 이념적 숙제가 남게 될 것입니다. 만일 이 세 가지를 모두 동의한다고 할 지라도 쉬운 길은 아닐 테지요. H사 자체든 그 회사를 다니는 노조든지 간에 지금의 H사 그리고 H사에서 누리고 있는 국내 최고의 근무 환경은 모두 자신들이 스스로 이룩한 지분 100%의 보상받아야 마땅할 권리금이라 어기는 사람들 속에 당신은 철저한 이방인이자 그들이 이룩한 권리에 합승하려 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뚫고 들어가기도 어렵고 들어가서도 살아남기 쉽지 않습니다. 대우가 좋은 곳은 누구나 노리고 있고 그 자리가 좋은 자리라면 있는 사람이 가능한 더 오래 앉아있고 싶어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지요. 이러한 조직에서 내가 아무리 잘 한다고 한들 업무 성과에 따른 승진이나 인사고과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과연 조직 내에서 그러한 행동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내 능력을 인정하고 회사를 위해 나를 위로 올려주는 상사가 과연 그런 조직 내에 존재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 그런 조직 환경에서 버텨낼 확율은 얼마나 될까요?



그들이 제시하는 고연봉은 어쩌면 이 나라에 저지르는 짓거리에 대한 면죄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떡밥일지도 모릅니다.

...


건투를 빌겠습니다.



특별기획 '취업' - 기업 생태연구 보고서 : H사형 기업 편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