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6. 9. 22. 14:56

최근에 한정하여 박진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많이 소비되었던 부분이라면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말은 일면 우스꽝스럽지만 보아 유희열, 양현석의 그 수많은 조언들은 단 한 마디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고 그들은 딱히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싫은 새로운 캐릭터를 얻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진영은 의외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굉장히 잘 어울렸고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단지 개인의 인기만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도움이 될만한 인재를 얻어갈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진영, 더 엄밀히 말해 JYP의 선택을 받은 오디션 참가자들의 이후 행보는 다른 참가자들의 선택 (SM은 서열문제로 시끄러워 논외로 치더라도) 에 비해 상당히 지지부진했습니다. 3대 기획사의 푸시도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뭔가 오디션, 즉 자신이 처음부터 어떤 컨셉에 맞춰서 육성한 게 아닌 후천적인 측면에서 다 된 인재를 영입해서 이를 활용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대단히 미숙한 기획적 한계를 드러내고 마는데요. 여기에서 JYP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해왔던 기획사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맙니다. 사실상 '유망주들의 포텐셜'을 획일화시켜서 육성해왔고 그 외의 컨셉에 맞는 다양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죠. 


기획사의 역량은 스팟성 기획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는데에서 판가름난다. 3대 기획사 어느 누구도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들을 제대로 뒷받침해서 폭발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현실안주와 배부른 돼지처럼 지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인지도 측면에서 투자와 시간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기때문에 즉시 데뷰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강력한 팬덤의 화력을 통한 초동물량이 차트올킬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만큼 팬덤을 단기간에 강화시키는 데에도 기획사가 투자하는 데뷰 방식보다 훨씬 순기능에 가깝게 자리잡게 된다는 것도 고무적이죠. 무엇보다 해당 팬덤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고, 대세를 타서 순풍만 제대로 얹을 수 있도록 이미지 소비를 적절히 조절하면 한다면 의외의 롱런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데뷰 수단임에는 분명합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착실히 만들어나간 캐릭터가 아니다보니 단기간에 신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포텐셜 및 능력을 파악하여 속성으로 플랜을 짜야 하고 그에 맞는 컨셉과 안무, 곡까지 모두 만들어내야한다는 부담이 따르죠 .때문에 그것이 단기간, 즉 오디션빨이 빠지지 않을 시간 내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잊혀지기 전에) 반드시 오버그라운드에 내보내야 합니다. 안그러면 회사 내에서는 그냥 포텐셜이 다한 노망주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리고 사람들의 주목도는 급격히 식어버리니 가치가 예전만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한마디로 이 오디션을 거친 유망주를 데뷰시켜서 성공시킨다는 것은 타성에 젖은 기획사면 두말할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기획사라고 할지라도 밑천이 그대로 드러날 만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겨우 성공시킬까 말까 할 정도로 보통 어려운게 아닌 것입니다. 이 어려운 데뷰 환경에 대해 기획사들의 경험도 부족했을 뿐더러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스팟성 집중 기획을 완성시킬 만한 역량도 갖추지 못했던거죠. 그렇다고 그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가 이 나라에 없느냐면 그것도 아닌데, 다만 이 3대 기획사들이 매너리즘과 자기만족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뒤로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거나 문을 아예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 이들 기획사가 점점 각자의 원색으로 고착화되어 다채로운 업계 변화 속도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이에 대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IOI야 말로 오디션 출신 그룹이 어떻게 하면 돈을 뽑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컨셉에 대한 고민을 그다지 깊게 하지 않고 일단, 무난한 곡과 무난한 여름컨셉으로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데뷰하여 차트올킬을 해내는 모습은 일면 '부실한 완성도'로 비난받았을지언정 낮은 포텐셜과 열악한 기획 환경의 프로젝트 그룹으로서는 굉장히 좋은 스타트, 팬덤 손실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칭찬받을만 하다. 에초 대중성을 기대한 그룹이 아니었고 소유권도 애매했던 성격 파악이 절묘했던 것


이런 3대 기획사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특정 그룹의 데뷰를 앞둔 해당 그룹에 합류하기 위한 자체 유망주 내 오디션을 TV프로그램에 올리는 이른바 '쟈니즈 주니어'식 마케팅입니다. YG의 한 보이그룹도 이런 식의 데뷰 과정을 거쳤고, (이는 YG편에서 후술할 예정이므로 조금 기다려주세요) 어쩌면 3대 기획사 중 가장 이런 부분에 폐쇄적일수 있을 JYP (PART1 JYP 편 참조) 마저도 이런 대세적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는지 새로 데뷰하는 신인 걸그룹의 자체 유망주 선발 오디션을 칸무리로 올리는 강수를 두게 되죠. 물론 中편에서 언급한 대로 이미 JYP의 기존 정체성이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뭐든 돈 대는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말입니다.


...


식스틴




그런데 이 오디션 프로그램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알려진 평균시청률은 0.5%, 체감 인지도는 더 낮은데다 이렇다할 화제를 낳은 것도 아니고 생긴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정도의 팬덤 기반을 잡은 것 외에는 어떤 소득도 없었습니다. 더우기 오디션 프로그램 이미지를 이어서 흥행을 전담했어야 할 박진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고 오디션에서 살아남은 멤버들은 박진영의 의도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여러모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분투했지만, 필자가 사실상 JYP 힘의 균형이 넘어갔음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마치 IMF시기 외부 세력에 의한 냉혹하고 자비없는 구조조정으로 큰 상흔이 남는 것처럼 오히려 JYP에서 길러지던 연습생들이 일거 퇴사하거나 다른 쪽으로 데뷰하는 등의 내홍을 겪은 것까지 포함하면 표면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았던 셈인데요.


무엇보다 식스틴은 다른 기획사의 내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기획사의 의도가 표면상으로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철저하게 팬투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기획사 입장에서 말 그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 안배, 좀 나쁘게 말하면 끼워팔기를 하거나 외모적으로 비주얼 담당을 한두명 끼워서 다소 포텐이 늦게 터지는 대기만성형 맴버를 보완하거나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단순히 순위경쟁을 하게 되면 그냥 노래를 제일 잘하고 외모도 제일 예쁘고 예능도 제일 뛰어난 어찌보면 어벤저스가 탄생하게 되는것이죠. 이쯤되면 기획사는 초기 기획 단계의 거의 모든 역할을 포기할수밖에 없고 또한 마구 뒤섞여있는(것처럼 보이는) 멤버 구성을 어떻게든 그럴싸한 컨셉과 각자의 캐릭터, 그리고 파트 배분 등을 통해서 연출을 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게 됩니다. 


1위부터 8위까지 결국 연습생 내에서 소위 '즉시 팔릴' 멤버들이 모두 소비되어 버렸다는 점도 JYP로서는 대단히 큰 악수인 셈 출혈 대 서비스 사장님이 미쳤어요


식스틴이 그렇게까지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그들도 인식했는지 굳이 식스틴 버프를 이어가기 위해 데뷰를 서두르는 무리수를 두기보다 방종 이후 4개월 정도 착실하게 준비해서 나왔다는 것이 표면적인 팩트입니다만, 이미 데뷰가 정해져있고 결성이 이루어지는게 확정된 그룹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곡을 준비하는데 그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는 측면에서 다소 나쁘게 말하면 JYP가 그만큼 즉시 그 버프를 이어갈만큼 속도전에 경험도 자신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신구세력 통틀어 공통으로 당시 안고 있던 약점이었을테니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겠습니다만 당시 TF팀이 JYP에서 끌어올수 있는 모든 에이스들을 탈탈 털어넣은 블루칩 덩어리들을 대한민국 걸그룹 시장이라는 레드오션에 던져넣는 데에 간을 보고 타이밍을 쟤 가며 골머리를 앓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JYP는 신구세력 공히 성공이 급했고 또한 절박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억울하겠지만 현실은 아직 박진영일수밖에 없었던 냉혹한 현실


이런 서바이벌 미션과도 같은 트와이스의 첫 스타트가 잘 끊어졌다면 그건 JYP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었겠지만 현실은 당연하게도 냉혹했습니다. JYP의 신인 걸그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주목도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는데에 실패했음은 물론. 공개 직후 곡의 전개 방식에 대한 생소함과 클리셰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그리고 너무 쉽사리 이런 대세적 비판에 대중이 동요되면서 초기 차트의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죠. 너무 갑작스러운 JYP의 변화에 대중이 적응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데에 필요한 시간을 너무 급격하게 단축하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었습니다만, 마음의 여유가 그닥 많지 않았던 JYP의 신 세력으로서는 정말이지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을것입니다.


연착륙따윈 없는 이들 급진개혁파의 미쳤다면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시도가 조용히 실패로 덮어질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질 무렵... 다들 그저 그런 데뷰로 미쓰에이 때보다 퇴보한 데뷰 성적에 좌절하고 있을 때 즈음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각본있는' 반전드라마가 쓰여지기 시작합니다.



업계 내에서 하늘만이 점지해준다는 바로 그것 '차트 역주행'


이 부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들어보면 크게 '트와이스가 비주얼로 빠지는 맴버가 없었기 때문에 슬로우스타트가 가능' 했던 부분이라던지 '음악이 처음에 들을때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긴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데요 물론 대중의 평가가 절대적인 이 성적에 대한 설명이므로 이 사태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보기 힘든 데뷰 싱글 걸그룹이 보여준 이 기현상을 설명하기에 이 두 가지만으로는 다소 설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죠. 지금까지의 챠트 역주행이 위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변곡점이 먼저 존재했고 그 이후에 비주얼과 음악성을 인정받는 선 주목 후 평가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다가왔던 두가지 변곡 중 하나는 지금까지 JYP와 전혀 다른,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매우 건강한 기획사의 모습이었다면 또 하나는 'JYP가 또?'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JYP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지 트와이스 하나가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정말 끝내주는 모험에 다르지 않았던 이 미친짓은 아마 어느 누구도 몰랐고 또 실제로 예측 불가능했으며 다수의 예측을 멋지게 빗나가버렸던 정말이지 역대급이라고 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죠. 어쩌면 신구세력이 내부 세력 정리가 이루어진 것이 1라운드였다면 제 2라운드는 바로 이 시점 대중의 '평가'가 아닌 '판정'이었습니다.




마치 푸른 밤하늘에 뜬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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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편 에필로그 '트와이스'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RushAm 2016. 7. 15. 12:00

어떤 회사가 상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무엇이 필요할까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차분히 재무재표를 만들고 주식 상장 심사 기준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고 ... 이런 것들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다릅니다. 무엇보다 상장이라 함은 그동안 투자했던, 그리고 그 동안 이 회사를 위해 헌신했던 임원들에게 그 댓가가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무엇보다 그들이 이번 상장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느냐가 최우선시됩니다. 


이런 부분은 지극히 표면적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만 하면 그냥 떼돈이 굴러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투자자들은 예전처럼 상장주 공모에 그렇게 열을 올리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사람을 키워내서 사람을 파는 전형적인 무형자산 사업이기 때문에 이렇다 할 유형적 회사 자산이나 성장 전망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큰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지 상장만 하면 잘 될거라는 기대감에 상장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엔터테인먼트 업체도 적지 않은데요. '비'가 JYP에서 독립해서 상장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처음 설립 당시부터 상장을 염두에 둔 회사였습니다. 비의 독립에는 정말 많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그들은 비라는 이슈메이킹을 극대화한 시점에서 적절하게 JYP에서 독립시켜 체리피킹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모양입니다만 그 이후 키워낸 가수들의 잇따른 성적부진, 비 본인의 급격한 인지도 하락 등 이렇다할 주가상장요인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결국 군 입대와 제대를 기점으로 제이튠엔터테인먼트는 JYP와 인수합병 우회상장의 희생물로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생각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례를 남기면서 말이죠



비를 떠나보낸 JYP도 그 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미국 진출'이라는 커다란 상징물을 최전성기에 잃어버린 타격은 그 후 주식시장 상장까지 투자자들을 무려 5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고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전편에서 언급했던 JYP의 이른바 '돈 쏟아붓기'식의 미국진출은 예언했던 대로 돈줄이 말라붙어버리는 즉시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원더걸스는 보여지는 화려함 속에 처첨하고 현실적인 굴욕을 겪으며 핫 100 진입까지 그야말로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지만 핫 100진입 떡밥은 JYP를 주식상장의 길로 이끌어내기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그 수치 하나로 실적 하나로 버텨오던 JYPㅇ제국은 그 뒤로 더 이상 지속가능한 동력을 잃었고 JYP의 아이덴티티 그 자체였던 JYP 미국법인이 쌓아가는 연간 수십 수백억 규모의 부채를 JYP 본사가 감당할 차원을 아득히 초월해버린 시점이 되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GG를 치게 됩니다. 


그렇게 JYP가 만든 JYP에 의한 JYP는 그 구심점과 철학을 모두 잃어버리고 오로지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던 기획사에서 보통의 기획사가 갖춰야 할 (그동안 JYP가 미처 갖추지 못했던) 상식적인 부분을 채워나가기 시작하는데요. 제가 왜 PART 1과는 달리 JYP를 제일 첫 꼭지로 뽑은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다름아닌 JYP의 구조조정. 엔터테인먼트업계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그것도 엔터테인먼트를 알지도 못하는 외부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이루어진 점이죠.


정욱 /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JYP의 IMF구제금융


2013년까지 이어지는 소속가수들의 고른 부진(?)과, 미국 사업의 악화일로를 통해 사실상 거의 망가지기 일보 직전까지 몰렸을 JYP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방법이라고 한다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갔지만 상장을 못한 JYP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지 않았던 사실상의 공멸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제이튠엔터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었습니다. 여기에서 이라송한 것이 제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JYP에는 당시 어떤 해외진출 떡밥도, 성장동력도 남아있지 않은 그야말로 '수지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기획사였기 때문에 한창 해외진출 떡밥이 충만했던 비조차 실패했던 JYP가 과연 이 상장으로 기사회생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그토록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악수 중의 악수라고 강조했던 주식상장이 JYP에게는 전혀 엉뚱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는데요


JYP는 지난 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굉장히 기형적인 회사였습니다. 박진영 1인이 프로듀서 작사 작곡 편곡, 캐스팅, 안무, 의상, 무대컨셉까지 모두 장악하고 그를 위한 그에 의한 그 자체인 기획사였기 때문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데뷰할 수 있는 그룹과 그 소화할 수 있는 파이는 지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마치 병목현상이 벌어지듯 회사의 역량 중 대부분을 유망주 양성에 쏟아붓고 정작 데뷰 시기를 놓치거나 다른 기획사로 이적하는 유망주들을 미처 붙잡지 못했습니다. 이에 지쳐 자신만의 유망주 세력을 모아 독립한 회사들도 여럿 생길만큼 이 기형적 조직의 불균형과 이를 단지 단 한명의 제왕적 결정권으로 처리하는 체계는 어느 누가 봐도 비효율적이었으며 영리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JYP는 우회상장을 통해 상장사로서 갖춰야 할 기틀을 억지로 갖춰나가면서 체질개선을 하기 시작합니다. 돈먹는 하마였던 JYP 미국 법인을 즉시 정리한 것은 물론 수많은 우호관계에 있으면서 유망주를 소비해주던 계열 회사와의 관계도 속속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뻗어있는, 어쩌면 몸통줄기보다 더 굵어서 몸통의 허리를 휘게 만들었던 불필요한 지사나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던 차명 그룹사들을 중앙집중, 일원화시키기 시작한것도 이 무렵인데요. 이같은 JYP의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새우등이 아주 직격탄을 맞은 중소 기획사들도 여럿 생겼는데 이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JYP의 이같은 강력한 구조조정은 단지 회사 내부 조직의 기형적인 부분을 다듬는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야구팀의 리빌딩처럼 단지 선수 뿐만 아니라 지도자를 비롯한 코칭스테프 역시도 이같은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는데요. 앞서 언급했던 박진영 1인 권력집중체계부터 우선적으로 손을 보기 시작하여, 메인 스트림쪽에 외부 작곡가 영입 및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하게 되는 아마도 창립이래 처음이 아닐까 싶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JYP는 단지 이미 완성된 전문가들만을 초빙하는 것이 아닌 작곡부터 시작하는 유망주를 모으거나 아예 내부 아이돌 유망주를 프리프로듀스 쪽으로 돌리는 마치 YG의 종가라인처럼 보이지만 철저하게 육성 라인 자체를 분업화하는 복수의 박진영 키즈 육성 대책도 바로 이 무렵부터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 변화가 말 그대로 IMF 구제금융 당시처럼 대단히 강제적으로 그리고 아무 대책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하다보니 JYP가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하고 안정화되기까지는 2013년 10월 이후에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부분도 매우 놀라운 것이 JYP는 철저하게 구제금융시스템으로 급진적 변화를 시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완벽한 경제학에 기초하여 연착륙을 시도했다는 것이죠.


아직 JYP의 시스템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사례도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스템을 최소화된 리스크 상에서 실험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실험들은 고스란히 JYP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실험, 대중들의 반응 등을 종합한 데이터로서 남게 됩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사실은 JYP가 더 이상 기획단계에서 최종목표를 '특정 국가 진출' 및 그에 따른 언론플레이를 통한 주가진작이 아닌 보다 내실을 갖추며 적어도 자생이 가능한 그럴싸한 회사로서 기틀을 다지는 데에 주력했다는 부분이죠. 


지금까지 JYP는 정말 많은 씨앗이 있었지만 그 씨앗을 뿌릴 땅이 너무나도 좁았고 그 씨앗을 좁은 땅에 억지로 심다 보니 서로 한정된 양분을 나눠먹다가 죄다 싹이 트지 않거나 시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JYP는 2013년 말 이후부터는 3대 기획사라는 타이틀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아가며 미련을 갖는 자세에서 탈피하여 당분간은 다른 회사들에게 대세를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착실하게 리빌딩을 해서 재반격을 노리는 쪽을 택했다는 부분이 적어도 JYP에게 있어서는 정말 잘 먹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초에 JYP가 뭔가 잃을 만한 것들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면 제가 누차 강조한대로 상장 그리고 이같은 경제학적 측면의 경영간섭이 JYP에겐 악수가 되었겠지만 웃프게도 JYP는 전혀 회사같지 않은 모습을 갖추고 있었기때문에 이러한 체질개선이 오히려 약이 되었던 부분이겠죠. 


아쉽게도 이는 JYP의 체질을 완전히 개선하는 보약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항생제를 먹여서 어떻게든 팔아제끼려는 학교 앞 문방구의 병든 병아리 신세가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왜 JYP에게 일어나는 일종의 변화를 IMF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부분을 알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사례가 지금 바로 여러분 눈 앞에서 나타나고 있기에 우선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JYP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근미래의 변화를 상징하는 바로 이 그룹으로 말이죠




中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