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1. 8. 06:24
은행 자주 이용하세요? 공과금 납부부터 예금 출금, 대출, 부동산에 방카슈랑스까지 은행을 저금하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분은 이제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걸 좀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은행의 수익원이 '기준금리'의 하락으로 인해 예치금의 대출사업만으로는 도무지 운영이 불가능해졌음을 의미하는데요. 이들이 서민을 단지 '자신들의 예치금 유치 수단'이 아닌 '본격적으로 상품을 팔아 돈을 벌어들이는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불과 10년여전이라는 것입니다. 그 전에는 에초 '서민'들에게 은행은 하늘과 같아서 예금은 꼬박꼬박 가져다 주는 것은 당연함에도 대출을 하사받는 건 아예 생각지도 못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IMF를 거치고 기업경제가 붕괴되면서 언제까지고 서민 이상의 신용도를 줄 것 같았던 기업대출이 서민 이하의 신용도를 갖게 되자 이들은 서민들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주택담보대출부터 카드찍어내기까지 서민들의 빚이 팡팡 늘어나던 시절이죠. 당시 1가구당 부채는 1천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4,470만원으로 4배가 뛰었고요. 은행이 급속도로 붕괴되면서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카드와 단기채권을 마구 찍어냈으며, 때마침 정부도 여기에 맞장구를 쳐주며 주택경기를 이용해 자금회전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하고 대기업 역시 내수 경기 침체를 탈피하기 위한 오토리스, 무이자 장기 카드할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은행이 서민을 바라보는 관점이 '예금을 유치해야 하는 대상'에서 '직접적으로 돈을 뜯어내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속속 자리잡게 된 것이 ATM과 폰뱅킹, 그리고 인터넷 뱅킹이었죠. 그런데 이들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국민들의 편리성을 증진시킨다는 취지보다는 자동화쪽 수수료를 낮추고 창구쪽 수수료를 높인다는 취지가 있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고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임으로서 업무 회전율을 높이고 진짜 창구가 필요한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줄인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창구 업무는 그때에 비해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기본 예금 온라인 업무는 줄었습니다만 은행원이 보험과 카드 심지어는 펀드까지 팔아야하다보니 이들 업무의 특성상 고객 한 명당 들이는 시간이 결코 적지 않았고 지금도 은행을 가면 대기 시간은 예전에 비해 대기시간이 그닥 줄어든 느낌은 없죠. 결국 이들은 '수수료'라는 것을 정착시키고 효율적으로 뜯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각종 자동화 기기와 인터넷 뱅킹을 만들어 활용한 셈인데요. 당시에는 창구에서 입,출금, 송금 업무를 하던 사람이 많았으니 많은 쪽의 수수료를 무겁게 부과하는 편이 수익창출에 훨씬 효과적이었음은 두말할필요가 없겠죠.

그러던 중 생각보다 국민들이 빠르게 ATM에 적응하고 때마침 은행의 부실이 만천하에 까발려질 IMF라는 사건이 터지니 은행들이 부실을 매꾸느라 정신이 없어집니다. ATM에 투자한 비용은 분명 재무회계상으로 당시 은행의 매출 대비 적자가 나지 않는 선에서 투자가 이루어졌음이 분명하건만 이제와서 ATM의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며 ATM에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하는데요. 그러고는 인터넷과 폰 뱅킹은 수수료가 ATM보다 적거나 무료니까 그쪽으로의 이동을 유도합니다. ATM보다 훨씬 사용이 복잡하며 보안의 위험이 있을 수도 있건만 단지 수수료 무료의 수단을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ATM수수료를 올리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행태를 보였던 것이죠.

은행의 전략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수단에 가장 많은 수수료를 물리는 것으로 수수료 수익을 챙겨왔던 것이죠. ATM도 폰뱅킹도 인터넷 뱅킹도 도입 당시에 늘 있었던 이야기는 '은행측에서도 비용이 절감되는 만큼 고객들에게 그 절감된 비용을 환원해주는 차원'에서 만들었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ATM이 도입되었을때는 창구 수수료가 뛰었고 인터넷뱅킹이 도입되었을때는 ATM의 이체 수수료, 출금 수수료가 갑자기 생겨났습니다. 갑자기 들지 않던 비용이 다른 대체 수단이 생기자마자 마구 생겨나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늘 주던 월급에서 ATM기 생긴 직후에 창구업무 건별로 수당이라도 생긴 것일까요? 어째서 알 수 없는 은행의 부실한 재무관리로 인한 변명을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걸까요? 여기에 공적자금까지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네요.

인터넷 뱅킹이 대중화가 되니 어김없이 인터넷 뱅킹 수수료도 올립니다. 이번에는 변명이 지겨운지 설비 투자비 이야기와 함께 처음에는 계도기간이어서 출혈투자를 감수했지만 이젠 사람들이 잘 사용하니 투자금을 회수하셔야겠다네요. 그런데 그 많은 투자를 했다는 인터넷 뱅킹에 대해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게 만족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데요. 빈번히 일어나는 ACTIVEX 충돌로 인한 컴퓨터 다운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은 일이고 오죽 프로그램 완성도가 떨어지면 같은 회사에서 만든 같은 프로그램이 은행별로 버전이 다르다는 이유로 두번 설치해서 지들끼리 충돌하는 일이 일어나는건지, 과연 그 투자했다는 금액이 어디로 어떻게 투자가 되었는지 심히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 번재로 은행은 보기에는 최첨단을 달리는 것 같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은행만큼 낡아빠진 개념을 가진 이사진을 꾸리고 있는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직접 운영한다는 인터넷 뱅킹을 정작 은행 자신들은 내부 시스템조차 잘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죠. 대한민국 굴지의 은행들의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실무진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적지 않았습니다만 이해는 커녕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은행 내부에 인터넷 뱅킹 보안 팀을 직접 꾸리기보다는 책임을 떠넘길 대상을 만드는 식으로 외주 팀을 만드는 경우가 많으며 정치권의 수혜를 받은 몇몇 낙하산 업체들이 리베이트를 따내 반독점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버전업을 하려는 노력도 소프트웨어 충돌로 인한 기술지원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송금사고만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과 새로운 바이러스나 스파이웨어 보이스피싱 등의 이슈 정도거든요. 이들이 그 뉴스에 관심을 갖는 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버전업을 해서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해당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키보드 해킹 사건 뉴스가 보도되자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이 새로 깔리고, 보이스 피싱 사건으로 떠들썩하자 '노피싱'이라는 프로그램이 깔리더군요. 보이스 피싱을 인터넷 뱅킹으로 하는 멍청이가 어디있답니까. 아니 그보다 그게 보이스 피싱을 어떻게 막는다는 건지 설명도 없더군요.

그런데 이 문제는 '은행 탓'만은 아닙니다. 소수이기는 합니다만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 중에서도 그렇게 많은 프로그램이 깔려야지만 '안심'하는 분들이 분명 계시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IT강국 강국 합니다만 지금도 초등학생들 중 게임을 어떻게 충돌없이 깔거나 핵을 어떻게 기동시키는 지는 잘도 알면서 PC에 대한 기초지식을 아는 인구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다고 해서 컴퓨터를 반드시 잘 아는 건 아니거든요. 아무튼 이렇게 은행이 갖가지 ACTIVEX로 성의(?)를 보이면 '아 이 은행은 이 정도로 보안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구나'하며 은행의 노고를 치하(?)하는 분들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아니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꽤 많기 때문에 은행이 아직도 이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ACTIVEX가 윈도우 레지스트리를 씹어먹을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지식을 아는 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적다는 것이죠.

은행들은 받는 수수료만큼, 투자했다는 설비만큼 얼마만큼 고객들의 개인정보, 금융자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 그 이전에 책임을 질 생각 자체는 있는 걸까요? 고객의 시간과 그로 인한 기회비용을 너무 당연하게 무시하면서도 자신들이 헛발질로 들인 돈은 철저하게 회수하겠다는 행태는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지금으로부터 몇십년이 더 흘러야 나아지는 걸까요? 우린 언제까지 이름만 다르지 하는짓은 뭐 하나 다를게 없는 은행들로부터 다른 나라 국민들은 전혀 듣도보도 못한 불편과 피해를 겪어야만 하는 걸까요?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것인지 그 일이 얼마만큼의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이여 정신차리십시오. 언제까지 그러고 살다가 한방에 훅갈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