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6. 9. 22. 14:56

최근에 한정하여 박진영이라는 캐릭터가 가장 많이 소비되었던 부분이라면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말은 일면 우스꽝스럽지만 보아 유희열, 양현석의 그 수많은 조언들은 단 한 마디도 머릿속에 남지 않았고 그들은 딱히 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싫은 새로운 캐릭터를 얻어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진영은 의외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굉장히 잘 어울렸고 그가 이 프로그램에서 단지 개인의 인기만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도움이 될만한 인재를 얻어갈 수 있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진영, 더 엄밀히 말해 JYP의 선택을 받은 오디션 참가자들의 이후 행보는 다른 참가자들의 선택 (SM은 서열문제로 시끄러워 논외로 치더라도) 에 비해 상당히 지지부진했습니다. 3대 기획사의 푸시도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뭔가 오디션, 즉 자신이 처음부터 어떤 컨셉에 맞춰서 육성한 게 아닌 후천적인 측면에서 다 된 인재를 영입해서 이를 활용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에 대단히 미숙한 기획적 한계를 드러내고 마는데요. 여기에서 JYP는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해왔던 기획사로서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맙니다. 사실상 '유망주들의 포텐셜'을 획일화시켜서 육성해왔고 그 외의 컨셉에 맞는 다양성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이죠. 


기획사의 역량은 스팟성 기획을 얼마나 잘 이끌어내는데에서 판가름난다. 3대 기획사 어느 누구도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들을 제대로 뒷받침해서 폭발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이들이 얼마나 현실안주와 배부른 돼지처럼 지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셈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인지도 측면에서 투자와 시간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기때문에 즉시 데뷰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강력한 팬덤의 화력을 통한 초동물량이 차트올킬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만큼 팬덤을 단기간에 강화시키는 데에도 기획사가 투자하는 데뷰 방식보다 훨씬 순기능에 가깝게 자리잡게 된다는 것도 고무적이죠. 무엇보다 해당 팬덤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고, 대세를 타서 순풍만 제대로 얹을 수 있도록 이미지 소비를 적절히 조절하면 한다면 의외의 롱런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상당히 매력적인 데뷰 수단임에는 분명합니다.


문제는 처음부터 착실히 만들어나간 캐릭터가 아니다보니 단기간에 신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포텐셜 및 능력을 파악하여 속성으로 플랜을 짜야 하고 그에 맞는 컨셉과 안무, 곡까지 모두 만들어내야한다는 부담이 따르죠 .때문에 그것이 단기간, 즉 오디션빨이 빠지지 않을 시간 내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 잊혀지기 전에) 반드시 오버그라운드에 내보내야 합니다. 안그러면 회사 내에서는 그냥 포텐셜이 다한 노망주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리고 사람들의 주목도는 급격히 식어버리니 가치가 예전만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한마디로 이 오디션을 거친 유망주를 데뷰시켜서 성공시킨다는 것은 타성에 젖은 기획사면 두말할것도 없고 그렇지 않은 기획사라고 할지라도 밑천이 그대로 드러날 만큼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야 겨우 성공시킬까 말까 할 정도로 보통 어려운게 아닌 것입니다. 이 어려운 데뷰 환경에 대해 기획사들의 경험도 부족했을 뿐더러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스팟성 집중 기획을 완성시킬 만한 역량도 갖추지 못했던거죠. 그렇다고 그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가 이 나라에 없느냐면 그것도 아닌데, 다만 이 3대 기획사들이 매너리즘과 자기만족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뒤로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거나 문을 아예 열어주지 않았던 것이 이들 기획사가 점점 각자의 원색으로 고착화되어 다채로운 업계 변화 속도에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이에 대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IOI야 말로 오디션 출신 그룹이 어떻게 하면 돈을 뽑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컨셉에 대한 고민을 그다지 깊게 하지 않고 일단, 무난한 곡과 무난한 여름컨셉으로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데뷰하여 차트올킬을 해내는 모습은 일면 '부실한 완성도'로 비난받았을지언정 낮은 포텐셜과 열악한 기획 환경의 프로젝트 그룹으로서는 굉장히 좋은 스타트, 팬덤 손실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칭찬받을만 하다. 에초 대중성을 기대한 그룹이 아니었고 소유권도 애매했던 성격 파악이 절묘했던 것


이런 3대 기획사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특정 그룹의 데뷰를 앞둔 해당 그룹에 합류하기 위한 자체 유망주 내 오디션을 TV프로그램에 올리는 이른바 '쟈니즈 주니어'식 마케팅입니다. YG의 한 보이그룹도 이런 식의 데뷰 과정을 거쳤고, (이는 YG편에서 후술할 예정이므로 조금 기다려주세요) 어쩌면 3대 기획사 중 가장 이런 부분에 폐쇄적일수 있을 JYP (PART1 JYP 편 참조) 마저도 이런 대세적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는지 새로 데뷰하는 신인 걸그룹의 자체 유망주 선발 오디션을 칸무리로 올리는 강수를 두게 되죠. 물론 中편에서 언급한 대로 이미 JYP의 기존 정체성이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뭐든 돈 대는 방향으로 치고 나가는 과도기적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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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틴




그런데 이 오디션 프로그램 어딘가 좀 이상합니다. 알려진 평균시청률은 0.5%, 체감 인지도는 더 낮은데다 이렇다할 화제를 낳은 것도 아니고 생긴 것에 의의를 두어야 할 정도의 팬덤 기반을 잡은 것 외에는 어떤 소득도 없었습니다. 더우기 오디션 프로그램 이미지를 이어서 흥행을 전담했어야 할 박진영은 이 프로그램에서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고 오디션에서 살아남은 멤버들은 박진영의 의도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여러모로 존재감을 드러내려 분투했지만, 필자가 사실상 JYP 힘의 균형이 넘어갔음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마치 IMF시기 외부 세력에 의한 냉혹하고 자비없는 구조조정으로 큰 상흔이 남는 것처럼 오히려 JYP에서 길러지던 연습생들이 일거 퇴사하거나 다른 쪽으로 데뷰하는 등의 내홍을 겪은 것까지 포함하면 표면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았던 셈인데요.


무엇보다 식스틴은 다른 기획사의 내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달리 기획사의 의도가 표면상으로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철저하게 팬투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기획사 입장에서 말 그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제품 안배, 좀 나쁘게 말하면 끼워팔기를 하거나 외모적으로 비주얼 담당을 한두명 끼워서 다소 포텐이 늦게 터지는 대기만성형 맴버를 보완하거나 해야하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단순히 순위경쟁을 하게 되면 그냥 노래를 제일 잘하고 외모도 제일 예쁘고 예능도 제일 뛰어난 어찌보면 어벤저스가 탄생하게 되는것이죠. 이쯤되면 기획사는 초기 기획 단계의 거의 모든 역할을 포기할수밖에 없고 또한 마구 뒤섞여있는(것처럼 보이는) 멤버 구성을 어떻게든 그럴싸한 컨셉과 각자의 캐릭터, 그리고 파트 배분 등을 통해서 연출을 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게 됩니다. 


1위부터 8위까지 결국 연습생 내에서 소위 '즉시 팔릴' 멤버들이 모두 소비되어 버렸다는 점도 JYP로서는 대단히 큰 악수인 셈 출혈 대 서비스 사장님이 미쳤어요


식스틴이 그렇게까지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그들도 인식했는지 굳이 식스틴 버프를 이어가기 위해 데뷰를 서두르는 무리수를 두기보다 방종 이후 4개월 정도 착실하게 준비해서 나왔다는 것이 표면적인 팩트입니다만, 이미 데뷰가 정해져있고 결성이 이루어지는게 확정된 그룹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곡을 준비하는데 그 정도로 시간이 걸렸다는 측면에서 다소 나쁘게 말하면 JYP가 그만큼 즉시 그 버프를 이어갈만큼 속도전에 경험도 자신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신구세력 통틀어 공통으로 당시 안고 있던 약점이었을테니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겠습니다만 당시 TF팀이 JYP에서 끌어올수 있는 모든 에이스들을 탈탈 털어넣은 블루칩 덩어리들을 대한민국 걸그룹 시장이라는 레드오션에 던져넣는 데에 간을 보고 타이밍을 쟤 가며 골머리를 앓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JYP는 신구세력 공히 성공이 급했고 또한 절박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억울하겠지만 현실은 아직 박진영일수밖에 없었던 냉혹한 현실


이런 서바이벌 미션과도 같은 트와이스의 첫 스타트가 잘 끊어졌다면 그건 JYP발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었겠지만 현실은 당연하게도 냉혹했습니다. JYP의 신인 걸그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주목도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는데에 실패했음은 물론. 공개 직후 곡의 전개 방식에 대한 생소함과 클리셰에 대한 신랄한 비판 그리고 너무 쉽사리 이런 대세적 비판에 대중이 동요되면서 초기 차트의 기세를 전혀 이어가지 못했죠. 너무 갑작스러운 JYP의 변화에 대중이 적응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데에 필요한 시간을 너무 급격하게 단축하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었습니다만, 마음의 여유가 그닥 많지 않았던 JYP의 신 세력으로서는 정말이지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을것입니다.


연착륙따윈 없는 이들 급진개혁파의 미쳤다면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시도가 조용히 실패로 덮어질듯한 분위기가 팽배해질 무렵... 다들 그저 그런 데뷰로 미쓰에이 때보다 퇴보한 데뷰 성적에 좌절하고 있을 때 즈음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각본있는' 반전드라마가 쓰여지기 시작합니다.



업계 내에서 하늘만이 점지해준다는 바로 그것 '차트 역주행'


이 부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들어보면 크게 '트와이스가 비주얼로 빠지는 맴버가 없었기 때문에 슬로우스타트가 가능' 했던 부분이라던지 '음악이 처음에 들을때는 거부감이 있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긴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데요 물론 대중의 평가가 절대적인 이 성적에 대한 설명이므로 이 사태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보기 힘든 데뷰 싱글 걸그룹이 보여준 이 기현상을 설명하기에 이 두 가지만으로는 다소 설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죠. 지금까지의 챠트 역주행이 위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변곡점이 먼저 존재했고 그 이후에 비주얼과 음악성을 인정받는 선 주목 후 평가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모르는 사이 그들에게 다가왔던 두가지 변곡 중 하나는 지금까지 JYP와 전혀 다른, 팬들이 그토록 원했던 매우 건강한 기획사의 모습이었다면 또 하나는 'JYP가 또?'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JYP 그대로의 모습이었습니다. 단지 트와이스 하나가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정말 끝내주는 모험에 다르지 않았던 이 미친짓은 아마 어느 누구도 몰랐고 또 실제로 예측 불가능했으며 다수의 예측을 멋지게 빗나가버렸던 정말이지 역대급이라고 말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죠. 어쩌면 신구세력이 내부 세력 정리가 이루어진 것이 1라운드였다면 제 2라운드는 바로 이 시점 대중의 '평가'가 아닌 '판정'이었습니다.




마치 푸른 밤하늘에 뜬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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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편 에필로그 '트와이스'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