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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ushAm 2013. 1. 1. 03:22

안철수...

 

 

본격적으로 정계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가 남긴 족적은 어마어마합니다. 단지 지지선언 한 방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율 5%의 후보를 50%로 바꿔 당선시키더니, 대선에는 직접 본인이 나와서 무려 2개월 넘게 30%+ 지지율을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그 지지율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미련없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하더니 문재인 후보를 그토록 적극 지원하며 마치 대선 이후를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더니만 지금은 또 훌쩍 미국에 가버렸습니다.

 

기회주의자다. 간만 본다.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고집불통이다. ...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문재인의 경우 그의 정책적인 부분보다 인간적인 면이 선거기간 내내 더 많이 부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는 '정책적인 부분'을 더 많이 평가받은 반면, 안철수의 경우 별로 인간적인 면면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철저하게 정책 노선으로만 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면만을 분석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정말이지 이 나라의 보이지 않는 손이란 참 신기할 따름이네요. 언론장악의 잔재란 정말 거대한 것 같습니다.

  

 

선거를 결산하는 기념으로 뭔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싶어 생각해본 김에 대선을 완주하면서 당을 포함한 본인의 정책 방향성이 비교적 잘 드러났던 문재인에 비해 (물론 그에 대한 언론에서의 보도는 거의 0에 가까웠지만) 상대적으로 그 정책 방향이나 기조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감이 있는 안철수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의 평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죽은 자식 나이 세기같은 느낌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2009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에 쓴 글 (http://rusham.tistory.com/64)처럼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후보를 정말 오랜 기간 키워내는 것보다 이미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후보의 지지율을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정작 선거 기간 내내 단단했던 여당의 고정 지지율에 맞서 깨질 수밖에 없다는 상당한 위기감이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미 팽배해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세대를 아우르지 않으면 안됩니다. 50대 이상, PK지방의 압도적 지지율, 호남 지방의 야당 초강세같은 맞대결의 의미를 넘어 이제 그 후보에 대해서 정말 꾸준히 알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정말 성급한 일반화를 범하기 쉽지만 정작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은 매우 신중하고 오래 지켜봐야지만 비로소 신뢰를 주기 때문이지요. 많은 노출이 필요하고 많이 알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의 존재는 무려 15년간 각종 유무형 매체를 통해 알려져있었고, 문재인의 존재는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게 고작 1년입니다. 1년동안 신뢰를 얻는 것과 15년동안 얻을 수 있는 신뢰는 그 단단함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안철수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그에게 어떤 행보를 요구하고 그가 그에 응할지 어떨지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의 인간적 성품이 아닌 그의 정책적 성향 (변하지 않는 기초적인 부분) 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바라본 그대로를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대안은 안철수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고 이 글만으로 그렇게 받아들이실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각종 저서를 통해 해당 후보의 면면을 알아보는 것처럼 이 글 역시 하나의 참고자료로서 확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급적 알기쉽게 써 볼 생각입니다만, 정책 관련 내용이다보니 쉽지는 않겠네요.

그럼 시작합니다.

 

...

 

1. 안철수, 보수냐 진보냐?

 

보수입니다.

 

그는 중도 보수 노선을 취하고 있습니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합니다.

작은 정부란 그냥 작은 정부가 아니라 정부가 특별히 소소하게 많은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 수많은 부처를 폐지, 통폐합시켰던 것도 그가 '일단은' 보수정당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죠.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단 보수의 기본 성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얼핏 보면 이게 좋은 지 나쁜 지 잘 알기 어려운 정책기조인데요. 작은 정부의 장점은 무엇보다 정책의 집중성에 있습니다. 어떤 정책을 추구해야겠다고 생각되었을 때 관계부처가 많다면 하나의 정책에도 여러 가지 부처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정책결정부터 추진까지 정말 많은 쪽의 사정을 만족시키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작은 정부가 되면 당장 결재서류 숫자부터 줄어들게 되죠. 일단 정부 부처를 꾸리는 데에 돈이 많이 들지 않게 됩니다. 또한 부처 자체만을 위한 정책도 줄어들게 되죠. 발의되는 정책도 줄어들고 따라서 임기 내 추진되는 정책도 줄어 시행되는 정책 하나하나에 힘이 실리게 되니 매 정책마다 파급력이 크고 그만큼 무게감이 실리게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명박의 대운하, 4대강, FTA 등은 매우 크고 우리나라의 많은 부분을 크게 바꿀 정책들이었지만 그 외에 소소한 부분에서의 변화는 거의 없었죠. 아동성폭행 조차도 아동성폭행 그 자체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범죄 전반, 나아가서는 음란물까지 한마디로 '성 관념' 전반을 바로잡는 파급력이 큰 정책에 주로 손을 대는 모습이 많았으니까요. 물론 그로 인한 소소한 잡음은 모조리 무시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이런것들이 모두 작은 정부와 보수성향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적 특징입니다.

 

안철수 역시 이런 작은 정부를 지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금 이명박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와는 좀 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정책의 희소성과 무게성을 이용하여 해당 정책과는 다른 쪽의 '이권'이 개입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지요. 이 부분이 사실 보수와 작은 정부에서 가장 필수불가결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습니다.

 

 

보수는 작은 정부를 꾸리는 대신 많은 부분을 민간의 자율적 판단과 경쟁에 맡기게 됩니다. 여기에서 정부가 해야할 것은 중간자적 입장에서의 '철저한 사법 공정성'입니다. 정부가 직접 해당 정책과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면 아무래도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가지 않는 형태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직접 컨트롤하는 대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히 처벌하는 쪽을 강화하는 공정성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죠. 지금의 새누리당은 표면적인 부분에서 보수임에 틀림이 없으나 그 성격을 악용하여 이권에 휘둘리고 사법의 중심을 잡는 데에 매번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가짜 보수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이권이 개입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늘 청렴하다는 것을 강조해왔던 야당조차 이권과 비리에 휘둘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실망감을 나타냈었죠. 그 후보의 청렴함을 믿고 투표했지만 정작 그는 청렴하지 않았거나 혹은 청렴하더라도 그 주변 사람들이 청렴하지 못해서 도덕성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정치학적인 문제로 치면 오히려 보수정당보다 진보적인 정책의 정당에서 도덕성을 유지하기 힘든 측면이 강합니다. 진보적인 정당은 나라를 진보시키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일이 너무 많고 그러려면 정말 많은 법안과 부처를 신설해야 하는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할 수 없게 만든다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작은 정부가 부패하지 않았느냐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쪽은 아예 작은 정부를 만드는 과정 자체부터가 비리투성이었으니까요. 정부가 하던 일을 민간에 넘기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려 드는데, 그 정책 기조가 '정부의 부담을 더는'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부담을 지게끔 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니까요. 물론 그 부담의 실체는 친인척이나 측근이 민간의 탈을 뒤집어쓰고 그 이권을 넘겨받는 것은 물론 작은 정부였다는 이유로 해당 분야에 대한 도덕적 검증 자체를 안하는 말 그대로 나라를 위한 게 아닌 그들의 이해타산에 맞는 '작은 정부'로 재해석된 가짜 보수였다는 것이죠. 원래 보수는 나라가 얻는 녹을 줄이고 국민을 잘살게 하되 불합리한 비리는 반드시 척결하는 데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2. 안철수는 진짜 보수가 될 수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안철수가 주장하는 정치개혁과 정당정치 쇄신이 바로 진정한 '보수정당'을 만드는 일련의 요구사항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안철수는 정당이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에 주안점을 두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당이 '여당'이 되어서는 한국 정치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가 주장한 정당개혁은 바로 '여당'이 없는 대통령제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안철수가 만일 단일화에 성공해서 야권단일후보로 나왔다고 하면, 그리고 안철수가 만일 당선이라도 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일단 안철수는 무소속 후보입니다. 그리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야당이 되겠죠. 그 뒤에 안철수는 어떤 당이든 선택해서 입당하고 그 당을 여당으로 만들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럴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무소속이 아니라 특정 당 소속으로 후보를 출마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무소속으로 당이 없는 대통령, 대통령보다 훨씬 세력이 큰 두 거대 야당...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판은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사례가 될 뻔한 일이 2012년 12월 벌어질수도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는 이런 미쳤다면 미친 생각을 한 걸까요? 아마 제 생각과 일치하다면 그는 바로 이 여당과 야당의 관계 그 자체가 구태이며 정당정치개혁의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필연적으로 거대정당 두 곳 중 한곳에서 대통령이 배출됩니다. 대통령이 배출된 당은 '여당'이고 배출하지 못한 당은 '야당'이 되죠. 그런데 사실 국회의원 수는 여당이 된다고 해서 300석을 다 가져가는 것도 아닌데 주로 나라를 위한 어떤 정책이나 법안을 '만드는' 일은 여당이 주도합니다. 대통령도 있겠다 여당이 생각하는 정책방향대로 미루어두었던 것들을 처리해나가는 것이죠. 그럼 야당은 이때 무엇을 하느냐, 물론 그들도 법안을 만들고 상정하는 일을 합니다만 거의 대부분은 여당이 만든 법안을 부정하고 반대하는 일을 역점으로 두게 됩니다.

 

구글에서 '국회' 라는 단어로 이미지 검색하면 나오는 두 번째 사진...

 

물론 정책방향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테마를 가지고 어느 한 쪽은 정책을 만들기만 하고 어느 한쪽은 다 만들어진 정책을 그냥 앉아서 비판만 할 준비를 한다는 것은 양대 거대정당에 모인 인재풀의 위대함을 생각해 보았을 때 정말 큰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 역시 여당일 때 많은 정책을 만들어 추진한 경험이 있고 그 정책이 그들의 철학으로는 반드시 이 나라에 도움이 될 거라는 충분한 검증을 해왔을 것이며 그들 역시 그 당시 야당이었던 또 다른 거대정당에게 자신들의 정책이 가로막혀진 경험이 있을테니까요.

 

만일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고 둘 다 야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안철수가 가진 세력은 국회에서 단 한 석의 의석도 없는 상황이고 결국 법안이나 정책은 내야 하는데 둘 다 야당이니 서로 싸우거나 반대할 명분이 없어지게 되죠. 사실 결국 어느 정당이든 여당의 패권이나 정해진 기간 안에 서둘러 이권을 챙기려는 의지만 없다면 충분히 이 나라에 필요한 정책들이 서로 많을텐데 그저 한쪽은 만들고 한쪽은 애써 그걸 반대하려는데에만 열심히다보니 이 나라는 어느쪽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조차 모른 채 제대로 된 정책이 적용될 겨를도 만들지 못해왔던 것입니다.

 

 

두 거대정당에는 정치판에서 몇십년을 굴러온 베테랑도 있고 정책자문 경험이 풍부한 스페셜리스트, 이 나라에 진정 필요한 정책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씽크탱크까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모두 자신들이 여당이 되었을 때 혼자 다 해먹기 위해 갖춰놓은 것들이죠. 이들 인재들이 내가 여당 혹은 야당으로서 우리의 이득을 위해 혹은 상대를 반대하기 위해 이 인적 자원을 쓰는게 아니라 순수 정책으로, 정책 대 정책으로서 두 정당이 대결하는 구도가 된다면? 생각만해도 두근거리는 진짜 정책대결의 정치판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가 바라는 정치개혁은 포트 정치의 청산이다. 결국 이기기 위해서는 이권 청탁의 루트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아무리 깨끗한들 친박계, 친노계처럼 해당 후보의 계파가 존재하는 한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한들 대통령에게 전해지는 각종 청탁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안철수가 문재인에게 그 포트 역할을 하는 친노를 도려낼 것을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대통령은 혼자 남아 대통령직만을 수행해야 한다는 이상론이 그의 단순하고도 단순한 정치 철학인 것이다.

 

 

 

물론 이미 포트 수십만개가 박혀있는 박근혜와 어느 누가 또 다시 부각되면 그 포트를 쑤셔박을 궁리만을 하는 사람만 수만에 이르는 새누리당에 갈 가능성은 더욱 적다.

 

 

 

3.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상론이기도 하고 설령 안철수가 된다고 한들 그의 머릿속대로 정치판이 움직여주지 않게 된다는 것은 지난 안철수의 출마와 사퇴 사이에 벌어졌던 일들로 인해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이런 생각은 그저 이상론이겠거니, 실정을 너무 모르는 비정치인의 치기어린 객기였다고 그냥 묻어버리면 되는 걸까요?

 

안철수에 열광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가 바라는 정치에 얼마만큼 동의하시는지요? 굳이 누구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제 어느 누구라도 깜짝 등장으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여당은 정말 오랜기간동안 얼굴을 알리고, 이미지를 가꾸며 장기 투자하는 식으로 대통령을 결국 만들어내는데, 지금의 야권은 너무 오랜 기간동안 방만하다가 결국 또 다른 메시아가 나타나기만을 기대하고, 그들에게 있어 메시아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의 등장 이전을 잊은 채 메시아의 계시를 거부해버리기도 합니다.

 

민주당이 안철수를 거부한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여당이 되거나 안되도 제 1야당이 되는 것 이외의 시나리오를 생각한 적이 없다. 만일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철수가 신당을 차리든 차리지 않든 관계없이 여당은 될 수 없음은 물론 제 1야당 역시 새누리당이 되기 때문에 그들은 제2의 야당 신세가 된다. 민주당이 제2야당이 되었을 때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는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때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그만큼 그들은 제 1야당 자리를 여당 자리 이상으로 집착한다. 이런 놈들이랑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었을까? 결국 그들은 안철수를 단 한번도 동일선상의 경쟁자로 취급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 1야당이라는 타이틀, 생각보다 꽤나 탐스러운가보다.

 

월드컵이 끝나면 또 4년을 기다려야 하나 하고 한숨을 쉬는 사람들 많지만 축구는 월드컵만 하는 게 아니죠. 프로 축구는 연중 개최되고 있고, 그 프로 축구가 풀뿌리가 되어 월드컵팀이 강해진다는 것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만 아직도 사람들은 월드컵 대표팀 선수가 갑자기 어디에서인가 뚝 떨어지는 줄 아는 사람이 많죠. 누군가가 갑자기 등장해 맹활약을 하기라도 하면 '혜성처럼 나타난'이라는 타이틀을 다는 신문도, 그 신문에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무언가 이 모순적인 상황을 별로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 선수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 축구팀의 에이스로 리그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테니까요.

 

그렇다고 여러분들이 정치 전문가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끊어진 필름을 이어나가지 않으면 우리는 그 사람의 과오를 지적할수도 미래를 보지도 못한 채 그의 현재만을 바라보고 그를 지지해야 하는 현실에 매번 부딪히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어떤 정치인을 보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이면에는 그의 외모, 그의 언변, 그가 내세우는 서면과 구술로 이루어진 정책, 그의 과거 청렴성, 납세 실적과 상대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득표력 뿐이지 않은가요?

 

 

안철수는 불과 6개월을 보았을 뿐입니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 그에게 실망하기에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 그를 다시 보기에도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안철수가 어떻게 이 세상을 바꿀지, 그걸 위해서 그에게 어떤 위치를 부여해줘야 할 지 생각해볼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은지요?

 

우리는 그의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를 지켜볼 시간을 5년이나 얻었습니다. 또한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함께 대안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시간 역시 5년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엄청난 약이 될수도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일 것입니다. 그 약은 우리에게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와 그 나라에 살게 될 사람들에게도 매우 소중하게 쓰여질 것이라 자부합니다.

 

...

 

그의 생각이 이루어지는 것도

우리가 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그리고 그와 우리가 함께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것도

 

결국 지금부터 시작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