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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ushAm 2009. 5. 22. 03:04
시상 소감 같은 곳에서 흔히 나오는 말 중에 '초심'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 쓴 사람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참 멋있게 들렸으리라, 그러나 어떤 멋있는 시상 소감 꼭지라도 너도나도 쓰기 시작하면 참 멋없는 말이 되는데 그 이유는 '진심'이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심이 사실 그렇다. 말은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라고 하지만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니 돌아갈 수는 있는걸까? 듣기에는 그럴싸해보이지만 꽤 무책임하게 내뱉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렇지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것, 사실 보통일이 아닌거다.

그게 그렇게 쉽다면 이혼율이 높아질 이유가 없다


개그를 소재로 하는 만화들은 언제나 끊임없이 창작의 고통에 시달린다. 초기 기획 시간이 가장 짧고 어느 정도의 센스만 갖추면 작품 시작부터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신인 작가들이 향후 지속적인 연재의 지속성에 부담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개그 만화 장르를 선호한다. 어차피 신인 작가에게는 개그든 스토리타입이든 작품이 하나라도 주목을 받아서 유명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언제나 한결같이 1년을 전후로 아이디어 고갈로 인한 연재 중단이다. 비단 개그뿐만이 아닌 시사성이 없는 옴니버스 만화의 공통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롱런의 비결(?)

마음의 소리는 옴니버스형 개그 만화로서는 이래적으로 롱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 '와탕카','트라우마' 등의 개그타입 웹툰이나 '골방환상곡' '낢이 사는 이야기'등 생활접목형 옴니버스 스토리 타입 웹툰 등 같은 시기에 연재를 시작한 유사한 타입의 웹툰들이 모두 연재를 중단한 상태이기에 더욱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장수의 비결을 별달리 찾기 어렵다는 점도 이래적이며 이미 소재 고갈 사이클이라는 1년 전후를 훌쩍 지난 상태에서도 독자들의 관심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해보인다.

마음의 소리가 롱런을 하고 있는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자 소재 고갈이 되지 않고 늘 신선한 챕터들이 나와주고 있는 것일까? 혹은 캐릭터들의 개연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달리 소재 고갈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재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즌별로 무한정 스토리를 양산해 낼 수 있는 기막힌 구성력을 가진 작품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며 초반에 너무 많은 소재가 남발되지 않도록 작품의 컨디션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간간히 크리티컬 히트로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전략형 연재물일 수도 있다.

모두 갖춘 사람은 롱런을 뛰어넘어 그 시대 자체를 접수해버린다.


문제는 이 모든 사항들이 정 반대로 적용되고 있음에도 롱런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 있다. 소재는 2009년에 이르면서 이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지 오래이며 캐릭터의 개연성 역시 조석 본인을 희화한 캐릭터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의 인지도가 거의 없는 수준에 구성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은 부실한 작품 구조의 한계가 있었음에도 초반부터 너무 많은 소재를 남발한 나머지 소재 고갈 단계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문제는 '소재고갈'에 대한 대처

소재 문제부터 생각해보면 초창기 편의점이나 전경 등의 조석 개인의 일상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에피소드나, 작가 본인이 지루한 일상 속에서 있었던 갖가지 상상 속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배경이나 캐릭터를 완전히 무시하고 소재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따로 만화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소재들이 매 챕터를 채워주고 있다. 이는 굳이 '웹툰' 만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재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결국 만화가 소재의 보조 역할이 되는 주객 전도의 상황이 되는 셈인데,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 최근 조석 작가가 소재 고갈을 이유로 제법 오래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소재 공모'다

생활의 참견 처럼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라 할지라도 작품 세계가 처음부터 자신의 이야기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그릴 수 있는, 다시말해 캐릭터성에 전혀 의지하지 않은 상태라면 독자들의 소재를 사용하는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마음의 소리는 처음부터 등장하는 캐릭터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캐릭터에게 전반적인 스토리의 흐름을 맡겨버리는 타입으로 굳어져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독자의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간혹 독자사연을 이용한 챕터가 등장하곤 한다. 이에 대한 문제점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난 것이 챕터 317 - 사연만화 - 편이 되겠다.

매회 캐릭터와 배경이 변하는 완전한 옴니버스작품은 공모를 하던 뭘 하던 소재 사용에 제약이 없다.


소재공모뿐만 아니라 최근 사용하고 있는 소재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매번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지만 에피소드 자체가 신선할 뿐 개그 소재는 언제나 '외모', '먹는 것' 등 다소 원초적인 몸개그 수준의 소재들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마지막 한 부분의 반전에 드러나는 소재만을 '고른' 후 전후 사정에 대한 기획을 갖출 뿐이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챕터에 대한 신선함을 주기에 역부족일수밖에 없다.

작품 자체는?

그렇다고 초반 개그 소재나 스토리, 대사 등이 완전함을 느낄 만큼 매력적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분명 마음의 소리에서 나오는 개그 타입은 일전의 '와탕카'에서 보여주었던 '반전'이 핵심인데, 와탕카의 경우 그림과 상황이 적절히 어우러져 반전의 효과를 더하는 반면 마음의 소리는 다소 인위적으로 긴 공백을 삽입함으로서 기대 심리를 높이는 원초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도 결국 그림이 아닌 '대사'로 웃음을 유발하는 지극히 웹툰스럽지 못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 그림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라면 '엽기적인 표정'이나 '얻어터진 조석 캐릭터' 정도일 뿐 사전에 대사가 아닌 그림으로 마지막에 있을 반전에 대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대사 자체에 어떤 매력이나 독특한 개성이 있느냐하면 그 역시도 애매한 부분이 많다. 대사로 승부하는 작품이라면 이른바 '유행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마음의 소리를 통해 유행이 된 단어 혹은 대사가 없는 것을 보면 대사 자체만으로 특별히 높은 평가를 매기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화 잘되는 고기라든지 알아듣기 힘든 조합형 단어들이 단골로 나오긴 하지만 원래 뜻 자체를 상식화시키는 데에 실패한 이상 유행어로 보기 어렵다) 이는 대부분 개그 코드가 대사 자체에 있기보다는 어떠한 상황 설정에 따른 인위적인 상황이 많은 마음의 소리 나름의 작품 코드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골방환상곡'의 '엄친아'라든지 '트라우마'의 '다음뉴스 여야는 오늘도'처럼 뇌리에 남을만한 대표적인 유행어가 나오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수많은 문제점에도 별다른 대체작이 없다는 이유로 '냉정한 평가', '객관적 소비'를 과감하게 이루어내지 못하는 독자에게 있다고 본다. 마음의 소리가 개그만화로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롱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기존에 연재하던 옴니버스 개그물 (와탕카, 트라우마 등)들이 대거 연재를 중단했기에 얻는 반사적인 이익일 뿐 결코 마음의 소리가 먼저 완결된 다른 개그작품들에 비해 강점이 있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수요는 남아있는 상태에서 공급이 줄어들자 공급이 되고 있는 쪽에 대한 평가 인플레가 심해졌고 이것이 매너리즘으로 이어진 것이 지금의 비정상적인 롱런에 대한 이유와 동시에 문제점이 되는 것이다.

매너리즘이란? 자기자신은 전혀 웃기지 않음에도 다른 사람들 다 웃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싫어 '아 웃긴가보다'하고 따라 웃는 척하는 심리


이유야 어쨌던 마음의 소리는 롱런할 수 있는 모든 시도, 기회, 자격을 잃어버린 채로 위태롭게 표류하고 있다. 이미 기름이 바닥을 드러낸 자동차가 무리하게 시동을 걸어 심각한 부품 손상을 초래하면서까지 스물스물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건 작가가 이미 스스로 이 작품을 끝낼 수 있는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이며 이런 작품이 지속적으로 지금의 위치에서 개그 웹툰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이후 같은 소재로 웹툰 데뷰를 준비하고 있는 신예들에게 있어서도, 좀 더 신선한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음의 소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작품적 가치를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박수칠때 떠나라는 말도 사실 말이 쉽지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벌때 바싹 벌고싶은 마음이 대부분일테니까 ...다만 지금의 위치에서 결국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현재 위치를 생각해본다면 과연 자기 자신만을 생각해야만 하는 일인지, 속속 들려오는 건실한 비판을 단지 악플로서 무시하면 그만인지를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한번 깊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작품이 가진 나쁜 이미지는 연재가 중단되면 어느 정도 사그러들지만 작가 자체에 대한 나쁜 감정은 펜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나올 신작에 대한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생각했으면 한다. 만화가는 공인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평생 가지고 갈지도 모를 또 다른 나의 분신 '펜네임'에 대한 신뢰도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주길 권하고 싶다.


다음주에는 '와라 편의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