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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08 드림하이 - 수지의 발연기를 변호한다. 2
posted by RushAm 2011. 1. 8. 13:27
-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목적이 너무 분명해보입니다. 일단 미쓰에이, 2PM, 티아라, 아이유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아마 이미 해외에 진출해있거나 '해외에 진출 시 성공을 조금 기대해볼 수 있는 아이돌 맴버라는 것이죠. 첫 화에서부터 등장한 배용준의 비중이 그걸 예감케 했습니다. 해외의 한류팬들로 하여금 배용준으로 이슈메이킹 및 성공적인 훅을 한 다음 해외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맴버들을 주연급으로 내세우면서 이른바 '드라마 CM'을 만들려는 공산이 다분한 듯 한데요.


- 문제는 이 드림하이라는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제작진들에게 정말 큰 부담이 아닐수가 없다는겁니다. 일단 '국내에서' 시청율이 어느정도 나와야합니다. 박진영이 저작에 관여한 이상 수지와 택연, 우영의 출연료는 퉁친다고 해도, 티아라나 아이유의 출연료는 아무리 해외진출 떡밥을 던져도 퉁치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제작비도 많이 들었고요. 이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로 수출'할 수가 없는 상품이므로 들인 제작비는 반드시 국내에서 회수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작사는 '스타의 연인'처럼 아예 대놓고 해외시청자만 노리고 국내를 포기하는 듯한 제작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국내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추자니 정극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기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 또 하나의 문제점은 이런 기획이 너무 갑작스럽게 나오는 경우가 잦다보니 이런 드라마에 대한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대본이 그런데요. 만화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한 '궁'이나 '꽃보다 남자'의 경우 대사의 흐름이나 스토리의 완성도에 큰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곤 했습니다만, 드림하이처럼 아무 기반 없이 '순수 창작'을 해야 할 경우 이런 형태의 드라마를 써 본 경험이 전무한 기성 작가들은 제대로 된 대본을 내놓지 못하거나, 혹은 그런 현실을 애써 부정하듯 이쪽 장르를 대놓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기에 이런 드라마는 대부분 '신인급 작가'에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당연하겠지만 '소재의 참신성'에 비해 극의 내실은 많이 부실해질수밖에 없습니다.



- 꽃보다 남자나 궁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드라마계에서도 조금씩 '젊은 트랜디 드라마'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작품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이를 만들어내는 작가나 연출자, 특히 연기를 하는 연기자나 연기 지도를 하는 부분에 대한 육성은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즉흥적이며 돌발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드라마의 완성도 특히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는 거의 형편없을 정도로 떨어지기 마련인데요. 트랜디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은 두말할필요가 없습니다만, 제작진 어느 누구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거나 중요성을 인지할만큼의 관록을 전혀 보주지 못하고 있씁니다.

- 수지의 발연기 논란에 대한 변호도 바로 이 부분에서 가능한데요. 그 해답은 의외로 정극 경험이 있는 '택연'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드림하이에서 '캐릭터를 가장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쪽'은 다름아닌 택연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는 중편 정극 연기 경력이 있기 때문에 대사의 자연스러움이나 표정 등에서 '관록'은 느껴집니다만 단지 그것에 가려져 있을 뿐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주 새로운'드라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감독까지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해매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쪽이 마치 '제대로 그린 그림'을 '새로 그리는' 것보다 '백지에 새로 그리는 편'이 더 나은 것과 같은 결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정극 경험이 없어 기초가 부실할 뿐이지 수지를 비롯하여 몇몇 발연기가 지적되는 아이돌들은 의외로 '캐릭터 자체'에 대한 이해에 있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의 난해함입니다. 언제부터인가 틴에이저는 극중에서 웃고 떠들고 즐거운 학교 생활이 아니라 누군가는 항상 굳은 얼굴로 무게를 잡으며 '고민'만 끝없이 하고 누군가는 '성장 과정에 의한 편견'에 사로잡혀야만 합니다. 이른바 '에반게리온 컴플랙스'라고 해야할까요? (에바 등장인물이 연기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는 있는지...) 왜 그렇게들 '사회 비판'이나 '현실의 고민'에 집중해서 애써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아이돌들이 연기하기 쉽게 만든답시고 '연습생 시절'을 연상시키는 환경과 대본 그리고 캐릭터 설정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는 좋습니다만, 문제는 작가들이 '아이돌 연습생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전혀 안보인다는 거죠. 진짜 연습생 시절과 비슷한 느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무리 연기에 재능이 없더라 한들 일반 시청자들이 눈에 띌 정도의 어색한 발연기가 나올 턱이 없다는 겁니다.


- 드라마계는 돈이 넘치기보다 '재능있는 사람'이 넘쳐야합니다. 우리나라 영화계가 그랬고 드라마계가 그랬습니다. 무르익지 않는 것에 대한 투자가 인정되지 않는 대한민국 풍토에서 성장해온 것은 돈줄이 아닌 재능있는 사람들이 떠받쳤기 때문이죠. 트랜디 드라마가 먹히는 시대가 오고 그 트랜디 드라마를 국내 스몰마켓이 아닌 빅마켓에서 팔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지금처럼 '돈'으로 어떻게 된다는 알량한 생각으로 드라마를 만들면 안될것입니다. 드림하이가 어떤 성적을 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이런 드라마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트랜디 원작'에 대한 이해와 연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전문 인력의 육성이 필요할것입니다. 아예 이런 드라마를 대놓고 가능성이 없다며 무시하고 한 편도 내놓지 않을 거라면 모르겠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어떻게 내놓긴 해야겠는데 해놓은 게 없어서 매번 쩔쩔매는 걸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 시청자들이 그런 드라마를 '봐'줘야 하는 너그러움이 그리 오래갈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