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2. 9. 3. 18:52

최근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이 얽힌 경제 관련 재판에서 흥미로운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주식회사 코오롱과 듀퐁의 산업기밀 침해에 관한 소송인데,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듀퐁의 승리로 끝났다. 놀라운 사실은 이번 판결로 코오롱이 본안에서 패소시 듀퐁사에게 지불하기로 했던 원 소송 금액에 수십배를 호가하는 1조원 규모의 배상 책임을 물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이 소식을 들은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소송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듀퐁' 법무자문 변호사 출신 판사와 듀퐁 본사에 가까운 지역에서 열린 재판을 들며 삼성에 이은 또 하나의 무역 패권주의에 의한 희생양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속사정을 뜯어보면 조금 다른 내용이 나온다. 판결의 요지는 듀퐁과 코오롱의 잘잘못을 판단하다가 배상 책임 금액이 부당하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코오롱은 법원이 명령한 '증거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라고 생각했을 이메일 등의 증거를 재판기간 도중 모두 인멸했다고 한다. 이를 미국 법원은 이메일 서버 로그까지 분석하며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이를 고의적으로 인멸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여 가중처벌을 했다는거다.

 

(참조문서 : http://en.wikipedia.org/wiki/DuPont_v._Kolon_Industries)

 

왜 코오롱은 이런 미쳤다면 미친 짓을 한 걸까? 그건 지난 각종 경제사범들의 분식회계나 주가조작 등의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례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사법부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제사범 재판에 있어 재판기간 도중의 증거 인멸에 대해서는 증거 관리와 도주 우려에 대한 검찰측의 책임을 우선시하여 기업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증거가 나오지 않는 최저한도의 처벌만을 해왔던 것이다. 즉 이번 코오롱 재판이 국내 기업끼리의 마찰에서 이루어졌을 경우 실제 몇백억짜리 소송을 단돈 몇억 정도의 벌금으로 끝낼수도 있었다는 거다. 코오롱은 이런 관행에 익숙해졌고 증거 인멸에 거리낌이 없었지만, 미국 법원은 이걸 용서하지 않았다.

 

...

 

애플이 완전히 이긴 것도 아닌데, 애플은 잔치분위기고 삼성은 초상집이다. 그만큼 누가 봐도 이 게임은 삼성이 이길 줄 알았던 게임이었고 애플은 그만큼 긴장했다는 거다. 자본주의 사회에 찌들 대로 찌들었다는 미국 법정이 삼성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의 철저한 보호 속에서 자라난 싹이다. 국민들도 그들을 국가대표, 국위선양 등의 의미를 부여해가며 마르고 닳도록 빨아주었다. 사실 개도국에서 태어난 기업들이 세계화가 되기까지는 그런 과정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만 하는것도 사실이다. 소니나 도요타, 마츠시타 같은 기업들도 일본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었으니까.

 

 

그런데 삼성이 이미 그러한 응원이 필요없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품질 낮은 내수를 사달라고 애걸복걸하거나 국가대표 이미지를 가지고 정에 호소하는 식의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엄청나게 성장한 뒤에도 이를 계속해왔고 그에 따른 부수효과로 정부의 도에 넘치는 어시스트를 당연한듯이 받아내왔다는거다. 당연히 법은 그들에게 경제사범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한번 더 망설이는 관대함을 보여왔고, 그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세계시장에서 어떤 품질적 경쟁력 없이 단지 번 돈 쏟아부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출혈짓거리로 거둔 성과를 근거로 자랑질을 해왔다.

 

 

코오롱의 패배, 그리고 삼성의 패배는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은 이번 재판 역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내수에서 끌어들인 돈과 특혜를 바탕으로 이길 수 있으리라 자신했을것이다. 그리고 그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들의 기업이 미국 내에서 경제인들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특혜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뿌리내리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인성적인 부분과 정의로움에 있어서 한치도 성장하지 않은 채 돈만 디립다 끌어다 쓴 철부지로밖에 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패소로 인해 만천하게 드러났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사법부는 이에 책임감을 분명히 느껴야만 한다. 물론 삼성이 저지경이 된 걸 사법부 하나의 책임으로 모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일단 사법부가 잘못 키운 부분에 대해서 이 사단이 났으니 그 부분에 있어서 부모격인 사법부가 책임을 져야 옳지 않겠는가? 당신들이 미국 법원 판결 직전에 내린 국내 재판에서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반드시 미국이 옳았고 당신들이 부당했다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지금 하려는 바도 아니다. 당신들은 그 건 이전에도 삼성이 꼬꼬마였을때부터 지금까지 애 취급을 하며 감싸지 않은 적이 없지 않은가? 언제까지 다 큰 애를 감싸고 돌 셈인가?

 

 

 

그렇게 키워준대도 별로 고마워하는것 같지도 않은데 ...

 

...

 

 

뭐 따로 우리 몰래 고마움의 증표라도 받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