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3. 4. 11. 23:53

어느 정도 문고리 좀 식었죠? 상대가 소녀시대이다보니 쩝...


가능하면 아티스트라고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 하지만 저는 저를 아이돌이나 아티스트 어느 한 쪽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 아이돌이랑 아티스트는 다르다고 생각하니까


소녀시대가 일본 방송에서 자신들을 이제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 바라바주길 원한다는 발언을 해서 한동안 화제를 낳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발언 취지는 지금 네티즌들이 오해하고 있는 그런 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소녀시대를 비난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라 우리가 아티스트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개념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소식을 맞닥뜨렸을 때에 일어나는 파급력이 불과 10년 전 문희준의 발언 당시와 비교해볼때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 경악했기 때문에 쓰게 된 글입니다.


자 우선 아티스트란 무엇일까요?


소녀시대 논란에 즈음하여 소녀시대가 아티스트다, 혹은 아티스트가 아니다라는 논쟁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키워드를 몇 가지 살펴보았습니다. 아티스트는 'art+ist' 로 만들어지는 단어인데, 한마디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여기에서 대명제가 갈리는 것은 여기에서 말하는 '아트'가 과연 '창작'이나 '기술'이냐에 대한 부분으로 소녀시대 아티스트론의 찬반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핵심 논점이었는데요.


창작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며 작곡가, 화가, 안무가 등 어떤 작품을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표현'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을 안무나 노래, 기타 다른 수단을 통해 표현하는 것을 말하죠. 소녀시대 아티스트론자들은 '피아니스트'나 '김연아', '강수진'의 예를 들며 표현도 충분히 예술의 범위에 들어가기때문에 단순히 만들어진 것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아티스트라 불리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면 창작론자들은 보다 원초적으로 아티스트들이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감각'이 표현이든 창작이든 녹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따라서 만들어진 것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재현하기에만 급급한 소녀시대가 아티스트라 불리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양비론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려 죄송합니다만, 

어느 쪽도 아티스트 논쟁에 별로 접근한 것 같지 않았습니다.


아티스트는 단지 창작이나 표현 어느 한 쪽만 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며 그 것이 두 가지 수단으로 표현되지만 결국 전해지는 것은 한 가지로 취합되는 것이 예술이니까요. 설명 웃기지 않습니까? 그만큼 이 단어가 이상한 단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티스트는 직업이 아니에요. 그냥 대명제이고 칭찬의 단어일 뿐인거지요. 여러분이 제가 말한 아티스트 설명에서 들은 난잡함이 이 단어에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뭐 하나 정의되지 않는, 또한 그것이 예술이라고 말하는 앞뒤 안맞는 프랑스인의 감성이 묻어나있죠.


우선 김연아는 아티스트가 아닙니다. 강수진도 직업이 '아티스트'가 아니에요. 피아니스트도 직업은 '피아니스트'이지 그들을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만 김연아 해외 중계를 잘 들어보면 이런 말이 가끔 들리긴 합니다 '오오~ 정말 예술적 (artistic)이네요', 강수진의 발레도 이런 찬사를 들은 적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나 첼리스트들 역시 '예술적'이라는 찬사를 들은 적이 많다는 것이죠.


이분은 연습이랑 실전이 똑같군요 발전이 없네


위에 예를 든 3개 직업군의 모든 사람들은 '창작'을 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저런 찬사를 듣죠.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그들을 '아티스트'라고 공식적으로 지칭하는 걸 들은 적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예술의 경지에 오르다'는 찬사는 받았지만 그들을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고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냥 피겨 스케이터이며 발레이나이고 피아니스트와 첼리스트일 뿐입니다. 아티스트는 직업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부분은 예를 들은 사람들 모두 '스스로'를 '예술의 경지에 올랐다'라든지 '아티스트'라 불러달라는 식의 인터뷰를 하거나 공식석상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티스트라는 단어 자체의 무게감이 엄청나게 숭고하다거나 한 것 같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아티스트라는 말은 오히려 프랑스처럼 구분없이 매사 모든 게 예술로 치완되는 사람들을 비웃기 위한 단어라는 설까지 있을 정도이니 자칭하는 것이 어법상 얼마나 어색한지 스스로 잘 아는 사람들의 손쉬운 대처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소녀시대가 스스로 작곡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안무를 하는 데에 있어 위키백과에서 나온 아티스트의 정의대로 어느 수준 이상의 숙련이 되어 있어 일본 아이돌들의 유치찬란한 안무와는 비교당하기 싫다는 취지로 말했을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과 아티스트랑은 크게 상관이 없으며 차라리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면 아티스트라는 표현은 자충수를 둔 감이 있는데요. 대중들이 아티스트에 대한 본질적 지식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정도로 반감을 갖게 된다는 것은 그 단어가 가진 시건방짐 여부와는 별로 관계가 없을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족을 달 시간이군요.


자 그럼 작곡가 유영진은 아티스트인가요? 아니요 '작곡가'입니다. 어느 수준을 넘어섰다고요 어휴 그럼 '아주 뛰어난 작곡가'인 거죠. 소녀시대는 아티스트인가요? 아니요 '댄스 보컬 그룹'입니다. 군무도 아주 칼같고 노래도 잘한다고요? 그럼 '아주 뛰어난 댄스 보컬 그룹'인 거죠. 


지금 제가 그들을 폄하하는 것 같으신가요?

아니요 오히려 제가 보기엔 그들이 그들 스스로 자신들을 '아티스트'라 불러달라고 하는 게

스스로를 폄하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데요.


왜 자신들이 기껏 '특정 분야'에서 '숙련되어서' 정점에 이른 것을 평가해주길 바라면서

표현 자체는 뭉뚱그려서 '예술하는 사람'으로 평범하게 마무리지으려 드는 건지 안타까워서 그렇습니다.


왜 꼭 그 분야 최고가 되면 '클레스 체인지'를 하고 싶어하는 걸까요?

성장해서 정상에 오른 그 분야를 지칭하는 것이 부끄러운걸까요? 딴따라라고 놀릴까봐?


소개합니다! 세계 최강 '여성 댄스 보컬 아이돌'그룹 스파이스 걸스입니다.


제가 박지성이나 김연아라면 말이죠.

저는 '스포츠맨' 입니다. 라고 소개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저는 '세계 최고의 구단에서 뛰는 축구 선수'입니다. 라던지

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피겨 스케이터'입니다 라던지...있잖아요


...


자신이 있는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그 분야 자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자신들을 인정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고의 아이돌이 '나는 아이돌이라고 불리는게 싫다'라니...이게 무슨



posted by RushAm 2011. 12. 4. 23:50
* 작성 시작일이 2011년 12월 4일인 관계로 표현 중 과거형용사에 시기적 오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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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도 SBS를 통해 전파를 탄, 2011 서울 도쿄 뮤직 페스티벌, 그리고 지난 수요일 심야에 전파를 탄 TV 50년 특집 K-POP 월드 페스티벌까지 연말 특집을 빙자한 방송들이 속속 전파를 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놀랍게도 언제나 이런 KPOP이벤트에 단골로 참가해왔던 SM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요. 아시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다는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가 참가를 안하는 KPOP 이벤트라니, 뭔가 이상하죠? 진정 국위를 선양하고 KPOP의 세계화(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SM이 왜 행사를 가려가며 뛰고 있는것일까요? 그것도 가수 하나만 참가 안하는 게 아니라 소속사 가수 전체를 빼버릴 만큼 노골적으로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SBS와의 관계를 넘어 SM이 관동지역에서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SBS가 바보가 아닌 이상 SM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설득했을테니까, 메인이 KARA, 그리고 지금까지 한류 콘서트와는 사뭇 다른 맴버 구성, 이 콘서트는 그동안 SM의 독주에 대항할 기회를 노리던 YG와 DSP가 주도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두 개의 행사가 'SM'의 주도로 이루어지지 않은, 아니 이루어질 수 없는 행사였다는 점에 기인합니다. 우선 서울 도쿄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 주최는 SBS가 주최했고 기획은 MTV가, 그리고 이 행사는 SBSMTV라는 새로운 방송 협력사 개국 축하 이벤트였죠. 상편에서 소개했던 대로 해외 방송 수출 공급 라인을 구축하는데에 적극적인 SBS는 이번 MTV와의 제휴 법인을 세우는 등 KPOP 공연 투자를 통해 해외 방송 루트를 뚫어내는데에 성공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연히 SM이 늘상 개최하는 목적과는 전혀 걸맞지 않았던거죠. SM이 KPOP콘서트를 꾸리고 자신들이 메인 무대를 우선적으로 가져가면서 곁다리 그룹을 꾸려 해외 합동유랑공연을 기획하는 이면에는 SM이 자신들의 해외 진출 루트에 대한 파워 게임에서 직접적인 캐스팅 보드를 잡는 데에 있었겠지만, SBSMTV의 개국은 SM이 가진 아시아 판로에 대한 야망에 전면적으로 배척되는 사건임에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개국식에서 SM이 참가를 했다고 한다면 SBSMTV는 향후 방송 운영에 있어 지금의 지상파 음악방송이 그랬던것처럼 SM에게 파워게임에서 밀려 끌려다녀야만 하는 운명을 처음부터 못박히게 되었을 테니까요.

KBS가 방송했던 TV 50년 특집 K-POP 월드 페스티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KBS와 KOCCA JAPAN만이 근근히 구색만을 맞추던 수준에서 급작스럽게 미디어에 보도가 되고 한류의 유럽정복과 국위선양이라는 성과를 어떻게든 정부의 치적으로 가져오고 싶었던 마음에서 발로된 무리수가 결국 일을 저지른셈인데요, 이 행사에는 유력 기획사라고 불리는 3사 가수들은 물론 그나마 한류에서 반응 좀 있다는 군소 기획사들의 아이돌이 전혀 참가하지 않은 반쪽짜리 이벤트가 되고 말았는데요. 그들이 참가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이벤트 장소가 '경남 창원'이었기 때문이죠.

단순 참가자만으로 봤을때는 지방 유력 행사 수준의 참가자가 올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분명히 지닐 수 밖에 없는 이번 행사의 주최는 KBS와 창원시, 협찬은 삼성과 경남은행, 후원은 문화관광부와 해외문화홍보원,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이다. 이 이벤트가 어디에 목적이 있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숟가락 얹기로도 모자라 아예 상을 차려보겠다고 나선 호기로운 정부와 요즘 이래저래 시끄러운 일이 많은 창원시 챙겨주기가 만들어낸 전형적인 패착이었으니까,



SM은 독점적인 해외 진출에 대한 루트를 만들어내려는 계획에 있어 최근 SBS의 SBSMTV개국 등 방송 영역을 넘은 적극적인 행보는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임에 분명합니다. MBC와는 달리 우회상장없이 자사의 직속 계열사 3사를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고 있으며 마음만 먹는다면 한 가지 이슈를 세 개 상장사에 모두 반영시켜 투자를 뽑아낼 능력이 되기 때문이죠. SM은 자사의 해외 진출 전략이 방해받는 것만으로도 벅차겠지만, 그보다 한류 KPOP이라는 주식시장 테마 수혜를 SBS와 나눠먹어야 한다는, 아니 완전히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을테니까요.

심야방송의 함정

그런데 이렇게 애써 파워게임을 통해 얻어낸 콘서트라는 콘텐츠를 방송사들이 어떻게 취급하는지를 살펴보면 이게 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거의 대부분의 한류 콘서트는 그 막대한 편성 시간 때문인지 항상 시청이 거의 불가능한 사각지대에 편성되며 그나마도 일부지역 자체방송 쿼터에 묶는 등 이렇게 애써 따낸 방송의 시청율을 높이는 데에 그닥 적극적인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예고는 합니다만, 예고보다 더 중요한건 프라임 타임 방영이었을텐데,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난리라면서 왜 모조리 시청율 사각지대에 박아놓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들은 에초 국내 시청율을 기대하고 만든게 아니기 때문이죠.

평일 심야, 그것도 모임이 많은 연말 밤에 정말 많은 시청율을 기대하는 것일까?



국내 현존하는 방송국은 모두 방송법에 의한 국가의 규제를 받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방송전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며 어떤 방송사라도 해당 주파수를 대여 운용할 수 있을 뿐 사유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케이블같은 유료방송을 제외한 전파를 대여 운용하는 모든 방송사는 공영이던 민영이던 모두 공익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거나 방송 콘텐츠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독자적인 사업화를 시킬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방송사가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놓고 마지막회만을 미방영으로 남겨둔 채 마지막화를 DVD로 만들어 팔거나, 유료방송국에 넘기는 식의 영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공중파'를 쓰는 방송국은 한번 이상 공중파에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공급을 한 뒤에 콘텐츠를 팔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이죠.

이런 법의 의무조항을 위해 희생되는 시간대가 바로 심야시간대입니다. 공익적인 목적을 위한 교양방송을 일정 시간 이상 방영해야 한다던지 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런 방송들은 대부분 프라임타임을 한참 벗어나있습니다. 일단 방송시간만 충족시키면 그걸 몇시에 방영하든 아무 상관이 없거든요. 이는 국산 애니메이션 쿼터제를 적용받는 애니메이션 전문 상업 채널들이 주로 국산 애니를 아무 의미없는 심야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틀어대는 꼼수와 일치합니다. 아무튼 이 심야시간이라는 건 시청율 대신에 뭔가 법적인 케어같은 용도로 활용되는 시간대라는 것이 방송계에 일반적인 통념이라는 거죠.

주로 이런 용도...


자 그럼 이 한류 콘서트의 심야 방송에서 방송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콘서트 영상물, 다시말해 '영상물'에 대한 판권 확보입니다. 심야 방송이든 뭐든 일단 한번 방송하기만 하면 그 뒤에 2차 저작물을 제작해서 얼마든지 수익활동을 해도 괜찮아지거든요. 방영이 한번 끝낸 콘서트 영상은 방송 3사가 그토록 공을 들이며 싸우고 있는 세계 유력 각국의 방송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됩니다. 이 공급은 단순히 '방영'이 아닌 판매로 이루어집니다. 해외네트워크 방송국따위가 광고영업으로 현지 메이저방송국과 경쟁이 될리 없으니까요. 게다가 국내에서는 불가능한 직접적인 수익 활동입니다. 방송국이 탐내지 않을리가 없는것이죠.

방송국들이 갑작스럽게 한류에 목을 매게 된 계기는 요 근래 몇년 사이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바로 카라 콘서트 DVD가 일본 오리콘 챠트 여자 아티스트 부문 신기록을 경신하는 메가톤급 히트를 기록한 것이 첫번째이고, 두 번째는 바로 한류가 퍼저나가는 수단이 '음반 직수입'이 아닌 '유튜브'라는 점이 두번째입니다. 한마디로 지금의 한류는 음반보다 '영상'이 돈이 된다는것을 '영상'으로 먹고사는 공중파 3사가 캐치했다가 볼 수 있는데요.


사실 한류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지목되고는 있지만 이것을 기획사의 성공적인 수익활동으로 보기에는 살짝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유튜브 조회수, DVD판매량이 영상으로 먹고사는 공중파 3사에게는 군침을 돌게 만드는 매력적인 시장지표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지표입니다. 공짜든 뭐든 한류 관련 콘텐츠에서 음반보다 영상이 해외에서 더 잘 팔린다는 게 드러났으니까요. 이에 이들은 부랴부랴 관심도 없던 음악 채널을 만든다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합니다. SBS가 발빠르게 MTV와 손을 잡고 아시아쪽 판로를 선점한 가운데 MBC가 자사 케이블 채널을 MBC뮤직으로 변경한다는 발표가 있었죠.

SBS는 MTV와 손을 잡고 해외 법인을 순조롭게 안착시킨 다음 지금 유튜브에서 공급하는 한류 가수들의 음악 활동 영상에 대한 수익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토대를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MBC역시 뮤직 채널이 곧 개국되면 그들의 방송 콘텐츠의 재판매가 가능한 기반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고 케이블 채널이니만큼 자체 콘텐츠의 해외 수출 및 송출이 보다 용이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업로드된 유튜브 영상들이 지금의 국내에서처럼 대거 저작권 위반의 철퇴를 맞게 될 것이고, 시청자들은 한류 가수들의 활동 영상을 각 방송사 현지법인이 만든 유료채널이나 DVD를 통해 보게 되겠죠?

이런 거...?


MBC가 시청율 부진속에서도 꾸준히 벌였던 KPOP 커버 댄스 경연대회 (이 역시도 심야방송)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KBS가 일본 현지에서 위성방송유료채널로 공급하고 있는 KBS WORLD J (http://www.skyperfectv.co.jp/prog_navi/s791.html) 우리나라돈으로 월 5만원 정도의 패키지 상품을 가입하거나 단일채널 요금 1만원 가량을 내야 볼 수 있는 유료채널인데 놀랍게도 KOCCA 한국 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가 국가예산까지 써가며 열심히 간접 영업까지 뛰어주는 채널이다. 성적은...글쎄?




SM 엔터테인먼트가 노리는 것

방송사들이 전 세계에 자사의 한류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는 채널을 구축하는 데에 혈안이라면 SM은 지난 아이돌 기획사 열전 SM엔터테인먼트편 부록 (http://rusham.tistory.com/186) 에서 언급했던 대로 전 세계에 한류 관련 음악을 공급하는 음악 독점 공급 채널을 노리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을 스스로 축소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키는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SM엔터테인먼트가 이제 국내 시장에서 돈이 안된다며 신한류를 위시한 해외진출만이 살길이라는 논리를 펼치다 못해 이제는 그 작아진 시장에서 물어뜯는 군소 기획사들의 해외 진출 판로에 대한 권력까지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죠.

재미있는 건 SM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단지 음반 판매로 인한 판권 수입 자체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한 계기가 되어준 두 가지 사건, (공교롭게도 모두 동방신기가 얽혀있는) 하나는 동방신기의 일본 진출 메가톤급 히트 속에서도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했던 SM의 보아에 이은 두번째 실패, 그리고 두 번째는 그렇게 동방신기 타이틀을 유지한 채 스스로 일본 활동을 주도하며 이끌어냈지만, 국내에서 가진 파워게임을 통해 제한했던 JYJ의 활동을 해외에서까지 막지는 못했던 권력의 한계를 절감한 사건이 두번째입니다. 이렇듯 SM은 이 두 사건을 통해 어떻게든 해외에 파는 루트를 선점 그리고 독점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한다고 보는 편이 되겠는데요. 국내에서 SM이 가지는 위상과 파워를 이용한 '권력'을 해외에 진출하는 가수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작업에 가깝습니다. 사실 독점 유통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그렇게까지 짭짤할리도 없지만, SM으로서 이 '파워'는 누구에게도 양보하기 싫은 부분이니까요.

설마 얘네에게 질 줄은 몰랐다는걸까?


사실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 당시 그렇게 돈지랄을 벌여도 국내에서 쪽도 못쓰던 카라를 뒤쫒는 결과가 되었다는 부분도 SM의 이런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SM이 주도적으로 방송사와 협력하여 만든 콘서트에 군소 기획사 가수들 중 해외 진출에 입맛만 다시고 있는 기획사 그룹들을 구워삶아 참가시키게 되는 것이 이들의 공급 권력을 작용하는 첫 발판인 것입니다. 항상 나오는 방송사와 SM간의 알력다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결국 SM이 가수를 공급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한 보편적인 작업인것이죠. 해외 유력 작곡가를 통해서든 뭐든, 방송사의 힘을 빌려서든 뭐든 SM이 없으면 콘서트를 통해 한류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두는 것입니다. 여기에 수많은 방송들이 벌이는 SM에게 한류 공로 몰아주기 어시스트까지 더해주면 보다 완벽해진다고 할 수 있죠.

지금 SM이 가진 그룹이 끼지 않으면 다른 군소 기획사 가수들 한 트럭이 와도 타국에서 관객 1천명 동원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콘서트가 사실상 아무런 현지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군소 기획사로서는 자사 그룹을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채널이기 때문에 군침을 흘린다면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죠. 여기에는 앞서 설명한 방송사의 네트워크 확장에 따른 콘서트 영상 공급 정책과 SM의 공생관계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콘서트는 단지 콘서트에 온 1천명만을 위한 1회성이 아니라 향후 해당 국가에서 DVD로, 유료방송으로 지속적으로 공급될 훌륭한 광고 매체이기 때문이죠. 군소 기획사들은 상대적으로 현지 법인을 만들어 현지 방송국과 협상하는것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SM과 방송국을 통해 현지 시장에 홍보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정책은 단지 SM이 국내 기획사의 해외 진출에 대한 권력을 위해 만들어진 것만은 아닙니다. 사실 한류 콘서트가 '방송사'를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큼의 파괴력을 갖기 위해서는 'SM 식구들'만으로는 살짝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SM이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군소 기획사들의 십시일반을 무시할 수는 없고, 규모는 크면 클수록 좋습니다. SM이 단독으로 콘서트를 할 때 가질 수 있는 최대치는 분명 큽니다만, 지금은 한 명이 더 아쉬운게 사실이니까요. 800명 동원과 1천명 동원은 어감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샤이니를 홍보할땐 샤이니팬으로, 소녀시대에겐 소녀시대팬으로, 동방신기에겐 동방신기 팬으로 두고두고 쓰이게 되겠지...


SM 소속 가수들이 콘서트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유는 사실 메인이벤터성이 있긴 합니다만, 조금은 치졸한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결국 모인 팬들 중에 SM팬이 제일 많지만, 모인 사람 전부가 SM팬이라고 보기는 힘들거든요. 많이 잡아 모인 사람들 80%가 SM팬이고 남은 20%가 군소 기획사 팬이라고 친다면 SM에 앞서 군소 기획사들 공연이 끝난다고 해도 20%의 팬들이 자리를 뜨지 않는다는 점을 십분 활용합니다. 아마 SM은 향후 발전 가능성의 지표를 통해 모인 사람 중 99.9%가 SM이 이미 확보한 시장임을 증명하기 위해 군소 기획사의 20%팬들이 필요한것이죠. 결국 최종 집계수를 가져가는 것은 SM입니다. 그리고 그 집계수는 출연한 SM가수들이 모두 공통분모로 나눠가지게 되죠 샤이니도, 소녀시대도, 동방신기도, 슈퍼주니어도 해당 국가에서 단독공연으로 1천명을 동원할 수 있다는 식의 뻥튀기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SM이 정말 인기가 있는 것일까?

방송에서 비추어지는 모습은 정말 경악스럽습니다, 최근 있었던 SM타운 뉴욕 콘서트의 보도를 보면 SM가수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를 쫒아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팬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평범한 뉴욕 시민들이 아무생각없이 걷다가 SM타운 버스를 보고 경악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이 한류 팬들, 절대 그냥 아무생각없이 걷다가 버스 발견한 모양새가 아닙니다.


2분즈음부터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녀시대의 이동 스케줄을 알고 현장에서 기다릴 만큼의 정보력을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대부분 공식 팬클럽을 통해서만 공급되는 비공개 정보인데, 이유는 당연히 유료 회원들이 누리는 특권을 관리해주기 위한 보상 차원이 짙습니다. 과연 이 뉴요커들이 심지어 심야에 기습(?)적으로 왔다는 소녀시대가 어디에 내리는지를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통한 구글 검색으로 알았을까요?

게다가 이 뉴욕에서 이들의 이동수단으로 쓰였던 버스 디자인은 어떤가요?

그냥 래핑광고 버스냐고? 아니야!


아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 버스에 올라탔다고 친히 페이스북에까지 홍보해줬는데...



이 안에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슈쥬 있다. 라고 알기 싫어도 알 수 밖에 없는 버스가 유유히 정체가 극심한 맨하탄 거리를 일부러 통과한다면, 장소를 어렴풋이 알던 사람도 알아보고 버스에 달려드는 그림을 따내는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통 SM에서 쓰는 이동 수단이라고 하면 ...

이 안에 과연 누가 들어있을까?



차량 내부가 보이지 않게 짙은 썬팅을 한 위풍당당 스타크레프트겠죠. 이유는 당연히 수많은 팬들로부터 소속 가수를 보호하기 위함일것입니다. (차량에 올라타려는 사생팬들을 막기 위한 최적의 디자인) SM이 굳이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는 뉴욕시에서 SM타운 래핑버스를 콘서트 기간 내내 탑승시키는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SM이 (심지어 국내도 아닌 타국에서) 소속가수들을 보호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것이거나, SM이 특별히 보호하지 않아도 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저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었던지요.


기사 인용 ( SM타운, 뉴욕 공연 좌석 매진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1110/h2011102206032384310.htm) 예매자 중 비아시아인 비중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이 눈에 띈다. 과연 실제 예매자와 온 사람이 얼마나 일치했을지, 러닝타임 4시간 SM타운 소속가수가 바닥까지 탈탈 털어 모두 참가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기자는, 그리고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콘서트 실황 중계를 보면 언제나 해당 가수의 노래가 나올 때 귀신같이 해당 가수의 노래를 따라부르거나 피켓을 들고 있는 장면을 잘도 따낸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따냈다는 것은 불과 1분만에 그들을 찾아냈다는 것인데 3천명이나 되는 공연장에서 이를 바로바로 찾아냈다는 것은 카메라 감독이 천리안을 갖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그 천리안은...아마 공연 기획 당시 각 가수 팬들에게 의도적으로 좌석을 배정한 좌석 배치표 따위가 아니었을까? 특정 가수 팬을 특정 좌석 구역에만 앉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왕왕 볼수 있는 풍경이니까...



SM에 소속되어 있는 가수 중 어떤 가수도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는 없습니다. 유럽 연방 전체를 통틀거나 단독국가에서는 그나마 중국에서 슈퍼주니어, 일본에서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정도가 반응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이며 그 이외에는 어떤 국가에서도 단독 콘서트로 1천명단위의 관객을 단순 '방문'만으로 이끌어내기 힘들어 보일만큼 국지성 편차가 심한 것도 현실입니다. 따라서 SM은 항상 뭉쳐다니며 일본 공연때는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다른 그룹들의 상대적으로 적은 인기를 보완해줘야만 하고, 유럽에서는 반대로 슈퍼주니어가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를 보완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외부적으로는 유럽에는 슈주 인기만큼 소녀시대나 동방신기가 똑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만 하죠. 여기에 추가로 (아름답지 못한 동원 숫자 이빠진 관객)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아니 해외에서도 우리한테 기어야 하는 건 변함없다는 것을 엄포하기 위한 군소 기획사들의 가수들이 필요한 정도일까요?

SM의 인기는 아직 SM가수 단독으로, 현지 공격적 마케팅이나 현지 네트워크를 낀 방송사, 교민 사회 수뇌부가 함께 협심하지 않으면 그나마 내세울 결과를 쥐어짜내기 어려운 수준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SM이 이같은 활동으로 인해 얻게 될 유 무형적인 이득은 제법 쏠쏠하겠지만, 그것이 어떻게 보던 SM이 자사의 음악적 역량을 통한 'KPOP' (한국형 음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세계에 과시한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져보이네요. SM의 음악최우선주의의 말로가 결국 고집스러운 몽니로 종착을 맺는다는 점은 결코 저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마냥 유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KPOP은 훌륭한 콘텐츠입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음악 그 자체로, 영상 그 자체로, 안무 그 자체로 굳이 우리가 애써 나가서 봐 달라고 애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흘러나가게 될 것입니다. 일본의 JPOP과 애니메이션이 유럽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때도 그랬으니까요. 지금 물이 들어온다고 노를 저어야한다고 노를 삿대처럼 쓰다가 노를 부러뜨려 떠내려가게 만들 이유도 없고 그 노를 반드시 특정 기업, 특정 방송사, 그리고 굳이 정부가 쥐고 이끌어야 할 이유도 권리도 없습니다. 그 배는 언젠가 전 세계 음악팬들의 싸닥션을 후려갈길 한국이 배출한 천재 아티스트들이 지금만이 아니라 먼 미래까지 계속 타고 나아가야 할 소중한 배입니다. 지금 당장 사기업, 방송사의 배를 불리기 위해 함부로 쓸 수 있는 배가 아니며 누구도 그럴 권리를 그들에게 준 적이 없습니다.

모쪼록 그 배에서 당장, 내려주세요.


당신들이 탈 수 있는 자격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면
세계의 음악 팬들은 당신들이 애써 그 배를 빼앗아 타려는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당신들을 배에 태워 머리에 이고 뛰어줄 테니 말입니다.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을 마칩니다

- 끝 -
posted by RushAm 2011. 4. 24. 17:54
대한민국에서 참 태어나기 힘들고, 살아남기도 힘든 캐릭터를 지닌 노홍철, 지난 무한도전에서 보여준 '거상 노만덕' 캐릭터 당시 정말 많은 여성들에게 어필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가 특별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냥 재미있고 유쾌해서라고 한다면 설명이 부족하다. 그가 무한도전에서 참 재미있고 신기하며 보고만 있어도 유쾌해지는 캐릭터인것은 분명하지만 웃기는 것만으로 여성팬들에게 그런 절대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얼굴이 '매우 잘생겼'거나, 여성들에게 매우 호감이 가는 얼굴인 것도 아닌 것 같다. 키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여자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남성들의 특징인 '큰 머리'를 가지고 있다. 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있지만 이런 스타일은 철저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그런 그가 거리에 나타나면 여성팬들이 구름처럼 몰린다. 그가 내미는 상품을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뭉텅뭉텅 사준다. 국민 MC 유재석이 같은 미션에서 여성팬들로부터 매우 계산적인 처우를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교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건 단지 그가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다. 인지도는 유재석이 더 높은데 어째서 유재석은 그런 구름같은 여성팬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을까? 단지 품절남이라서?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것 같다. 유재석과의 차이가 아니라 노홍철만이 가질 수 있었던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그에게 수많은 여성팬들을 안겨줬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그가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안정화되기 시작한 4년여 전 유행시킨 유행어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소녀팬'이라는 단어인데, 사실 노홍철의 인기는 이 '소녀팬'이라는 단어에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소녀팬'이라는 게 단어로서 계속 되뇌이거나, 가지고 싶다고 생각만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면 노홍철은 그렇게 '반 새뇌식' 팬몰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포인트는 '소녀팬을 계속 되뇌인'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소녀팬'이라는 단어 자체에 있다.


우리는 만 13살부터 18살까지의 여자 사람들을 흔히 뭐라고 부르는가? 열이면 아홉이 '여학생', 혹은 나이를 통한 현재 학력을 유추해 '여중생','여고생'등으로 부르곤 한다. 이미 우리는 그 단어 자체가 '아직 성장기를 겪고 있는 풋풋한 여자'를 일컫는 대명사가 되어 있다. 그들이 일과 중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끔찍할만큼 긴 것도 사실이고 학생은 공부나 해야한다며 타의적으로 학교에 처박고 학원에 처박고 처박히는 일생을 살아오고 있는 것도 틀리지 않은 현실이지만, 정작 그 '학생'이라는 표현을 그들이 '달가워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들은 '여자'이고 싶다. 꾸미고 싶고 여성스러워지고 싶다. 더 가슴이 커졌으면 좋겠고 더 다리가 날씬해졌으면 한다. 입술이 더 섹시해졌으면 좋겠고, 머리도 좀 더 길게 길러봤으면 싶다. 다시 말해 특히 '그 나이대 여자'들은 '학생'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성인 여자'로 취급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그들을 우리는 철저하게 '여학생'이라고 불러왔다. 그 여학생이라는 단어가 다시는 못올 풋풋함의 상징이라는 새뇌까지 해대면서 말이다.

이승철의 '소녀시대'가 대히트를 친 건 단지 음악때문만안 아니었다. 그는 '어리다고 놀리지말아요!'라며 그들 대신 기성세대들에게 일갈해준 든든한 '오빠'였으니까...


그들을 노홍철은 처음으로 '소녀'라고 불렀다. '여학생팬, 여고생팬'이 아니라 '소녀팬'이라고 불렀다. 처음부터 그에게 소녀팬이 그렇게 많았을리는 없다. 하지만 그가 부르짓는 '소녀팬'이라는 단어는 응당 '여학생'이 아닌 진즉에 '소녀'라고 불리웠어야 할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래 우리는 여학생이기 이전에 '소녀'였다고 말이다

민감한 나이대, 어른들로부터 인정받고싶어하는데에 익숙한 이 사회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을 '소녀'라고 불러준 '어른'이 있었다. 그것도 그들이 대통령보다 위대하다며 동경하는 TV에 나오는 연예인이 말이다. 노홍철이 정말 여기까지 계산하고 그런 말을 만들어 부르짖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그가 그들을 부를 때 쓴 '소녀'라는 호칭은 '소녀'들의 가슴에 불을 아주 제대로 지핀 셈이 됐다. 노홍철은 본의아닐수도 있게 소녀팬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봐 준 남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소녀...라고 불렀다.


홍철은 솔직한 성격이 장점이다. 그는 결코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 이미지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소녀'라고 부른 그 한마디는 소녀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소녀'들에게서 '소녀'라는 호칭을 빼앗아간 우리 사회에서 그는 본의아닐수도 있게 잃어버린 '소녀'들의 '소녀'를 그들에게 되찾아주었다. 유행어가 되어 정착된 '소녀팬'이라는 단어는 음악방송 공개홀에서 동경하는 오빠를 향해 부르짓는 여자들을 더 이상 '빠순이'나 '학생팬'으로 부르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학생'은 음악방송 공개홀에서 소리지르면 안되고 공부를 해야 하지만 '소녀'는 그래도 되기 때문이다.

이건 학생답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소녀답다라고 표현해야 옮다. 극성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욕하기 전에 그들이 왜 '소녀'답지 않게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소녀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처음으로 여자로 봐준 사람이 되어버린 노홍철, 그는 예컨데 이를 모두 의도하고 그런 유행어를 만들어냈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래서 그가 좋다. 이 세상에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밝은 쪽으로 이끌어 낼 것을 너무 의식하고 행동하다 일을 그르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는 아무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걸 모르고 행동하는 사람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자연스럽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이 이 나라엔 무척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소녀는 그냥 소녀라고 불러주면 되는 것이다
참 쉽지 않은가?
posted by RushAm 2010. 8. 8. 18:22
처음부터 뜬금없지만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해보자, 축약하면 아담과 이브가 무슨 열매가 열리는 나무 밑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나님이 '이거 따먹으면 절대 안되느니라'라고 말했고 , 아담은 그걸 충분히 지켰지만 이브는 아담에게 꼬득여 따먹자고 유혹해서 결국 따먹고 이걸 위반한 죄로 하나님은 에덴에서 이 둘을 쫒아냈다는 것인데...이 이야기 생각해보면 꽤 많은 여지를 남긴다. 물론 아담이 그 금단의 열매를 지키는 역할로서 따먹은 사실 자체는 문제가 맞다. 하지만 하나님이 왜 그 금단의 열매를 '애써'만들어서 그 금단의 열매에 유혹당하기 쉬운 (다른 생명체도 많을텐데도, 아니면 그 금단의 열매에 에초 유혹당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있었으면서) 인간을 그 옆에 붙였는지, 그리고 여자를 만들어서 옆에 붙이고 유혹을 해서 쫒아냈다는 것까지 잘못은 그 둘이 다 뒤집어 쓰고 금단의 열매를 대체 왜 만들었는지 모를 하나님은 일체의 해명 없이도 전혀 잘못이 없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 그렇다.


왜 갑자기 종교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예제로 시작할수밖에 없었냐면 지금의 대한민국 걸그룹 시장이 딱 그 판이기 때문이다. 지피베이직이 초등학생 맴버를 내세워서 화제를 모으고 미성년자 맴버들이 대거 소속된 걸그룹이 섹시컨셉으로 요염한 안무를 TV에서 소화하는게 과연 애들 정서에 좋으냐에 대한 논쟁은 차라리 양반에 속한다. 어디에서 나왔는지도 모를 '일본 연예게의 로리 문화'라는 것을 갖다대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퇴폐적이고 쓰래기같은(응?)연예계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걸그룹에 열광하는 30대 이상의 남성 팬들을 소아성애자, 변태, 심하게는 예비 미성년성범죄자의 원흉정도로 모는 행태까지 아주 가지각색이다.

이같은 반응들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른바 '책임회피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 초등학생 맴버들이 짧은 스커트를 입고 나와서 TV를 보는 아이들이 악영향을 받는다고 하는 이면에는 '그런 걸 보고 사리판단조차 제대로 못할 만큼 아이 인성교육에 무관심했던 현재의 일부 부모세대'들이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TV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책임회피가, 일본의 로리문화가 침투했다며 한탄하는 이면에는 지금의 연예계가 이렇게 될 때까지 건전한 해결책을 모색할 시간을 흘러보낸 업계 내외적인 뒷북 행정이, 걸그룹에 열광하는 30대를 강호순의 원흉으로 지적하는 이면에는 지금의 미처돌아가는 아동성범죄 뉴스에 대한 책임을 어딘가로 전가해야만 했던 이 사회의 절박함이 있다.

애들은 굳이 걸그룹이 아니라도 뭐든 따라한다. 흉내내기는 본능적인 학습방법이기 때문이다. 그 흉내가 좋은건지 나쁜건지 가르쳐주는 건 TV가 아닌 부모의 역할임에는 두말할여지가 없다. TV가 애들에게 직접 매를 들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우선 걸 그룹이 등장한 이유를 좀 역순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말 많은 (자칭) 연예계평론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걸그룹'에 대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공급이 늘어났다고 보기에는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연예계는 예전처럼 연습생의 실력이 무르익을 때 데뷰시키는 시스템이 아닌 시장이 무르익을 때 데뷰시키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시말해 이미 어떤 연습생의 실력이 당장 데뷰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성장해도 시장이 정체되어 있으면 데뷰를 시키지 않으며 반대로 아직 실력이 설익은 연습생을 시장이 무르익었다는 이유로 비주얼만을 내세워 시급하게 데뷰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시장'의 무르익음을 지켜본다는 측면에서 연예계가 수요를 예측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걸그룹 러시는 핵심적인 부분에서 그 맥을 달리하는데 시장이 무르익은 것 이상으로 '구매력'에 대한 확고한 판단을 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장이 무르익었을지언정 정말 구매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위험 부담은 어느 시장에서나 마찬가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가요계는 전체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위축되는 과정에서 그 구매력이 지극히 일부 계층으로 압축되어가는 틈새시장화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이 틈새 시장은 시장의 규모가 작은 대신 시장의 구매력, 즉 충성도가 높아서 상품 출시에 대한 실패 리스크, 자금 회수에 대한 부담이 한층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절대구매층'이라는 것은 사실 우리 가요계에서 원래부터 있었던 시장도 아니었다. 항간에서 말하는 '오래 전 부터 잠재되어 있던 시장'이었다는 설명은 일부 일리가 있지만 지금만큼 가요계 전체를 주름잡을 정도로 보기는 어려웠으니까, 기본적으로 이같은 걸그룹 아이돌 시장의 이면에는 연예계 특히 음악 업계가 경제 침체로 인한 음악, 음원 수익의 저하로 인해 대박부터 쪽박까지 가능한 변수가 큰 도박을 감행하는 사업 구조부터 확실히 먹을 수 있는 소박을 쫒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했으며 이를 위해 지금의 '걸그룹 틈새 시장'을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현명할 듯 싶다. 즉 가요계는 좋게 말하면 '살아남기'위해 나쁘게 말하면 '가요계의 정체성을 버려서가면서까지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제시했으며 그 결과가 지금의 다소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걸그룹 시장이 만들어진 계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매니악하다는 것은 극과 극이다. 확실한 구매층이 있다는 것은 모와 도, 즉 어리고 귀엽거나, 성숙하고 섹시하거나, 아니면 딸자식처럼 살살거리거나... 지금의 걸 그룹은 1인 3역을 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다. 왜냐면 한 가지 역할을 하기 위해 육성에 투자하면 적자가 나니까...매니악한 시장은 말 그대로 파이가 작지만 그것이 3개 4개가 되면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는 벌어먹을 수 있으니까...


이들은 이처럼 시장의 파이를 극도로 좁히는 대신 확실한 수익처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지만 문제는 이것이 특정 기획사 하나에 의해 이루어진 전략이 아니라 대중음악계 전체가 아예 판을 뒤엎을 생각으로 움직였다는 데에 있다. 그렇기에 지금 대중가요의 공급 비율은 철저하게 스스로 좁혀놓은 시장에서 가능한 현실적인 수익을 뽑아내는 것으로 아예 그 틀 자체가 바뀌어버린 셈이 되었는데 이 판이 가져오는 문제는 틈새 시장을 공략한 게 아니라 가요계 자체가 자발적으로 가요게의 정의를 내릴 수 있는 파이 자체를 좁혀놓았기에 다른 음악 장르가 가요계에 파고들 틈새를 전혀 만들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이고 이른바 '절대구매층'을 노려 얻은 짭짤한 수익을 다시 절대구매층을 위한 걸그룹 혹은 보이그룹 등 판매 가능한 '상품'을 만드는 데에 투자한다는 점이 두번쨰이다. 당연하겠지만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될수록 시장은 점점 그들 스스로에 의해 좁아지고 세밀해지며 매니악화될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만든 상품 '걸그룹'을 소비하는 주체들은 왜 이들이 만든 상품에 열광하는가? 정말 그들이 딸 뻘 되는 아이들에게 성적 욕망을 느껴서일까?, 어린 아이들이 핫팬츠를 입고 나오는 코드가 정말 일본의 나이어린 아이돌 그룹 문화를 닮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이것은 일본을 포함한 어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일본을 탓하든 뭘 하든지 해서 어떻게든 우리나라에 면책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알겠지만 이 부분은 절대 그들이 말하는 (도대체 출처조차 알기 힘들) 로리문화라는 것과는 전혀 닮지도 않았을뿐더러 우리나라처럼 20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가요계를 포함한 연예계 전체를 주름잡는 건 일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녀 아이돌'연령대는 적게는 10대 극초반부터 많게는 2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그들 중에는 정말 10대 중반 정도의 어린 아이들만 모아서 소녀틱한 컨셉으로 유닛을 구성하기도 하고 좀 나이가 있는 맴버들을 모아서 보다 성숙한 컨셉의 곡을 소화하는 유닛을 결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현재 나와 있는 그 어떤 10대 중반 맴버 중심의 아이돌 그룹을 살펴보더라도 이들에게 핫 팬츠나 나시티, 가슴을 강조한 옷이나 노출이 심한 옷, 찢어진 스타킹 등을 신겨서 무대에 내보내는 기획사는 단 한곳도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나올 경우 '팔리지 않기'때문이다.


일본은 시기적으로 발산해주는 매력을 철저하게 구분해서 소비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20살 넘은 여자가 교복을 입는다고 해도 10대 중반의 소녀들이 입은 것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것처럼 10대 중반의 소녀들이 아무리 섹시가 어쩌고 옷을 찢고 맨살을 보여도 20대의 갖춰진 스타일을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기획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소비하는 소비주체들도 충분히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10대 중반으로 구성된 소녀그룹이 '널 오늘밤 갖겠어, 유혹하겠어'라는 식의 가사를 담은 음악을 부르는 경우를 보는 건 정말 힘들며 당연하겠지만 부른다고 해서 팔릴 턱이 없다. 교복은 정말 소녀들이 입어야 이쁜거고 섹시한 옷은 숙녀들이 입어야 예쁜거라는 이 아주 당연한 생각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일본 연예계 로리문화'의 실체이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그렇다면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10대 중반의 소녀 걸그룹들이 하이힐신고 짧은 옷 입고 맨살 드러내며 섹시춤 추는 걸 보고 열광하는 아저씨들은 진짜 로리콘들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리자면 다소 조심스럽지만 NO에 가깝다. 앞서 말했지만 이들은 굳이 10대 중반이 아니더라도 노출이 심하고 섹시한 컨셉의 여가수가 나오면 충분히 소비할 의향이 있는 고정 소비층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에게 음반 업계는 더 잘 팔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들 소비층에게 공급하는 상품의 연령대를 확 낮추고 그 이상의 연령대의 걸그룹 공급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들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나이 어린 걸그룹들의 컨셉을 20대 초반 걸그룹에서나 볼 수 있던 섹시한 컨셉으로 일원화시킨 것이다.

별로 그렇게까지 옛날 이야기도 아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보니 고정 소비층 즉 '섹시한 여자 가수'를 소비하는 소비층의 주체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소녀 걸그룹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여기에 기획사들은 단지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얻는 적은 수익으로는 지금의 덩치만 거대해진 회사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이 틈새를 더욱 벌리는 데에 집중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것이 이른바 '중장년층 공략'이다. 소녀시대를 비롯한 다양한 걸그룹들이 주말 프라임타임에 방영되는 버라이어티에 대거 출연하여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리더급 맴버가 일일연속극에 투입되어 매일 안방극장을 찾아오는 식으로 맴버들을 마치 '매일 보는 딸자식'같은 감정을 갖게 만드는 식인데 이게 제대로 먹힐 경우 발휘되는 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의 구매는 음악이나 그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와는 전혀 별개로 '마치 내 딸이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처럼 그들을 위해 '돈을 써주는' (송금하는) 식의 지불 형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구 우리 딸 복스럽게도 먹네


딸같은 아이들을 보고 성적인 감정을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 딸같이 어겨서 그 딸같은 애들이 잘 되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 (그만큼 진짜 딸들이 딸같이 굴지 않았던 때문인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그리고 원래 나이가 적건 많건 그냥 섹시한 컨셉이 나오면 좋아하는 팬들로 구성된 지금의 걸그룹 팬들을 두고 로리콘에 변태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싶다. 어디까지나 '수요'가 원래부터 있었다고 보기에는 지금의 현상이 너무 급진적이고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걸그룹 팬 중에 '로리'컨셉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는 말히기 힘들지만, 그들 역시 일본의 그들과 마찬가지로 '뭔가 소녀다운 걸그룹'을 보고 싶을 뿐인 팬층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이며 그 수 역시 그렇게 많다고 하긴 어렵다. 다시 말해 이는 '가요계'에서 수익성을 최대치로 추구하기 위해 투자 대비 수익을 가장 극단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쪽으로 단순 일원화시켜 집적시킨 데에 따른 오해에서 비롯된 참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녀시대의 팬층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나이어리고 귀여운 걸그룹을 좋아하는 팬, 2. 성숙하고 섹시한 여가수를 좋아하는 팬, 3. 딸자식같은 마음씀씀이가 드는 팬...문제는 이 세 부류의 팬이 하나의 그룹에서 100%만족은 못할지언정 적당히 타협한 만큼 원하는 부분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그들은 '어린데 맨살 내놓는 딸자식같은 애들을 좋아하는 변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3가지 수요를 3개의 그룹으로 소화해야 할 시장을 하나의 그룹으로 일원화하다보니 생긴 괴물이 바로 소녀시대인것이다


그러면 왜 기획사들은 10대 걸그룹, 그것도 더 어린 애들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번 지피베이직의 예 처럼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대부분의 이유는 '계약상에서 기획사에 더 유리한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조글) 섹시 컨셉이 먹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캐치한 기획사가 새로 그룹을 기획한다고 한다면 섹시컨셉에 적합한 성숙한 컨셉의 캐릭터들은 이미 20살이 넘어가 머리가 굵어지고 내 몫을 챙기는 신중함을 보이는 데에 반해 나이어린 걸그룹들은 일단 한번 장기노예로 묶어두면 그 안에서 가능한 다용도(?)로 활용해서 가능한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는 것이 가능한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섹시'컨셉을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탱크톱을 걸치고 봉춤을 추며 '오늘밤 한가해'라는 식의 노래를 읇조리고, 일일연속극에서 구박받는 며느리로 출연하기도 하며, 버라이어티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생활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누구나 잘 팔리는 물건만 가져다 놓고 싶은 것이 장사꾼의 마음이다. 만일 음악 업계가 장사꾼이라면 그리고 스스로 장사꾼임을 자처한다면 지금의 연예계 흐름에 돌을 던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장사꾼이 아닌 '문화 업계의 발전을 돕는 첨병'으로 소개하고 있고 예술가로서 국민들의 정서 소양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다. 대중문화예술가라는 칭호도 빼놓지 않는다. 꿈을 파는 직업이라는 닭살돋는 표현도 가끔 더해가면서 말이다. 듣기 싫고 인정하기 싫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군소리 없이 돌을 맞아도 할말이 없지 않을까? 정말 국민들의 정서 소양에 이바지하고 우리나라의 음악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여가려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같은 판세를 만든 것에 대한 책임과 음악의 판까지 뒤엎어가면서까지 수익에 집착하면서 얻은 수익으로 대체 음악업계의 발전에 무엇을 해왔는지 명확히 밝히지 못한다면 날아오는 돌에 대해 억울하다며 동정을 구하는 구역질나는 행태를 보이는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보일 여지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