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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5 대세를 쫓(기만 하)는 대한민국 6
posted by RushAm 2010. 5. 5. 22:51
문제 하나, 친일파는 왜 생겨났을까? 정말 나라를 팔아먹고 싶어서 그랬을까? 그건 아니었다. 조선에는 언제나 두 당파가 있었고 그 당파 중 세력이 어느 정도 큰 당파는 언제나 대세로 10년 이상 그 권세를 누렸다. 그런데 이 10년 권세가 문제였는데 흥선대원군이 그 당연하다면 당연하다싶던 '집권당'대세를 무너뜨리고 사파로서 대권을 잡은 게 3대에 걸친 날던 새도 떨어뜨리던 안동 김씨를 맞춰 떨어뜨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흥선대원군 역시 10년 후 몰락을 피하지 못하고 이후 당파는 새롭게 재편되는데, 집권시절 나름 '대연정'을 이뤄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안동 김씨의 규수 출신 명성황후를 축으로 한 황실파와 그밖에 정,종 1,2품들이 귀족 재건을 목적으로 (순조 시절처럼 왕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해) 반기를 모색하던 반란파가 있었다. 어딜 봐도 승산이 없었던 반란파에는 한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는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일본이었다.

이들이 잘못했던, 혹은 잘했던 부분이라면 '줄을 잘 섰을' 뿐일 것이다. 만일 이들 귀족이 아닌 고종과 명성황후가 일본과 손을 잡았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적어도 조선이 없어지지 않았을거라는 것은 확실할 것 같다. 물론 일제의 속국이 되었을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일제의 속국이 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대상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일 뿐이다. 사실상 조선왕조 500년간 중국에게 시달리지 않은 역사가 있던가? 왕자를 유배당하고 국경지역은 언제나 호적들에게 수시로 약탈을 당했다.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왕조가 조용히 중국에게 공물을 바쳐가며 일방적 평화조약을 감수했던 이유는 '중국이 대세'였기 때문이었다. 동아시아 무대에서 그 패권이 처음으로 뒤집어진 게 청일전쟁이었고 대륙에서 뒤집어 진 게 러일전쟁이었다. 청나라가 무너졌다는 것은 황실파에 더 이상 빽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성황후 시해, 고종 황제 암살 사건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안방에서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반란파 귀족들과 일본 세력을 고종 황제 혼자 맞닥뜨려야 했었기 때문이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좀 나아졌을까? 아쉽게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꽤 강해진 나라가 되었지만 여전히 독립적으로 뭔가 해볼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대세에 붙어먹으려는 추세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라크 전쟁, 경제 협력 등 모든 국제 관계는 다른 나라보다 미국과 중국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한국인이 국제적 사건에 휘말리면 우리나라 외교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보다는 그 나라의 통상관계 악화만을 염려하는 태도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언제나 '대의'를 위해 희생을 당연시하고 이 당연시하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주입시켜 국민들을 충실한 개로 만든다. 국민들은 아직도 인물보다는 정당을 보고, 뭔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그 유행에 발맞추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어떻게든 발가락 아니 발톱이라도 그 대세에 디밀어보려 무진 애를 쓴다. 영어, 사교육, 대학입시, 명품소비, 아파트청약, 건강정보, 월드컵 등 뭔가 대세가 되면 어떻게든 그 대세에 휩쓸리길 바라고 이미 휩쓸려 있는 사람은 휩쓸리지 않은 사람을 비하하며 조롱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독창적인 삶을 살기 참 어려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랄까?, 이런 추세를 정치권과 재벌은 적절하게 이용하며 이미 한참전에 끝났어야 할 낡은 정치와 족벌경영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세를 따라서 결과가 과연 좋았느냐하면 좀 아리송하다. 중국이 한참 뜬다고 할 때 우르르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지금은 통상관세에 물매를 맞고 야반도주를 하고 있고 미국의 신자유경제를 대세로 신봉하던 우리나라는 미국이 기침정도가 아니라 아예 폐암에 걸리자 출구전략의 출구조차 못찾고 해매는 지경이다. 미국이 휘청할때 유럽연합이 유로화 1900원대를 타고 대세를 만들자 은근슬쩍 EU FTA니 뭐니 유럽에 신경쓴답시고 움직이더니 이윽고 아이슬란드 도산에 그리스가 무너지고 잠시 손을 놓았던 미국은 자세를 추스리고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세를 좋아하는 것까지는 좋다 이거다 그런데 대세를 좋아하려면 이미 대세가 된 곧 떨어질 보름달에 홀려 대세랍시고 들러붙지 말고 반달일 쯤에 이 달이 곧 보름달이 될 건지 초승달로 떨어질건지 판단해서 들러붙든지 해야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놈의 보름달만 물고 빨아대기 여념이 없어 언제나 쥐어터지는 형국이다.

IT 업계에도 인터넷 강국을 만든답시고 MS제품을 열나게 팔아준 결과 국내 소프트업계는 괴사했고 정부가 앞장서서 모든 인터넷 기반 플랫폼을 MS없이는 뭐 하나 하지를 못하게 만들어놓고 말았는데 평생 찬란하게 빛날 것으로 믿었을 MS가 요즘 대외적으로 휘청하니 국내 업계는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도 못잡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국내에 들어와서 이토록 화제가 되는 이유는 단 하나, '전혀 다른 놈'이기 때문이다. 사실 얼리어답터들에게는 기술적으로 뭐 하나 새로울 게 없는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은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이 대세라며 당연시해왔고 그에 익숙해져있던 소비자들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 처음 우리나라에 대형할인마트 시스템이 도입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랄까? 재래시장이 '정으로 호소'하는 것 이외에 품질보증이나 바가지 등 소비자를 위한 아무런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던 점 탓에 순식간에 패했던 것처럼 지금의 국내 시장도 MS시스템과 국내 기업들의 안방호랑이짓으로 대안 없이 당연시해왔던 것들이 순식간에 해금되어버려 국내업체들은 지금와서 무슨 대응을 한다 한들 몇 년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 타이틀을 얻었던 배경에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컴퓨터로 하는 인터넷에 적응했고 그 인터넷으로 대체 가능한 수많은 대체수단을 만들어 활용하는데 '익숙해졌기'때문이었다. 이 타이틀을 지금 빼앗기게 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새롭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인 '모바일'에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적응하지 못한 채 수 년의 세월을 그냥 흘려보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모바일로 지금 컴퓨터 인터넷으로 되는 대부분을 구현해내고 있을때 우리나라는 모바일로 뭐 하나 되는 것도 없고 그 이전에 어마어마한 패킷료 폭탄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방영되는 와중에 전 국민적으로 '모바일 접속'버튼 공포증이 확산되어버려 모바일에 익숙해질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모바일 요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를 '통화료 시장'과 동일시했던 이동통신사들은 결국 내수시장의 돈벌이에 급급했을 뿐 시장 보급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게 서로 자신들의 힘이라고 자뻑하던 정부와 기업들이 합작한 패착이다. 정작 그 '인터넷'에 국민들이 익숙해지지 않으면 강국이 될 수도 새로운 시장이 생겨날 수도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을까?

지금 아이폰 아이패드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처음 인터넷 붐이 일어났을 때 인터넷이라는 신세계에 마주쳤던 사람들의 눈빛과 흡사하다. 지금까지 억울하고 불편하고 성질나던 게 한방에 해결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인터넷 컴퓨터 부품 가격비교 사이트로 인해 용산의 수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용팔이들 꼴좋다며 그들을 전혀 동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의 SKT와 삼성전자에게 동정을 보내거나 응원을 보내는 세력은 어디에도 없다. 정부라고 해서 뭐 특별할 게 있을까? 애플의 성공을 거울삼는다며 여전히 기술력으로 어떻게 해보자는 정부와 그에 충실히 맞춰 아이패드의 성능을 능가한다는 S패드를 내놓은 삼성전자에게 전혀 승산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여기에 있다. 지금은 대세가 애플 같으니까 잽싸게 애플에 들러붙은 기업들이나 그 대세를 지원사격한답시고 아이패드 들고 브리핑하면서 마치 교장선생님이 힙합바지 입고 훈사하는 어색함을 선사하신 정부나 제발 그놈의 대세좀 그만 부르짖고 10위 경제력 답게 이제 뭔가 실패하더라도 독창적으로 뭐 좀 해볼 생각을 해보는게 어떨까? 역사를 반복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내일은 24시간 후의 오늘일 뿐 미래가 될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