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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8 웹.툰.비.평 (1) -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 6
posted by RushAm 2009. 5. 8. 01:13
매주 목요일에는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입니다.
비평의 특성상 경어가 생략됩니다 양해 바랍니다.

시작에 즈음하여

언제나 문화 콘텐츠 산업은 '힘들다'라는 말을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건 게임이고 애니메이션이고 영화고 음악이고 만화고 다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힘들단다. 이유도 없다 그냥 돈을 버는 사람은 말이 없고 돈을 벌지 못한 사람은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힘듦을 설파하곤 한다. 그러기에 '성공하지 못한자의 변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현 문화 콘텐츠 수익 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문화 콘텐츠 이외의 분야가 수익구조적 특히 배분에 있어 문제가 없냐면 그것도 아니기때문에 이 논쟁은 언제나 알맹이가 없는 소모성으로 낙인찍혀 있어 커뮤니티내에서는 기피 대상 1순위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만화는 나쁘게 말하면 가장 많은 궁상을 떨었던 분야다. 옛말에 화가와 시인은 가난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만화가도 화가에 속하기때문에 가난한건 어찌보면 당연하겠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역시 먹고사는 문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앞지르는 게 다반사이기떄문에 이런 푸념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만화에 대한 수요는 별로 줄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인력 역시 부족하지 않게 수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여점, 스캔본 등의 수급 방식의 한계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던 만화계는 젊은 만화인들을 중심으로 웹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했고 몇 번의 성패를 거듭한 끝에 현재 어느 정도 과도기를 끝내고 안정기에 들어선 상태다.

이제 막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공급 방식이다 보니 지금까지 수직 성장만을 거듭해왔고 점차 초기의 '원활한 신인 공급'의 기능이 점차 줄어들고 '인기 만화'위주로 편중되는 보수성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어 점차 젊은 만화가들의 '패기와 관록의 과도기'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한계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인기 작품들이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건전한 비평이 나오기가 힘든 덧글 평가 시스템은 도리어 '악플'로 취급되어 매너리즘을 부추길 뿐이다.

악플과 선플 개념이 아닌 진지하게 현재를 가늠하고 그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결론으로 제시할 신 기획 '웹.툰.비.평'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중인 '입시명문 사립 정글 고등학교'(이하 정글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정글고는 지금부터 약 3년전인 2006년 1월 16일에 연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다음, 파란, 스투닷컴 등 웹툰을 연재하면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포탈은 있었지만 압도적인 1인자가 없는 애매한 상황에 자본력의 NHN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것도 기존 작가들을 수집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자체 팜 시스템을 갖추고 신인 작가들을 등용한다는 형태로 출범한 네이버가 모험에 가까운 시도에서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되기까지 정글고가 끼친 영향은 적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네이버의 간판 웹툰으로 자리잡고 있다.

배경 무대가 고등학교이고 연재 시작이 고등학교 입시부터 시작했던 탓에 작가 본인도 불사조 세대 캐릭터들이 졸업할 즈음에 이르러 연재를 마감할 것으로 계획했던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 3년째 되는 날 연재를 마감한다는 인사 대신 연재를 계속한다는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워낙 인기 작품인데다가 작가 본인도 차기작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거나 현 작품을 능가할 자신이 없었던 것으로 보였고 네이버 역시 간판 만화의 영향력을 충분히 알고 잇었기 때문에 삼자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작품의 무게감과 색깔

연재 연장을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연속성이 없는 옴니버스 스토리이기 때문에 3년이 아니라 몇 년을 게속해도 그건 작가 마음이다. 굳이 3년이라는 설정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작품 속 시간과 현실이 반드시 리얼타임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나 옴니버스라고 해서 작품 내 긴장관계나 초기 색깔이 변색되는 것은 연재 연장 선언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팬들에게 오히려 의식하고 비판을 벌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 대표적인 설정이 '선생님들의 폭력성'이다.

초반 인기를 끌던 정글고 4대천왕 선생님들의 폭력성이 주는 학교 내 긴장감은 지금 시점에서는 흔히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체벌로 바뀌었다. 직접적인 구타 장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구타 장면이 가장 극심했던 수학 선생님 캐릭터의 등장이 줄어든 것은 물론 다른 선생님들 역시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독특하면서도 확실한 악역을 부여할 수 잇는 이사장의 출연 비중을 늘림으로서 작품 내의 캐릭터성을 강조한 재미보다는 다분히 교육 문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시사형 소재가 많아진 것도 두드러지고 있는 특징이다.

이런 현상은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미 매주 연재가 되는 날에는 페이지뷰 1위가 당연할만큼 브랜드 가치를 쌓은 상황에서 다음 편에 무슨 소재가 나올지에 대한 것보다는 어떻게 빵 터뜨려줄까 하는 기대로 바뀌는 것이다. 즉 이미 정글고는 학원 코믹물이라는 기존의 작품성격을 적어도 독자들 사이에서는 차츰 잃고 있는 게 분명해보인다. 이미 정글고에 학창시절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스토리에 몰입하는 독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폭력성이 사라진다는 것은 다소 엄숙하고 비리투성이인 현 사학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성격을 가졌던 정글고의 작품 컬러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추측컨데 네이버가 각 웹툰별로 등급을 매기면서 19금 이하 작품들에 대해 중간 등급을 매기기가 여러가지 이유로 곤란한 상황이어서 자체 검열 및 작가의 창작 간섭 그리고 작가들이 그걸 의식하는 정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같은 네이버에서 매주 화요일에 연재하는 '마음의 소리'를 보면 이러한 의구심이 한층 증폭된다. 마음의 소리 초기 작품들을 보면 주인공이 얻어터지는 장면이 나올때쯤이면 피에 대한 묘사가 과장될정도로 많이 등장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항상 상처와 함께 피투성이가 되어있는 조석 캐릭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냥 반창고를 붙이는 선에서 마무리되곤 하는데 이렇게 바뀌게 된 시점이 정글고에서 폭력 장면이 사라진 시점과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글고는 학교 내 선생님들과 학생과의 관계 문제 이사장의 비리 등의 꼭지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만일 어떤 이유로든 표현의 제한으로 인해 정글고의 본래 작품성이 훼손되고 있는 거라면 즉시는 아니더라도 천천히 연재 종료를 준비했어야 하는 것이 옮다.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었으면 새로운 규칙에 맞는 만화를 생산해내야하지않겠는가? 반드시 때리고 패고 하는 개그만이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님을 '생활의 참견'이나 '일상날개짓'에서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작가로서의 자존심 문제 이런 걸 모두 떠나서 작가 본인에게도 연재를 맡은 네이버에게도 결과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간 터질 것이 뻔한 시한폭탄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말 연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나?

정글고는 에초 연장을 기획했을 때 기존 맴버들의 졸업과 불사영을 중심으로 한 현 2학년 캐릭터들과 신입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끌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연장 선언 이후 첫 회에 나온 뜬금없는 정통 테니스 만화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특집과는 다르게 기존 인기 캐릭터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불사영과 그의 친구 이외에 이렇다할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단순한 말장난식의 스토리로 마무리지었지만 작가는 여기에서 기존 캐릭터들이 없어질 경우 작품의 생명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지와 더불어 불사영 캐릭터의 작품 내 상품성을 테스트해본 것 같다. 그 결과가 기존 캐릭터들로 다시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두에도 말했듯 옴니버스 스토리를 가진 웹툰이 연장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 대신 소재와의 끝없는 싸움, 창작의 고통이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연장 결정이 아무리 갑자기 났더라고 하더라도 '탐구생활' 시리즈처럼 아주 잠시간이라도 새로운 플롯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유창작의 공백기를 가져보는게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수많은 신캐릭터들이 나왔지만 캐릭터에 대한 사전 설정 준비가 부족해서 실패한 캐릭터 사례가 많은 정글고라면 이러한 선택은 비단 생계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데에 앞서 향후 창작 활동을 지속해나가야만 하는 만화가의 숙명 상 반드시 딛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연장은 시작되었고 네이버 입장에서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독자들도 한순간에 매주 재미있게 보던 만화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러나 정글고는 스스로 롱런할 수 있는 핀트를 놓쳤다. 스토리의 중심이 '학교'가 아닌 '캐릭터'로 옮겨간 이상 그 캐릭터들을 대체할 수 없는 한 작품 내의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가장 위험한 함정에 빠진 것이다.

개인적인 예상으로는 정글고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것 같다. 지금에서도 이미 툰으로서의 말풍선 위주보다는 내래이션 타입의 스토리 전개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미 작품 내 설정에서 쥐어짜낼 수 있는 스토리는 대부분 쥐어짜냈다는 나름의 증거로 보이는 바, 작가는 작가 본인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그 결단이 연재 중단이 될 필요는 없다. 그걸 강요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으니까,

정글고에 애착이 있고 아직 생명력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면, 작품의 궤도와 향후 노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한다. 기존 캐릭터들의 개성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신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는 건 단언컨데 쉽지 않다. 불사조 캐릭터가 아깝다면 불사조만을 졸업시키지 않는것도 좋다. 이미 인기 캐릭터로 독자가 인지할 수 있는 인원수가 포화 상태인 정글고가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정글고를 지금까지 그려왔던 작가라면 결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끼는 작품이기에 애정이 과하면 애증이 되듯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은 것 같아서 작가분에게 미안합니다. 결론은 역시 작가분의 몫이겠죠.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