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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9 인터넷 그리고 인간 - 디씨&일베인 그들이 궁금하다. 8
posted by RushAm 2012. 12. 9. 08:53

무덤에서 버려둔 기획을 파내려니 세월이 지나 더이상 디씨만을 분석해서는 완성되지 않는 기획이 되어버린 관계로 일베를 추가합니다. 이 기획은 극히 일부에 국한한 편중되고 단편적인 시각으로 분석되었으며 실제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분들과의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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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새롭게 '뜨고'있는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 흔히 '일베'라고 불리는 곳으로 주 목적은 개그사이트들에서 이른바 '오늘의 베스트'라고 불리우는 글이나 이미지, 동영상 등을 따로 모아서 서비스하기 위한 목적의 사이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베라는 곳은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개그나 유머 게시물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지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무 게시물이나 이 곳에 올 수 없고, 주로 양질의 자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나 웃음을 준 자료들이 이 곳에 모이게 되죠. 자연스럽게 이 곳은 '적어도 다른 개그사이트들보다 웃기다'라는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되고 사람들은 그 브랜드 가치를 신뢰하면서 모여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신뢰'라는 것은 굉장히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요. 유머나 개그를 테마로하는 사이트들이 으례 그렇듯, 항상 최신의 화제를 이용하여 자료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카테고리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을 이용하는 패러디물이야 말로 가장 오래되었으면서 가장 보편적인 공감대와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테마이기 때문이죠. 어찌되었든 일간 베스트라고 한다면 결국 그 자료가 양질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자료를 재미있다고 혹은 그 자료의 코드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 함정이 있는데요. 바로 '폐쇄적 여론형성'입니다.

 

 

커뮤니티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그런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발현되는 사회냐고 묻는다면 아직은 분명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성향은 이런 커뮤니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나는 'A자료'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A자료는 '많은'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소수취향의 자료라고 한다면 당연히 베스트에 올라가지 않고 커뮤니티 특성상이 베스트에 올라가지 않는 자료는 사람들이 잘 올리지 않게 되는것이죠. 자연스럽게 'A자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커뮤니티를 떠나 'A자료'가 베스트에 오르는 곳을 찾아 나서게 되거나 혹은 그냥 입을 다물고 방관자 시점에서 눌러 앉는 경우도 있죠. 때문에 일간 베스트에는 '베스트 자료'에 동의하고 공감하며 웃음 코드를 공유하는 사람들만이 '활동자'로서 보이게 되는 여론의 편중성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비단 일베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들이 제각각 게시물이나 성향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촉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특별히 베스트를 차지한다고 해서 어떤 금전적인 보상이나 가시적인 명예 수단이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갖는 아주 특별한 것이 하나 있죠, 바로 '다수에게 내 행동이 인정받았다'는 만족감입니다.

 

이 사회는 끊임없이 누군가에 의해 인정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주입시킵니다. 유치원때부터 좋은 성적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은 십수년간 그들의 인생을 짓누르며 학교는 수도없이 그 경쟁에서 이긴 자들을 칭송하며 너희들도 이 칭송을 받으려면 열심히 하라는 식의 채찍질을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그들은 응당 '태어나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축복'이라는 인권적인 문제를 걸고 한 가지 종목에 한정해서 랭킹 전쟁을 벌어야만 하죠. 이런 사회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당연히 '1등지상주의'밖에 없는 것입니다. 베스트는 그들에게 있어 학교에서 얻을 수 없는사람들이 '만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전쟁터인 것이죠.

 

 

그리고 이들은 고스란히 그 '또 하나의 만족'을 걸고 (어쩌면 응당 누리고 살아야 할 것을 가지고 싸우는게 참 어처구니가 없지만) 베스트가 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합니다만, 문제는 이들이 위에서 예를 든 학교 교육의 부작용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재진행형 세대라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모두 진리이며 선생님 말 대로만 하면 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야만 하고 그래야만 선생님과 부모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주입받은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을 기대하기란 어렵죠. 그래서 그들은 일베에서도 학교에서 그랬던것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이른바 베스트게시물에 대한 '공부', 그리고 '우등생 따라하기'가 그것이죠. 문제는 이게 무척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유머든 패러디든 현실 세계를 베이스로 한 풍자형 게시물들은 필연적으로 원작자의 '성향' 이 스며있습니다. 오늘날 수많은 일간지들에 나오는 '만평'이 모두 같은 코드를 갖지 않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예를 들어 베스트 게시물에 특정 연예인을 비방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이 게시물이 수많은 추천을 받아 베스트가 되었다면 이 사람들은 '아 이런 게시물을 올려야 베스트가 되는구나'라는 것과 동시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들의 말이 분명 맞을거야' 라는 식으로 어떤 이들에게 특정 사건에 대한 신뢰의 근거를 마련해주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베스트 게시물이 특정 코드를 담고 그 코드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 '확률적' 이론이 정립된 경우 아무래도 특정인의 게시물이 해당 커뮤니티에서 베스트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요. 이들은 해당 코드에 대해 자신만의 가치관이 완전히 정착되어 누구에게도 휩쓸리지 않고 또 어떤 반대 의견에도 자신만의 반박이 가능할만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자신이 '이슈'에 대한 비판을 할 만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다각도로 증명하려 하며 그 증명들은 대부분 논리정연해 보이고 실제 근거도 빈틈이 없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이런 게시물은 사실 학원교육에 찌든 99%의 학생들은 절대 스스로 만들어내기 힘든 그 무엇이 되는 것이죠. 그들은 에초 그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배운 게 없기 때문에 이런 논리정연하고 근거도 빈틈이 없어보이는 게시물을 이른바 '교과서'처럼 가장 첫 번째 지식으로 정착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부분을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기능 자체를 죽여버리고 썩혀버리는 대한민국 교육계가 낳은 사생아들은 이렇게 자신이 알고 싶어하는 지식을 특정인의 편중된 사상으로 채워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들은 마치 '교실 내'처럼 누가 더 이 편중된 사상을 많이 배우고 이해했는지에 대한 '그들만의 배틀'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베스트' 작성자의 '칭찬'을 갈구하죠. 마치 선생님에게 칭찬받으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처럼 그들은 그들에게 있어 해당 분야의 가장 첫 지식을 가르쳐준 '베스트 작성자'에 대해 선생님과 동급의 지식적인 신봉이 이루어집니다. 그들의 말은 다 옳으며 그들이 생각대로 이 세상을 읽으면 이 세상의 알 수 없는 것들을 모두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하게 되죠. 이런 것을 이른바 '팔로우 문화'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다른 생각을 표출하지 않고 세상에 인정받고 세상을 보는 방법을 특정 몇 가지의 사상에 의존하여 해당 사상을 가장 그럴듯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는 것만으로 의사 표시를 마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사실 민주주의의 근간이면서도 가장 큰 맹점이기도 하죠.

 

 

팔로우 문화는 직접민주주의를 시행하는 모든 국가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수밖에 없다. 결국 내 마음에 100% 쏙 드는 후보가 없다면 차라리 내가 그 후보를 100% 마음에 들게 되는 사상이 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것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네임드를 앞세워 누가 더 옳은지 싸우게 한다. 그들이 그들 스스로 내세운 네임드가 이기길 바라는 이유는 다른 것이 없다 그래야만 '내가 지금까지 믿고 신봉했던 것들이 정당화'되고 바보취급받지 않으며 역으로 그 상대를 바보취급할 수 있는 권리에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더라도 상관없다. 그들은 결국 우리의 이 위대한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바보들일 뿐이니까, 이것이 이른바 정신승리라는 것이 생기는 배경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토론 이벤트에서 간결이라는 트위터리안이 상대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하며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부정당하는 가운데에서도 그것을 인정하는 것을 수차례에 걸쳐 망설였던 것, 자신이 지금까지 믿고 신봉해왔던 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그 논리를 믿고 랭크업을 해왔던 사회적 위치를 부정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기반합니다. A회사 부장급이 갑자기 해고되고 B회사의 더 낮은 직급으로 이직을 강요해야 한다면 받아들일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이죠.

 

또한 간결이 보이는 태도는 '유학파'이고 '미국 현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다양성의 취약함을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에서 설명이 가능한데요. 미국은 가르쳐주는 그대로 주입받기보다는 보다 다양한 의견 (설령 그것이 국가관에 반하는 의견일지라도) 을 존중하고 그에 대해 함께 토론하며 배워나가는 열린 교육방식을 지향하고 있지만, 필연적으로 국가는 해당 국가주의에 기반한 사상을 가르칠수밖에 없고 애석하게도 미국은 패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테러리스트 개념과 테러를 당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주입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간결을 포함한 모든 후천적 해외 이민, 유학파들은 바로 이런 국가관에 대한 부분을 새로운 지식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우리나라의 현실과 융합하여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것이 일베가 가지는 우익 성향의 기본 베이스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마치 종교와 같은 수준으로 변질됩니다. 지금 한국의 개신교가 교파 내에서만 공유되어야 하는 논리를 무리하게 그와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설득하고 동의시키기 위해 갖은 무리수를 두는 것처럼 이들 일베 역시 최근 자신들의 논리가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외부로부터 또 다른 사상을 주창하는 '네임드'들에게 속속 맹점을 비판받게 되자, 그 논리의 정당성을 보존하고 신뢰에 대한 간증을 위해 일베 밖으로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은 기독교가 비판받는 것과 똑같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 내에서 특정 사상에 의해 숭배되고 주창되어온 사상과 논리를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키려 들고 있지만, 해당 논리는 그들 세계 내에서만 완벽할 뿐이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모순 투성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흔히 '위인이 나오기 힘든'사회라고 합니다. 전현직 대통령들은 모두 업적과 과오가 동시에 구설수에 오르고 있고 어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 위대함을 칭찬하기보다 '자신이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따른 '흠결 잡기'에만 몰두하기 때문이죠. 항상 정치인이나 헐리웃 스타를 만나는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어가 하는 말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점을 강조하는 멘트가 그것이죠. 결국 이 나라는 어떤 위대한 업적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방식이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업적을 남긴 이후에 우리와 똑같은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감스러운데요.

 

그렇게 사람들은 그 사람의 업적보다는 자신의 기준에 맞는 '흠결' 이 없는 것에 맞춰지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누가 봐도 위대한 업적을 거둔 사람이 음주운전 한 번에 최악의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물론 전과 14범에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정치적인 배경에서 완벽한 간증이 되어있다면 높은 지지율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잘못된 이론이라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자신의 결점을 커버하는 사람이 추앙되고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고 그 밑에서 그 논리를 바탕으로 또 다시 더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며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 역시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면 응당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위인전을 읽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될거야'라며 말하는 아이들에게 그 사람이 태어난 고장, 다녔던 학교, 먹었던 식품까지 모조리 흉내내는 것만으로 그렇게 될 거라 맹신하는 부모들을 수도 없이 봐 왔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위인들은 물론, 사상과 논리를 설파하는 사람들의 극점에 있는 사람 어느 누구도 누군가를 흉내내고 따라가는 것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베 현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나도 네임드가 될 수 있다'는 그릇된 망상에서 나오는 집단적 사회현상인 것입니다.

 

 

 

 

그들이 옳은지 그른지는 잘 모릅니다.

의외로 그들 말처럼 지금 지나가는 이 시간이 만들어내는 역사가

그들의 옳고 그름을 증명할지도 모르죠

 

사람은 멍청할 수 있지만 세상은 멍청하지 않으니까요.

 

 

인터넷 그리고 인간 - 디씨&일베인 그들이 궁금하다 편을 마칩니다.

 

 

인터넷 그리고 인간 시리즈 회차

1화 : 악플러 그들이 궁금하다.
2화 : 셀카녀 그들이 궁금하다.
3화 : 디씨&일베인 그들이 궁금하다.
4화 : 대행녀 그들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