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12. 10. 16:50
1. 장사하면서 가장 공개해서는 안되는 것이 '원가공개'입니다. 딜러 일을 해봐서 압니다만, 대외비 중 1급이 딜러들에게 나가는 딜러가 리스트죠. 이거 배포하면 다죽는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닭 원가가 공개되었죠. 이 당시 대응은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의 입장 표명이 비교적 뜨뜻미지근했던 반면 가맹점들의 피를 토하는 하소연이 속속 기사에 실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가맹점들은 충실히 본사의 입장을 대변해주면서, 이게 닭 원가는 싸지만 떼오는 값이며 기름값이며 커미션이며 비싸다고 항변을 했었습니다. 이 과정이 너무 길게 끌면서 사람들 머릿속에는 원가 공개 팩트가 차츰 엷어졌고 프랜차이즈에 대한 반감도 그렇게 부각되지는 못한 채 잠재되고 맙니다. 이걸 조금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때 공개된 원가가 전혀 타격을 입힐 만한 팩트가 되지 못했거나 그런 팩트였더라도 여론을 충분히 잠재울만한 언론장악력과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되죠.

2. 그동안 프랜차이즈가 잠자코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원가 공개가 혼자 된 게 아니라 전체가 된 거라는 것이죠. 게다가 공급받는 닭은 일단 하림이나 마니커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닭이었고 이 닭을 그대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 공장에서 한번 더 가공한 채로 공급하기때문에 자체 마진을 붙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각 브랜드별로 각 매장에 독점 공급하는 것이 수익원이고 그것이 브랜드 fee로서 얽혀진 관계이기 때문에 일방적인 계약이 되는 것은 당연한것이겠죠. 가격을 내릴 수가 없는 이유는 이미 최종원가가 대단히 높게 설정되어있기 때문인데다가 공급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놓다보니 내려봐야 그게 그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즉 최종소비자가격 담합이 아닌 공급가격 담합이다보니 걸려들 거리가 없었던거고 이걸 문제삼기시작하면 거의 대부분의 닭을 공급하는 하림의 원가공개까지 이루어져야하는데 그것은 자율영업권침해에 해당되므로 손도 발도 못대던 상황이었죠.

3. 롯데마트가 저지른건 영세상인들의 영업방해가 아니라 프랜차이즈의 최종원가공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롯데마트 역시 하림이나 마니커로부터 공급받고 공장에서 튀김 재료를 만들어 매장에서 튀깁니다. 즉 원료-> 제조 -> 조리까지의 원가는 거의 동일하다는 계산이 나오는거죠. 빠진 건 CM비용과 배달료, 그리고 몇가지 자잘한 독자재료 값 정도인데 이게 최종소비자가격에서 무려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조간신문 광고에 낸 키워드 '정당한 가격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살짝 뒤집어보면 '그동안 우리는 지금의 가격을 서로 (상위 평준화로) 맞춰서 맛으로만 싸웠다는 이야기' 가 됩니다. 즉 담합을 인정하는 키워드가 되는거죠.

4. 롯데를 왜 직접 못건드리고 뒤에서 이렇게 찌질대며 평소에는 신경도 안쓰던 영세상인 드립하며 신문으로 쪼기만 하느냐면 답은 간단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아무리 힘이 있어도 롯데는 못이기거든요. 그래서 택한 방법이 영세상인 서민 드립으로 대기업에 대한 반감을 이용하겠다는 건데 이쯤 되고 보면 거의 프랜차이즈쪽도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지간하면 이정도까지는 안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왜 쪼는 수단으로 신문을 택했냐면 간단합니다. B모 회사와 ㅈ모 일보의 친밀함이야 이루 말할 거 없이 아주 친하다는 건 너무 잘 알려진 부분이라서요. B모 기업과 각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어떻게 독점을 해오고도 지금껏 사업확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다 파워게임이었을테니까요. (대부분의 가격담합이 B모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은 뭐 다른 시장을 봐도 익히 짐작할만 합니다) 근데 이 파워게임을 다 동원해도 롯데는 너무 센 상대입니다. 왜냐하면 B모사가 아무리 ㅈ모 신문과 친하다고 해도 롯데보다는 덜 친하거든요. ㅈ모일보가 머리가 돌이 아닌이상 B급 광고주 살리자고 S급 광고주 버리는 바보짓은 안합니다.

5. 그래도 요즘 언론들 돌아가는 꼴을 보면 쫌 도와주는 시늉은 내는 모양입니다. 역시 한국사회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게 눈에 보이네요. 적절히 분산투자로 기브앤테이크에 충실합니다. 딱 받은 만큼만 도와주고 어느 정도 받은 만큼이 끝나면 여론을 싹 돌릴것이 눈에 선하네요. 아무튼 다른 시각으로 보면 참 재미있는 궁상들입니다.


덧붙임 1. 통큰치킨의 그 통은 KFC를 따라했다기보다 월마트에서 팔고 있는 치킨바스켓을 따라했다고 보는게 정확하겠죠. 월마트 치킨 참 싸고 맛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줄서서 사진 않습니다. 배달음식? 중국닭튀김 엄청 달리고 있죠. 물론 차로 배달하고 있지만 배달음식 여전히 성행중이니까요. 확실히 분업화가 되어있다고 봐야할까요?

덧붙임 2. 롯데가 치킨업계에 진출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합니다. 제가 알기로 재일교포 출신들 중 아무리 봐도 손해가 날 것 같은 바보짓을 하는 경영자는 단 한명도 만나본적이 없었으니까요.
posted by RushAm 2010. 12. 9. 23:01
오랫만에 악플 유도 포스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포스팅을 하게 되어 심장이 벌름거립니다. 어지간하면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제가 블로거 여러분들에게 낚여버렸네요. 그저 좌와 우 양쪽의 말만 듣고 옳네 그르네 중산층 보호해야하네 싸게 먹어야 하네라는 식으로 단순한 양극적 포스팅만 남발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기 이를데 없어 오랫만에 글을 적어봅니다. 방이 추워 손이 곱아버렸는데 오타는 안났네 모르겠네요.

1. 왜 치킨가격, 피자가격이 올라갔는가?.

물가상승분에 비해 치킨,피자가격이 참 많이도 뛰었습니다. 브랜드, 비브랜드 할거없이 많이 오른것도 사실이긴 한데요. 자 가격이 이렇게 오른 데에는 아주 단순한 경제적 논리가 존재합니다. 다름아닌 '수요와 공급'이죠. 여기에서 수요와 공급은 단순히 소비자와 생산자가 아닙니다. 닭 공급자와 치킨 점포간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닭집이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피자집도 많이 늘었고요. 이유는 간단한게 다른 기술이 없이 대략 어느 정도 수준의 평균적인 맛을 내주기때문에 명퇴자 대부분의 선택은 피자와 치킨이었습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 고정 수요도 있을 만큼 입맛에 보편화되기도 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늘어난 점포는 고스란히 팽창되는 '수요'로 이어집니다. 물량이 딸려서 못파는 것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대부분의 경영 초보 점포주들은 고정적인 공급 계약을 맺게 되는데 이게 한두 점포가 아니다보니 공급처가 가격을 점점 올려도 대응하기 힘든 지경이 되는 것이죠. 공급자는 단합이 쉽지만 개인점포들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체로 단합이 잘 안되는 점도 한 몫을 했겠고요. 점포는 닭이 안들어오면 점포임대료만 고스란히 나가는 적자가 지속되니까 가격을 올려도 대응이 힘들지만 공급업자야 닭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그만이니까요. (지역별로 공급 계약 가격이 다르게 체결되기 때문에 남는 물량 처리는 일도 아닙니다, 그래도 정 남으면 롯데마트로 들어가니 공급처 입장에서는 점포보다야 손해가 훨씬 덜한것이죠.)

즉 닭값이 오른 건 대기업 횡포니 대대적인 CF 경쟁이니 뭐니가 아니라 바로 '점포가 너무 많고', '그 점포가 대기업의 정책 실패가 아닌 아무 생각없이 차리고 보자라는 식으로 만들어진 개인 점주들의 공급 과잉'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투자 실패라는 것이죠. 개인 점포는 사장이라고 불리우는 대신 경영의 책임과 시장 흐름에 대한 실패를 모두 감수해야 하는 직책이라는 것을 월급쟁이 경력 십수년 이상의 명퇴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얘들 탓이 아니란거에요.



2. 이들은 정말 피해자들인가?

이들은 자신들을 살려달라고 말할 입장이 못됩니다. 오히려 이들로 인해 십수년전부터 닭집을 시작한 외길 닭집들이 공급 과잉에 의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일테니까요. 할 게 없어서 닭집을 하는 것과 닭튀기는 것밖에 할게 없었던 것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지금 시점에서 3년에서 5년 이내에 창업한 치킨이나 피자집 점주들은 지금 이마트나 롯데마트로부터 받는다고 주장하는 타격을 고스란히 그들이 창업할 당시 기존 치킨 피자집에 선사했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자신들이 한 것과 똑같은 시장 영향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는 것이 공염불에 가까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십수년 넘게 닭 튀기던 달인들이 만들어주는 깊은 맛을 그리워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죠.


문제는 이마트가 피자를 팔고, 롯데마트가 닭을 파는게 아닙니다. 명퇴자들이 제 글을 보면 조금 억울하실까봐 더 첨언합니다만, 이는 경제 정책상의 구조조정상에서 그 후를 제대로 가다듬지 못하는 국가정책적 세심함의 결여가 만들어낸 참극입니다. 명퇴 후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야할지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만들어놓치 않은 채로 일단 '짜르고 보자, 돈 주면 될거 아냐'라는 식의 정책 기조가 아무런 경제 관념을 가지지 못한 월급쟁이 꼭두각시인채로 사회에 버려진 명퇴자들을 대거 양산시켜 지금에 이른 셈이니까요. 뭐 성매매 단속도 그렇고 치적만 중시하지 뒷처리는 무관심한 우리나라 정부에 뭘 기대할까 싶습니다만 우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변명은 여기까지뿐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지와 선택적 실수는 나랏님도 못구해드리니까요. 주식 떨어졌다고 증권회사 객장 와서 돈내놓으라고 행패부리는 분들 아직도 보이는 걸 보면 이 선택적 책임에 대한 이해가 한참 멀어보이긴 합니다만...


3. 그럼 이젠 어떻게 되는거지?

닭집, 피자집이 대거 정리될 것입니다. 근데 이게 정말 재무구조가 악화되서 정리되는 경우도 있기야 하겠지만 지금 하도 뉴스에서 '기존 닭집, 피자집들 큰 타격'이라고 보도해대는 통에 지례 겁먹고 알아서 간판 내리는 분들이 더 많을거라는 것에 500원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게 이렇게 크게 보도될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롯데마트도 그렇고 이마트도 그렇고 기존에 피자나 치킨을 안팔았던것도 아닌데 몇천원 내린 신상품 등장에 치킨집 피자집 다 죽는다는 식의 뉴스가 갑자기 팡팡 터지고 블로거들이 들썩거리는 게 좀 꺼림직하긴 합니다. 결국 보이지 않는 손, 즉 생활물가 안정 정책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누군가의 수작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만, 음모따윈 개나 줘버려야 하는 세상에 사는지라 ...

개인적으로는 과정이 마음에 안들긴 합니다만 결과론적으로 과잉공급된 치킨, 피자 점포들이 이번 기회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긍정적입니다. 혹자는 개인사업자가 '다'죽고 그 후에 대기업들이 폭리를 취할 거라고 믿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일단 '다' 안죽습니다. 그렇다고 대기업 점포만 살아남는 것도 아닙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어느곳도 직영점포 10%이상 가진 곳 없을걸요? 다 개인이니까 입장은 똑같습니다) 그중에 살아남는 곳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롯데마트 배달 안되거든요. 이마트도 배달 안하고요. 배달 수요는 충분히 있고 그런 소비패턴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롯데마트, 이마트 피자를 지금의 폭발적인 이슈가 식은 뒤에도 품귀현상일으킬만큼 계속 소비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왜냐하면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안팔다가 갑자기 내놓은' 게 아니거든요. 대형할인점에서 치킨 사다가 먹는 사람들은 언제나 정해져 있고, 반대로 시켜 먹는 사람도 정해져 있는 마당에 다 죽고 롯데마트 이마트만 살아남는다는 도시전설은 안믿으시는게 좋습니다.


중산층은 피자집, 닭집만 하는 게 아닙니다. 월급쟁이도 있고, 그 외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 역시 대기업 속에서 일하거나 대기업과 거래하면서 크고 작은 피해를 감수하면서 살고 있죠. 중산층은 그정도로 광범위한 계층입니다. 닭집 피자집 폐업 막아준다고 중산층이 보호되는거냐고 묻는다면 '극히 일부는 보호되겠지만, 그건 보호가 아니라 방만의 연장이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왜 지금 닭집, 피자집들의 아우성이 일반 시민들에게 잘 안먹히고 있는지 좀 생각해보는 건 어떨지요? 그동안 비싸게 팔아서? 아닙니다. 자신들만이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고 착각하는 한심한 작태에 동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정권의 언론 장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낍니다.
그래서 그렇게 죽어라 잡으려고 애쓰셨군요. ...쯧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