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10. 11. 02:04
저는 영어를 잘 못합니다. 주변에 영어를 하는 친구들도 있고 영어밖에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말이죠.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일본이고 일본에 유학을 온 이상 저는 영어를 배우기보다는 일본어를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일본에 와 있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영국이나 미국에 가 있었다면 그 나라의 모국어인 영어를 배우기 위해 애를 썼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제가 학생으로서 가지는 의무라기보다는 '그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SEOUL, SOUTH KOREA - DECEMBER 10:   South Korean students study a map of the United States as part of a scheme whereby students can achieve 'full immersion' in the English language without leaving the country, December 10, 2004 in Seoul, South Korea.  Students pass through a virtual passport control and enter a series of scenarios where they have to check into a hotel, eat with a knife and fork, and sample life in a replicated ?English home' as part of the scheme devised to broaden the range of foreign experience available to those without the means to travel abroad.  (Photo by Chung Sung-Jun/Getty Images)


일본에 유학을 온 학생들 중에는 영어권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일본어를 배우려 들지 않습니다. 영어는 세계 공통어이고 이곳은 유학생들도 많이 들어오는 곳이니까 영어가 통하지 않는 직원들을 만나면 어째서 영어가 통하지 않느냐며 불평합니다. 아마 이들은 굳이 일본이 아니더라도 한국에 유학을 왔더라도 한국어를 배우려 들지 않았겠죠. 이들은 '일본'이나 '한국'을 존중하려 들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구사하는 언어가 이미 세계 공통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이 우월하며 그것을 따를 것을 강조할 뿐입니다.

이런 제 생각이 최근 어떤 일본인과의 논쟁을 낳았습니다. 그 논쟁의 내용이 생각보다 재미있게 흘러가게 되어 소개합니다. 참고로 이 일본인은 유럽쪽에서 다수의 유학경험이 있고 영어에 능통한 편이지요. 물론 이 사람의 생각은 토론 내용에도 보실 수 있겠습니다만, 영어의 세계 공통화를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우선 이 일본인의 입장을 먼저 소개합니다.

- 영어는 이미 세계 공통어로서 자리잡고 있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구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서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어느쪽이든 손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며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넓힌다는 점에서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스스로의 발전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일본인은 영어를 배워야 하며 젊은 세대들부터 그 흐름이 시작되어 최종적으로는 일본어와 공용어로서의 레벨이 되지 않으면 일본의 나라 자체의 세계화적 관점의 발전 방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다음은 제 입장입니다.

- 영어가 세계 공통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쪽이 어느 쪽인가? 미국? 영국? 확실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들에게 처음부터 세계는 아시아와 남미를 제외한 세계였다. 그것도 영국은 영연방과 그 영어를 방언으로서 받아들이는 독일어가 있고 그 독일어의 게르만 문화가 영향을 끼친 벨기에와 네덜란드 그리고 그 식민지였던 주변국들이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한 핏줄이고 최소 70%정도는 닮아있는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제주도 사투리 정도밖에 차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할 정도로 상호간의 호환도 잘 되었고 나라가 서로 붙어있는 만큼 교류도 활발할수밖에 없다. 공통어론은 사실상 유럽연합이 세계를 유럽의 중심으로 본 상황에서 영국이 유럽 패권을 장악했을 당시 주창했던 지극히 단일 국가의 이기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았다고 본다. 그것이 정착된 건 미국의 급격간 경제 발전으로 인한 경제 패권과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는 지금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낸 것이지 영어가 아주 훌륭한 언어고 이미 대세로 굳어졌다고 해서 그 흐름에 마냥 동참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

이에 대한 일본인의 반박입니다.

- 역사적인 진실은 물론 알고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역사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말하는 거다. 동남아시아나 침략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럽의 약소국들이 어떤 역사로 인해 영어를 구사할수밖에 없었던지 간에 그들은 지금 영어를 구사하고 있고 우리는 앞으로 세계가 점점 작아지는 가운데에서 그들과 필연적으로 커뮤니티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만일 네가 말한 대로 서로의 언어만을 고집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개발 도상국 혹은 후진국에게 있어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물론 지금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화된 국가에 있어서도 후퇴를 거듭하는 악수임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걸 국가적으로 대비하고 영어를 공용어로서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결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제 거듭된 반박입니다.

- 미국이 언제까지 세계 경제를 쥘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도 언젠가는 1인자 패권에서 내려올것이고 그건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 자신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 영어 세계 공통어는 아주 오래 전부터 미국이 자신들의 세계 경제 패권을 쥐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영어를 배우고 일본이 영어에 목을 매서 제일 득을 보는게 과연 대한민국과 일본일까? 결국 동양인이 아무리 영어를 잘 해봐야 처음부터 네이티브로 태어난 사람의 그것을 이기지도 못할 뿐더러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벌인다는 건 에초 불가능하다. 동양권은 영어라는 키워드를 위해 적어도 3년간은 다른 능력을 배양할 시간을 희생하면서 영어를 배울수밖에 없다. 결국 네이티브들과는 언제나 3년을 뒤진 상태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게 과연 동양인들에게 있어 더 나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 그리고 미국인, 그리고 수많은 영어를 구사하는 그들이 지금의 수치적 경제가 아닌 자국민이 언제나 세계 패권을 쥘 수 있도록 만드는 보험에 굳이 동조해줘야 할 필요성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자국의 언어를 지키는 것은 그만큼 자국의 젊은이들이 언어에 투자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만을 배양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국제화 시대 가장 최선의 방어책이다. 이를 애써 포기하고 싶어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왜 애써 세계와의 경쟁에서 패널티를 기꺼이 먹으려 드는 것인가? -

여기에 대해 다시금 일본인이 반박합니다.

- 3년간의 시간적 갭은 지금 시점에서의 이야기이다. 이는 사회적 시스템이 점점 개선되면 해결될 문제다. 일본은 아직 영어 교육이 공교육으로서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점점 새로운 세대들을 중심으로 본격화될 것이고 영어를 공용어로서 활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되면 충분히 네이티브와의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굳이 네 생각같은 사고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적 기회를 점점 늦추는 것이야말로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것인가? 공교육에서의 영어교육, 그리고 자국민의 영어수준 향상은 분명 시급한 과제이고 네가 말한 그 갭을 하루바삐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일본의 영어 교육 정책은 결코 잘못된 길로 가고 있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

물론 저도 다시금 반박을 합니다.

- 언어는 문화다. 그 민족의 역사이며 넓은 의미로는 존재의 의미를 지닌다. 일본인이 영어를 일본어보다 더 많이 쓰면 과연 전 세계에서 일본인을 일본인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영어를 쓰는 개발도상국들 사람들이 미국이나 영어권 국가로의 진출이 용이한 상황에서 그들의 모국을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일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서 대한민국 그리고 일본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공교육에서의 영어교육 강화를 주창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두말할필요가 없다. 영어 교육에서 뒤쳐진 인재들은 언제까지고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며 영어는 점점 더 많은 기회를 얻는 마법의 열쇠로, 일본어는 점점 영어를 배우는 데에 방해만 되는 퇴물취급을 받게 될것이다. 영어교육에 있어 균등한 기회를 얻지 못한 계층이나 군소지역 지방 주민, 출신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고 그 격차는 지금보다 훨씬 더 벌어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의 서울처럼 다양한 지역 출신들이 서울로 상경해서 자신의 출신지를 자랑스럽게 밝히는 지금의 모습을 볼 수도 없고, 그들이 사회의 주류로서 활약할 수 있는 사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서울 출신, 일본의 도쿄 출신만이 성공하는 사회, 그리고 그나마도 세계 각국의 네이티브와의 정면 승부에서 언제나 크고 작은 패널티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단일집중화 세계를 만드는데 애써 동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 영어 공용화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신중한 자세는 결코 헛되지 않으며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
...

논쟁이 쓸데없이 격해지려는 것을 느꼈는지 일본인은 싱긋 웃으며 이쯤해서 그만하자는 식으로 논쟁은 끝이 났습니다. 원래는 짤막하게 서로 주고받는 논쟁이 되었지만 글로 알기쉽게 적기 위해 큰 틀로 나누어서 적었음을 양해 바랍니다.

어떠신가요? 여러분은 영어를 배우시면서 정말 내가 영어를 배움으로 인해서 내가 좀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면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셨나요? 모처럼 생각해볼 기회가 생긴 김에 한번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덧글을 유도하는 포스팅을 해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의 고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