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10. 2. 16:38
이해찬 1세대라는 세대가 있다. 당시 이해찬의 교육 개혁의 핵심은 이거였다.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 사실 이게 틀린 말이 아닌게 대학은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전공체제 교육체계의 결정판이기 때문에 수능이라는 종합고사를 봐서 학과를 배정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거지 이해찬의 저 말이 웃긴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해찬과 몇몇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찬을 비난하며 이해찬의 교육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물론 이해찬 교육 제도에 피해를 입은 이해찬 1세대들 역시 이해찬에게 반기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이해찬 1세대'라고 부르는데에 주저함이 없다. 당시의 분위를 회고해보면 대학은 물론이고, 기업, 학부모, 심지어 수험생까지 누구 하나 이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왜 이런 반대 여론이 일어났는지 조금 거슬러 올라가보자, 제일 먼저 반기를 든 쪽은 대학이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들어온 학생이 어떤 학생이 되어서 졸업하는지보다는 처음부터 어떤 학생이 들어오는지가 대학의 가치를 좌우한다고 철썩같이 믿는 집단이다. 만일 이들에게 정말이지 편리하고도 사회적인 동의가 모두 끝난 수능을 무력화시킨데다가 객관적인 수치 평가가 불가능한 이해찬 정책을 내세운다면? 대학은 스스로 자생력을 만드는데 너무나도 오랜 기간 게으름을 피워왔기 때문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채 평준화되고 말 것이다. 마치 SK가 011번호의 브랜드 가치를 주장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억지로 고착화시킨 시스템을 부정당하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을테니까, 그들은 말 그대로 지금 시스템을 깨면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는 병신'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반대한 이유도 이와 좀 비슷하다.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이 보다 더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증명이 언제나 몹시 필요한 집단이다. 그것이 대학이 되었다가 자립형 사립고가 되었다가. 심지어는 명품원어민영어유치원이 되는 것이다. 뭐든 자신들의 가치를 드높여주고 데코레이션해줄 만한 수단이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드는 그들에게 대학이라는 정점의 사회적 프리미엄을 격하시킬 (사실 멋대로 높여놓은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에 지나지 않음에도) 이해찬의 정책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긁는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가 자금압박을 가해서 명품백제조업체의 부실경영을 바로잡기 위해 워크아웃을 거는 것과 비슷할까? 명품백을 구매한 학부모들은 정부 청사 앞에 가서 가스통을 깔 것이라는데에 500원을 건다.

여기까지는 차라리 그러려니 한다. 원래 그런 사람들은 답이 없다. 그런데 도무지 포기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젊은이들이다. 스스로를 이해찬 1세대라고 부르며 언제나 자신들이 대학입시를 벗어나면 적어도 그 뒤의 세대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대학입시를 치루는 것을 못마땅해하거나 스스로가 시대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 피해를 받은 원인을 그 시대가 주류에 맞지 않는 일을 저지른 탓으로 돌리며 애써 기존의 서열 체계에 줄서기 바쁜 구역질나는 세태를 보이는 것이 그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적어도 '자신이 겪은 고생'이 다른 사람들이 겪은 고생보다 덜 하길 바라는 마이너스적인 긍정화를 시도한다는 것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타진요의 심리를 읽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파'들에게 유학생들은 심히 못마땅한 존재이다. 특히 유명 대학교 타이틀을 얻은 북미,영연방계의 유학생들이 심한 편인데, 사실상 입시 제도에 있어 유학생전형이라는 지극히 편리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학비나, 현지 적응비용 등 만만치않은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유복한 셀레브레이트가 아닌 이상 아무리 전형이 만만해도 쉽사리 도전하기 힘들다. 에초 접근성 자체가 좋지 않다보니 해외명문학교에 대한 학교 지위나 내부 시스템을 국내 입시 사정이나 학교 서열 개념과 동일시하는 다소 '미지의 세계'적 오류를 범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문제가 된 '스탠퍼드'의 에세이 전형에 대한 타진요의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해외 대학교는 우리나라의 수능마냥 SAT 하나로 모든 게 끝장나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해찬의 정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원론적인 부분에서 특성화 교육에 대한 전형을 풍부하게 마련하고 있고 그 전형에 대한 능력 역시 SAT과 큰 차별성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우리나라처럼 실업계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을 왕따시킨다든지 하는 졸렬한 서열화를 보기는 쉽지 않은 것인데, (학생들 사이에서 인종차별은 있는 모양이지만 학교 시스템 자체에서 커트시키는 건 거의 없다는것) 처음부터 SAT를 잘 푸는 능력과 에세이를 잘 쓰는 능력의 가치를 편협하게 평가하지 않는 인식이 학교는 물론이고 학생과 사회 전반에 정착되어 있기 때문에 얻어지는 결과이다.

이해찬 정책이 한국에서 거부당했던 이유, 그리고 지금 타진요가 스탠퍼드의 에세이 전형을 인정하지 않는 것, 모두 멋대로 이 사회가 만들어낸 대학의 우상화 우열화, 프리미엄화가 만들어낸 패착인지도 모른다. 스탠퍼드대의 에세이 전형보다 아무 이유없이 타이틀에 집착에 유명 연예인 영입에 목을 매는 J모 대학이나 D모 대학이 훨씬 목적이 더럽고 치졸하지 않은가 싶은데 이 현상에 대한 비난 역시 대상은 대학이 아닌 연예인이 된다는 점, 현재 타진요의 주요 발언권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 이른바 '스탠퍼드 물 먹은'자들의 '자신이 어렵게 들어간 프리미엄을 깎지 않기 위한' 혹은 '그렇게 어렵게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감추기 위한' 활동들이 과연 어떤 정당성과 순수성을 동반할 수 있는 것일까?

타블로는 스스로를 위해 스탠퍼드대학교를 다녔다, 타진요는 스스로를 위해 타블로를 비난한다. 개인적으로 결론은 여기에 고착된다고 생각한다. 타진요가 '전 국민의 알 권리' 같은 터무니없이 치졸한 이유나, '전 국민을 속인 전례를 깨끗이 하기 위한 사회적 도덕성 확립'같은 위선적인 이유를 부르짖고 이에 국민들은 크든 작든 이 사회의 학력 시스템의 크고작은 피해의식을 결부하여 일을 키워버린 지금의 상황, 이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는 이 사회의 시스템에서 진실을 모른 채 사는 사람들 속에 유일하게 진실을 안 사람의 입을 틀어막고 납떔을 해버려야 자신의 인생을 위로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생각이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 같다.

하버드가 한국에서 그들만의 전형을 실시한다면, 스탠퍼드가 한국 분교에서 에세이 전형을 실시한다면?, 스탠퍼드, 하버드 현지 본교 출신 유학파들이 국회 앞에서 까스통 깐다에 500원 건다. 그 어머니의 그 아들이 되지 않는 것이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지름길이건만 그들은 지금 유전학파의 논문에 너무나도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이 지금 이 사회를 살고 있고 이 사회에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너무나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이 나라는 바뀌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전혀 플러스가 되지 않음에도 단지 자신의 마이너스가 무의미해지지 않기 위한 일부 인간들의 발버둥으로 인해 바뀔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몇 번째 놓치고 있는지도 앞으로 그 기회를 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