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0. 7. 26. 16:39
EBS의 성차별 발언, 고은아의 일련의 술자리 사건에 대한 사과를 보면서 느낀 점은 저들이 '사과'를 하기까지 과연 그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EBS 수능강좌의 시청율은 5%를 넘을까 말까 하고 고은아의 술자리 말다툼 사건의 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그보다 훨씬 적을 것임에는 틀림없는데, 어느새인가 EBS의 현직 강사는 당시 EBS를 시청한 시청자들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과를 해야만 했고 고은아 역시 당시 술자리에서 말다툼에 직 간접적으로 휘말린 사람들만이 아닌 전 국민에게 보내는 사과문을 작성하지 않으면 안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EBS를 당시 시청한 뒤 그 발언에 불쾌감을 느꼈던 '당시 당사자'들과 고은아의 말다툼 당시 술자리가 불쾌해졌던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 이외에는 사과를 들을 자격이 없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EBS사건도 고은아 말다툼 사건도 현장에서 본 사람들보다 당시 EBS를 시청한 사람들보다 언론 기사를 보고 역정을 낸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사과를 요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어쨌던 알게 되었으니 그 알게 되기까지 일을 벌인 사건의 원흉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식인데, 억지도 이런 억지가 어디있는가?

EBS 방송에서 해당 발언을 했던 강사는 분명 잘못을 했다. 잘못을 한 대상은 당시 EBS를 시청했던 '가시청층'이다. 고은아 역시 잘못한건 맞다. 말다툼을 해서 모처럼 술한잔 하며 스트레스좀 풀려던 사람들의 흥을 깬 건 맞다. 그런데 지금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상상할수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대체 그들이 왜 사과를 받아야 하는가? 그런 식으로 사과를 받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크게 내면 정작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가?

공인이니까, EBS라는 방송에서 했으니까 당연히 우리도 화낼 자격도 사과받을 권리도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당신들이 지금 그렇게 화가 나게 된 이유는 EBS에서 그 강사가 발언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발언이 단지 EBS에서 끝났어야 했을 일을 '우리 다 같이 화냅시다' 라고 낚시를 드리운 언론에 있으니까, 그리고 그 언론의 농간에 스스로 맞장을 쳐준 당신들 스스로에게 있으니까 사과를 받고 싶거든 언론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묻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잘못한 사람이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의 행동 혹은 발언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를 하는 사회적 상식이 정착되어야 한다. 정작 피해 당한 당사자들보다 언론의 중간농간질에 휘둘린 사람들이 더 큰 목소리로 사과를 요구하여 사과를 해야 하는 핀트가 벗어나버리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EBS도 고은아도 피해를 당한 시청자와 당시 현장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보다 여론, 네티즌을 더 무서워해 그들이 움직이기 전까지 사과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던 이 상황이 과연 정상적일까? 그리고 이렇게 되게끔 자초한 당사자가 누군지 정작 이 사회는 제대로 알고나 있는걸까?

자격 없는 자들이 사과를 요구하지도 말고
사과를 해야 할 상황에 제대로 받아야 할 사람에게 사과를 먼저 하는 사회가 되길 바래본다.


지금 이건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