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1. 11. 21. 17:22
증권가에서는 아주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엔터테인먼트주를 추천항목에 넣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급등을 하더라도 사유가 대부분 불명인 경우가 많고, 급락에 있어서도 이유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엔터테인먼트업계는 단지 자금 흐름의 압박이나, 실적 발표처럼 흔한 경제 기준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설명하기 힘든 일들은 대부분 '악재'라는 점도 엔터주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죠. 아울러 당연하겠지만 급등 사유 역시 대부분 테마에 의한 묻지마 급등이 대부분이니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악재란 잘 아시는 그대로'스캔들'입니다. 기획사의 자산은 유동자금이 아니라 인적자원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만,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다소 포괄적이긴 해도 대부분 '스캔들' 이 한가지로 수렴되기 마련이니까요. 기획사는 당연하겠지만 자산(소속인물)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 이 스캔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어떻게 육성하는 것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합니다. 기획사는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여론에 자신의 소속 가수들을 '상장'시켜놓은것과 다름이 없는 입장이니까요. 마치 기업이 주가관리를 하듯, 끊임없이 호재 이슈 뻐꾸기를 날리거나, 악재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매니지먼트 역량이야말로 진정 기획사의 능력과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치부가 아닐까 합니다.

중 편에서 언급했듯 YG는 연습생의 육성에 있어 무엇보다 자유로운 자율적 창조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데에 가장 심혈을 많이 기울입니다. 다른 기획사들이 군무를 맞추고 보컬연습을 시키는 데에 전력투구를 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YG는 기본기는 각자 개개인의 자율적인 연습에 맡긴 채 취향도 성향도 제각각인 맴버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짜여졌을 때 맴버 모두가 각자 역할과 개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순서가 아닌 대중에게 고른 노출이 가능한)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맞춰나가는 데에 보다 골몰합니다. 연습생들은 이렇게 한발 물러나있는 YG를 뒤로 하고 YG가 던져준 미션을 홀로 혹은 조를 이루어 풀어낼 준비를 하게 되죠 누군가는 작곡을 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 컨셉에 맞는 의상 스타일을 골몰할것이며, 누군가는 안무, 누군가는 랩과 보컬을 가다듬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크게는 YG패밀리, 작게는 처음 기획했던 그 그룹에 합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YG가 이들을 특정 기준에 옭아매지 않는 이유는 이미 옭아맬 필요가 없을 만큼 편중된 장르에 흥미와 재능을 가진 연습생만을 뽑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노력을 따로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 첫번째이고, 그만큼 세분화시켜 선발한 연습생이니만큼 가지고 있는 재능과 감각에 대한 가치를 회사의 자산가치와 동일시할만큼 소중히어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모인 연습생이 모두 이와 같은 YG의 생각을 알아주고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갈리가 없습니다, 더구나 저항의 상징과도 같은 흑인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주로 모여있다는 YG의 연습생들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자신의 음악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손상되지 않는다는 점은 큰 자산임과 동시에, 엄청난 수의 개성이 서로 부딪히는 데에서 오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강한 장악력을 주입시켜 새뇌된 연습생들이라 할지라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모인 만큼 원치 않은 방향으로 엇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 하물며 개성을 중시하는 기획사의 콧대 높은 자들이 통제가 될 수 있었을까요? 어딜 가나 한창 다른 길로 새기 쉬운 싱승생숭 마인드의 10대 후반 아이들은 컨트롤이 어렵기 마련입니다. YG의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연습생에서 머물지 않고 메이저에 데뷰한 이후에까지 이어진다는 점이죠. 굳이 과거를 너무 깊게 파지 않아도 올해에만 이미 두 건이 표면화되었을 만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전직 빵셔터와 일진의 만남...


주목할만한 점은 예전부터 최근까지 이에 대응하는 YG의 대응 방법입니다. YG는 지금까지의 크고 작은 소속가수들의 스캔들 대처에 있어 단 한번도 '맴버 탈퇴'를 사건발생 불과 3일만에 결정해버리거나 '그룹 해체'라는 강수를 둔 적이 단 한번도 없음은 물론 공식 성명을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해당 소속 가수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보호하려는 무리수를 두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여론의 비난이 해당 가수가 아닌 그 가수를 비호하는 YG의 도덕적인 문제 쪽으로 격화되는 흐름이 매번 반복되면서 YG 회사 전체의 이미지 손상이 우려되는 사태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이러한 YG의 스캔들 대응 기조는 변함이 없이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YG전체가 다 무너질것처럼 여론이 매번 격화되더라도 결국 YG는 소속가수를 건져내는데에 매번 성공해왔으며 그로 인한 기획사 자체적인 이미지 손상도 장기적으로는 체감하기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모 가수가 대마초를 피우거나 표절 시비가 붙거나, 심지어는 과실 치사 형사 입건의 위기가 닥치는, 누가 봐도 기획사가 감싸다간 공멸할 것이 자명해보이는 일에 있어서도 다소 무모하리만큼 YG는 '무조건 보호'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인데요. YG는 이로 인해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비관적인 평가와 음악 소비자들 사이에서 조직적인 안티가 생겨나는 것을 감수해야만 합니다. 지금도 YG는 방송국과 트러블이 가장 많은 기획사이며, 그와 함께 인터넷상에서 소속가수가 실력 외적인 부분으로 가장 많은 비판과 조롱을 당하는 기획사가 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얕은 안티 백만보다 깊은 안티 열명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은 업계 정설입니다.

그런데 왜 이들은 이렇게 다소 무모할정도로 소속 가수를 감싸고 도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일부러 드러내는 의도적인 사정과 드러내서는 안되는 사정이 있습니다. YG는 외부에서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영입하더라 할지라도 그 본류에 있어서는 반드시 자사의 아티스트 육성 정책을 최우선시하는데요. 초창기 perry와 1TYM의 Teddy부터 시작된 이 아티스트 라인은 현재 G드래곤으로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이 라인은 YG에서 억만금을 주더라도 낙오시킬 수 없고 다른 기획사에 빼앗길 수 없는 절대전력이 됩니다. 이들은 어떻게 보면 현재의 YG가 가진 대중적 위상보다 훨씬 위에 있으며 이들이 YG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YG의 종가 라인이 무너지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죠. 문제는 이들의 위상이 이처럼 높다보니 이들 그리고 이들이 소속한 그룹의 스캔들 위험성을 컨트롤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스란히 해당 맴버가 리더를 맡고 있는 그룹의 체계와 맴버들의 아이덴티티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죠. 리더가 대세가 되면 맴버들 역시 뒷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

모든 아이돌을 통틀어, G드래곤만큼 개인 활동에 있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아이돌은 없다. 그는 언제든 YG의 작곡가 유닛을 활용해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을 소속그룹과 관계없는 활동에 쓸 수 있고, 솔로 활동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성장이 지속되고 개인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YG입장에서는 이들을 붙잡을 자금적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레이블이나 기획사이기 이전에 이익집단일수밖에 없을 YG로서는 이런 성장을 마냥 지켜볼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SM은 소속 가수들의 가치가 커지면 항상 불공정 계약 분쟁이 일어나고, JYP는 처음부터 제왕적인 조직관리를 통해 압박을 넣어 반항자를 쳐내는 식이라는 점을 볼 때 YG는 일면 굉장히 신사적이고 말 그대로 가족적이며 소속가수의 미래지향적인 부분까지 속속 챙겨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 사실입니다. 3대 기획사 중 계약 분쟁이 가장 덜 한 곳도 아이돌 활동 종료 후 재취업율(?)이 가장 높은 부분도, 연공체계가 계파와 직책의 구분 없이 아우른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YG에서 직책이나 수익배분으로 받는 댓가가 그들의 실력과 가치를 시장 기준에 대입하여 정비례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YG의 회사 규모는 그들의 능력에 맞는 댓가를 지불하기에는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죠.

Teddy같은 실력있는 작곡가가 YG전속으로 다른 곳에는 거의 음악을 주지 않고, YG 소속 가수에만 곡을 주고 있는 가운데 과연 YG소속 가수의 곡을 전속 공급하는 Teddy와 거의 모든 아이돌 그룹에게 곡을 자유롭게 주고 있는 용감한 형제 중 어느 쪽이 수입이 더 많을까요? Teddy역시 얼마든지 독립 레이블을 내는 것으로 자신의 창작 에너지가 충만한 이 시기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할텐데, 정말 자신을 키워준 YG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전속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뭇 이해가 힘듭니다. 어쩌면 YG는 SM이나 JYP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생존 방법으로 지금까지 이 권모술수의 연예계를 살아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죠. 굳이 표면적으로 치부를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을 말입니다.

YG의 아티스트 종가 라인의 피해자라면 피해자일수도 있을 '용감한 형제' 그가 YG에 입사한 뒤 불과 2년만에 YG를 박차고 나와 독립 레이블로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가 YG에 입사하고 2년간 활동했다는 건 방송에서 수도 없이 방송되었지만 그가 YG에서 그의 이름을 붙여 내놓은 곡이 무엇인지는 단 한번도 소개되지 않았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은 독립 레이블 시절부터였다는 사실만이 이런 의문을 대신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흑인 음악 전문 레이블이라는 점은 매우 특화되었지만, 그 특화된 만큼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양날이 있습니다. 다시말해 지금 YG의 소속되어있는 가수들은 이적 자체를 생각할수가 없습니다. 이미 YG가 최상의 환경과 조건을 제공해주고 있고 그들의 전략은 자신들의 음악적 한계를 불식시키는 한편 대중화를 보다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노하우와 능력적인 부분에 걸맞을만큼 금전적 위상이 뒷받침될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불공정계약으로 옭아매지 않아도 YG출신 가수는 YG를 나가는 직후 그가 포텐셜을 얼마나 남겨뒀던지간에 내리막길을 걸을수밖에 없거든요. 정말 연장을 가리지 않는 최고급 종가라인이 아닌 이상 일개 보컬리스트정도의 레벨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가지 않더라도 가치가 커지게 되면 어떨까요? 물론 다른 곳보다는 훨씬 많지만 약간 상식선에서 부족한 수준의 금전적 댓가가 지급된다면 아무래도 불만은 서서히 내재될수밖에 없을것입니다. 그렇다고 YG가 돈이 넘쳐나는데 이들에게 만족할만큼 주지 않는 건 아닌 듯한데요. 회사 자금 사정에 비해 이들의 가치가 너무 커졌다, 그런데 그들이 YG의 장기적인 근간을 뒤흔들 시스템의 핵심 종가라인 혹은 그 종가라인을 탄 그룹의 맴버다. 라고 한다면 그들에게 빚을 내서라도 가치를 보전해주는 정공법 이외에도 몇 가지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의 가치가 너무 높아지지 않게 하기 위한 '내부적인 조율'입니다.

YG의 스캔들은 그 사건의 무게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초반에는 너무 과하게 터지고, 나중에는 너무 시금털털하게 마무리되는 패턴이 반복된다. YG가 가진 지금까지의 노하우을 통해 충분히 일이 커지기 전에 덮어서 감출 수 있을 것 같은데도 매번 초반 대응에 보란듯이 실패하는 점도 그렇지만...


기획사는 아이돌의 포텐셜을 굳이 제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포텐셜이란 바로 '대중'의 구매력과 직결되므로, 반드시 실력과 수익이 직결되는 업계가 아닌만큼 대중들에게 이들이 가진 실력을 바닥에 붙은 국물까지 훑어서 극대화시켜야 하는 것이 기획사로서는 당연한 것이죠. 그런데 YG는 사실 이렇게까지 대박을 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아이돌 그룹은 그들의 음악 인생 제 1막일 뿐 반드시 절정을 이루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니까요. 따라서 이들은 한번 대중에게 폭발시킨 인지도를 애써 정상급으로 유지키시려 들지 않고 오히려 극도로 이미지를 아끼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흔한 버라이어티 출연같은 외부적 활동도 가능한 줄이려 노력하죠. 그리고 이들이 슈퍼스타가 된 이후에도 특별히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사생활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티스트적인 창의성을 보호하기 위해서일수도 있습니다만 YG에게 있어서 '적당히 커버가 가능한 고만고만한 수준'의 스캔들은 필요악이기 때문이 더 큽니다.

스캔들이 나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티가 대량 양산됩니다. 이렇듯 이미지가 한번 손상이 되어버리면 그 후 해당 맴버가 어떤 결과로 그 스캔들을 빠져나오던지 간에 YG이외의 기획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X파일의 등급은 당연히 최하급으로 치닫게 되죠. 소심한 기획사들은 이들을 영입리스트에서 단박에 지워버리게 되고, YG는 이들을 즉시 감싸며 보호합니다. 그리고 사건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만하게 종결짓죠. 스캔들이 항상 나쁜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리만큼 YG발 스캔들은 조용히 잘도 묻히곤 합니다. 망각 속도도 빠르고요. 마치 이 스캔들이 YG스스로 예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 ...

정상 직전에서 미끌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만큼 나락에 떨어졌다가 올라오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반복하게 되는 YG의 소속가수들 (특히 종가라인들)은 처음에 YG를 선택했을때의 환경, 즉 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그 조건 그대로 YG에 뼈를 묻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 옭아들어가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자랑하는 메인 라인을 지켜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며, 그들의 조건도 업계 수준에 비하면 결코 섭섭한 수준은 아니겠습니다만, 가치 지불에 있어 그것을 감당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는 건 분명하니까요.

가요프로그램 1위에 의미를 두지 않는 대중은 많지 않다. 그러나 YG는 굳이 순위산정시스템에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순위를 높이려들지 않는다.


K리그 구단이 호날두를 영입할 방법이라는 우스개가 한때 인터넷을 달군 적이 있습니다만, 다소 과장을 섞자면 YG가 회사 크기를 더 키우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훌륭한 맴버 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이유가 만일 그 우스개에서 나온 이유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어떨까요? YG도 마냥 이들을 비금전적인 부분으로 다스리기 힘들었는지 최근 직권주식상장을 신청 통과시키면서 이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안겨다 줄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는 속단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YG가 지금까지 기획사로서 실력있는 뮤지션들을 키워내고 그들을 안착시켰던 시스템이 금전적인 보상으로 바뀌면서 YG의 근간이 뿌리뽑힐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지금 당장은 만족스럽게 수익배분으로 훈훈한 결과를 이끌어내겠지만 YG에서 지금의 라인이 모두 현역 은퇴하게 되는 5년후 10년 후는 어떨까요? 과연 지금과 같은 YG의 독창적이고 완벽한 음악 생산 시스템을 그때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그때도 스캔들에 대처하는 방법이 무조건 제식구 감싸기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지만, 과연 YG의 주식상장이 YG의 소속 가수들, 작곡가들, 임원진,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팬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모쪼록 이로 인한 말 못할 피해자가 늘지 않는 YG의 미래를 간절히 기대해보겠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대가 작곡가로서 아무런 명성이 없이 실력만으로 YG에서 인정받았다면 아주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당신은 세상에서 지워질 각오를 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어디까지나 종가라인을 보조할 크루로서 활동할 수 있을 뿐, 당신이 전면에 나올 확율은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주류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과 실력을 키우고 실험할 수 있는 데에 있어서는 최상의 환경이라 생각합니다. 경우에 따라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아티스트형 아이돌을 꿈꾸는 분이라면 잘 찾아오시긴 하셨습니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으셨겠죠. 다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나중에 가서도 그렇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SM 출신이나 JYP출신은 다른 기획사에서 쌍수를 벌리고 환영해주겠지만, YG출신은 다릅니다. 본인도 환영받지 못할뿐더러 아무리 대우를 잘 해준다한들 본인에게는 푸대접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것입니다. YG에 뼈를 묻을 각오로 덤비시는 게 좋습니다.

아 참! 뼈를 묻을 각오로 덤빈다고 해서 반드시 잘 풀리지는 않는다는 건 알아두세요. 동세대에 이미 낙점된 종가 라인이 있다면, 당신은 경력 대부분을 서자(庶子)로 보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공화국 연구소 - 아이돌 기획사 열전 : YG엔터테인먼트편을 마칩니다.
posted by RushAm 2011. 11. 4. 23:19
YG의 신인발굴 시스템은 늘상 있는 공개 오디션도 있고, 우편으로 보내는 체계같은 자잘한 것들을 제외한다면 일면 타 기획사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사실 신인발굴이라는게 기획사가 '어떤' 인재를 뽑겠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결국 '지원자'가 가장 많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일원화될수밖에 없거든요. 지금 대학 선발 방식이 끊임없는 개혁을 요구당하고 있지만 수능은 아직 큰 비중으로 계속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그 시험에서 자신의 능력을 100% 보여줄 수 있는 건 분명 아니지만,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반강제로 이 제도를 선택당하고 있으니 대학들도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인재상을 생뚱맞은 수능 성적으로 판단할 방법을 연구해야만 하니까요.


지금의 아이돌 오디션 시스템 역시 매우 전근대적이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본으로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으니 기획사 입장에서도 좀 다른 시스템을 요구하기 어려워지는 것이죠. 당장의 오디션 참가자가 급감해버릴수도 있고, 참가를 하더라도 제대로 숙지를 못한 채 아까운 인재를 날릴 수도 있으니까요. 각 기획사들은 춤 잘추고 노래 잘하는 것을 겨루는 지금의 오디션 시스템과는 이미 몇 광년쯤 차원이 다른 능력을 변별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지만, 지금 시스템이 이러니까 그 속에서 아주 작은 확율로 능력을 판단할 방법을 연구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YG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아무리 실력 위주라고 한들, 아이돌 지망생들이 으례 그렇듯 '되는 곳으로 가자'라는 주의로 유력 기획사를 돌아가며 찔러보는 식이기때문에, 입맛에 맞는 선발을 하기까지의 어려움은 다른 기획사와 별반 차이가 없는데요. 다만 이들의 가질 수 있는 유리함이 있다면 역시 '장르'가 철저하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장르 소화 능력'을 중점적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흑인음악을 해야함에 있어 가져야 하는 '박자감' 같은 것을 '춤'이나 '노래'를 하는 지망생들의 모습에서 단순 가창력이나 춤 실력 대신 뜯어보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런 이유로 다른 기획사에서 '병역 문제'를 케어하기 위해 뽑는 '재미교포'들이 YG에서는 가진 능력의 비교우위를 이유로 선발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음악 소화력에 덧붙여 '그룹으로서의 역할 분담'이 가능한지의 여부 역시 함께 살펴보게 되는데요. 그냥 맴버 전원이 '안녕하세요 노래와 랩을 맡고 있는 아무갭니다' 라고 소개하는 일이 없게끔 나누기 힘든 현대음악의 담당 파트를 한번 더 세분화시키게 됩니다. 예를 들면 '그룹 내' 의상 담당, 안무 담당, 보컬 담당, 랩 담당 , 작곡, 프로듀스를 담당하는 맴버를 한 그룹에 포함시키는 식인데요. 이는 미국 흑인음악 그룹의 'DJ'개념과 흡사한것으로, 현대음악이 밴드음악과 달리 맴버들 개개인의 아이덴티티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을 착안, 그룹의 역할을 메인프로듀스 즉 원래 기획사가 다 해주던 부분을 스스로 해결하게 만드는 자생력을 갖추게 만드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YG FAMILY

1TYM (이하 원타임) 의 데뷰는 이런 YG의 그룹 기획 정책이 십분 반영된 첫 작품으로서의 의미가 있었습니다만, 사실 기획이 너무 훌륭해도 문제가 되는것이 이들을 아무리 능력 위주로 재배치시켰다고 해도 첫 데뷰무대의 부담감, 실전 경험 부족, 아직 완숙하지 않은 음악성 등 불안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기획이 아무리 완벽한들 인간이 하는 일에 절대적인 성공을 점친다는 건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부터 이들을 대중에게 '휙' 던져버리고 '자 해봐!' 라는 식의 데뷰가 아닌 조금 특별한 형태의 데뷰를 준비하게 되는데요. 다름아닌 프로젝트 파일럿 그룹 'M.F FAMILY'가 그것입니다.

정규 앨범에 당당히 참가하는 기회를 연습생이 갖는다는 건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호사


이미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지누션의 검증된 곡과 서포트, 그럴듯한 수준의 연출까지 모든 게 갖춰진 채로 이들의 실전 소화 능력을 위해 '완성된 데뷰'가 아닌 불완전한 데뷰를 경험해보는 것이죠. 국내 시스템상 인정받기 힘든 이른바 '마이너 데뷰'라는 것인데, 이런 파일럿 시스템에서 드러난 이런 저런 부분들을 감안, 맴버 중 공식적으로 3명이 제외된 4인조로 팀이 재편성됩니다. 물론 이 재편성에는 '각자의 능력'과 역할 분담이 고려되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겠죠. 당시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어서 인지하기 어려웠겠지만 말입니다.

M.F FAMILY라는 기이한 형태의 프로젝트 그룹 방식은 이후 YG의 독자적인 인재 육성 커리큘럼으로 남았는데요. 연습생에게 공식적으로 '실전' 무대를 겪게 함으로서 무대에 대한 담력이나 감각을 키우게끔 하고, 신인이라서 어쩔 수 없는 무대매너의 미숙함은 YG의 주력 그룹이 매워줌으로서 부담없이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아주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는 YG FAMILY라고 명명되는 연례 프로젝트 그룹으로 완성되었으며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YG에서 메이저 데뷰를 이루어낸 거의 모든 그룹은 YG FAMILY 활동을 거치고 있을 정도로 정착화되었습니다. 마냥 데뷰때까지 이미지 소모를 막기 위해 꽁꽁 감춰두거나, 기껏해야 일부 우수 연습생의 백댄서 정도의 데뷰가 고작인 다른 아이돌 기획사에 비하면 연습생들의 무대에 대한 갈증이 훨씬 덜할뿐더러 급작스런 메이저 데뷰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죠.


YG의 육성 프로젝트는 단지 아이돌 그룹의 무대 감각을 끌어올리는데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아이돌을 은퇴했을 경우에 걸맞도록 데뷰 이후에도 그들의 능력을 끌어올리는데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1TYM은 앞서 설명드린 패밀리 크루 데뷰 시스템을 거쳤음은 물론 은퇴 이후에 이들이 음악성을 키워 상품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2차 육성까지 시도된 거의 최초의 그룹이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단지 노래와 춤과 랩을 잘하는 것, 그 스킬을 전수하는 차원을 넘어, 의상 담당, 작곡 담당, 프로듀스 담당, 안무 담당 등 극한으로 쪼개다못해 제작의 영역까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자생적 아이돌 1세대를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그들의 의상, 안무, 프로듀스, 작곡 등은 당시 SM이나 DSP의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곡이나 안무에 비견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을 보여주며 '실력파 아이돌'의 가능성의 첫 발을 내딛습니다.

1TYM의 맴버 육성 가운데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HOT 5집을 통해 '절대실패'의 불문율을 만들어낸 금기중의 금기 '싱어송라이터 아이돌'을 표방하기 위해 육성했던 Teddy의 작곡/프로듀스 육성일 것입니다. 1TYM은 1집부터 이미 앨범 내에 '공동작곡'이라는 형태로 Perry와 함께 Teddy를 공동작곡자로 올려놓는 방식으로 '실력파 아이돌'임을 어필했었는데요. Perry의 버프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1TYM의 곡은 1집부터 큰 빈틈 없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좋은 반응을 얻어냅니다. 그런데 당시는 아무래도 '1세대 아이돌'의 세대이다보니 이제 막 데뷰한 신인그룹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곡 완성도를 보여주는 1TYM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음악 팬들은 많지 않았는데요. 바로 '공동작곡'이 단지 '이름'만 올려놓은 것에 불과한게 아니냐는 '실력파 아이돌'의 실력 검증 논란이 그것입니다. 립싱크로 대표되는 아이돌이 대세였던 당시 음악시장 상황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공동작곡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했던 부분도 있습니다만, 이는 SM이 당시 HOT를 통해 시전한 '무리수' (악보도 못보는 아이돌에서 불과 1년만에 수록곡 전곡의 작사작곡 프로듀스까지 해낸 실력파 아이돌로 변신)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돌이라고 하면 작곡 실력은 고사하고 보컬이나 제대로 낼 수 있는지조차 기대하기 힘든 그룹들이 넘쳐났기에 자연스럽게 생길 수 밖에 없었던 편견이었죠. 이는 '자립형 아이돌'을 표방했던 YG로서도 완전히 해결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많은 훈련과 창작 연습이 필요한 작곡 전반을 맡기보다는 멜로디를 만드는 창작 감각이나 센스를 찾아가는데에 육성에 초점을 맞춰나갑니다. 물론 곡을 완성시킬수 있는 스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Perry가 커버하는 식으로 말이죠.

쾌지나 칭칭!!


음악팬들은 바로 이 부분을 들어 Teddy가 공동작곡자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강한 반감을 나타내게 됩니다. 작곡의 참여 정도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곡의 완성도가 너무 좋다보니 아무래도 Perry에 전적으로 의지함에도 싱어송라이터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있게 되는데요. 왠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시나요? 이 당시 Teddy에게 쏟아지던 작곡 실력에 대한 비판은 지금 YG의 대표 보이 아이돌 '빅뱅'에서 작곡과 프로듀스를 맡고 있는 G드래곤이 데뷰 최근까지 듣고 있는 비판과 닮아있습니다. G드래곤 역시 빅뱅 활동이나 솔로 활동에서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와중에 대부분의 자작곡이 Teddy와의 공동작곡이었음이 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으니까요

불과 5년 전에 Perry에 의존도가 크다며 이미지메이킹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Teddy가 이제는 Perry의 위치에서 G드래곤을 서포트하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나요? Teddy는 비단 빅뱅뿐만 아니라 현재 2NE1을 비롯한 YG의 주력 아이돌 그룹들의 곡을 제작 프로듀스하고 있을 만큼 성장해있습니다. 한마디로 1TYM시절 Perry의 위치를 그가 대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렇다고 그가 불과 5년만에 Perry의 실력이나 감각을 뛰어넘을 만큼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에 와서 Teddy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감각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순간이 온 것 뿐이니까요. 이처럼 YG는 기본적인 음악적 색깔은 유지하면서도 이전 현기획 당시의 실패로 배운 결과가 이런 음악적 내부 세대교체를 주기화시키게 된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Teddy의 음악은 Perry의 음악과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곡의 완성도 문제를 떠나서 음악을 만드는 감각의 차이는 개인차가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트랜드 흡수 능력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니까, 지금에 와서 Perry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예전만큼의 인기를 끌 보장이 없는 것처럼 Teddy 역시 언젠가 음악계에서 그의 음악이 거부당할 때가 오게 되고, 그때가 오면 YG는 G드래곤이 지금의 Teddy 역할을 대체할 것을 기대할것이다. 양현석의 킵식스가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때 Perry가 그랬던것처럼...


YG의 자립형 아이돌 정책은 마치 톱니바퀴가 맞아들어가듯, 윗세대가 아랫세대를 받쳐주고 아랫세대는 윗세대를 목표로 자신의 성장에 주력하며 음악적 신선함을 유지해내가는 정책은 사실상 빈틈이 없었습니다. 결과와 역사가 말해주듯 YG는 매번 1등을 해내지는 못해지만 항상 3등 안에는 들어올 만한 강자로 자리매김했으니까요. 여기에는 '음악적 신선도'를 최우선시해왔던 YG의 정책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음은 두말할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감각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다른 기획사들처럼 생활 전반을 옥죄는 식의 참견형 연습생 제도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른 기획사들보다는 자유로움을 많이 보장해주는 (보장해줄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흐르게 되고, 바로 이 '음악적 신선도'를 위해 희생할수밖에 없었던 연습생 관리 정책이 결국 YG의 위기를 여러차례 경고했다는 점을 YG스스로도 알고 있었음에도 어떤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방치하게 되는데요. 이게 결국 YG를 두고두고 괴롭힐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는 단초가 되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역시 너무 완벽한것보다 빈틈이 있는 편이 나았을까요?



하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