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5. 2. 19. 17:26

평점 : ★★★☆ (7.5)

- MBC 8기 (1982)-
생일 : 1959년 11월 27일생.
데뷰작 : 천사소녀 새롬이 ‘새롬이(유리) 엄마’役
보이스 타입 : 부드러운 비음과 깨끗하고 고른 구내음을 복합한 진성 타입
대표작 : 꼬마 마법사 레미 ‘레미’役
시간 탐험대 ‘샬라라 공주’ 役
GOOD: 연령별 캐릭터별로 고르고 깨끗한 성량과 음질
BAD : 범용적이지만 명확하지 않은 캐릭터 영역

성우 공채 시험을 보러 가면 우선적으로 방송사 건물 앞 광장(이라고

상기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음

하기에는 대부분 좁은 수준, 그냥 주차장 정도)에 모여 수험표를 배정 받고 수험번호에 따라 순서를 기다린다. 약 1시간, 길게는 2~3시간정도 대기시간이 주어지는데 남녀비율이 넉넉잡고 2:8정도 되는 지망생의 성 비율은 둘째로 치더라도 각자 그 시간 동안 자신이 가장 잘 낼 수 있는 미성을 가다듬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목을 풀어주는 허브티를 가져와 마시는 사람 (KBS공채는 겨울에 있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흔하다) 목을 풀기 위해 날달걀을 깨먹는 사람은 기본이고, 목청 맛사지, 복식 호흡법, 한방요법까지 온갖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필자가 이전 컬럼에서 늘 강조했던 부분과는 상반되긴 하지만, 실제 공채 시험장에 가 보면 심사 기준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붙어있는데 1번 평가 기준이 바로 ‘미성’ 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다 보니 제한된 짧은 시간 안에 그 사람의 모든 연기 성향을 제시된 예문만으로 다 파악할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의 연기력 발전 가능성까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1차적인 심사는 우선적으로 미성, 즉 흔히 성우들이 말하는 어느 정도 타고난 ‘목욕탕 소리’ 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는 것이다. 탤런트시험에서 아무리 예쁜 얼굴의 지망생이 있더라도 카메라테스트에서 화면발이 받지 않으면 탈락하듯이 자체적인 미성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마이크 등의 음향기기와 상성이 잘 맞는지를 유심히 들어보는 것이 심사위원의 역할이다. 이 부분은 2차 3차 면접에 가서 실제 성우들 앞에서 연기를 할 때도 대부분 우선고려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것도 나름대로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남성들과는 다르게 여성들은 실제로 마이크 앞에서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 펄스 진폭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차이를 보인다.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면 보통 음색 차이로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마이크별로 증폭을 다르게 하더라도 해결이 안 되는 정도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목소리는 직접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대역에서 가장 이상적인 증폭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 성우만을 위해 따로 믹싱을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여성 성우들이 목소리를 예쁘게 내는 데에 급급한 나머지 쥐어짜는 식으로 목을 과도하게 혹사시켜가면
서 서커스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발성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가 증폭이 제대로 되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로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이 부분에 걸려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미성과 증폭의 상관관계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은 성량이 남성에 비해서 약한 여성들에게는 분명 쉬운 일은 아니며, 사실상 얼마만큼 일정 이상의 성량을 낼 수 있다는 조건 하에 가능할 수 있는 캐릭터와 연기 스타일이 얼마나 다양하게 이루어지느냐가 성우로서 가치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변수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상 현직 성우들 중에서도 대부분 음의 기교와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소화할 수 있으면서도 성량이 약하거나 음의 깨짐으로 인해 음폭이 불안정하여 역할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지망생들이 한번쯤 유념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성우 박영희
82년 이미자와 입사 동기로서 이미자가 주로 열혈 소년물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면 박영희는 그와 정 반대로 여성적인 성향을 십분 활용하여 변신 소녀물이나 소년용자물의 히로인 등 다분이 소녀팬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과 소년물의 감초격인 공주형태의 히로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당시로서는 닛폰 애니메이션과 토에이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들이 미래소년 코난을 필두로 시청률면에서 쏠쏠한 히트를 거두고 있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외화보다는 애니메이션쪽에 어울릴 법한 보이스컬러를 가지고 있었던 박영희의 실력을 조용히 키울 수 있었던 환경적인 요소가 다분히 이상적으로 타고 났다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연령대별로 어린 유아틱한 소녀부터 성숙한 숙녀까지 모든 연령층을 성량의 변화 없이 고르고 안정적으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고, 이후 외화와 애니메이션을 오가며 자신의 영역을 점차 굳혀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작품 내에서의 비중 있는 역할이나, 출연 작품 수에서 동기들에 비해서 다소 쳐지는 느낌은 없지 않지만, 그만큼 확실히 각인될 수 있는 알짜배기 작품들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주로 들을 수 있으며 다른 성우들에 비해 출연 작품 대비 비중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추후 프리랜서 선언을 한 이후에도 MBC 이외의 방송사에서는 좀처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몇 안 되는 MBC극회 주력자인데, 이는 MBC의 방송스타일... 즉 사운드의 해상도를 강조하는 방송 설비의 특성에 따라, 펄스가 부드럽고 목소리 시작과 끝에 노이즈와 스크래치가 끼지 않았던 성우가 그만큼 많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성우들은 목을 관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성우도 연기이니 만큼 어느 정도 감정을 몰입하다 보면 울부짖는 신에서는 어김없이 원음이 깨지거나 찢어지듯 나오게 되어 NG를 내거나 OK사인이 나와도 굉장한 포스로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 지는 몰라도, 듣기에 과히 좋은 음색이 나오지는 않는다. 성우들은 이 부분을 얼마만큼 능숙하게 잡아주고 자신이 무리하지 않는 성량과 진폭을 적절히 조절하여 그 속에서 연기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경험과 연륜 그
리고 타고 난 재능의 차이라고 말한다. 연습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안정성…이라는 것은 역시 타고난 성역과 풍부한 연기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박영희가 가질 수 있는 성우로서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녀와 비슷한 연기 성향을 가진 성우는 비교적 많은 편이고 그 중에는 경력이나 명성 측면에서 박영희보다 더 나은 성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데뷰 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 참여하지 못했고 지금도 우선 고려 대상에서는 아직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그것도 2시간 정도의 분량을 가지는 영화나 2쿨 이하의 단편 애니메이션 정도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이며, 한번 만들어진 목소리를 장기적인 캐릭터로서 오랜 기간 변함 없이 소화해야만 하는 TV 외화 시리즈나 2쿨 이상의 장편 애니메이션에서 경쟁 상대로 거론할 수 있는 성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목소리를 오랜 기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내어준다는 것은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다른 성우보다 많이 갖게 된다는 점을 볼 때 성우의 경력 측면에서는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감동시킨 배역.
Cocoa & Drum - VS騎士ラムネ& 40 炎
『 개인적으로 필자는 로봇메카물을 싫어한다.
물론 필자라고 해서 로봇메카물에 열광하던 어린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을 지금까지 꾸준히 봐 오면서 어느 정도 기울어진 성향 속에 로봇메카를 소재로 한 소년용자물에서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MBC에서 이래적으로 뻑적지근하게 예고광고를 몇번씩이나 때리면서 거창하게 방영을 시작한 소년기사 라무도 처음에는 메카물이라는 이유로 외면하던 필자였으나, 여타 메카물에서 강조하던 메카닉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개성적인 캐릭터와 전생물이라는 당시로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소재스토리라인에 빠져 초반 어수선한 1기 중반을 제외하고는 모두 빠지지 않고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필자를 열광시킨 것은 웅장한 스토리라인 속에서 소화
하기 힘든 캐릭터를 120% 소화하고 있는 성우들의 열정이 느껴질 듯한 연기였다. 박영희도 그 중 하나로서 다소 엉뚱하고 가벼운 느낌의 코코아 공주라는 캐릭터와 2기에 이르러 등장하는 차분하고 슬픈 느낌의 캐릭터 드럼 공주를 한 작품 내에서 동시에 아무런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실로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작품 분위기가 한없이 진지해지고 무거워질 때, 매우 슬픈 결말 속에서 작품에 몰입하여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드럼 공주의 연기는 당시 청소년기를 보내던 필자를 경악하게 했으며, 아직도 머릿속에 강한 자극으로 남아있다. 애니메이션에서 감정을 몰입하여 슬픈 연기를 하는 것은 필자의 기억으로 아직까지 시도해서 성공적으로 그 연기를 이끌어낸 성우가 지금은 활동 중지중인 최덕희를 비롯하여 몇 명 되지 않지만, 필자는 그 중 박영희의 드럼을 주저 없이 최고의 캐릭터 연기라 주장하고 싶다. 단언코 그녀는 소년기사 라무 최종회에서 빛날 수 있는 최고의 빛이었으니까...』

박영희 VS 이노우에 키쿠코 (성우 비교분석 코너에 대한 설명)
아앗 여신님의 베르단디로 대표되는 이노우에 키쿠코는 많은 출연작
품수에 비해서 목소리의 기교가 그렇게 다양한 편은 아니다. 출연작 대부분이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까지,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 주연급을 맡기 힘든 연령대를 주로 소화하기 때문에, 그녀의 출연작들을 보면 언제 이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했나 싶을 정도로 확 들어오는 대표작이 적은 모습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과감하게 극소녀층이나 극노년층의 연기를 함부로 시도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연기 영역에서 연기의 감성적인 부분으로 승부를 하며, 그 때문에 단역이건 주연이건 모든 역할에서의 보이스 퀄리티가 높은 편으로 많은 PD들이 선호하는 성우이며, 많지 않는 대표작들이지만, 그 작품들의 인지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성우 팬이 아닌 일반적인 게임, 애니메이션 팬들의 지지도도 높은 편이다.
박영희는 이노우에 키쿠코처럼 보이스 퀄리티를 중요시 하는 스타일의 성우로서 특별히 고연령층만을 타킷으로 잡지는 않지만, 자신이 소
화 가능한 연령층에서 펼쳐보일 수 있는 감성적인 역량을 십분 활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주역을 맡을 수 있는 범위가 적기 때문에 대표작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그 대표작들의 인지도로 인하여, 자신의 존재가치를 각인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범용적인 측면에서 다소 한계가 있어, 출연 빈도수가 높지 않으나, 국내의 애니메이션 인프라와 실제 방영된 작품 수를 감안해볼 때 게임계에서의 활약 측면에서 보면 비중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실제로는 대단히 넓은 활동폭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보이스 컬러를 비교하기에는 연기를 소화하는 연령폭 측면에서 이노우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객관성에는 다소 문제가 있겠지만, 박영희가 이노우에의 연기 연령층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 보이스 컬러나 연기 스타일이 상당 부분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으며, 실제 양쪽 팬들의 연기 이미지에 대한 평가도 고급스럽다, 차분하고, 단아한 느낌이다. 라는 평가가 많다는 점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화장을 하는 여자들에 대해서 흔히 여성들의 인식과 남성들의 인식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은 그것이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성들은 흔히 나오는 유머에서 자주 활용되는 것처럼 화장빨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며, 화장기 없는 얼굴에 대한 가치를 대단히 높게 매기는 편이다. (이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자면, 생명공학과 유전학적 지식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필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므로) 하지만 사실 미의 대한 기준과 척도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평가할 만한 부분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 화장하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화장을 하면 안 어울리는 스타일, 즉 맨 얼굴이 좀 더 나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 화장을 한다면, 우선적으로 그 화장이 얼마만큼 어울리는지, 그 사람이 화장이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니면 맨 얼굴이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보아주어야지, 맹목적으로 화장기 없는 순수미인을 찾는 것은 단순화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자신이 가장 아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인생의 대부분을 소비하는데, 모든 여성이 맨 얼굴로서 승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많은 지망생들이 공채 시험을 준비하면서 주로 시도하는 연습 방법에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자신의 스타일이 목소리의 기교를 통한 다양한 연기폭을 가지는 식의 멀티플레이어형인지, 하나의 포지션에서 연기 기량 측면을 폭넓게 가져가는 품질 중시형인지를 파악하지 않은 채로,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초반 입지에서 선호되는 다양한 연기폭을 갖기 위해 목을 혹사하면서까지 넓은 연령대의 연기를 소화할 수 있도록 연습하곤 하는데, 자신의 스타일에 이러한 연습 방법이 적합한 사람도 있으므로 반드시 나쁜 연습법이라고는 할 수 없고, 실제 PD
들이나 국내의 제한적인 인프라 탓에 팔방미인형 멀티플레이어가 선호되고 있기는 하지만, 굳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보다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택하여 훈련하는 것이 당장의 기회 측면에서 다소 불리하게 가져가더라도 보다 내실 있는 경력을 쌓아가는 데에 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연기폭이 넓지 않아도 자신이 가장 최상의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분명 좀 더 나은 기회가 올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투수가 다양한 구질로 절묘하게 타자를 속이는 컨트롤형이 있는가 하면 강력한 직구로서 타자를 윽박지르며 속시원하게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도 있지 않은가? 어느 쪽이 좀 더 멋져 보이는지는 지금 생각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미래에 당신의 연기를 즐길 팬들의 몫일 테니까...

- Rus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