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4. 12. 4. 01:59
시청자들이 느끼는 방송국에 대한 이미지가 제각각이듯, 비교적 기술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방송 스텝 채용에서도 각 사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각 사마다, 성우극회 연륜과 성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라디오부터 시작된 방송국의 역사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성우극회의 역사와 그 영향력 탓에, 소속된 방송사별로 가치 판단 기준과, 선호하는 성우 스타일, 그리고 소속된 성우의 스타일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잘 참조하면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조금이나마 자신이 보다 유리한 공채를 고르는 입장에서 접근이 가능할 것이고, 성우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색다른 분류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 전국 대상 공중파 방송 3사 중 가장 양질의 장비를 사용하고 화질과 음질을 위한 투자에 있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MBC의 성우 경향은 ‘날카로움’으로 표현되곤 한다. 샤프니스가 강하고 음질에 잔상이나, 잡음이 없는, 그러면서도 느끼함이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목소리의 성우들을 주로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현재 방송사에서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성우들과 MBC 전속으로 채용되어 활동중인 성우들의 목소리 특성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고품질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데에 주력하여 한 때 관련 상을 휩쓸다시피 했던 MBC의 전력과, 언론 보도나 시사 프로그램 등 주로 강한 어조의 나레이션을 요구하는 성우의 역할 성향으로 인해 활동 영역이 최근까지 상당히 치
우친 결과가 지금의 MBC 성우극회가 가지는 그들만의 색깔과 성우관을 확립시켰다고 보여진다. 어디에서나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목적에 맞게 채용하는 것이 회사들의 방침이고, 또 그에 걸맞게 대비하는 것이 지망생의 역할임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며, 이미 보편적 성우 활동 영역이 제시된 최근에서도 그들의 성우 채용 성향이나 MBC성우극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성우들의 영향으로 그렇게 쉽사리 고유색깔과 가치관이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이는 성우 공채 시 제시되는 연기 예문이라든지, 실제 최종 합격자들과 최근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MBC성우들의 목소리 성향이 기존의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점 등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타 방송사

MBC

칼이 날카롭고 무딘 정도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 TV로 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를 수 있다. 우리가 직접 보지 않는 이상 그 날카로움을 TV매체로서 가늠한다는 것은 때론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 최근에는 많이 그 차이가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방송장비의 특성 상 MBC의 이런 방송적 특징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목소리라는 메체에 대해 특별히 연구된 자료도 없고, 성우분야에 대해서 지망생들이 접할 수 있는 학술적 자료나, 관련 교육기관도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날카로움’이라는 기준에 대해서 대단히 모호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칼의 보이는 느낌에 대한 예시를 들었던
바와 같이 자신의 목소리를 음향 기기를 통해 여러가지로 테스트를 해 보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올 수 있다. 자신의 목에서 나오는 생목소리와 기계적인 처리를 거친 마이크 입력 목소리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는 입력된 오디오 기기쪽 톤 설정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바뀌기 때문인데, 성우를 지망하는 지망생이라면 충분히 친숙할 거라 생각되는 마이크와 음향기기의 톤 설정을 MBC의 성향대로 보다 날카롭게(보통은 TRABLE 수치를 올리는 정도로 조절이 가능하다) 맞춘 후, 자신의 목소리를 한번 테스트해보자. 주로 ㅅ,ㅊ,ㅋ,ㅌ,ㅍ 발음에서 발음이 꺾이면서 지직거리는 잡음이 나게 되는데, 특별히 마이크 필터가 없을 때 나는 팝 노이즈를 제외하고, 노이즈가 강하면 강할수록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목소리가 날카로운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MBC쪽를 생각하는 지망생들이 보기에는 이러한 MBC의 특성들이 하나의 제약과 부담으로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필자의 이러한 연구가 절대적인 데이터 근거치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도 아니고, 이런 부분들이 채용에서의 필터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역으로 유리한 부분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어떨지 싶다. 중국 고전 중 무술을 잘 하는 아들과 학문을 잘 하는 아들을 두는 것 못지 않게 그것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을 잘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씨와 맹씨’의 이야기 ‘시의(時宜)’ 처럼 언뜻 위험요소로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 확률이 절대적인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하나의 기회로서 소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얼마만큼 시의의 오류를 저지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에 맞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지, 자신의 적성과 이상을 혼동한 채로 기준과 가치관이 없이 맹목적인 추종을 하는 것만이 꿈을 이루는 유일한 길은 아닐 테니까. 자신이 보다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은 절대 꿈의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일이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어둠을 찾아다니는 반디불이 추해보이지 않는 것처럼...

- Rus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