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4. 11. 25. 23:11
한때 ‘부분모델’이라는 직업이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있다. ‘이해영’이라는 연예인이 다리 부분모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IMF이전 버블경제가 충천할 때 CM의 범람으로 CM자체가 하나의 문화키워드로서 인정 받기 시작할 무렵이라, CM에만 등장하는 직업, ‘부분모델’이라는 직업이 주중 저녁에 방영되는 와이드 쇼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곤 했다. 한번쯤 그들이 주목받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었다면, 그들의 독특한 직업관 만큼이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모델만의 비애도 느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만큼 자신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방송을 구성하는 유닛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직업들, 성우라는 직업도, 새삼스레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근래 이전에는 그저 제작진 명단에 끼어 있는 정도에 그쳤고, 성우들의 활동 영역도, 영화의 배우 목소리를 대신하거나, CM의 하이틴 스타들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는 보조역할로서 활용되곤 했다. 그래서 아직 우리 사회에서 ‘성우’를 하나의 연기자로서 인정하고 연예인적 가치를 부여하기에는 오랜 시간동안 인식 변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만큼 최근 불고 있는 성우들의 아이돌화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좀 재미있는 건 그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는 당사자들이 특별히 보수적인 기성세대가 아닌 일반적으로 가수나 탤런트를 좋아하고 적극적인 팬 활동을 하는 1~20대의 젊은층이라는 점이다.

일본 문화 개방과 그에 따른 관심의 증가, 최근에 불고 있는 저변 확대에 힘입어 점차 대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성우계, 필자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조자로서 바라보고, 그들을 다분히 주관적으로 느낀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필자가 특별히 성우계에 지인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육성 시스템, 전문적인 노하우 등을 글에 담을 수는 없겠지만, 다분히 관찰자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연구해본 자료들, 그리고 성우들마다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개성을 필자의 눈으로서 바라보고, 때로는 냉정한 비평도 담아볼 생각이다.

미리 밝혀둘 것은 필자는 성우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성우를 실제로 만나본 적도 거의 없고, 성우계에 아는 지인도 없으며, 특별히 성우를 지망하는 지망생도, 지망생이 되었던 경력도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대부분의 내용은 필자 개인적으로 업계를 지켜보고 생각해 두었던 연구 논문격의 가설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컬럼이 실제 성우계와 성우 육성에 비추어 얼마만큼 현실적인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필자도 모르는 일이므로 혹시라도 계실, 이 글에 기초해 성우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시려는 분이 있으시다면 말리고 싶다. 어디까지나 제멋대로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니까, 굳이 이 글을 남에게 보일 생각으로 쓰는 것이 아닌 만큼, 그야말로 제멋대로, 필자 생각대로 아무런 가식 없는 순수한 의견 제시 차원에서 써 볼 생각이고 보시는 분들도 오랜지주스의 오랜지 100% 성분 표시를 보듯이 봐 주시면 크게 무리 없을 것 같다.

- Rush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