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14. 1. 10. 16:04




미국의 모 처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에 대해 미국 현지의 일본계 미국인들이 시끄럽게 구나 봅니다. 인터넷으로 10만명이 넘었으니 미국 백악관이 공식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상황에 놓였다는 건데요. 여기에 대한 제 감상은 ..


...부럽다 ㅅㅂ ㅠㅠ


우리나라는 왜 아고라에 10만명은 고사하고 100만명이 서명을 해도 답변은 커녕 털끝하나 꿈틀대지도 않는 걸까요. 미국 역시 인터넷 상에서 조작이 극심하고 생각없는 클릭질이 많다는 건 다른 것도 아닌 바로 이번 소녀상 사례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결국 백악관은 이런 것들도 하찮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저는 매우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가계빚으로 치면 천조국이 되었는데, 이런 것 좀 천조국 따라가면 안될까요? 정치에 너무 많이 관심을 두는 걸 민주주의과잉이라는 말로 지들 귀차니즘을 대변하는 꼬락서니는 이제 더는 보기가 그렇네요.


각설하고 상황을 좀 지켜보면 과연 미국 백악관이 이 건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우리는 벌벌떨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별거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미국은 '선 설치' '후 조치'를 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에초에 설치를 한 뒤에 이를 번복해서 철거를 한다던지 하는 다소 경솔한 방식의 행정 처리를 하지 않는다는거죠. 미국의 실용주의적 문화를 생각해보았을 때 이미 소녀상을 설치할 당시의 명분도 분명 있었을 것이고 설치로 인해 생겨날 외교적 갈등 역시 모두 염두에 두었던 부분일 것입니다. 따라서 이미 설치가 된 이상 이를 번복하여 다시 설치를 철회한다는 것은 특히 백악관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이 소녀상이 사유지에 설치되어 있어 재산권을 행사해야한다던지, 길에 설치되어 있어 통행권을 침해한다던지의 사유가 아닌 이상 철거로 결론짓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것이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이유는 다른게 아닌 이 청원을 올린 시민의 이야기에 있습니다. 텍사스주 메스키트에 사는 ‘T.M.’이라고 밝힌 이 시민은 청원문에서 “이 조각은 평화의 동상을 가장한 위안부 동상으로,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 라는 이유인데 이 내용 어디에도 '미국 국민이 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즉 백악관에 올릴 수 있는 자격을 갖춘 T.M이라는 사람은 일본계 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청원 내용이 자국민을 위한 게 아닌 '일본의 분노를 사고 있다'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이 청원은 성격상 마이크 혼다 미 하원의원이 위안부 결의안 발의 이후 만들어진 소녀상의 무게감과는 그 격 자체가 다릅니다. 정상적인 입법 발의를 통해 결의안이 통과된 것과 일개 시민이 자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일본인과의 외교 마찰이 이유라면 더더욱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저 사이트는 우리나라 청와대 홈페이지가 벤치마킹한 그대로 '자국민의 고충'을 듣기 위한 창구거든요. 


더구나 위안부법을 발의한 의원 역시 일본계 미국인인 상황에서 같은 일본계 미국인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실제로 소녀상을 치워달라는 청원이 아닌 미국으로 하여금 '다른 발언'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면 지금의 일본에게 힘이 되는 어떤 외교적 발언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지난번에도 보셨듯이 미 상하원과 오바마 대통령의 관계를 생각해볼때 미 하원이 채택한 결의안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직접적인 말을 할 수 있는 입장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일본계 미국인인 의원이 발의를 해서 만들어낸 결의안으로 인해 세워진 소녀상 제막식에 정작 신연성 LA총영사는 참석을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당시 신 총영사의 불참은 신 총영사 본인의 결정이 아니라 위안부기림비를 세운 가주한미포럼측과의 협의에 의해 불참을 결정했으며 불참 사유는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과 정치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물론 이 방안은 결과적으로 기림비 자체의 정치성을 상당히 퇴색시켜 이번 건과 같은 논란에서 회피할 수 있는 명분이 되긴 합니다만, 사유를 분명히 '정치적 논쟁의 회피'로 확정함으로서 이 건에서 도망치려는 이미지와 더불어 오히려 소녀상 자체의 논쟁 여부를 만들어준게 아니냐는 것이 제 생각이네요.


...


앞으로 나올 결과는 흥미롭지만 과정은 그리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국민들의 행동은 물론 긍정적이지만 그렇게 많이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 같네요.



물론 불안한 건 백악관이 아니라 친일파들로 가득 찬 여당때문이라서 그러시는 거 잘 압니다. 




주말 하루 쉬고 다시 뵙겠습니다.

posted by RushAm 2014. 1. 8. 16:14

휴대폰을 사면 기본으로 깔려 있는 앱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른바 번들인데요. 예전에 컴퓨터를 사면 기본적으로 몇 개 쓸만한 유틸이나 게임 깔아주듯이 따로 받지 말라고 깔아주는 차원으로 생각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모델이 진화하면 진화할수록 이 기본앱들은 적게는 40개 많게는 70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데다 이 앱들이 특별히 유용하거나 매번 일일히 깔아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시켜줄 만큼 필수적이냐면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당연하겠지만 이들은 이렇게 기본적으로 앱을 탑재하는 댓가로 앱 개발사 혹은 통신사로부터 일종의 금전거래를 갖습니다. 루팅을 하면 제거가 되지만 A/S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는 루팅으로 인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손상의 경우를 감안한 조치이지만 사실 루팅으로 인해 앱에 의한 광고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거든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 돈 다 주고 폰을 샀는데 왜 이런 기본앱들이 깔려 있어서 내 폰이 광고로 덕지덕지 지저분해지는지 의문이 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생각을 잘 해봐야 되는 것이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구글 플레이에서 넥서스 시리즈를 사거나 아이폰을 사지 않는 이상 대체로 통신사를 거친 가격에 폰을 사게 됩니다. 특정 요금제 사용을 조건으로 한 할부 지원을 받으면서 말이죠. 대부분 할부원금이라는 가격에 익숙할 뿐 이 폰이 진짜 내가 얼마의 돈을 주고 사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내 폰은 20만원이야'라는 말 대신에 '내 폰은 62요금제 3개월 유지야' 라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하니까요. 한마디로 폰은 이미 일정 금액을 주고 완전하게 내 소유로 만드는 가전제품의 선순환 판매구조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필요 이상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있을수도 있고 통신사간의 가입자 경쟁으로 인한 가전회사와의 알력싸움이 끼어있을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제 값을 내지 않는 소비재는 어떻게든 이런 재앙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라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맹점입니다. 기본앱이 전혀 깔리지 않은 폰을 팔 테니 할부지원금을 없에고 요금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겠다는...한마디로 공짜 폰을 없에겠다고 발표를 한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당장 방통위의 보조금 축소 발표에도 여론의 반응은 환영이 아닌 '발끈'이었습니다. 아마 지금의 통신사 판매 체계를 없에고 모든 폰을 디지털플라자나 베스트샵같은 양판점에서 다른 가전제품과 똑같이 정찰제로 판매한다고 하면 찬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전후 20분 이상 광고를 봐야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대체 TV도 아니고 내가 내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데 왜 광고를 봐야 하냐며 투덜대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영화관에 오는 사람 중 몇 명이나 9천원이라는 영화 티켓을 정가 그대로 사가지고 왔을까요? 많은 할인 혜택과 조금 능력이 되시는 분들은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활용하여 심하게는 1천원에 영화를 보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1천원에 영화를 틀어야 하는 극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말 광고 없이도 가능할까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투덜거리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적어도 내가 내는 돈에 비례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자각을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한 쪽을 택하지 않으면 어느 한쪽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폰의 기본앱이 싫다면, 통신사의 독과점 폐해가 싫다면 통신사의 유통 반대에 더 큰 목소리를 내시고 대신 그로 인해 폰 구매 부담이 더 커지는 데에 대한 부분은 감수하셔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화관이 유료 관객에게 광고를 트는 게 불쾌하다면 그것에 대해 충분히 항의하시고 대신 영화 할인율이 축소되거나 영화를 제값 내고 봐야 하는 일이 늘어난다면 그것 역시 등가교환원칙으로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더 궁극적으로 필자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적어도 지난 갤럭시S3의 17만원 쇼크 당시 피해를 봤던 사람들이나 영화를 할인 제도 하나도 모른 채 9천원을 꼬박 꼬박 지불하면서도 영화 시작 10분 전에 자리를 잡아 20분이나 광고를 봐야 했던 사람들이 적어도 돈 낸 만큼의 서비스를 받았으면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으면 본인에게 가해지는 다른곳에서의 차별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죠. 내가 누군가에게 갑질을 해 왔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갑질을 당하는 을이 되는 갑을관계의 불합리성에 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기업이 주도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짐과 동시에 우리 수준에 맞춰주는 기업 역시 갖게 되니까요.


사회는 정말 작은 곳에서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질 않을 거에요.

모든 것이 완벽해질 수는 없습니다.




세상은 러브 앤 피스보다 기브 앤 테이크이니까요.

...


내일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1. 7. 16:36

수서발 KTX가 연봉을 10% 더 주는 조건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뭐 자세한 내막은 언제나 불친절하게 느껴지시겠지만 직접 찾아보시도록 하고요. 아무튼 왜 수서발 KTX는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밖에 출범할 수 없는 것일까요



일본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일본은 진즉에 민영화되어 5개 회사가 일본 철도를 나눠먹은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참 독특한 회사가 있는데요. JR 도카이도라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도쿄에서 오사카 간의 신칸센을 운용하는데 물론 이외에도 다른 지역의 낙후된 철도를 함께 책임지고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의 수익이 바로 이 신칸센에서 나오고 다른 노선은 모조리 적자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을 대표하는 두 도시인 도쿄와 교토 (오사카) 를 연결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 KTX에 비견될만 하다고 하겠습니다. 당연하지만 JR 도카이도는 이 도카이도 신칸센의 수입으로 다른 노선의 적자를 매우고 있는 경영 형태를 취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이 노선이 포화상태다보니 또 하나의 신칸센을 JR도카이도에서 건설중입니다. 주오 신칸센이라고 불리는 이 노선은 출발역도 다르고 기종도 다릅니다. 2027년 전 구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이 노선은 100% JR도카이도 소유의 제 2노선입니다. 아마 도카이도 신칸센의 승객 수요를 상당 부분 나눠가져갈것이 분명해보이고 새로 정차하게 되는 도시들의 시너지도 굉장히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구나 출발 역은 우리나라의 서울역에 비견되는 도쿄역이 아닌 우리나라 강남역에 해당되는 '시나가와'역을 출발해 '최고 번화가'인 신주쿠 역을 경유할것으로 보이고 있어 (물론 우리나라의 수서역과 서울역만큼의 거리는 아닙니다) 아마 수요면에 있어서는 새로 개설되는 노선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이 노선에만 계획 당시 우리돈으로 50조원이 투입되었으며 현재 그 계획은 계속 늘어 건설비는 이미 80조원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이미 민영화된 일본의 철도에서 새로운 신칸센을 이런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을 들여 건설하는 이유는 당연하겠지만 '하나의 회사'가 계획하고 그 계획 하에서 수요를 예측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노선을 거의 다 지었는데 갑자기 정부가 이 주오 신칸센을 도카이도 신칸센과 경쟁시키겠다고 다른 회사 (예를 들어 JR니시니혼)같은 곳에 넘기겠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미 80조원 넘게 투자한 돈은? 도카이도 신칸센만 갖고 있어도 그냥 꿀 빨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일부러 분산시키려는 '계획'하에 지은 지금 신칸센보다 더 빠르고 쾌적한 신칸센을 다른 회사에게 아무 댓가 없이 넘기게 된다면 가만있을까요? 아마 일본 역사에 남을 만한 소송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수서발 KTX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코레일이 그냥 공기업이 아니라 사기업, 즉 이미 민영화된 기업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수요 예측과 노선 분산 계획, 그리고 그에 따른 손익 계산이 이미 끝난 시점에서 갑자기 '너희가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 경쟁이 안되니까 다른 회사에게 주도록 해'라고 하면 빡이 돌지 않을 기업은 없겠죠. 더구나 새로 건설해서 쌔끈하고 같은 노선에 비해서 접근성도 좋으며 더 쾌적한 노선을 말입니다. 더구나 그 노선 이외에 다른 노선에 대한 운용 책임은 일절 없다면? 이게 과연 경쟁일까요? 그냥 옆나라 일본의 철덕후들에게만 물어봐도 이게 얼마나 미친 개소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수서발KTX는 이미 판매 운영 부분만 따로 분리한 것이고 철도 수송 및 차량 운용 부분은 기본 코레일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10% 더 많이 주는 연봉 떡밥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죠. 경부선 KTX의 수요가 줄어들면 당연히 KTX만 운전하던 분들은 편성이 줄어드는 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고 그것은 곧 적자를 의미하며 곧이어지는 정리해고를 의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파업은 이런 다소 복잡한 플래그의 속사정이 있는 것이고 그들이 수서발 KTX에 인력적인 참가를 거부할 것을 예상한 코레일 자회사는 단지 자회사일 뿐인데도 이직 시 10%의 추가 임금을 떡밥으로 내세울수밖에 없는 것이죠.


경쟁을 통해 10%의 요금 인하를 말했던 수서발 KTX가 어떻게 연봉을 10%높게 줄 수 있는 것일까요? 그만큼 KTX가 가지는 수입 체계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심지어 최악의 민영화라 일컬어지는 일본의 경우 JR도카이도는 수익성이 많은 신칸센만을 가져간 것이 아닌 수익성이 떨어지는 도카이도선까지 모두 가져간 형태라서 신칸센의 수익으로 적자를 보존하고 수익을 내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수서발 KTX는 무슨 먼치킨처럼 인근 재래 노선을 단 한개도 가져가지 않고 KTX만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주제에 경쟁을 논하고 있는 것이죠.





이대로 간다면...잘 하면 말이죠

지금 인터넷에서 언급되는 영국, 아르헨티나, 일본 등의 민영화 실패 사례보다

더 악질적인 민영화가 실제로 벌어질수도 있습니다.



아마 언급된 나라 중에 우리나라가 가장 최악의 철도 민영화 사례로 꼽힐수도 있다는 거죠.

이제부터는 영국과 일본 대신에 우리나라를 민영화의 대표적 악질 사례로 꼽히게 됩니다.


...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posted by RushAm 2014. 1. 6. 14:20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


아 ㅆㅂ 할말을 잊었지만 아무튼 총평을 합니다. 일단 연설 전문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보실 수 있으니 저는 그 내용에 대한 부분과 의중을 살펴보는데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번 신년 기자회견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박근혜는 정치에 매우 무지합니다. 당대표였을때도 그랬고 국회의원이었을때도 그랬습니다. 불쌍한 이미지로 총알을 받아내는 역할에는 매우 능합니다만, 그 이외에 어떤 정치적 역량도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나 외교 무대에서 어떤 성과를 낸다던지 혹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정책 추진을 기대하기는 아마도 임기 내에는 어렵지 않겠느냐 하는게 이번 신년사에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특히 통일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는 무서울 지경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인사'를 잘 하는 것, 다시말해 자기 사람을 잘 만들어서 구슬리는 것으로 세상에서 살아남곤 합니다만, 박근혜는 그마저도 잘 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박정희처럼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해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냐면 또 그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공안정국과 아주 잘 어울리는 인물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냐, 지금 박근혜는 소꿉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정계 장차관들이 왜 소집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명확해지죠. 사회를 맡은 이정현은 기자가 손을 드는 즉시 그 기자의 이름을 바로 외쳤고, 기자들은 약속된 것처럼 한 사람씩 질서정연하게 질의를 했으니까요.



출처 : 네이버 웹툰 '히어로 메이커'



아~ 대통령이 되고 싶어, 대통령이 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래야지 하면서 상상을 하는 흔히 볼 수 있는 소녀들의 감성 그대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은 일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밑에 있는 사람들이 이 분의 취향과 이상향대로 국정 운영에 있어서 연극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국정 자체에 손을 대는 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요. 아마 지금의 공안 정국은 박근혜 본인의 아이디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번 신년사에서 느낀 바입니다. 한마디로 불통을 만들고 있는 건 박근혜 본인이 아니라 박근혜가 불통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또 다른 인간들이 저지르고 있다는 게 되는거죠.


사실 불통정부와 공안정국을 만들어서 이득을 보는 쪽은 박근혜 본인이 아닙니다. 본인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손해를 보면 손해를 봤지 이득을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금 박근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통령이 된 지금 현실 그 자체에 만족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명박이랑은 좀 다른 캐릭터인데 이명박은 만족이 없이 임기 내내 무언가 (뒷돈을 챙기는 거) 를 계속 해왔다면 박근혜는 대통령이 된 지금 딱히 어떤 것에도 의욕을 보일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냥 대통령의 의전행사 정도에만 참석하는 데에 열을 올리는 것이죠. 해외 순방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박근혜가 아닙니다. 이미 된 사람을 하야시켜봐야 소용이 없는거죠. 지난 이명박 정권때도 말했지만 지금 이들은 포스트 박근혜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으며 어쨌든 총알받이 뒤에서 돈만 세면 됩니다. 우리는 이들을 골라내는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그들은 친일파일수도 있고 매국노일 수도 있으며 대통령처럼 한 사람의 인물로 대표되지 않은 집단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뽑아내지 않으면, 이들을 한두명이 아닌 절대다수를 숙청하지 않으면 박근혜가 설령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 한들 나라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인물에 집중하지 말고 집단에 주목합시다.

그들 뒤에 숨어서 총알을 피하고 있는 자들이 대체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 봅시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발 부탁이니 표 좀 주지 맙시다.


친일 이력이 정치인생 최악의 흠결로 작용하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만 합니다.


...


내일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1. 5. 16:15

미투데이 논쟁에 잠시 참전했었던 필자로서는 미투데이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결정이 의야스럽기만 합니다. 사실 네이버에는 미투데이 말고도 더 많은 투자를 꼴아박으면서 수익은 전혀 내지 못하는 사업들이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사실 미투데이는 웹툰 서비스보다 더 나중에 나온데다가, 사용자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멀쩡히 서비스하던 사이트를 네이버로 끌어들여서 폭파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사례들이 대부분 네이버가 스스로 시작한 서비스가 아니라 대부분 외부에서 회사째로 구입해서 가져온 서비스를 이렇다할 푸시 한번 해보지도 않고 종료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윙스푼, 윙버스도 네이버가 화려하게 인수를 발표한 지 불과 몇 년 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것도 아니었단 말이죠. 그런데 부랴부랴 특히 작년 말을 기준으로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점도 약간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는데 첫 번째는 정부의 압박입니다. 지금의 정부 기조는 창조경제이고 아마 이 정부가 생각하는 창조경제의 모델은 주로 스타트업의 지원에 맞춰져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네이버의 지금까지의 행보는 매우 거슬리는 행보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데요.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으로서 남아있게 만들기는 커녕 새로운 유사 서비스를 시작해서 자금력으로 짓눌러버리고 결과적으로 검색 트래픽을 높이는 경영방침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금의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죠. 아무리 기득권층의 로비와 딸랑딸랑으로 네이버가 이미지를 쌓아왔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알아서 기는 형태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부의 압박 없이 네이버가 스스로의 컨텐츠 서비스 생산 능력을 양성하기 위한 쇄신책 차원에서 외부 자원들을 쳐내는 과거 세탁을 했을 가능성입니다. 그런데 만일 진짜로 네이버가 그랬을 리는 없지만 그랬다고 한다 한들 네이버는 개과천선은 커녕 결국 지금까지 행보가 욕을 들어먹어 마땅한 수준의 경영방침이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회사 자체적으로는 좋은 방향이 될 수 있겠지만 회사가 인수되면서 인계받은 개발자며 운영 인력들의 고용 문제 등 상생과 관련된 부분은 여전히 고려를 하지 않았다고밖에는 볼 수가 없네요. 물론 다른 서비스팀으로 흡수 및 재편성을 했다고 한들 부서가 없어지면 한 명도 쳐내지 않고 만들어낸다는 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미투데이에 한정하는 이야기입니다만, 2012년 4월부터 시작된 네이버 뉴스 및 블로그 등과 미투데이와의 통합 등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덮기 위한 수작질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국군 사이버 사령부와, 국정원의 증거가 나오고 있는 곳이 대부분 트위터에서 나오고 있고 아직 본 무대인 네이버 뉴스댓글에는 손도 대지 않은 상태거든요. 그런데 이 뉴스 댓글 시스템이 국회의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소셜이 대응되도록 뜬금없이 바뀐 점과 댓글이 주로 리트윗 (미투데이의 경우에는 미투 기능) 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아직 미투데이에서는 이렇다할 증거가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상당히 석연치않습니다.



트위터에서 증거가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일단 트위터는 미국 회사이고 계정 폐쇄를 해도 리트윗하고 수동RT기능으로 인해 글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단 말이죠, 미국 회사니까 그걸 일일히 지우라고 압박할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그런데 미투데이는 좀 다릅니다. 국내 회사이고 일단 서비스를 종료하고 접근을 차단한 다음 폐쇄 절차를 밟으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지 않는 한 미투데이와 네이버 댓글과 관련된 증거를 은폐할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는 말이죠. 미투데이를 이런 식으로 통째로 날려버린다면 아마 대선개입의 주요 창구가 되었던 네이버 뉴스 (일반 사용자들의 댓글은 일괄 삭제가 가능하지만 미투데이는 미투기능으로 불가능할수도 있다는 점을 착안해볼 때) 에서 나올 수 있는 증거를 조금도 남김 없이 인멸하겠다는 어떤 의지를 보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미투데이같은 사이트는 물론 광고 유지가 쉽지 않은 플랫폼적 한계도 있지만, 쓸데없이 네이버가 해댔던 공격적인 연예인 마케팅만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렇게까지 돈이 많이 들어가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더구나 외부에서 인수한 서비스라고 한다면 서비스 종료가 아닌 분사 혹은 매각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하는 편이 네이버측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투자한 자금을 생각해볼 때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서비스 종료 시점은 지금까지 IT기업들의 서비스 종료 시점 발표와 시점을 생각해볼때 지나치게 빠른 감이 없지 않으며 종료 이유 역시 과도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라는 실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었다는 점이 의구심을 줄지 않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튼 태생부터 말이 많았던 미투데이는 침묵을 환영하며 이렇게 저물어가는군요.  미투데이에 쌓여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인맥 그리고 ...증거...들은 이제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거고 말이죠.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생각같아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날려버리고 싶을 들...로 니 나 꼬 

은 연 이 를 며 을 로 고 지 면 을 고 지 다...

posted by RushAm 2014. 1. 4. 15:19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두고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 의회에 안건을 상정했다고 합니다. 어제는 손석희의 뉴스9에 나와서 인터뷰도 했고요. 인터뷰를 들어보는게 사실상 제가 들은 공식석상에서의 문용린에 대한 첫 입장표명이었는데요. 그가 말한 첫 마디는 '흉기를 가진 학생이 있을 경우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선생님이 수색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담배를 가지고 있을 경우 학교 내 전 학생 금연이 교칙인데 몸수색을 해서 담배가 있으면 압수를 할 권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전문 및 동영상 >>http://news.jtbc.co.kr/html/056/NB10407056.html<<


교사의 정의는 '학생을 가르치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직은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등교시간부터 하교시간까지 학교 및 교육청의 정책에 맞춰 그들의 안전과 신변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국가기관 소속의 공무원인것이죠. 이 학교란 왜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일전에 사회교과에서에서 한번 다룬 적이 있지만 더 결과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학교는 국가가 필요로 해서 운영하는 것이지 학생이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학교를 진정 다니고 싶어서 다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사람이 절반이나 될까요?


그렇다면 목적성에 있어서 적어도 교사는 자신들이 약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미 필요성에 의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국가가 필요한 지식을 주입시키는 기관이라면 편리성을 추구할 권리는 거기에서 사라집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 국가에서 무슨 교육을 받거나 회사에서 교육을 참가하면 돈을 내나요? 아니죠 교육비를 받습니다. 왜냐 시간을 들여서 '회사' 혹은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교육을 이수할 것을 강요한 데에 따른 댓가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그것을 의무라는 이름으로 옭아매고 있는 것이고요. 이미 갑을 관계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교사 더 나아가서는 학교가 을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을은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서의 을이 아니라 필요성이 있어서 노력해야 하는 위치를 말하는 을을 칭합니다.


그런데 문용린 교육감은 선생님의 지도권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도권이 침해받으면서 교육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 학생들에게 제약을 걸지 않아서 생긴 일일까요? 일선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결국 답은 하나입니다. '학생들에게 들일 시간이 부족해서'입니다. 수업 시간 이외에도 언제든지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며 더 나아가서는 저녁식사라도 같이 쿨하게 하며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이 교사들에게 주어지고 있나요? 예전과 같은 가정방문이라는 말 자체조차 없어진 판국입니다. 왜냐고요? 교사들은 지금 학생들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을 만큼 별 쓸데없는 일에 너무 바쁘기 때문입니다.


7.56 >>>> 48.91 희안한 셈법


교사는 경찰이 아닙니다. 학생은 투표권이 없다고 국민의 기본권을 누리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간의 자궁에서 나오자 마자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존엄성과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누리게 됩니다. 어느 누구도 학생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당하는 몸수색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만일 그 사람이 흉기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하고 수색을 했을 때 발견되지 않았다면 형사법상의 무죄추정 원칙조차 위배한 꼴이 되는데 이런 꼴은 요즘 콧대높다는 경찰들조차도 안하는 병신짓입니다. 그걸 지금 시키겠다는게 문용린의 생각인거죠. 


직업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은 정당합니다. 그런데 그 편리성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 자신들이 일을 하는 다른 인격체를 침해하는 방식은 심각하게 잘못되어있습니다. 공무원은 국민이 편리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 자신들 개인의 삶의 편안함과 안전함을 추구하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이 아니라 일입니다) 만일 공무원이 그런 발언과 사상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공무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는거죠.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지금 교육 현장에서 괴로운 이유를 본인들 스스로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 외부적으로는 학생 탓을 하며 징징댄다는 것은 다 큰 어른으로서 굉장히 찐따같은 모습입니다. 결국 위가 무서워 아래를 갈구는 비겁하고 치졸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죠. 그들이 그러고도 사람을 가르치는 교사라는 직업의 존엄성을 이야기할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근데 투표권이 있는 국민들이 너무 병신같아서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교사가 학생을 통제하고 재단하는 것을 고착화시키려는 이유는 익숙해지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예전 일제 시대때 일본 왜놈들이 그랬습니다. 학생들에게 칼을 찬 순사 교사들을 입장시켜서 아이들에게 상명하복의 공포를 주입시키고 윗사람의 의견에 무조건적인 복종과 개성을 짓누르고 성장하는 데에 익숙해져서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하고 결국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기득권에 동조하고 권력에 순응하는 인간층을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권력층의 텃밭이 될 것이고 나아가 그들의 2세 3세들이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를 만들어 줄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짓거리를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



내일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4. 1. 3. 10:02

이쯤 되면 거의 왕따 수준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교학사 교과서는 지금으로서는 거의 선택되지 않았고 선택되더라도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다는 모양새로 시끄러웠던 논란을 잠재우고 있네요. 그런데 과연 교학사 그리고 역사학자 유영익이 이런 상황을 몰랐을까요? 정녕 국민적 반발이 있을 것을 모르고 우리가 '교과서'만 찍으면 어린 학생들 생각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교과서를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순진합니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정말이지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죠.


얘들이 그렇게 멍청할리가 없다 진짜 이 교과서가 마구마구 퍼지도록 채택되게 하고 싶었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으리라 지금처럼 대놓고 사람들에게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는 방법까지 필요한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면...


교학사는 '악역'을 자처했습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놓이는 것을 원했죠. 교학사는 사실 '역사교과서'가 아니더라도 다른 걸로 잘 먹고 삽니다. 굳이 역사 교과서 하나 채택 안되더라도 회사가 망해먹지는 않는다는거에요. 게다가 역사교과서는 약간의 블루오션 성격이 남아있어서 채택하던 교과서를 계속 채택해나가는 풍토를 감안해볼 때 기회도 있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있다고 봐야 하거든요. 많은 투자를 했는데 채택이 되지 않았을 경우의 후폭풍도 분명 감안을 하고 들어갔어야 한다는 거죠.


북한이 요즘 이슈가 거의 없는 가운데 또 다시 지겹게 들려오는 뉴스가 다름아닌 '아베노믹스', '아베정권의 개헌',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뉴스들입니다. 국제뉴스가 마치 그것밖에 없다는 식으로 연일 보도가 되고 있죠. 북한때도 마찬가지지만 주적이라고 부르짖는 대상을 그토록 심도있게 보도하고 나쁘다며 까는 보도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연일 보도가 되는 형태는 마치 '기사 꼭지가 떨어진 보도국의 고민'을 엿보게 합니다. 뭔가 이유가 있지 않는 한 그런 보도가 계속될 리가 없다는 거에요.


징용피해자 명부가 발견된 것이 정말 우연일까? 일본은 왜 그걸 순순히 넘겨준걸까? 그리고 왜 정부는 그걸 조사한다고 들고 들어가서는 여태 무슨 내용인지 소식조차 없는 것인가?


어쨌든 교학사는 '뉴라이트 역사교과서'로서의 목적을 훌륭히 완수한 걸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적대심이 굉장히 높아졌고 또다시 정신대, 종군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니까요. 아베정권을 비롯해 일본이 우익화가 되면 될수록 지금의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혁혁한 공적의 친일파들이 쫄리는 자료들이 일본 내 극우단체들에 의해 공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이 공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답은 하나죠. 일본 자체를 적화시켜서 일본이 공개하는 모든 자료를 '거짓'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입니다. 교학사는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싣고 또 그것으로 하여금 국민적 거부감을 조성하는 것으로 턴을 마친 것이죠.


많은 학교에서 교학사가 선정되지 않았고 교학사를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개념있음은 칭찬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을 이끌어내고 그들의 행동을 칭찬하는 분위기를 누가 왜 조성했는지, 왜 굳이 당연해야 하는 걸로 '칭찬하고 안도해야만 하는' 분위기를 꼭 만들어내야만 하는지, 그 필요성과 그에 따른 혜택은 누가 얻어내는지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 끝에는 일본의 주둥아리 놀림에 제일 후달릴수밖에 없는 정치인생을 살아온 한 군인 출신 정치가와 그 일족이 있다는 것이죠. 


이승만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과연 반일주의로 자기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아사다 마오는 또 스포츠 뉴스에 얼마나 많이 등장할까요?



그리고 교학사는 일본의 후소샤가 될 수 있을까요?





>> ...관련해서 읽어보면 좋은 글 <<



내일 뵙겠습니다.

posted by RushAm 2014. 1. 2. 11:18

새해부터 사회교과서 속 코너 '쪽대본'을 연재합니다. 주 3~4회 연재되며 분량은 A4한장 정도의 분량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분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사회 현안'입니다. 

본 내용은 70%정도의 신뢰수준의 표본오차는 ±11.4%입니다.


외촉법 통과


외국인투자촉진법입니다. 이 법의 뜻까지는 사실 알 필요가 그닥 없습니다. 뉴스에서 설명을 해도 손자 회사가 증손회사가 어쩌고 저쩌고는 다른 세상 이야기잖아요. 몇 가지 팩트만 정리하겠습니다.


- 재벌들은 대부분 군 문제나 그렇게 해도 국내 경제활동에 큰 패널티를 주지 않는 현행법을 파고들어서 자식들을 대부분 해외로 보내서 그 나라 국적을 따게 했는데요. 이게 지금 와서 문제가 되는게 이건희 회장도 늙었고 슬슬 승계 구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단 말이죠? 근데 손자들이 다들 외국인이니 우리나라 기업 경제 참여 제약만큼은 아직 존재하고 있었단 겁니다. 예를 들면 외국인이 회사를 함부로 단독지분참여를 통해 꿀꺽할 수 없도록 몇 가지 보호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는 거죠. 물론 외국자본에 의한 시장잠식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근데 이 장치를 풀어버리는게 이번 외촉법의 골자라고 할 수 있죠.


왜 뜬금없이 풀어버렸냐면 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이미 '외국인'이 되어버린 자녀 손자 며느리에게 무사히 경영승계를 해줘야만 하거든요.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지난해 한창 떠들썩했던 페이퍼컴퍼니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자산도피처에 있는 재산들을 사실상 우리나라에 들여오기가 지금까지는 어려웠지만 이제 이 법으로 우리나라에 무혈입성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사실 재벌들이 의무는 안지키고 혜택만 받으려는 식으로 자녀들을 무분별하게 해외로 보내거나 원정출산까지 해가며 국적을 따는 것이 이 법이 없었다면 족벌승계의 종말로 자승자박이 될 뻔했지만 이걸로 무사히 해외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자산도 손쉽게 국내로 회수할수도 있고 자신들의 경영권도 아들손자며느리에게 무사히 인계되겠지요. 


이제 이런 짓 더이상 안해도 된다는거죠.


- 자 그건 그렇고 정치권은 왜 갑자기 이런 친재벌적인 성향의 법을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통과시켰냐면 안타깝게도 이명박이 싼 똥 때문입니다. 4대강 사업이 이미 지난 해 감사에서 대차게 까이고 올 여름에도 또 한번 녹조대란이 일어날텐데 아시다시피 세수는 부족하고 4대강 보 철거 예산은 안드로메다거든요. 근데 이 외촉법 내용 중에 잘 알려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친수법 연계'입니다. 


친수법은 친수구역 활용에 대한 특별법, 다시말해 강 주변 개발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 골자거든요. 대부분의 4대강 사업구간은 상수원개발제한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이명박의 생각대로 강변 파라다이스를 만들 수가 없었는데 이 친수법이 통과되면서 개발 규제가 풀렸습니다. 근데 풀린게 2010년인데 건설경기도 침체되고 수요예측도 엇가나면서 아무도 강 주변 땅에 투자를 하지 않고있거든요. 건설사들은 어음 막기도 바쁜데 강 주변에 팔릴지 아닐지도 모를 타운하우스를 지을 리가 없지요.



근데 지난해 7월 (일단은 본회의에서 부결되긴 했지만 그때부터 외촉법은 발의되고 있었습니다.) 외촉법 내용에는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는 수위계약 범위에 친수법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번 외촉법에서 그 부분이 빠졌는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만 만일 이게 빠지지 않고 그대로 통과되었다면 결국 이 정부는 4대강 보 철거보다 어떻게든 4대강 주변을 더 개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이명박이 지난해 여름에 자전거 타고 한강변 달린 게 단지 쇼는 아니었다는 겁니다. 국내 건설사가 아무도 참가를 안하니 상수원 강변 개발 규제 완화에 외국인들까지 참여시키려는 거죠. 


무슨 약점을 그렇게 잡혀있길래 이명박이 싼 똥을 이리도 정성스례 치워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외촉법 생각보다 우리의 도덕 기준을 크게 변화시킬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내일 또 뵙죠.

posted by RushAm 2013. 12. 27. 14:18

도가니라는 영화가 있었다. 영화의 소재가 매우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 소재가 매우 충격적이도록 느껴지게 만드는 데에는 무엇보다 감독의 역량과 배우의 연기, 각본과 편집이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는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화 그 자체의 완성도가 확보되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영화 변호인에 높은 평가를 내릴 수가 없다.



이런 영화는 '공감대'라는 것을 반드시 밑바닥에 깔고 들어간다. 노무현이라는 한 인간의 의로운 삶에 대해 조명하고 그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 영화가 도가니와 다른 점은 변호인의 경우 이미 노무현에 대한 '감동'을 어느 정도 안고 가고 있었던 반면 살인의 추억이나 도가니같은 사회 고발 영화의 경우는 사전에 관객들이 그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보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변호인은 굉장히 많은 잇점을 가지고 개봉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공감대를 파고들었을 때 터질 수 있는 흥행 효과의 집대성을 우리는 최근 개봉한 '써니'의 흥행에서 볼 수 있었으니까.


서태지가 오랜 공백을 깨고 솔로 1집을 내놓을 때 당시 음반사였던 '삼성뮤직'이 내놓은 캐치카피는 '태지가 듣고싶다'이다. 결국 변호인도 '노무현이 보고 싶다'라는 캐치카피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부림사건이 얼마나 질이 안좋은 사건인지보다 노무현의 개인적 일대기를 더 많이 부각시키려 애썼고, 당시 서슬퍼런 전두환 정부의 학생 탄압 배경과 그의 부당함을 부차적으로 전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에 대한 전제조건 즉 '메시지 자체의 무결성'을 제외한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높냐는 질문에 변호인은 딱히 '그렇다'라는 답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있다. 서태지의 1집이 그 시끌시끌한 화제성과 판매량에 비해 곡 자체에 대한 평가가 좋았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노무현이라는 꺼풀을 하나 벗겨놓고 보면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서 감독이나 그외 스테프에게 좋은 평가를 줄 수가 없는 작품이다. 



디 워가 개봉할 당시에도 그랬다 사람들은 조금 최면에 걸린 듯이 마치 의무적으로 봐야 한다는 듯이 영화 한 편을 보는 데에 '나라를 위한다는' 목적과 사명을 가지고 영화를 경건한 마음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결국 그 당시 디 워에 대한 영화에 대해 예술적인 평가절하를 했던 진중권은 집단최면에 걸린  자들에게 집중포화를 맞고 한동안 구설수에 시달린 바 있다. 필자는 변호인이라는 영화에 '디 워 보다 나을 것이 없는 영화'라는 평가를 주고 싶다. 디 워가 그랬던 것처럼 마치 처음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처럼 실화 그리고 노무현 그리고 민주주의 그리고 지금의 국민적 열망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영화적 완성도는 턱없이 부족하기 짝이 없다. 노무현이라는 재료는 매우 훌륭해서 아무 요리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으며 민주주의와 반공에 대한 반감성 그리고 현 정부에 대한 간접적 비판이라는 요리 레시피는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훌륭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 훌륭한 재료들을 요리로서 망쳤다고 보는 편이 합당할 것 같다.




충무로에 탄압받았던 인간 심형래를 위해 디 워를 보던 사람들과 지금 변호인을 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소소한 부분을 제외하면 큰 틀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진다. 그들은 영화가 주고 있는 너무나도 훌륭한 재료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기회에 감동하고 있다. 영화가 그 재료를 정말 훌륭히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지금의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느냐면 그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영화로 인해서 사람들이 작금의 현실을 인지하고 지금의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조금이라도 견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는 영화 자체의 평가는 저 먼 곳으로 가 있고 오직 정치적 기준만으로 평점이 오락가락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굳이 변호인 영화에 대해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지금의 흥행이 진정 '영화를 잘 만들어서'라고 영화 관계자들이 자평할 수도 있다는, 따라서 앞으로의 영화계가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7번방의 선물처럼 영화의 완성도는 뒤로 하고 클리셰의 파괴력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다. 천만 관객이 들어서고 영화 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에 좋은 재료빨로 거둔 성적에 자뻑하는 영화사 및 관계자들에게 일침이 분명 필요하다. 변호인의 흥행이 영화계가 그리고 제작자들이 샴페인을 터뜨릴 일로 자평하게 된다면 곤란하다. 변호인은 영화 그 자체로서 거둔 흥행 성적은 지금의 성적의 1/10도 될까말까하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한다.




26년, 화려한 휴가같이 현 기득권에 맞서내는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변호인도 지금 많은 숙제를 남기고 있다. 실제 사건과 인물에 대한 감정과 평가를 벗겨낸 다음 영화만이 남았을 때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그것이다. 물론 기득권들이 아무도 영화에 참가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지는 한계는 명확하기에 26년이나 화려한 휴가는 주어진 조건에 비례해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정작 변호인의 경우는 국내 최고의 흥행배우와 국내에서 제일 핫한 배급사를 끼고 스크린 수 확보도 충분했으며 소문 역시 제대로 나 있었다. 변호인은 이렇게 잘 깔려진 멍석에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줄 의무가 있었다. 감독은 인생 작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임했어야 했고, 구성작가도 조금만 더 집중해서 만듦새를 다듬었어야 할 작품이다. 영화는 천만 관객을 말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런 영화는 대충 만들어도 천만은 깔고 간다는 인식이 굳어진다는 현실이 무섭다. 앞으로의 영화판이 영화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소재싸움과 클리셰 전쟁이 될 거라는 생각, 그것은 결국 한국 영화의 일본 방화화를 의미하는 것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일수록 더 잘 만들어야 한다.

비단 영화만이 아니라 어떤 사명을 가진 미디어일수록

그 사명에 의존해서 흥행을 기대하는 짓은 매우 위험하다.


손석희 뉴스는 '공정한 뉴스'에 앞서 '잘만든 뉴스'이다. 공정한 뉴스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공정하면서 잘 만든 뉴스'는 없었다. 만일 손석희 뉴스가 그저 공정하기만 했다면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일수록 그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몰입하는 사람들은

흥행으로 거둘 수 있는 모종의 정치적 목적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영화에게 맡기는 것도 좋지만

영화에 대한 평가 자체는 별도로 두고 냉정하게 나누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한다.

 



posted by RushAm 2013. 11. 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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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정해야 할 때라고 다들 말해요. 어떤 대학 어떤 전공을 들어가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겠고, 저는 학교에서 지금까지 내신 관리하라면 관리했고, 수능 공부하라면 맞게 수능 공부를 해왔거든요. 다 끝나니까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진로 상담을 해도 그냥 점수 맞춰서 가라거나 취업율 높은 대학이나 학과를 권하고 있어요. 그냥 선생님이나 부모님 말씀 계속 들어도 되는 걸까요? 그러면 정말 세상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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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러면 세상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어요...끝



...은 농담이고 질문의 주객이 전도되었네요. 친구의 질문은 마치 '내가 지금 뭘 하고 싶은지 맞춰볼래요?'라고 묻고 있는 것 같거든요, 친구가 잘못했다고 탓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사회교과서잖아요. 어쩌면 친구에게 제일 필요한 이야기를 오늘 해드리게 될지도 몰라요. 그러기 위해서 쓰고 있는 교과서거든요.


친구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진로를 대신 정해주고 그 뒤를 따라가고 싶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이유는 무엇이 옳은 길인지 지금까지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죠.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대표적인 수험생 달래는 패턴 '그런 건 수능 끝나고 생각해' 라는 말은 술 마시기나 다른 유흥에는 충분히 통용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친구의 진로에는 통용되지 않을수도 있어요. 내가 뭘 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건 잉여시간 6개월만에 확립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10년도 걸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죽기 직전까지 깨닫지 못하기도 하는데, 하루이틀 조차 자기 시간을 갖지 못했던 수험생들에게 이제부터 1,2개월간의 다시오지않을 시한부 휴식기간동안 머리 싸매고 진로를 생각해보라고 세상에 던져놓는다고 해서 그게 가능할 턱이 없어요.


태풍따위 부러워하지 말고


다시 말하지만 사회교과서에서는 그런 여러분들에게 '무능하다'라고 책망할 생각이 없어요. 어쩌겠어요. 당장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지금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어떻게든 짧게는 1개월 안에 여러분들이 가능한 더 많이 생각해보고 진로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뿐일거에요. 수능 대비 지문 읽는 연습으로 인해 많이 피곤하시겠지만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우리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즐거운 생활이었나 바른 생활이었나 교과서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아무튼 그 시간에 선생님은 이제 막 자라나서 12년동안 학교에 정 붙이고 살아야 할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던졌어요.


여러부~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어요, 1.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2. 있으나 마나 한 사람, 3. 세상에 필요가 없는 사람, 자 어린이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나요?


아이들은 모두 손을 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있고 칭찬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선생님에게 '네 전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라며 선생님을 기쁘게 하는 데 여념이 없었어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한 부흥회는 결국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의 간증을 끝내고 선생님의 얼굴에서 만족감이 흘러 넘쳐 뚝뚝 떨어져야 비로소 끝나곤 했죠. 그런데 그 와중에 분위기를 깨는 아이가 한 명 있었어요


'네 선생님 저는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어요. 그리고 애써 쓴웃음이라도 보이며 아이에게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얼마나 안좋은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차마 손발이 사라질 것 같아서 그녀의 말투를 묘사하지 못하는 점은 양해를 바랄게요. 아무튼 그녀의 노력은 결국 마지못해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고쳐먹은 시늉을 한 아이의 입장 정정이 있고 나서야 겨우 끝났죠.


...


그 아이의 대답은 결코 철부지의 그것이 아니었어요. 그 아이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수동적 타의성'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졌던 것이죠. 사실 있으나 마나 한 사람도 결국 누군가에 의한 상대평가일 뿐이지 자기 자신이나 그 외의 사람들에 의한 절대평가가 아니라는 건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은 내가 꼭 필요한 일을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어요. 적어도 내가 뭘 하는지에 대해 오지랖 간섭질은 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을거라는 이미지가 그 8살 아이의 머릿속에 떠오른거죠.


학교 교육 12년동안 여러분들은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 하에 육성되어왔어요. 사실 이 말이 얼마나 무섭냐면 사회가 잘 되기만 한다면 꼭 필요한 사람만이 육성되어야 하고 필요없는 사람은 응당 도태되어야 한다는 이분법을 내포하고 있거든요. 이미 교육 단계에서 낙오자에 대한 배려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는 거에요. 이런 분위기는 고스란히 교육 현장의 압박감을 조성해서 꼭 필요한 사람, 반드시 타의적으로 평가받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며 길라잡이로 하여금 인정받을 수 있는 그들의 마음에 들 수 있는 길을 가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전파시켜요. 지금 막 수능을 본 여러분들은 그 압박의 터널을 끝까지 완주한거에요. 여러분들에게 축하를 건네고 한편으로는 위로를 건네며 또 한편으로는 측은지심을 보이는 이 모든 시선들은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달려온 길이 오롯이 여러분들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거에요.


1등급++이네요 '소'가 참 기뻐하겠죠?


12년만에 햇빛을 본 여러분들에게 눈부셔죽겠는데 이제 빛을 줬으니 얼른 눈앞에 있는 수많은 옷들 중 하나를 골라서 입으라고 해요. 여러분들은 단 한번도 옷을 입어본적도 없는것은 물론 옷 자체가 있는줄도 몰랐는데 그냥 밝아졌으니까 이제 눈이 보이기 시작하게 해줬으니까 서둘러 입고 가라고 재촉해요. 여러분들은 우왕좌왕하는게 당연하고 옷을 잘 못입는 주변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 스스로 옷을 고르는 데에 실패하고 누군가가 골라주길 원하게 되죠. 자신의 선택에 대한 두려움과 남이 내 선택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공포심이 함께하고 있는거에요. 뒤에서는 빨리 입고 가라며 재촉하고 미처 옷을 챙겨입지 못한 사람들은 부랴부랴 그 중 많이 선택하는 옷을 입거나 많이 남아있는 옷을 고르거나 둘 중 하나에요. 미처 옷을 입지 못한 채로 알몸으로 우두커니 서서 고민만 계속하는 사람들은 이미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죠. 


'나이가 몇살인데 아직도 알몸이야?'



...


우울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한다거나 어떤 현실을 미화하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여기에서 이제 막 수능을 끝낸 여러분이 하셔야 할 첫번째는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탈출하셔야 해요. 이거 굉장히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관념인데다 12년동안 새뇌까지 당한 여러분들에게 단박에 벗으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지금 여러분들이 주어진 시간에서 가장 빠르게 진로를 선택하려면 적어도 누군가에게 내가 인정받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부터 나오셔야 할 거에요. 물론 여러분들 대부분이 회사에 들어가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하는 피고용인이 된다면 제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때 하셔도 늦지 않는다는 거에요. 적어도 자신의 진로를 생각할때까지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자기 인생은 아주 오랫동안 스스로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하게 될 지도 모르거든요.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사회에서도 여러분들을 신경쓰지 않고 여러분들도 주변 사람들이 뭘 하는지 어떤 길을 선택하는지 크게 관심을 두지 마세요. 그리고 다시 한번 가야할 길을 보시는 겁니다. 있으나 마나 한 사람에게 들리는 조롱에는 귀를 닫으세요. 적어도 있으나 마나 한 사람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특별히 간섭을 하려 들지는 않을테지만 나처럼 살라며 얼른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새뇌시키는 사람은 있을 수 있으니까 조심하시고요. 핵심은 여러분들이 영원히 있으나 마나 한 사람으로 살다가 죽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시기부터 '꼭 필요한 사람'을 목표로 인생을 정할 필요는 없다는 거에요. (몇 번을 강조해서 미안하지만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라 그래요)


기업 성패를 남탓으로 돌리고 싶은 사장님들이 많이들 읽는 책이에요.


...


있으나 마나인 분들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은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서 탈출하신 분들이에요. 적어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될 위험은 조금 덜게 된 거죠. 이것만으로 절반 이상은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제가 하는 이야기도 약간은 모순된 것일지도 몰라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따르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으면서 저 자신은 교과서에다가 제가 말하는 대로 하라고 또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다만 가능한 지금 주어진 여러분들의 환경은 지금 당장 바뀔 수도 없고 바뀐다고 해도 여러분들에게 바로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저는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여러분들에게 지금 할 수 있는 한의 최대한이 될 수도 있는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쓰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는 스스로를 평가할 시간입니다. 물론 공부만 똑같이 열심히 하던 사람들에게 어떤 개성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고 그 개성을 스스로 찾을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기가 뭐하지만 아무튼 본인의 능력치나 스펙 뭐 이딴 게 아닌 리트머스 종이를 입에 물고 색깔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듯 성분분석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에요.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오래 해도 질리지 않는 쪽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아요. 아주 추상적이어도 상관없어요. 가령 난 세계 최강이 될꺼야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치면 사슬이 돌고 돌아 결국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세계 최강이 되는 길이 보이게 되거든요.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될 거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질거야, 뭐 이런 것도 마찬가지일거에요. 꿈이라는 건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꿈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마치 인생이 재미없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말동무같은 존재가 되어주어야해요. 많은 자기계발자들이 꿈이라는 존재에 대한 강박관념때문에 자신을 채찍질하고 결국 몸이 골아버리는 경우를 너무 흔하게 봐왔는데, 꿈이라는 존재조차 남에게 보여지는 악세서리 취급 가치관의 세상에 살고 있어서 그래요. 굳이 꿈을 너무 갖는 것 자체에 집중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인생은 꿈조차도 간섭할 권리가 없어요.



방향이 정해졌으면 이제 세상과 타협할 시간이에요. 내가 어떤 걸 이 세상에 지불하고 내가 생각한 그것을 따낼 수 있는지 진지하게 포커 게임을 해보는 거에요. 흔하게 대학등록금이 들어갈수도 있고 어떤 스쿨의 수강비용이 될수도 있고 어쩌면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긴 시간이 필요할수도 있어요.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무지무지 많이 만나러 다니며 자신을 알려야 하는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할수도 있는거고요. 제각각 지불해야 하는 것들의 형태도 다르고 그 결과도 천차만별이에요. 그렇게 주판을 튕겨보는거죠.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떤 것도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는거에요. 돈이 많이 들어가면 진로를 바꾸지 말고 우회로를 찾으시고, 담금질의 시간 동안 주류에서 멀어진 것에 대한 소외감이 걱정된다면 굳이 담금질을 계룡산에 처박혀서 도닦듯 할 필요는 없으니 대학 들어가서 대학생 생활 해보면서 준비해도 괜찮다는 거에요. 


수능 보고 오신 분들에게 너무 길고 지루하면 안될텐데 이미 길어졌지만 아무튼 이 단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거에요. 젊어서 바싹 벌어서 노후가 초라하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지금 당장 반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진짜 오싹하겠지만 우리 중 누군가의 인생은 그 열심히 준비했던 노후라는 것을 겪어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어요. 그게 인생이거든요. 그러니까 지금의 고통을 견디고 나중을 즐기라는 식으로는 절대 접근하지 마세요. 여러분들의 인생은 종착역에 가는 과정 1년 1개월 1시간 1분 1초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야 후회가 없거든요. 준비가 고통이면 완성되었을때의 쾌감은 완성 그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고통에서의 해방에 따른 것이라는 걸 여러분들은 수능으로 충분히 아셨으리라 믿어요.



가는 길이 굳이 고통일 필요가 없어요.


...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여러분들의 인생은 컨티뉴, 리벤지는 있어도 리셋은 없다는 거에요. 어떤 길을 가더라도 돌아오는 길은 반드시 잊지 마시길 바래요. 되돌릴 수 없는 일은 하는 데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시고 시간을 들이세요. 혹자는 주저없이 순간 미친사람처럼 내지를 수 있어야 인생에 진정 미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한 사람들은 리셋이 이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일 뿐이잖아요. 인생 언제든 어느순간에든 실패할 수 있어요. 당장 수능도 그렇잖아요. 수능에서 실패했다고 벌써 어떤 여학생이 또 올해도 이번에도 어김없이 죽었어요. 리셋 버튼이 필요한데 리셋 버튼이 없으니 그게 너무 좌절스러웠던 거죠. 길을 오는 데 돌아오는 길을 봐 두지 않았으니 막다른 낭떠러지에 다다르니까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뒤에서 몽둥이 들고 쫒아오는 선생님 부모님이 무서워 뒷걸음질치다 저도 모르게 떨어진 타살과 뭐가 다른가요? 


여러분들은 수능이 참 무서웠을거에요. 뒤에서 여러분들을 위해 기대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이 벼랑 끝에서 여러분들에게 극딜을 남발하고 여러분들은 뛰어내리느냐 마느냐만 남긴 채 이판사판인 심정으로 시험을 봤을 거에요. 앞으로는 그러지 마세요.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부칠 필요가 없어요. 항상 가던 길은 뛰어가더라도 젊은 헐기로 대쉬하느라 주변 풍경이 흐려지더라도 언제든 뒤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외워두자구요. 그렇다고 무슨 저축이나 보험 같은 걸 들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 언제든 넘어졌을때는 컨티뉴, 막다른 길에 부딪히면 언제든 리벤지 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에게 믿음을 주라는 거에요.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지 내 자신의 목숨과 인생을 지킬 수 있을 거에요. 이제 그걸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롤러코스터에 타고 올라가는 딸깍소리를 들으며 언제 끝나는지 얼마나 크게 떨어질지에 대한 불안과 환희가 동시에 함께하는 바로 그 시기인거에요. 아무리 무서운 롤러코스터라고 해도 결국은 제 자리로 돌아오는 길이 분명히 있잖아요. 불안하다고 무섭다고 중간에 뛰어내리지 말라는 거죠.



여러분들에게 참 쉴 틈을 안 주는 세상이에요. 수능 끝났더니 진로 정해라, 면접 준비해라, 대학 눈치싸움 해라, 재수할지 안할지 결정해라, 여태 하라는 대로 다 했더니 이제와서 이런식이라니 참 힘빠지고 지치는 일이에요. 뭐 그리 하라는 게 많은지 모르겠죠? 지금은 그냥 ㅗㅗ 날려주시고 조용히 자신의 입에 리트머스 종이를 하나 물고 며칠이든 몇주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잊고 '내가 나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네요. 내가 나한테 필요한 사람이 되면 인생을 후회없이 살고 쓰러져도 일어날 수 있으며 떨어져도 절벽에 매달릴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거에요. 어쩌면 수많은 돈을 모으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그럴싸한 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좋은 노후대비 방법일수도 있어요. 


...


꿈은 포기해도 되요.

근데 인생은 포기하지 마세요.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어요. 

그리고 어디라도 갈 수 있어요.



여러분이라면....충분히





공화국 사회교과서 제 7장 - 수능도 끝났는데 이제 뭘 해야 하죠 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