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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2 한국인과 정치, 기독교인과 기독교. 2
posted by RushAm 2010. 11. 22. 00:06
1. 해외에 있다 보면 나이가 있다보니 친구들을 사귀게 되어서 제일 많이 하게 되는 이야기는 서로의 나라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이건 특별히 그 나라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 친구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묻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론 이국적인 차원에서의 흥미도 있긴 합니다) 저 역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고민을 하죠. '음...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면 내 얼굴에 침뱉기가 될 것 같고, 돌려서 말하자니 왜곡하는 것 같고' 하지만 이 고민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습니다. 외국인 친구가 제가 대답을 하기 전에 한국 정치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때문이죠. 왠지 억울한 마음에 반박을 하게 됩니다. 마치 노림수에 걸린 것처럼 말이죠.

2. 현실에 긍정과 부정, 두 가지 치적이 심하게 뒤엉켜져 있을 경우, 혹은 부정이 가득하지만 내가 피할 수도 도망갈수도 없는 절대적 소속에 얽혀있을 경우 우리는 그에 대한 평가를 타인에게 맡겨지는 것에 대단히 민감해지게 됩니다. 부정이 가득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그 내부에 있는 내가 제일 잘 알지만 그것을 대외적으로 이야기하자니 나 역시 더렵혀진 것으로 보이기에 꺼려지는 딜레마가 생기는 것이죠. 외국인 친구가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면 저는 오히려 한국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며 편들 구석 하나 없는 한국 정치를 옹호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3. 모든 기독교인이 다 그렇지는 않다. 일부 이단들의 행동을 전체로 치부하지 말라, 라는 이 유명한 글귀의 배경에는 바로 이런 딜레마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속과 전체주의 속에서 하나의 민족적 자긍심마저 생겨버린 듯한 대한민국의 기독교 그리고 그 수뇌부들의 끝없는 삽질은 기독교인들을 매번 좌절시키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은 전체주의 속의 소수로서 순화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런 수뇌부들의 삽질로 인해 기독교 전체, 아니 기독교 신자로서의 자기 자신이 평가절하되지 않기를 강력하게 원합니다. 이들이 과연 기독교 내의 그 수많은 비리들을 정말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 아닐겁니다.

4. 기독교는 많이 부패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중에는 정말 부패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로 이들은 권력화된 현 기독교 조직에 관심이 없습니다. 스포트라이트도 받지 못합니다. 왠지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와 닮아있습니다. 부패해도 스포트라이트 받는 사람들 중에서 그나마 덜 문제있어 보이는 사람을 골라야하는 정치, 진정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은 사회면 단신에 조그맣게 실리는 것이 고작인 사회와 말입니다. 기독교라고 해서 정말 아주 다른 인종과 민족들이 모여있는 곳은 아닐테지요. 한국인들이 모여 만든 한국 사회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역시 권력의 최전선에서 권력욕을 부리는 사람들은 이전투구를 하고 있고 진정 기독교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은 재야의 작은 교회에 모여 작은 움직임에 만족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기독교 내에서 조명받는 쪽은 그 작고 숭고한 활동보다는 권력욕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몇몇들에게 집중되겠지만 말입니다.

5. 정치인들이 100이면 100 전부 부패하지는 않았을겁니다. 기독교도 마찬가지겠죠. 그렇기에 우리는 외부에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속해있는 조직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관점에서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의 내부 사정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일부 정신나간 자들이 우연히 권력을 잡았을 뿐이다. 대다수는 선량하기 그지없다' 라고, 긍정적인 칭찬을 늘어놓는다면 왠지 내가 당하고 있는 현실이 억울해서라도 이들에게 진실을 하소연하고 싶은 생각에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까지 마구 쏟아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6. 끝으로 한 이탈리아 출신 친구와의 대화를 소개합니다.

나 :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가?
이탈리아 : 글쎄 관심을 끊은지 오래다. 하지만 변함이 없는 건 맞는 것 같다.

나 : 언론 통제도 심하고, 거의 독재 수준과 진배없는 부패함이 있다고 들었다.
이탈리아 : 맞는 말이다. 더 문제는 언론 장악으로 인해 그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 : 베를루스코니가 계속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배경에도 그러한 현실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인가?
이탈리아 : 물론이다. 주변 친구들 누구도 베를루스코니를 지지한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지만 언론에서는 언제나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는다는 보도가 나온다.

...


나 : 나는 아까부터 이탈리아에 대한 안좋은 이야기만 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이탈리아를 옹호하는 반박을 하지 않는가?
이탈리아 : 당신이 말한 것에 하등 잘못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특별히 이탈리아에 악의를 가진 것 같지도 않았다.

나 : 그래도 당신의 조국이 비난을 받으면 당신 역시 그 조직의 일부로서 비난을 받게 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을것 같은데...
이탈리아 : 나는 우리 나라의 일원으로서 반드시 '좋은 말'만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잘한 치적을 국민적으로 공유하는 특권을 누리는 것만큼 대외적으로 안좋게 평가되는 부분에 대한 책임 역시 지어야 하는 것이 국가 그리고 내가 소속된 어떤 조직이라 할지라도 그 일원인 이상 긍정과 부정 모두 들어야 할 위치에 있지 않겠는가?

나 : 그래도 이탈리아에는 모든 정치상황이 부정적일리가 없지 않은가? 그 부분에 대해서 자국을 변호할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인가?

이탈리아 : 당신은 이탈리아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걸 굳이 변호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 난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을 바꾸는 데에 외국인인 당신의 생각보다 이탈리아에 살고있는 이탈리아인의 생각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믿는다. 굳이 근거 없는 비난을 하지 않는 이상 당신에게 어떤 부차적인 설명을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당신은 '이탈리아 수상을 선출할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