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RushAm 2009. 11. 11. 20:14
어지간하면 시류에 흐르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한 몇 주 있다보니 참 답답한 기분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리도 다들 똑같은 말을 몇 년째 똑같은 패턴의 사건에 똑같은 말들만을 되풀이하는지 모를 지경이었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테마만 다를 뿐 본질적인 팩터는 베라 사건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심지어 방송사 탓이냐 발언 한 본인이 문제냐인 것까지 말이다.

우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 과연 그 방송을 송출한 '방송국'과 그 발언을 한 여자 패널, 이 둘에만 있느냐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생각해보면 결국 문제의 발단은 '버럭'한 네티즌이다. 네티즌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사건의 발단을 말하는 것이다. 그 여자가 발언을 하지 않았으면? 방송국이 제대로 편집만 했다면? 이라는 것과 더불어 '만약 시청을 하지 않았다면?'이라는 전제가 왜 함께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나라가 북한처럼 채널이 고정되어 있는것도 아니고 미수다의 시청율이 40%에 육박하는 초대박 방송도 아니지 않은가?

이 사건은 결국 10% 안팏의 시청자들 중 그 방송을 보고 버럭 한 사람들이 '아 이 갈곳 없는 분노를 어딘가에 표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슈화를 만들어낸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10% 시청자들 중 일부 시청자들이 지금 자신이 느낀 분노가 다분히 '열등감'에서 표출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러한 타입의 분노는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자신의 처지가 자신만의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저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는 건 나 뿐만이 아니야!'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한 잠재의식으로 사건이 될 가치도 없는 사건을 키운 셈이 되겠다.

굳이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네티즌들은 이처럼 '자신의 분노'를 공론화시키기 위해 팩터를 심화시키는 일들을 너무 자주 만들어내고 있다. 그중에는 작은 고추가 맵다거나 키 작았던 위인들을 내세우는 등 논리에 정공법으로 반박하는 내용도 있고 핀트를 해당 여성에게 집중시켜 여성의 외모나 발언에 대한 인격 수준에 대한 비판이나 저런 기획을 만들어낸 방송사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화가 나는 일이 잔뜩한 이 세상에 말 그대로 한낱 여대생에 불과한 여성이 방송에서 말 한마디 한 걸로 방송을 보지 않은 사람까지 화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를 안하고 있다.

그 여대생 머릿속에 180센티미터 이하의 남자는 사회적 패배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서 여자들 전부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네티즌들의 특기인 인격적인 집중폭격을 해서 설령 그 여대생이 사과하고 생각이 진심으로 바뀐다 한들 세상 모든 여자들의 생각이 바뀌기라도 한단 말인가? 여자의 발언도 모자라 여자의 외모나 인격적인 부분까지 비하하며 (넌 그럴 말 할 자격이나 있냐)는 식으로 해당 여성을 비하하고 있는 사람들이 에초 그 '형편없는 여자'의 말 한마디에 일회일비를 하는 소인배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폴레옹을 비롯해서 키 작은 위인들은 널렸고 지금도 키 작은 사람들의 성공가도를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 위인 그 누구도 자신의 키에 대한 열등감보다 더 큰 야심과 인생의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나폴레옹이 현대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한낱 TV에서 여대생 몇 명이 노닥거리는 내용을 신경이나 쓸까? 키 작은 사람이 위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 사람의 가치는 키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하찮고 예쁘지도 않은데다가 철까지 없는 여대생과 동급이 되어 맞장구를 쳐주며 버럭하는 게 아니라 대인배답게 코웃음치며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게 정답이 아니겠는가?

진짜 루저를 만드는 건 여대생의 루저 발언이 아니라
한낱 여대생 한 명에게 말려 무덤을 파고 있는 네티즌 자신들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RushAm 2009. 8. 22. 11:31

하여간 악플 하나는 정말 싫어하는 민족인 것 같다. 물론 자기 욕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악플 문제도 민감한 정도가 심한 것 같고, 여러모로 '비난'이나 '명예'를 조금 과도하게 중시하는 듯한 사회적 풍토가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500년간의 조선시대에서 비롯된 유교사상과 양반문화가 만들어낸 현대화 패착의 잔재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깨끗한거에 집착하고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완전히 더러워질때까지 먹물을 끼엊어버리는 백의민족의 이기주의도 분명 산재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베라의 한국 비하 논란도 그렇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녀가 '독일'에 가서 '한국 문화'에 대해 '자기 생각'을 쓴 책을 냈는데, 왜 한국이 방방 뛰어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교과서를 왜곡해서 침략역사를 뒤바꾸려 한것도 아니고 독일에 가서 한국의 분단 문제를 꼬집을만큼 정치적인 글을 담은 것도 아닌 순수하게 1인의 한국 경험자로서 한국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낀 바에 대해 쓴 것 뿐인 것 같은데 말이다. 무슨 매를 맏아도 우리 엄마에게 맞는게 남에게 맞는것보다 낫다는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외국의 칭찬에는 지나치게 귀를 열어두고 외국의 비판에는 지나치게 입을 꼬매려는 감이 없지 않다.

일단 결론부터 짓자면 기자가 어떻게든 좀 떠보려고 '낚시'한것밖에는 안보인다. 미즈노 교수랑 비교한 부분도 그렇고 내용상으로는 그냥 채식주의자에 대한 차별 문제와 남자들의 워커홀릭 등 지극히 상열지사적인 문제만을 지적한 것을 가지고 사회 전반적인 무시를 했다고 선동하는 듯한 내용이 그렇다. 나름 화제가 되고 있으니 기자 입장에서는 기사 쓰는 능력은 없어도 기자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근본적인 문제는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근성에 앞서 '우리가 왜 그리도 백의처럼 하얗게만 살아야'한다는 컴플랙스에 집착하느냐는 부분이다. 그것도 꼭 손님들, 외국에게는 반드시 순수하고 깨끗하고 정직하고 착하게만 보여야만 하느냐는 컴플랙스가 있느냐는 것이다.

해외에서 누가 꼴불견짓을 하면 '한국 이미지 망친다'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런데 그 혀를 차는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외국인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심각한 착각에 빠져있다. 베라가 책을 내서 그 책이 밀리언 셀라라도 기록했던가? 한국인이라고 가슴에 써붙이고 다니면서 길거리에 똥을 싸지르고 다닌다고 해서 과연 외국인이 '아 한국인 전체가 미개하구나'라고 생각할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일 외국인이 어떤 이상행동을 보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외국인 개인에 대한 비난 이상으로 그 국가에 대한 비난을 서슴치 않는데, 이게 역으로 외국인들도 그럴 거라는 모순적 발상이 그렇다.

어떤 일본인이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일본에서 AV가 넘쳐난다고 일본 전체가 야쿠자 집단이며 일본 여자 전부가 성에 개방적이라고 착각하는 모습에 우리 자화상의 한계가 보이는 것이다. 일본에는 1억 3천의 인구가 있고 매일 총격살인 사건이 넘쳐나는 미쿡도 5억 가까운 인구가 있다. 5억 전원이 총기사고 잠재용의자라면 미국은 진작에 미쳐돌아갔으며 일본은 난교천국으로 대혼란에 빠졌어야 정상이지만 실제 그런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리의 뿌리깊은 악속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부터 좀 뜯어고쳤으면 한다.

베라는 그냥 독일인 중 한 명이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책을 썼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베라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돈을 좀 벌어갔는데 배은망덕하게 배신했다고? 웃기는 소리다. 배신이 뭔지나 좀 알고 떠들도록 하자, 그녀가 말한 건 그 왜곡하려고 작정한 기사 속에서도 '한국 남성들의 워커홀릭'과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소수 취향의 몰이해', 그리고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의 '위선성'이다. 이거 우리가 지금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알면서도 스스로 더럽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쉬쉬했던 것 뿐이지 않은가? 제발 깨끗해지고 싶다면 세탁기에 넣고 빨려고 노력해야지 안 더럽다고 자기최면만 외다보면 그 좋아하는 손님들은 우리의 퀴퀴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갈 뿐이며 남는 건 자기최면에 정신 못차리고 코가 마비돼 난 깨끗하다고 자뻑하는 고립된 단일민족만이 남을 뿐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