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2. 11:31
하여간 악플 하나는 정말 싫어하는 민족인 것 같다. 물론 자기 욕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악플 문제도 민감한 정도가 심한 것 같고, 여러모로 '비난'이나 '명예'를 조금 과도하게 중시하는 듯한 사회적 풍토가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500년간의 조선시대에서 비롯된 유교사상과 양반문화가 만들어낸 현대화 패착의 잔재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깨끗한거에 집착하고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완전히 더러워질때까지 먹물을 끼엊어버리는 백의민족의 이기주의도 분명 산재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베라의 한국 비하 논란도 그렇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그녀가 '독일'에 가서 '한국 문화'에 대해 '자기 생각'을 쓴 책을 냈는데, 왜 한국이 방방 뛰어야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교과서를 왜곡해서 침략역사를 뒤바꾸려 한것도 아니고 독일에 가서 한국의 분단 문제를 꼬집을만큼 정치적인 글을 담은 것도 아닌 순수하게 1인의 한국 경험자로서 한국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낀 바에 대해 쓴 것 뿐인 것 같은데 말이다. 무슨 매를 맏아도 우리 엄마에게 맞는게 남에게 맞는것보다 낫다는 심보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외국의 칭찬에는 지나치게 귀를 열어두고 외국의 비판에는 지나치게 입을 꼬매려는 감이 없지 않다.
일단 결론부터 짓자면 기자가 어떻게든 좀 떠보려고 '낚시'한것밖에는 안보인다. 미즈노 교수랑 비교한 부분도 그렇고 내용상으로는 그냥 채식주의자에 대한 차별 문제와 남자들의 워커홀릭 등 지극히 상열지사적인 문제만을 지적한 것을 가지고 사회 전반적인 무시를 했다고 선동하는 듯한 내용이 그렇다. 나름 화제가 되고 있으니 기자 입장에서는 기사 쓰는 능력은 없어도 기자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근본적인 문제는 냄비처럼 끓어오르는 근성에 앞서 '우리가 왜 그리도 백의처럼 하얗게만 살아야'한다는 컴플랙스에 집착하느냐는 부분이다. 그것도 꼭 손님들, 외국에게는 반드시 순수하고 깨끗하고 정직하고 착하게만 보여야만 하느냐는 컴플랙스가 있느냐는 것이다.
해외에서 누가 꼴불견짓을 하면 '한국 이미지 망친다'며 혀를 끌끌 찬다. 그런데 그 혀를 차는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외국인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심각한 착각에 빠져있다. 베라가 책을 내서 그 책이 밀리언 셀라라도 기록했던가? 한국인이라고 가슴에 써붙이고 다니면서 길거리에 똥을 싸지르고 다닌다고 해서 과연 외국인이 '아 한국인 전체가 미개하구나'라고 생각할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일 외국인이 어떤 이상행동을 보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외국인 개인에 대한 비난 이상으로 그 국가에 대한 비난을 서슴치 않는데, 이게 역으로 외국인들도 그럴 거라는 모순적 발상이 그렇다.
어떤 일본인이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질렀다고, 일본에서 AV가 넘쳐난다고 일본 전체가 야쿠자 집단이며 일본 여자 전부가 성에 개방적이라고 착각하는 모습에 우리 자화상의 한계가 보이는 것이다. 일본에는 1억 3천의 인구가 있고 매일 총격살인 사건이 넘쳐나는 미쿡도 5억 가까운 인구가 있다. 5억 전원이 총기사고 잠재용의자라면 미국은 진작에 미쳐돌아갔으며 일본은 난교천국으로 대혼란에 빠졌어야 정상이지만 실제 그런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리의 뿌리깊은 악속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부터 좀 뜯어고쳤으면 한다.
베라는 그냥 독일인 중 한 명이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책을 썼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베라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돈을 좀 벌어갔는데 배은망덕하게 배신했다고? 웃기는 소리다. 배신이 뭔지나 좀 알고 떠들도록 하자, 그녀가 말한 건 그 왜곡하려고 작정한 기사 속에서도 '한국 남성들의 워커홀릭'과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소수 취향의 몰이해', 그리고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의 '위선성'이다. 이거 우리가 지금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알면서도 스스로 더럽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쉬쉬했던 것 뿐이지 않은가? 제발 깨끗해지고 싶다면 세탁기에 넣고 빨려고 노력해야지 안 더럽다고 자기최면만 외다보면 그 좋아하는 손님들은 우리의 퀴퀴한 냄새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갈 뿐이며 남는 건 자기최면에 정신 못차리고 코가 마비돼 난 깨끗하다고 자뻑하는 고립된 단일민족만이 남을 뿐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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